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상 된 대종상, 누가 참가하겠나

 

국민이 함께 하는 영화제인데 대리 수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참석하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주기로 결정했다.” 공식기자회견 자리에서 대종상측이 이런 입장을 밝혔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제 아무리 참석을 독려한다는 취지로 했다고 하더라도 그걸 그런 식으로 공표하는 건 무리수 중의 무리수라고밖에 볼 수 없다.

 


사진 : 제52회 대종상영화제 포스터

물론 대종상측의 입장이 일견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결국 시상식의 꽃은 역시 연기자들이다. 어떤 스타가 참석하느냐에 따라 시상식의 위상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니 대리수상이 남발되는 것은 피해야할 일이다. 그래서 그런 식의 엄포를 놓은 것일 게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도대체 언제 적 대종상인가. 대종상의 권위와 위상이 땅에 떨어진 건 이미 오래 전이다.

 

오죽하면 대충상이라고까지 불리게 됐을까. 상영도 안된 영화에 상을 주고, 대중들의 공감을 얻을 수 없는 시상에 심지어 몰아주기식 시상으로 매 해 빈축을 사왔던 대종상이다. 그러니 공정성에 흠집이 간 건 오래고 신뢰도 권위도 없는 상이 되어버렸다. 가장 오래된 영화상이라는 수식어는 오히려 구태의연한 관행으로 점철된 영화상이라는 의미처럼 들리게 되었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 대종상은 참가하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는다고 엄포가 아닌 사정을 해도 모자랄 일이다. 배우들의 대거 불참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대종상이 밝힌 대로라면 논란이 불거진 대로 상은 참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좋은 작품에서 열심히 연기를 해 그 공정한 평가를 받은 것이 아니라 시상식에 얼굴을 내밀었기 때문에 받는 듯한 그 뉘앙스는 연기자들로서는 부담스럽고 불편하기 그지없는 일이 된다.

 

유아인, 하정우, 엄정화, 한효주, 김혜수, 황정민, 전지현 등등 모두가 자신들의 스케줄을 이유로 불참을 양해하고는 있지만 이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빠져나간 건 단지 우연적인 일로 보기는 어렵다. 그 시상의 불편함이 몇몇 연기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들었을 테고 그건 도미노처럼 다른 연기자들의 불참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다들 빠져나가는데 혼자 나가 앉아 있는 것도 우스운 꼴이 되지 않겠는가. 그것도 참가상이라는 오명까지 덧붙여지니 더더욱.

 

참가를 독려하려 했다면 공표할 일이 아니라 조용히 배우들에게 협조를 요청했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대종상측의 경거망동은 그잖아도 땅에 떨어진 상의 권위를 더 바닥으로 내팽개쳐버린 결과로 이어졌다. 도대체 왜 이런 자충수를 두게 된 것일까.

 

가장 큰 것은 대종상측이 아직까지도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는 권위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그간 매해 반복되어온 시상의 잡음들은 대중들의 외면을 불러왔다. 그 누구도 대종상의 권위가 예전 같지 않다고 여기는 마당에 주최측만은 그걸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대종상이 앞으로도 계속 존속하기를 원한다면 대중들이 이 상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냉정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오랜 상의 역사는 그 자체로 권위가 될 수는 없다. 그것이 꾸준히 대중들과 공감대를 유지하고 있을 때만이 그 역사는 비로소 권위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권위도 없고 소통도 되지 않는 상. 어쩌다 참가상이 되어버린 대종상에 참가할 연기자가 누가 있겠는가.



빅브라더가 아닌 <빅프렌드>, 그 참신한 역발상

 

2회 짜리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MBC <빅프렌드>는 참신한 기획이 돋보이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이미 <마이 리틀 텔레비전>TV와 시청자의 직접적인 소통의 물꼬를 열어 놓았다면 <빅프렌드>는 그 바탕 위에서 이렇게 모인 시청자들이 그저 수동적으로 방송을 보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방송의 주역이 될 것을 요구한다.

 


'빅프렌드(사진출처:MBC)'

첫 회가 얼미남얼굴이 미안한 남자들을 출연시켜 500인의 빅프렌드가 제안하는 갖가지 조언들을 통해 그들의 긍정적인 변화를 바라보는 이야기로 이 콘셉트가 가진 재미의 일면을 보여주었다면 2회는 현장에서 고생하는 한 소방관의 기분 좋은 하루를 만들어주기 위해 직접 현장으로까지 달려와 저마다 그 고마움의 마음을 전하는 훈훈한 감동을 전해주었다.

 

늘 출동대기를 위해 5분도 채 걸리지 않고 뚝딱 밥을 때우기 일쑤고, 언제 출동할지 알 수 없이 작업화를 벗지 않으며, 현장에서는 곧 무너질 듯한 집에 사람을 구조하기 위해 제 한 몸을 기꺼이 던지는 소방관. 그 사연은 마치 휴먼다큐의 한 장면처럼 감동적이다. 그러니 이를 본 500인의 빅프렌드가 기꺼이 이 소방관의 웃음을 보기 위해 나선다는 건 그 자체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만든다.

 

사실 <빅프렌드>가 떠올리게 하는 건 빅브라더혹은 SNS 상으로 군집하는 대중들의 이미지다. 빅브라더가 미디어의 권력화를 얘기한다면 군집한 대중은 그렇게 모여 세상을 바꿔나가는 긍정적인 의미와 또 때로는 한 개인을 파괴하기도 하는 부정적인 힘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빅프렌드>는 뉴미디어 시대에 방송 권력이 빅브라더가 되는 것을 탈피하고, 또한 대중의 힘이 긍정적으로 발휘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실로 SNS의 힘이란 대단하다. 그것은 시간과 장소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게 해주고 하나의 뜻으로 이어진 여러 사람들의 마음은 의외로 거대한 힘이 되어 살만한 세상을 꿈꾸게 해준다. 방송은 그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해주는 것이고, 사실상 <빅프렌드>는 이 땅에 살아가는 일반인들에게 마음이 하나로 묶일 수 있는 기회의 공간을 열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빅프렌드>의 힘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백지연이나 장동민에게서 나오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날의 주인공인 소방관 아저씨나 의기소침해 있는 얼굴이 미안한 남자가 가진 삶의 이야기에서 그 힘이 생겨난다. 여기에 그들에게 공감하거나 그 삶에 개입하고픈 500인의 타인들이 나머지 반의 힘을 만든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그렇게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우리를 확인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프로그램은 보는 즐거움을 만들어낸다.

 

이것은 최근의 예능 프로그램 트렌드와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그간 스튜디오 예능 프로그램들로서 연예인 토크쇼가 그 트렌드를 소진하면서 대신 등장한 건 일반인들이다. 그래서 그 일반인들과 연예인이 공존하는 새로운 예능들이 선전하고 있다. 그 대표격은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같은 프로그램. 일반인의 사연과 그 사연에 대해 각주를 달아주는 연예인들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있다는 점에서 <빅프렌드> 역시 <동상이몽>처럼 그 새로운 트렌드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현재 방송 프로그램의 관건은 어떻게 하면 저 모래알처럼 많은 일반인들의 이야기들을 방송의 소재로써 끌어올 것인가가 될 것이다. 여기에 연예인들의 역할은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해주고 동조해주는 것이 된다. 그런 면에서 보면 <빅프렌드>는 새로운 시대에 걸 맞는 괜찮은 형태의 예능 프로그램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너무 과한 개입은 때론 시청자들의 자연스러운 감동을 오히려 저해할 수 있지만, 그래도 SNS 하면 먼저 떠오르는 무수한 악플들의 이미지를 역발상으로 풀어낸 <빅프렌드>의 기획의도는 실로 참신하다 할 것이다



<달콤살벌패밀리>, 드라마에서도 조폭이야기 봐야 하나

 

또 조폭인가. MBC의 새 수목극 <달콤살벌패밀리>의 정준호를 보며 아마도 시청자들은 <두사부일체>를 떠올렸을 지도 모르겠다. 그 영화에서의 정준호 이미지가 워낙 강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거기서부터 비롯해 그가 출연한 꽤 많은 영화들이 대부분 조폭영화라는 것 때문이다. <가문의 영광>, <나두야 간다>, <거룩한 계보>, <유감스러운 도시> 등등 정준호와 조폭 영화는 마치 잘 어울리는 짝패처럼 보인다.

 


'달콤살벌 패밀리(사진출처:MBC)'

게다가 <달콤살벌패밀리>에 함께 출연하고 있는 정웅인은 또 정준호와 그 조폭영화에서 꽤 자주 동반 출연했던 배우다. <두사부일체> 시리즈가 그렇고 <유감스러운 도시>도 그렇다. 그러다 보니 <달콤살벌패밀리>는 늘 그랬던 정준호표 조폭영화의 드라마 버전 같은 느낌을 준다. <달콤살벌패밀리><두사부일체>가 그렇듯이 이중생활하는 조폭의 이야기다. 학생에서 가장으로 그 역할이 바뀌었을 뿐이다.

 

이러니 첫 회부터 그 이야기는 너무나 뻔해진다. 밖에서는 살벌한 조폭이지만 집안에서는 아내 눈치보고 사고뭉치 자식들 말이라면 뭐든 다 들어주는 프렌디에다 부모를 위해서는 사비를 털어 사기당한 걸 대신 메워주는 효자 중의 효자다. 즉 이 이야기는 영화 <우아한 세계>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않는다. 가장의 어려움을 조폭이라는 세계를 통해 극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다.

 

항간에는 이제 드라마에서도 조폭 이야기를 봐야하느냐는 볼멘 소리까지 나온다. 물론 소재의 한계가 정해져 있는 건 아닐 게다. 하지만 이런 비판의 소리가 나오는 건 한 때 명절 때만 되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개봉되던 그 많은 조폭 영화들에 쏟아졌던 비판의 연장선이다. 조폭을 미화한다는 얘기에서부터 너무 뻔한 소재를 무한 반복한다는 얘기까지. 그 비판들로 인해 조폭을 엮은 코미디 영화들은 이제 영화관에 잘 걸리지 않는다.

 

물론 <달콤살벌패밀리>가 그리려는 건 조폭 그 자체가 아닐 것이다. 기획의도에도 나와 있듯이 그것은 이 시대의 가장의 이야기다. 주먹과 칼만 휘두르지 않았지 이 시대의 가장들이 겪는 사회생활은 여러모로 조직 생활을 닮아 있다. 언제 어느 순간 자신의 목이 날아갈지 모르는 그 불안감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을 위해 뛰고 또 뛰는 게 우리 시대의 가장이니까.

 

하지만 이 설정 자체도 그리 신선하게 다가오지는 않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남은 건 코미디다. <개그콘서트> 등에서 그토록 많이 나왔던 조폭 소재의 코미디가 그러하듯이 비슷한 조폭 이야기라도 그 코미디가 빵빵 터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달콤살벌패밀리>의 조폭 코미디 역시 새롭지는 않다. 그저 충청도 사투리가 주는 묘미 정도랄까.

 

<그녀는 예뻤다>가 만들어낸 기대감의 후속으로서 <달콤살벌패밀리>는 너무 못 미치는 느낌이다. 그것은 너무 뻔한 소재에 늘 봐왔던 캐스팅 그리고 새롭다 할 수 없는 이야기와 코미디 설정이 그저 버무려져 있을 뿐, 이 드라마만의 고유한 색깔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니 이제 드라마에서도 조폭 이야기를 봐야 하느냐는 얘기가 나오는 게 아닐까. 너무 익숙하다보니 <달콤살벌패밀리>는 달콤하지도 살벌하지도 않으며 그럼에도 늘 패밀리가 등장하는 그런 드라마처럼 느껴지게 되었다. 물론 첫 회가 주는 인상일 뿐이지만 과연 이 드라마는 이런 난관들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논란만 가중시킨 <슈퍼맨><장영실>의 콜라보

 

송일국이 KBS 대하사극 <장영실>에 출연하겠다는 의사를 보였을 때 많은 이들이 우려를 표했다. 그가 이미 출연하고 있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장영실>을 동시에 소화해낸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저 보통의 드라마라면 모를까 <장영실>은 사극이다. 사극은 그 특성상 노동 강도가 높고 때로는 산 속에 들어가 며칠씩 촬영을 하기도 한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사진출처:KBS)'

그래도 KBS로서는 송일국을 <장영실>에서도 또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도 포기하기 어려웠을 게다. 송일국은 <주몽> 이후에 이렇다 할 연기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주몽>에서 보여줬던 그 저력은 여전히 사극에서 그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사실상 송일국과 삼둥이에 의해 견인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하차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KBS가 생각해낸 건 이 둘을 엮어보려는 것이었나 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송일국이 아이들에게 아빠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아냐고 물어보고 그걸 잘 모른다고 하자 배우라고 말해주지만 여전히 그게 뭔지 모르는 모습을 보여준 건 다분히 <장영실>과의 연계를 염두에 둔 포석처럼 보인다.

 

그리고 역시나 아빠 송일국의 <장영실> 촬영현장을 찾은 삼둥이의 모습이 스틸로 공개됐다. 그 사진 속에서 삼둥이는 거지 분장을 한 채 흙바닥에서 장난을 치고 송일국이 태워주는 수레에서 즐거워하는 모습이다. <장영실>을 찍으면서 송일국은 그렇게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 간간히 그 비하인드를 삼둥이와 함께 보여줄 수 있다. 그건 <장영실>이라는 사극의 자연스러운 홍보효과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이 홍보효과가 거꾸로 역효과를 내고 있다. 사진 몇 장이 공개된 것뿐이지만 금수저 논란까지 가세되는 모양새다. 배우인 아빠를 둔 아이들이 촬영현장에 가서 분장도 하고 사극을 체험하는 모습은 일상적인 아빠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아이들이 거지 분장을 하고 나오자 항간에는 흙수저 흉내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겠나. 다만 그걸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정서가 그리 곱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송일국과 삼둥이에게 만들어지고 있는 금수저 이미지<장영실>이라는 사극에도 그다지 도움이 될 것 같지가 않다. 장영실이 누구인가. 천출로 태어나 평생을 노비로 살아갈 뻔한 인물이다. 그러니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때만 되면 화보모델처럼 단장하고 나와 사진을 찍고 그것이 화제가 되는 집안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고 할 수밖에 없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장영실>의 만남이 그다지 좋은 효과를 낼 것처럼 여겨지지 않는 건 그래서다. 아이들이 너무 많이 방송에 노출되고 소비되는 것에 대해서 시청자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또한 서민들의 삶과는 너무나 다른 그 괴리감에 불편함도 호소하고 있다. 만일 이러한 우려와 불편함이 <장영실>이라는 드라마를 보는 데에도 어떤 몰입감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면 그 후폭풍은 송일국이 고스란히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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