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우연을 인연으로 엮어주는 공간의 마법

 

온 우주가 엮어주는 인연? 그들은 어떻게 그리도 우연의 만남이 반복되는 걸까. KBS <공항 가는 길>의 최수아(김하늘)와 서도우(이상윤)는 이상할 정도로 인연이 이어진다. 그 첫 번째 인연은 최수아의 딸 효은(김환희)과 서도우의 딸 애니(박서연)가 유학중 홈스테이 룸메이트로 지낸 데서부터 시작한다. 애니가 사고로 죽자 딸의 시신과 유품을 수습하러 가는 길에 최수아와 서도우는 만나고 마침 애니의 유품이 든 가방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그걸 기다리며 두 사람은 공항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공항 가는 길(사진출처:KBS)'

애니의 죽음은 최수아와 서도우의 관계를 이어주는 끈이 된다. 그것은 딸을 둔 부모로서의 공감대이면서 죽음을 애도하는 한 인간으로서의 공감대이기도 하다. 그 공감대는 그래서 두 사람의 인연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남편 박진석(신성록)과 절친인 송미진(최여진)이 오래 전부터 관계를 맺어왔다는 걸 알게 되고 모든 일들이 뒤틀어지게 되면서 최수아는 더 이상 서도우와의 관계를 이어가지 못한다. 자신의 일탈 때문에 모든 것들이 잘못되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다.

 

결국 최수아는 딸을 데리고 무작정 떠난 제주도에서 다시금 정착해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 한다. 하지만 최수아와 서도우의 끊어져보였던 인연은 다시금 제주도에서 이어진다. 그것은 최수아가 막연히 꿈꾸던 공간이 바로 허허벌판에 불어오는 조용한 바람과 하늘을 가르는 전깃줄들 위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새들을 볼 수 있는 제주도의 한 마을이었고, 마침 돌아가신 서도우의 모친이 자신의 매듭 작품이 전시됐으면 하는 공간으로 이야기한 곳이 바로 제주도였기 때문이다.

 

이것은 물론 우연의 일치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우연 밑에는 필연이 감춰져 있다. 즉 최수아와 서도우가 만나서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최수아가 했던 제주도의 어느 바람 많지만 조용한 곳의 이야기는 어쩌면 서도우가 어머니의 유언으로 그녀의 작품 전시 공간을 생각할 때 막연히 떠올렸을 풍경이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두 사람은 저 마다 겪게 된 절망감(최수아는 남편과 친구 문제로 서도우는 어머니의 죽음으로)을 극복하기 위해 제주도라는 공간을 떠올렸고 찾아왔을 수 있다.

 

물론 이건 추정이지만 이야기는 독자들의 추정을 하나의 개연성으로 삼기도 한다. <공항 가는 길>에서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만남이 그저 우연의 남발이 아니라 어딘지 신비로운 인연처럼 여겨지게 되는 건 그래서다. 그런 만남은 사실 굉장히 확률이 낮은 것이지만, 공항이나 제주도 같은 특정한 느낌을 주는 공간을 매개로 하고 거기에 개인적인 욕망과 그들이 관계를 통해 서로에게 했던 이야기들 같은 것들이 얹어지면 의외로 가능성이 있는 만남으로 여겨지게 된다.

 

이것은 공간의 마법이다. 우리는 공간을 그저 물리적인 위치 정도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공간이 머금고 있는 이야기들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만들어낸다. 굉장히 우연히 아는 사람을 어떤 공간에서 마주쳤을 때 어떤 경우에는 두 사람이 똑같이 떠올리는 어떤 공통의 기억이 그들의 발길을 그 곳으로 이끌었을 수 있다.

 

<공항 가는 길>에서 최수아와 서도우가 주로 공항에서 만나게 되는 건 그 공간이 주는 상징(일탈의 설렘과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곳이 어딘가로 떠나는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의 공감대로 이어주는 공간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마음속으로 그리워하던 누군가를 우연히 만나는 것은 굉장히 확률이 낮은 일이지만, 그 그리워하는 마음들이 그들의 발길을 어느 한 공간(그것도 두 사람의 추억이 있는)으로 향하게 하고 그래서 거기서 우연히 그들이 만나게 되는 일은 그래도 가능할 것 같은 일이다.

 

<공항 가는 길>의 이 공간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만남과 헤어짐은 그래서 여타의 멜로드라마들이 갖고 있는 만남과 헤어짐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마치 하늘 위에서 공간을 내려다보는 것처럼, 헤어진 사람들이 그들이 나누었던 어떤 작은 이야기나 기억 같은 것이 계기가 되어 다른 곳에서 다시 만나는 그 과정들을 관조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이 관조적 관점은 우리가 인연이라고 부르는 관계의 신비함을 드러내면서 어떤 위로와 위안을 준다. 마음 아픈 이별을 하기도 하지만 언젠가 만날 사람은 그 공유된 기억을 통해 발길이 이끌린 어떤 공간에서 결국은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건네고 있기 때문이다

<우사남>, 김영광은 오해와 편견을 넘을 수 있을까

 

KBS 월화드라마 <우리집에 사는 남자>에서 고난길(김영광)이라는 이름은 의미심장하다. 웹툰 원작답게 장난스런 작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이 인물이 격을 오해와 편견은 말 그대로 고난 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 사는 남자(사진출처:KBS)'

젊은 남자가 나이든 여자와 사랑을 하게 되고 결혼하는 것이 흠인 세상은 아니다. 하지만 그 여자의 딸인 홍나리(수애)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황당할 수밖에 없다.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젊은 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새 아빠라고 나서게 되는데 그 누가 당혹스럽지 않겠는가. 뭐라고 불러야 할지 호칭 자체도 불편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 새 아빠라는 사람이 없었다면 자신에게 상속될 집과 가게가 그의 소유로 되었다면 더더욱 오해와 편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지역에 부동산을 사들여 사업을 벌이려하는 덕봉(이수혁)이나 홍나리와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 조동진(김지훈)의 눈에 그 새 아빠라는 고난길이 이상하게 보이는 건 당연하다. 의도적으로 나리의 엄마에게 접근해 재산을 뜯어내려 했다는 의심.

 

하지만 홍나리는 그것이 의심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믿고 싶지는 않은 일이다. 그것은 사고로 죽은 엄마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의 마음은 양갈래로 나뉜다. 고난길이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이 아닌가 싶어 그의 방을 뒤져보기도 하지만, 동시에 조동진이나 덕봉이 의심을 할 때는 엄마의 선택을 존중하고 믿고 싶어 하는 속내를 드러낸다. 그러면서 조동진이나 덕봉의 의심이 너무나 속물적이라고 치부한다.

 

그래서 상황을 받아들이려 하지만 그래도 마음 한 자락의 의심을 접을 수가 없다. 그런데 그럴 때 보이는 고난길의 모습은 사뭇 진지해진다. 홍나리가 엄마를 떠올리고 싶을 때 어떻게 하냐고 묻자 고난길은 눈을 감고 생각하면 그 모습이 떠오른다고 말한다. 또 자주 엄마의 산소를 찾느냐고 묻자 엄마가 좋아하는 시각에 찾곤 한다고 말한다. 한없이 가볍게 상황들을 보여주던 드라마는 고난길의 이런 장면에서는 굉장히 진중해진다. 그것이 바로 그 많은 오해와 편견 속에서 그의 진심을 드러내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우리집에 사는 남자>가 엄마가 갑작스런 사고로 죽고 젊은 새 아빠를 맞게 된 홍나리의 로맨틱 코미디로서 시종일관 달달함과 유쾌한 웃음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그럼에도 이상하게 어떤 따뜻하고 위로받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건 바로 이 고난길이 홍나리의 엄마에 대한 진심어린 사랑의 마음을 드러낼 때나 그녀의 딸인 홍나리를 마치 딸 바보처럼 챙기는 마음을 드러낼 때다.

 

진상 손님들이 수시로 진상을 부려도 네 고객님하며 깍듯하게 응대해야 하는 승무원이라는 직업의 피곤과, 갑작스런 엄마의 사고사 그리고 오래도록 사귀어 이제 결혼을 앞두고 있는 남자친구가 회사 후배와 바람이 난 상황, 게다가 자신의 집과 가게가 고난길이라는 새 아빠에게 넘어간 상황은 홍나리가 처한 힘겨운 현실들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난길이라는 인물을 통해 보여지는 보호받고 지지받는 듯한 느낌은 이 드라마가 왜 힐링드라마가 되는가를 잘 말해준다. 결국 그건 그 오해와 편견을 넘어서는 고난길의 진심에서 생겨나는 따스함이다

tvN 드라마를 보면 문화 트렌드가 읽힌다

 

tvN <혼술남녀>는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이 1인가구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생겨나고 있는 새로운 나홀로족들의 문화를 소재로 삼았다. 혼자 마시는 술, 혼술은 과거 가족중심의 사회에서 이제는 나홀로족들에 의해 개인주의 사회로 바뀌어가고 있는 그 문화의 변화를 상징한다.

 

'혼술남녀(사진출처:tvN)'

이 드라마에서 노량진 학원가의 스타 강사인 진정석(하석진)은 그 혼술을 즐기는 지극히 개인주의적이고 합리적인 캐릭터다. 입만 열면 퀄리티를 수식어처럼 남발하는 이 캐릭터는 양적으로 부어라 마셔라 했던 과거 가족주의시대의 술 문화에서 이제는 질적으로 마시는 개인주의적이고 합리적인 술 문화를 캐릭터로 보여주고 있다.

 

<혼술남녀>라는 제목에 혼술과 함께 남녀를 붙인 뜻은 이 드라마가 로맨틱 코미디라는 걸 드러낸다. 혼술이라는 트렌디한 소재를 가져왔지만 남녀라는 보편적인 로맨틱 코미디를 접목했다는 의미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혼술 문화로 대변되는 트렌드를 얘기하면서 그 안에 혼술이 가진 새로운 즐거움과 그로 인해 느껴지는 현대인의 쓸쓸함 같은 것을 멜로의 방식으로 풀어낸다. 이런 트렌디한 소재와 보편성의 결합은 최근 방영되고 있는 tvN 드라마의 드라마 방정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tvN이 한편에서는 메시지가 묵직한 진중한 드라마들을 채워 넣고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트렌디한 로맨틱 코미디를 배치하는 건 전략적이다. 전자가 tvN표 드라마에 그 진중함으로 어떤 신뢰감을 형성한다면, 후자는 재미요소로 그 신뢰를 이어간다. 그런데 이렇게 전략적으로 두 종류의 드라마가 서로 다른 결로 배치되게 된 건 tvN이 그간 추구해왔던 드라마의 두 경향이 만들어낸 열매라고 볼 수 있다.

 

<미생>에서부터 <시그널>로까지 이어지는 거의 영화에 가까운 드라마들이 tvN 드라마의 한 축을 만들어냈다면, <응답하라> 시리즈 이후 공격적으로 개척된 일련의 로맨틱 코미디물들, 이를 테면 <식샤를 합시다><응급남녀> 같은 드라마들이 또 한 축을 만들어왔다는 점이다. 물론 그 중간 지대에 들어가 있는 <또 오해영>이나 <오 나의 귀신님> 같은 드라마들도 있지만.

 

<혼술남녀>의 후속으로 들어올 <막돼먹은 영애씨>는 무려 시즌15에 이르는 장수 드라마tvN의 이런 트렌디한 시도를 마치 표상하는 듯한 위상을 갖고 있다. 초창기 다큐드라마라고 실험적인 타이틀을 내세운 뜻은 실상은 적은 예산 때문에 생각해낸 발상의 전환이었다. 하지만 그 적은 예산과 그래서 다큐적으로 찍을 수밖에 없는 이 독특한 드라마는 그것만의 색깔을 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김현숙이 연기하는 노처녀 이영애는 처음에는 웃음으로 다가왔다가 차츰 공감대를 넓히는 저력을 보여줬다. 어찌 보면 달라지고 있는 연애 풍속도와 당당한 영애씨라는 캐릭터가 잘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달라지고 있는 문화 코드를 잘 녹여낸 드라마는 굉장한 메시지나 놀라운 스토리 전개 같은 것과는 다른 지향점으로 시청자를 끌어들인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 변화된 트렌드에 대한 공감대. 그리고 이것은 한편으로는 트렌드 자체를 확장시키고 주도하는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사실 혼술문화가 생기고는 있다고 해도 이 드라마가 방영되기 전까지 그런 문화의 저변을 실감한 시청자들은 그리 많지 않았을 수 있다.

 

이제 종영을 앞둔 <혼술남녀>는 그런 점에서 보면 문화 코드를 잘 녹여낸 tvN 드라마의 저력을 보여준 드라마라고 평가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이야기로만 보면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그 안에 문화 코드가 녹여져 있어 이야기는 그만큼 참신해질 수 있었다. 이제 첫 방을 앞두고 있는 <막돼먹은 영애씨>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것도 이번엔 또 어떤 문화 코드가 우리를 공감시킬까 하는 바로 그 지점 때문이다

수애의 연기 변천사, <우사남>에서는 또 어떤 모습이

 

이번에는 허술한 매력인가. 새로 시작한 KBS 월화드라마 <우리집에 사는 남자>에서 수애가 연기하는 홍나리라는 인물은 허술한 매력을 갖고 있는 여자다. 일에 있어서 똑 부러진 면을 보이지만 인생은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라는 그녀의 말대로 제 의지와 상관없이 꼬여버리는 삶 속에서 갈팡질팡하는 중이다.

 

'우리집에 사는 남자(사진출처:KBS)'

프로포즈를 받는 날 엄마 정임의 갑작스러운 교통사고 사망 소식을 듣게 되고, 결혼날짜까지 잡아놓은 오랜 남자친구가 직장 후배와 내연관계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된다. 엄마의 산소 앞에서 그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이젠 끝이라는 선언을 할 때 하필이면 그 자리에 있던 낯선 남자 고난길(김영광)에게 자신의 상황을 다 들키고, 나타나 사과하는 남자친구에게서 뒤늦게 자신의 외삼촌이 몇 차례 돈을 빌려갔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그래서 술에 잔뜩 취해 찾아간 외삼촌집은 바로 그 낯선 남자 고난길이 살고 있고, 그는 자신이 그녀의 새 아빠라는 충격적인 얘기를 한다. 술에 취한 채 수면제를 먹고 잠든 그녀는 아침에 일어나 눈이 잘 보이지 않게 되고 그런 그녀를 고난길은 병원까지 데려다준다. 1회만에 홍나리라는 인물이 겪은 일들은 파란만장하다. 그리고 그 대부분의 일들은 그녀의 뒤통수를 치는 일들이다. “한 치 앞을 모르는인생. 그것이 그녀의 삶이다.

 

<우리집에 사는 남자>는 연하남이 새 아빠라는 파격적인 설정을 갖고 있다. 그 나이 차를 거스르는 부녀관계는 그래서 향후 홍나리와 고난길 사이의 꼬이고 꼬인 로맨틱 코미디를 예고하게 만든다. 딸을 위해 모든 걸 해주려는 새 아빠라는 설정에서, 만일 홍나리가 부녀관계라는 선을 명쾌하게 그어버리는 성격이라면 그 관계가 특수하다는 것 이상의 이야기는 진전될 수 없다.

 

하지만 사람 관계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고, 또 인생은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라 스스로 겪어오며 살아온 홍나리라는 인물은 그래서 삶 앞에 어떤 허술함을 허용하게 된 인물이다. 그래서 새 아빠지만 자신을 챙겨주는 그에게서 어떤 애정 같은 것이 싹트는 상황이 가능해진다. 그 애정과 부녀 관계 사이에서 벌어지는 감정적 갈등은 그래서 이 드라마가 갖고 있는 로맨스와 코미디의 핵심적인 동인이 된다.

 

첫 회는 그래서 이 홍나리라는 인물의 파란만장한 삶으로 온전히 채워졌다. 여기서 주목되는 건 수애라는 연기자에게 의외로 이런 허당기 가득한 캐릭터가 잘 어울린다는 점이다. 술에 잔뜩 취해 빨갛게 홍조를 띤 얼굴로 마트에서 산 삽자루를 질질 끌고 외삼촌집 근처를 어슬렁대는 장면은 그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웃음을 만든다. 술에 취해 스릴러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모습을 보이는 여자.

 

이러한 허술한 매력을 선보이는 수애에게서 새삼 이 연기자가 가진 참 다양한 얼굴을 읽게 된다. 한 때는 그 매력적인 중저음의 목소리 때문에 왠지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의 명성황후 같은 역할이 제격이라 여겨졌던 그녀지만, 그녀는 <님은 먼 곳에>에서 월남까지 간 순이 역할로 변신했고, <심야의 FM>에서는 그 목소리의 편견을 깨겠다는 듯 욕설을 해대는 날카로운 성격의 MC 역할을 소화했던 바 있다.

 

드라마에서도 변신은 이어져 <아테나>에서는 니킥을 날리며 액션수애라는 닉네임을 얻었고, <가면>에서는 12역의 극과 극을 오가는 캐릭터를 소화해내기도 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이번 <우리집에 사는 남자>에서는 조금은 모든 걸 내려놓은 허술한 캐릭터를 편안한 제 얼굴처럼 갖고 돌아왔다.

 

KBS 정성효 드라마 센터장은 <우리집에 사는 남자>유쾌한 힐링 드라마라고 소개한 바 있다. 로맨틱 코미지 장르지만 그 안에서 힐링의 느낌을 전해줄 수 있다는 건 아무래도 이 파란만장하고 허술하게 당하는 홍나리가 새 아빠인 고난길과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삶의 가치관이 조금씩 바뀌어가는 권덕봉(이수혁)을 통해 어떤 따뜻한 감성을 느끼게 해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연기변신을 통해 수애가 보여줄 수 있는 허술한 매력이 이 드라마의 관건이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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