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클럽’ 핑클 완전체와 캠핑이 만났을 때

 

드디어 핑클 완전체가 다시 모였다. 14년만이다. 핑클의 팬이었던 분들이야 이보다 반가운 일은 없을 게다. 이들이 함께 모여 있는 것만으로도 당시의 감성이 새록새록 피어날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핑클을 잘 몰랐던 분들이라고 해서 JTBC <캠핑클럽>의 진입장벽(?)이 있는 건 아니다. 우린 이미 핑클의 멤버 개개인들을 저마다의 활동을 통해 알고 있으니 말이다.

 

그 중에서도 이효리는 사실상 <캠핑클럽>이라는 기획이 시작된 모티브가 됐던 인물이다. <효리네 민박>이 큰 사랑을 받으면서 이효리의 후속편 이야기가 됐었고, 그 와중에 핑클의 멤버들이 함께 제주도에 모였던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이미 프로그램 방영 전부터 핑클 완전체가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이 기획되고 있다는 사실은 대중들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다만 그 형태가 어떤 것일까가 궁금했을 뿐.

 

결국 이들의 선택은 캠핑이었다. <효리네 민박>처럼 어느 한 집을 선택하는 건 여러모로 부담되는 일이 되었다. 이미 <효리네 민박>으로 화제가 됐던 제주도 집은 너무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 이효리 부부 또한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기도 했었다. 그러니 머무는 것보다는 유랑하는 것이 훨씬 좋은 선택이었을 게다.

 

하지만 캠핑카를 타고 전국을 떠도는 콘셉트가 좋은 건 이런 여행의 형식이 담아낼 수 있는 우연적 요소들과,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날 수 있는 자연인으로서의 이들의 모습 때문이다. ‘전직’이라는 수식어를 붙였지만 여전히 ‘요정’의 이미지로 기억되고 있는 이들. 하지만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나이 들어간다는 걸 <캠핑클럽>의 캠핑이라는 형식을 잘도 끄집어낸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회자되어 지금도 떠돌고 있는 이른바 이진의 ‘머리채 사건’은 이런 자리에서는 그저 농담처럼 툭툭 던져지는 젊은 날의 추억담이 된다. 의외로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주는 이진의 모습은 오히려 이효리와 잘 어우러면서 점점 자매 같은 편안함을 준다. 잔뜩 먹을 걸 준비해온 옥주현이 만들어주는 음식을 나눠 먹으며 두런두런 수다를 떠는 것. 사실 <캠핑클럽>은 대단한 사건적 상황들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캠핑클럽>은 핑클 완전체가 모였다는 사실이 주는 주목도에 비하면 등장하는 이야기는 소소하기 이를 데 없다. 함께 캠핑카를 타고 마을 슈퍼에 들러 음식을 사고 첫 번째 캠핑지 용담섬바위에 도착해 보기만 해도 편안해지는 광경을 보고 있는 것. 아무 말도 없이 그저 앉아 있는 이들은 그래서 마치 정지화면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채워주는 개구리 소리와 모닥불이 탁탁 튀는 소리 그리고 너무나 어두워 온 하늘을 가득 채운 별빛들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이들이 하는 이야기는 평범하게 나이 들어가는 이야기들이다. 그들이 불렀던 옛 노래를 꺼내 들으며 울컥 눈물을 흘리는 옥주현에게 “갱년기”라고 이효리가 말하는 것이나, 아이와 함께 오면 좋겠다던 이야기가 엉뚱하게도 ‘배란일’ 이야기로 넘어가는 건 그래서 묘한 공감대를 일으킨다. 마치 <캠핑클럽>은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전하는 것 같다. ‘전직 요정들’이라도 보통사람들과 똑같이 나이 들어간다는 것.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이야기가 전하는 위로는 의외로 적지 않을 게 분명하다.(사진:JTBC)

‘호텔 델루나’에 겹쳐지는 꽤 많은 작품들, 그리고 내용물

 

tvN 토일드라마 <호텔 델루나>는 호불호가 완전히 나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겹쳐지는 작품들이 꽤 많아서다. 떠오르는 작품이 많은 분들은 비교하며 볼 것이고, 그렇지 않은 분들은 신기한 세계로 보일 것이다. 그 차이는 극명한 호불호를 만들 수밖에 없다.

 

우선 시청자들이 단박에 떠올린 작품은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다. 영원히 죽지 못하는 도깨비와 그 천형 같은 영생으로부터 그를 구원해주는 도깨비 신부의 이야기. <호텔 델루나>의 죽지 않는 존재 장만월(아이유)은 그래서 여자 ‘도깨비’처럼 보인다. 그의 앞에 새 지배인으로 나타난 구찬성(여진구)은 그래서 전생의 어떤 인연으로 장만월과 연결된 존재일 것이라는 기시감이 든다. 전생에 잇지 못한 사랑을 호텔 델루나에서 이어가는.

 

죽지 않는 존재 장만월이 지내온 그토록 긴 세월이 담겨진 사진들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떠올리게 한다. 우주인으로 조선 땅에 들어와 죽지 않고 살아가며 엄청난 부와 지식을 동시에 갖게 된 인물의 역사가 사진 속 달라진 배경 속에 여전한 젊음을 가진 모습으로 담아지던 장면들. 그래서 총지배인 노준석(정동환)의 죽음은 죽지 않는 신적 존재와 결국은 죽음을 맞이하는 인간의 대비를 담은 <하이랜더> 이후의 많은 작품들을 연상하게 만든다.

 

또 갑자기 기사가 귀신에 의해 깨어나 구찬성을 공격하는 장면에서는 언뜻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떠오른다. 물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게임 캐릭터들이 마치 좀비처럼 공격하는 장면들이지만, <호텔 델루나>의 기사와의 대결 장면만 떼고 보면 비슷한 느낌을 준다. 파란 눈을 갖고 깨어나 공격하는 귀신의 형상은 산 자들과 죽은 자들의 대결을 담았던 <왕좌의 게임>의 한 대목이 떠오르기도 한다.

 

사실 <호텔 델루나>에서 더 많이 연상되는 작품은 홍자매의 2013년 작품이었던 <주군의 태양>이다. 죽은 귀신들이 눈에 보이고 그 공격에 깜짝 깜짝 놀라는 모습으로 주는 코미디적 요소들이 그렇다. 매니저가 되지 않으려 거부하는 구찬성을 되돌리기 위해 장만월이 무수히 많은 귀신들을 깨워내 그를 공포에 질리게 만드는 장면도 많은 좀비물의 한 대목을 떠올리게 한다.

 

<호텔 델루나>의 중심부에 존재하는 나무도 기시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왕좌의 게임>이 철왕좌와 대비시켜 상징으로 그려내는 나무의 ‘영생’과 ‘기억’의 이미지가 그 나무에서도 떠오르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작품들이 떠오르는 건, <호텔 델루나>가 그리고 있는 판타지적 세계의 레퍼런스들이 바로 그런 작품들이기 때문일 수 있다. 그래서 결국 중요해지는 건 이러한 다양한 레퍼런스들 자체가 아니라, 이것들을 갖고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나갈 것인가다.

 

생각해보면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도 그렇게 떠올리게 하는 작품들이 없었던 건 아니다. 다만 그것을 갖고 우리네 삶이 죽음과 겹쳐져 있어 때론 쓸쓸하지만 또한 그래서 찬란하다는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에 의미 있는 작품이 되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호텔 델루나>는 이런 다양한 작품들이 만들어내는 세계관을 가져와 무슨 다른 이야기를 건넬 것인가. 여기에 이 작품의 관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화려하고 신기한 외관은 충분하니 더 중요해진 건 그 안을 무엇이 채우고 있는가다.(사진:tvN)

‘보좌관’, 폭주하는 이정재는 시즌2에서 어떻게 될까

 

아무리 시즌제 드라마라고 하지만 JTBC 금토드라마 <보좌관> 시즌1의 마지막회는 충격 그 자체였다. 보통의 마지막 회와는 달리 그 어떤 속 시원한 마무리도 보여주지 않았고 심지어 주인공 장태준(이정재)은 공천을 받기 위해 폭주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사이다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적당한 선에서의 마무리를 기대했던 시청자들이라면 충격적이었을 게다.

 

사실 시즌1에서 가장 시청자들을 괴롭힌(?) 캐릭터는 송희섭 의원(김갑수)이었다. 그는 이성민 의원(정진영)에게 장태준이 과거 선거자금을 받게 해줬다는 사실을 통해 두 사람을 모두 궁지로 몰아넣었다. 게다가 법무부장관이 되려는 그를 막기 위해 이성민 의원을 법사위원장으로 세웠던 강선영(신민아) 의원 역시 미혼모 낙태 수술을 도왔다는 사실을 언론에 흘려 위기에 빠뜨렸다. 결국 이성민 의원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밑바닥으로 떨어진 장태준은 힘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절감한 후 송희섭 의원 앞에 무릎을 꿇었다.

 

공천을 받기 위해서는 모든 걸 내려놓으라는 송희섭 의원의 요구에 장태준은 결국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 버렸다. 서북시장 재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공청회로 상인들을 끌어 모으고 뒤로는 시장 철거를 할 수 있게 도운 것. 그 철거를 장태준이 모두 계획했다는 걸 알게 된 한도경(김동준)은 항상 존경해왔던 장태준 앞에서 각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자신의 소신대로 행동하겠다며 “끝까지 살아남아 보좌관님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장태준의 변화에 그를 늘 믿어주고 도와주었던 연인 강선영 의원도 흔들리게 됐다. 장태준은 그런 행동을 하기 전에 강선영에게 어떤 선택을 해도 자신을 끝까지 믿어 달라 했지만 그것이 과연 가능할 지도 미지수다. 강선영의 보좌관인 고석만(임원희)이 송희섭을 무너뜨릴 증거를 갖고 만나러 갔다가 차 안에서 자살한 싸늘한 시체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과연 그건 장태준의 짓일까. 물론 아닐 가능성이 높지만 어쨌든 드러난 정황은 장태준이 자신이 무너뜨리려 했던 송희섭 의원과 그를 지원하는 세력들의 편에 서게 된 상황이다.

 

사실 이런 식의 시즌1의 엔딩은 미드 같은 경우 흔한 일이다. 시즌제가 일찍이 자리 잡혀 있어서인지 오히려 시즌1의 엔딩을 파격적으로 그리는 일은 하나의 전략처럼 활용되곤 한다. 그래야 시즌2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시즌제가 익숙하지 않은 우리에게 <보좌관>의 시즌1 엔딩이 주는 파격은 심지어 신선하게까지 다가온다.

 

모든 드라마가 권선징악이거나 정의의 승리만을 단순하게 담아내는 방식이 아니라는 점도 그렇다. 만일 <보좌관>이 시즌1을 마무리하며 어설픈 사이다를 그리려 했다면 그건 조금은 맥 빠지는 일이 됐을 수 있다. 비정한 현실 정치를 떠올려보면 그런 사이다란 너무나 쉬운 판타지에 머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장태준의 폭주와 한도경의 각성 그리고 연인이지만 그 변화를 바라보며 흔들리는 강선영의 정치인과 보통 사람 사이에서의 갈등. 게다가 장태준을 짝사랑하며 그의 행보를 돕고는 있지만 자신이 과거 썼던 기사 때문에 제보자가 자살하는 사건을 겪었던 윤혜원(이엘리야)의 갈등까지 뭐 하나 쉽게 시즌2를 예상할 수 있는 그림이 없다.

 

여기에 송희섭 의원과 그를 뒤에서 지지하는 이창진(유성주) 대표와 성영기(고인범) 회장을 위시한 삼일회 같은 적폐세력들을 어떻게 대적할 것인지, 또 그 과정에서 장태준은 자신 역시 그들과 같아지는 걸 막아내며 자신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져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은 한층 높아졌다. 오는 11월 돌아올 <보좌관> 시즌2가 만일 성공할 수 있다면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시즌제 드라마의 가능성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사진:JTBC)

'녹두꽃', 아베정권에게 전봉준 사진의 의미를 전해주고 싶다

 

“모두 고개를 드시오! 고개를 들고 우리를 똑바로 쳐다보시오. 그대들 눈에 눈물 대신 우리를 담으란 말이오. 슬퍼하지 말고 기억하란 말이외다. 우리를 기억하는 한 두 번 지진 않을 것이요!” SBS 금토드라마 <녹두꽃>에서 전봉준(최무성)은 슬퍼하는 민초들에게 그렇게 외쳤다. 이제 죽어야할 길을 걸어가는 그는 끝까지 의연했고, 나라의 미래를 걱정했다.

 

‘슬퍼하지 말고 기억하라’는 그 말은 어쩌면 <녹두꽃>이라는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였을 게다. 이미 역사 속에서 실패한 혁명으로 알고 있는 이 이야기를 굳이 드라마로 재연하려 했던 뜻이 그것이었다. 그 슬픈 역사를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또 다시 그런 일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니 말이다.

 

전봉준은 우금티 전투에서의 참패에 대해서도 “실패했지만 틀리진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이미 문명이라는 화려한 가면을 쓴 야만의 실체를 가진 일제를 꿰뚫어보고 있었고, 끝까지 자신을 회유하려던 매국노 백이현(윤시윤)에게 오히려 “넌 속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은 사실이었다. 일제의 행보를 ‘개항’이라 생각했던 백이현에게 다케다(이기찬)는 “왜 그리 순진하냐”며 그것이 결국은 영토 확장이었다는 걸 털어놓았다.

 

또한 전봉준이 백이강(조정석)을 만나 나누는 이야기 속에서도 그는 자신이나 백이강 나아가 동학군들 모두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시켰다. “장군헌티 녹두꽃이 만개한 시상을 보여드려야 허는디...”라는 백이강의 안타까운 이야기에 전봉준은 이렇게 말했다. “녹두꽃은 내 이미 숱하게 보았다”고. 고부서부터 우금티까지 함께 했던 민초들이 이미 활짝 피어났던 녹두꽃이었다는 걸 말하는 것이었다.

 

사실 <녹두꽃>으로 다뤄지기 전까지 동학농민혁명에 대해서 우리네 드라마들은 그다지 깊게 들여다본 적이 별로 없었다. 역사 또한 마찬가지였다. 역사책에 살짝 언급되어 있었지만 그 몇 줄의 기록이 어떤 의미들인지를 실감하게 하기는 역부족이었다. 그나마 동학농민혁명을 떠올리게 하는 건 역사책에 담긴 한 장의 사진이었다. 결박되어 끌려가면서 찍은 사진. 죽음을 향해 걸어가면서도 전혀 흔들림이 없어보이던 그 의연하고 결연한 전봉준의 모습.

 

<녹두꽃>은 그 사진에 대해 의미를 부여했다. 사형 판결을 받고 돌아가는 전봉준의 모습을 송자인(한예인)이 사진 한 장으로 남기는 대목을 통해서였다. “전주에서 그러셨지요. 슬퍼하지 말고 기억하라고요. 이제 모두가 장군을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저것을 똑바로 보면서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것은 백성이고 후손으로 태어날 자들이다.” 그 사진 한 장은 그래서 슬픔의 역사를 기록을 통해 기억하게 하는 역사로 만들었다.

 

공교롭게도 현재 벌어지고 있는 한일관계 속에서 보여주는 아베정권의 행태는 이런 포장된 야만이 지금도 여전하다는 걸 말해준다. <녹두꽃>이 재연해낸 전봉준의 말과 사진 한 장의 의미가 더 남다른 무게로 다가오는 이유다. 물론 근대로 회귀하려는 듯한 시대착오적 야만의 행태들은 역사가 말해주듯이 결국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스스로의 목을 죄게 될 것이지만.(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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