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사> 김보성부터 성혁까지, 반전을 기대해

 

상남자 특집이라기보다는 캐릭터 열전에 가깝다. MBC <진짜사나이>가 새로 시작한 상남자 특집에서 그 핵심은 아무래도 의리의 아이콘김보성이다. 그가 주먹을 불끈 쥐고 특유의 목소리로 의리!”라고 외치는 장면은 그래서 방송 내내 마치 후렴구처럼 들어갔다.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마치 <영웅본색>의 한 장면처럼 입대하는 모습도 살짝 인서트로 보여졌고, 생활관에서 의리춤을 선보이며 선임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드는 장면도 맛배기로 들어갔다.

 

'진짜사나이(사진출처:MBC)'

상남자를 내세우고 나왔지만 그 의미에 걸맞는 거친 모습이 보여진다기 보다는 오히려 그것이 무너지고 독특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그 순간에 이번 특집은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김보성을 위시해 상남자라는 출연자들의 면면은 입대 전과 입대 후의 모습으로 교차 편집되는 것만으로 큰 웃음을 주었다.

 

첫 회에 그 반전을 먼저 선보인 인물은 성혁이다. 입대 전만해도 뭐든 다 할 수 있는 호언장담을 늘어놓은 성혁은 입대하기 위해 부대로 가는 도중 매니저의 햄버거까지 빼앗아 먹고 콜라를 마시기 위해 문 닫은 가겟집 주인까지 찾아가 문을 열게 하는 식탐을 보여줬고, 상남자와는 걸맞지 않은 알로에 젤, 매실청, 때밀이수건 같은 걸 챙겨왔지만 가방을 두고 오는 허당기를 보여줬다. 그토록 자신만만해하던 체력측정에서도 저질 체력을 드러낸 성혁은 이번 상남자특집이 포인트로 잡고 있는 반전 캐릭터를 통한 웃음을 제대로 보여줬다.

 

성혁과는 또 다른 반전 캐릭터를 보여준 인물이 바로 우리에게는 도라에몽 덕후로 잘 알려진 심형탁이다. 어딘지 귀여운 캐릭터 마니아로 보이는 그는 입영에서부터 도라에몽이 캐릭터로 들어간 티셔츠를 입어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곧바로 이어진 체력측정을 통해 확인한 그는 특급 전사로서의 반전을 보여줬다. 생활관 안에서도 바른 자세를 보여주는 그는 어쩐지 캐릭터 덕후 이면서도 그걸 깨는 FM 병사의 새로운 면면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종격투기 선수로도 활약한 바 있어 우리에게는 파이터의 이미지가 강한 윤형빈은 집에서 손 하나 까닥 안 한다고 말했지만, 군대에서 의외의 재능인 바느질 실력을 보여주는 반전 캐릭터를 선보였다. 체력 측정에서 드러난 의외로 약한 체력과 여성성이 묻어나는 섬세한 윤형빈의 모습 역시 상남자의 그것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이런 면들은 아직까지 그 캐릭터가 많이 등장하지 않은 우리에게는 <W>의 수봉이로 더 잘 알려진 이시언이나,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활약을 보여줬던 조타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진짜사나이>상남자 특집으로 보여주려는 건 마초적인 상남자의 거친 매력이라기보다는 그들이 가진 이미지와는 다른 캐릭터가 주는 매력이다. 우리에게 조금은 과장되고 우스꽝스런 의리남의 캐릭터로 자리하고 있는 김보성이, 이종격투기 시합에 나서고 그 수익금 전액과 이번 출연료까지 모두 소아암 어린이들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하는 대목에서는 뭉클한 따뜻함 같은 게 느껴진다. 머리를 빡빡 밀어버린 것도 단지 이번 <진짜사나이>를 위한 것인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소아암 어린이들을 위한 마음의 표시였다고.

 

지난 해군 특집에서 <진짜사나이>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던 건 다름 아닌 이시영이나 솔비 같은 매력적인 출연자들 덕분이었다. 그렇다면 이번 상남자특집은 어떨까. 김보성이나 심형탁 같은 인물들의 반전 매력은 다시금 <진짜사나이>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이어갈 수 있을까. 분명한 건 상남자의 이미지를 깨는 그 독특한 캐릭터들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는 점이다

만일 <무한도전>이 우주로 간다면

 

과연 MBC <무한도전>은 우주로까지 나가게 될까. 사실 ‘5대 기획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우주여행 특집이 들어가 있을 때만 해도 그 도전에 대한 실감이 없었다. 상상하기 어려운 도전이 아닌가. 그래서 우주여행 특집이라며 화성에서 시도된 마션 특집은 이 도전이 하나의 농담이라고 여겨지게 만들기도 했다. 우주라는 설정의 상황극정도?

 

'무한도전(사진출처:MBC)'

하지만 <무한도전> 제작진과 출연자들이 우주여행 훈련을 위해 러시아를 다녀왔다는 이야기는 이것이 농담이 아닌 실제 상황이라는 걸 실감케 했다. 과연 <무한도전>은 진짜로 우주로 나가게 될 것인가. 그리고 이건 실현 가능한 일일까.

 

현재 해외에서 벌어지고 있는 우주여행을 위한 시도들을 보면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민간인들의 우주여행을 현실화하기 위한 발사체의 실험들이 현실화 단계에 도달해 있기 때문이다. 이미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가 우주관광 사업을 계속 준비해왔고, 아마존의 최고경영자 베저스는 이르면 2018년에 우주관광객을 우주로 보내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물론 당장 실현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일어날 일이라는 것.

 

<무한도전>이 러시아까지 가서 하고 온 훈련은 무중력 비행 훈련이다. 사실 당장 우주선을 타지 않는다고 해도 <무한도전>이 우주여행 혹은 우주 자체에 대한 도전을 통해 관심을 제고시키는 건 그 자체로도 재미와 의미를 모두 가져갈 수 있는 기획이다. 사전 훈련으로 벌어진 암흑 적응 훈련에서 깜깜한 곳에 끈끈이와 계단 설치만 갖고도 충분히 웃음을 주지 않던가. 게다가 우주에 대한 자연스러운 관심의 유도는 도전을 추구하는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사실 예능이 이런 극한 도전을 해온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남극을 가겠다고 지금도 얘기하고 있는 <12>을 떠올려 보라. 한 때는 교양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던 정글이 <정글의 법칙>을 통해 예능의 영역이 된 건 최근 몇 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예능은 이처럼 지속적으로 그 영역을 넓혀왔고 아마도 <무한도전>이 시도하는 우주는 그 극점이 될 것이다.

 

이러한 <무한도전>이 지금껏 해온 예능의 영역 확장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건 이 날 우주여행 콘셉트의 그래비티특집 앞부분에 행운의 편지 특집으로 마련된 벌칙으로 우린 자연인이다특집을 방영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우린 자연인이다라는 특집은 한 마디로 <나는 자연인이다>를 패러디한 상황극처럼 기획되어 산 속으로 들어가 자연인처럼 세 끼를 챙겨먹는 아이템이었다.

 

어찌 보면 소소할 수 있는 산골 자연 적응 도전이 보여진 후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던 우주여행 특집의 일환으로 암흑적응훈련을 소재로 한 도전이 이어지는 곳. 이 곳이 바로 <무한도전>의 현주소다. 11년을 달려오며 자연인에서 우주로까지 영역을 확장해온 것. 끝없는 도전이 아니었다면 이루기 어려웠을 일이다

<그알>이 검증한 물대포 위력, 이대로 괜찮을까

 

“15바라는 압력은 주요 선진국들보다 낮습니다.” 지난 9월 국정감사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그렇게 살수차의 안전성(?)에 대해 말했다. 직사되는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뒤 결국 317일 만에 사망한 백남기씨. 살수차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궁금증은 국민적인 관심사였다. 그래서 기자들도 살수차의 시연회를 통해 그걸 확인하려 한 바 있다. 하지만 그저 물 뿌리는 시늉만 냈을 뿐, 그 위력을 확인하는 실험은 되지 못했다. 오죽했으면 한 기자가 나서 방패를 달라며 자신이 직접 맞아 보겠다고까지 나섰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사진출처: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실제 살수차의 압력을 그대로 재연해 실험에 들어갔다. 경찰실험의 보고서에는 그 정도 압력이 그리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적혀 있었다. 3미리짜리 유리도 버텨낼 수 있을 거라고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가 한 현장 검증은 그 장면만으로도 끔찍했다. 같은 강도인 15바로 맞춰 직수한 물에 고정시킨 책상은 부서졌고, 철제 프레임은 휘어져버렸다. 이를 받치고 있는 4백 킬로의 받침돌 두 개가 넘어가 버릴 정도의 위력이었다. 나무는 산산조각났고 1.2톤의 벽돌은 순식간에 허물어져 내렸다. 유리가 끄덕 없을 리가 없었다. 3미리 유리는 물론이고 5미리 강화유리까지 훨씬 낮은 수압에도 산산이 부서져버렸다.

 

전직 의경들도 그 직사하는 물대포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다. 가까운 곳에서 직사를 당할 경우 버틸 수 없다는 것. 심지어 균형 있는 보도를 위한다며 인터뷰에 임해 물대포는 안전하게 사용된다는 걸 말하던 또 다른 전직 의경도 당시 백남기씨가 물대포에 맞는 장면을 보더니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그는 영상을 보고 나서 되게 심각하네요. 저렇게까지 물대포 쏜 걸 본 적이 없어요..”라고 탄식했다. 15바의 강도로 직접 물대포를 맞으면 사람 살이 다 찢어져버린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러한 물대포의 위력을 전제하고 보면 백남기씨가 왜 사망에 이르렀는가를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의 담당주치의인 백선하는 사인을 병사라고 기록했고, 그 원인을 “6일 전부터 있던 급성신부전이라고 말했다. 이 의견을 근거로 명백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경찰측에서 부검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 부검이 사인을 밝히기 위함이 아니라 오히려 진실을 덮기 위한 것이라며 유족측이 반발하는 건 당연해 보인다.

 

사실 물대포의 위력을 <그것이 알고 싶다>가 보여준 것처럼 현장검증을 통해 미리 보여줬다면 이런 부검 주장이나 사인을 병사로 기록한 것이 얼마나 상식에서 벗어난 일인가는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게 아니었을까. 본인은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입각해 양심적으로 사인을 병사라 기록했다고 하지만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의식을 잃고 사망에 이른 사람의 사인이 급성 신부전증이라는 걸 누가 쉽게 믿을 수 있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2005년 쌀 개방 반대를 했던 농민대회에서 진압 과정에 자신의 방패에 의해 돌아가신 분에 대해 뒤늦게나마 사죄의 뜻을 전한 당시의 의경을 인터뷰했다. 당시 공격명령이 있었고 의경은 명령에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 그래서 진압하는 과정에서 방패에 찍혀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그 때로 돌아가면 가족들한테 무릎 꿇고 사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리고 <그것이 알고 싶다>는 당시 경찰의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 사건이 무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장면 속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공권력은 특수한 권력이고 남용될 때는 치명적이며 따라서 냉정하고 침착하게 행사되도록 통제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뜻을 밝히고 있었다. 공권력에 의해 이유가 어떻든 국민이 사망했는데도 불구하고 무조건적인 사과가 부적절하다고 말하는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당시 청문회장에서 이용호 국민의당 국회의원은 결과적으로는 어떤 사람이 중태에 이르렀다면 사과하는 게 맞지 않습니까?”라고 물었다. 여기에 대해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아닙니다. 결과가 중요하다고 해서 사람이 다쳤다고 사망했다고 해서 무조건 사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 원인과 법률적 책임을 명확히 한 이후에 해야 되는 것이지 결과만 가지고 이야기 하는 것은 대단히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라고 답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현장 검증은 백남기씨의 사인을 두고 논란을 벌이는 것 때문에 아직까지도 편안히 잠들지 못하고 있는 고인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고 있었다. 필요하면 국가기관이 해야 할 현장 검증을 일개 프로그램이 하고 있다는 것. 그 검증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라는 건 많은 시청자들이 <그것이 알고 싶다>의 현장검증에 뜨거운 반응을 보내는 이유다. 그것은 또한 앞으로도 또 벌어질 수 있는 살수차를 동원한 진압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 사람이 안타깝게 죽어갔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당연해 보이는 사인에 대한 논란으로 인해 아직까지도 그는 편안히 잠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하루속히 그를 편안히 보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것이 우리가 한 사람의 죽음 앞에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특유의 그 진실에 대한 궁금증에 접근하기 위해 직접 현장 검증을 하는 방식으로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보였다

갑갑한 현실마저 무화시킨 <판타스틱>의 판타지

 

나는 암환자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음으로 두려운 것도 없다. 후회? 그런 거 할 틈이 어딨어? 흑역사? 만들면 좀 어때? 오늘의 선물꾸러미는 오늘 다 풀어서 누리는 찬란한 지금을 살겠다! 아낌없이 사랑하고 후회 없이 저지르며... 가장 젊고 아름다운 오늘을 충분히 만끽해야지!’ JTBC 금토드라마 <판타스틱>의 이소혜(김현주)는 마치 다짐하듯 그런 글을 적는다. 글 제목은 ‘Fantastic’이라 쓰려다 고쳐 쓴 ‘FantastiCancer’.

 

'판타스틱(사진출처:JTBC)'

그녀는 왜 ‘Fantastic’‘cancer’를 붙여 ‘FantastiCancer’라 제목을 붙였을까. 글 내용 속에 들어가 있듯 ‘cancer’가 그녀의 현실이라면 그걸 받아들이는 그녀의 자세는 ‘Fantastic’이다. 내일을 기약하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두려움도 없고 후회할 틈도 없는 삶. 그래서 온전히 지금의 현재를 만끽하는 것으로 채워지는 삶. 그녀가 암환자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몰랐을 찬란한 지금의 소중함. 그래서 삶의 판타스틱과 죽음은 어쩌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 그런 의미들이 그 제목에는 담겨있다.

 

<판타스틱>이라는 드라마가 말하려는 건 그래서 그 많은 불치병 소재의 콘텐츠들이 하려던 이야기와 그리 다르지 않다. 지금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라는 것이니까. 하지만 이 드라마가 다르게 느껴진 부분이 있다. 그것은 비극적 정조를 강조하기보다는 오히려 판타스틱한 삶의 즐거움쪽에 훨씬 더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처럼 발랄하고 유쾌한불치병 소재의 드라마를 볼 수 있게 됐다.

 

이소혜는 자신이 암 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삶이 훨씬 더 풍부해졌다. 마음 속에 두고는 있었지만 과거의 오해 속에 멀리 했던 남자 류해성(주상욱)과 다시 가까워졌고 그 진심을 알게 됐다. 학창시절 둘도 없는 사이였지만 살다보니 소원해진 친구들도 다시 만났고, 암 동지 홍준기(김태훈)를 통해 어차피 모두가 같은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는 똑같은 사람으로서의 공감과 삶의 긍정 같은 걸 배울 수 있었다. 그녀가 비로소 자신의 삶을 판타스틱이라고 적을 수 있게 된 건 실로 그 암환자라는 현실을 마주하고 나서다.

 

류해성 역시 이소혜가 암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사랑을 더 굳건하게 확인하게 됐다. 그에게 암환자라는 현실보다 중요한 건 사랑하는 그녀가 앞에 있다는 것이었으니까. 그래서 하루하루를 그녀의 행복을 위해 채워나가려 노력하게 됐고, 그러면서 우주대스타에 발연기로 살아가던 삶이 비로소 진정성을 갖게 됐다. 삶의 무거움을 비로소 알게 되면서 그의 가벼움은 진짜 가벼움이 아니라 그 무거운 현실을 이겨내려는 안간힘으로 바뀌었다. 힘들어도 긍정하며 살아가려는 경쾌함 같은.

 

두 사람의 죽음을 옆 자리에 둔 사랑은 그래서 현실의 복잡다단한 문젯거리들을 오히려 무화시키는 힘을 발휘한다.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류해성의 과거를 공개해 모든 걸 망치려는 전 소속사 대표 최진숙(김정난)이나, 그로 인해 공들여 만든 드라마가 조기 종영될 위기에 처하게 된 현실 같은 것들이 물론 그들을 곤욕스럽게 만드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런 문제가 이제 그리 큰 일이 아닌 것처럼 훌훌 털어버리고 일어난다. 이소혜가 말하듯 후회할 시간도 없고 흑역사 따위 만들면 좀 어떠냐는 그런 태도. 그들 앞을 가로막는 막장의 갑질 현실은 물론 힘겹게 넘어서야 할 산이지만 두 사람의 사랑 앞에 그리 중대한 사태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판타스틱>의 이런 시각은 막장의 현실들에 대해 오히려 질문을 던지는 효과를 준다. 어차피 다 똑같이 떠날 삶에 왜 그토록 막장의 삶을 살아가는가 하고 말이다. 물론 죽음 같은 이별이 아프지 않을 리 없다. 다만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삶의 가치는 달라질 것이다. 작가는 그것을 이소혜라는 인물을 통해 말하고 있다. ‘아프지 않은 이별은 없다. 좋은 이별도 없다. 하지만 사랑이 충만한 따뜻한 이별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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