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관’, 이정재와 신민아의 멜로가 특별해진 건

 

뭐 이렇게 긴장감 넘치는 멜로가 다 있나. 사실 장르드라마에 끼어드는 멜로는 잘못 섞이면 긴장감만 풀어지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JTBC 금토드라마 <보좌관>은 예외인 것 같다. 여기 등장하는 장태준(이정재)과 강선영(신민아)의 멜로는 아슬아슬하면서도 짜릿한 면이 있어서다.

 

<보좌관>의 멜로의 활용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건, 그 미묘하게 얽혀있는 관계 때문이다. 송희섭 의원(김갑수)의 보좌관인 장태준은, 당내에서 원내대표를 두고 경쟁을 벌이는 조갑영(김홍파)의 러닝메이트로 정계에 들어온 초선의원 강선영(신민아)과는 비밀연애를 나누는 연인 관계이지만, 공적으로는 서로를 견제하는 입장이다. 송희섭 의원과 조갑영 의원이 서로 으르렁대는 대결을 벌이고 있어서다.

 

하지만 단물 빠지면 버리는 조갑영 의원이 강선영을 내칠려고 하자, 강선영은 장태준에게 슬쩍 조갑영 의원의 약점이 되는 자료를 넘겨 한 방을 먹인다. 그리고 노골적으로 조갑영에서 송희섭으로 라인을 갈아타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송희섭과 함께 한부모 가장 지원 법안을 만들어 통과시키려고 하지만, 송희섭은 대통령 비서실장과의 라인을 만들기 위해 일시적으로 조갑영과 손을 잡는다. 강선영의 법안 대신 조갑영이 사적 재산을 불릴 수 있는 법안을 지지하는 것.

 

결국 이 과정에서 강선영은 조갑영에게도 또 송희섭에게도 밀려나게 되는 입장에 처하고, 이 사실을 알면서도 송희섭 의원을 보좌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장태준은 강선영을 돕기가 어려워진다. 두 사람의 멜로 관계는 서로 도움이 될 때는 윈윈이 되기도 하지만, 정가의 의원들 사이의 관계는 하루만 지나도 달라지기 때문에 서로를 저격하는 관계로 돌변하기도 한다.

 

<보좌관>의 멜로는 이 관계 변화 속에서 아슬아슬해진다. 그 사적인 사랑이 공적인 성취를 서로 돕게 하기도 하지만, 공적인 관계 때문에 사적인 사랑이 흔들릴 위기에 처하기도 하는 것. 이 복잡한 관계 속에서 장태준은 묘수를 내놓는다. 조갑영이 차기원내대표가 되는 걸 탐탁찮게 여기는 이상국(김익태) 법사위 위원장을 이용해 조갑영의 법안을 보류시키고 대신 강선영의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

 

마침 조갑영을 통해 대통령 비서실장을 만나고 차기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송희섭은 얻을 걸 다 얻었다며 조갑영의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걸 내버려둔다. 결국 장태준의 묘수로 송희섭은 법무부장관 후보가 되고, 강선영은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던 것. 당연히 장태준과 강선영의 사랑은 더 공고해졌다. 하지만 이들의 사적 관계는 그들의 공적인 위치를 흔들어 놓을 수 있는 약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태준에게 앙심을 품고 있는 오원식(정웅인) 보좌관이 둘 사이의 관계를 알아차리게 된 것이다.

 

이처럼 <보좌관>의 장태준과 강선영의 멜로는 여타의 장르물에 끼어든 멜로와는 결이 다르다. 사적관계와 공적관계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이어지고 그래서 멜로라인 자체가 이야기의 긴장감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달달한 멜로와 긴장감 넘치는 장르의 결합이 제대로만 엮어지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걸 <보좌관>은 잘 보여주고 있다.(사진:JTBC)

 

‘강식당2’, 백종원이 들어오니 눈에 띄는 진짜 식당과의 차이

 

“행복하자고 하는 일이잖아요-” tvN 예능 <강식당2>에서 백종원의 호통 앞에 쩔쩔매며 점점 얼굴이 굳어져 가는 강호동에게 이수근은 장난치듯 그렇게 말한다. 그래서 애써 웃어 보이지만 강호동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마치 때를 만났다는 듯 쩔쩔매며 혼나는 그를 슬슬 건드리는 이수근에게 강호동은 “이따 남아라”며 농담 섞인 한 마디를 쏘아놓는다.

 

사실 백종원이 경주의 이 강볶이 식당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강호동이 요리를 하는 속도가 그렇게 느린 지 잘 몰랐다. 느리다기보다는 하나하나 정성을 들이는 것처럼 보였다. 또 가끔 음식을 직접 홀까지 가지고 나와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또한 사람이 좋은 강호동의 ‘소통’하려는 모습으로 보였었다.

 

하지만 국수 주문이 한꺼번에 7개씩 들어오고, 국수 종류도 냉국수, 가락국수에 비빔국수까지 복합적으로 섞여있다 보니 강호동의 행동은 너무 느리고 딴 짓을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그걸 보다 못한 백종원이 일일이 하나하나 지적하며 빨리 국수를 뽑아내라고 혼을 내는 모습은 그간 강호동이 너무 느긋하게 요리했다는 걸 깨닫게 만들었다.

 

“좀 더 연습을 해야 돼요”라며 막 만들어낸 비빔국수를 다음날부터 하자고 했던 강호동은 몰려드는 주문을 백종원의 지시에 따라 한꺼번에 국수를 뽑아내고 나서는 탈탈 털린 표정으로 “확실히 다르네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뭐가 다르다는 말일까. 그건 실제 식당을 영업하는 것과 자신들이 하는 것과 다르다는 뜻일 게다.

 

물론 안재현이나 피오처럼 누가 시키지 않아도 척척 준비하고 빠른 손놀림으로 음식을 만들어내는 이들도 있다. 국수보다 이들이 만든 떡볶이나 김치밥이 더 빨리 나가는 건 그래서 사람마다 있을 수 있는 편차처럼 보였다. 지난 <강식당> 시즌1에서 조금 경험을 해본 적은 있지만 이들은 여전히 식당에서 요리를 하는 일이 낯설다. 생업을 하는 분들과 차이가 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백종원이 점검을 하기 위해 찾아오면서 <강식당2>는 순간 <골목식당>의 분위기를 냈다. 강호동은 긴장한 얼굴이 역력했고, 당황해서 뭐부터 해야할 지 몰라 더 허둥대고 있었다. 백종원의 눈에는 모든 게 지적거리였다. 불필요한 동선을 만드는 기구들을 치우고, 한꺼번에 몰려올 손님들을 대비하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자세가 몸에 배어 있었다. 그러니 강호동이 국수를 하나씩 만들어내서 다음 주문이 잔뜩 밀려 있는데도 손님들과 한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백종원에게는 영 탐탁찮게 여겨졌을 수밖에 없다.

 

“음식을 만들라고 했더니 예술을 하고 있네.” 백종원의 그 말은 실제 생업에서 뛰고 있는 분들에게 한가함은 사치라는 걸 잘 말해준다. “행복하자고 하는 일이잖아요-”라는 말도 어딘지 생업의 치열함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결국 백종원의 출연은 <강식당2>가 실제 식당의 상황과는 여러모로 다르다는 걸 드러내줬다. 그래서 ‘즐거움이 묻어나는’ 판타지를 제공하고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현실과는 너무나 다른 차이들이 느껴지는 <강식당2>. 백종원의 출연이 만든 현실감이다.(사진:tvN)

‘봄밤’ 송승환, 가정폭력 당한 딸에게 참고 살라는 아빠

 

아무리 드라마라고 해도 뭐 이런 몰상식하고 천박한 아빠가 다 있나. MBC 수목드라마 <봄밤>에서 이태학(송승환)은 이 드라마 최악의 인물로 그 실체를 드러냈다. 고등학교 교장으로 이제 정년을 앞두고 있는 그는 딸들의 행복이나 앞날보다 자신의 위신과 입장을 먼저 밝히는 천박함으로 시청자들마저 창피한 어른의 모습을 보였다.

 

둘째 딸 이정인(한지민)이 4년 간 사귀었던 권기석(김준한)과 헤어지려 하자 딸의 입장은 상관하지도 않고 “결혼하라”고 나서고, 이미 딸이 이별을 통보한 권기석을 만나 “뭐든 팍팍 밀어주겠다”며 결혼을 독려한다. 그 이유는 권기석의 아버지 권영국(김창완)이 자신이 일하는 학교 재단 이사장이기 때문이다. 정년퇴직 후 학교 재단에서 일해 볼 생각이 없냐는 권영국의 제안에 이태학은 반색하고 어떻게든 딸과 권기석을 결혼시켜 그 관계를 이어가려 한다.

 

하지만 이미 정인은 마음이 돌아선 지 오래다. 그래서 이태학에게 이미 돌이킬 수 없다는 뜻을 전하지만 “마음은 언제 변할지 모른다”는 말로 일축하고, 심지어 자신을 위해서라도 마음을 돌리라고 딸에게 종용한다. 조선시대도 아니고 딸을 정략결혼시키려는 이 자를 과연 아빠라고 부를 수 있을까.

 

더 심각한 건 첫째 딸 이서인(임성언)이 사위 남시훈(이무생)에게 당했던 가정폭력을 알면서도 “참고 살라”고 하는 이태학의 면면이다. 남시훈이 이서인을 상습적으로 폭행했다는 걸 딸로부터 듣게 된 엄마 신형선(길해연)은 분노에 벌벌 떨며 사위를 찾아가 뺨을 올려붙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아빠인 이태학은 무덤덤하고 심지어 차분한 모습을 보인다.

 

물론 뒷일이 걱정되어 일부러 이태학을 찾아와 무릎 꿇으며 그 폭력이 술기운에 한 번 있었던 일일 뿐이라고 변명하는 그 말을 그대로 믿었기 때문이지만, 그래도 굳이 딸 이서인과 남시훈을 함께 앉혀놓고 그런 일에 이혼하면 결혼생활을 유지할 부부가 어디 있냐며 참고 살라고 말한다. 결국 이서인은 아이가 있다며 그런데 그 아이가 폭행에 의해 생긴 아이라고 말했지만, 그래도 이태학은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건 딸을 생각해서 한 말과 행동들이 아니었다. 그걸 정확히 보게 된 이태학의 아내 신형선은 집으로 돌아와 그를 질타했다. “생판 모르는 남이 서인이 같은 일 당했다는 걸 봐도 부들부들 떨려야 정상이야. 당신이 얼마나 나를 실망시킨 줄 알아? 어쩜 그렇게 야비할 수가 있어. 내 새끼가 맞았는데 가정폭력 피해자가 됐는데도 행여나 누가 알까 무서워서 입 틀어막을 생각이었던 거 내가 모를 줄 아냐? 이혼이 뭐가 창피해. 자식보다 남의 시선이 무서운 천박한 부모가 부끄러운 거지.” 시청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대변해주는 속 시원한 일갈이었다.

 

하지만 이태학은 그런 이야기를 듣고도 전혀 동요하지 않고 오히려 정인의 결혼을 서두르라고 했다. 그것은 언니인 서인이 이혼이라도 하게 되면 그것이 정인의 결혼에도 영향을 미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결국 신형선은 참지 못하고 “야 이태학. 네가 진짜 인간이냐?”하고 소리쳤다.

 

안판석 감독의 전작이었던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는 속물근성을 드러내는 어른으로 김미연(길해연)이 최고의 악역을 자처했지만, 이번 <봄밤>에서는 그 역할을 이태학이 차지하고 있다. 두 작품 모두 결혼을 두고 이를 반대하는 이들을 악역으로 내세웠지만, 이들이 표징하는 건 속물적이고 천박한 세상과 전혀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이다. 심지어 부부강간을 당한 딸에게 “참고 살라”니. 이게 어디 어른, 아니 부모가 할 말인가.(사진:MBC)

‘골목’ 백종원 울컥하게 한 모금 75만원 고맙다는 칼국숫집 할머니

 

“2남1녀인데 한 놈이 저 싫다고 갔어요.” 백종원은 갔다는 말을 어딘가로 떠났다는 이야기로 들었다. 그런데 할머니의 다음 이야기에 화들짝 놀랐다. “사고로...” 큰 아들이 5년 전 사고로 세상을 등졌다는 이야기였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분위기는 순간 정적이 흘렀다. 지금껏 백종원이 식당을 찾아가면 늘 생겨나던 긴장감 따위는 사라지고 괜스레 먹먹한 분위기가 화면 가득 채워졌다.

 

화재가 나 터전을 잃고는 비닐로 대충 만들어 창조차 나 있지 않은 곳에서 장사를 이어가고 있던 원주미로예술시장의 칼국숫집. 지난 방송에서 김성주는 할머니에게 자제 분들은 무얼 하시냐고 여쭤본 바 있다. 백종원에게 담담히 애써 웃으며 먼저 간 첫째 아들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모니터로 들여다보던 김성주의 얼굴이 굳어버렸다. 정인선에게 그는 사실 지난 번 할머니를 뵈었을 때 오해한 게 있다고 솔직히 속내를 털어놨다. 화재까지 당했는데 굳이 그 연세에 가게를 하시는 게 혹여나 자식들이 신경을 쓰지 않아서인가 생각했다는 거였다. 그 때 할머니는 속사정을 얘기하지 않고 “일 하는 게 좋다”고만 말씀하셨다.

 

하지만 할머니의 안타까운 사연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둘째 아들도 그 곳에 전 재산을 투자해 떡집을 냈지만 3개월 만에 화재를 당해 모두 잿더미가 되어버렸다는 것. 오래도록 떡집에서 일하다 겨우 가게를 마련한 것이라고 했다. 화재는 결국 할머니의 터전도 또 둘째 아들의 꿈도 모두 태워버린 거였다. 그제야 할머니가 그 연세에 이런 허름한 가건물이나 다름없는 가게를 열고 일을 하시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딱한 사정을 들은 백종원은 그래도 이 가게에서 당분간이라도 일하기 위해서는 공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마침 할머니도 생각을 하고는 계셨다고 했다. 하지만 할머니가 생각하는 공사 예산 350만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였다. 화재 보상 문제는 받을 길이 거의 없다고 하셨다.

 

놀라웠던 건 그 와중에도 할머니가 가게복구를 위해 모금된 돈 75만원을 받은 걸 너무나 감사하게 여기고 계셨다는 거였다. “모금해온 돈 걷은 걸로 75만원을 받았어요. 너무나 고마워요. 누가 그렇게 도와주겠어요.” 사실 75만원이라는 모금액이 그리 큰 돈은 아니었다. 당한 피해를 생각해보면 더더욱 그랬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 작은 액수에도 누군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는 사실을 고마워하고 계셨다.

 

인테리어 전문가를 직접 만나 할머니 몰래 공사 견적을 내달라는 백종원은 제작진 도움이든 자신의 사비든 들여서라도 공사를 제대로 해주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 할머니에게는 비밀로 해달라며 350만원 예산에 맞춘 것처럼 해달라고 당부했다.

 

사실 진짜 도움이 필요한 집을 도와야 한다는 건 이미 예전부터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대해 나왔던 이야기들이었다. 그런 점을 두고 보면 이번 원주 미로 예술시장 칼국숫집은 역대급 미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모든 걸 잃고도 틈만 나면 카메라를 든 제작진에게 다가와 “밥 먹었냐”고 묻고 요구르트라도 전해주는 할머니의 그 마음 씀씀이에 이미 백종원도, 제작진도 또 시청자들도 모두 어떻게 하면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있으니.(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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