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PD는 왜 <꽃보다 할배>를 선택했을까

 

왜 하필 할배(?)들이었을까. 나영석 PD가 새롭게 시작하는 <꽃보다 할배>의 평균연령은 76세. 막내 나이가 무려 70세다. <1박2일>로 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나영석 PD가 CJ로 이적해 만든 첫 작품인데다,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국민배우들이 뭉쳤기 때문인지 <꽃보다 할배>는 시작 전부터 큰 화제가 되고 있다.

 

'꽃보다 할배(사진출처:tvN)'

‘일섭다방’이라는 실시간 검색어까지 떠올랐던 공원에서 커피를 타 마시는 티저 영상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꽃보다 할배>가 가진 특별한 재미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영상 속에서 백일섭은 막내라는 이유로 투덜대며 커피를 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제 나이 다 들어 같이 늙어가는 처지의 칠순 할배들이지만 그 안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위계질서가 큰 웃음을 주었던 것.

 

이 장면은 <꽃보다 할배>가 어르신들이 주인공들이지만 그 소구대상은 젊은이들을 포괄할 것이라는 걸 말해준다. 즉 이 예능 프로그램은 ‘할배’가 아니라 ‘꽃보다’에 더 방점이 찍힌다는 것. 할배들이지만 여전히 ‘꽃보다’ 귀엽기도 하고 때로는 가슴 뭉클한 감동의 존재들이기도 한 그들의 새로운 면모가 이 프로그램의 진면목이라는 점이다.

 

tvN <택시>를 통해 살짝 공개된 <꽃보다 할배>의 장면들은 이 어디로 튈 지 알 수 없는 어르신들의 배낭여행이 젊은이들의 <1박2일>보다 훨씬 흥미로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굉장히 적극적인 직진순재, 엉뚱한 매력의 시크신구, 로맨티스트 박근형, 좌충우돌 웃음담당 막내 백일섭 같은 캐릭터가 이미 만들어질 정도.

 

할배와 배낭여행이라는 새로운 조합 속에는 그간 나영석 PD가 해온 리얼 예능에 대한 생각이 들어가 있다. 나영석 PD는 예능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예측할 수 있는 결과’가 아니라 ‘예측 불가능성이 가진 재미’를 꼽고는 했다. 즉 기획단계에서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그림이 떠오르는 예능은 지금의 시청자들에게는 식상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젊은이들이 배낭여행에서 겪을 수 있는 그림은 한정되어 있지만 그 체험자가 할배들이라면 도무지 어떤 그림이 나올 지 상상하기가 어려워진다.

 

이 지점은 작금의 <1박2일>이 난항을 겪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영석 PD가 이끌던 <1박2일>이 예측 불가능한 과정들을 담았다면, 지금의 <1박2일>은 시작과 함께 대충의 과정과 결과까지를 예측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것은 그만큼 이 프로그램이 오래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끊임없이 대중들의 뒤통수를 치는 새로움에 대한 노력이 그만큼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또한 나영석 PD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은 그렇다고 해도 그 낯설음이 기대감마저 없는 미지수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우리는 그 조합이 낯설면서도 막연하게나마 할배들의 배낭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 여행을 통해 우리가 몰랐던(아니 어쩌면 알려고 하지 않았던) 어르신들의 세계를 들여다본다는 것이 그렇고, 70년 이상을 살아온 경험치에서 묻어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할배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우리네 삶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네 근대사를 통과하면서 지극히 개인적인 여가나 여행에 대해 그만큼 소홀했을 어르신들이 경험하는 배낭여행이란 그분들에게도 똑같은 여운을 주었을 것이 분명하다. 즉 ‘할배들의 배낭여행’이라는 단순명쾌한 콘셉트 안에 상당히 많은 기획 포인트들이 자연스럽게 들어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미 야동순재를 통해, 또 “니들이 게맛을 알어?”하고 묻던 신구 선생을 통해, “아 글씨”하고 추임새를 붙여가며 부르던 백일섭 선생의 ‘홍도야 울지 마라’를 통해, 그리고 칠순에도 여전히 빛나는 박근형 선생의 로맨틱한 풍모를 통해서 그네들에 대한 팬덤이 젊은 층들에게도 충분히 있다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어르신이 순간 권위를 무너뜨리고 아이 같은 천진함을 드러낼 때, 나이와 세대의 장벽은 허물어져버린다.

 

게다가 제 아무리 자기 세계에만 매몰되어 있던 자라도 그 마음의 빗장을 열어젖히기 마련인 여행이 아닌가. 그 속에서 우리는 지금껏 가족의 한 언저리로 밀어놓고 구태여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던 우리네 어르신들의 ‘여전한 청춘’을 보게 될 지도 모르겠다. ‘예측불가능성’과 ‘기대감’. 이것이 나영석 PD가 보여줄 <꽃보다 할배>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는 이유다.

<목소리>, 캐스팅에 담긴 혼합장르의 열쇠들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흔한 멜로라고 생각한 시청자라면 지금 스릴러로 치닫고 있는 이 드라마에 심지어 당혹감마저 느낄 만하다. <내 딸 서영이>로 국민 딸로 자리매김한 이보영과 <학교 2013>으로 여성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 이종석의 조합, 여기에 <시크릿가든>의 윤상현까지 가세하면서 드라마는 삼각 멜로의 달달한 이야기를 예상케 만들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수하(이종석)의 능력은 멜로의 궁극이라고 할 수 있는 완전 소통의 가능성까지 만들어주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사진출처:SBS)'

하지만 이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보영과 이종석의 달달한 멜로가 그만큼 강하게 다가왔기 때문에 생긴 착시현상이지만 사실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스릴러의 요소를 깔아놓고 있었다. 그것은 민준국(정웅인)이라는 범죄자 때문이다. 수하와 혜성(이보영)의 관계를 이어주는 역할이 바로 민준국(의 범죄의 피해자인 수하와 그것을 증언하는 혜성)이라는 점은 이 드라마의 혼합 장르적 성격을 명확히 말해준다. 이종석의 풋풋한 눈빛과 이보영의 좌충우돌 명랑함이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를 떠올리게 해줬지만, 정웅인의 잔인한 미소가 피어나는 순간 드라마는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

 

이 변곡점은 민준국이 혜성의 어머니인 춘심(김해숙)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장면이 방영되는 순간부터다. 춘심의 치킨 집에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은 민준국이 본색을 드러내며 그녀를 감금하고 몽키스패너를 휘두르는 장면으로 끝나는 7회 마지막까지도 설마 실제로 춘심이 죽을 것인가 하는 의구심은 남아있었다. 하지만 8회 첫 장면에서 춘심이 죽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드라마는 급격히 법정극과 스릴러의 장르 속으로 그 흐름을 바꾸었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가 정웅인이다. 왜 민준국이라는 극악무도한 범죄자 역할에 정웅인이 캐스팅되었을까. 사실 정웅인 하면 먼저 떠오르는 장르가 시트콤 혹은 코미디일 정도로 코믹 캐릭터의 이미지가 강하다. 잔뜩 경직된 얼굴 속에서 엉뚱하고 음흉한 모습이 살짝 드러날 때 그것이 웃음을 만들어냈던 기억을 대중들은 여전히 갖고 있다. 그러니 그가 범죄자로 등장한다는 것은 다소 의외의 캐스팅이다. 여기에는 이 혼합장르의 드라마가 가진 신의 한수가 들어가 있다.

 

이 드라마를 함께 세팅해온 SBS 김영섭 CP는 정웅인 캐스팅에 대해서 ‘반전 효과’를 노렸다고 말했다. 즉 코믹 캐릭터가 진짜 살벌한 범죄자로 변신했을 때 오히려 그 공포감은 더 커질 거라는 것. 그 반전 효과는 실제로 주효했다. 물론 초반부터 수하의 아버지를 죽이는 살인자로 등장하지만 그 배우가 정웅인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스릴러 장르라 여겨지지 않았던 면이 있었던 것. 초반 멜로로 충분히 수하와 혜성의 관계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스릴러의 색채를 상당부분 줄여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정웅인이 진짜 범죄자의 얼굴을 보여줄 때 그 섬뜩함은 오히려 배가 되는 효과를 만들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가진 특별한 매력은 그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다양한 복합장르에서 비롯된다. 즉 청소년 판타지물처럼 보이던 것이 로맨틱 코미디로도 이어지고 멜로로도 엮어지다가 휴먼 드라마적인 요소까지 아우른다. 하지만 차츰 이 현실감 없을 것만 같은 판타지물은 점점 스릴러적인 요소를 강화하면서 무게감을 찾아간다. 비현실적인 판타지에서부터 지극히 현실적인 스릴러로의 자유로운 전환. 바로 여기에 이 드라마만의 독특한 매력이 생기는 지점인 셈이다.

 

이렇게 보면 이 드라마의 캐스팅은 다양한 장르적 성격들을 각자 구현해낼 수 있을 만큼 적절했다 여겨진다. 이종석이 그리는 청소년 판타지물의 성격과 이보영이 만들어내는 로맨틱 코미디와 가족드라마, 법정 장르의 요소, 그리고 윤상현이 여기에 부여하는 멜로와 휴먼드라마적인 색채가 그렇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웅인이라는 배우가 있어 멜로에서 범죄물과 스릴러로의 전환이 가능했다 여겨진다.

 

수하의 어머니가 죽고 1년이 지난 시점, 갑자기 떠오른 정웅인의 손은 그래서 이 드라마의 향후 전개가 도무지 어디로 튈 지 알 수 없는 궁금증을 유발한다. 수하가 정웅인의 살인피의자로 지목된 상황에서 혜성과 차관우(윤상현)가 그를 변호할 것이라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무수한 변수들이 남아있다. 수하는 과연 민준국을 죽인 것일까. 왜 수하는 기억을 잃게 된 것일까. 민준국은 죽기는 죽은 것일까. 또한 수하와 혜성 그리고 차관우의 멜로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가... 이러한 다양한 궁금증과 기대감이 생기는 건 복합장르를 절묘하게 엮어내면서 가능했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거기에는 캐스팅의 묘수가 숨겨져 있다.

연예병사 문제, 일부 연예사병만의 문제 아니다

 

이것은 군인도 아니고 군대도 아니다. 그저 슈퍼갑이 되어버린 연예인들이 있을 뿐이고 그 연예인들을 대동해 갑 행세를 하는 이벤트 회사가 있을 뿐이다. <현장21>이 지난 주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온 ‘연예병사들의 화려한 외출’에 이어 방영된 연예병사와 국방홍보원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은 이것이 단지 몇몇 연예병사들만의 돌출적인 행동이 아니었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현장21(사진출처:SBS)'

평상시 휴대전화를 당연하다는 듯 사용하고, 사복 차림에 사제 가방을 이용하며, 대형TV와 게임기, 과자 등이 모두 구비된 사실상 게임룸에 가까운 체력단련실을 쓰는 모습은 군인이라 말하기 어려웠다. 그들은 계급에 걸맞는 군대의 호칭을 사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연예인 선후배 관계처럼 형 동생 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고, 이른바 ‘스타일’을 살리기 위해 외출을 나와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른다는 건 이들이 그저 연예인이라는 것을 새삼 확인시켜주었다.

 

국방홍보원에서 전에 근무했다는 한 제보자는 연예병사가 국방홍보원에서는 슈퍼갑이라고 증언했다. 갖가지 말도 안되는 이유를 붙여 외박이나 외출을 일삼고, 심지어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이렇게 이들이 슈퍼갑 행세를 하게 된 이유는 총체적인 관리 부실에서 비롯된다. 1년에 무려 50회, 심지어 72회까지 각종 행사에 불려가는 연예병사들의 요구사항을 묵살하기 어렵다는 것. 게다가 이 행사들에는 군대와 관련 없는 것들까지 끼어 있어 연예병사를 사적으로 활용한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갖게 만든다.

 

즉 그만한 국방홍보원측의 약점이 있기 때문에 연예병사들을 제대로 관리하기가 어려웠으리라는 것이다. 이것은 이들의 관리를 군인이 아닌 공무원이거나 PD들이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제보자의 증언대로 국방홍보원은 군대라기보다는 회사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다보니 군대에서는 더더욱 일어나지 말아야할 비리의 정황까지 포착되고 있다. 위문열차 공연단에서 활동했다는 소영씨(가명)는 인사식으로 엉덩이를 만지고 술자리에 불려가 술집여자처럼 옆에 앉혀놓고 술을 따르라고 하고 심지어는 입에 넣었던 고기를 빼서 사랑테스트라며 먹으라고 했다는 충격적인 증언을 했다.

 

또한 공연에 필수적인 조명이나 카메라 등을 외주로 활용하면서 떡값이 오갔다는 증언도 잇따랐다. 매번 공연을 하기 때문에 각종 이권에 갑이 될 수밖에 없는 국방홍보원은 어쩌면 그 자체로 각종 비리들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국방홍보원에 들어가기 위해 연예인 기획사들이 로비를 하기도 하고, 그동안 사회적인 파장까지 만들었던 여러 차례의 연예병사 문제들이 불거졌지만 5년여 동안 단 한 차례도 문책받지 않고 그 자리를 지켜온 관리책임자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려운 일이다.

 

지난 1월 450일 중 무려 94일을 군대 밖에 지낸 비로 인해 불거져 나온 연예병사의 휴가와 외박 문제는 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연예병사 시스템의 문제였던 셈이다. 연예사병 휴가일수로만 따지면 비의 94일은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붐은 무려 150일을 군 밖에서 보냈고, 다이나믹듀오의 개코와 최자는 각각 116일, 108일을 휴가나 외박으로 보냈다. 이런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최근 5년 간 징계를 받은 병사는 비, 정재일, 이진욱, 김재원 이렇게 네 명이 전부다. 즉 징계라는 것도 결국 사회의 눈치 보기와 제스처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사실 모든 군대를 다녀온 연예인들이 이들 같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연예병사로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마치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각종 토크쇼에 나와 고생담을 떠벌이는 것이 이제는 더 이상 도무지 믿기지 않는 일이 되어버렸다. 군인이 아니라 연예인으로서 무엇 하나 통제받지 않고 마치 회사를 다니듯 복무한 군대 생활이 어떻게 자랑거리가 될 수 있을까.

 

슈퍼갑이 된 연예병사와 이들을 앞세워 갑 행세를 하는 국방홍보원의 문제는 그것이 모두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대중들의 공분을 일으킬 만한 일이다. 군 사기진작이 이들의 존재근거가 아니었던가. 군인으로서의 자세를 잃어버린 이들에게서 어찌 군 장병들의 사기 진작이 가능하겠는가. 상대적 박탈감만 더 할 일이다.

MBC 시사교양, SBS에 밀려버린 이유

 

지난달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내보낸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은 잘못된 우리네 사법 정의의 문제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만들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사법정의의 부조리는 이 한 편의 프로그램으로 인해 사회적 의제로 떠올랐으며 그간 한숨으로 침묵하던 서민들의 공분을 터트렸다. 그 후속편으로 나간 ‘죄와 벌-사모님의 이상한 외출 그 후’ 역시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왔다. 사모님의 뒤에 놓여진 의사-변호사-검사의 커넥션을 파고들어 ‘그들만의 사법’이라는 충격적인 문제를 꺼내놓았다.

 

'그것이 알고싶다(사진출처:SBS)'

최근 들어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른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에 대한 ‘공분’을 잡아내고 있다. 이전에 방영된 ‘수상한 배려-귀족학교 반칙스캔들’은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던 영훈국제중학교의 비리를 파헤쳤다. 물론 이것은 <그것이 알고 싶다>만의 새로운 아이템은 아니다. 이미 뉴스 보도를 통해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 편도 완전히 새로운 아이템은 아니었다. 이미 이 프로그램이 밝힌 대로 MBC <시사매거진 2580>이 지난 4월 ‘의문의 형 집행정지’편에서 다룬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엇이 똑같은 아이템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영향력의 차이를 낳았을까.

 

여기에는 물론 <그것이 알고 싶다>가 가진 특유의 연출 방식과 스토리텔링의 힘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김상중을 진행자로 세워 증거들을 하나씩 분석하고, 복잡해 보이는 사건 기록들은 재현 방식으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노력은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사안을 좀 더 이해하기 쉽게 보여주기 때문에 전달효과가 그만큼 뛰어나다. 물론 어떤 아이템을 할 것인가의 문제가 시사 프로그램의 가장 중요한 것이지만 또한 그 소재를 얼마나 일목요연하게 핵심을 정리해주는가도 관건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러한 프로그램 내적인 문제보다 더 중요한 건 프로그램 외적인 문제다. 즉 방송사에 대한 대중들의 신뢰가 결국은 그 방송사 프로그램의 의제설정 기능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즉 MBC의 <시사매거진 2580>이 ‘사모님 사건’을 다뤘음에도 의제설정이 되지 않았던 것은 그만큼 방송사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얘기다. 이것은 지난 정권에 들어선 김재철 전 사장에 의해 MBC의 뉴스 시사 프로그램들이 일제히 공신력을 잃은 것과 관련이 있다. 대중들은 지금도 사회적 의제라고 할 수 있는 국정원 불법 선거 개입의혹 문제나 5.18관련 왜곡 문제 같은 사안에 이렇다 할 시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MBC <뉴스데스크>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 <PD수첩>이 국민들의 눈과 귀가 되어주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현재 MBC 뉴스 시사프로그램이 주는 실망감은 그만큼 더 클 수밖에 없다. 이슈가 사라져버리고 점점 연성화된 아이템만을 다루는 MBC 뉴스에 대한 총체적인 실망감이 시사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마저 사라지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물론 기자와 PD들의 문제일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데스크들의 아이템 사전검열에서 비롯되는 일이다. 지금 MBC의 기자, PD들은 아예 이슈아이템을 다루지조차 않는 검열로 인해 심지어 무기력증에 도달하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최근 SBS는 <그것이 알고 싶다>뿐만 아니라 <현장21>이 다룬 ‘연예병사들의 화려한 외출’편으로 또 한번 대중들의 호감을 샀다. 연예병사 특별관리지침이 잘 이행되고 있는가를 확인 취재하는 과정에서 연예병사들이 술을 마시고 안마시술소를 들락거리는 장면을 포착해낸 것. 이 사안은 일파만파 커져 결국 국방부가 나서 전면 수사에 들어가게 되었고, 국방부는 만일 문제가 있다면 ‘연예병사 제도’의 존폐까지 염두에 두겠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이것은 어찌 보면 SBS의 뉴스 시사 프로그램에 대중들이 함께 하고 있는 인상을 갖게 만든다. 그렇다면 MBC는 어떨까. 최근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서 MBC는 괜찮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사실 방송사에 대한 신뢰와 호감은 뉴스 시사 프로그램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이슈메이킹이나 사회적 의제 설정 기능이 상실된 보도는 그래서 MBC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젯거리가 아닐 수 없다. 한 때 <PD수첩>이 이끌고 <100분토론>이 밀어주던 MBC 시절은 다시 오기 어려운 것일까.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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