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무슨 자신감? ‘골목’ 오랜 경력이 모든 걸 말해주는 건 아닌데

 

10점 만점에 100점이란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찾은 평택역 떡볶이집 사장님은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무려 23년 경력의 떡볶이집이라니 그럴 만도 해 보였다. 하지만 어딘가 그 자신감이 과신처럼 느껴지는 면들이 있었다. 안이 잘 보이지 않는 창에 가려져 있어 가게 앞에서도 영업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외관이 그랬다. 방송 촬영을 한다는 소문에 손님들이 그 곳을 찾았지만 떡볶이집을 지나치기 일쑤였다.

 

심지어 메뉴판도 없어 가게 바깥으로 나와서 거기 붙여져 있는 메뉴를 보고 시키는 손님이 있을 정도였다. 백종원이 왜 “메뉴판이 없냐”고 묻자 “그냥 안했다”고 사장님은 답했다. 또 내주는 떡볶이가 1인분 양이냐고 묻는 질문에도 사장님은 “내가 원하는 대로 준다”고 했다. 그건 음식에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 아닐까 싶었지만, 백종원은 떡볶이를 먹어보고는 최악의 혹평을 내놨다. “사장님 충격 받지 마세요. 제가 여태까지 먹었던 떡볶이 중에 제일 맛없는 떡볶이에요.”

 

그건 백종원의 개인적인 입맛이 아니었다. 옛날 떡볶이를 좋아한다는 정인선은 떡볶이를 먹어보고는 “먹으면 학교 생각이 날 줄 알았”지만 “졸업하면 안 올 것 같다”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맛도 없고, 가게를 찾기 힘들 정도로 외관이 가려져 있는데다 메뉴판도 없고 양도 사장님 맘대로 퍼주는 떡볶이집. 상권을 차치하더라도 손님이 없는 게 당연해 보였다.

 

수제돈가스집도 경력이 적지는 않았다. 요식업 경력이 14년. 창업하려 한 게 아니라 부동산에 집 문제로 왔다가 부동산 사장님 추천으로 덜컥 장사를 하게 됐다고 했다. 누구에게 배운 게 아니라 스스로 터득한 레시피. 하지만 치즈돈가스를 먹어본 백종원은 양념치킨맛이 난다며 소스 맛을 잡아야 한다고 했고, 김치볶음밥도 조리법이 틀려 맛을 느낄 수가 없었다.

 

이 집의 문제 역시 어떤 기준 없이 사장님 마음대로 손님 응대를 한다는 점이었다. 혼자 장사를 하다 보니 점심에 바쁘게 손님이 몰릴 때는 조리 시간이 많이 걸리는 치즈돈가스가 안된다고 얘기했다가 다른 손님이 와서 또 주문하면 된다고 하는 등 손님 입장에서는 다소 불쾌할 수 있는 응대를 했다.

 

이런 문제는 할매국숫집도 마찬가지였다. 요식업 경력 28년차인지라 음식 솜씨는 분명히 있었지만 몸이 안 좋아 도와주러 나온 딸과 손님이 다 들리게 다투는 모습은 시청자들조차 불편하게 만들었다. 손님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말을 하는 어머니 때문에 딸은 마음고생을 하고 있었다.

 

이번 평택역의 가게들은 공통점들이 있었다. 그건 경력이 오래됐다는 것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원칙이나 기준 없이 사장님 마음대로 가게를 운영한다는 것이다. 오랜 경력이라고 하면 대부분 어느 정도의 맛과 식당 운영 노하우를 갖추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다 그렇지는 않다는 걸 이번 가게 사장님들을 보여줬다.

 

특히 마음대로 하는 가게 운영은 과거 ‘욕쟁이 할머니’ 가게들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게 되는 매력이 있어야 하지만, 그걸 찾기 어려운 이들 가게에서는 장사가 잘 안 되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었다. 과연 백종원은 경력 도합 65년 된 이 가게들의 문제를 고쳐나갈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변화는 이곳 식당들과 상권을 살려낼 수 있을까.(사진:SBS)

'VIP' 장나라 앞에 놓인 진실, 볼 것인가 덮을 것인가

 

빨간 약을 먹을 것인가 파란 약을 먹을 것인가. 영화 <매트릭스>에 나온 이 유명한 장면은 철학적 논제로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진실을 마주할 것인가 아니면 자신이 믿던 세계에 안주할 것인가. SBS 월화드라마 <VIP>에 이 소재가 등장했다. 성운백화점의 사활이 걸린 보석상 티포네를 이끄는 VIP 다니엘(이기찬)이 기습방문하고, 그와 연인 리아(김소이)를 맞게 된 나정선(장나라)의 에피소드를 통해서다.

 

“파란 약을 먹으면 믿고 싶은 세계에 남을 수 있고 빨간 약을 먹으면 진실을 알 수 있죠.” 나정선과 온유리(표예진)를 초대해 함께 한 식사자리에서 한쪽에 켜져 있는 TV에서 나오는 영화 <매트릭스>를 보며 빨간 약, 파란 약 이야기가 테이블에 올랐다. 잠시 화장실에 갔다 나오는 차에 우연히 나정선이 엿듣게 된 리아의 통화내용 때문이었다. “다니엘한텐 전문 CEO 체제로 가자고 얘기할 거야. 그럼 그 때 날 CEO로 올려주면 돼. 그래. 내가 CEO가 되면 티포네를 매각할 거야. 작업 마무리 되면 알려줘.”

 

리아가 연인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다니엘을 이용하려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나정선이 나서려 하는 걸 다니엘이 막아서며 그러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다. 그는 이미 리아가 그런 마음을 먹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에게는 리아가 그만큼 절실했다. 그래서 그 진실을 회피하고 있었던 것. 식사자리에서 나정선과 다니엘은 <매트릭스>의 빨간 약 파란 약 이야기를 빗대 진실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을 꺼내놓는다.

 

“전 이 영화보고 주인공이 바보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파란 약을 먹으면 훨씬 편했을 텐데.” 다니엘은 진실보다는 믿고 싶은 세계에 안주하고 싶은 속내를 드러낸다. 그러고 보면 그가 거울 공포증을 갖고 있어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쓰러진 것도 그의 이런 선택과 무관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진짜 모습과 마주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고 있다.

 

하지만 나정선은 그런 다니엘에게 말한다. “저도 처음에 영화를 봤을 때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근데 요즘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과연 뭐가 더 나쁜 걸까. 진실을 모르고 사는 삶을 과연 진짜라고 할 수 있을까?” 그는 VIP와의 자리라는 걸 깜박 잊어먹은 듯 자신의 속내를 드러낸다. 거기에는 아마도 자기가 현재 처한 상황이 이를 부추겼을 게다. 남편에게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그는 애써 덮으려 하지 않았던가.

 

리아는 이 문제가 생각보다 단순한 문제라며 “원하는 게 뭔지에 달려 있다”고 말하고, 그러자 옆에서 듣고만 있던 온유리가 “원하는 걸 가지면 괜찮을까요?”라고 되묻는다. 이들은 영화의 소재를 통해 타인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스스로 자신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각자의 입장에서 애써 자신에게 맞는 논리와 명분들을 찾아가고 있는 것.

 

하지만 남 이야기를 하는 것에 있어 그토록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나정선에게도, 정작 자신에게 그 질문이 던져지자 혼란스러워진다. “정선씬 빨간 약과 파란 약 중에 어떤 걸 택할 것 같아요?”라고 묻자 “전 잘 모르겠어요. 근데 현실에 파란 약이 과연 존재할까요? 현실에서 진실은 결국 드러나잖아요.”라고 답한 것.

 

이 짧은 장면은 <VIP>가 담으려는 많은 이야기들을 잘 드러낸다. 그건 진실을 마주하느냐 아니면 외면하느냐의 이야기이고, 그것이 불륜 같은 사적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나아가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과연 나정선은 자신이 처한 불륜의 진실, 나아가 이 현실이 갖고 있는 부조리를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을 것인가. 사적인 이야기와 사회적인 이야기가 기묘하게 엮어져 있는 <VIP>의 흥미로운 지점이 아닐 수 없다.(사진:SBS)

‘유퀴즈’, 자식에게 온 정성을 기울이는 부모님들처럼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경기도 이천 어느 골목길에서 만난 구두 수선의 달인 조재동씨(69세). 1970년도부터 40년 넘게 구두 수선을 해왔다는 그는 이천에서만 25년을 했단다. 토크 좀 할 수 있냐는 유재석과 조세호의 요청에 부담스럽고 얼굴도 부끄럽다는 그는 이야기할 거 있으면 하자고 슬그머니 마음을 열었다.

 

원래 다리에 장애가 있어 먹고 살려고 배웠다는 구두수선. 섣불리 배운 기술로 덜컥 양화점을 냈다 망해 이천으로 내려왔다고 한다. 구두 밖에 다른 걸 못한다는 조재동씨에게 유재석이 힘든 점을 묻자 의외의 답변이 나온다. “힘든 점을 그렇게 못 느끼겠어요. 11시, 12시까지 일을 해도 했으니까. 일거리 많을 때는 밤을 새워가면서 하루 이틀씩 새웠으니까.”

 

일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 행복하다는 그는 원래 소아마비로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손으로 할 수 있는 기술을 배웠다고 했다. 그는 다리의 장애가 주는 불편함보다 멀쩡한 손에 대한 고마움을 더 느끼고 있었다. “어렸을 때 한 서너 살 때쯤 소아마비로... 지금까지 장애로 살아온 거예요. 다리에 대해서도 불편하게 생각한 건 별로 없고.. 많이 불편하죠 아무래도 힘이 없으니까. 들지도 못하고 그런 거예요. 근데 나는 손이 멀쩡하니까 이 손이 나의 육신이라 할까 오직 (구두 일이) 이걸로 하는 거지 발로 하는 건 없잖아요. 손은 멀쩡하니까.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손을.”

 

문득 조재동씨가 그 불편한 다리로 앉아서 신나게 수선했을 구두들이 떠올랐다. 아마도 그 곳에 온 구두들은 밑창이 달았거나 뒷굽이 꺾였거나 깔창이 떨어지거나 했을 것이다. 그런 구두들을 멀쩡히 고치는 그 마음에 담겨졌을 조재동씨의 정성이 얼마나 남달랐을까. 그렇게 수선된 구두를 신고 편하게 걸었을 손님들을 생각하니 그 장면 하나가 가슴 뭉클한 동화처럼 다가왔다. 불편한 다리를 비관하기 보다는 그럼에도 누군가의 편한 발을 위해 구두를 고치는 그 마음이라니.

 

“제가 원래는 어렸을 적에 앉은뱅이였었대요. 어머니 아버지가 나를 고치려고 이 병원 저 병원 한약방이면 한약방 다 쫓아다니면서 이만큼 만들어놓은 거예요. 다행히. 그렇지 않았으면 앉은뱅이로 지냈을 텐데 이렇게 걷게끔 해주셨으니깐 그래도 부모님한테 고마운 거죠. 제 부모님한테 구두를 만들어 드린 적은 없어요. 진짜 못됐죠 부모님한테 제가 해드린 게 하나도 없어요. 그러면서 몰랐는데 돌아가시고 나니까 아니 내가 왜 그 때 아버지 구두 한 켤레 못해드렸나 좀 마음이 그렇더라고요.”

 

조재동씨의 헌신적인 마음이 어디서 왔는가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자신이 누군가의 구두를 수선하기 위해 정성을 들이는 그 마음은, 어쩌면 그가 자신에게 그토록 정성을 들였던 부모로부터 넘겨받은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감사해 하는 것이었고 누군가를 위해 정성을 다하는 것이었다.

 

그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저마다의 가치와 쓸모가 있다는 걸 불편한 다리로부터, 그러면서도 자신에게 헌신했던 부모님들로부터 또 자신이 그렇게 헌신해온 구두들로부터 깨닫고 있었다. “지금 하나님이 나를 이 상태로 만들어주셨다면 잘 만들었던 못 만들었던 만들어주신 상태로 다가 어떤 사람은 예쁘게 만들고 어떤 사람은 밉게 만들고 하나님이 각각 만들어 주잖아요. 감사하다고 그런 마음으로 거기에 순응하고 만족하면서 살아야지 어떡해요. 그렇다고 뭐 억지로 되는 것도 아니고. 허허..”

 

산수유가 길손을 반겨주는 경사1리에서 만난 사슴농장을 운영하는 이정숙씨(69세)의 사연 역시 우리의 삶이 얼마나 누군가의 헌신에 의해 지탱되고 있는가를 잘 말해줬다. 26대째 이 곳에서 사는 남편을 만나 이 곳에서만 46년 간 살았다는 그는 산 넘어서 물 길어다 김장을 할 정도로 고생스런 삶을 살았다고 했다. 그는 남편의 형이 다리에 장애가 있는데 애들이 일곱 명이라 그 곳을 떠나면 시댁 식구 모두 근근이 생활해야 하는 처지라 그 곳에 눌러 앉았다고 했다.

 

그런데 이정숙씨는 가장 힘든 일이 뭐였냐고 묻는 유재석의 질문에 엉뚱하게도 아들 이야기를 꺼냈다. 예방접종을 잘못 맞아 결핵에 걸린 아들의 치료를 위해 여섯 달을 업고 왕복 4시간 통원 치료 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는 것. 자신이 힘든 것보다 자식이 힘든 걸 보는 게 아마도 더 힘들었을 엄마의 마음이 느껴졌다. 그런데 그 헌신하는 마음은 다름 아닌 그의 어머니로부터 온 것이었다. 너무 고생하는 딸을 그냥 볼 수 없어 시골로 이사까지 오신 어머니는 20리 밖에 있는 집에서 매일 같이 걸어와 딸 일을 하루 종일 돕고 저녁이면 귀가하곤 했단다.

 

어머니에게 이건 내 일이니 그러지 말라고 했을 때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네 일이 내 일이고 내 일이 내 일인 거다.” 그렇게 돌아가시기 전날까지도 딸 걱정만 하다 갔다는 어머니의 헌신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헌신은 이정숙씨의 삶으로도 이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때론 우리의 삶이 자신의 힘으로 지탱되고 있다 여기곤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어쩌면 우리의 삶을 지탱하고 있는 건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헌신이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헌신을 통해 잘 자라난 마음은 또 다른 사람에게로 전파되는 건 아닐는지. <유퀴즈 온 더 블럭>이 이천에서 만난 위대한 삶이 그걸 증명하고 있었다.(사진:tvN)

‘보좌관2’ 이정재는 과연 저 깊은 늪을 빠져나올 수 있을까

 

JTBC 월화드라마 <보좌관2>의 첫 화 부제는 ‘탈피’다. 무슨 일인지 일단의 무리들에게 두드려 맞고 밑으로 굴러 떨어진 장태준(이정재)이 사력을 다해 그 둔덕을 오르면서 ‘껍질’에 대한 내레이션이 이어진다. 껍질을 깨고 나와야 살 수 있고 날 수 있지만, 그렇게 나와 껍질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생명은 포식자의 먹잇감이 된다고 그 내레이션은 말한다. 꼭대기에 간신히 오르지만 그를 향해 달려드는 자동차를 보여주며.

 

이 시작이 말해주는 건 장태준이 이제 껍질을 벗고 본격적인 정치의 세계 속에 뛰어들 것이라는 예고다. 그는 자신이 따르고 존경했던 이성민(정진영) 의원이 법무부장관이 된 송희섭(김갑수)의 모략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하고픈 것이 있어도 힘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절감했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송희섭의 도움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오랜 친구였던 고석만(임원희)기 차 안에서 죽은 채 발견되고, 그의 정치적 동지이자 연인이었던 강선영(신민아) 의원과 소원해지지만.

 

국회의원이 되어 드디어 어느 정도의 힘을 갖게 된 장태준은 껍질을 깨고 나와 조금씩 송희섭의 주변을 정리하며 이빨을 드러낸다. 그래서 2회의 부제는 ‘독니’다. 이빨을 드러내고 물기 시작하자 능구렁이 같은 송희섭은 금세 눈치를 채고 뱀 새끼에서 이무기가 된 장태준을 제거하려 한다. 이빨을 드러내자 저편에서도 이빨을 드러낸다. 송희섭은 자신을 지원하는 이창진(유성주) 주진화학 대표를 이용하고 최경철(정만식)을 자신의 이빨로 지검장에 임명해 장태준을 조사하게 만든다.

 

장태준은 이미 꺼낸 이빨을 거둘 수가 없다. 뭐라도 물어야 하고 상대방이 무너질 때까지 싸워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송희섭은 만만찮다. 이창진과 합세하고 최경철을 통해 압박해오며 장태준을 점점 늪 속으로 빠뜨린다. 3화의 부제는 ‘늪’이다. 그저 가만히 있으면 빠져 죽을 수밖에 없는 늪. 그래서 계속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늪이 바로 장태준이 처한 현실이다.

 

이창진에 의해 그의 지역구에서 무단으로 강행되는 철거로 그는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처하고, 과거 이성민 의원의 선거캠프에서 일했던 장태준이 불법적인 선거자금에 연루되어 있다는 걸 조사하는 최경철의 압박에 처한다. 여기에 장태준의 아버지가 선거 당시 돈을 받았다는 루머를 송희섭을 보좌하는 오원식(정웅인)이 퍼트리면서 그는 사면초가에 처한다. 점점 빠져들어가는 늪이다.

 

<보좌관2>가 흥미로워지는 건 만만찮은 정치 현실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올바른 뜻을 펼치면 세상이 따라준다는 식의 순진함이 이 세계에는 없다. 대신 어떤 꿈을 펼치기 위해서는 위험천만하지만 껍질을 깨야 하고 때론 그 꿈을 방해하는 적폐들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야 하며 저들이 밀어 넣은 늪에서 빠져나오려 안간힘을 써야 한다. 그 이전투구의 리얼한 상황들이 시청자들을 빨아들인다.

 

그것이 너무나 힘겨운 일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생각한다. 과연 장태준은 저 깊은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그러면서도 동시에 저들의 현실과 싸우다 어쩌면 장태준조차 저런 괴물을 닮아버리는 건 아닌가 하는 긴장감이 수시로 만들어진다. 장태준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강선영 의원의 보좌관 이지은(박효주)이 그렇고 한도경(김동준) 비서가 그렇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엘리베이터에서 슬쩍 강선영 의원의 손을 잡아주는 장태준에게서 어떤 일말의 믿음을 갖게 된다.

 

<보좌관2>는 그래서 장태준이라는 인물을 통해 현실 정치에서 어떤 꿈을 실현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보여준다. 많은 이들이 정치 세계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다가 들어가고 나서 망가지는 걸 우리는 얼마나 많이 목도했던가. 그래서 정치는 다 그래 하며 혐오하고 때론 무관심했던 시선들에 <보좌관2>는 말하고 있다. 그 망가져가면서까지 힘겨운 사투를 벌이는 그 과정들을 통해 그래도 조금씩 나은 세상을 꿈꿀 수 있는 거라고.(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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