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긴어게인2’, 음악이라는 감정의 언어를 발견하게 해주다

포르투갈 리스본의 어느 분위기 좋은 루프탑 카페에서 로이킴과 윤건이 영화 <라라랜드>의 ‘City of Stars’를 부른다. 프로건 아마추어건 상관없이 원하면 사전에 얘기하고 누구나 오를 수 있는 무대. 노래 부르는 그들의 뒤편으로 어둠 속에 점점이 박힌 따뜻한 도시의 불빛들이 별빛처럼 부드럽게 노래 부르는 그들을 감싼다. 윤건의 읊조리는 듯한 목소리와 로이킴의 분위기 가득한 음색이 어우러져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은 장면이 연출된다. 

JTBC 예능 <비긴어게인2>가 어느 루프탑 카페에서 보여준 무대는 마치 영화 <비긴어게인>의 한 장면을 재연하는 것처럼 보였다. 함께 테이블에 앉아 있다가 무심한 듯 로이킴이 무대에 올라 자기 소개를 하고 노래를 부른다. 그러자 식사를 하던 손님들이 그 노래에 빠져든다. 그의 노래가 끝나고 윤건이 함께 무대에 올라 피아노 연주에 맞춰 ‘City of Stars’를 부르면서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는다. 영화 <비긴어게인>에서 싱어송라이터인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가 어느 카페에서 노래를 하게 됐을 때 댄(마크 러팔로)이 마침 그 노래를 듣는 그 장면이 연상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비긴어게인2>의 진면목은 그런 영화 같은 장면이 아니었다. 김윤아와 이선규가 무대에 올라 부르는 자우림의 명곡들이 그 진짜 무대의 시작이었다. 김윤아 특유의 서정적인 정서가 묻어나는 ‘봄이 오면’은 의외로 낯선 외국인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로이킴 역시 촬영 당시에는 미발표곡이었던 ‘그 때 헤어지면 돼’를 불렀다. 노래가 끝나고 나서 한 여성 관객은 “한국어로 노래하는 게 듣기 좋았다”고 말했다. 

이번 <비긴어게인2>에서 주로 팝송 커버곡을 많이 불렀던 로이킴은 그 경험이 특별했었던 것 같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한국어라서 알아듣지 못할까봐 걱정했다”며 “그래서 팝송을 더 커버하려고 했는데 굳이 언어의 장벽에 사로잡힐 필요가 없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러 버스킹에서도 행인들이 더 집중한 건 그들에게 익숙한 팝송보다는 낯설 수도 있는 우리 가요들이었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언어의 장벽을 넘어설 수 있게 해줬을까. 그건 음악만의 특별한 ‘감정의 언어’가 가진 힘이 아닐까. 물론 가사는 그 의미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음악의 중요한 부분이지만, 그것 이전에 노래를 부르는 사람의 감정이 그대로 듣는 사람의 가슴에 와 닿는 그런 경험들이 이번 <비긴어게인2>에서는 그 프로그램의 특성상 자연스럽게 보여지게 됐다. 낯선 이국에서 낯선 언어로 부르는 노래가 그들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발견하게 해줬기 때문이다.

이런 점은 <비긴어게인2>의 첫 번째 버스킹에서 김윤아가 세월호 추모곡이었던 ‘강’을 불렀을 때 이미 드러난 부분이었다. 그들에게는 가사내용이 들리지 않았을 그 곡에 그들이 감동을 느꼈던 건 바로 그 감정의 언어가 전달된 덕분이었을 것이다. 깊은 슬픔과 추모의 감정들이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음색 속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떨림과 표정으로 전해졌을 테니. 

루프탑에서 노래를 듣던 한 외국인은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노래하는 건 이상적인 프로젝트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무엇이 이상적이라고 하는 걸까. 그건 어쩌면 음악이 가진 본연의 힘을 거기서 느낄 수 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음률과 목소리와 감정만으로도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것이 음악이 가진 힘이라는 걸.(사진:JTBC)

지적인 재미 더한 예능, 낯설지만 시도는 긍정적

예능의 끝은 다큐라고 했던가. 최근 tvN의 예능 행보가 흥미롭다. 사실상 다큐멘터리라고 해도 좋을 프로그램들이 예능의 외피를 쓰고 등장하고 있어서다. 금요일 밤에 방영되는 <숲속의 작은 집>이 그렇고, 월요일 밤에 새로 들어선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가 그렇다. 

<숲속의 작은 집>은 제목처럼 숲 속에 덩그러니 지어진 작은 집에서 일련의 ‘행복실험’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최근 트렌드가 되고 있는 ‘소확행’이니 ‘미니멀 라이프’, ‘오프 그리드’ 같은 새로운 삶의 방식을 소재로 끌어와 ‘실험의 형식’으로 담았다. ‘자발적 고립 다큐멘터리’라고 아예 제작진이 못 박은 것처럼 이 프로그램은 다큐멘터리라고 해도 무방한 형식과 내용을 갖고 있다. 

그나마 예능적인 면을 찾자면 박신혜나 소지섭이 이 행복실험의 피실험자로 들어왔다는 정도일 것이지만, 요즘 만들어지는 다큐멘터리 역시 연예인들의 출연이 낯설지 않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또한 예능의 특징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또 이들이 숲속에서 벌이는 작은 행복실험들은 다큐멘터리적인 지적인 재미를 담고 있다. 무언가를 하지 않거나 무언가가 없는 곳에서 찾아내는 새로운 행복이란 도시적 삶이 갖고 있는 문제들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기 마련이다.

물론 눈보라가 치는 바람에 봄의 기분을 내기는 어려웠지만 봄나물을 직접 채취해 한 끼를 해먹는 과정은 소박하지만 도시에서 먹는 그 어떤 산해진미보다 마음을 잡아끄는 면들이 있다. 그건 제철음식이 갖는 자연의 흐름과, 그 흐름에 순행하는 삶의 건강함이 언제나 마트에 가면 어떤 식재료도 살 수 있어 제철의 의미가 사라져버린 도시의 삶과 비교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우리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봐왔던 그런 빵빵 터지는 재미를 찾기는 어렵다. 그걸 반영하듯 시청률도 4.7%(닐슨 코리아)에서 시작했지만 2%대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애초부터 나영석 PD가 말한 것처럼 ‘심심한 프로그램’이고, ‘시청률 상관없이 만든 프로그램’이다. 그러니 시청률로 평가할 수 없는 의미는 충분히 있다. 도시에서 느끼지 못하는 감각들을 일깨우고, 지적인 재미를 더해준다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의 다큐멘터리 실험은 충분히 성과가 있다고 보인다.

한편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는 제목은 예능스럽지만 실상 안을 들여다보면 세계 미식기행을 담은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이 프로그램 역시 그나마 예능적인 느낌을 주는 건 백종원이라는 캐릭터가 들어가 있다는 정도다. 하지만 이미 과거 EBS에서 미식기행을 소재로 다큐멘터리를 보여준 바 있는 백종원이다. 그러니 이 프로그램은 온전히 음식을 담은 다큐라고 해도 무방하다. 

실제로 첫 회에 방영된 청두에서 진행된 방송은 잘 만들어낸 다큐멘터리의 질감을 보여줬다. 길거리 음식을 먹으며 백종원이 그 음식의 유래를 설명하는 동안 영상은 그 음식이 어떤 재료로 어떤 방식을 거쳐 만들어지는가를 다큐적 영상으로 포착해낸다. 심지어 컴퓨터 그래픽까지 들어가 설명되는 음식의 역사는 예능의 영상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다. 

물론 백종원은 특유의 캐릭터에 걸맞게 구수한 멘트를 이어가며 길거리에서 만나는 음식을 먹는 먹방과 그걸 만드는 사람들과의 교감을 통해 재미를 준다. 하지만 역시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전 세계의 다양한 음식들을 소개한다는 그 정보적인 재미다. 다분히 다큐멘터리적인 접근으로 지적인 재미를 더한 것이 이 프로그램의 특징이라는 점이다.

역시 이 프로그램도 시청률은 높지 않다. 첫 회에 1.6%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 역시 새로운 시도가 가진 의미는 충분하다고 여겨진다. 사실 최근 예능의 트렌드가 되어 있는 관찰카메라라 불리는 리얼리티쇼는 다큐멘터리에서 나온 장르다. 그만큼 예능과 다큐의 영역은 점점 그 차이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경계를 지워가는 중이다. 그러니 tvN 예능의 다큐 시도는 충분히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오락채널로서의 tvN이 그간 교양 프로그램을 제대로 세울 기회가 없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러한 다큐와 손잡은 예능 프로그램은 tvN 특유의 색깔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보인다. 나름 tvN표 교양이 저 <알쓸신잡>이나 <어쩌다 어른>에 이어 조금씩 만들어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어쩌면 예능 프로그램의 영역확장으로 일반화될 가능성이 짙다. 앞으로 예능과 다큐는 구분할 수 없을 만큼 가까워질 테니 말이다.(사진:tvN)

드디어 물 만난 이영자, 그 근간은 진정성이다

이른바 ‘영자의 전성시대’다. 물론 이영자의 전성시대는 이미 오래 전 1990년대 “안 계시면 오라이-”를 외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여러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하며 여러 유행어를 남겼다. 하지만 다이어트 파문으로 한 순간에 그 전성시대의 종언을 선언했고, 한동안 이영자는 방송에는 나왔지만 그다지 두드러진 역할을 보이지는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 이영자가 최근 다시 떠오르고 있다. 다시 맞는 ‘전성시대’라 할만하다.

MBC 예능 <전지적 참견시점>은 이영자가 가진 매력들을 다양하게 뽑아내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됐다. 물론 먹방이야 이미 방송가에 파다하게 쏟아져 나왔던 바지만, 이영자가 하는 먹방은 새로운 관전 포인트를 만들었다. 남다른 먹성을 지니고 있는데다 전국의 맛 집 지도를 머릿속에 넣어두고 다니는 것 같은 이영자가 매니저와 함께 휴게소 음식 투어(?)를 하는 모습들은 큰 화제가 되었다. 그가 소개하는 휴게소 음식들은 순식간에 소문을 타고 퍼져나갔고, 실제 매출이 급증하는 효과까지 가져왔다. 

하지만 그의 먹방이 특별하게 된 건 남다른 먹성 때문만은 아니었다. 음식을 먹을 때 그 맛을 표현하는 이영자 특유의 토크 능력이 더해지면서 그 특별함도 커졌다. “소중한 땀을 한 땀 한 땀 모아서 상에 올린 느낌. 내가 양반이 된 것만 같은 맛.” “소 한 마리를 통째로 집어 삼킨 느낌과 함께 내가 부자가 된 듯한 성취감까지 주는 맛.” 이런 표현들은 보는 이들마저 야식욕구를 일으킨다는 반응을 만들었다. 실제로 백종원은 이영자의 맛 표현이 “맛깔나다”며 자신보다 더 뛰어나다고 말한 바 있다. 즉 먹방과 함께 덧붙여진 그의 토크 능력이 이영자가 보여주는 먹방의 새로운 면이 되었다는 것이다. 

<전지적 참견시점>이 가진 관찰카메라 형식과 스튜디오 토크쇼 형식의 결합 역시 이영자에게는 최적화된 포맷이라고 볼 수 있다. 관찰카메라 형식으로 찍혀진 영상 속에서 이영자는 매니저와 마치 한 편의 콩트를 찍는 듯한 케미를 보여준다. 어딘지 약간 소심해 보이는 매니저와 먹는 문제에 있어서 실수가 있어서는 안될 것 같은 위압감마저 주는 이영자는 그 캐릭터 관계 자체가 웃음을 유발한다. 

목동에서 매니저에게 핫도그를 시키면서 벌어진 해프닝은 이런 코미디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오리지널, 모차렐라, 가래떡 3종류의 핫도그에 각각 설탕, 머스터드, 케첩을 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실수로 가래떡에 머스터드를 뿌리게 된 매니저는 그 일 때문에 이영자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연출됐다. 사실 핫도그의 소스를 잘못 뿌린 게 무슨 큰일일까 싶지만, 그게 이런 긴장감을 만들어낸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코미디적 코드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이영자는 자신이 찍힌 관찰카메라 영상들을 스튜디오에서 보며 멘트를 넣는데 있어서도 발군의 재능을 발휘한다. 그가 스튜디오에 있으면 어딘지 주눅 들어 하는 유병재의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살고, 전현무와 양세형의 깐족대는 멘트도 힘을 발휘한다. 송은이의 센스 넘치는 멘트들도 이영자와 합이 잘 맞는다. 그러니 관찰카메라 형식 속에서의 코미디와 먹방이 주는 재미에 스튜디오 멘트까지 더해져 이영자의 존재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영자의 이러한 새로운 전성시대가 그냥 갑자기 이뤄진 건 아니다. 아주 긴 시간을 이영자는 조용히 ‘진심을 다지며’ 노력해왔다. KBS <안녕하세요> 같은 프로그램에서 오래도록 자리를 지켜온 건 그래서 지금의 이영자에게는 큰 자양분이 되었다. 그 시간들과 그 시간에 성실하게 일해 온 노력들이 더해져 이제 대중들은 이영자의 진정성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웃음을 위해 설정된 부분이겠지만 <전지적 참견시점>은 때론 연예인과 매니저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권력구조’가 불편함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그 균형을 맞춰나가는 것이 이 프로그램이 좀 더 사랑받을 수 있는 관건이 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영자가 자신의 이름을 도용하는 영세업자들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에, 그 영세업자분들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괜찮다고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인 건 주목할 만한 일이다. 

그건 어쩌면 꽤 오래 걸려 돌아온 이영자의 전성시대가 앞으로도 더 오래 유지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웃음과 재미만이 아니라 어떤 의미일 수 있다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이영자가 지금 맞은 전성시대는 단지 재미 때문에 생겨난 게 아니라 긴 시간 동안 해온 노력의 진정성이 대중들에게 닿았기 때문이라는 걸 늘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영자의 전성시대가 계속 이어지기를.(사진:MBC)

'숲속집' 소지섭·박신혜가 우리 대신해주는 행복 실험이란

tvN <숲속의 작은 집>은 나영석 PD가 말했듯 ‘심심한’ 예능 프로그램이다. 숲 속에 덩그러니 집 한 채 지어놓고 지내보라고 한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미션들이 부여된다. 아무 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거나 잠만 자거나 하는 모습은 물론 바쁘게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는 로망이지만, 방송으로 계속 보기에는 지나치게 ‘심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미션들은 조금 황당할 수 있는 것들이다. 3시간 동안 밥 먹기 같은 미션이 그렇다. 물론 그 미션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 나름의 ‘인문학적’ 실험을 해보기 위한 미션들이다. 한 끼를 먹는데 보통 우리가 쓰는 시간은 극히 짧을 수밖에 없다. 직접 해먹기보다 사먹는 일이 익숙해진 도시생활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러니 3시간 동안 밥을 먹으라는 미션을 수행하면서 오히려 도시생활에서의 ‘먹는 행위’에 대한 것들을 반추해낼 수 있다. 

박신혜는 평소에 빠르게 먹다보면 자신이 먹어야 하는 양보다 훨씬 많이 먹게 돼서 힘들 때가 많았다고 한다. 체할 때도 많았고. 하지만 천천히 먹어보니 의외로 너무 배가 불러서 먹기가 힘들더라고 했다. 즉 도시생활에서의 먹는 행위가 생각보다 합리적이지 않았다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 소지섭은 평소에는 끼니를 때운다는 먹어왔다고 했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 빠르게 만들고 빠르게 먹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3시간 동안 밥 먹기를 해보자 먹는 거에 대해서 천천히 생각할 수 있었다고 한다.

즉 <숲속의 작은 집>은 박신혜와 소지섭이라는 피실험자를 내세워 도시인들의 미니멀 라이프 체험을 대리해보는 실험을 하는 중이다. 그런 체험이 과연 우리에게 얼마만큼의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서. 그래서 이들은 대놓고 ‘실험’이라고 표현하고, 박신혜와 소지섭을 이름대신 피실험자 A, B 이런 식으로 부른다. 그들이 갖고 있는 이미지를 최대한 지워내야 실험의 결과가 좀 더 선명하게 느껴질 수 있어서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들이 여러 주어진 미션들을 대리해 실험하는 과정을 통해 좀 더 투명하게 이 두 인물이 주목된다는 점이다. 아마도 스포트라이트가 터지는 레드카펫이나 시상식장, 혹은 화보 촬영장이나 드라마, 영화 촬영장에서 소지섭과 박신혜의 모습은 또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가 방송이나 영화를 통해 알고 있는 그 이미지들이 그러하듯이. 

하지만 이 아무 것도 없는 숲 속에 덩그러니 던져진 두 사람은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진짜 자신들의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박신혜와 소지섭은 서로 상반된 성향을 갖고 있으면서 저마다의 다른 매력을 드러낸다. 이러한 숲속 체험에 박신혜보다는 소지섭이 훨씬 더 최적화되어 있는 느낌을 주는 건 이들의 성향이 달라서다.

처음 올 때부터 잔뜩 짐을 갖고 왔다가 ‘필요 없는 물건을 줄이라’는 첫 미션에 울상이 된 박신예의 모습과, 애초부터 단출하게 이 숲에 들어온 소지섭의 덤덤한 모습은 그래서 대비된다. 박신혜는 한 끼를 해먹어도 제대로 해먹으려 하는 성격이고, 소지섭은 고기 한 덩이에 감자를 구워 투박하게 먹는 성격이다. 

3시간 밥 먹기 미션을 하다가 “제작진에게 실패를 안겨드리겠다”고 말하며 웃는 박신혜에게서 느껴지는 건 밝은 긍정의 에너지다. 뭐 꼭 성공해야 하나 하는 그런 강박 자체가 별로 없어 보인다. 또 누군가와 함께 하는 걸 좋아하는 사교적인 성격이 보인다. 혼자 세 시간 밥 먹는 건 어려워도 엄마랑은 더 오랫동안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먹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는 말한다. 

반면 소지섭은 소탈하고 단단히 내적으로 안정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도시생활보다 어쩌면 이런 조용한 숲속생활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그런 성향이 보인다. 세 시간 동안 밥 먹는 일도 느릿느릿 장작을 패서 숯을 만들어 고기와 감자를 구워 먹는 여유를 보인다. 그가 야외에서 밥을 먹을 때 어디선가 다가온 까마귀 떼들과 개 두 마리는 그래서 이상하게도 그와 잘 어우러지는 풍경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아마도 누구나 저마다의 매력은 분명 있을 것이다. 다만 도시에서의 부대끼는 생활이 그런 매력들을 드러나지 않게 하거나 혹은 왜곡시킬 뿐. 어쩌면 저런 자신과 오롯이 마주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 속에 들어가게 되면 그 매력은 다시금 고개를 드러내지 않을까. <숲속의 작은집>은 행복실험을 해보는 프로그램이지만, 무언가를 딱히 하지 않더라도 그런 왜곡 없는 세상에서는 저마다의 진짜 매력이 비로소 보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아마 행복도 거기서 찾아지지 않을는지.(사진:tvN)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