본격 구걸 리얼리티, <한끼줍쇼>의 따뜻한 웃음

 

본래 좋은 기획은 한 줄로 끝난다고 했던가. JTBC에서 새롭게 신설된 예능 프로그램 <한끼줍쇼>는 제목 하나가 콘셉트의 전부다. 숟가락 하나씩 들고 지정된 동네에 가서 저녁 한 끼를 구걸(?)’하는 것. 너무 단순한 콘셉트라 뭐 대단한 이야기가 나올까 싶지만 그렇지가 않다. 그 단순함 속에는 의외로 이 프로그램의 꽤 파괴력 있는 재미와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한끼줍쇼(사진출처:JTBC)'

재미는 이 간단해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미션을 하는 주인공이 이경규, 강호동이라는 점이다. 방송 스스로 자인하고 있지만, 그래도 한 때 예능의 신이라 불렸고, ‘국민 MC’라 불렸던 그들이 아닌가. 그래서 방송 시작에만 해도 이경규는 너무 쉬운 일이라며 이경규라는 이름만 얘기해도 한 끼는 뚝딱 해결할 수 있다며 한 끼가 아니라 세 끼를 챙기겠다는 허언(?)을 날리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망원동 낯선 집의 초인종을 누르는 일 자체가 커다란 부담으로 다가오고 심지어 개그맨 이경규입니다라고 반복해서 얘기해도, “그런데요?”라는 어딘지 무덤덤한 리액션들만 돌아온다. 이름만 대면 뭐든 다 될 것 같았던 형 이경규가 한 끼는커녕 문 앞에서 누군지도 잘 알아보지 못하는 굴욕을 당하고 있을 때, 옆에서 동생 강호동은 그걸 보고 포복절도한다.

 

천하장사 강호동입니다라는 멘트가 있어 그래도 유리할 것 같았던 강호동 역시 굴욕을 당하기는 마찬가지다. 문 앞에서 전전긍긍하고, 친히 문밖으로 나와 준 망원동 주민 분에게 사정을 하지만 저녁 한 끼 같이 먹는 일은 의외로 어렵다. 스스로 정한 저녁 8시 마감까지 결국 그 한 끼를 해결하지 못한 이경규와 강호동은 제작진에게 받은 용돈에서 차비를 쓰고 남은 돈으로 편의점에서 그 동네에 사는 여고생들과 조촐한 한 끼를 갖는다.

 

역시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어서인지 이경규와 강호동의 조합은 이 단순한 콘셉트에서 첫 회부터 그 관계의 케미가 살아난다. 성격 급한 이경규가 자기 멘트만 날리고 앞서갈 때 강호동은 리액션에 진정성을 좀 담아달라고 투덜대기도 하고, 이경규가 굴욕을 당하는 모습을 보며 자지러질 듯 웃음을 터트린다. 하루 종일 공복으로 돌아다닌 끝에 결국 실패하자 강호동은 이게 다 형님 때문이라며 이경규 탓으로 돌린다. 강호동은 쉴 새 없이 이경규에게 잔 펀치를 날리고 이경규는 이제는 잘 알아보지도 못해 영규로도 불리고 김경규로도 불리는 자신의 처지를 확인하며 정신이 멍해진다.

 

한 때 잘 나가던 두 사람의 쓸쓸한 처지가 웃음으로 환원되지만, 그 과정을 뒤집어 보면 어딘지 쓸쓸한 도시의 풍경들이 포착된다. 지나던 과객이 문을 두드려 한 끼를 먹고 갈 수 있었던 시대에서는 이미 한 참 멀어진 지금이다. 낯선 사람과 한 끼를 함께 한다는 건 과거에는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닌 어떤 것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상상해보지도 못했던 낯선 일이 되어 있다.

 

이경규와 강호동이 한 끼를 해결할 집을 찾는 과정에서 우리는 저녁 시간대의 망원동 골목길을 재발견한다. 하루의 일과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그 시간의 그 길이 주는 정서적인 느낌 같은 것들이 프로그램에 포착된다. 한 끼를 찾아 헤매는 콘셉트이기 때문에 공복에 예민해진 강호동이 집 안에서부터 흘러나오는 저녁을 만드는 소리와 음식 냄새에 매료될 때, 우리는 그 시간대가 주는 정서적 허기를 똑같이 느낄 수 있게 된다. 피곤한 하루, 저녁시간, 식구와 함께 할 한 끼 밥을 찾아 돌아오는 이들의 마음 속에 있을 허기들.

 

<한끼줍쇼>는 낯선 집에서의 한 끼를 해결하는 과정이 만들어내는 의외의 재미들과 함께, 서민들의 저녁시간이 주는 정서적 풍경들과 그들을 통해 드러나는 우리네 삶 그리고 타인이 한 끼 밥을 통해 식구처럼 다가갈 수 있다는 그런 의미들을 마치 <인간극장> 같은 휴먼다큐 형식으로 담아내고 있다. ‘본격 구걸 리얼리티라고 해야 할까.

 

특히 주목되는 건 그간 우리가 봐왔던 이경규와 강호동과는 사뭇 다른 모습들을 이 프로그램들이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투덜대고 버럭대는 이경규는 온데간데없고 굴욕 당하는 이경규가 보이고, 진행병(?)이 있어 뭐든 진행하려는 강호동의 모습보다는 그저 형 따라다니는 동생 같은 강호동의 모습이 보인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방송 콘셉트가 만들어낸 주목할 만한 이 변화는 향후 이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높여놓기에 충분했다

<구르미>가 발굴한 배우들, <성균관스캔들>처럼 성장할까

 

KBS <구르미 그린 달빛>이 종영했다. 끝났지만 보내지 못했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보인다. 그만큼 묵직한 여운을 남겼다는 뜻이다. 최고 시청률은 23.3%(닐슨 코리아). 화제성은 단연 갑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구르미 그린 달빛>이 남긴 자산은 이 작품이 발굴해낸 만만찮은 배우들의 가능성이다.

 

'구르미 그린 달빛(사진출처:KBS)'

그 중심에 박보검이 있다. 사실 박보검을 신인이라 말하긴 어렵다. 그는 tvN <응답하라1988>의 택이 역할로 주목받고 스타덤에 올랐지만 이미 그 이전에 <각시탈>, <원더풀마마>, <참좋은시절>, <내일도 칸타빌레> 같은 작품들을 거쳤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그가 여러 작품을 통해 쌓고 <응답하라1988>을 통해 단단해진 연기의 결을 비로소 제대로 펼쳐낸 작품이 되었다.

 

여전히 소년 같은 이미지, 하지만 어딘지 소년답지 않은 슬픔 같은 것이 담긴 눈빛, 그래서 그 슬픔이 눈에 머금은 채 환하게 웃을 때 느껴지는 그 복합적인 감정들. 일찌감치 어른의 세계에 들어와 그 아픔을 알아버린 아이 같은 그런 애틋함이 이 예사롭지 않은 가능성을 가진 배우의 결이다.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조정대신들이 만들어내는 살벌한 어른들의 세계에서 그가 제대로 아파하고, 그러면서도 대항하며 성숙해가는 모습을 200% 시청자들에게 전해줄 수 있었던 건 그가 갖고 있는 결이 이영이란 캐릭터와 너무나 잘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박보검의 상대역을 한 김유정은 남장여자 콘셉트를 제대로 소화해낸 여배우들이 그랬듯이 이제 소녀의 틀에서 성인역으로 넘어가는 통과의례를 잘 치러냈다. 아역 이미지가 강했던 그녀가 홍라온이라는 인물을 통해 비로소 보다 성숙해진 여성의 느낌을 갖게 됐다는 건 그래서 김유정으로서는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아역시절부터 충분히 쌓아온 연기 공력이 이렇게 자연스러운 이미지 변신과 만나게 된 김유정의 앞으로의 연기가 더더욱 기대되는 지점이다.

 

김윤성 역할을 연기한 진영 역시 B1A4의 아이돌 가수 출신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연기 소화력을 보여줬다. 사실 아이돌들은 연기에 대한 부담감이 타 배우들보다 크기 마련이다. 게다가 특히 사극 같은 경우는 본격 연기자들조차 적응이 쉽지 않다고들 말한다. 그런 상황을 감안해보면 진영이 보여준 연기는 놀라울 정도로 단단했다고 볼 수 있다. 향후 연기돌로서 발전 가능성이 높은 면면을 충분히 그는 보여줬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데뷔해 <돌아와요 아저씨>, <피리부는 사나이> 같은 작품을 거치며 조금씩 성장해온 곽동연 역시 이 작품을 통해 주목받았다. ‘갓동연이라는 수식어를 얻었을 정도. 이영의 호위무사이자 친구로서 그 선을 넘나드는 김병연이란 인물을 그는 괜찮은 액션 연기와 내면 연기를 통해 보여줬다. 역시 향후가 기대되는 배우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그 퓨전사극의 틀이 <성균관 스캔들>과 비교되곤 했다. 그런데 그 <성균관 스캔들>이 만든 최대의 성과는 역시 연기자들의 탄생이었다. 그 작품으로 박유천, 송중기, 유아인이라는 만만찮은 배우들이 등장했고, 그들은 모두 한류스타의 반열에 올라 있다. <구르미 그린 달빛> 역시 훗날 이런 평가를 받는 작품으로 남지 않을까. 여기서 발굴된 배우들이 <성균관 스캔들>의 배우들처럼 좀 더 넓은 세계에서 훨훨 날 수 있기를.

법정극과 멜로 사이, <캐리어>의 애매한 위치

 

MBC 월화드라마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그 장르적 정체성이 애매모호하다. 시작은 스릴러가 곁들여진 법정극으로 보였다. 노숙소녀 살인사건이 그 시작을 알렸기 때문. 여기에 차금주(최지우)라는 변호사보다 뛰어나지만 시험공포증으로 사무장으로 살아가는 인물이 겹쳐지면서 법정극의 색다른 시도가 엿보였다. 간판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담겨있는 차금주라는 캐릭터가 후에 어떻게 성장해 가는가에 대한 기대감도 충분했다.

 

'캐리어를 끄는 여자(사진출처:MBC)'

매회 한 가지 정도의 사건을 에피소드로 갖고 오는 이야기 구성은 마치 저 <동네변호사 조들호><굿와이프>가 보여줬던 법정극의 재미요소가 되기에 충분했다. 이 각각의 사건들은 차금주가 사무장으로 있다가 결국 퇴출된 오성로펌과 계속 연결되고, 오성로펌은 그 뒤에 오성그룹이라는 대기업의 하수인 역할을 하는 로펌이라는 게 드러나면서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진다. 과거 어떤 사건으로 법조계를 떠나 K팩트라는 파파라치 언론의 대표가 된 함복거(주진모)와 함께 차금주는 이 대기업과 로펌 그리고 정재계가 서로 얽혀있는 거대한 부정을 파헤쳐 나가게 된다.

 

이처럼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법정극의 요소들만 갖고 오면 권음미 작가의 전작들인 <갑동이><로열패밀리> 같은 작품들처럼 충분히 흥미진진한 면들이 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여기에 조금은 과한 삼각 멜로의 틀을 집어넣었다. 함복거와 마석우(이준) 변호사 사이에서 차금주를 멜로의 중심으로 세워둔 것. 직장상사로서 일을 앞세우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때때로 사심을 드러내는 함복거와, 대놓고 마음을 드러내며 직진하는 마석우 사이에서 차금주는 갈팡질팡하는 여성이 된다.

 

사무장에서 변호사가 되려는 꿈이나, 또 자신이 맡은 사건을 자기 이름이 남는 것도 아니면서 변호사보다 더 열심히 풀어나가는 차금주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인물이다. 그런데 이런 일에 있어서의 매력을 보여주는 차금주를 함복거와 마석우라는 남성들은 자꾸만 여성으로 끌어 앉힌다. 일을 빙자해 연애를 하려하고, 심지어 같은 로펌의 대표와 변호사이면서도 연적으로서의 대결구도를 보인다.

 

물론 법정극이든 스릴러든 심지어 연쇄살인이 소재로 담겨진 드라마라고 해도 멜로가 없어야 한다는 공식 따위는 없다. 특히 요즘처럼 여러 장르를 뒤섞은 이른바 복합 장르물이 이제는 시청자들에게 그다지 낯설게 다가오지 않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멜로가 들어간다고 해도 법정물이나 스릴러가 주는 긴장감과 멜로의 이완은 적절하게 균형이 맞아야 하고, 또 그 이질적 장르를 연결해주는 맥락이 있어야 자연스러워진다. 과연 <캐리어를 끄는 여자>의 장르 혼용은 이런 자연스러움이 있을까.

 

차금주라는 캐릭터가 흔들리는 걸 보면 이 결합이 그리 자연스럽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즉 처음에 이 캐릭터에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던 일의 요소들은 점점 뒤로 밀려나고 대신 뜬금없이 이어지는 두 남자 사이의 멜로가 법정극 사이사이에 맥락 없이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법정극에서 멜로로 넘어갈 때나 혹은 그 반대로 넘어갈 때 마치 극이 툭툭 끊기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저 두 장르를 이어붙인 듯한 안이한 구성과 편집 때문이다.

 

굳이 차금주라는 입지전적인 인물을 자꾸만 멜로로 주저앉힐 필요가 있었을까. 로펌 사장이라며 함복거가 그녀에게 9천만 원짜리 외제자동차를 선물하는 장면 같은 것들이 왜 필요하고, 사건 수사를 하러 성소수자들이 가는 바에 함께 간 마석우와 차금주가 굳이 갑자기 키스를 하는 장면이 왜 필요할까. 물론 그 멜로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다만 그것이 본 스토리가 갖고 있는 법정극의 긴장감을 과도하게 이완시킴으로써 드라마 전체의 느낌을 애매모호하게 만든다는 점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의 본말을 전도시킨다는 것이다.

 

한때 본격 장르물은 안 된다는 게 지상파 드라마의 공식처럼 되어 있던 적이 있다. 그래서 멜로도 조금 넣고 가족드라마적인 요소도 넣으며 심지어 판타지도 넣게 되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장르물에 대한 갈증이 점점 높아지면서 이런 공식은 서서히 깨지고 있다. <시그널> 같은 본격 장르물이 tvN 같은 케이블에서 대성공을 거두는 걸 보라.

 

물론 <캐리어를 끄는 여자>가 법정물을 다루면서도 로맨스물의 성격을 더해 독특한 톤 앤 매너를 시도하려 했다는 의도는 분명히 보인다. 하지만 그러려면 좀 더 정교한 봉합이 있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멜로를 넣더라도 먼저 차금주의 일에 있어서의 욕망이나 정의에 대한 갈망 같은 것들을 좀 더 전면에 내세우는 편이 지금의 드라마 트렌드에는 더 맞지 않을까. 연애하는 사무장이 아닌 변호사보다 더 열 일하는 사무장 차금주가 더 매력적이다.

<혼술남녀>가 비극을 희극으로 만드는 방식

 

짠한데 웃기다? 아마도 최근의 트렌드는 바로 이런 희비극이 아닐까. SBS <질투의 화신>의 이화신(조정석)이 그 대표적인 희비극의 주인공이다. 그가 처한 상황은 실로 짠하다. 그런데 그렇게 짠한 상황에서 그가 하는 지질한 행동들을 보면 웃음이 터진다. tvN <혼술남녀>의 황진이(황우슬혜)라는 인물이 그렇다.

 

'혼술남녀(사진출처:tvN)'

그녀는 노량진 학원가에서 강사로 일하는 것에 그다지 큰 꿈을 갖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대신 괜찮은 남자를 만나서 결혼하는 것이 그녀의 꿈이지만, 그 남자가 자기 마음 같지가 않다. 덜컥 임신 먼저 하고 결혼하는 것까지 꿈꾸는 그녀지만 번번이 그녀의 꿈은 좌절된다. 그것은 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이 학원에 박하나(박하선)을 소개한 건 그녀지만, 그녀는 박하나에게 끌리는 진정석(하석진) 때문에 어쩌다 뒷전으로 물러나게 된 인물이 됐다.

 

하도 남자친구에게서 연락이 없길래 메시지로 홧김에 헤어지자고 했더니 덜컥 날아온 것이 동그라미 두 개란다. 결국 이별통보를 받은 그녀는 학원장인 김원해가 무슨 이야기만 하면 그것 때문에 자기가 차였나보라며 눈물을 흘린다. 학원생들의 평가서에서 김원해가 발음이 열라 구리다라는 의견을 읽어주자 발음이 구려서’ “남친 한테 까였나 봐요라며 울고, 새로 산 신발에 아껴쓰라며 왜 그리 돈을 펑펑 쓰냐고 김원해가 말하자 돈을 펑펑 써서 까였나 봐요라며 울음을 터트린다.

 

그녀는 이 상처에서 벗어나기 위해 클럽에 놀러가고 거기서 그날 밤 남자친구를 사귀겠다고 나서지만 역시 굴욕을 당한다. 예전 학원 수강생들이 알아보자 조신하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고, 박하나가 걱정돼 나타난 진정석을 유혹해보려 하지만 정신 나갔냐는 대꾸를 듣고는 창피해 도망치듯 클럽을 빠져나간다. 짠한 상황이지만 한 발 물러나 이걸 바라보는 시청자들에게는 웃음이 빵빵 터지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연예인 성대모사를 하는 학원강사인 민진웅은 이번엔 얼굴에 스타킹을 쓰고 드라마 <W>에서 얼굴을 빼앗겨버린 오성무(김의성)를 흉내낸다. 학원장 김원해는 어머니 상 당한지 얼마나 됐다고 그러냐고 지청구를 날리지만 민진웅을 이렇게 해서라도 빨리 벗어나려 한다는 뜻을 밝힌다.

 

그저 웃기는 캐릭터로만 보였던 민진웅이 실제로는 아내와 이혼하고 치매를 앓는 어머니의 병수발을 하루도 빼지 않고 해왔던 사실은 시청자들을 짠하게 만들었다. 또한 어딘지 코믹한 캐릭터로만 보였던 학원장 김원해가 민진웅 어머니의 상가에서 하룻밤을 함께 지새는 대목은 의외의 담담한 감동을 선사했다.

 

짠한 캐릭터로 웃음을 주고, 웃기는 캐릭터가 짠해지는 이 방식은 <혼술남녀>라는 드라마가 희비극을 운용하는 방식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드라마의 인물들은 누구 하나 짠하지 않은 인물이 없다. 그것은 모든 걸 다 갖춘 듯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혼술하는 것이 즐겁다고 계속 주장하는 진정석도 마찬가지다. 어찌 혼술이 늘 즐겁기만 하겠는가. 그건 어쩌면 우리가 얼마나 외로운 도시의 삶을 살아가는가를 보여주는 <혼술남녀>만의 희비극을 통한 메시지가 아닐까.

 

사는 게 너무나 힘들다 보니 그 비극을 공감대로 끌어와 심지어 웃음으로 만들어내는 방식은 지금의 시청자들의 마음을 매료시키고 있다. 웃고 싶으나 현실을 웃을 수 없고, 그렇다고 현실의 고통을 느끼며 눈물 흘리기는 싫은 그 감정이 이 <혼술남녀>라는 희비극에는 녹아들어 있다. 비극의 공감도 웃음으로 털어내고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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