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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입니다'의 질문, 당신은 가족을 얼마나 알고 있나

 

"어떤 과학자가 그랬어. 우리는 지구 내부물질보다 태양계의 내부물질을 더 많이 안다고. 지구에 살고 있는데 지구 내부물질을 알면 뭐하니 이런 거지. 가족이 딱 그래." tvN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에서 김은희(한예리)가 자신의 아버지 김상식(정진영)이 야간산행을 했었다는 사실조차 잘 몰랐다는 이야기에 그의 오랜 친구 박찬혁(김지석)은 그렇게 말한다. 김은희는 스스로도 남이라고 할 수 있는 친구 박찬혁이 뭘 좋아하는지 다 알고 있으면서도 가족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 자신을 인정한다.

 

이 대사에 담겨 있는 것처럼 <가족입니다>가 그리려는 건 김상식과 이진숙(원미경)네 가족의 진짜 모습이다. 그런데 그 진면목을 끄집어내는 방식이 독특하다. 어느 날 갑자기 이진숙은 김상식에게 졸혼을 요구하고, 그 이야기에 충격을 먹은 김상식은 홀로 야간산행을 갔다가 쓰러져 기억이 22살로 되돌아간다. 그런데 22살의 기억을 가진 김상식은 늘 해오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사랑꾼이 되어 아내 이진숙을 대한다.

 

"진숙씨"라고 꼭 이름을 부르고, 전혀 어울리지 않게 손을 잡고 걸으려 한다. 좋아했던 과일이 귤이었다며 청과물가게에서 귤을 산 김상식은 집에 와서는 그걸 까주며 아플 때 자신이 손이 노래지도록 까줬던 귤 이야기를 한다. 진숙은 그 상황이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언젠가부터 말을 섞으면 싸움이 벌어지고 그래서 마치 없는 사람처럼 데면데면 각자 할 일을 하며 지내온 그들이 아닌가. 진숙은 그래서 기억이 돌아오면 지금의 이 상황이 얼마나 난감할지 깨닫게 될 것이라고 상식에게 말한다.

 

자신이 휴게소에 놔뒀던 트레일러를 가지러 간 상식은 진숙을 옆 자리에 태우고 운전을 한다. 지금껏 단 한 번도 그 트레일러에 탄 적이 없다는 진숙의 이야기를 상식은 이상하게 생각하고, 도로에서 홀로 적재물을 고정시키는 차를 보고 도와주는 상식을 낯설게 바라본다. 그가 얼마나 성실하게 일해 왔는가를 진숙은 잠시 탄 것만으로도 뻐근해 오는 허리를 통해 느낀다.

 

22살로 돌아가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을 하는 상식을 통해 두 사람은 자신들의 관계를 다시금 들여다보는 계기를 갖는 것. 상식이 하는 살가운 사랑꾼 같은 말과 행동들은 그가 기억을 되찾았을 때 그에게 어떤 일깨움을 줄까. 그건 저 박찬혁이 말하는 이야기처럼 너무 가까워 소중하게 느끼지 못했던 가족과 아내에 대한 생각을 바꿔놓을까. 또 그의 그런 행동을 난감하게 받아들이는 진숙 또한 상식의 고단했던 삶을 이로써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가족입니다>가 흥미로운 건 우리가 잘 알고 있다 여긴 가족이 어떤 계기를 통해 낯선 존재로 다가오고 그걸 통한 진정한 이해와 소통을 그려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상식과 진숙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은주와 은희가 자매라고는 하지만 하나도 닮은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그 관계에 담겨진 '출생의 비밀'이 그렇고, 은주와 그 남편 윤태형(김태훈)이 유산을 경험한 후 멀어진 관계를 되돌아보게 되는 과정이 그렇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사실은 잘 몰랐던 가족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만, 좀 더 확장해 보면 우리가 잘 안다는 친구나 동료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는 건 별로 없으면서 가족이고, 친구이고 연인이며 동료인 관계들. 그들이 실제로는 타인을 잘 모르는 개인이었다는 걸 드라마는 드러냄으로써 이를 통한 진정한 이해와 소통을 흥미롭게 담아내고 있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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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훌륭', 역시 예능의 달인다운 이경규의 성장

 

"와우 우리 형님 만세다! 우리 형님 도망갈 줄 알았는데." 모니터를 통해 달려드는 비숑몬스터즈 뚜비, 도담, 구름이의 공격을 온 몸으로 막아낸 이경규를 보던 강형욱은 환호를 질렀다. 그럴만한 상황이었다. 개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 보호자들을 모두 방으로 들여보내고 이경규가 일어서자 개들이 달려들었다. 함께 그 집에 투입된(?) 트와이스의 나연, 모모, 쯔위는 자칫 공격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세 마리가 동시에 달려드는 걸 애써 앞에서 피하지 않고 막았던 것.

KBS <개는 훌륭하다>가 시작한 건 지난해 11월이다. 초반에만 해도 이경규의 역할은 애매모호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반려견 가족으로도 유명한 이경규이기 때문에 그가 이런 프로그램에 나오는데 대한 진정성은 충분하다 여겨진다. 반려견들과 보다 잘 생활하고 싶은 욕구는 그 누구 못지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는 훌륭하다>의 중심은 누가 뭐래도 강형욱일 수밖에 없었다. 갖가지 문제견들이 왜 그런 행동들을 하는 지 그는 정확하게 파악해냈고, 거기에 맞는 처방전을 내림으로써 극적인 행동의 변화를 보여줬다. 심지어 보기에도 위압적인 어마어마한 대형견들과 온몸으로 부딪치며 보여준 강형욱의 진심어린 노력은 이 프로그램의 중요한 정서적 기반이 되어주었다.

 

이경규의 역할은 프로그램에 예능적 성격을 만들어주는 것이었을 게다. 하지만 이경규는 거기서 머물지 않고 자신도 반련견 전문가가 되겠다는 포부를 내놨다. 물론 그건 이경규 특유의 너스레가 섞인 유머처럼 들렸다. 그도 그럴 것이 대단한 전문가인 것처럼 얘기하다가도 현장에 투입되어 개가 달려들면 화들짝 놀라 피하거나 달아나는 게 그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개에게 엉덩이를 물린 굴욕적인 장면은 방송 내내 자료화면으로 등장하곤 했다.

 

그렇게 어언 반년이 지난 지금, 이경규는 강형욱의 서당개(?)로 이제 풍월(?)을 읊기 시작했다. 지난 25일 방영됐던 입질과 물건에 대한 집착이 심한 안하무인견 홍시에게서 차분하게 대치하고 그가 쥐고 있던 물건을 이경규가 빼앗는 장면은 강형욱이 "나이스"라고 외칠 정도로 놀라운 광경이다. 결국 홍시를 안정시키고 엎드리게 만든 이경규는 특유의 으쓱한 모습으로 웃음을 줬다. 강형욱이 "전문 훈련사 같다"고 말할 정도로.

 

이번 편에서 뚜비의 목줄을 쥐고 강형욱이 했던 것처럼 제대로 제압해 보이는 이경규의 모습은 그가 어째서 예능의 달인이라 부르는가를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사실 관찰카메라 형태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과거 코미디를 베이스로 해온 이경규 같은 인물이 적응해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JTBC <한끼줍쇼>를 통해 보통 사람들과 어우러지거나, 채널A <도시어부>를 통해 리얼한 낚시의 세계를 담는 지금의 트렌드에도 제대로 섞여지고 있다.

 

무엇보다 그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진정성이 중요하다는 걸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 <도시어부>의 낚시나 <개는 훌륭하다>의 반려견은 그가 실제로 관심 있어 하는 분야라는 것. 그래서 <개는 훌륭하다>에서 그는 그저 방송에서 자신이 해야할 역할을 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의 훌륭한 성장까지를 보여주고 있다. <개는 훌륭하다>에서 강형욱을 통해 이경규가 얼마나 성장할지가 새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정도로.(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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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부동산 현실과 '구해줘 홈즈'에서 시청자들이 보고 싶은 것

 

굳이 저런 집에 5억을 주고 전세 살아야 할까. MBC 예능 <구해줘! 홈즈>에서 의뢰인이 선택한 집은 '구룡산 옥상정원 집'이었다. 양재동에 위치한 그 집은 근처에 산책할 수 있는 공원이 3개나 있는 신축 주택으로 방 3개와 화장실 2개가 있었다. '구룡산 옥상정원 집'이라 이름 붙여진 건 옥상에 올라가면 구룡산을 전망으로 볼 수 있는 정원이 꾸며져 있어서였다.

 

방송에 소개된 집들 중에는 그래도 나은 편이라 여겨진 게 사실이다. 직장이 각각 강남, 송파인 남매가 제시한 조건에 그나마 잘 맞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직장에서 30분 이내 지역이었으면 했고, 각각 키우는 반려견들이 함께 지내는 게 가능한 전세여야 했다. 물론 반려견과 산책할 수 있는 인근 공원 같은 곳이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었다.

 

예산은 전세가로 최대 5억 원. 월세일 경우 보증금 3천만 원에 월세 150만 원까지 가능하다고 했다. 사실 강남에서 5억 원짜리 전세를 그것도 반려견이 허용되는 집으로 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구해줘! 홈즈> 측도 촬영당일까지 집을 찾을 정도로 쉽지 않았다는 걸 출연자들을 통해 알려주었다.

 

그런데 강남에서 5억 원짜리 전세가 그간 이 프로그램이 전원주택으로 보여줬던 집들만큼 좋아 보일 리가 만무다. 일단 공간이 너무 좁다. 강남이라는 지역의 특성 상 5억 원 정도의 전세로 얻을 수 있는 집은 평수로 10평 남짓이 대부분이다. 의뢰인이 선택한 '구룡산 옥상정원 집'도 12평 정도 되는 집이다.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너무 작아 답답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사실 이 정도의 평수는 원룸 형태가 훨씬 더 공간감을 줄 수도 있다. 그래서 소개된 집들 중에는 방이라고 해도 사실 침대 하나 들여놓으면 꽉 찰 그런 작은 방들이 있었다. 즉 좁은 공간에 방들을 여러 개 굳이 만들기보다는 방은 적어도 공간 활용이 더 될 수 있는 구조가 훨씬 실용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집을 고르는 기준도 개인 취향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남매가 굳이 함께 살 집을 강남에 전세로 마련하려는 걸 뭐라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중요한 건 <구해줘! 홈즈>는 그저 집 구해주는 복덕방이 아니라 그 구하는 걸 시청자들과 공유하는 방송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이다. 시청자들이 무엇을 보고 싶고, 어떤 정보를 얻고 싶은가를 먼저 파악해야 하고 거기에 맞춰 의뢰인과 집도 찾아봐야 프로그램이 힘이 생긴다.

 

최근 들어 <구해줘! 홈즈>가 확고하게 자리를 잡게 된 건 지금껏 부동산 시장에서 뒤로 물러나 있던 도심에서 조금 벗어난 지역의 개인주택이나 전원주택을 소개하면서다. 굳이 복잡하고 비싼 도심의 좁은 집이 아니라, 조금 벗어나더라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집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의 가성비 판타지를 건드린 것이 그것이다.

 

물론 현실은 다르다. <구해줘! 홈즈>를 보는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도심에 거주하며(또는 거주하길 원하며) 아파트 생활을 하는 이들일 게다. 하지만 그래서 적어도 방송으로는 그걸 벗어난 집을 들여다보고 잠시나마 색다른 판타지에 빠져보고 싶어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강남의 5억 전셋집에 대해 시청자들의 의견이 분분한 건 바로 이런 현실과 판타지 사이의 괴리를 그 집이 여지없이 드러내줬기 때문일 게다.

 

<구해줘! 홈즈>는 실제 부동산을 소재로 하고 있고 의뢰인에게 집을 구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건 적어도 의뢰인들에게는 판타지가 아닌 현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방송으로 보는 시청자들의 입장은 살짝 다르다. 부동산에서 돈의 현실을 절감하기보다는 돈의 가치를 뛰어넘는 '진짜 살(live) 집'이 주는 판타지를 보기를 원한다. 아마도 이 현실과 판타지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찾아내는 일이 <구해줘! 홈즈>가 좀 더 단단하게 설 수 있는 길이 아닐까. 그리고 그것은 판타지를 현실로 만드는 새로운 주거문화를 앞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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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는 둬도 마음만은, '비긴어게인'의 버스킹이 특별했던 까닭

 

코로나 시국에 버스킹을? JTBC <비긴어게인>은 지금껏 해왔던 해외가 아닌 한국을 선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게 멈춰버린 지금, <비긴어게인>의 이 선택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들어있다. 일단 해외보다 국내가 상대적으로 훨씬 안전하다는 것이 그러하고,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인 상황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도 그렇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의미는 코로나19로 인해 답답하고 힘겨운 일상들을 버텨내고 있는 분들에게 음악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이 시도를 통해 보여주기 위함이다. 그것은 이 프로그램의 존재 이유이기도 했고 나아가 여기 참여한 아티스트들의 새삼스런 마음이기도 했다. 음악을 하는 이유와 그 초심으로 다시 돌아가 또다시 시작한다는 그 마음. <비긴어게인>이 지금껏 음악을 통해 담아내려던 것.

 

첫 버스킹 장소가 공항이라는 건 이 새로운 시도의 의도를 가장 잘 드러낸다. 몇 개월 전만 해도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채워져 있던 승객들은 온 데 간 데 없고 텅 비어버린 공항. 취항 현황을 보여주는 전광판만 봐도 운항하는 비행기가 그리 많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공항에는 매일 같이 열심히 방역하고 그 위치에서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이들이 있었다. 너무 바쁘고 힘들어 가족에게 전화조차 하지 말라고 했다는 공항에서 일하는 한 분의 눈물은 그 힘겨움과 외로움이 담겨져 있었다.

 

그 텅 비어 정적만 가득했던 공간에 음악이 울려 퍼졌다. 음향체크를 한다며 하림의 '출국'을 부르는 크러쉬의 목소리가 공항에 채워지면서 사람들도 차례로 모여 들어 철저한 예방조치들을 한 채 표시된 장소에 앉아 음악에 빠져들었다. 이소라와 수현, 헨리, 정승환, 적재가 모두 모여 기분좋게 불러주는 비지스의 'How deep is your love'에 이어지는 마이클 잭슨의 'Love never felt so good'은 관객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적재의 '별 보러 가자'를 감미롭게 불러주는 수현과, 강수지의 '보랏빛 향기'를 함께 부르는 수현과 이소라의 상큼함과 유려함이 더해진 조화가 주는 편안한 시간. 단 몇 곡으로 이어진 짧은 시간이지만 공항 가득 울려 퍼진 음악들은 마스크 같은 답답한 시국에 만들어준 작은 숨통 같았다.

 

상암동 문화비축기지에서 이어진 두 번째 버스킹은 코로나 시국에 맞게 드라이브인 버스킹으로 이뤄졌다. 사연을 보낸 이들 중 선택된 관객들이 차안에서 버스킹을 즐길 수 있게 마련된 이 시도는 헨리의 루프스테이션을 이용한 노래로 시작됐다. 갖가지 악기들 연주를 쌓아가며 그가 부른 'Young blood'는 대북까지 활용해 순식간에 공연장을 열기로 채워놓았고, 하림이 다니는 병원의 간호사를 위해 들려주는 수현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는 조금씩 어둑해지는 시간을 더욱 편안하게 만들었다.

 

마침 코로나 때문에 신혼여행도 못가 아쉬워한 그 날 결혼한 커플을 위해 이소라가 불러주는 '청혼'은 모두를 부럽게 만들었고, 한 배우 지망생에게 힘을 내라며 불러준 크러쉬의 'Beautiful'은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의 그 감성을 고스란히 전해줬다. 상추 농사를 짓고 있다는 분을 위해 수현이 헨리, 크러쉬, 정승환과 콩트를 섞어 부른 'All for you'는 삼각관계의 의외의 전개를 보여줘 웃음을 줬고, 정승환의 '너였다면'은 드라이브 인 공연장을 찾은 연인들의 가슴은 따뜻하게 만들었다.

 

공연이 끝나고 전해진 출연자들의 후 인터뷰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정승환이 한 "어떻게든 우리는 표현을 해야 되는 존재들이구나"라는 말과 적재가 한 "어떤 상황에서도 공연은 할 수 있구나. 즐길 수 있구나"라는 말이 유독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그건 <비긴어게인>이 이번 버스킹에 임하는 자세일 것이고, 나아가 코로나19 때문에 우리가 잠시 거리 두기를 하고 있지만 마음만은 그렇지 않다는 걸 그 공연이 증명해보이고 있다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지금의 일상도 언젠가는 '비긴 어게인'할 수 있다는.(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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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의 솔직함, 비의 순진함 그리고 유재석의 노련함

 

이보다 좋은 케미가 있을까. MBC 예능 <놀면 뭐하니?>의 여름 혼성그룹 프로젝트를 위해 모인 유재석, 이효리, 비가 방송에서 치고받는 모습을 보면 놀라울 정도로 합이 잘 맞는다. 저런 대담한 멘트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 솔직한 이효리가 방송의 수위를 한껏 높인다면, 이에 한껏 난감한 표정을 짓는 순진한 얼굴의 비의 리액션이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고 유재석이 나서서 이효리에게 한 마디 했다가 오히려 되받는 그 과정들이 너무나 토크를 균형 있게 만든다. 이효리의 솔직함에 비의 꾸러기 표정이 돋보이는 순진함 그리고 유재석의 노련함이 더해져 만들어지는 합이다.

 

이효리는 잠시도 방송의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끌어 올리는 역할을 한다. 그는 비에게 짓궂게도 과거 우리가 사귈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꺼내고 그럼으로써 당황하는 비의 모습을 통해 웃음을 주면서도 그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어낸다. 그러면서 '서울 나들이'의 설렘을 털어놓는다. 제주도에서 지내던 '소길댁'의 모습에서 벗어나 화려한 서울 살이에 마치 봉인이라도 풀린 듯. '선녀와 나무꾼'에 비유해 날개옷을 입고 승천하고 있다는 이효리의 이야기는 그의 이번 나들이에 하나의 스토리를 얹어준다.

 

'잠시 동안의 일탈(?)'이 그것이다. 우리가 가끔 여행을 떠나듯 누구나 똑같은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고픈 욕망은 있기 마련이다. 이효리는 그걸 꺼내놓고 있고, 이것은 이들이 하려는 여름 혼성그룹 프로젝트와도 너무나 잘 어울리는 스토리가 아닐 수 없다. 이효리의 일탈에 시청자들이 기꺼이 지지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이효리의 이 솔직함은 최근 '깡' 신드롬을 일으키며 화제가 되고 있는 비의 다소 순진해 보이는 모습과 잘 어우러진다. 워낙 센 누나 앞에 선 듯한 막내의 모습으로 비는 때론 주눅이 들기도 하고 때론 귀여운 꾸러기 표정을 짓기도 하며 팀에 활기를 만들어낸다. '깡' 신드롬에도 담겨 있는 것이지만 막내이면서도 어딘지 트렌드를 이효리만큼 앞서서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을 선선히 받아들임으로써 편안한 웃음을 준다.

 

여기에 유재석의 노련함이 얹어진다. 다소 센 이효리의 말들에 대해 황당하고 당황하는 리액션을 더해주고 그러면서도 방송이 너무 나가지 않도록 적당한 견제구를 날리는 것도 잊지 않는다. 세 사람이 팀명과 예명을 짓기 위해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할 때 보면 유재석 특유의 소통능력은 라이브 시청자들 앞에서도 빛이 난다. 결국 시청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이들은 싹3라는 팀명과 유두래곤, 린다G, 비룡이라는 부캐를 갖게 됐다.

 

음악적으로도 세 사람이 만들어내는 케미는 향후 이들이 발표할 곡에 대한 기대를 높여놓는다. 이효리는 마치 옛 가수처럼 행동하면서도 지금의 트렌드를 정확히 꿰뚫고 있다. 어떤 노래를 할 것인가의 회의 과정에서 이효리는 트렌드 세터답게 정확하게 포인트를 짚어냈다. 결혼생활을 오래하면서 사라진 설렘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놓으며 '이 여름 다시 한 번 설레고 싶다'는 아이디어는 나아가 코로나19로 설렘이 사라진 여름에 대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비가 '포기하지 마'라는 다소 엉뚱한 아이디어를 내자 요즘은 "그런 바이브"가 아니라며 "포기해"로 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며 들려준 제주도 해녀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해녀들은 한번 잡다 놓친 전복은 다시 잡으려 하다가는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며 잡지 않는다는 것. 유재석이 돈이 없던 과거의 아쉬움을 떠올리며 "그 여름 내가 돈이 있었다면"이란 화두를 던지자 이효리는 "상상 플렉스"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효리가 트렌드에 맞는 아이디어들을 내놓는다면 비는 작곡에 관심을 보이고 무엇보다 춤에 있어서도 남다른 의욕을 더해준다. 유재석은 일관되게 여름 댄스 음악에는 흥이 있어야 한다고 강변한다. 앞부분 전주 몇 소절에 몸이 들썩일 수 있는 곡이어야 한다는 것. 다소 옛 감성에 대해 경험적인 의견을 내놓으며 그걸 춤으로 또 토크로 웃음으로 승화할 수 있는 게 바로 유재석의 몫이다.

 

<놀면 뭐하니?>가 프로그램을 제대로 세울 수 있었던 아이템은 바로 유산슬 프로젝트였다. 신인 트로트 가수가 되는 과정이 이 프로그램의 존재감을 확고히 해주었던 것. 하지만 아마도 이번 여름 혼성그룹 프로젝트는 그렇게 세워진 <놀면 뭐하니?>가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는 시도가 아닐까 싶다. 이미 부캐를 각각 만들어놓은 이효리나 비가 유재석처럼 프로젝트 이후에도 어떤 활동을 보일 지가 궁금해질 정도로.(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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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싱어3', K크로스오버의 무한한 가능성 실험중인 고영열

 

고영열이 또 일을 냈다. 이제 4중창단의 대결이 본격화된 JTBC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3>에서 고영열은 다시 한 번 존 노와 만났고 여기에 정민성과 김바울이 더해져 이른바 포송포송 팀이 꾸려졌다. 고영열이 주도해 선택한 곡은 윤동주 시를 가곡으로 창작해 만든 '무서운 시간'. 고영열은 이 노래를 통해 윤동주 시인이 시를 쓰는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서러움과 후회스러움을 잘 표현해보려고 애썼다고 했다.

 

"거 나를 부르는 것이 누구요-"로 시작하는 첫 소절에서부터 고영열 특유의 한이 서린 목소리가 귀가 아닌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곡이었다. 절절한 가사가 폐부를 끊는 듯한 절창으로 이어진 곡은 정민성과 김바울이 특유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묵직하게 이어가다 존 노의 시원스런 고음과 고영열 특유의 국악 창법이 절규하듯 뿜어져 나오며 듣는 이들을 모두 전율하게 만들었다.

 

노래가 다 끝나고도 그 먹먹한 감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잠시 침묵이 흘렀다. 가수들은 물론이고 프로듀서들 그리고 다른 팀 가수들까지 할 말을 잃었다. 김문정 프로듀서는 울컥했고, 김이나 프로듀서는 "미쳤어"라고 소름 돋는 무대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윤상 프로듀서는 "이곡을 알게 해주셔서 네 분께 정말 감사드린다"며 "팬텀 기억에 만점을 드린 적은 없는 것 같다"며 자신이 100점을 줬다는 사실을 밝혔다.

 

애초 국악인이 포함된 전 세계 유일무이한 크로스오버팀이라는 소개나, 'K크로스오버'라는 표현이 왜 나왔는가를 입증한 무대였다. 국악인 강권순이 부른 '무서운 시간'은 재즈 피아노에 얹어진 국악 창법의 곡이지만, 고영열은 이 곡을 좀더 4중창에 맞게 편곡했다. 그래서인지 국악 특유의 색깔이 고영열을 목소리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도, 4중창의 비장하고 웅장한 가곡의 느낌으로 재해석됐다. K크로스오버라는 표현에 딱 어울리는 편곡이 아닐 수 없었다.

 

생각해보면 고영열이 <팬텀싱어3>에 나오게 된 건 이 프로그램에는 가장 큰 수확이 아니었을까 싶다. 피아노 치는 국악인으로 소개 받고 나와 부른 '사랑가'는 이미 2018년에 '상사곡'이라는 앨범에 발표했던 곡으로 국악이 재즈와 너무나 잘 어우러질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준 곡이었다. 기립박수를 치게 만들었던 존노와 함께 불러 화제가 됐던 쿠바 노래 'Tú eres la música que tengo que cantar'와, 황건하와 불렀던 그리스 노래 'Ti pathos'에서도 고영열은 국악의 그 흥과 한의 정서가 어떻게 전 세계의 민속 음악과도 통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 바 있다. 음악이라는 것이 결국은 신산한 삶을 토로하거나 혹은 흥으로 승화하는 면으로 통한다는 걸 고영열은 매 무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제 서른도 되지 않은 나이에 국악이 가진 깊은 민족적인 정서를 끌어내면서도, 해외의 어떤 장르에도 열린 고영열 같은 이들을 통해 K크로스오버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보면 크로스오버 남성 4중창단을 목표로 하는 <팬텀싱어>가 이번 시즌에서 고영열 같은 인물을 출연시킬 수 있었던 건 이 프로그램이 한 걸음 더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크로스오버에 국악이 더해지면서 'K'라는 수식어가 더더욱 잘 어울리게 되었으니 말이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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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같지 않은 이광수, '삼시세끼' 나영석 PD의 슬기로운 섭외

 

무인도 섬 생활도 지내다보면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처음 죽굴도에 들어왔을 때 차승원과 유해진, 손호준은 모든 것을 낯설지만 특별하게 바라본 바 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아담한 집은 소박해도 마음을 잡아끌었고, 집 옆에 마련된 텃밭은 갖가지 작물들이 자라 넉넉한 여유를 주었다. 한 바퀴 도는 데 채 10분도 걸리지 않는 이 작은 섬의 산책길도 너무나 예뻤고, 유해진이 형배라 이름 지은 배를 타고 바다를 돌아보는 일도 유쾌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건 아마도 tvN <삼시세끼> 어촌편5를 매주 기다려 시청하는 분들에게도 비슷한 경험이지 않을까. 죽굴도가 점점 익숙해지고, 거기서 때론 잡은 게 없어 고구마와 감자로 연명(?)하다 드디어 잡은 돌문어와 어마어마한 크기의 참돔으로 풍족한 저녁을 맞는 그 일련의 과정을 봐온 시청자들은 마치 그 곳에 그들과 함께 지내온 듯한 유대감을 느꼈을 게다. 그것이 특별한 일이 벌어지는 것 같지 않아도 시청자들이 <삼시세끼>를 기다려 보는 이유니 말이다.

 

그렇게 적당히 익숙해질 때 나영석 PD는 여지없이 그 익숙함을 슬쩍 비틀어놓을 수 있는 변수로서의 게스트를 출연시킨다. 공효진은 아직까지 섬 생활에 이들이 적응해가고 있는 상황에 들어온 손님이라 익숙함을 깨기보다는 같이 그 섬 생활을 겪어가는 이야기를 그려낸 바 있다. 워낙 <동백꽃 필 무렵>으로 주목 받은 배우인데다, 과거 <최고의 사랑>으로 차승원과 호흡을 맞췄던 배우이니 기대감 역시 적지 않았다.

 

하지만 두 번째 게스트로 출연한 이광수는 조금 다른 관전 포인트를 만든다. 이미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섬 생활이고, 무엇보다 이제 뭐라 말하지 않아도 눈치로 척척 손발이 맞는 일명 '손이차유' 세 사람(차승원과 유해진 그리고 손호준)의 틈으로 들어온 손님이다. 불을 피워 냄비에 물을 채워 넣을 때도 유해진이 풍로를 돌려 불을 피우고, 손호준이 냄비 뚜껑을 열면 차승원이 물을 넣는 식으로 합이 딱딱 맞는 세 사람이다.

 

이광수의 등장은 이들이 이렇게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각자 주어진 일들을 해나가는 걸 새삼스럽게 바라보는 시선을 만들어낸다. 차승원이 마늘 다진 거 있냐고 물으면 그게 어디 있는지 척척 찾아내 건네주는 그 모습을 이광수는 낯설게 바라본다. 점심을 못 먹은 이광수를 위해 즉석에서 김치볶음밥을 해주고 전날 잡은 참돔회를 썰어주는 차승원과 그걸 보는 유해진, 손호준의 모습은 새삼스럽게 자신들이 적응해온 섬 생활에 대한 은근한 우쭐함이 피어난다. 괜스레 섬 산책을 같이 하고 헬스장(?)을 소개하는 유해진의 어깨는 한껏 올라가 있다.

 

차승원이 사전에 전화를 해 가져온 닭고기로 섬에서 바삭한 마늘치킨에 맥주를 마시는 호사를 부리면서, 이 손님 같지 않은 손님 이광수는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일을 거들다 자꾸만 손호준과 일이 겹치고, 은근 경쟁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준다. 물론 베테랑 막내가 된 손호준을 이광수가 단박에 따라잡긴 어렵지만, 특유의 적응력으로 금세 적응해버린 이광수의 모습은 그 자체로 웃음을 준다. 손님이 아닌 머슴을 하나 들인 듯한 그런 모습 때문이다.

 

이미 뭍에서부터 친했던 그들이라 편안함이 묻어나면서도, 이광수라는 호기심 가득한 손님의 시선은 새삼 <삼시세끼> 어촌편5에서 나이 지긋한 아저씨들이 밥 해먹고 있는 그 모습이 마치 한 편의 콩트를 보는 것 같다는 걸 깨닫게 해준다. 아저씨들이 하는 소꿉장난 같은 풍경에 웃음이 나지만, 의외로 그걸 제대로 하고 있고 즐기고 있다는 사실은 부러움마저 느껴진다.

 

그러면서 문득 생각하게 된다. 뭐 저렇게 밥 한 끼 좋은 사람들과 소꿉장난하듯 해먹고 웃고 떠드는 것이 찐 행복이 아닐까 하고. 이미 우리가 늘 하고 있는 것이지만, 너무 익숙해져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 그러다 가끔 보고 싶던 손님이 찾아오게 되면 없는 마치 자랑이라도 하듯 반찬 다 꺼내서 음식 대접하며 새삼 깨닫게 되는 자신이 살아가는 일상의 새삼스런 소중함. 이광수라는 손님 같지 않은 손님이 등장하자 그 익숙해진 섬 생활이 순간 자랑하고픈 특별한 경험으로 보여지게 된 건 이런 시점의 변화 때문이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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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한 데 웃기고 설레는 '쌍갑포차', 이 복합감정의 정체는

 

짠한 데 웃기고 때론 설레는 이 이상한 감정은 뭘까. JTBC 수목드라마 <쌍갑포차>가 주는 감정은 복합적이다. 쌍갑포차를 찾아온 손님들의 사연은 짠하기 그지없는데, 그 사연을 듣고 그 원을 풀어주는 월주(황정음)와 귀반장(최원영) 그리고 한강배(육성재)의 활약은 코미디 그 자체다. 여기에 한강배와 조금씩 가까워지는 강여린(정다은)과의 멜로나 월주와 귀반장의 심상찮은 관계에서 비롯되는 설렘까지 더해진다.

 

사실 너무 많은 복합적인 감정들을 끄집어내는 이야기들이 한꺼번에 나열되면 자칫 드라마의 정체성을 애매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쌍갑포차>는 때론 아슬아슬한 부분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예를 들어 사별한 아내를 잊지 못하고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느끼며 살아가는 한 남자의 슬픈 사연이 전개되는 와중에, 한강배와 강여린이 사내에서 벌어지는 댄스 대회에 함께 나가며 멜로를 피워가는 이야기가 더해지는 건 다소 드라마가 주는 감정을 오락가락하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슬픔과 행복, 아픔과 설렘 같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감정선들이 한 회에 복합적으로 등장하는 <쌍갑포차>는 그런 감정의 섞임이 그리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것은 난임증으로 아이를 갖지 못해 힘겨워하는 부부의 사연과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월주가 삼신(오영실)을 찾아가 태몽구슬을 훔치는 코믹한 과정이 잘 섞여있는 것에서도 드러난다.

 

이것이 가능한 건 <쌍갑포차>의 세계관이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심지어 꿈의 세계인 그승까지) 초현실적 세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죽은 자와 산 자가 겹쳐지고, 죽어도 끝이 아닌 불교적 세계관이 더해져 있다. 그래서 인간사에서 느껴지는 슬픔이나 고통들은 이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세계 속에서는 웃어넘길 수도 있는 일들로 치부된다.

 

사실 죽은 자의 원을 풀어주는 이야기만큼 극적이고 짠한 것도 없다. 그 많은 <전설의 고향>의 원혼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이 그렇지 않은가. 억울한 죽음을 맞이했으니 그 사연의 무게가 결코 적을 수는 없다. 게다가 죽은 자의 이야기가 산 자와 엮어지면서 만들어지는 이야기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쌍갑포차>는 두 세계를 넘나드는 월주, 귀반장, 한강배 같은 존재들을 캐릭터로 집어넣어 보다 가볍고 유쾌하게 그려낸다. 드라마는 사연자의 먹먹한 이야기가 전하는 우리네 현실의 팍팍함 같은 것들을 끄집어내지만, 저승까지 넘나들며 풀어내는 해결과정 그 자체를 통해 그 힘겨운 문제들이 사실은 별거 아닐 수 있다고 위로한다.

 

그래서 <쌍갑포차>는 초현실적인 이야기를 통해 현실의 문제를 훌쩍 뛰어넘게 해주는 고전적인 설화나 전설이 가진 효용성을 보여준다. 물론 보는 관점에 따라서 난임부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태몽구슬을 갖고 마치 공놀이라도 하듯 던지고 받는 그 장면들 같은 게 다소 황당하게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코믹하고 가벼운 장면 자체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 또한 분명히 느껴진다. 현실에서 겪는 도무지 해결될 수 없을 것 같은 문제들에 너무 심각해할 필요는 없다는 메시지.(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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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의생' 즐거운 현장, 좋은 작품은 이런 데서 나온다

 

"친구들 만나고 또 좋은 분들 만나고 감독님, 작가님 만나서 이런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게, 제가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되어서 참 다행이다..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감사했어요." 양석형 산부인과 의사 역할을 한 김대명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작품을 통해 만난 인연들에 대한 고마움을 거듭 말했다. 그런데 이건 그만 그런 건 아니었다.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시즌1 종영에 대한 아쉬움을 채우기 위해 마련된 스페셜 방송에 나온 많은 배우들은 대부분 이번 작품에 함께 한 분들에 대한 고마움과 존경을 표했다.

 

스페셜 방송을 통해 들여다 본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촬영현장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물론 처음 대본 리딩을 위해 만난 배우들은 서먹서먹해서 어색한 모습이었지만, 촬영을 하며 진짜 친구들이 되어 있었다. 분위기 메이커로 늘 웃음을 주는 조정석이 촬영 현장을 즐겁게 만들고 있었고, 너무 서로가 재밌어서 웃음이 터지는 바람에 NG가 나기도 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의도적으로 극화된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은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보다 일상에 닿아있는 자잘한 이야기들로 채워졌고, 그 안에서 의사들이 느끼는 행복감과 절망감, 소소하지만 버릴 수 없는 기쁨, 돈이나 지위하고도 바꿀 수 없는 소신과 환자를 위한 헌신 등등을 전하는 드라마였다.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현장에서의 배우들과 제작진들 사이의 즐거운 분위기가 아니었을까. 그 즐거운 에너지가 고스란히 작품에 묻어나왔던 것 같다. 그러니 시청자들도 저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고.

 

"사실은 주변 분들한테 우리 드라마 보면서 힐링이 많이 됐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어요. 이런 얘기들을 들으면서 우리가 참 의미 있는 드라마를 하고 있고 정말 뿌듯하고.. 정말 여러분들이랑 같이 할 수 있어서 그랬던 거 같고.. 이분들이 아니었으면 이러지 못했을 거 같아요. 이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유연석이 전하는 고마움에도 함께 작업했던 사람들에 대한 마음이 묻어났다. 실제로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가장 강력한 힘은 인물들의 매력에서 비롯하는 것이었다. 이야기의 극적 구성이나 그런 것보다 율제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들이 봐도 봐도 또 보고 싶을 정도로 느껴지는 그 매력. 그래서 시청자들은 어떤 사건을 기대하기보다는 그 사람들을 보고 싶어 목요일 밤을 기다렸다.

 

이제 시즌1을 마치지만 시즌2가 이미 정해져 있다는 사실이 시청자들에게는 다행이라 여겨지는 건 그래서다. 다시 돌아올 시즌2에서 이들은 또 어떤 성장과 관계의 진전을 보여줄까. 이 드라마에 의학 자문을 해준 의사들은 모두 이 드라마가 가진 선한 힘에 대해 감동을 표하고 있었다. 자신의 의사생활을 돌아보게 됐다고도 했고 환자들에게 더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도 했다. 드라마가 그려낸 선한 판타지가 만들어내는 선한 영향력이 아닐 수 없다.

 

"제가 아무래도 의사역할을 하다 보니 너무나도 고생하고 계시는 의사선생님들에 대해서 좀.. 옛날하고는 확실히 감정이 달라진 것 같아요. 얼마나 사명감을 가지고 그 일을 하고 계시는 지를 깊이 깨달은 것 같아요. 느끼게 됐어요. 이 기회를 통해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존경합니다." 채송화 역할을 연기한 전미도는 의사 분들에 대해 새삼스럽게 갖게 된 고마움을 표현했다. 환자를 위해 헌신하는 좋은 의사 분들에 대한 고마움.

 

좋은 사람들과 좋은 분위기에서 선한 이야기를 전하려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현장이었다. 그런 즐거운 현장이니 좋은 작품이 나올 수밖에. 이 드라마가 남달리 따뜻하고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내년에도 시즌2로 그 행복감을 또다시 전해주기를.(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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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인턴' 의외로 끈끈한 박해진과 김응수의 케미가 말해주는 건

 

MBC 수목드라마 <꼰대인턴>에서 가열찬(박해진)과 이만식(김응수)은 서로 으르렁대는 대결구도를 가진 인물들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가열찬이 옹골 라면사업부에서 인턴으로 일했을 때 당시 부장으로 그에게 꼰대 짓을 했던 이가 바로 이만식이다. 하지만 5년 후 상황은 정반대로 바뀌었다. 준수식품에서 핫닭면을 성공시켜 승승장구하는 가열찬의 팀에 옹골에서 쫓겨나 일자리를 전전하던 이만식이 시니어 인턴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런 정반대의 상황은 이제 가열찬의 이만식에 대한 복수를 떠올리게 하지만, 이만식 또한 그리 호락호락한 인물은 아니다. 그 역시 이 팀에 들어오게 된 것이 다 나름의 꿍꿍이가 있기 때문이다. 준수식품에서 잘나가는 가열찬을 견제하려는 2세 경영인인 대표 남궁준수(박기웅)의 요청으로 안상종 마케팅 영업본부장이 친구인 이만식을 끌어와 일부러 가열찬의 팀에 넣은 것.

 

회사 내 서열로는 가열찬이 이만식에게 꼰대 짓을 할 것 같은 구도지만, 이만식 같은 꼰대 짓을 하지 않고 팀의 존경을 받으며 살겠다 마음먹었던 가열찬은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이 이만식과 같은 사람이 된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둘이 있을 때는 으르렁대지만 팀원들 앞에서는 천사 같은 상사의 모습을 애써 연기한다.

 

<꼰대인턴>은 이처럼 역전된 관계가 주는 웃음과 통쾌함을 선사하는 드라마지만 흥미롭게도 거기에 머무는 드라마는 아니다. 의외로 가열찬과 이만식은 팀이 처한 어떤 위기 상황에서 서로를 돕는 모습을 보여준다. 라면에서 바퀴벌레가 나왔다며 보상을 대놓고 요구하는 진상 고객을 응대하는 데 있어서 이만식과 가열찬은 그 방식이 달랐다. 이만식은 기선제압을 하려 했고 가열찬은 고객과의 공감대를 형성해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

 

하지만 알고 보니 그 진상고객이 같은 팀 인턴인 이태리(한지은)의 옛 남자친구였다는 게 밝혀지고 그래서 은근히 이태리와 다시 관계를 이어가는 걸 문제해결의 조건으로 내세우는 진상고객에게 가열찬은 팀원 한 사람이 더 소중하다며 일갈하고, 결국 진상고객이 언론에 나서면서 문제는 더 커진다.

 

흥미로운 건 대기발령을 받고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 가열찬을 이만식이 돕는다는 사실이다. 그는 라면에서 나온 바퀴벌레의 유전자검사(?)를 통해 그 바퀴벌레가 진상고객의 집에서 나온 거라는 걸 밝혀낸다. 그런데 그가 그런 선택을 하게 된 건 가열찬이 이만식이 남모르게 돌보고 있었던 과거 옹골 때문에 자살시도를 했다 혼수상태에 빠진 국밥집 사장님의 병원비를 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가열찬 역시 그 일을 알고는 이만식에 대한 편견을 지우고 병원비를 냈던 것이고.

 

<꼰대인턴>은 꼰대와 인턴이라는 직장 내 관계가 만들어내는 갑과 을의 대결구도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관계를 뒤집어 놓았다는 건 역지사지를 통한 어떤 소통의 물꼬를 이 작품이 도모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래서 가열찬과 이만식은 둘 다 회사 내에서 계속 엮이게 된 관계의 악연으로 부딪치게 되지만, 그러면서도 의외로 문제를 함께 해결해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건 무얼 말해주는 걸까. 결국 꼰대든 인턴이든 어떤 일터 같은 특수한 공간에서 만들어진 위계와 서열에 의해 그 역할이 주어지기도 하지만, 그걸 벗어버리고 나면 둘 다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어떤 일에 감정이 움직이고, 상처에 아파하고, 때론 함께 해낸 일에 기뻐하기도 하는 사람. 꼰대와 인턴이라는 외피를 어쩔 수 없이 쓰고 있지만 그 누가 그런 존재가 되고 싶겠는가 하고 드라마는 가열찬과 이만식의 의외로 끈끈한 케미를 통해 묻고 있다.(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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