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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드라마 곱씹기

조정석|우리가 그에게 납득된 이유 세상의 믿을 친구, 납뜩이 조정석 에서 조정석이 맡은 역에는 이름이 없다. 대신 그 역할은 '납뜩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대사 중에 "납득이 안된다"는 말을 습관처럼 쓰기 때문이다. "에? 납득이 안 되네. 납득이. 아니 대학생이 연예를 하라고 대학생활 하는 거지 대학생이." 재수생인 그는 친구 승민(이제훈)이 대학까지 가서 연예도 제대로 못하는 걸 '납득이 안 간다'고 말한다. 여자친구에게 속내를 고백하지 못하는 승민에게 납뜩이는 제 딴에 방법이라고 술 마시고 무조건 대시하라고 알려준다. "근데 너한테 술 냄새가 팍! 나잖아. 어떨 거 같냐. 어떨 거 같애. 일단은 쫀다고. 납득이 안가잖아. 납득이. 갑자기 찾아 와서 술 냄새? 어 이건 뭐지? 낯선대?" 여기서도 그는 '납득이 안간다'는 습관적인 말.. 더보기
<사랑비>, 왜 살롱사진의 덫에 걸렸을까 풍경이 스토리를 압도하는 의 문제점 파란 담쟁이 넝쿨이 주는 청춘(靑春)의 파릇파릇함, 촉촉이 내리는 비의 질감, 그 안으로 천천히 들어오는 노란 우산, 그 우산 속의 연인... 의 첫 장면은 이 드라마가 얼마나 감성을 자극하는 예쁜 그림에 집착하고 있는가를 잘 말해준다. 미대 앞 작업실 안에서 창밖으로 처음 인하(장근석)가 윤희(윤아)를 발견하는 장면도 그렇다. 미대 앞 벤치에 앉아있는 윤희에게서는 광채가 흐른다. 아마도 첫 만남의 그 강렬하고도 빛나는 순간을 포착해내려는 윤석호 PD의 연출 의도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것은 인하와 윤희가 만나는 70년대 교정의 풍경에 머무르지 않고, 2012년 두 사람의 자식인 서준(장근석)과 하나(윤아)의 첫 만남으로도 이어진다. 홋카이도의 아름다운 설경은 그 순.. 더보기
김수현 보다 낫다? 예능 출신 작가들의 힘 '넝쿨', '뿌리', '최고' 작가의 공통점은? '넝쿨째 굴러온 당신', '뿌리 깊은 나무', '최고의 사랑'. 이 세 작품을 쓴 작가들의 공통점이 뭘까. 바로 예능작가 출신이라는 점이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을 쓴 박지은 작가는 KBS '사랑과 전쟁', '멋진 친구들', '이색극장- 두 남자이야기' 등 코미디와 시트콤을 쓴 경력이 있다. '뿌리 깊은 나무'의 김영현 작가는 '사랑의 스튜디오'와 '테마게임'을 거쳤던 예능작가 출신이다. 또 '파스타'를 쓴 서숙향 작가는 '주병진쇼'를 거쳤고, '환상의 커플', '미남이시네요', '최고의 사랑' 등 쓰기만 하면 히트를 치는 홍자매 역시 예능에서 잔뼈가 굵었던 작가들이다. 이들은 모두 예능 작가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것 이외에도 비슷한 점들이 많다.. 더보기
<신만찬>, 이토록 퇴행적인 드라마라니 의 출생비밀 집착 뭐가 문제일까 해도 해도 너무한다. 은 도대체 주제의식이 있기는 한 걸까. 적어도 소재에 대한 나름대로의 시도를 한 적이나 있는 걸까. 애초 에 기대했던 것은 그 요리라는 소재가 가진(최근 요리 한류로 이어지고 있는) 매력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을 보라. 요리라는 소재는 뒷전이 된 지 오래고 끊임없는 그 놈의 '출생의 비밀' 타령으로 등장인물들이 끊임없이 허우적대고 있는 꼴이다. 드라마 초반 요리 대결에 대한 에피소드가 몇 개 나오고 나서는 끊임없이 4각 멜로(그것도 인물들이 그럴 듯한 이유 없이 이리 저리 휘둘리는)가 반복되더니, 이제는 끝없는 핏줄 타령이다. 잃어버렸던 자식의 귀환, 그것을 막으려는 키워진 자식의 갖은 악행, 기억을 잃어버린 엄마. 드라마는 인물들이 엄마를 부르며 .. 더보기
'넝쿨'엔 '애정남'도 '롤러코스터'도 있다 시청률 넝쿨째 들어온 '넝쿨'의 비결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쿨)'은 전체 시청률 1위. 봄철 꽃놀이 인파로 잠재 시청층이 빠져나가기 마련인 요즘, 36.4%의 시청률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과거부터 가족드라마는 기본 시청률을 가져간다는 불문율이 있었지만, 요즘은 이런 사정도 많이 달라졌다. 일일드라마라고 해도 그저 비슷한 공식만 반복하는 드라마는 외면받기 일쑤. 늘 시청률 수위를 차지하던 KBS 일일드라마 '당신뿐이야'가 시청률 20%에 머물러 있는 건 주말극으로 '넝쿨'이 매주 최고시청률을 갈아치우는 것과는 사뭇 대조되는 풍경이다. '넝쿨'이 가진 가족드라마적인 면모는 기존의 것들과 그다지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시점이 가족주의에 머물던 기존의 가족드라마와 달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