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지상파 뉴스는 신뢰를 잃어버렸나

 

상공을 수놓은 오방색 풍선’, ‘요즘 뉴스 못 본 듯’,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출발’, ‘끝까지 모르쇠인 불통왕’, ‘순하고 실한 주인 놀리는 하바타’, ‘간절하게 원하면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들은 마치 작정이라도 한 듯 최순실 게이트를 겨냥한 자막들을 쏟아내고 있다. 한 때 이런 현실을 풍자하는 자막은 <무한도전>의 전매특허처럼 되어 있었지만 이번 사태에 즈음해 여러 예능 프로그램들도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느낌이다.

 

'JTBC 뉴스룸(사진출처:JTBC)'

이런 흐름은 실로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적 분노감이 크다는 반증일 게다. ‘국정농단이라는 표현에 담겨져 있는 건 국민들이 저들에 의해 당했다는 허탈함이다. 심지어 뉴스를 보며 묻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창피하기 이를 데 없다는 부모들의 한숨 소리도 들려온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대하는 대중들은 그것이 나와 유리된 사안이 아니라 내 일상까지 파고든 사안으로 받아들이는 눈치다. 예능처럼 일상을 담아내는 프로그램이 저마다 자막을 통해 이 사안을 풍자하고 있는 데는 이런 분위기가 깔려 있다.

 

이런 예능 프로그램들의 자막들을 보면서 나오는 이야기가 예능이 뉴스보다 낫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에는 요즘 지상파 뉴스들에 대한 엄중한 비판의식이 깔려 있다. 지상파 뉴스들이 과연 제대로 국민들의 눈과 입이 되어주고 있었는가에 대한 비판의식. ‘최순실 게이트를 증거를 통해 조목조목 분석하고 그 사안의 중대성을 전파한 JTBC <뉴스룸>은 거꾸로 지상파 뉴스들이 무엇을 했던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최순실 게이트를 보도하면서 JTBC <뉴스룸>이 연일 경신하고 있는 높은 시청률은(8.7%까지 솟아올랐다) 그저 수치가 아니다. 거기에는 반대로 지상파 뉴스들에 대한 대중들의 감정들까지 얹어져 있다. 이런 중대한 사안들을 보도하지 않고 도대체 무슨 뉴스들로 그 시간을 채우고 있었던가. <뉴스룸>에 쏟아지는 찬사는 지상파 뉴스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다. 오죽하면 지상파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나서서 자막을 통해서나마 이번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나름의 목소리를 낼까.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급격하게 뉴스와 보도 기능이 약화된 MBC의 경우는 지상파 뉴스가 최근 어떤 길을 걷고 있었는가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한때 <뉴스데스크><피디수첩>은 권력과도 맞서서 진실을 밝히려 애썼던 프로그램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그 때 날선 비판의식을 갖고 있던 제작진과 기자들은 대부분 밀려난 상태다. 진실을 밝히는 목소리는 이제 들리지 않는다. 시청자들이 외면하게 된 당연한 이유다.

 

제 아무리 다채널화된 미디어 환경이고, 정보의 엔터테인먼트 경향이 하나의 시대적 흐름이라고 해도 여전히 방송사의 가장 큰 기능은 역시 뉴스와 보도 기능이다. 쏟아져 나오는 뉴스들 속에서 오히려 어떤 것이 중요한 지를 취사선택해 보여주는 일은 이제 뉴스가 해야 할 가장 큰 역할이 되고 있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기점으로 지상파 뉴스들의 뼈아픈 자기반성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예능이 뉴스보다 낫다는 이야기를 듣는 일은 없어야 한다.

뉴스룸’, ‘썰전’, ‘그알’, 대중들은 제대로 된 정보에 목마르다

 

그 누가 뉴스는 지루하다 했던가. 최근 JTBC <뉴스룸>을 보면 뉴스에 대중들이 얼마나 갈증을 느끼고 있었던가가 여실히 드러난다. 그간 의혹으로만 제기됐고, 그래서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일축되기도 했던 최순실 게이트’. JTBC 측이 입수한 최순실 씨 소유로 추정되는 태블릿 PC의 파일들이 하나하나 분석되면서 의혹은 소문이 아니라 기정사실이라는 게 밝혀졌다. 박근혜 대통령 당사자도 최순실 씨와의 사적 관계를 인정했으니.

 

'JTBC뉴스룸(사진출처:JTBC)'

그러면서도 일부는 인정하고 일부는 부인하는 일련의 발표들에 대해서도 <뉴스룸>은 조목조목 증거와 근거를 들어 부인하는 것이 사실이 아님을 밝혔다. 연설문 같은 정도의 문건이 유출된 것이라는 박 대통령의 사과문이 나오자, <뉴스룸>은 외교, 경제, 대북관계 기밀 문건 같은 것들 또한 유출된 문건에 포함되어 있었다고 밝혔고, 오랜 침묵을 깨고 나와 인터뷰를 한 최순실 씨가 그 태블릿 PC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부인하자 그 안에 들어있는 최씨 사진부터 공개되지 않은 박 대통령의 사진 같은 증거들을 내세워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밝혔다.

 

<뉴스룸>의 시청률은 수직상승했다. 2%대에서 무려 8%까지 상승했고, 본격적으로 최순실 스캔들을 보도하면서 3일 연속 8%(닐슨 코리아 기준)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동시간대 방영되는 SBS <8뉴스>MBC <뉴스데스크>가 각각 4.9%, 4.0%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보면 거의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수치다.

 

중요한 건 시청률 그 자체가 아니라 이 수치에 담겨진 의미다. 즉 지상파 뉴스 프로그램이 시청률 바닥을 치고 있는 것이 뉴스 자체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제대로 된 뉴스가 없는 데서 비롯된 일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그토록 오래도록 방송되며 시청자들의 관성적인 시청을 만들어왔던 지상파 뉴스를, <뉴스룸>이 단 몇 년 만에 뒤집을 수 있었겠나. 그간 지상파 뉴스들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그만큼 시청자들의 제대로 된 뉴스에 대한 갈증은 커져왔다. <뉴스룸>에 대한 열광에는 그런 의미들이 내포되어 있다.

 

물론 <뉴스룸>의 이런 시청률 폭발 이전부터 이런 징후들은 조금씩 나타나고 있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썰전>이다. <썰전>은 초반 이철희 소장과 강용석 변호사가 했던 시절보다 새롭게 유시민과 전원책 변호사로 진용을 꾸리면서 더 큰 힘을 발휘했다. 과거의 <썰전>이 상대적으로 가십과 재미 쪽을 더 많이 선택했었다면 지금의 <썰전>은 더 전문적인 정치와 시사와 경제, 사회 문제까지 깊숙이 들어가 쏟아지는 뜨거운 사안들을 말 그대로 썰어내고있다. 시청률은 2%대에서 4%까지 지속적으로 올랐다. 시청자들의 시사문제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제대로 이끌어내고 있는 것.

 

게다가 <썰전>은 사안이 터지면 새벽이라도 나와 보충녹화를 통해 시의성까지 맞추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이번 최순실 사태에 즈음해서도 <썰전>은 긴급 보충 방송을 만들어 방영했다. 개인 사정상 출국해 있는 유시민은 인터뷰를 통해서라도 이번 사태에 대한 의견을 담아 보냈고 전원책 변호사 역시 짧은 인터뷰 영상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했다. 게다가 <썰전>은 정계의 여러 인물들과 전화통화를 통해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여야의 입장을 전해주기도 했다. 물론 본격적인 최순실 사태에 대한 분석은 다음 주로 미뤄졌지만 거의 예고편에 해당하는 이번 주 <썰전>은 시청률 6.1%를 찍으며 예사롭지 않은 시청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한편 본격 탐사 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갈증 역시 뉴스만큼 크다는 걸 알려준 프로그램은 바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지난 22일 방영된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의 진실을 다룬 이 프로그램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제공한 10월 셋째 주 주간 TV 화제성 순위 리포트에서 비드라마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물대포의 위력을 실제로 실험을 통해 보여준 내용들은 이 사건의 궁금증에 대한 많은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좋은 평가를 얻었다.

 

사실 MBC <피디수첩> 같은 본격 시사보도 프로그램이 과거처럼 국민의 입과 귀를 대변했던 시절은 먼 과거가 되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본격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명맥을 유지하며 그 갈증을 풀어줬던 프로그램이 <그것이 알고 싶다>. 궁금한 사안들에 대한 정당한 질문을 던지는 이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박수를 받고 있는 건 세월호 참사부터 최근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까지 여타의 방송사들이 심층적으로 다루지 않은 사안들을 피하지 않고 제대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룸>의 시청률 폭발, <썰전>에 대한 높아지는 관심 그리고 <그것이 알고 싶다>에 대해 쏟아지는 찬사.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이들 보도, 시사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대중들의 진짜 뉴스에 대한 갈증을 방증한다. 그 누가 뉴스는 재미없고 지루하다 했던가. 사실 제대로 된 뉴스와 정보 그리고 평론을 보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대중들은 심드렁했을 뿐이다. 이 시국에 <뉴스룸>, <썰전>, <그것이 알고 싶다>같은 프로그램조차 없었다면 어쩔 뻔 했나.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뉴스의 존재가치, 의혹에 대한 정당한 질문

 

사실 뉴스는 요즘 같은 미디어 환경에서는 더 이상 과거 같은 위치를 갖기는 힘들다. 인터넷과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미디어가 뉴스의 속보성을 거의 가져가는 상황이고, 방송 기자들조차 시민들이 현장에서 모바일로 즉시 찍어 올리는 그 자료들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TV에서 뉴스의 무게감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게 사실이다.

 

'JTBC뉴스룸(사진출처:JTBC)'

하지만 그것은 뉴스 자체가 가치 없다는 것이 아니라, 달라지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뉴스 역시 어떤 변화를 추구하지 못했다는 반증에 불과하다. 최근 최순실씨 관련 단독 보도를 연일 쏟아내며 그 어떤 방송 콘텐츠보다 화제의 중심에 오른 JTBC뉴스는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시대에 뉴스의 새로운 존재가치를 증명하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청와대의 연설문 등이 사전에 유출되어 최순실씨에 의해 수정 보완되었다는 증거가 JTBC가 입수한 최씨의 PC를 통해 확인되면서 그간 여러 매체에서 의혹으로만 불거져왔던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관계는 기정사실이 되었다. 결국 보도가 나간 지 하루 만에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어 그 관계를 인정하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 사과문의 내용이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관계를 인정하는 수준이고, 그 문건 유출이 연설문 같은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자료들인 것처럼 발표된 것에 대해 많은 매체들이 의혹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사과문이 발표되고 몇 시간 후 JTBC뉴스는 이 내용들을 뒤집는 또 다른 자료들을 단독 보도했다. 그것은 PC자료를 분석한 결과 유출된 문건의 수준이 남북 간 접촉 기밀은 물론이고 외교, 경제 같은 중대한 사안들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증거들이었다. 사과문은 무색해질 수밖에 없었다.

 

JTBC뉴스는 이밖에도 이 PC자료들 속에 최순실씨가 정부 요직 인선에 관여했을 정황들은 물론이고, 보안으로 기자들에게까지 함구했다 나중에 SNS에 사진을 올려 알려진 박 대통령의 저도 휴가 사진의 미공개분까지 들어있어, 국정 운영의 중대사부터 시시콜콜한 사안들까지 최순실씨가 간여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사실 요즘 뉴스는 물론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이른바 땡전뉴스같은 속 보이는 구성을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정반대의 의미로서 국민들이 당연히 의문시하고 그래서 질문을 던질만한 국정운영에 있어서의 사안들을 제대로 다루지 않는 선택적 눈치 보기를 하는 경우는 많아졌다. 결국 뉴스가 세상의 모든 소식들을 전할 수 없는 매체적 위치이기 때문에 결국은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선택과 집중이 해야 할 것을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할 것을 하는 건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깎아먹는 일이다.

 

최근 JTBC 뉴스는 최순실씨 보도로 말 그대로 시청률 대박을 내고 있다. 244%(닐슨 코리아) 훌쩍 넘긴 시청률은 25일에는 그 두 배인 8%를 넘어섰다. 어떤 이들은 JTBC에서 뉴스가 다른 어떤 프로그램도 달성하기 힘들었던 최고 시청률을 낼 수 있을 거라 예견하곤 한다. 뉴스가 저평가되는 시대에 JTBC 뉴스는 어떻게 한 방송사의 가장 뜨거운 킬러 콘텐츠가 된 것일까.

 

선택과 집중은 어쩔 수 없는 뉴스의 현실이다. 이것저것 세상의 모든 일들을 담아내겠다는 듯한 태도는 이미 속보성에서 밀리고 있는 뉴스가 취하기에는 너무 무모한 일이고 그건 나아가서 너무 많이 쏟아지는 뉴스들 속에서 중요성에 따라 취사선택해야 하는, 어쩌면 작금의 뉴스가 해야 할 의무를 저버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뉴스가 모든 걸 보도하던 시대는 끝났고 그건 가능한 일도 아니다. 대신 뉴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그 뉴스의 입장과 시점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시청자들이 저마다의 입장에 걸맞는 뉴스를 선택해 볼 수 있는 길이다. 그래서 어떤 것을 선택하고 집중할까 하는 건 이제 뉴스의 본질이 되었다. JTBC 뉴스의 선택과 집중에 대해 이처럼 대중적인 지지가 생겨나고 있는 건 그래서 뉴스의 시대는 저문 것이 아니라 변화한 것이란 걸 생각하게 만든다. JTBC 뉴스는 뉴스의 가치를 새삼 느끼게 만들었다.

<그알>이 검증한 물대포 위력, 이대로 괜찮을까

 

“15바라는 압력은 주요 선진국들보다 낮습니다.” 지난 9월 국정감사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그렇게 살수차의 안전성(?)에 대해 말했다. 직사되는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뒤 결국 317일 만에 사망한 백남기씨. 살수차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궁금증은 국민적인 관심사였다. 그래서 기자들도 살수차의 시연회를 통해 그걸 확인하려 한 바 있다. 하지만 그저 물 뿌리는 시늉만 냈을 뿐, 그 위력을 확인하는 실험은 되지 못했다. 오죽했으면 한 기자가 나서 방패를 달라며 자신이 직접 맞아 보겠다고까지 나섰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사진출처: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실제 살수차의 압력을 그대로 재연해 실험에 들어갔다. 경찰실험의 보고서에는 그 정도 압력이 그리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적혀 있었다. 3미리짜리 유리도 버텨낼 수 있을 거라고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가 한 현장 검증은 그 장면만으로도 끔찍했다. 같은 강도인 15바로 맞춰 직수한 물에 고정시킨 책상은 부서졌고, 철제 프레임은 휘어져버렸다. 이를 받치고 있는 4백 킬로의 받침돌 두 개가 넘어가 버릴 정도의 위력이었다. 나무는 산산조각났고 1.2톤의 벽돌은 순식간에 허물어져 내렸다. 유리가 끄덕 없을 리가 없었다. 3미리 유리는 물론이고 5미리 강화유리까지 훨씬 낮은 수압에도 산산이 부서져버렸다.

 

전직 의경들도 그 직사하는 물대포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다. 가까운 곳에서 직사를 당할 경우 버틸 수 없다는 것. 심지어 균형 있는 보도를 위한다며 인터뷰에 임해 물대포는 안전하게 사용된다는 걸 말하던 또 다른 전직 의경도 당시 백남기씨가 물대포에 맞는 장면을 보더니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그는 영상을 보고 나서 되게 심각하네요. 저렇게까지 물대포 쏜 걸 본 적이 없어요..”라고 탄식했다. 15바의 강도로 직접 물대포를 맞으면 사람 살이 다 찢어져버린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러한 물대포의 위력을 전제하고 보면 백남기씨가 왜 사망에 이르렀는가를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의 담당주치의인 백선하는 사인을 병사라고 기록했고, 그 원인을 “6일 전부터 있던 급성신부전이라고 말했다. 이 의견을 근거로 명백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경찰측에서 부검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 부검이 사인을 밝히기 위함이 아니라 오히려 진실을 덮기 위한 것이라며 유족측이 반발하는 건 당연해 보인다.

 

사실 물대포의 위력을 <그것이 알고 싶다>가 보여준 것처럼 현장검증을 통해 미리 보여줬다면 이런 부검 주장이나 사인을 병사로 기록한 것이 얼마나 상식에서 벗어난 일인가는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게 아니었을까. 본인은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입각해 양심적으로 사인을 병사라 기록했다고 하지만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의식을 잃고 사망에 이른 사람의 사인이 급성 신부전증이라는 걸 누가 쉽게 믿을 수 있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2005년 쌀 개방 반대를 했던 농민대회에서 진압 과정에 자신의 방패에 의해 돌아가신 분에 대해 뒤늦게나마 사죄의 뜻을 전한 당시의 의경을 인터뷰했다. 당시 공격명령이 있었고 의경은 명령에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 그래서 진압하는 과정에서 방패에 찍혀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그 때로 돌아가면 가족들한테 무릎 꿇고 사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리고 <그것이 알고 싶다>는 당시 경찰의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 사건이 무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장면 속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공권력은 특수한 권력이고 남용될 때는 치명적이며 따라서 냉정하고 침착하게 행사되도록 통제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뜻을 밝히고 있었다. 공권력에 의해 이유가 어떻든 국민이 사망했는데도 불구하고 무조건적인 사과가 부적절하다고 말하는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당시 청문회장에서 이용호 국민의당 국회의원은 결과적으로는 어떤 사람이 중태에 이르렀다면 사과하는 게 맞지 않습니까?”라고 물었다. 여기에 대해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아닙니다. 결과가 중요하다고 해서 사람이 다쳤다고 사망했다고 해서 무조건 사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 원인과 법률적 책임을 명확히 한 이후에 해야 되는 것이지 결과만 가지고 이야기 하는 것은 대단히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라고 답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현장 검증은 백남기씨의 사인을 두고 논란을 벌이는 것 때문에 아직까지도 편안히 잠들지 못하고 있는 고인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고 있었다. 필요하면 국가기관이 해야 할 현장 검증을 일개 프로그램이 하고 있다는 것. 그 검증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라는 건 많은 시청자들이 <그것이 알고 싶다>의 현장검증에 뜨거운 반응을 보내는 이유다. 그것은 또한 앞으로도 또 벌어질 수 있는 살수차를 동원한 진압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 사람이 안타깝게 죽어갔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당연해 보이는 사인에 대한 논란으로 인해 아직까지도 그는 편안히 잠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하루속히 그를 편안히 보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것이 우리가 한 사람의 죽음 앞에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특유의 그 진실에 대한 궁금증에 접근하기 위해 직접 현장 검증을 하는 방식으로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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