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호 PD가 발굴하면, 나영석 PD는 날개를 달아준다

 

류준열, 고경표, 안재홍, 박보검. tvN <응답하라1988>에서 시청자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4인방을 이제 <꽃보다 청춘>에서 보게 됐다.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편에 이어질 아프리카편에 이들이 출연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꽃보다 청춘(사진출처:tvN)'

이들이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편에 합류하는 그 과정은 역시 나영석 PD 다웠다. 드라마 종영 후 포상휴가로 떠난 푸켓에서 류준열, 고경표, 안재홍을 납치(?)한 것. <꽃보다 청춘>의 콘셉트로 자리잡은 준비 없이 떠나는 여행이 이번에는 푸켓에서의 납치 동행(?)이라는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치러진 것.

 

전후 사정을 전혀 몰랐던 박보검은 일찍 귀국했다가 다시 아프리카행 비행기를 탄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스럽게 후발대가 되어 아프리카에서 펼쳐질 <꽃보다 청춘>의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응답하라1988>이 팬들이라면 이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편에 대한 기대감이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 말미에 이르러 누가 남편인가를 두고 그토록 뜨거웠다는 건 결국 이 각각의 인물들에 대한 애착이 그만큼 강했다는 증거다. 그들이 드라마에서 이제 나와 여행을 통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또 서로에 대한 우정을 확인하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건 그 캐스팅만으로도 대박을 예감케 만든다.

 

그러고 보면 이미 <응답하라1994>가 화제를 남기며 종영한 후 거기 출연했던 유연석, 바로, 손호준의 <꽃보다 청춘> 라오스편이 신원호 PD와 나영석 PD의 성공적인 콜라보레이션이었던 걸 기억해낼 수 있다. 결국 그 연장선에서 보면 드라마를 통해 신원호 PD가 키워낸 인물들은 고스란히 나영석 PD의 예능 프로그램에 투입되어 확실한 시너지를 만들어왔다.

 

<응답하라1994>의 손호준은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꽃보다 청춘>에 이어 <삼시세끼> 정선편에 게스트로 출연했고 <삼시세끼> 어촌편에는 아예 고정으로 자리 잡았다. 드라마에서의 인기는 예능을 통해 훨씬 더 확장되었다. 출연자들로서 이만한 성과가 있을까.

 

드라마와 예능의 경계가 이미 허물어진 건 오래다. <응답하라> 시리즈로서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닌 예능 드라마가 아닌가. 예능적인 방식과 드라마가 절묘하게 연결되어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신원호 PD는 지금까지의 행보를 통해 증명해왔다. 그러니 이러한 독특한 드라마에서 탄생한 스타들이 나영석 PD의 예능에 안착하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신원호 PD와 나영석 PD가 만들어낸 드라마와 예능의 최강 콜라보레이션은 그래서 웬만하면 그 무엇도 당해내기 어려운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는 중이다. 이 강력한 시너지는 이들의 프로그램에 누구나 들어가고 싶은 욕망을 만들어낸다. <응답하라1997>을 할 때는 캐스팅이 어려워 굴욕을 겪기도 했다는 신원호 PD. 하지만 이 신원호 PD가 발굴하고 나영석 PD가 날개를 달아주는 최강 콜라보 시스템을 거절할 수 있는 인물은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영화 같은 <시그널>, tvN 드라마의 거침없는 행보

 

tvN의 새 금토드라마 <시그널>은 첫 회만으로도 그 압도적인 존재감을 시청자들에게 확실히 각인시켰다. 의문의 과거로부터 온 무전에서 비롯되어 이제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미제사건을 추적하는 프로파일러 박해영(이제훈)과 형사 차수현(김혜수)의 폭풍전개와 소름돋는 반전은 한 편의 영화 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첫 회가 이 정도라면 앞으로 얼마나 쫄깃한 이야기 전개가 펼쳐질 것인가. 기대감은 한없이 높아지고 있다.

 


'시그널(사진출처:tvN)'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에 디테일이 돋보이는 연출력 그리고 그 위에 극에 대한 몰입감을 한없이 높여주는 이제훈, 김혜수, 조진웅의 미친 연기가 얹어졌다. 마치 미드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건 당연한 일. 하지만 이런 완성도보다 더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건 이 드라마가 가진 정서적인 자극이다. <시그널>은 결국 정의에 대한 대중들의 갈증을 건드리고 있다. 해결되지 않은 미제사건. 하지만 본인의 실적에 흠이 가지 않기 위해 이를 그저 덮으려는 수뇌부. 그렇지만 어떻게든 진범을 잡아 정의를 실현하려는 형사들. 이 구도는 진범에 대한 갈증으로 일단 저질러놓고 보는 이제훈 같은 인물에 시청자들이 빙의하게 만드는 이유다.

 

엄청난 화제와 열풍을 일으키고 종영한 <응답하라1988>의 빈 자리를 채워주는데 이만한 드라마가 있을까. <응답하라1988>이 복고의 틀에서 따뜻한 정과 감동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적셔주었다면, <시그널>은 본격 장르물로서의 탄탄한 완성도 위에 사회 정의에 대한 대중들의 갈증을 제대로 잡아내고 있다. 만일 <응답하라1988>의 대성공이 <시그널>로도 이어지게 된다면 tvN 드라마에 대한 막연했던 대중적 기대감은 이제 확신으로까지 나아갈 전망이다.

 

이미 <응답하라1988>의 종영으로 류준열, 박보검 같은 심쿵유발자들이 사라진 자리에, tvN 월화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의 박해진과 서강준이 등장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해진이 연기하는 유정이란 인물은 달콤 살벌한 독톡한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하고 있고, 서강준이 연기하는 백인호는 여주인공 홍설(김고은)의 주변을 서성거리며 조금씩 그 숨겨진 매력을 드러내는 인물이다. 홍설에 빙의된 시청자들이라면 유정과 백인호라는 이 두 자석같은 캐릭터에 이끌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올해 들어 tvN 드라마의 행보가 심상찮다는 게 느껴진다. 그간 나영석 PD를 중심으로 <꽃보다> 시리즈와 <삼시세끼> 시리즈는 물론이고 <집밥 백선생> 같은 주중 레귤러 예능 프로그램으로 tvN이 확고한 위치를 차지했다면 올해는 그 힘이 드라마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느낌이다. <응답하라1988>이 그 스타트를 끊어주었다면 그걸 이어서 <치즈 인 더 트랩> 그리고 <시그널>이 주초와 주말에 포진해 쌍끌이를 하는 형국이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3월에는 <부활>, <마왕>, <상어> 3부작으로 마니아적인 팬들을 갖고 있는 박찬홍 감독 김지우 작가 콤비의 <기억>이 준비되어 있고, 오는 5월에는 노희경 작가가 쓰고 고현정이 출연하는 <디어 마이 프렌즈>가 라인업되어 있다. 오는 3월에 방영될 신하균 주연의 <피리 부는 사나이>도 기대작이다.

 

이제 10주년을 맞은 tvN은 아마도 올해 탄탄한 기반을 다진 예능에 이어 드라마까지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 때는 케이블 채널로서 지상파의 그림자에 가려 있던 tvN. 이제는 지상파들이 오히려 뒤따라올 정도로 콘텐츠 우위의 방송사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더 이상 마니아적인 채널이 아닌 보편적인 시청자들까지 확보한 채널로의 진입. 올해 tvN을 주목해서 봐야할 이유다.



<힐링캠프>에서 <동상이몽>으로 달라진 토크쇼의 흐름

 

SBS <힐링캠프>가 결국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김수현 작가의 신작 <그래 그런거야>가 주말 시간대에 들어가게 되면서 그 시간대에 있던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하 동상이몽)>가 대신 월요일 밤 시간대로 편성될 것이 유력한 상황. SBS 측은 아직 결정된 건 없다는 입장이지만, <힐링캠프>는 밀려날 처지에 놓였고 <동상이몽>은 더 뜨거운 시간대로 옮겨갈 것이란 건 확실해 보인다.

 


'힐링캠프(사진출처:SBS)'

사실 우연의 일치처럼 보이지만 이 변화는 작금의 토크쇼 트렌드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힐링캠프>는 물론 김제동 체제로 바뀌면서 500인의 방청객이 MC 역할을 하는 대대적인 변화를 보여줬지만 생각만큼 효과를 드러내지 못했다. 아무래도 <힐링캠프>라고 하면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건 과거 이경규, 성유리가 함께 했던 전형적인 연예인 토크쇼일 것이다.

 

연예인들을 게스트로 앉혀 놓고 MC들이 질문을 던져 그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게 만드는 <힐링캠프>는 당시에는 꽤 화제가 됐던 토크쇼였다. 1인 연예인 토크쇼 형식은 조금은 구시대적인 느낌을 줬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힐링트렌드를 끌어들여 상당히 트렌디하면서도 직설적인 어법으로 화제를 만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갈수록 시청자의 힐링이 아니라 게스트의 힐링처럼 보인 면이 추락의 원인이 되었다.

 

그래서 김제동 체제로 바꿔 부랴부랴 변화를 준 것이 일반인들의 참여였다. 500인의 방청객이 그 날의 게스트에게 직접 질문하는 형식이 그것이다. 이렇게 일반인들의 참여를 시도했지만 이것 역시 결과적으로 보면 연예인 토크쇼라는 그 틀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걸 드러냈다. 결국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연예인들이라는 타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시청자들 본인이 공감할 수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였다. <힐링캠프>가 힘겨워지고 결국 폐지 수순을 밟게 된 건 이러한 시청자들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그런 면에서 보면 <힐링캠프>가 사라지는 마당에 <동상이몽>은 이 달라진 시대의 대안적인 토크쇼 형식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동상이몽>은 유재석, 김구라 같은 쟁쟁한 연예인 MC들이 포진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이 토크쇼의 주인공은 일반인들이다. 어떤 사연을 가진 일반인들이 출연하느냐에 따라 해당 프로그램의 성패가 갈리는 토크쇼. 연예인 MC와 패널들은 다만 일반인들의 이야기에 코멘트를 달거나 공감 혹은 비공감의 입장을 드러낼 뿐이다. <동상이몽>이 가진 이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소재는 이 프로그램이 빛을 발하는 가장 큰 이유다.

 

게다가 <동상이몽>은 스튜디오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수다로만 일관하는 토크쇼와는 사뭇 다르다. 여기에는 최근의 새로운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 관찰카메라형식이 결합되어 있다. 일반인들의 사연은 이야기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관찰카메라로 가감 없이 찍혀져 부모의 입장과 자식의 입장이 나란히 보여 진다. 그러니 토크쇼가 가진 말과 스튜디오라는 한계는 이 프로그램에서는 관찰카메라가 가진 실제 장면들과 현장이라는 생생함으로 대치되면서 극복된다.

 

<힐링캠프>의 시대가 가고 <동상이몽>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것은 한 때를 풍미했던 연예인 토크쇼 형식은 퇴조하고 일반인 토크쇼와 관찰카메라가 접목된 새로운 형식이 들어서고 있는 상황을 상징하는 것만 같다. 이 달라진 트렌드 속에서 연예인들의 위치도 달라지고 있다. 그 전에는 중심에 섰던 연예인들이 이제는 일반인에게 그 자리를 내주고 대신 그 옆자리를 자처하고 있다. 시대의 변화를 읽어낼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한번 더 해피엔딩>, 빠른 전개에도 감정몰입 괜찮은 까닭

 

거칠 것이 없다. MBC 수목드라마 <한번 더 해피엔딩>의 전개 속도는 그 어떤 로맨틱 코미디보다 빠르다. 첫 회에 만난 한미모(장나라)와 송수혁(정경호)은 낯 술 한 잔으로 결혼 직전까지 달려간다. 결혼서약서에 친구인 구해준(권율)까지 동석시켜 사인까지 한다. 물론 서약서는 다행히(?) 접수되지 않았지만 만남에서 결혼까지 조금씩 진행해가는(심지어 어떤 로맨틱 코미디는 이 과정이 전부인 경우도 많다) 드라마와는 너무 다른 빠른 전개다.

 


'한번 더 해피엔딩(사진출처:MBC)'

2회에서는 술이 깬 한미모와 송수혁이 모든 게 술 때문이었다며 전 날 벌어진 일들을 그냥 해프닝으로 치부하고, 한 밤 중에 어지럼증을 느껴 응급실로 실려온 한미모가 송수혁의 친구인 구해준을 만나 첫 눈에 빠져버리는 이야기까지 흘러간다. 한미모는 구해준을 보고는 대놓고 재혼할 결심을 갖는다. 2회만에 결혼 직전까지 간 남자와 재혼 결심을 하게 만드는 남자, 그렇게 삼각관계가 일사천리로 이뤄진다.

 

<한번 더 해피엔딩>의 이런 빠른 전개와 속도감은 이 로맨틱 코미디가 다루고 있는 것이 한번 갔다 온(?) 재혼 커플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미 알 것 다 아는 남녀들이어서인지 숨기고 내숭 떨고 하는 것이 이 드라마에서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대신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또 좋으면 뭐가 좋다는 식으로 직설적으로 드라마가 흘러간다. 그 호불호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심지어 성적인 면도 숨기지 않는다.

 

장나라라는 배우가 가진 로맨틱 코미디의 연장으로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른바 장나라표 로코는 귀엽고 솔직한 캐릭터로 여성들의 공감대가 크다. 그 솔직하게 망가지는 모습에 한껏 웃음을 주면서도 순간 짠해지는 공감도 놓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장나라는 원숙함을 덧붙였다. 이미 한 번 결혼하고 돌아와 재혼을 꿈꾸는 커리어 우먼으로서 거칠 것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간 지상파드라마에 얼굴을 잘 드러내지 않았던 정경호는 JTBC <무정도시><순정에 반하다>에서 꽤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한번 더 해피엔딩>에서 정경호는 훨씬 더 일상으로 내려온 듯한 편안한 얼굴이다. 의외로 웃음을 주는 과장 연기에도 능하고 동시에 아들을 가진 아빠로서의 진중한 연기도 자연스럽게 소화해낸다.

 

이렇게 단 2회 만에 굉장히 많은 감정적 굴곡을 보여주는 빠른 전개의 드라마가 가능하려면 그것을 소화해내는 연기자가 그만큼 감정연기에 능수능란함을 갖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장나라는 물론 이런 역할에 베테랑이지만 정경호의 로맨틱 코미디 연기도 만만찮게 자연스럽다. 한껏 웃음을 주다가 갑자기 자신의 처지를 드러내며 눈물을 터트리는 장나라나, 사별한 아내의 이야기 앞에 짐짓 아련해지는 정경호의 감정 연기는 빠른 전개 속에서도 드라마가 단단해보이게 만드는 이유다.

 

결혼만큼 이혼도 늘고 있는 현실이다. 당연히 결혼이나 재혼에 대한 생각도 달라질 수밖에 업다. 남녀 사이의 때론 달달하고 아프면서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로맨틱 코미디의 재미만큼 이 달라진 세태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재미도 충분하다. 무엇보다 그 중심을 잡아주는 장나라와 정경호의 연기력과 매력이 재혼이라는 소재와 잘 맞아 떨어지며 돋보이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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