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슈퍼밴드2>의 슬기로운 선택, 새로운 무대의 승부

JTBC <슈퍼밴드2>는 시즌1에서부터 오디션 프로그램의 색다른 결을 보여준 바 있다. 그것은 아티스트라는 어찌 보면 오디션과는 어울리지 않는 인물군들을 한 자리에 모아 마음껏 음악적 기량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 것이다. 

슈퍼밴드2

이런 보물들은 도대체 왜 가려졌던 걸까

8,90년대 헤비메탈을 조금 들었던 시청자들이었다면 아마도 당시 기타 속주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잉베위 말름스틴이나, 우리에게는 미스터 빅의 기타리스트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엄청난 테크니션 기타리스트인 폴 길버트를 떠올렸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JTBC <슈퍼밴드2>의 첫 무대에서 실제로 폴 길버트가 속한 헤비메탈 그룹 Racer-X의 ‘Scarified’를 연주한 이는 이제 겨우 12살 초등학생 이다온군이었다. 5년 정도 기타를 쳤다는 이 소년의, 입이 떡 벌어지는 속주 실력도 놀랍지만, 태어나기도 한참 전인 80년대 헤비메탈을 그 감성까지 제대로 담아낸 연주는 그 곡을 젊어서 들었던 윤상이나 윤종신 같은 프로듀서들을 깜짝 놀라게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다온군의 이런 무대는 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특별한 사건(?)이 아니다. 이런 숨은 아티스트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시즌1에 19세 천재 기타리스트로 불렸던 김영소, 이강호, 임형빈이 있었다면, 시즌2에는 그 형들을 모두 잘 알고 있다는 17세 기타리스트 김진산이 있다. 이른바 ‘타격기 주법’으로 기타에 퍼커션이 하나 더 있는 것처럼 연주를 하는 이 어린 기타리스트는 테크닉만이 아니라 밴드 속에 어우러지며 절제하는 법까지 보여준다. 끈적한 블루스의 맛을 연주와 노래에 담는 기탁이나 펑키한 기타를 들려주는 제이유나, 마치 오케스트라를 기타 하나로 연주해내는 듯한 클래식 기타 천재 장하은도 있다. 독보적인 음색에 미친 고음이 돋보이는 보컬 김예지나, 요즘 보기 드문 메탈밴드의 시원시원한 맛을 폭발적인 무대로 선사하는 크랙샷, 쿨 재즈 감성에 트렌디한 K팝 곡을 만들고 들려주는 다비, 쳇 베이커를 꿈꾸며 트럼펫 연주와 묵직한 보컬을 들려주는 임윤성, 실험적인 거문고 연주로 국악과 밴드 음악의 교집합을 충격적인 무대로 보여주는 박다울... 도대체 이런 놀라운 기량을 가진 보물 같은 아티스트들이 어디 있다 이제야 나온 것인지가 의아해진다. 

 

이들이 하는 음악과 그 음악을 해온 과정들을 들여다보면 어째서 이런 천재들이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는가 하는 이유가 의외로 간단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설 무대가 없었던 거다. K팝이 글로벌한 팬덤을 넓혀가고 있지만, 아이돌 음악이 아닌 타 장르의 음악들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오히려 가려지고 있었던 것. 특히 밴드 음악은 더더욱 그랬다. 그러니 <슈퍼밴드2> 같은 무대가 열리자 숨은 고수들이 모여 들었던 것일 게다. 물론 이들 중에는 유튜브 같은 공간에서 이미 유명한 아티스트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들을 좀 더 대중적인 무대로 이끌어낸 건 <슈퍼밴드>라는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진 가장 큰 의미와 가치다. 전면에서 부각된 아이돌들 뒤에서 연주하며 누가 주목해보지 않아도 자기만의 영역 안에서 실력을 갈고 닦던 아티스트들이 드디어 무대 위에서 그 기량을 드러낼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니.

 

새로운 무대에 집중하니 생겨난 시너지

<슈퍼밴드2>도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매 미션마다 탈락자들이 나온다. 하지만 이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상하게도 합격과 탈락에 대한 집착이 그리 크지 않다. 그것은 물론 프로그램이 탈락자들의 무대를 굳이 다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탈락자가 탈락을 하면서도 내놓은 소감이 “좋은 경험이었다”는 식의 긍정적인 면들을 부각시키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밴드 오디션이라는 특징 그 자체가 만들어내는, ‘경쟁보다는 하모니’에 더 집중된 분위기 때문이다. 밴드는 혼자 하는 게 아니고 ‘함께’ 하는 것이다. 그래서 각자 기량을 가진 이들이라고 해도 매번 만들어지는 조합 속에서 끈끈한 음악적 유대감을 갖게 된다. 물론 이런 분위기는 <슈퍼밴드2>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방향성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즉 만일 제아무리 밴드 오디션이라고 해도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야 하는 경쟁과 최종 우승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이런 훈훈함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슈퍼밴드2>의 방향성은 최종 우승자가 아니라 매번 밴드로 뭉쳐 선보이는 무대 자체에 맞춰져 있다. 팀원들이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같은 곡이라도 해석이 달라지고, 어떤 경우에는 원곡보다 훨씬 뛰어난 편곡이 등장한다. 레전드 무대들이 매회 쏟아지면서도, 지나친 오디션의 볼썽사나운 경쟁이 생겨나지 않는 이유다. 

 

이런 착한 오디션의 특징은 JTBC가 그간 <팬텀싱어>, <싱어게인> 등을 통해 일관되게 추구되었던 방식이다. <팬팀싱어>가 처음 4중창단을 목표로 세우면서 그 착한 오디션의 방향성을 그려냈다면, 그 후 <슈퍼밴드>는 이것을 밴드 버전으로 풀어냈다. <싱어게인>은 물론 이들 오디션들과 달리 개인이 홀로 무대에 서서 경쟁하는 오디션이었지만, ‘다시 부른다’는 그 색다른 콘셉트가 어떤 공감대를 만들면서 서로의 무대를 응원하는 착한 오디션이 가능해졌다. 

 

여기서 중요한 건 착한 오디션의 ‘함께 한다’는 그 동료 의식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시너지다. 과거 Mnet <보이스 코리아>를 통해 ‘노래하는 악마’ 같은 이미지로만 소비됐던 김예지가 <슈퍼밴드2>를 통해 ‘글로벌 보컬’로서의 가능성을 드러낸 건 밴드와의 시너지 덕분이었다. 따뜻한 감성의 음악적 색깔을 가진 대니 구 같은 인물과 함께 그가 부른 Will Jay의 ‘House I used to call home’은 그래서 김예지의 강렬함만이 아닌 독보적이고 영험하기까지 한 목소리를 깨워냈다. 헤이즈의 노래를 대부분 작곡한 다비의 경우 자신의 자작곡인 ‘청개구리’를 기타리스트 장하은과 거문고 연주자 박다울 그리고 첼리스트 김솔다니엘의 연주를 더해 훨씬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일 수 있었다. 

 

여성 아티스트들의 활약까지 더해지니

특히 이번 <슈퍼밴드2>가 이전 시즌보다 진일보했다 여겨지는 건, 여성 아티스트들의 참여 덕분이다. 사실 시즌1이 그토록 호평 받으면서도 단 한 가지 오점으로 남았던 건 굳이 밴드 오디션에서 남성 출연자들만으로 무대 위에 세워뒀다는 점이었다. 시즌2는 이런 비판을 수용해 그간 설 무대를 찾기가 더더욱 어려웠던 여성 아티스트들을 대거 등장시켰다. 클래식 기타여제 장하은, 남미의 리듬을 고스란히 체화한 듯한 드러머 은아경, 80년대 록을 다시 재현해내는 듯한 폭발적인 일렉 기타 연주를 들려주는 정나영, 연주만이 아닌 퍼포먼스가 아름다운 드러머 유빈, 마치 아델 같은 소울풀한 중음의 매력을 들려주는 문수진, 앨라니스 모리세트처럼 강력한 록 보컬의 색깔을 가진 린지 등등. 여성 아티스트들은 <슈퍼밴드2>의 밴드 무대들을 훨씬 다채롭고 풍요롭게 만들어 주고 있다. 

 

물론 <슈퍼밴드>는 3%대(닐슨 코리아) 시청률에 머물고 있어 대단히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건 워낙 아이돌 음악 중심으로 가요가 소개되고 있어 그 기반일 수 있는 밴드 음악이 대중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슈퍼밴드>는 더더욱 이들이 설 무대를 마련해야 하는 게 아닐까. 글로벌한 K팝 아이돌들이 나오고 있는 현재, 아티스트들로 무장한 ‘K슈퍼밴드’는 왜 나오지 않느냐는 질문으로 시작한 이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의 가치는 바로 그 무대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것이니 말이다. (글:매일신문, 사진:JTBC)

JTBC <슈퍼밴드2>의 슬기로운 선택, 새로운 무대의 승부

JTBC <슈퍼밴드2>는 시즌1에서부터 오디션 프로그램의 색다른 결을 보여준 바 있다. 그것은 아티스트라는 어찌 보면 오디션과는 어울리지 않는 인물군들을 한 자리에 모아 마음껏 음악적 기량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 것이다. 

슈퍼밴드2

이런 보물들은 도대체 왜 가려졌던 걸까

8,90년대 헤비메탈을 조금 들었던 시청자들이었다면 아마도 당시 기타 속주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잉베위 말름스틴이나, 우리에게는 미스터 빅의 기타리스트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엄청난 테크니션 기타리스트인 폴 길버트를 떠올렸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JTBC <슈퍼밴드2>의 첫 무대에서 실제로 폴 길버트가 속한 헤비메탈 그룹 Racer-X의 ‘Scarified’를 연주한 이는 이제 겨우 12살 초등학생 이다온군이었다. 5년 정도 기타를 쳤다는 이 소년의, 입이 떡 벌어지는 속주 실력도 놀랍지만, 태어나기도 한참 전인 80년대 헤비메탈을 그 감성까지 제대로 담아낸 연주는 그 곡을 젊어서 들었던 윤상이나 윤종신 같은 프로듀서들을 깜짝 놀라게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다온군의 이런 무대는 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특별한 사건(?)이 아니다. 이런 숨은 아티스트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시즌1에 19세 천재 기타리스트로 불렸던 김영소, 이강호, 임형빈이 있었다면, 시즌2에는 그 형들을 모두 잘 알고 있다는 17세 기타리스트 김진산이 있다. 이른바 ‘타격기 주법’으로 기타에 퍼커션이 하나 더 있는 것처럼 연주를 하는 이 어린 기타리스트는 테크닉만이 아니라 밴드 속에 어우러지며 절제하는 법까지 보여준다. 끈적한 블루스의 맛을 연주와 노래에 담는 기탁이나 펑키한 기타를 들려주는 제이유나, 마치 오케스트라를 기타 하나로 연주해내는 듯한 클래식 기타 천재 장하은도 있다. 독보적인 음색에 미친 고음이 돋보이는 보컬 김예지나, 요즘 보기 드문 메탈밴드의 시원시원한 맛을 폭발적인 무대로 선사하는 크랙샷, 쿨 재즈 감성에 트렌디한 K팝 곡을 만들고 들려주는 다비, 쳇 베이커를 꿈꾸며 트럼펫 연주와 묵직한 보컬을 들려주는 임윤성, 실험적인 거문고 연주로 국악과 밴드 음악의 교집합을 충격적인 무대로 보여주는 박다울... 도대체 이런 놀라운 기량을 가진 보물 같은 아티스트들이 어디 있다 이제야 나온 것인지가 의아해진다. 

 

이들이 하는 음악과 그 음악을 해온 과정들을 들여다보면 어째서 이런 천재들이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는가 하는 이유가 의외로 간단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설 무대가 없었던 거다. K팝이 글로벌한 팬덤을 넓혀가고 있지만, 아이돌 음악이 아닌 타 장르의 음악들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오히려 가려지고 있었던 것. 특히 밴드 음악은 더더욱 그랬다. 그러니 <슈퍼밴드2> 같은 무대가 열리자 숨은 고수들이 모여 들었던 것일 게다. 물론 이들 중에는 유튜브 같은 공간에서 이미 유명한 아티스트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들을 좀 더 대중적인 무대로 이끌어낸 건 <슈퍼밴드>라는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진 가장 큰 의미와 가치다. 전면에서 부각된 아이돌들 뒤에서 연주하며 누가 주목해보지 않아도 자기만의 영역 안에서 실력을 갈고 닦던 아티스트들이 드디어 무대 위에서 그 기량을 드러낼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니.

 

새로운 무대에 집중하니 생겨난 시너지

<슈퍼밴드2>도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매 미션마다 탈락자들이 나온다. 하지만 이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상하게도 합격과 탈락에 대한 집착이 그리 크지 않다. 그것은 물론 프로그램이 탈락자들의 무대를 굳이 다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탈락자가 탈락을 하면서도 내놓은 소감이 “좋은 경험이었다”는 식의 긍정적인 면들을 부각시키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밴드 오디션이라는 특징 그 자체가 만들어내는, ‘경쟁보다는 하모니’에 더 집중된 분위기 때문이다. 밴드는 혼자 하는 게 아니고 ‘함께’ 하는 것이다. 그래서 각자 기량을 가진 이들이라고 해도 매번 만들어지는 조합 속에서 끈끈한 음악적 유대감을 갖게 된다. 물론 이런 분위기는 <슈퍼밴드2>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방향성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즉 만일 제아무리 밴드 오디션이라고 해도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야 하는 경쟁과 최종 우승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이런 훈훈함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슈퍼밴드2>의 방향성은 최종 우승자가 아니라 매번 밴드로 뭉쳐 선보이는 무대 자체에 맞춰져 있다. 팀원들이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같은 곡이라도 해석이 달라지고, 어떤 경우에는 원곡보다 훨씬 뛰어난 편곡이 등장한다. 레전드 무대들이 매회 쏟아지면서도, 지나친 오디션의 볼썽사나운 경쟁이 생겨나지 않는 이유다. 

 

이런 착한 오디션의 특징은 JTBC가 그간 <팬텀싱어>, <싱어게인> 등을 통해 일관되게 추구되었던 방식이다. <팬팀싱어>가 처음 4중창단을 목표로 세우면서 그 착한 오디션의 방향성을 그려냈다면, 그 후 <슈퍼밴드>는 이것을 밴드 버전으로 풀어냈다. <싱어게인>은 물론 이들 오디션들과 달리 개인이 홀로 무대에 서서 경쟁하는 오디션이었지만, ‘다시 부른다’는 그 색다른 콘셉트가 어떤 공감대를 만들면서 서로의 무대를 응원하는 착한 오디션이 가능해졌다. 

 

여기서 중요한 건 착한 오디션의 ‘함께 한다’는 그 동료 의식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시너지다. 과거 Mnet <보이스 코리아>를 통해 ‘노래하는 악마’ 같은 이미지로만 소비됐던 김예지가 <슈퍼밴드2>를 통해 ‘글로벌 보컬’로서의 가능성을 드러낸 건 밴드와의 시너지 덕분이었다. 따뜻한 감성의 음악적 색깔을 가진 대니 구 같은 인물과 함께 그가 부른 Will Jay의 ‘House I used to call home’은 그래서 김예지의 강렬함만이 아닌 독보적이고 영험하기까지 한 목소리를 깨워냈다. 헤이즈의 노래를 대부분 작곡한 다비의 경우 자신의 자작곡인 ‘청개구리’를 기타리스트 장하은과 거문고 연주자 박다울 그리고 첼리스트 김솔다니엘의 연주를 더해 훨씬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일 수 있었다. 

 

여성 아티스트들의 활약까지 더해지니

특히 이번 <슈퍼밴드2>가 이전 시즌보다 진일보했다 여겨지는 건, 여성 아티스트들의 참여 덕분이다. 사실 시즌1이 그토록 호평 받으면서도 단 한 가지 오점으로 남았던 건 굳이 밴드 오디션에서 남성 출연자들만으로 무대 위에 세워뒀다는 점이었다. 시즌2는 이런 비판을 수용해 그간 설 무대를 찾기가 더더욱 어려웠던 여성 아티스트들을 대거 등장시켰다. 클래식 기타여제 장하은, 남미의 리듬을 고스란히 체화한 듯한 드러머 은아경, 80년대 록을 다시 재현해내는 듯한 폭발적인 일렉 기타 연주를 들려주는 정나영, 연주만이 아닌 퍼포먼스가 아름다운 드러머 유빈, 마치 아델 같은 소울풀한 중음의 매력을 들려주는 문수진, 앨라니스 모리세트처럼 강력한 록 보컬의 색깔을 가진 린지 등등. 여성 아티스트들은 <슈퍼밴드2>의 밴드 무대들을 훨씬 다채롭고 풍요롭게 만들어 주고 있다. 

 

물론 <슈퍼밴드>는 3%대(닐슨 코리아) 시청률에 머물고 있어 대단히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건 워낙 아이돌 음악 중심으로 가요가 소개되고 있어 그 기반일 수 있는 밴드 음악이 대중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슈퍼밴드>는 더더욱 이들이 설 무대를 마련해야 하는 게 아닐까. 글로벌한 K팝 아이돌들이 나오고 있는 현재, 아티스트들로 무장한 ‘K슈퍼밴드’는 왜 나오지 않느냐는 질문으로 시작한 이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의 가치는 바로 그 무대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것이니 말이다. (글:매일신문, 사진:JTBC)

‘슬의생2’의 멜로와 의드, 무심한 듯 섬세한 조정석을 닮았다

슬기로운 의사생활2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이익준(조정석)은 전 시즌부터 이번 시즌까지 가장 웃음을 주는 인물일 게다. 그는 등장부터가 남다르다. 시즌1에서는 다스베이더 헬멧 가면을 쓰고 등장했다. 아이가 헬멧에 본드를 바른 걸 모르고 썼다가 머리에 붙어버려 응급실로 오게 된 것. 다른 인물들이 율제병원에서 다소 심각한 얼굴로 환자를 치료하는 모습으로 등장한 것과 달리, 그는 다스베이더 헬멧을 쓴 채 응급한 환자를 위해 수술실에 들어가는 모습으로 등장했다. 

 

시즌2에서도 이익준은 쫄쫄이 사이클 복장을 한 채 <맨 인 블랙>을 흉내 내고,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다 만난 어르신이 쓰러지자 응급처치를 한 후 병원으로 오는 에피소드로 시작했다. 장난꾸러기에 까불이 같은 모습은 시즌1에 이어 시즌2에도 계속된다. 특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종종 보여주는 코믹한 상황에 이익준은 단골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병원장배 10회 율제탁구대회’에서 경기를 시작할 때마다 응급호출이 와서 운 좋게 결승까지 올라갔다가 ‘국가대표’ 수준의 기량을 가진 상대(현정화)를 만나 0패를 당하는 이야기에도 역시 이익준이 빠지지 않는다. 

 

아마도 이건 조정석이라는 배우가 코미디 상황을 너무나 잘 소화해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는 영화 <건축학개론>에서도 납득이로 등장해 그 짧은 분량에도 엄청난 화제를 만들었던 배우가 아닌가. 물론 드라마 <녹두꽃> 같은 사극에서의 정극 연기도 빼놓을 수 없지만 <질투의 화신>, <오 나의 귀신님> 같은 코미디 속에서 조정석은 독보적이다. 그의 코미디 속에서는 그저 웃기는 것만이 아닌 페이소스가 깔려 있어서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조정석이 연기하는 이익준이라는 인물은 그저 가벼운 까불이 캐릭터가 아니다. 그가 환자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 그의 유머는 온전히 환자들을 편하게 해주기 위한 배려에 가깝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환자 앞에 친절하기만 한 건 아니다. 딸들에게 간 이식을 두 차례나 받고도 또 술을 마셔 다시 간 이식을 받아야 되는 비정한 아버지에게는 자식이 간 기증 해주는 건 “목숨을 거는 일”이라며 일침을 하기도 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대부분 그는 자신이 어떻든 웃으며 상대방을 배려하려 한다. 

 

여동생 익순(곽선영)이 갑자기 안 좋아진 몸 상태 때문에 김준완(정경호)과 애써 이별을 통보했지만, 그의 핸드폰 화면을 여전히 채우고 있는 김준완의 사진을 보고는 익준이 남몰래 하는 오작교 역할은 그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친구도 동생도 아끼고 두 사람이 서로를 잊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는 두 사람 사이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우연을 가장해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지방에 갔다 오는 같은 버스에 일부러 자리를 예약해주고, 두 사람이 약속한 날 익순이 갑자기 몸 상태가 안 좋아 응급실에 가게 되자 김준완에게 연락해 동생이 아파 응급실에 와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준다. 그리고는 김준완이 도착할 시간에 맞춰 동생에게 문자를 일부러 보내 그 메인 화면을 김준완이 보게 만든다. 그의 사진이 들어 있는 메인 화면을. 이보다 섬세할 수가 있을까. 

 

9회에서는 특히 율제병원에서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열심인 사람들을 조명해줬다. 드라마가 익준, 정원(유연석), 준완, 석형(김대명), 송화(전미도) 이렇게 율제병원 99즈로 불리는 5인방 의사들에 맞춰져 있지만, 병원은 그들만이 아닌 무수히 많은 이들의 보이지 않는 헌신들이 모여 환자의 생명을 돌보고 있다는 걸 담아낸 것이다. 

 

교통사고로 심장과 복강 수술을 모두 받아야 하는 응급환자가 들어오고 결국 그 수술을 위해 익준과 준완이 함께 수술실에 들어와 번갈아가며 수술을 함으로써 환자가 살 수 있게 된 상황이었다. 환자 가족이 너무나 고마움을 표하는 가운데, 이 수술이 성공하게 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게 누구냐는 질문에 준완은 ‘초반 응급처치’ 덕분이라고 말한다. 자신도 익준도 아닌 응급실 사람들이 잘 대처했기 때문에 수술도 가능할 수 있었다는 것. 

 

우유를 잘 먹지 못해 병원에서 지내게 된 아기가 이제 우유를 잘 먹게 된 일로 부모가 감사함을 표하자 정원 역시 그 감사는 자신이 아니라 거의 하루 내내 아기를 돌봐준 간호사들에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갑작스런 수술 때문에 지방 출장을 가다가 되돌아와 수술에 참여하는 영상의학과 교수(유재명)의 에피소드 역시, 한 사람의 생명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헌신이 있는가를 드러내는 대목이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2>는 물론 율제병원 의사 5인방을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모든 걸 해내는 영웅으로 그리고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들 역시 부모의 병 때문에 아파하고 사랑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는 인간이라는 걸 드러낸다. 또 그들이 모든 환자들을 구해내는 영웅이 아니라 그들만큼 주변에도 보이지 않는 무수한 헌신들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런데 그 방식은 마치 조정석 같은 캐릭터의 성격을 빼닮았다. 무심한 척 가벼운 척 하지만 그 이면에 남다른 섬세함이 느껴진다. 이것은 <슬기로운 의사생활2>가 장르적으로 취하고 있는 멜로와 의학드라마 두 분야에서 모두 마찬가지다. 너무 내놓고 드러내기보다는 무심한 듯 슬쩍 꺼내놓는 진심. 아마도 시청자들이 마치 조정석을 볼 때 짓게 되는 미소처럼 이 드라마를 보며 미소 짓게 되는 건 이런 낮은 시선 덕분이 아닐까.(사진:tvN)

tvN 월화드라마 ‘너는 나의 봄’, 멜로와 스릴러의 교차점

너는 나의 봄

tvN <너는 나의 봄>의 포스터에는 주영도(김동욱)와 강다정(서현진)이 서로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하늘을 향해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담겨있다. 그들의 배경에는 초록빛 풀들이 가득 채워져 있고 눈 감은 두 사람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지고 있다. 누가 봐도 봄날의 설레는 멜로의 한 광경을 기대하게 만드는 포스터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시작부터 그런 달달한 멜로를 풀어내지 않는다. 대신 차 위로 떨어져 죽은 채준(윤박)으로 인해 흘러내리는 붉은 피와 강다정의 일곱 살 때 아버지의 상습적인 폭력이 드리워진 불행한 기억으로 시작한다. 동화 <인어공주>를 공주가 “잘 알지는 못하는 놈한테 미쳐서 형제 부모 다 버리고 딴 세상 가서 몸 버리고 마음 버리고 고생만 드럽게 하다가 인생 종쳤다”는 얘기라고 말해주는 엄마 문미란(오현경)과 그 끔찍한 곳에서 동생과 함께 탈출해 나오던 기억이다. 당시 문미란은 남편을 차마 죽이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 나타나지 말라고 말하곤 아이들과 도망친다. 

 

그리고 그 일곱 살의 기억에서 도망쳤다 생각한 서른넷의 강다정은 다시 그 기억 앞에 서게 된다. 자신을 졸졸 따라다니던 의문의 남자 채준이 자신이 연쇄살인범이라는 유서를 남긴 채 자살하고, 사실은 본명이 최정민이었으며 어린 시절 고아원에서 만난 적이 있는 인물이었다는 게 밝혀진다. 그리고 놀랍게도 최정민과 똑같이 생긴 쌍둥이 이안 체이스(윤박)가 등장한다. 혼란스런 사건들이 벌어지는 와중에 강다정과 주영도는 점점 가까워진다. 강다정이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에 겪는 정신적 고통을 주영도는 정신과 의사로서 또 한 남성으로서 들어주고 바라봐주고 기대게 해준다. <너는 나의 봄>은 그래서 장르적으로 멜러와 스릴러가 교차된다. 강다정을 중심으로 이안 체이스와 연결되어 있는 사건들은 스릴러지만, 주영도와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전형적인 휴먼 멜로다. 

 

물론 <너는 나의 봄>의 장르적 결합은 자연스럽지 않고 특히 스릴러는 너무 충격요법으로만 활용되는 한계를 보인다. 그래서 이종 장르의 결합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 생겨나는 호불호가 만들어진다. 즉 멜로에 집중하는 이들은 스릴러가 영 생뚱맞게 느껴지고, 스릴러가 궁금한 이들은 멜로로 채워지는 부분들이 너무 극을 늘어뜨린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이런 점은 시청률 지표로 드러난다. 이제 몇 회 남지 않은 드라마는 1-2% 사이의 시청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종 장르의 접합점이 자연스럽지 않은 한계가 아쉽긴 하지만, <너는 나의 봄>이 그리려는 세계와 메시지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이 드라마는 어떤 어려움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그걸 극복하며 살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그 일곱 살에 감당하기 힘들었을 정신적 상처를 입은 강다정이 서른넷에 다정하고 배려 깊으며 밝고 자신감 있는 커리어우먼으로 살아갈 수 있었던 건 알고 보면 그의 주변에 존재하던 봄 같은 사람들이 있어서였다. 퉁명스러워 보여도 그 누구보다 딸을 사랑하는 엄마가 있었고, 그 어린 시절의 아픔을 같이 겪어내며 누나를 걱정해준 동생이 있었다. 또 가족만큼 그를 챙겨주는 박은하(김예원) 같은 친구도 있었다. 주영도도 마찬가지였다. 아직 차가운 날씨에도 꽃을 피우는 나무를 “미쳤다”고 말하지 않고 그 나무가 건물에서 나오는 따뜻한 온기에 봄을 느껴서 라고 말해주는 사람. 하지만 이안 체이스는 따뜻했어야 할 가족에서조차 차가운 겨울을 느껴야 했던 인물이다. 어려서 쌍둥이로 이름조차 없이 버려진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봄을 느끼지 못하고 자라난 이안 체이스에게는 냉정함이 묻어난다. 살인사건이 주변에서 벌어져도 그다지 놀라지 않을 정도로.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지만 그래도 <너는 나의 봄>이 던지는 질문은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면이 있다. 안도현 시인이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고 물었듯, “너는 누군가에게 봄인가 겨울인가”를 묻는 듯해서다. 혹은 멜로인가 스릴러인가를.(글:PD저널,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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