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줘 홈즈', 강자 예능 틈새 일요일 밤 정착한 비결

 

어제 그 집 봤어? 요즘 월요일이면 어김없이 나오는 화제 중 하나가 바로 MBC <구해줘 홈즈> 이야기다. 췌장암 말기 선고를 받으신 아버님을 위해 전원주택을 알아보는 부부가 결국 선택한 집은 용인의 '소나무 단층주택'. 마치 환영하듯 고개를 숙인 운치 있는 소나무를 통해 문을 열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입구에서는 볼 수 없었던 마당이 문을 열자 그 안쪽에 숨겨져 있다.

 

아이들이 뛰어 놀아도 될 법한 넓은 마당이 그 곳을 방문한 양세형, 홍현희, 서태훈은 너무나 잘 꾸며져 있는 조경에 또 한 번 놀란다. 전문 조경사가 관리를 해준 마당이란다. 이미 1년 치 관리비를 내놓은 상태라는 것. 이렇게 잘 꾸며진 프라이빗한 마당은 넓은 거실이나 방의 창문을 한 폭의 그림처럼 만들어 버린다. 마치 잘 꾸며진 리조트를 찾은 듯한 느낌. 저런 곳에서 며칠만이라도 쉬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단층이라 몸이 불편하신 아버님에게는 딱 어울리는 이 집에는 마당 한 가운데 별채가 따로 지어져 있었다. 별채를 가득 뒤덮고 있는 포도나무는 실제로 열리는 포도를 따먹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넓은 전원주택이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지 않다. 전세로 내놓은 그 집은 3억5천만 원이란다. 의뢰인이 애초에 상한선으로 두었던 4억5천만 원보다 1억이 세이브되는 금액이다. 매매가 아닌 전세라는 점도 메리트다. 전원주택을 경험해보지 않은 이들에게 매매는 다소 부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니 월요일 아침 <구해줘 홈즈>가 보여준 집 이야기가 안 나올 수가 없다.

 

최종 선택에서는 떨어졌지만 화성시에 위치한 호두나무 계단집도 놀랍기는 마찬가지였다. 무려 150평인 이 전원주택은 2018년 12월에 준공되어 2년도 되지 않은 집으로 마치 갤러리 같은 세련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집이었다. 넓은 잔디와 높은 층고로 시원시원한 내부, 특히 호두나무 원목을 사용한 실내 인테리어는 고급스럽기 그지없었다.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으로 유지비까지 해결한 이 집은 전세가가 2억에 불과했다. 그것도 살아보고 2년 후 매매도 가능하다는 것.

 

그간 많은 집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들이 있었지만 <구해줘 홈즈>에 시청자들이 특히 눈을 빼앗기는 건 개인주택에 대한 로망 때문이다. 물론 가끔 연립이나 아파트도 소개하지만 <구해줘 홈즈>는 전원주택이나 협소주택 같은 개인주택들을 보여줌으로써 도시의 아파트 생활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보는 것만으로도 피로를 풀어주고 있다.

 

무엇보다 <구해줘 홈즈>의 로망이 더 강력하게 다가오는 건 이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판타지를 자극하는 집들이 현실적인 가격으로 제시되고 있어서다. 이 가성비 높은 주택들은 도시 한 가운데 수십 억짜리 아파트와 비교되며, 마음만 먹으면 그런 곳에서 살 수 있다는 걸 실감나게 해준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복잡한 도시의 아파트 생활을 하는 건 교육문제나 직장 같은 문제들이 있어서다. 하지만 <구해줘 홈즈>는 그걸 극복할 수 있다면 조금 떨어진 곳에 진짜 집 같은 집에서 살 수 있다는 현실감 넘치는 판타지를 건넨다. 여러 사정 때문에 그런 집을 선택할 수 없는 이들에게는 대리 만족을 느끼게 하면서.

 

의뢰인을 대신해 연예인들이 조건에 맞는 집을 찾아주는 <구해줘 홈즈>는 정보가 비교 공개되어 있는 시대가 가능하게 한 '가성비 주택'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그건 어쩌면 가성비 주택이 아니라, 우리의 과잉된 부동산 거품이 만든 착시효과가 아닐까 싶다.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구해줘 홈즈>는 그 프로그램 기획에 의해 그 거품을 걷어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다.(사진:MBC)

우도환과 김경남이 있어 '더 킹'의 두 세계가 흥미롭다

 

두 개의 세계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같은 인물. 사실 SBS 금토드라마 <더 킹 : 영원의 군주(이하 더 킹)>는 이 평행세계라는 구조로 인해 연기자들에게도 도전이 되는 작품이다. 두 세계의 관문이 열리면서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이라는 두 세계 속에 존재하는 인물들을 한 배우가 1인2역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곤(이민호)과 이림(이정진)은 예외다. 일찍이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넘어 들어간 이림은 그 곳에서 제일 먼저 한 일이 자신과 같은 얼굴을 한 대한민국의 인물을 죽이고 또 어린 이곤과 평행세계에 사는 아이를 죽인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두 세계에 한 존재만 남아 있다.

 

하지만 정태을(김고은)이나 조영(우도환) 같은 인물은 다르다. 대한민국의 형사인 정태을의 자리를 대한제국의 범죄자인 루나가 세계를 넘어와 차지하려 한다. 정태을의 핸드폰을 통해 그의 정보를 대충 알아낸 루나는 마치 그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얼굴만 같다고 가까운 사람들이 그걸 못 알아볼까. 그를 짝사랑하는 강신재(김경남)에게 갑자기 키스를 하자, 강신재는 루나를 바로 의심스럽게 바라본다. 또 이곤 앞에 나타나 정태을처럼 구는 루나를 이곤은 단박에 알아본다.

 

정태을과 루나라는 두 인물을 이처럼 다른 느낌을 만들어내는 건 김고은이라는 배우의 몫이 된다. 그는 밝은 이미지의 정태을에서 금세 다크한 느낌의 루나를 오고가며 그 둘이 다른 인물이라는 걸 설득시킨다.

 

이 부분은 흥미롭긴 하지만 자칫 시청자들에게는 헷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연기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1인2역으로 한 얼굴이지만 완벽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는 것. 그런 관점에서 보면 조영과 조은섭이라는 두 세계의 완전히 다른 인물을 너무나 익숙하게 오가며 연기하는 우도환은 이 작품에서 특별히 도드라져 보이는 배우가 아닐 수 없다.

 

이곤의 옆에서 그를 보좌하는 대한제국의 조영이 어떤 위협 앞에서도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강인함과 단단함을 보여준다면, 조은섭은 어딘지 허술해 보이지만 인간적인 따뜻함이 느껴진다. 우도환은 심지어 두 인물이 만나는 장면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연기해내 보여주기도 한다. 표정과 말투, 사투리 같은 것들이 완전히 다른 인물처럼 보여져 조영과 조은섭은 진짜로 별개의 인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우도환과 함께 이 작품에서 도드라지는 또 한 배우는 김경남이다. 두 개의 세계에 존재하는 두 인물을 넘나드는 것으로 확고한 존재감을 보이는 배우가 우도환이라면, 작품 전체의 어떤 비감과 무게를 계속 이어가는 배우가 김경남이다. 정태을을 짝사랑하면서 동시에 자신이 대한제국에서 넘어와 살고 있고 그래서 그 출생의 비밀에 갈증을 느끼고 있는 강신재라는 인물의 무게를 온전히 소화해내고 있어서다.

 

두 개의 세계를 넘나들며, 그 부딪침을 그려내는 <더 킹>은 사실 그 세계가 복잡한 면이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작품에 몰입감을 주는 배우들이 있다는 건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그 막중한 역할을 잘 떠받쳐 주고 있는 우도환과 김경남의 연기는, 그들이 연기했던 그 어떤 작품들보다 더 주목되는 면이 있다.(사진:SBS)

'놀면 뭐하니', 이효리의 솔직함과 당당함에 빠져드는 건

 

도대체 이 놀라운 솔직함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본래부터 이효리의 솔직함이란 정평이 나있었지만 MBC 예능 <놀면 뭐하니?>의 혼성 그룹 프로젝트에 나온 이효리는 말 그대로 '클래스가 다른' 솔직함으로 좌중을 압도했다. 거리낌 없는 자신감이 느껴지는 이효리의 솔직함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서 또 마음 속에 있는 말들을 숨기지 않고 꺼내놓음으로써 천하의 유재석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유재석과 이효리 그리고 비의 조합만으로도 이번 혼성 그룹 프로젝트는 사실 이미 성공한 기획이다. 지난해 실종됐던 여름철에 맞춰진 댄스 시장을 올해는 다시 열겠다는 포부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최근에 점점 찾아보기 힘든 혼성 그룹을 결성해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보여줬다. 이효리만 함께 해도 강력한 혼성 그룹에 지난주 '깡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비까지 등장하면서 기대는 한층 커졌다.

 

특히 어떤 콘셉트로 할 것인지를 상의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이효리는 단연 독보적이었다. 던지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우리가 상상하는 것에서 항상 한 걸음 더 나가 있는 것이었고, 그래서 그 솔직함과 대담함은 웃음과 함께 어떤 통쾌함까지 안겨주었다. 여성 아티스트로서 당당한 자존감이 거기서 뿜어져 나왔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소속사와 계약을 했다며 앞으로 바빠지겠다는 유재석의 말에 '아무 것도 시킬 수 없음'이라는 조항이 계약서에 있다고 말했다. 소속사는 자신의 필요에 의해 갖게 됐다는 그 당당한 모습이라니. 그의 솔직함과 당당함은 두 사람을 함께 하고 있으니 마치 <섹션TV> 같다며 광고 촬영 현장을 취재하러 온 것처럼 유재석이 "어떤 광고죠?"하고 묻는 말에 "유기농 생리대"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도 드러났다. 오히려 난감해하는 유재석과 비 앞에서 "광고 하고 싶은 걸 얘기하면 되는 거잖아"라고 말하는 이효리에게서는 당당함과 함께 여성들이라면 더더욱 공감하게 되는 의식 있는 자신감까지 느껴졌다.

 

최근 '깡 신드롬'으로 화제가 되고 비에 대한 이효리의 질문 역시 과감했다. 조롱이 칭찬으로 바뀐 것이지만 그래서 속상한 거 없냐고 묻는 이효리에게 비가 '알고리즘'이란 단어를 써서 애써 설명하는 걸 듣고는 그 멘트가 지난 번 방송에 나왔을 때랑 같다는 걸 지적하는 대목이 그렇다. "너 근데 멘트가 똑같다. 정해진 것처럼. 그 질문 오면 그 대답해야지 정해놨지?" 그 말은 같은 연예인으로서 대범하게 받아들인다고 해도 속상함 같은 게 있을 수 있다는 걸 유머를 더해 꺼내놓은 이야기였다. 이효리는 그 말끝에 "예뻐서 그래. 지난주 보니까 멋있던데."라고 진짜 속내를 슬쩍 덧붙였다.

 

과거에 이효리와 비가 함께 한 시상식 무대에서 했던 공연 영상을 보면서도 이효리의 솔직 당당함은 빛났다. 어찌 보면 둘 다 결혼해 가정을 꾸린 두 사람이 당시 미혼이었던 시절 함께 춤을 추고 호흡을 맞추는 그 장면이 민망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다. 그래서 비가 짐짓 그 때 "훨씬 친해질 수 있었는데 바빴다"며 아쉬움에 사실상 두 사람이 친하지 않았다는 걸 담아내자 이효리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이렇게 말했다. "사귈 수도 있었어."

 

함께 혼성 그룹을 하면서 "꼬만춤은 포기 못한다"는 비의 이야기에도 이효리는 "그럼 나도 해도 돼?"하며 가슴을 만지는 포즈를 취해 비와 유재석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그러지 말라는 유재석에게 이효리가 "왜 남자만 해?"하고 쏘아대고 그러면서도 "나이도 있고 그러니까 너무 어리게 가지 말자"고 덧붙이자 분위기는 한결 편안해졌다.

 

이효리의 솔직함은 모두가 속으로는 갖고 있지만 꺼내놓지 못하는 유재석의 포지션에 대한 이야기에도 거침이 없었다. "이렇게 저렇게 다 생각을 해봐도 오빠가 왜 있어야 되는지 잘 모르겠어." 이효리의 이 지적은 정확한 것이었다. 그렇게 확실한 유재석만의 영역이 있어야 혼성 그룹으로서 그의 존재가 소외되지 않을 수 있었다. 랩을 열심히 연습해 우리에게 오디션을 한 번 보라는 이효리의 말은 그래서 웃게 만들었지만 중요한 지적이 아닐 수 없었다.

 

이효리의 이 솔직함에 무장해제 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시원하게 과거 자신이 동생들에게 끌려가 "깝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는 이야기를 털어놓고, 그런 이효리가 불쌍하다고 비가 말하자 "뭐가 불쌍해? 나는 쿨하게 알았다고 했는데. 안 그러면 되지 됐지?"라고 말할 수 있는 자존감이라니. 물론 그를 이렇게 잘 맞춰주는 비와 유재석의 합이 더해져 더 도드라진 것이지만, 이효리의 독보적 클래스가 실감나는 순간이었다.(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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