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바마’ 김태희의 눈물의 씻김굿, 그 위로와 위안

 

“계속 날 보고 있었어.” 차유리(김태희)는 딸 서우(서우진)가 자신을 계속 보고 있었다는 사실에 눈물을 흘렸다. 그건 서우가 자신의 존재를 알고 기억한다는 사실에 대한 고마움도 있지만, 자신을 보는 줄도 모르게 계속 옆에 있어서 귀신을 보게 된 딸에 대한 자책감도 있었다. 차유리는 서우에게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옆에 있어서 미안. 우리 서우 너무 무서웠겠다”라 말하며 울었다.

 

tvN 토일드라마 <하이바이 마마>에서 차유리는 이제 등장할 때마다 눈물을 흘린다. 흘릴 수밖에 없다. 귀신으로 5년 간 가족들의 주변을 맴 돌았던 그였으니 다시 만난 엄마 앞에서 어찌 울지 않을 수 있을까. 49일 후 다시 돌아가겠다 마음먹은 그는 애써 엄마와 가족을 만나지 않으려 피했지만 결국 만나게 된 자리에서 오열했다.

 

물론 49일 간 유예된 삶이지만, 5년 간 귀신으로 살아오며 가족들의 슬픔을 봐온 차유리의 소회가 없을 수 없다. 장례식장에서 통곡했던 아버지와 표정 자체를 잃어버린 남편 강화(이규형), 그 누구보다 괴로워했던 절친 언니 고현정(신동미)... 그들을 다시 만났을 때 복받쳤던 감정을 터져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하고 그래서 서우 옆에서 더 오래도록 있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그럴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는 걸 알고 있어 차유리는 운다. 자신이 없던 사이 서우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엄마가 됐고 그 엄마는 자신이 아닌 오민정(고보결)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차유리는 서우에게 자신의 빈자리를 살뜰하게 채워준 오민정이 너무나 고마워 눈물이 난다. 그러니 그 자리를 빼앗는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차유리의 처지를 아는 강화의 마음도 메어진다. 딸이 뻔히 보고 싶을 걸 알면서도 엄마라는 걸 밝히지 못하고 뒤에서 발만 종종대고 눈물만 훔치는 차유리가 그는 못내 안쓰럽다. 그래서 괜스레 거짓 핑계를 대면서까지 서우를 차유리와 처가댁에 맡긴다. 강화는 아내 오민정에게 죄를 짓는 것만 같아 미안하고 차유리에게도 다가갈 수 없어 안타깝다.

 

하지만 차유리가 사실 귀신이었고 지난 5년 간 그의 옆에 있었다는 걸 알고는 차유리에게 달려간다. “죽 내 옆에 있었어. 그거를 그거를 다 봤어? 그거를...어떻게 봤어?” 차유리가 자신과 오민정을 만나 사랑하게 되고 다시 결혼하게 되는 그 과정을 계속 봐왔다는 걸 안 강화는 오열한다. 그런 강화 앞에서 차유리도 울 수밖에 없다.

 

<하이바이 마마>는 죽은 자와 산 자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판타지 설정을 가져옴으로써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드라마가 되었다. 산 자 옆을 잊지 못하고 맴돌며 그가 잘 되기만을 기원하는 망자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 그렇다. 차유리는 그 눈물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다. 망자가 되어서야 산 자들의 눈물 앞에서 그들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었는가를 깨달으며 눈물 흘리고, 소중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돌아와서도 다가갈 수 없는 그 처지에 눈물 흘린다.

 

아마도 망자를 겪은 분들이라면 이 드라마를 보며 그 절절한 마음이 더더욱 클 수밖에 없을 게다. 하지만 저렇게 울다가 진짜 죽을 것 같은 김태희의 눈물이 망자들을 위한 씻김굿 같은 느낌을 준다는 건 이 드라마가 가진 미덕이 아닐까 싶다. 삶과 죽음으로 갈라져 눈물 흘리는 유족을 저 세상으로 떠난 망자가 꼭 안아주는 그런 장면만으로도 충분한 위로와 위안이 느껴져서다.(사진:tvN)

폭주기관차 같은 ‘부부의 세계’, 우리가 느끼는 카타르시스의 정체

 

어딘가 심상찮은 반응이다. JTBC 새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19금에도 불구하고 2회 만에 9.9%(닐슨 코리아)를 찍었다. 1회 시청률 6.2%로 JTBC 역대 첫방 최고 기록을 경신한 이후 가파른 상승 곡선을 만들고 있는 것. 두 자릿수 시청률은 기정사실이고, 과연 이런 상승세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가 궁금해진다.

 

2회 만에 이런 몰입감을 만들어낸 이유는 어디에 있었을까. 그건 지선우(김희애)의 완벽하다 믿었던 세계가 거짓투성이였다는 게 밝혀지며 여지없이 부서지는 이야기가 만들어낸 파괴력 덕분이다. 단 하나의 사랑을 약속했던 남편 이태오(박해준)는 끝까지 거짓말을 했고, 그의 친구들과 자신이 절친이라 믿었던 설명숙(채국희) 같은 병원 동료까지 그 거짓을 도왔다.

 

워낙 불륜 소재가 드라마에 많이 등장해서인지 그 자체로는 이제 식상하게조차 느껴질 지경이다. 하지만 <부부의 세계>는 불륜 그 자체보다 이것을 자신만 모르게 모두가 속이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을 충격과 분노에 빠뜨렸다.

 

첫 회만으로는 어째서 이태오의 동창 손제혁(김영민)이나 그의 아내 고예림(박선영), 그리고 지선우의 회사 동료이자 절친이었던 설명숙 그리고 이태오의 비서 장미연(조아라)까지 이 배신에 가담했는가가 의문이었다. 하지만 2회를 통해 이들이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게 드러났다.

 

손제혁은 이태오의 생일 파티 자리에서 아내가 있는 데도 성적 농담을 공공연히 던질 정도로 성 윤리가 없는 인물인데다 이태오에게 무슨 일인지 마음의 앙금을 갖고 있었다. 또한 설명숙은 혼자 살아가며 선우를 위하는 척 걱정하는 척 했지만 알고 보면 타인의 불행을 즐기는 인물이었다. 그들은 이태오의 불륜을 알면서도 숨기며, 스스로 완벽하게 살아간다 여기는 지선우의 삶을 비웃듯 즐기고 있었던 것.

 

<부부의 세계>는 그러나 이 모든 사실을 지선우가 알게 되고 심지어 설명숙에게 “행동거지 똑바로 하라”고 엄포를 놓는 장면을 2회도 되지 않아 전개시켰다. 흔한 불륜 코드 드라마들이 그 사실을 알아채고 또 그걸 드러내는 데 꽤 많은 시간을 질질 끄는 것과는 너무나 다른 이야기 전개다. <부부의 세계>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설명숙을 이용해 이태오에게 불륜녀인 여다경(한소희)의 임신 소식을 전하라고 명령을 내리기도 한다. 이제 거꾸로 이 모든 사실을 안 지선우가 자신을 속인 이들을 시험대에 올리고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는 역전된 상황을 연출하는 것.

 

흥미로운 건 환자로 신경안정제 처방전을 얻기 위해 내원했던 민현서(심은우)와 지선우가 어떤 동병상련의 입장으로 그 관계가 가까워진다는 사실이다. 처음 봤을 때 지선우는 데이트폭력을 당하는 민현서를 자신과는 다른 세계에 사는 존재처럼 여기며 선을 그었지만, 자신의 처지 역시 그리 다르지 않다는 걸 알고는 그에게 남편의 불륜 정황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처방전을 내주겠다는 조건으로 그에게 이태오를 미행하게 하고 결국 그 불륜이 사실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지선우는 답답한 마음에 술 한 잔 하러 민현서를 찾았다가 마침 폭행을 당하고 있는 그를 구해준다. 이렇게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지선우와 민현서가 진심을 나누는 사이로 변해가는 건 무얼 말해주는 걸까. 그건 지선우가 생각했던 익숙하고 완벽해 보이던 세계의 위선을, 민현서라는 낯선 세계의 인물과의 새로운 관계와 대비하려는 의도다.

 

시청자들은 저들의 번지르르해 보이지만 위선으로 가득한 세상이 적나라한 민낯을 드러내는 걸 위태롭고 안쓰럽게 바라보면서도 동시에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설명숙이 속내를 숨긴 채 그 위선적 세계를 즐기듯 들여다보는 악취미에 어떤 분노를 느끼면서도, 민현서처럼 솔직하게 그 위선을 지선우에게 말하는 인물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갖게 되는 것.

 

<부부의 세계>는 지선우를 둘러싼 위선과 진실이 밝혀지고, 설명숙 같은 그간 절친으로 여겼던 인물 대신 동지적 관계를 갖게 된 민현서 같은 인물과의 새로운 공조를 단 2회 만에 전개시켰다. 이런 빠르고 거침없는 전개가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만일 이 폭주기관차 같은 속도의 전개와 그 속에서 변화하는 관계들의 부딪침과 변화가 계속 이어진다면 <부부의 세계>의 상승세는 더 가파르게 치솟지 않을까 싶다.(사진:JTBC)

‘부부의 세계’의 충격·분노, 김희애가 첫 회만에 만들어낸 몰입감

 

역시 김희애다. 그의 섬세한 연기가 아니었다면 첫 회부터 이런 다양한 감정의 파고를 경험할 수 있었을까. JTBC 새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첫 회부터 파격적이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만 보였던 지선우(김희애)의 세계는 남편 이태오(박해준)의 불륜으로 인해 조금씩 흔들리다 금이 가더니 결국 무너져 내렸다. 더 충격적인 건 그 무너지는 그를 부축해줄 이들조차 모두 그 배신의 공모자들이라는 걸 그가 알게 됐다는 사실이다.

 

완벽해 보였던 부부의 세계에 생겨난 균열은 아주 작은 틈새로부터 시작했다. 남편의 주머니에서 나온 립글로즈는 어딘지 남자들이 쓰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고, 아침에 출근할 때 남편이 매어준 그의 목도리에는 누군가의 머리카락이 붙어 있었다. 근처로 이사 왔다는 남편의 후배는 자신도 모르게 1년 전부터 남편의 비서로 일하고 있었고, 매일 5시면 퇴근한다는 이야기로 지선우의 의심에 불을 붙였다. 그렇게 일찍 귀가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선우는 태우의 뒤를 밟고 다행스럽게도 남편이 시어머니가 있는 요양병원을 찾아갔다는 사실을 알고 안도하지만, 간호사와의 대화 속에서 거의 매일 병원을 왔었다는 남편의 말이 거짓말이라는 게 드러난다. 선우는 자신의 환자로 우연히 알게 된 민현서(심은우)에게 남편 뒤를 미행해달라고 제안하고 결국 남편의 불륜이 사실이라는 걸 확인한다.

 

하지만 그 상대가 누구인가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 속에서 민현서의 조언을 듣고 남편의 차 트렁크를 살피던 중 거기서 나온 가방에 든 스마트폰을 통해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난다. 남편의 불륜상대는 자신의 환자로 친해진 엄효정(김선경)의 딸 여다경(한소희)이었고, 그 사실을 남편의 동창인 손제혁(김영민)과 그 아내 고예림(박선영)은 물론이고 그의 절친인 같은 병원 동료 설명숙(채국희) 또한 알고 심지어 은폐를 돕고 있었던 것.

 

완벽해 보인 선우의 세계가 깨져나가는 그 과정이 단 한 회 만에 폭풍 전개되며 보여졌지만 시청자들이 별 이물감 없이 자연스럽게 그 과정에 빠져든 건 섬세한 심리 묘사 덕분이다. 시작부터 정돈된 집안에 빗물에 젖은 채 발자국을 남기며 어슬렁어슬렁 들어오는 이태오의 모습은 그 캐릭터가 앞으로 이 집안에 일으킬 파국을 예감하게 만들었다. 그 정돈된 집은 거의 결벽증에 가깝게 깔끔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선우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대목이었고, 그 집을 어지럽히는 이태오는 그와 상반된 캐릭터를 말해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부딪치는 대목은 저녁에 선우가 준비한 갈비찜을 그냥 손으로 꺼내 국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지저분하게 뜯는 이태오와 그걸 애써 닦아내는 선우의 모습으로도 그려진다. 이런 자잘한 일상의 부딪침은 향후 이 불안한 부부의 갈등을 예고한다. 특히 첫 회에 불안함과 궁금증으로 신경과민 상태를 보여주다 결국 모든 사실을 알고는 충격에 빠지는 그 감정의 파고를 시청자들도 온전히 느끼게 된 건 김희애의 섬세한 연기 덕분이다.

 

벌써부터 처절한 응징과 복수가 이어져야 한다는 시청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하지만 <부부의 세계>가 그렇게 단순한 분노와 복수로 끝날 수는 없을 게다. 그것은 원수지간이 아니라 이미 하나의 가족으로 꾸려진 부부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남편은 물론이고 거기에 동조한 친구들까지 선우의 복수가 어떻게 이뤄질 것인지가 궁금하지만, 그것이 또 어떤 결과로 이어질 것인가도 궁금한 이유다. 그리고 이런 파격을 통해 이 드라마가 들여다보려는 부부의 세계가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도.(사진:JTBC)

‘맛남의 광장’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음의 거리 좁히기

 

코로나19로 방송가가 모두 영향을 받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SBS <맛남의 광장> 같은 프로그램이 받는 영향을 더더욱 커 보인다. 그 영향은 이 프로그램의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다. 제목에 담긴 ‘만남’, ‘광장’ 같은 의미들은 소외된 농가들을 돕겠다는 좋은 취지를 담은 것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프로그램이 애초의 연출방식을 추구할 수가 없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진도편을 보면 안타깝게도 파밭을 통째로 갈아엎는 장면이 등장할 정도로 농민들의 어려움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커졌다는 걸 실감하게 한다. 파 가격이 폭락한 데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경기까지 좋지 않은 상황. 그래서 이런 시기에 오히려 <맛남의 광장> 같은 프로그램이 더더욱 필요하다는 게 느껴졌다.

 

<맛남의 광장>은 휴게소 같은 광장에서 일반 손님들을 통해 보여주던 먹방 대신 지역 농어민분들을 초대해 그 지역에서 나는 재료로 만든 요리들을 선보이는 조촐한 ‘시식회’로 연출 방향을 틀었다. 그것은 시식회의 성격도 있지만, 고생하시는 지역 농어민분들을 위한 한끼 대접 같은 느낌을 주었다.

 

일반 손님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고, 휴게소 같은 광장에서 북적대며 백종원과 출연자들이 고안해낸 신 메뉴를 먹어보고 보여주는 리액션은 어쩌면 이 프로그램이 가진 중요한 재미요소 중 하나였을 게다. 하지만 이를 포기하면서 오히려 더 집중되는 건 신 메뉴를 소개하는 대목이다.

 

대파 소비를 늘리기 위해 아낌없이 대파를 써서 만든 음식들은 백종원 특유의 레시피가 그러하듯이 집에서 해먹고 싶을 만큼 손쉬우면서도 맛있어 보였다. 특히 파 한 단을 거의 다 넣고 끓여낸 파개장은 고추양념을 따로 만들어 놓아 아이들도 즐길 수 있을 맑은 국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고기가 들어가긴 하지만 고기보다 파가 주가 되는 파개장이었다. 그 파개장에 출연자들은 ‘진도 대파국’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게스트로 출연한 송가인이 즉석에서 쓱쓱 비벼 만들어낸 봄동 겉절이는 대파국과 너무나 잘 어우러지는 반찬이 됐고, 파를 얹어 구워낸 대파 파이 파스츄리가 애피타이저로 그리고 양세형이 개발한 파를 얹은 파게트 빵이 후식으로 갖춰지면서 시식회는 제대로 된 코스 정찬이 될 수 있었다.

 

<맛남의 광장>은 아마도 앞으로 한 동안 애초 기획했던 휴게소 같은 광장에서의 대규모 인파들과의 만남은 피할 수밖에 없을 게다. 하지만 그렇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도 동시에 어려움을 겪는 농어민들을 위한 방송을 통한 ‘만남’은 더더욱 가치가 있어질 것으로 보인다. 직접적인 만남은 어렵겠지만 오히려 어려움을 겪는 농가의 식재료들을 이용한 신 메뉴를 방송을 통해 보급하는 일은 요즘처럼 집밥 요리가 늘 수밖에 없는 시국에는 더 유익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사진:SBS)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