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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 서로가 서로를 응원한 환불원정대와 생도들

 

무엇이 환불원정대를 순간 눈물원정대로 만들었을까. "만나서 너무 반갑다"는 만옥(엄정화)의 말에는 벌써부터 촉촉함이 느껴졌다. 그런데 화사의 따뜻한 말이 울컥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안 보이는 곳에서 항상 이렇게 열심히 해주시고 또 이렇게 밝은 모습으로 있으신 모습이 저는 되게 좀 울컥하네요. 저희가 눈물이 좀 많아서... 사실 저희가 눈물원정대예요. 이렇게나마 여러분들 모두 좋은 에너지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가 환불원정대 마지막 날의 일정으로 찾아간 국군간호사관학교. 축제기간에 열린 명랑운동회에서 생도들 앞에 깜짝 나타나 'Don't touch me'를 선보인 환불원정대는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관객들과의 대면 무대를 한 번도 갖지 못했던 환불원정대가 아닌가. 게다가 다른 이들도 아닌 국군간호사관학교 생도들 앞이다. 코로나19 위기에 전면에 나서 사투를 벌인 영웅들을 양성해낸 곳. 화사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진심어린 감사가 얹어진 이유다.

 

환불원정대를 더욱 울컥하게 만든 건 국군간호사관학교 응원단 칼리스타의 공연이었다. 생도들의 앳된 얼굴과 환한 미소, 그리고 절도 있는 동작에서 넘쳐나는 에너지를 느끼는 그 순간 알 수 없는 감정들이 피어올랐다. 그 모습을 담 너머로 보던 정봉원(정재형)은 그 감회를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참 힘든데 잘 이겨내고 있다. 어린 친구들도..." 그건 아마도 코로나19라는 힘겨운 상황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랄한 에너지를 잃지 않는 생도들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대견함 때문이었을 게다.

 

문득 응원단의 공연을 보던 천옥(이효리)도 같은 감정이 피어올랐다. 눈치를 보며 눈가를 조용히 닦아내던 천옥은 마침 옆자리에 앉아 있는 만옥이 눈물을 보이고 있는 걸 보며 "언니도 울죠?"하고 반가워(?) 했다. 생도들의 천진난만함과 밝은 미소는 그 어떤 응원보다도 더 큰 응원으로 다가왔다. 거기에는 코로나로 힘겨운 현실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계속 웃으며 나아갈 거라는 긍정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국군간호사관학교 생도들을 응원해주고 위로해주기 위해 찾아간 환불원정대지만, 오히려 환불원정대가 그리고 이 모습을 보는 시청자들이 커다란 응원을 받고 위로를 받은 느낌이었다. "저희가 환불원정대 결성하고 관객들을 만날 수 없어서 아쉬웠는데 오늘 여러분 만날 수 있어서 너무 감사드리고 코로나가 사라져서 우리가 손잡고 얼싸안고 만날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기다리겠습니다." 천옥의 말처럼 우리는 서로를 응원하며 이 어려운 시기를 넘어설 거라는 걸 환불원정대와 생도들의 서로를 향한 응원이 보여주고 있었다.

 

최근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김태호 PD는 환불원정대가 마무리되는 소회에 대해 "코로나19가 빼앗아간 일상은 환불받을 수 없다"며 "이 시대 각자의 자리에서 본분을 지키며 코로나19에 맞서는 이들의 연대를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영웅은 어디에나 있다'는 주제로 열린 제9회 이데일리 W페스타에서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신화나 영화 속 영웅은 엄청난 힘이나 지략을 가진 이들이었다. 지금은 우리 모두가 일상 속에서 각자의 영웅사를 쓰고 있다. 각자 자리에서 자신의 소명을 다하는 분들의 연대가 코로나19를 막아서는 가장 큰 치료제다"

 

환불원정대가 마지막 일정으로 방문한 국군간호사관학교에서의 무대는 김태호 PD가 말하는 일상 속 영웅들과 이들의 연대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해줬다. 각자 위치에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며 웃음을 잃지 않고 서로를 응원하는 것. 이 어려운 시국에 이만한 치료제가 있을까 싶다.(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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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다는 설레는 일, '스타트업' 배수지와 남주혁의 선택

 

샌드박스의 한쪽 벽을 가득 채워놓은 포스트잇에는 저마다의 소망들이 적혀 있다. 누군가는 고층엘리베이터를 타는 삶을 살고 싶다 적고, 누군가는 씹다버린 껌이 되지 않겠다고 적는다. 또 누군가는 무엇에 대한 것인지는 몰라도 '복수하겠다'는 의지를 적어 두기도 한다. 샌드박스의 대표 윤선학(서이숙)은 자신이 멘토를 맡은 원인재(강한나)가 알아서 척척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자신이 할 일이 없다며 한지평(김선호)에게 "근데 왜 하는지는 아직 잘 모르는 거 같아요."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결국 돈이 아니겠냐는 한지평의 말에 윤선학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쵸. 돈도 좋은 이유고 솔직한 이유죠. 근데 이 꼬마는 좀 다를 줄 알았어요. 돈 말고 다른 이유를 찾을까 했는데." 윤석학이 말하는 꼬마는 샌드박스의 기업이념을 담은 로고에 들어간 그네를 타는 꼬마를 지칭한다. 윤석학이 원인재라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서달미(배수지)인 그 꼬마. 그의 아버지 서청명(김주헌)이 마음껏 그네를 탈 수 있게 모래를 깔아줬던 꼬마다.

 

tvN 토일드라마 <스타트업>은 이제 샌드박스에 입주하게 된 삼산텍 서달미와 남도산(남주혁)이 어떤 사업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초기 투자금으로 받은 1억을 경비 계산해보니 버틸 수 있는 시간은 6개월. 그 안에 무언가 돈이 되는 사업을 펼치지 않으면 삼산텍을 계속 유지할 수 없다는 불안감에 서달미는 원두정(엄효섭) 회장의 모닝그룹에 제안서를 넣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하지만 제안서를 들고 찾아간 서달미와 남도산은 모닝그룹이 원한 것이 솔루션이 아니라 일종의 하청이자 알바였다는 사실을 알고는 당혹스러워한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꾹꾹 참아내려던 서달미와 남도산을 분노하게 만든 건, 서달미의 엄마와 재혼한 원두정이 서달미 역시 자신의 딸이 될 수 있었다며 엄마를 선택하지 않고 아빠를 선택해 힘겨웠을 거라는 말이었다. 결국 듣다못해 판을 깬 건 남도산이었다.

 

남도산을 뒤쫓아간 서달미는 자신을 지켜주려 했던 남도산에게 키스를 함으로써 마음을 전하고 사업에 대한 마음 역시 남도산의 아이템을 하자고 고쳐먹는다. 그런데 그 사업 아이템은 다름 아닌 시력을 잃어가고 있는 서달미의 할머니 최원덕(김해숙)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것이었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사물을 인식해주는 자신의 솔루션에 음성인식 기술을 더하자는 것이 그것이었다.

 

<스타트업>에서 서달미와 남도산이 함께 해가는 창업 이야기와 사랑 이야기는 '설렘'이라는 하나의 귀결을 보여준다. 서달미는 15년 전 남도산(사실은 한지평)과 현재의 남도산 사이에서 여전히 15년전의 남도산 쪽이 더 좋다고 이야기했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남도산에게 새로운 설렘을 느끼고 있었다. 또 사업에 있어서도 돈이 될 것 같진 않지만 남다른 설렘을 주는 남도산의 사업 아이템을 선택한다.

 

물론 <스타트업>이 보여주는 이런 선택들이 다소 낭만적인 면은 있지만 그래도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는 창업에 있어서 돈보다는 그 일이 갖는 남다른 의미나 가치가 중요하다는 것이 아닐까. 어떤 가치가 부여되어 그것이 주는 설렘이 없다면 돈만 추구하는 원두정의 길을 가게 될 것이었다. 대신 <스타트업>은 사업에 있어서도 사회의 누군가에게 샌드박스가 되어줄 수 있었던 서청명이나 최원덕 그리고 윤석학 대표 같은 이들의 길을 제안하고 있다. 사랑에 있어서도 사업에 있어서도 설렘이 있는.(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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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용', 돈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정의가 실현되려면

 

세상에 이런 변호사와 기자가 있을까. 돈이 되지 않고 이길 확률도 낮은데다 길게는 5년이나 갈 수도 있는 재심을 기꺼이 맡는 변호사 박태용(권상우). 그는 심지어 재심 의뢰인이 폭행 사건에 연루되자 직접 찾아가 변론을 해주고 피해자에게 합의 먼저 받아내라고 박삼수(배성우) 기자에게 부탁한다. 그런데 언론사 뉴스앤뉴에서 잘려 백수가 된 박삼수 기자는 투덜대면서도 없는 돈을 탈탈 털어 합의금을 대신 내준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의뢰인의 집을 찾은 박태용 변호사는 난방조차 잘 되지 않은 곳에서 조현병을 앓고 있는 노모를 모시며 살고 있는 의뢰인의 처지를 딱하게 생각해 사비를 들여 집을 구해주는데 보증금을 대준다. SBS 금토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의 박태용 변호사와 박삼수 기자는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변호사와 기자에 대한 선입견을 여지없이 깨버린다. 돈과 권력이 먼저 떠오르는 그 직업에서 '사람 냄새'가 먼저 풀풀 풍겨나기 때문이다.

 

이들이 재심에 뛰어든 삼정시 3인조 사건에서 억울하게 가해자로 지목되어 감옥살이를 하게 됐던 세 사람 중 한 명인 그 의뢰인이 슈퍼마켓에서 폭행을 하게 된 건 자신의 억울한 감옥살이 이후 어머니가 갖게 된 조현병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세 사람이 억울한 감옥살이를 하게 된 데는 경찰이 실적을 얻기 위해 강압과 폭력으로 쓰게 한 조서 때문이었다. 장애가 있는 그들을 싸잡아 범인으로 몰아세운 것.

 

훗날 부산지검의 검사가 진범을 잡았지만 사건을 조작했던 장윤석(정웅인) 검사는 그 사건이 뒤집어지면 거기에 연루된 사람들이 모두 날아갈 수 있다며 수사를 덮고 범인들을 풀어줬다. 당시 검사가 녹음한 파일을 테이프로 피해자측에 주었지만, 피해자가 박삼수 기자에게 준 그 테이프는 뉴스앤뉴의 사장 문주형(차순배)에 의해 사라져버렸다.

 

삼정시 3인조 사건에 연루되어 있는 강철우 시장(김응수)은 배후에서 박태용과 박삼수의 재심을 방해한다. 그런데 그 방식이 지극히 자본주의적(?)이다. 마이너스 통장에 1억 가까이 빚이 있는데다 여동생 가족의 생계까지 챙겨야 하는 박태용 변호사를 찾아온 김병대(박지일) 대석 로펌 고문은 그의 회사로 들어오는 조건으로 재심을 포기하라고 종용한다. 그런데 그 배후에는 강철우 시장이 있다.

 

또 박삼수 역시 뉴스앤뉴의 문주형 사장이 재심사건 취재를 더 이상 하지 말라고 요구한다. 그런데 그 배후 역시 강철우 시장이다. 강철우 시장이 쥐고 있는 재개발 택지 사업을 통해 이 회사의 몇 백억이 왔다 갔다 하기 때문이다. 결국 진실을 위해 또 약자들을 위해 사비를 들여서까지 애쓰는 박태용 변호사와 박삼수 기자를 가로막기 위해 저들이 쓰는 방식은 치졸하게도 '돈'이다.

 

그렇다면 돈에 의해 정의도 마구 정해지는 현실 속에서 박태용 변호사가 가진 유일한 무기는 뭘까. "변론은 가방끈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의뢰인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일종의 진정성이랄까. 그런 게 있어야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진실의 언어가 이렇게 올라오는 겁니다." 친부 폭생치사 사건에서 아버지를 살해한 정명희의 변론을 맡아 그 심정을 고스란히 전함으로써 가슴을 울리는 변론을 한 박태용 변호사가 가진 무기는 바로 '진정성'이다.

 

'날아라 개천용'이 다루는 재심 사건들은 대부분 '돈이 정의가 되는' 안타까운 현실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그런데 그 재심을 하기 위해서 소신을 향해 나가는 변호사나 기자는 모두 돈의 현실 앞에서 갈등하고 고통 받는다. 그래서 박태용 변호사는 입만 열면 '독지가'를 이야기한다. 정의가 돈이 되지는 않아도 적어도 정의를 구현하는데 있어서 돈이 장애가 되지는 않는 그런 사회는 불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을 이 드라마는 던지고 있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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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의 배우는 삶, '나 혼자 산다'의 의미 되살려

 

"혼자 산다는 건 굉장히 많은 걸 배우게 되는 과정인 거 같아요. 부모님과 함께 살 때 그 때는 사실 세상이 그냥 저절로 돌아가는 줄 알았잖아요. 근데 저절로 돌아가지가 않거든요. 혼자 살아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많고 세상과 부딪치며 배우는 게 많아지는 거죠. 혼자 살면서 이렇게 남는 시간에 배움의 시간을 갖는 것도 정말 중요한 것 같고... 논어의 시작구절이 그거거든요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즐겁지 아니한가. 정말 죽을 때까지 배움의 자세를 가지고 살아야겠습니다."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 나온 배우 김지훈은 그의 하루를 보여주고 난 정리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했다. 그것은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한 김지훈 나름의 생각을 담은 것이었다. 혼자 많은 것들을 마주해야 하고 경험해야 하는 삶. 김지훈은 그래서 배우는 자세로 살아가는 것이 혼자 사는 삶에 중요하다는 걸 전하고 있었다.

 

이날 <나 혼자 산다>에서 김지훈이 보여준 하루는 늘상 그래왔듯이 평범하게 시작했지만, 집밖으로 나서면서부터 색다른 모습이 이어졌다. 올빼미족이라고 스스로를 말한 대로 늦게 일어나 뒹굴 대며 새롭게 읽기 시작했다는 만화 논어를 가요프로그램 걸그룹의 노래와 번갈아가며 보던 그는 천천히 시작했지만 꽉 찬 일과를 보여줬다.

 

'사교육'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다양한 것들을 배우는 오후부터 밤 늦게까지의 일정. 스트레칭 학원에서는 몸의 유연성을 기르기 위해 온 몸을 부들부들 떨어가며 또 괴성을 질러대며 고통을 마주했고, 5년간이나 동호회 활동을 했지만 '구멍 취급' 당해온 농구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 농구학원에서 기술들을 연습했다. '간헐적 단식'으로 몸을 유지하고 있다는 그는 뒤늦게 8시가 되어서야 그 날의 첫 끼인 저녁을 대단히 공격적으로(?) 먹었지만 그게 그 날 일정의 끝은 아니었다.

 

이미 1년 전부터 하고 있다는 보컬 연습을 하기 위해 학원을 찾은 김지훈은 도전 금지곡에 해당하는 박효신의 '좋은 사람'을 얼굴의 핏줄이 다 드러날 정도로 열창했다. 보컬 트레이너가 당황하며 "진정해"라고 말할 정도였지만, 김지훈의 열정을 막을 수는 없었다. 힘을 빼고 불러야 하는데 너무 높은 고음 부분에서 힘을 뺀다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라고 그는 말했다.

 

스트레칭과 농구 그리고 보컬 연습까지 김지훈이 배우는 모습에서 능숙한 면들은 잘 보이지 않았다. 스트레칭을 할 때는 고통스런 신음을 쏟아냈고, 농구를 할 때는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에 힘겨워했으며 노래를 부를 때는 안되는 고음을 부르기 위해 '볼 빨간' 김지훈이 될 정도로 목에 핏대가 세워지기도 했다.

 

그래서 그의 언니 같은 미모(?)와는 사뭇 상반되게 무수히 많은 망가지는 모습들이 등장했고, 스튜디오에서 이를 보는 출연자들은 이 방송을 통해 김지훈의 '짤'이 엄청 많이 나왔다며 즐거워했다. 하지만 그런 웃음과 더불어 힘겨워도 노력하며 배우려는 김지훈의 하루가 특별하게 다가온 건 그것이 이 프로그램의 취지이기도 한 '혼자 사는 삶'의 의미를 되새겨줬기 때문이다. 배우는 삶이 바로 배우의 삶이라는 것 역시 의미심장했지만.

 

<나 혼자 산다>는 어느 순간부터 고정 출연자들끼리의 일상들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아졌다. 프로그램에 익숙해진 고정 출연자들은 확실히 그들 간의 케미를 통해 더 강력한 웃음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면서 조금씩 희석된 것이 이 프로그램의 취지라고 할 수 있는 '혼자 사는 삶'에 대한 의미다. 그런 점에서 김지훈이 보여준 배우는 삶과 그것이 어째서 혼자 사는 삶에서 중요한가 하는 이야기는 재미와 더불어 이 프로그램의 의미를 충분히 되새겨 줬다 여겨진다.(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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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아있다'의 생존 군대예능과 차별된 이유

 

사실 tvN <나는 살아있다>가 방영될 거라는 예고가 나왔을 때부터 기대만큼 컸던 게 우려다. 그것은 유튜브에서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불러일으킨 <가짜사나이>가 끄집어낸 군대예능의 여성 버전은 아닐까 하는 예감 때문이었다. 안타깝게도 <가짜사나이>는 화제만큼 논란도 크게 만들며 끝내 시즌2가 끝까지 방영되지 못하는 결과를 냈다. 군대예능이라는 틀은 이제 기대보다 우려가 더 커진 상황이 된 것.

 

하지만 <나는 살아있다>의 첫 방은 이런 우려를 다시 기대로 만들어낸 면이 있다. 물론 특전사 707출신 교관 박은하가 또 다른 두 명의 교관들과 함께 출연하고, 여기 출연한 김성령, 김민경, 이시영, 오정연, 김지연, 우기가 '훈련생'으로 불리며 때때로 엎드려뻗쳐 같은 다소 가벼운 얼차려를 하는 광경이 등장하지만, 그렇다고 군대 예능 같은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살아있다>는 제목에 담겨 있는 것처럼, 프로그램의 목적성이 분명하다. 그것은 바로 '생존'이다.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재난들이 생겨나고 있는 현재, <나는 살아있다>는 어디서 갑자기 맞닥뜨릴지 알 수 없는 위험 속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주고 실제로 경험하게 해준다는 것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다.

 

그래서 프로그램은 군대예능이 갖는 혹독한 상황을 먼저 보여주기 보다는 그들이 왜 이 훈련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공감대를 먼저 만들어낸다. 생존 상황에 꼭 필요한 것이 물과 불 그리고 은신처라는 걸 알려준 박은하 교관은 먼저 버려진 쓰레기 같은 것들을 이용해 불을 만드는 법을 보여준다. 담배꽁초 하나도 불을 피우는데 유용하다는 걸 알려주고, 플래시나 껌 종이를 이용해 불을 피우는 신기한 상황을 보여준다.

 

또 불을 피하기 위해 고층 건물에서 완강기를 이용하는 법을 알려주면서 그 훈련을 절대 강요하지 않는다. 고소공포증이 있어 눈물을 뚝뚝 흘리는 펜싱 금메달리스트 김지연에게 박은하 교관은 으름장이 아닌 다독이고 칭찬함으로써 용기를 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금메달리스트 멋있다"는 말로 그가 이런 생존 상황에서 트라우마도 이겨낼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알려준 것. 결국 힘겨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욕을 해대기는 했지만 김지연은 끝내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뛰어내릴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로프가 자신을 지켜낼 수 있을까 걱정하는 '운동뚱' 김민경 역시 꽤 오랫동안 기다려줌으로써 스스로 뛰어내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줬다. 강압적으로 밀어냈다면 오히려 부작용으로 트라우마가 생길 수도 있다는 걸 박은하 교관은 인지시켜 줬다. 만일 이 프로그램이 군대식의 훈련을 보여주는 예능이었다면 결코 나오기 어려운 장면이 아니었을까.

 

물론 <나는 살아있다>는 예고편을 통해 보여지듯이 갈수록 생존 상황의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생존 상황에 대한 공감대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그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해야만 하는 것들을 인지시키고, 거기에 실제 도전하는 모습을 담는 것. 그것이 <나는 살아있다>가 여타의 군대예능과는 사뭇 다른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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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뎐', 전설의 재해석은 좋지만 매력적인 캐릭터가 우선 돼야

 

"안녕. 구미호는 처음이지?" tvN 수목드라마 <구미호뎐>에서 구미호 이연(이동욱)은 남지아(조보아)가 그의 동료인 김새롬(정이서)과 표재환(김강민)에게 그를 소개하자 그런 대사로 등장한다. 현대적 어투에 농담까지 더하며 소개되는 구미호. 이것이 <구미호뎐>이 취한 전설을 현재에 재해석하는 방식이다.

 

구미호는 더 이상 산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도심을 활보하고 다니고 환생할 그녀를 기다리며 천형처럼 내려진 속세에서의 임무를 수행한다. 인간을 해코지하기도 하는 속세에는 있지 않아야할 존재들을 잡아 저승으로 보내는 게 그의 임무. 구미호가 그들과 싸우는 방식도 현대적이다. 슈퍼히어로물의 액션을 보는 듯한 그런 방식.

 

구미호의 이야기도 현재적으로 재해석했다. 남자 구미호는 백두대간을 지키는 산신이었고, 그와 아음(조보아)은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이무기(이태리)는 그들 사이를 헤집고 들어와 비극적인 운명을 만든다. 아음의 몸속으로 들어간 이무기는 구미호와 대적하게 되고 끝내 아음을 죽일 수 없어 죽음을 선택하려는 이무기 대신 아음이 죽음을 선택한다.

 

여기서 등장하는 게 '여우는 반드시 은혜를 갚는다'는 법칙이다. 아음에게 은혜를 입은 구미호에게 아음은 자신을 죽여 달라고 요구하고 구미호는 이를 거스르지 못하고 아음을 죽이는 것. 은혜를 입은 자와 은혜를 베푼 자 사이에 만들어진 관계는 보이지 않는 반지로 표현되었다. 이 은혜의 고리는 이랑(김범)과 사장(엄효섭) 사이에도 만들어졌다. 마을 사람들을 마구 죽였던 이랑(김범)을 이연이 차마 죽이지 못하고 칼로 상처만 냈을 때, 쓰러진 이랑을 살려낸 게 사장이었다. 그래서 이랑은 사장을 죽이지 못하고, 대신 사장의 이연을 바치라는 요구에 난감한 처지에 놓인다.

 

다양한 법칙들이 등장하고, 전설 속 존재들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어 있지만 이 드라마가 그리는 건 결국 구미호 이연과 이무기와의 대결이다. 본래 산신이었던 구미호의 자리를 이무기는 차지하려 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 남지아가 끼어있다. 이무기는 구미호의 산신 자리를 꿰차고 본래 자신의 제물이었던 남자아를 차지하려 한다. 구미호는 이를 막아내고 남지아와 얽힌 전생의 비극을 반복하지 않으려 한다.

 

전생에서 현생으로 이어진 구미호와 이무기의 대결구도와 그들 사이에 낀 남지아의 이야기는 그래서 마치 삼각멜로의 구도처럼 그려지는 면이 있다. 물론 이연과의 관계는 사랑이고, 이무기와의 관계는 강압이지만. 이야기의 대결구도나 재해석에 있어서 <구미호뎐>은 잘 짜여진 면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만큼의 몰입감이나 인물에 대한 절박하고 애틋한 마음 같은 게 잘 만들어지지 않는 건 왜일까.

 

어둑시니 같은 녹즙아줌마로 재해석된 요괴가 이연과 남지아 그리고 이랑을 모두 자신들의 두려움 속에 가둬버리고 그 미로 같은 곳에서 탈출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이런 흥미로운 소재의 재해석이 가진 매력적인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이연과 남지아의 절절한 사랑이야기에 생각만큼 몰입이 되지 않는다. 물론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본 후 눈물 흘리고 사랑을 나누기도 하지만 그것이 가슴 절절한 느낌으로 오지는 않는다.

 

차라리 이 드라마에서 마음이 가는 건 이연을 온몸을 바쳐 보좌하고 또 기유리(김용지)에 대한 순애보를 보이는 구신주(황희) 같은 인물이다. 어딘지 늘 누군가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고 피해를 보는 인물이기에 시청자들의 마음은 그가 잘 되기를 기원한다. 하지만 남지아나 이연이나 둘 사이의 비극적인 전생의 관계는 있었다고 해도 구신주가 만들어내는 시청자들의 지지나 응원이 생겨나지는 않는다. 어째서 캐릭터를 이렇게 단선적인 모습으로 그려내게 됐을까.

 

<구미호뎐>은 소재나 이야기 구성, 재해석 같은 것들이 잘 이뤄진 드라마지만, 안타깝게도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캐릭터의 매력이 잘 부여되어 있다 보기가 어렵다. 이 정도의 운명적인 사랑이야기라면, 시청자들이 이연과 남지아의 얼굴만 봐도 가슴이 먹먹해져야 하지 않을까.(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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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의 새로운 스토리가 된 상도동 닭떡볶이집

 

사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가진 음식에 관한 스토리텔링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면이 있다. 즉 생각보다 맛이 평범하거나 별로인 메뉴가 등장하고, 그 문제점을 파악해내는 백종원 대표의 조언에 따라 사장님이 연구해 맛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과정이 나온다. 그리고 결국 모두가 만족해하는 맛을 찾아냄으로써 솔루션이 끝을 맺고 손님들의 호평이 이어진다.

 

이런 스토리텔링이 일반적이지만, 이번 상도동의 닭떡볶이집은 그 일반적인 이야기 흐름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줬다. 그것은 '닭떡볶이'라는 특이한 메뉴 자체에 담긴 서사이기도 했다. 닭볶음탕에 떡이 들어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떡볶이에 닭고기가 들어가 있는 것인지가 모호한 메뉴는 어떤 선입견을 갖고 접하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결과를 만들었다.

 

뭐라 시식평을 내놓지 않고 "이게 뭐여"하며 웃음을 지어 보이는 백종원은 그럼에도 "자꾸 당기는 중독성 있는 맛"이라는 애매모호한 평가를 내놨다. 결국 백종원이 판정하기 어려워 '서당개클럽' 김성주와 정인선이 시식을 했지만 여기서도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렸다. 김성주는 너무 맛있다고 했지만 정인선은 고개를 갸웃했던 것.

 

떡볶이맛에 가까운 닭떡볶이는 떡볶이 가격으로 보면 조금 비싼 편이라 닭볶음탕을 생각하게 만들지만, 그래서 그걸 기대하고 먹어본 이들은 조금 실망하게 됐던 거였다. 그래서 마늘을 넣어 닭볶음탕에 가까운 닭떡볶이를 내놓자 백종원은 '차별화'가 되지 않는다며 예전의 떡볶이맛에 가까운 닭떡볶이를 고수하는 게 가게에는 유리하다는 조언을 해줬다.

 

결국 본래의 닭떡볶이를 좀 더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게 만들고, 맛도 보편적으로 업그레이드시켜 완전한 '호'가 아니더라도 '불호'를 줄여나갈 수 있는 선택을 했고 그것은 실제로 주효했다. 여기에 닭떡볶이를 다양한 맛으로 즐길 수 있는 3단계 시식법을 제안한 것 역시 손님의 입맛대로 선택해서 먹을 수 있게 해줌으로써 보편적인 맛을 끌어올리는 방법이 됐다.

 

처음에는 그냥 나온 대로 시식하다가 2단계로 김가루와 참기름을 뿌려 시식하고 3단계로 밥을 비벼 먹는 방식이었다. 이 와중에도 밥을 비벼먹는가 아니면 볶아먹는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지만 이것은 음식을 먹는 다양한 방법들이 존재하고, 저마다의 입맛에 따라 먹을 수 있는 선택이 가능하다는 걸 알려주는 것이기도 했다.

 

이번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보여준 닭떡볶이집의 스토리텔링이 신선하게 다가온 건 모두가 다 좋아하는 맛을 결과로 제시한 게 아니라, 저마다 입맛에 따라 음식의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한 후, 그걸 저마다의 기호에 맞게 먹을 수 있는 선택지들을 제안했다는 점이다.

 

사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보다보면 일종의 '보편적인 맛'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물론 다양한 맛을 더 많이 경험하고 축적해온 백종원의 평이 좀 더 보편적일 수 있는 점은 있지만, 백종원이 엄지를 치켜세우면 맛이 있고 인상을 찌푸리면 맛이 없다는 단순한 스토리 안에서 프로그램이 흘러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닭떡볶이집의 '호불호가 갈려도 궁금해지는 맛'이라는 색다른 스토리텔링은 신박한 면이 있다. 거기에는 다양할 수 있는 입맛을 인정하면서 누군가에게는 불호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호가 될 수 있다는 게 담겨있고, 그럼에도 그 맛이 궁금해 찾아가고픈 욕망을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색다른 스토리에 대한 고민들은 향후에도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계속 힘을 유지할 수 있는 관건이 되지 않을까 싶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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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 15년차 퇴직수당이 1900만원, 그래도 가슴이 뜨거운 건

 

국과수의 미세증거 전문가 이동계씨는 얼굴 가득 장난기가 넘쳤고 던지는 말 하나하나에 유머가 담겨 있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국과수 특집을 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어딘지 조금 무거운 느낌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사건, 사고 현장을 들여다보고 거기서 진실을 찾아내는 직업이 아닌가. 매일 같이 어쩔 수 없이 누군가의 죽음을 바라보는 직업. 그런데 이동계씨의 얼굴은 아이처럼 천진난만했고, 한때는 화학 전공을 살려 만든 약으로 큰돈을 벌겠다는 포부가 있었지만, 지금은 매달 10만원씩 저축해 괜찮은 차를 끌고 싶은 소망을 솔직하게 얘기함으로써 유재석과 조세호를 웃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렇게 장난기 많아 보이던 이동계씨는 유재석이 '어려운 점'을 묻자 자못 진지해졌다. "분석할 때는 어려움이 별로 없습니다. 제가 하는 거니까요 늘상. 결론을 내려서 줘야 되지 않습니까? 경찰분들이나 법원에도 갈 수 있는데 그 결론이라는 게 한 사람의 인생과 굉장히 직결되는 문제거든요. 그래서 이게 맞는지 안맞는지 굉장히 확신이 차야 되고, 정말 중요한 사건인데 답이 없는 경우가 있죠. 그럴 경우가 가장 힘들죠."

 

그는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답을 찾으려 하지만 결국 못 찾으면 '알 수 없음'으로 나가야 하는데 그럴 때 가장 미안하다고 했다. 심각한 사건의 경우 감정서가 나갈 때까지 3,4일을 두통약을 먹으면서 일을 하기도 한다는 그는 "일이 쉽고 어렵고 장소가 많고 적고의 문제가 아니고 그 자체가 그 순간에 어떤 사람의 인생과 관련 있다는 걸 느끼게 되는 거죠. 그 사람뿐만이 아니고 알고 보면 그 사람의 가족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갑자기 수당 이야기를 하면서 15년 간 근무한 거로 퇴직 수당이 1900만원 정도 밖에 안된다며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웃던 이동계씨는 국과수를 꿈꾸는 분들에게 해주고픈 말을 묻자, "본인이 공무원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간기업하고 달라서 봉급 오는 곳이 다르잖아요. 이건 이익이 아니고 대한민국 국민들이 한 푼 한 푼 모아서 낸 세금에서 내 봉급이 오는 거거든요. 그걸 생각하면 내가 존재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거든요." 그의 말에서 문득 가슴이 뜨거워졌다. 박봉이라도 이런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분들이 있어 그래도 사회가 살만해지는 게 아닐까.

 

이곳에서 일하는 법치의학자 김의주씨는 치아분석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거나 사인을 찾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에게서도 이 일을 선택한 이유는 남달랐다. 사실 치과를 전공한 친구들의 갈 길은 대체로 정해져 있다는 그는 돈은 적게 벌겠지만 좀 더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어 이 일을 선택했다고 한다. 전국에 단 7명만이 있다는 법치의학자의 길을.

 

사실 매일 같은 사체를 부검하는 일을 한다는 그는 그 일이 두렵지 않냐는 질문에 의외의 현답을 내놨다. "산 사람이 더 무섭다"는 것. 결국 그 곳에 온 분들은 피해자들이고 그 피해자들이 온몸으로 전하는 마지막 진짜 목소리를 듣는 것이 그의 일이라는 거였다. 함께 나온 법의조사관 곽유진씨 역시 남들이 하지 않는 여성 법의조사관으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에 남다른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들은 매일 죽음을 접하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했다. 굉장히 거창한 것으로 생각했던 죽음이 생각보다 다양한 이유로 많이 죽는다는 걸 알게 되면서 허무하게 느꼈다는 것. 그래서 죽음을 늘 들여다보는 김의주씨의 말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죽음은 누구나 생각하지만 그것이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 이유가 나는 아닐 거라는 생각이거든요. 나는 그 죽음에서 멀리 있을 거야. 근데 사람이 되게 쉽게 죽거든요. 여기서 보고 있으면. 그 죽음이 나한테 가까이 와 있을 수도 있거든요. 그거를 조금 생각하며 살아간다면 좀 더 삶에 대해서 다르게 생각하며 살 수 있지 않을까."

 

누구보다 죽음 가까이서 고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그들은 그래서 그 누구보다 진실을 찾으려 애쓰고 있었고, 그 일이 가진 무게를 알기에 박봉이어도 사명감으로 기꺼이 일을 감당해내고 있었다. 바로 그 점이 이번 국과수 특집을 보며 살풍경한 사건들 속에서도 가슴이 뜨거워진 이유였다. 그처럼 누군가가 끝까지 그 진짜 이야기를 들어주고 기억해준다는 사실은 어쩌면 생각보다 쉽게 무너질 수 있는 우리의 삶 속에서도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아닐까.

 

그래서일까. <유 퀴즈 온 더 블럭> 국과수 특집의 말미에 담긴 고 박지선씨의 영상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잊지 않고 이 프로그램에 나왔던 박지선씨의 그 밝고 맑았던 모습을 다시 보여주고 기억해주고 있다는 것. 그 사실이 주는 먹먹함이 국과수 특집이 전한 가슴 뜨거워지는 이야기들과 더해져 깊은 여운을 만들어내고 있었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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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스' 과거를 바꾸려는 신성록, 미래를 바꾸려는 이세영

 

지금껏 시간을 넘나드는 판타지 드라마들이 적지 않았지만, 아마도 이런 드라마는 처음이 아닐까 싶다. MBC 월화드라마 <카이로스>는 한 달 후를 살아가는 김서진(신성록)과 한 달 전을 살아가는 한애리(이세영)가 하루 딱 1분 동안 핸드폰으로 연결되는 색다른 시간 판타지를 설정으로 가져왔다. 밤 10시 33분에서 1분 동안 연결되는 미래와 과거지만, 그 1분이 그들에게는 미래와 과거를 바꿀 절박한 기회가 될 수 있다.

 

김서진은 과거를 바꾸려 한다. 유중건설의 최연소 이사로 승승장구하고 있었지만 어느 날 딸이 유괴되어 살해되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아내 강현채(남규리)마저 자살하면서 모든 게 무너져버린 김서진. 그래서 자신 또한 삶을 포기하려 하지만 그에게 실낱같은 기회가 찾아온다. 그것은 한 달 전 과거를 살아가는 한애리(이세영)에게서 걸려온 전화다. 한 달 전을 살고 있다면 자신에게 벌어진 비극을 한애리가 막아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황당하고 믿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는 걸 알게 된 김서진과 한애리는 공조하기 시작한다. 아이를 유괴한 자가 유중건설이 불법 자재를 사용함으로써 딸을 잃게 된 김진호(고규필)라는 사실을 알게 된 김서진은 한 달 전을 살아가는 한애리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고 한애리는 한 달 전을 살아가는 김서진을 찾아가 김진호가 그런 일을 벌이지 않게 미리 만나 사태를 해결하라 충고한다. 하지만 이 황당한 이야기를 믿지 않는 한 달 전의 김서진은 연거푸 한애리의 경고를 무시한다.

 

한편 김서진은 한 달 후 한애리가 살인사건으로 감옥에 가게 될 거라는 사실을 알고는 한 달 전 한애리에게 그 사실을 알려 사건을 막는다. 수년 간 모아왔던 엄마 수술비를 사기를 쳐서 가져간 임건욱(강승윤)에게 살의를 느꼈던 한애리는 김서진의 충고로 인해 칼을 버리고 돌아선다. 대신 잃은 돈은 한 달 후의 김서진이 알려준 로또 당첨 번호로 채워진다.

 

과거를 바꾸면 현재가 바뀐다는 사실을 알고는 김서진이 여전히 자신의 가족에게 벌어진 비극을 돌릴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의 일에 개입된 한애리는 이제 겪지 않을 수도 있었던 위험에 노출되게 된다. 김진호를 찾아갔다가 살해당할 위기에 처하기도 하고, 김서진의 아내 강현채(남규리)가 김서진의 손발 역할을 해온 서도균(안보현)과 내연관계라는 사실을 알고는 찾아가려다 역시 살해될 위기에 처한다. 물론 그 때마다 한 달 후의 김서진이 미리 일어날 일들을 경고해줌으로써 위기를 벗어나지만.

 

<카이로스>가 흥미로운 건 과거에서 미래로 가거나 미래에서 과거로 오는 타임슬립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가 연결됨으로써 생겨날 수 있는 '작은 기회'가 예측할 수 없는 결과로 흘러가는 과정들이 담기기 때문이다. 김서진이 과거를 바꾸려 하고, 한애리가 미래를 바꾸려 하는 그 과정들을 보다보면 우리가 스스로에게 주어진 시간과 기회에 대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된다. 과거의 어떤 선택이 미래의 어떤 모습을 결정한다는 것을 드라마가 끊임없는 선택을 통해 그려내고 있어서다.

 

김서진과 한애리의 시간은 그 누구보다 절박하다. 그것은 이들에게 주어진 기회가 여전히 있기 때문이다. 물론 판타지 설정을 통해 주어진 기회지만, 그래서 절박해진 이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무얼 말해주는 걸까.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무심코 했던 많은 선택들을 하나의 기회로서 다시금 보라는 의미는 아닐까. <카이로스>는 그래서 지금의 나를 만든 과거의 선택들을 다시 보게 만든다. 물론 지금의 선택이 미래의 나를 만들 거라는 의미에서 더더욱 절박한 시선으로.(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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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트하우스'가 불쾌한 건, 가난 혐오가 도를 넘어서다

 

"저게 얼마짜리 조각상인데 왜 하필 저기 떨어져 죽느냐고 왜?"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민설아(조수민)는 헤라펠리스 고층 건물에서 누군가에게 밀쳐져 추락했고 조각상 위에 떨어져 사망한다. 그런데 조각상 위에서 사망한 민설아를 올려다보며 이 헤라펠리스에 살고 있는 이른바 0.1% 상류층이라는 이들은 한 생명의 죽음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이 건물을 세운 주단테(엄기준)는 조각상 걱정이 먼저고, 강마리(신은경)는 이런 사건이 집값을 떨어뜨릴까 걱정한다.

 

민설아가 떨어져 죽는 그 순간, <펜트하우스>는 1주년 파티를 하고 있는 헤라펠리스 사람들을 교차 편집해 보여준다. 마치 베르사이유 궁정의 파티를 연상시키는 의상에 가발까지 쓴 이들이 무도회를 즐기고, 불꽃놀이 폭죽까지 터트려 올릴 때 민설아는 그 꼭대기에서 누군가에게 쫓기다 밀쳐져 추락해 사망한다. 이런 교차 편집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사이코패스나 다름없는 헤라팰리스 사람들의 악마 같은 욕망들을 드러내고 그들에 의해 처참한 죽음을 맞게 되는 가난한 한 인물의 비극을 부각시킴으로써 시청자들의 공분을 일으키려는 의도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여기서 더 나아가 민설아의 사체를 끌어내 그가 살고 있는 아파트 꼭대기에서 홀로 비관해 자살한 것처럼 꾸미고, 심지어 집에 불을 지른다. 한 생명이 살해당했고 그 사체가 유기됐으며 심지어 그가 살던 집에 방화까지 벌어졌지만, 헤라펠리스의 파티는 계속된다.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사체 유기를 도운 이들의 몸에는 저마다 민설아의 피가 흔적처럼 묻었지만 그들은 아무런 죄의식이 없다. 심지어 그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파티에 참석한 시의원 조상헌(변우민)은 화재 소식을 듣고도 "내가 소방관이야" 라며 가난한 이들이 사는 곳의 화재 따위는 상관없다는 태도를 보인다.

 

<펜트하우스>가 시청자들의 공분을 끄집어내 불편하고 불쾌하지만 계속 보게 만드는 방식은 끊임없이 '가난 혐오'를 끄집어내는 것이다. 민설아라는 캐릭터는 사실상 '가난 혐오'의 대상으로 등장해 지속적인 괴롭힘과 폭력에 시달리다 결국 살해되고 사체마저 유기되는 것으로 그 공분을 끌어내기 위해 탄생한 인물이다. 게다가 드라마는 이 인물이 주단테에 의해 바뀐 심수련(이지아)의 친 딸이라는 걸 드러낸다. 눈앞에서 자신의 딸이 떨어져 죽는 걸 목격한 심수련의 피의 복수가 예고되는 대목이다.

 

<펜트하우스>에 대한 논란이 시작부터 거셌던 건, 여기 등장하는 중학생 아이들이 민설아에게 저지르는 폭력만큼, 이들이 갖고 있는 '가난 혐오'가 보기 불편할 정도로 시청자들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부자라는 이유로 선민의식까지 가진 이들은 자식의 미래까지 돈으로 척척 결정해버리지만, 없는 자가 실력으로 그 곳에 오르려하면 "어디서 감히"라며 짓밟는 천민자본주의의 민낯을 드러낸다.

 

그래서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는 명백하다. '가난 혐오'의 막장을 보여주는 인물들에 대한 극도의 분노와 처절한 복수가 그것이다. 화려해 보이지만 천박하고 더럽기 그지없는 그들의 민낯을 끄집어내 폭로하고, 헤라펠리스의 추악함을 드러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드라마가 취하는 방식은 너무나 작위적이고 의도적이다. 민설아라는 한 인물을 마음껏 유린하다 버리는 그 방식은 이 작가가 갖고 있는 작품에 대한 태도를 잘 보여준다. 목적을 위해서는 뭐든 있는 대로 끄집어내는 것.

 

문제는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목적만을 위해 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 과정이 주는 납득할만한 공감대를 충분히 제시하지 않으면 목적을 이룬다한들 그 과정이 보여준 불편함을 지워낼 수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 단 한 순간의 목적을 위해 끊임없이 불편함과 불쾌함을 감수해야 하는 일. 이것이 김순옥 작가의 <펜트하우스>를 보는 시청자들이 겪는 일이다.

 

드라마의 목적은 바로 그 '가난 혐오'에 대한 복수를 담는 것이지만, 너무나 자극적인 과정들은 오히려 '가난 혐오'의 시각을 드라마가 드러내고 있다는 인상을 만든다. 본말이 전도됨으로써 생겨나는 일이다. 다소 뻔한 틀을 가져오고, 상투적 상황들을 반복하지만 불편함과 불쾌함이 주는 자극의 강도는 더 세진 <펜트하우스>를 보며 느끼게 되는 우려도 그 자극만큼 더 커졌다. 과연 이래도 괜찮은 걸까.(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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