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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드라마 곱씹기

'마의', 조승우 만큼 말에 집중되는 이유 '마의', 왜 하필 말인가 했더니 “하지만 생명이잖아요.” 칼에 찔려 죽어가는 말을 살리기 위해 사암도인(주진모)을 찾아갔으나 자신은 인의(人醫)지 마의(馬醫)가 아니라며 거부하는 그에게 어린 백광현(안도규)은 이렇게 되묻는다. 그러자 사암도인은 백광현에게 말이든 사람이든 생명에 귀천은 없다고 말한다. 그 생명을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함부로 시술을 하지 않는다는 것. 바로 이 짧은 장면은 가 왜 하필 말이라는 소재를 선택했는가를 잘 보여준다. 이 사극에서 말은 바로 민초의 다른 이름이다. 마의들의 삶이란 어찌 보면 말보다 천시 받는 삶이다. 말이 날뛰다 이명환(손창민)의 아들 이성하(남다름)를 발로 차는 사고가 벌어지자 그 말을 관리한 마의들(이희도, 안상태)은 호위무사에게 끌려간다. 자신들의 직접적인 .. 더보기
'마의', 이병훈 사극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 이병훈 사극의 리트머스 시험지 는 전형적인 이병훈 PD표 사극이다. 이미 MBC 사극의 한 틀을 만들어낸 이병훈 PD가 지금껏 보여준 사극의 정점을 는 보여준다. 거기에는 운명에 의해 변방으로 내쳐지는 아이가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선한 의지로 노력해 차츰 차츰 중심으로 돌아오는 영웅의 서사가 있다. 마치 옛 이야기에서 문제가 주어지고 그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주인공이 등장하듯, 하나하나의 주인공에게 주어진 미션을 풀어나가는 재미가 쏠쏠 하다. 그리고 그렇게 미션을 푼 주인공은 이른바 포상을 받는다. 이 포상을 통해 인물은 성장한다. 동물을 돌보는 마의라는 당대의 비천한 수의사가 어의가 되는 그 성장 과정을 담는 그 이야기 구조는 이미 이병훈 사극을 통해 여러 차례 봐왔던 것들이다. 이 그렇고.. 더보기
'울랄라부부', 평작도 살린 김정은과 신현준 도 도 누른 의 힘 이 정도면 코믹도 명품이다. 사실 에 대한 기대감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이미 최순식 작가의 에서 보여준 영혼 체인지 이야기의 반복 정도가 아닐까 여겨졌다. 게다가 경쟁작들이 모두 사극이다. 그것도 이병훈PD와 김이영 작가, 김종학PD와 송지나 작가 같은 쟁쟁한 이들이 쓰고 연출하는.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그저 평범해 보이는 영혼 체인지의 로맨틱 코미디인 가 모든 예상을 깨고 수위에 올라섰다. 도대체 이 반전의 이유는 뭘까. 단순하지만 웃기다는 것이다. 아니 웃기는 정도가 아니라 빵빵 터진다. 이제 서로에 대해 시들해진 30대 부부인 나여옥(김정은)과 고수남(신현준)의 영혼체인지는 생각 외로 재미있는 요소들을 많이 내포하고 있었다. 그잖아도 무시당하며 가족들 뒷바라지에 지친 나여옥에.. 더보기
무엇이 김수현 작가 명성에 흠집을 만드나 김수현 작가, 작품은 최고지만 왜? 국민 작가, 언어의 마술사, 흥행 보증수표, 한국 드라마의 산 증인 등등... 김수현 작가를 수식하는 말들은 실로 엄청나다. 사실이 그렇다. 김수현 작가만큼 그 오랜 세월을 끊임없이 현역작가로서(그것도 최고의 작가로) 살아낸 이는 없다. 그것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태와 단절 없이 호흡하면서 화제작과 문제작을 써낸 작가도 거의 없다. 무엇보다 그녀의 작품 필모그래피는 우리네 드라마사를 관통하는 면면이 있다. 우리는 그 작품들을 통해 우리 드라마의 변화와 함께 우리네 사회의 변화상도 읽어낼 수 있다. 그 정도다. 김수현 작가란 존재는. 그런데 최근 들어 김수현 작가가 갖게 된 이미지는 이와는 사뭇 상반된다. 때로는 지나치게 고집스러운 이미지로, 때로는 좀체 대중들과 소통되.. 더보기
'착한남자'가 나쁜 세상에 복수하는 법 , 이 얼마나 통쾌한 복수 방법인가 는 두 가지 뉘앙스로 읽힌다. 그 첫째는 이제 더 이상 착한 남자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뜻이고, 둘째는 세상 어디에도 없지만 유일한 착한 남자라는 뜻이다. 따라서 주인공 강마루(송중기) 역시 두 가지 의미로 읽힌다. 그는 세상에 유일한 착한 남자일까, 아니면 세상에 더 이상 착한 남자란 없다는 걸 보여주는 그런 캐릭터일까. 캐릭터가 착하든 착하지 않든 그것은 좀 더 이야기가 진행되어야 드러날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것이 아니다. 왜 이 드라마는 ‘착한’이라는 선(善)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악한 세상에 대항하기 위함일 게다. 강마루가 나쁜 여자 한재희(박시연)에게 던지는 대사 속에는 그 세상에 대한 증오가 읽힌다. “질문 하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