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밴드’의 탈락자 선별 기준이 모호하다는 건

 

JTBC <슈퍼밴드>는 요즘 보기 드문 음악 프로그램이다. 오디션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승패보다, 특별한 조합으로 구성된 밴드들이 어떤 무대를 보여줄 것인가가 시청자들이 매료되는 지점이다. 밴드 오디션이기 때문에 다양한 악기들이 등장하고, 이들이 한 팀으로 묶여 만들어내는 음악은 실험적인 성격을 띤다.

 

이미 알고 있는 애드 시런의 ‘Castle on the hill’ 같은 노래도 아일, 김영소, 홍진호, 노마드가 하면 달리 들리는 건, 그 악기 구성과 프로듀싱에 따라 완전히 다른 해석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또 디폴 같은 미디어 아티스트의 참여는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의 주제가를 독창적으로 해석하게 해주고, 과학선생 안성진 같은 개성 강한 참가자에 의해 화학식을 가사로 담아낸 ‘대리암’ 같은 노래가 열광적인 반응을 얻기도 한다.

 

어떤 조합이 새로운 밴드가 되고, 그들이 어떤 음악을 들고 나올지 전혀 예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슈퍼밴드>는 그 기대감이 계속 유지된다. 또한 참가자들도 무대를 보며 함께 하고픈 멤버와 음악적인 구상을 상상한다. 게다가 일종의 평가를 하는 프로듀서들도 거의 호평 일색이다. 그러니 경쟁이 앞서는 오디션이라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다양성과 실험 가득한 밴드 음악의 축제 같은 분위기가 한 순간에 지워지고 대신 이것이 결국은 오디션이었다는 현실이 드러나는 지점을 피할 수는 없다. 애초 오디션 형식이 아니었다면 모를까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결국 누군가는 탈락해야 한다는 것.

 

본선 3라운드에서 패배한 케빈 오 팀, 이나우 팀, 디폴 팀, 이종훈 팀, 박지환 팀, 신현빈 팀이 전원 탈락 후보가 된 건 그들이 못해서가 아니다. 그들은 저마다 구성된 팀으로 최선의 무대를 선보였고,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한 성취를 보였다. 다만 1대1 팀 대결을 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약하게 보였던 팀으로 떨어졌을 뿐이다. 디폴 팀이나 박지환 팀이나 다 잘했지만 프로듀서들의 취향적 선택이 그들을 뽑지 않았을 뿐.

 

그래서 <슈퍼밴드>는 탈락자 발표가 더더욱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심지어 같이 경쟁해서 이긴 팀도 진 팀에서 탈락자가 나온 사실에 마음 아파한다. 박지환을 라이벌로 지목해서 이긴 벤지가 박지환보다 더 눈물을 흘린 건 그래서다. 이번 무대를 선보인 박지환 팀에서 아코디언 연주자 이자원과 클래식 기타리스트 김우탁이 모두 탈락했기 때문이다.

 

물론 워낙 저마다의 개성이 뚜렷하고 확실한 실력을 갖춘 음악인들이기 때문에 누가 탈락을 맞게 되도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그만큼 탈락자들에게도 참가자들이나 프로듀서들 그리고 시청자들까지 그만한 애정이 생겼기 때문에 생겨나는 충격이다. 하지만 아쉬운 건 이렇게 큰 충격을 주는 탈락자 선정이 거의 대부분 프로듀서들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프로듀서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소신과 취향이 반영된 기획적 마인드로 향후 구성될 밴드의 그림을 그릴 것이고, 그래서 그 그림에 다소 맞지 않는 이들을 탈락자로 선정할 것이다. 물론 그들도 탈락자를 선정한다는 것 자체를 안타깝게 여기겠지만 오디션이라는 룰이 그렇고 프로듀서라는 롤이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런 선택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에게 온통 탈락자 선정의 짐을 지우는 일은 이 정도로 관심과 애정이 커진 상황에서는 너무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예를 들어 박지환 팀에서 연주자 두 명이 탈락하게 된 건 프로듀서들이 생각하는 그림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겠지만 이를 보는 시청자들은 의아하게 느껴질 수 있다. 다양한 연주자들이 있어 더 <슈퍼밴드>를 재밌게 본 시청자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슈퍼밴드>의 탈락자 선정이 특히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건 그들에 대한 애정이 그만큼 크고 우열을 가르기 힘든 기량들을 저마다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탈락 기준이 모호한 선정과정 때문이기도 하다. 향후 밴드 구성이 되고 그들이 경연을 벌이는 과정에서 좀 더 분명한 기준들이 필요해 보인다.(사진:JTBC)

 

‘골목식당’, 준비 안 된 창업 얼마나 무모한 일일까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여수 꿈뜨락몰 편은 ‘무모한 창업’의 심각함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생각해보면 이번 편만큼 준비 안 된 가게들이 있었을까 싶다. 프로그램을 르뽀로 만들어버린 위생불량 꼬치집과 다코야끼집이 첫 회 등장했을 때 이미 이 가게들이 얼마나 기본이 되어 있지 않았는가를 시청자들은 실감한 바 있다.

 

꼬치집은 특히 심각했다. 청소를 하지 않아 꼬치양념이 석쇠 밑으로 떨어져 마치 화석처럼 되어버린 상황도 문제였지만, 기성품을 사다가 수제꼬치라고 내다 파는 건 더 심각해보였다. 그래서 청소를 직접 구석구석 하라고 백종원이 미션을 주었지만, 그마저 아는 사람들을 동원해 했고 마치 자신이 다 한 것처럼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 ‘진정성’마저 의심받게 됐다. 위생상태, 음식 게다가 가게를 하는 마인드까지 되어있지 않은 집이 과연 장사를 해서 성공할 수 있을까.

 

다코야끼집은 뒤늦게 본인이 하고 싶다는 만두집으로 바꿨지만, 만두를 빚는다는 것이 하루아침에 되는 일은 아니라는 걸 실감하게 됐다. 백종원이 애초에 말했지만 만두집은 달인 수준으로 손에 익지 않으면 손님을 원활하게 받기가 어렵다는 것. 처음에는 시제품 만두피를 사다 하던 사장은 그나마 백종원의 조언을 듣고 직접 밀가루로 만두피를 만들었고, 나름 지역색을 살린 만두소도 개발해 이제 그럴 듯한 만두를 내놓는 정도가 됐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만큼 준비 안 된 집이 덜컥 하고 싶다고 만두집을 해도 되나 싶다. 백종원의 도움이 없었다고 생각하면 결코 가능한 일이 아니지 않나.

 

버거집은 곧잘 수제버거를 만드는 집으로 보였지만, 자꾸만 흔들리는 모습이 자기 음식에 대한 확신이 없어보였다. 백종원은 그렇게 소신과 고집 없이 이리저리 휘둘리는 버거집 사장님에게 그러다 보면 ‘손님에 의해 끌려 다니게 된다’고 했다. 이런 자신 없는 모습은 문어집 사장에게서 더 잘 드러났다. 문어집 사장은 한 때 문어로 음식경연대회에서 상을 받았던 기억 때문에 문어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었고, 그렇지만 이렇다 할 메뉴를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하루에도 문어를 포기하겠다고 했다가 다시 문어를 재료로 하는 요리를 하겠다고 하는 등 갈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기 음식에 대한 확신도 없이 어떻게 그것을 손님들에게 내놓을 생각을 할까.

 

그나마 이 꿈뜨락몰에서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있는 집은 돈가스집과 양식집이었다. 돈가스집은 처음에는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본래 자신이 하려다 놨던 삼치삼합가스를 백종원의 조언대로 ‘삼치앤칩스’로 바꿈으로써 돌파구를 찾았다. 어느 정도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백종원의 조언 하나가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었던 것. 양식집은 이번 꿈뜨락몰편에서 ‘우등생’으로 꼽히며 이미 거의 완성단계에 있던 파스타들을 내놔 백종원을 감탄하게 했고, 백종원은 여기에 갓김치 파스타 레시피를 도와줌으로써 별다른 솔루션 없이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돈가스집과 양식집을 빼놓고 생각해 보면 나머지 가게들이 만일 백종원과 이 프로그램을 만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자못 궁금해진다. 과연 이들 가게들은 자생적으로도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준비 안 된 무모한 창업이 가진 심각함을 이번 <백종원의 골목식당> 꿈뜨락몰 편은 보여주고 있는 것만 같다.(사진:SBS)

'WWW', 걸 크러시 3인의 일과 사랑 기대되는 이유

 

첫 회부터 강렬하고 속도감 있다. tvN 새 수목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이하 WWW)>의 첫 회가 좋은 느낌을 주며 기대감을 높인 건, 이 드라마의 중심축이 될 세 여성 캐릭터 덕분이다. 유니콘 서비스 전략 본부장인 배타미(임수정), 유니콘의 경쟁사인 바로의 소셜본부장 차현(이다희) 그리고 유니콘의 대표이사인 송가경(전혜진)이 그들이다.

 

물론 이 세 인물이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된 건, 이 드라마가 배경으로 삼고 있는 포털 사이트업체의 ‘실시간 검색어’를 두고 벌어지는 정치권과의 대결구도라는 흥미진진한 소재가 있어서다. 드라마는 대선 기간에 올라오는 ‘실시간 검색어’를 두고 이를 조작(?)이라 부르는 정치권과 그것은 늘 해오던 회사의 방침이라 주장하는 포털 사이트업체 간의 갈등을 담았고, 이 때문에 청문회에 나가게 된 배타미의 똘끼 가득한 한 방을 보여주며 이 캐릭터에 대한 매력을 이끌어냈다.

 

TV토론회에서 후보의 불륜설이 나오고 그것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지만, 유니콘 대표이사 송가경의 지시에 의해 순식간에 지워지는 사태가 벌어지고, 그것 때문에 배타미가 대신 청문회에 나가게 되는 것. 하지만 배타미는 청문회에서 오히려 자신을 저격하려는 국회의원이 인터넷을 통한 미성년 성매매를 하려 했다는 증거를 꺼내놓음으로써 모든 관심을 유니콘 사태가 아닌 국회의원 성매매로 바꿔버린다.

 

첫 회에 배타미와 국회의원의 대결을 통해 그려지는 건, 이 배타미라는 인물이 만만찮은 걸 크러시 캐릭터라는 것이다. 순진한 선을 추구하는 그런 인물이 아니라, 이기기 위해서는 어떤 폭탄도 날리는 그런 캐릭터. 여타의 멜로드라마 구도에서 우리가 흔히 봐오던 그런 여성 캐릭터들과는 사뭇 다르다. 일에서도 사랑에서도 배타미라는 인물이 향후 어떻게 주도권을 쥐고 이를 쟁취해나갈지 자못 기대가 되는 대목이다.

 

<WWW>가 기대감을 만드는 건, 배타미 뿐만 아니라 차현과 송가경이라는 캐릭터들 역시 만만찮은 걸 크러시의 느낌을 준다는 점 때문이다. 차현은 주짓수 고수로 웬만한 남자 하나쯤은 쉽게 때려눕힐 수 있는 완력의 소유자로, 배타미와 향후 어떻게 일로서 엮어질지 또 그가 어떤 남자를 만나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해나갈지 궁금해지는 캐릭터다. 이런 점은 재벌가 시댁에 묶여 시어머니(회장님)가 시키는 대로 하기 싫은 일도 해야만 하는 위치에 놓은 얼음마녀 같은 송가경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마치 새장에 갇혀 있는 것처럼 모든 걸 포기한 듯 얼음처럼 차갑게만 보이는 이 인물은 어떻게 일과 사랑에서 자기 자신을 찾아갈 수 있을까.

 

사실 멜로드라마라고 하면 그 이야기 구조는 너무 많이 반복되어 뻔한 면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멜로드라마가 시대에 따라 계속 변주되고 사랑받을 수 있는 건 당대의 달라진 시대 분위기와 정서를 담아냈을 때다. 그런 점에서 보면 <WWW>는 인터넷 검색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디지털 시대의 여성상들과 그들이 맞이하는 새로운 방식의 일과 사랑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무엇보다 전면에 여성 캐릭터들을 부각시키고 중심에 세우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WWW>라는 제목은 그래서 굉장히 중의적으로 다가온다. 그것은 포털사이트로 대변되는 ‘검색의 시대’를 의미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세 여성(Woman) 캐릭터를 의미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이 일터에서 어떻게 자신을 성장시켜나갈지 또 사랑을 통해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나갈지 앞으로도 계속 ‘검색’해보고 싶은 그런 이야기가 바로 <WWW>가 아닐까.(사진:tvN)

'유퀴즈',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

 

길을 걷다 우연히 만나게 된 꽃밭. 한 편에 놓인 원두막이 이채로워 잠시 쉬어가는 유재석과 조세호. 꽃들 사이로 날아다니는 나비들이 하늘하늘 마음까지 설레게 만든다. 그 길 가에서 만난 한 꽃에 물을 주고 계신 할머니. “어째서 여기가 이렇게 예쁩니까?”하고 묻자 대뜸 “사람이 예쁘니까 예쁘지”라고 답하신다. 그 말씀에서 벌써부터 어딘가 남다른 깊이가 느껴진다.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이 찾아간 인천의 어느 마을. 그 마을은 특이하게도 한 가운데 커다란 꽃밭이 있고 원두막도 있다. 그 꽃밭에 “주인이 있느냐”는 유재석의 질문에 할머니는 “주인은 없어”라고 말씀하신다. 대신 그 곳에 어떻게 꽃밭이 되었는가하는 그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쓰레기가 너무 많이 차는 거야. 그래서 꽃을 자꾸 심다 보니까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이 오더라고.”

 

본래는 관광지가 아니라 황무지였고, 쓰레기 때문에 꽃밭이 생겼다는 그 말은 너무나 역설적이다. 마치 한 편의 동화를 듣는 것만 같은 이야기. 보라색 라벤더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그 곳에서 유재석과 조세호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경탄하며 들었다.

 

“여기 포도나무 심어놨더니 어떤 도둑님이 와갖고 지난해 싹 다 따갖고...” 서운함이 있을 이야기지만 너무나 천진하게 말씀하시는 그 모습에서 할머니가 생각하는 삶의 모양이 그려진다. “우리 포도 따먹은 도둑님은 배 안 아프셨는지 좀 묻고 싶습니다. 올해는 따가지 마십시오. 동네 사람 나눠먹게.” 밝게 웃으며 그렇게 말씀하시는 모습에서 사람에 대한 할머니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인터뷰 해봐야 별 볼일 없다며 손사래 치시는 68세 꽃밭 요정 하유자 할머니와 나누는 이야기. 이름이 별로 안 예쁘다며 할머니는 “아버지가 나를 가진 지 3개월 만에 돌아가셔서 유복자라서 유자라고 지었다”는 이름에 얽힌 사연을 들려주신다. 아버지가 없어 나물죽을 먹을 정도로 어려웠다는 당시 열아홉 소녀는 낯선 서울로 돈 벌러 오게 됐다고 한다. “공순이였지 말하자면.” 그러다 지금 사는 집을 사게 됐을 때 굉장히 행복했더란다.

 

그리고 할머니가 사시는 동네 자랑이 이어진다. 알고 보니 그 꽃밭은 현재 ‘도로부지’로 언제 개발이 될지 알 수 없는 곳이었다. 마을을 관통하는 8차선 도로의 부지였던 것. 도로 하나가 마을들 사이에 놓여 왕래를 끊어버릴 수 있다는 소식에 세 사람이 뭉쳐서 반대를 하기 시작한 거라고 했다. 할머니는 이 꽃밭이 앞으로도 이대로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도심 속에 ‘작은 쉼표’ 같은 공간이 아니냐며.

 

유재석은 오랜 만에 나비를 봤다고 했고, 조세호는 산새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세 분이 나서서 시작된 일이지만 마을 사람들이 사비를 들여 무려 7-8년 간이나 가꾸게 된 꽃밭. “나를 위로해주는 것 같아요. 꽃 피워주고 새싹 피워주고 내가 해준 것만큼 저 꽃송이들이 커요. 내가 물 주고 사랑 준 것만큼... 사는 게 뭐 별거 있나. 여기 사람들은 가난하지만 참 좋아요.”

 

지우개로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냐는 질문에 하유자 할머니는 딸에 대한 미안함을 털어놨다. “내가 인자 식당을 하고 그렇게 살아가는데 우리 딸이 엄청 힘들었어요. 맨날 미안해. 다 못해줘가지고.” 딸 역시 당시의 어려움을 회상했다. “저희 어머니는 가게 식당을 하셨는데 저는 초등학교 때도 말 그대로 쟁반 들고 배달을 나가야 됐었어요.” 할머니는 끝내 딸에 대한 미안함에 눈물을 보였다. “우리 정은이한테 내가 많이 미안해요. 어릴 때는 앞만 보고 살아서. 우리 딸한테 미안한 거 밖에 없었요. 아유 눈물 나.”

 

하지만 딸은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했다. “항상 엄마는 나한테 많은 거를 베풀어주셔서 감사해요. 정말 괜찮다고. 괜찮다는 얘기가 제일 하고 싶어요. 엄마가 가지고 있는 거 뭐든 최선을 다해줬다고. 조금 쉬셔도 될 것 같다고. 엄마. 괜찮아. 그리고 많이 고맙고. 많이 사랑한다고 얘기 못해줘서 미안해요. 엄마 사랑합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걸 느끼게 되는 모녀의 애틋한 마음이라니.

 

이 날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부제로 ‘개화(開花)’라 붙였다. 인천이라는 지역이 가진 ‘개항’의 의미, ‘개화기’의 의미가 더해져 붙여진 부제처럼 보였지만, 그건 꽃밭이 된 황무지를 뜻하는 것이기도 했고, 그 꽃밭을 만든 꽃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들을 뜻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 20회를 지나오며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나가야할 길을 말해주는 것처럼 들렸다. 세상에 넘쳐나는 아름다운 저마다의 삶을 꽃피운 사람들을 찾아가 피워내는 일. 그렇게 하다보면 어느 새 많은 이들이 찾아와 쉬어갈 수 있고 위안 받을 수 있는 꽃밭이 되어 있으리라는 것.(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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