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토크쇼J'의 세월호 보도 사과와 반성, 언론이라면 응당

 

KBS에서 자사 보도에 대해 이토록 신랄하게 비판하는 방송을 보게 될 줄이야. KBS <저널리즘토크쇼J>가 세월호 5주기를 맞아 당시의 보도들이 저질렀던 참혹한 잘못들을 되짚었다. ‘세월호 5년, 그리고 기레기’라는 부제에서 느껴지듯이 당시 KBS를 포함한 MBC 또 종편 채널의 보도행태는 기레기라는 말이 공감 갈 정도였다. <저널리즘토크쇼J>는 당시 보도되었던 내용들을 조목조목 끄집어내 그 잘못된 걸 넘어서 악의적인 보도들까지 비판했다.

 

그 비판에서 이 프로그램이 가장 큰 비판의 대상으로 삼은 건 다름 아닌 KBS였다. 이른바 재난주관방송사로서 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보도를 해야 할 KBS는 당시 뉴스특보에서부터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라는 엄청난 오보를 냈다. 그 오보의 결과는 우리가 다 알고 있는 ‘골든타임’을 느슨하게 보내게 만든 원인이 됐다는 것. 심지어 세월호 참사 당일 KBS는 “사고현장에 200여 명에 가까운 구조 인력이 투입됐다고 보도”하기도 했지만, 실상은 단 16명만 실제 수중 수색 작업을 했다는 것이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이런 ‘거짓방송’에 ‘분노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일갈했다.

 

또 당시 학생 수십 명을 구조한 고 김홍경씨의 인터뷰 또한 상당부분 편집되어 나갔다는 걸 지적했다. <저널리즘토크쇼J>는 당시 김씨의 원본 영상을 직접 보여줌으로써 그것이 사실이라는 걸 확인시켰다. “해양 경비대가 왔어도 구조나 배에 한 사람도 안 들어오고, 맨 꼭대기에서 객실에 있는 승객들이 구조해서 올려준 애들만 옮기고 이런 게 참 안타까워서…. 구조대란 사람들이 갑판 위에 상부에 있어서 승객들이 올려주는 애들만 싣고 떠나는 그런 모습이 그 순간에도 안타까워서..”

 

김씨는 당시 해경 구조대의 안이한 대응을 비판했는데 그 부분이 삭제되고 대신 뉴스는 그를 ‘의인 프레임’에 넣어 보도했다는 것이었다. 이를 정준희 저널리즘 전문가는 “미담의 주인공”이어야 하는데 그 프레임을 깨는 이야기를 하자 그렇게 의도된 편집의 보도를 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저널리즘토크쇼J>는 구조 작업 지연의 문제점이나 재난 컨트롤 타워 부재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제쳐두고 세월호 선장이나 유병언 일가에 대한 마녀사냥식 보도에 앞장선 당시 언론들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KBS의 경우 정부 비판 꼭지가 22건이었던 반면, 유병언 관련 보도는 34건을 했다는 것.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진도체육관을 방문했을 시 KBS9시뉴스와 JTBC 뉴스룸을 비교해 보여줬다. 같은 사안이었지만 KBS가 박근혜를 두둔하는 보도를 낸 반면, JTBC는 실종자 가족들의 항의를 담아냈던 것.

 

심지어 채널A의 보도는 거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홍보 뉴스나 다름없었다. 세월호 침몰 당시의 의인들 이름을 부르다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내보낸 그 뉴스에 대해 이 프로그램의 고정패널인 최욱은 “거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가족인 것처럼 지금 다루고 있지 않습니까?”라며 보기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정준희는 당시 KBS보도가 “냉전시기 공산주의 언론들이나 했음직한 영상조작수준”이라고 질타했다. 이러니 ‘기레기’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당시 이런 보도를 냈던 기자들 중에는 그 ‘염치없음’에 반성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있었다. 이 날 방송에 출연한 전 채널A 기자였지만 퇴사해 지금은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기자로 있는 이명선씨나, 당시 보도에 대해 반성문을 올렸던 강나루 기자 같은 이들이 그들이었다. 이명선씨는 한 포털에 게재한 ‘나는 왜 종편을 떠났나’라는 연재 글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던 인물. 그는 그 연재가 다시 기자를 하기 위해 필요했던 ‘반성문’이라고 말했다.

 

이 날 방송에 출연한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예은 양의 아버지 유경근씨는 당시 유가족들이 집중적으로 비난하고 비판했던 방송사가 KBS와 MBC라고 했다. 그런데 그 이유는 “그만큼 기대가 컸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앞에서는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척 하면서 뒤로는 당시 KBS 보도국장이었던 김시곤과 정부 편향의 보도를 해달라 요청한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의 통화내역은 언론이 얼마나 중심을 잃고 있었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유경근씨의 분노와 실망감이 절절히 공감되는 부분이다.

 

방송 말미에 마무리 멘트를 하던 출연자들은 저마다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명선씨는 유경근씨에게 눈물을 흘리며 “사과를 드리고 싶다”는 말을 전했고, 강나루 기자는 반성이라는 말을 반복하기보다는 앞으로 “세월호의 진상 규명을 포함해서 이런 것들을 취재 결과물로 말씀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정준희 역시 말문이 막히는지 눈물을 보이며 마지막 마무리 멘트로, 사실 어려운 문제지만 기자들이 “성찰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염치없음을 기억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마도 이것이 진정한 저널리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방송이었다. <저널리즘토크쇼J>는 언론에 대한 비판기능을 담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사실 언론은 어떤 프레임과 방향성을 드리우기 시작하면 사실을 왜곡하거나 편향되게 할 수 있는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것은 심지어 글로서 말로서 누군가를 죽이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그것을 제대로 바로잡는 감시의 시선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저널리즘토크쇼J>라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가감 없는 저널리즘 비판이 가치를 발휘하는 이유다.

 

방송을 통해 보여진 유경근씨가 공영방송파업 지지연설 중 기자들 앞에서 했던 말이 귀에 쟁쟁하게 울린다. “진도체육관에서, 팽목항에서 나를 두 번 죽인 건 여러분들의 사장이 아니고 (현장에 있던 바로 여러분들이었습니다.) 제가 여러분의 파업을 열심히 지지하는 건, 내가 언론 때문에 또 다른 고통을 받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여러분들의 힘으로 여러분들이 바라는 그 언론을 따내야만 여러분 속에) ‘기레기’가 단 한 마리도 숨어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사진:KBS)

'와이키키2' 애써 울지 않고 버티는 청춘들, 짠하기 그지없다

 

희극과 비극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했던가. JTBC 월화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2>는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비극이다. 여지없이 빵빵 터지는 웃음 뒤에 남는 청춘들의 쓸쓸함 같은 게 거기에선 느껴진다.

 

톱배우를 꿈꾸지만 현실은 만년 엑스트라인 이준기(이이경), 가수를 꿈꾸지만 행사 가수로 살아가는 차우식(김선호) 그리고 프로야구 선수로 2군으로 밀려났다 어깨를 다치고는 결국 방출된 국기봉(신현수)이 그렇고, 결혼식날 아버지의 부도로 파경을 맞은 한수연(문가영)이나 준기와 연극영화과 동기로 배우를 꿈꿨지만 알바를 전전하며 게스트하우스에 얹혀사는 김정은(안소희) 그리고 요리사가 꿈이지만 스펙이 없다는 이유로 후배들에게 치이고 밀려난 차우식의 누나 차유리(김예원)도 그렇다. 이들은 모두 저마다의 꿈이 있고, 또 꿈을 향해 그 누구보다 절실하게 노력하지만 번번이 좌절을 겪는다.

 

<으라차차 와이키키2>의 웃음 포인트는 이들의 이 비극을 희극으로 뒤집는데서 나온다. 엑스트라로 거지 연기를 하기 위해 진짜 거지를 찾아가 그 생활을 경험하고 노하우(?)를 배우는 이준기의 이야기는 단적인 사례다. “정말 거지같다”는 이야기가 칭찬이 되는 이준기의 상황은 그 이야기를 듣기 위해 바닥에 떨어져 누군가 밟아놓은 빵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먹어버린다.

 

거지가 되기 위해 마치 무협영화의 고수를 찾아가 비급을 전수받는 수제자처럼 진짜 거지의 거처 앞에서 무릎을 꿇고 기다리는 장면은 빵빵 터지는 웃음을 주지만, 그것은 어찌 보면 작은 단역 하나를 얻기 위해서도 온 몸을 던져야 하는 청춘들의 현실을 담아낸다. 심지어 그런 노력을 들여 찍힌 장면도 감독의 “편집하라”는 말 한 마디로 지워버려지지만.

 

한수연을 친구 카페에 아르바이트로 소개시켜준 차우식은 친구가 번번이 실수만 저지르는 한수연을 자르지 않는 조건으로 그 대신 임대료를 동결시키려는 시위에 나간다. 그저 잠깐 나가서 구호만 외치다 오면 되는 일인 줄 알았는데 차우식은 3보1배, 혈서, 단식도 모자라 삭발까지 하는 상황을 맞이한다. 결국 그렇게 뜻이 관철되어 임대료는 동결되지만 차우식은 몸도 마음도 피폐해진다. 좋아하는 한수연을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건 제 몸을 그렇게 혹사하는 일 정도다.

 

1군으로 올라갈 수 있는 감독 테스트를 받기 위해 노력해온 국기봉은 선배 병철(심형탁)에게 포크볼을 배워 익히게 됐고, 차유리는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병철이 어딘지 이상하지만 기봉을 위해 계속 만나주었다. 하지만 테스트를 받기 전 날 소매치기 때문에 어깨를 다친 국기봉은 결국 팀에서 방출통보를 받게 되고, 그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며 오히려 험담까지 늘어놓는 병철에게 차유리는 식당 셰프를 하게 해주겠다는 제안도 거절하고 뛰쳐나온다.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체 하지만 울고 싶은 마음을 숨기는 국기봉을 위해 차유리가 눈을 찌르는 장면은 <으라차차 와이키키2>가 가진 희비극을 압축해 보여준다. 그건 우습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애써 울지 않고 버텨내려는 청춘들의 진심이 드러나는 장면이라 짠하기 그지없다. 그렇게 힘겨운 하루하루를 이들은 애써 웃으며 서로를 의지하고 유쾌한 척 버텨낸다. 폭소 뒤에 남는 쓸쓸함의 정체다.(사진:JTBC)

'생일' 세월호 유가족의 고통, 과연 우린 알고 있었던 걸까

 

우린 과연 진정 세월호 유가족의 고통을 공감하고 이해하고 있었던 걸까. 영화 <생일>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게 눈물 흘리고 있다고 해서 우리가 유가족들의 고통을 공감하고 있다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 영화를 보며 느껴진 어떤 깨달음이 아닐까.

 

<생일>이 흘리게 만드는 눈물은 우리가 사실 그토록 분노하고 눈물까지 흘렸던 세월호 참사에 대해 진정 잘 모르고 있었다는 자책감이 더 크다. 영화가 베트남에서 일하다 사고가 나서 감옥까지 갖다 오는 바람에 세월호 참사 2년이나 지나서야 집으로 돌아오게 된 아버지 정일(설경구)의 시선으로 시작하는 건 이런 ‘알고 있다 싶지만 사실은 잘 모르는 외부자’의 시선을 공유하기 위한 의도적 설정이다.

 

그는 집으로 돌아와 초인종을 누르지만 집안에 있는 아내 순남(전도연)은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마트에서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딸에게 저녁을 챙겨주는 순남의 일상은 겉으로 보기엔 그다지 별 이상이 없어 보이지만 실상은 완전히 다르다. 오래도록 집을 떠나 있다 돌아온 남편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 그 행동에서부터, 여전히 과거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아들의 방과 여전히 아들이 살아있기라도 한 듯 옷을 사서 걸어두는 순남의 행동에서 조금씩 그가 갖고 있는 내적 고통과 치유될 수 없는 상처가 드러난다.

 

정일은 아주 조금씩 딸에게 다가가 친근해지고, 밀어내는 순남 앞에서 묵묵히 이야기를 들어주며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어 방외인이 되어버린 가족 속으로 들어가려 노력한다. 하지만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저 홀로 그 고통을 감당해온 순남은 그래도 공동체 안에서 그 고통을 공유하며 버텨내고 있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도 소원하게 지낸다. 순남은 이 벼락같은 사건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아들을 보낼 수도 없다. 그래서 아들을 망자로 여기는 일이나, 보상금 운운하는 것들을 감정적으로 수긍해낼 수가 없다. 망자를 위한 생일을 챙겨주는 일을 끝내 거부해온 이유가 그것이다.

 

정일이 사고를 당한 아이의 아버지이지만, 외국에서 일을 겪어 사건과 그만큼의 거리를 두고 있던 인물이라는 건, 그가 아내 순남을 통해 조금씩 그 치유되지 않은 고통의 무게가 얼마나 큰가를 알아가는 것처럼, 관객들도 알고 있다고는 여겼지만 실제로는 잘 모르고 있던 그들의 고통을 똑같이 들여다보기 위함이다.

 

우린 과연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결코 지워질 수 없는 고통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 쉬지 않고 소리 내어 오열하는 순남의 절규 앞에 처음에는 공감했다가 어느 순간 “못살겠다”고 말하는 이웃들의 시선을 통해, 보상금 받았으니 사업에 투자하라는 멀지 않은 친척의 무감한 이야기에 과연 저래도 되는 걸까 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더욱이 이런 유가족들의 아픔을 오래도록 외면해온 국가의 무책임과 일부 정치인들의 “언제까지 세월호냐”는 식의 비수 같은 발언들은 살인에 비견하는 폭력일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영화 <생일>은 그래서 생일이라는 특정일의 풍경을 통해, 공동체가 어떻게 이 문제를 진정으로 공유하고 조금이나마 함께 치유의 길을 걸어 나갈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그 곳에서 친구로서 또 친구의 엄마로서 또 같은 피해를 입은 유가족으로서 아니면 방외인이지만 그 사안을 좀 더 가까이서 느끼며 그 현장에 뛰어들어 이들을 도우려는 사람으로서 저마다 한 마디씩을 더하며 그 진심을 나누는 일이 어째서 지금 또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영화는 비행기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던 정일의 다소 침착해보였던 시선으로 시작한다. 그렇게 멀리서 보면 막연히 저 아래 세상의 이야기가 뭉뚱그려진 어떤 풍경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정일이 점점 다가가 그 아픔의 실체를 마주하고 자신 속에서도 분명 존재했던 그 고통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게 되는 그런 ‘애도의 과정’이 우리에게는 절실해 보인다. <생일>은 바로 그런 과정들을 자주 무시하고 생략해옴으로써 치유되지 않고 덧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아픈 자화상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영화다.(사진:영화'생일')

‘열혈사제’, 위풍당당행진곡 ‘킹스맨’ 패러디를 이렇게 쓸 줄이야

 

영화 <킹스맨>에서 가장 압권인 장면은 엘가의 위풍당당행진곡에 맞춰 세상을 망하게 만들고 자신들만 살아남겠다고 모인 이들의 머리가 차례로 날아가는 장면이다. 잔인한 장면일 수 있지만 영화는 이것을 음악에 맞춰 마치 꽃 봉우리가 터지는 듯한 모습으로 연출해냄으로써 19금 섞인 코믹한 스파이액션으로 풀어낸다.

 

그런데 그 장면이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에서 고스란히 패러디된다. <킹스맨>에 비하면 어딘지 B급처럼 보이는 이 패러디에서 장룡(음문석)과 그 패거리들은 김해일(김남길)이 중국으로 구해온 ‘설사초’를 넣은 도시락을 먹고 결정적인 순간에 한 명씩 넘어지며 설사를 터트리는 장면을 연출한다. <킹스맨>을 본 분들이라면 위풍당당행진곡에 맞춰 꽃봉우리 CG가 곁들여진 그 장면을 보며 빵 터지지 않을 수 없을 게다.

 

<열혈사제>는 이제 본격적인 패러디 드라마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 날 방송된 내용 중에는 ‘나쁜 놈, 얍삽한 놈, 엊그제 뉘우친 女ㄴ, 멋지지만 화가 많은 놈’ 같은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패러디한 장면에 맞춰 인물들이 등장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고, 장룡과 패거리들이 함께 걸어오는 장면에서는 ‘풍문으로 들었소’가 배경음악으로 깔리며 영화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의 한 장면이 그대로 패러디되었다.

 

<열혈사제>로 화제의 주인공이 된 쏭삭(안창환)과 김인경 수녀(백지원)도 결국은 패러디의 공을 톡톡히 봤다. 외국인 노동자로 핍박받던 쏭삭이 갑자기 과거 태국의 왕실경호원이었고 무에타이 고수를 등장하는 장면은 <옹박>을 패러디한 것이었고, 평택에서 십미호로 이름 날린 타짜였다는 게 밝혀지며 맹활약하는 김인경 수녀의 반전도 영화 <타짜>를 패러디한 것이었다. 수녀님이 던지는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 같은 대사가 빵빵 터졌던 이유다.

 

이밖에도 패러디는 넘쳐난다. 김남길과 이하늬가 서로의 입을 가린 채 얼굴을 쳐다보는 <미스터 션샤인> 패러디도 있고, 위기에 처한 서승아 형사(금새록)를 박경선(이하늬) 검사가 갑자기 엑스칼리버 같은 검을 들고 나타나 도와주면서 “미션 클리어”라 외치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패러디도 있다. 그리고 되돌아보면 김해일 신부라는 캐릭터 자체도 영화 <검은 사제들>의 패러디처럼 보인다.

 

<열혈사제>가 이처럼 다양한 패러디들을 쏟아낼 수 있게 된 건 그 기조를 풍자 코미디로 명쾌하게 세워 놨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그래서 진지해지려 하지 않는다. 대신 나쁜 짓 하는 권력자들을 혼내겠다는 그 단순명쾌한 이야기 속에 다양한 캐릭터들의 패러디 전시장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를 통해 무엇보다 웃음을 주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보여준다.

 

<열혈사제>가 금토 시간대에 새롭게 들어와 무려 20%에 가까운 시청률을 내면서, 화제성도 좋고 또 평가도 좋은 이유는 그 작정하고 웃기겠다는 패러디들을 통해 보이는 명쾌하면서도 확고해 보이는 작품의 진정성이 느껴져서다. 어차피 답답한 현실, 한번 시원하게라도 웃어보자는 그 명확한 목표를 향해 <열혈사제>의 다양한 패러디 웃음폭탄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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