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틈 많아도, 상상력을 끝까지, <W>의 가치

 

우리에게도 이런 드라마가 가능하다니 놀라운 일이다. 종영한 MBC <W>는 지금껏 우리네 드라마에서 좀체 보기 힘든 시도를 보여줬다. 웹툰의 세계와 현실 세계가 뒤엉켜버리는 어찌 보면 빈틈도 많고 복잡한 이야기는 어떻게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만든 걸까.

 

'W(사진출처:MBC)'

<W>의 가장 가치는 결국 상상력이다. 만일 우리가 웹툰의 세계에 들어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시작은 거기서 부터였을 것이다. 웹툰의 주인공인 강철(이종석)과 사랑에 빠지게 되고, 허구의 캐릭터가 각성하는 걸 자신을 삼켜버릴 괴물로 인식한 작가 오성무(김의성)가 맥락 없이 그를 죽이려 하고, 오로지 강철에게 강력한 동인을 심어주기 위해 그의 일가족을 몰살시킨 얼굴 없는 진범역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각성하게 되면서 <W>라는 웹툰의 세계는 상상력이 폭주하는 세계가 되었다.

 

죽었던 인물을 꿈으로 설정해 되살리고, 진범이 작가의 얼굴을 빼앗아 오히려 작가를 꼭두각시로 만들어버리며, 총에 맞아 죽어가는 실제 인물 오연주(한효주)를 웹툰의 세계로 옮겨 다시 살려내는 등, <W>는 기존의 드라마 문법을 상상력으로 뛰어넘겠다는 듯 반전스토리로 이어갔다. 그것이 가능하게 된 건 웹툰의 세계라는 허구의 공간이 실재하고 그 안의 인물들도 저 마다의 법칙에 의해 스스로 움직인다는 이 드라마의 가정 덕분이다.

 

결국 결론은 오성무라는 작가의 희생으로 강철과 오연주가 살아남아 사랑을 이루는 해피엔딩이었지만 그런 끝은 사실 이 드라마에서 중요한 건 아니다. 또한 굉장히 복잡하고 한 치 앞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변화무쌍한 이야기 전개들 하나하나를 그것이 왜 벌어졌는가 어떻게 가능한가를 따져보는 일도 사실 그리 중요하지는 않다. 더 중요한 건 그래서 <W>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 했는가 하는 점일 게다.

 

웹툰의 인물을 마치 현실처럼 받아들이고 거기에 빠져드는 세태. <W>는 그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그저 황당하게만 읽히는 드라마가 될 수밖에 없다. 가상의 세계가 더 이상 그저 가짜로만 치부되지 않고 마치 진짜처럼 여겨지고, 심지어 그 가상의 인물들과 사랑에 빠지는 <W>의 이야기는 그래서 콘텐츠의 시대가 보여줄 미래의 세계를 슬쩍 보여주는 면이 있다.

 

이미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같은 기술들이 가상을 통해 현실을 바꿔가고 있는 것처럼 <W>의 세계는 그저 한 편의 드라마라고만 말할 수 없는 우리의 가상이 갖는 무게감을 잘 드러냈다고 보인다. 가상이라고 하더라도 작가가 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W>의 세계였다. 가상의 인물들은 창조되고 설정된 이후에는 그 고유의 힘에 의해 끝까지 움직이기 마련이다. 작가의 개입은 오히려 세계를 망치고 자신을 망치는 길이 되기도 한다. <W>의 반전에 반전을 이어가는 이야기는 결국 이 캐릭터들과 작가의 싸움에서 비롯됐던 일들이다. 허구라고 해도 이제는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세계. 우리는 이미 그 세계 속으로 들어와 있다.

 

<W>는 허구의 시대가 현실을 압도하고 바꿔나가는 우리 앞에 펼쳐진 새로운 세계를 그려냈다. 결코 쉽지 않은 이야기지만, 어쨌든 끝까지 엔딩을 이뤄냈고 물론 허점도 많은 이야기지만 시청자들의 욕망을 추동시킴으로써 그 빈틈을 채워 넣는 기발함과 능숙함도 보여줬다. 결국 작품은 작가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그건 이제 작가가 창조한 캐릭터의 자생력과 그걸 보는 독자와의 긴장감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어떤 것이 되었다. ‘잡아먹히느니 잡아 먹겠다는 경구는 지금의 작가들이 처한 딜레마를 드러내는 것일 뿐, 이제 작품은 온전히 작가의 것이 될 수 없는 시대다.

 

그저 잠깐 상상으로만 했을 수 있는 세계. 하지만 송재정 작가는 그것을 끝없이 발전시켜 상상력이 폭발하는 세계로 만들어냈다. <W>의 가치는 아마 거기에 있을 것이다. 늘 드라마라고 하면 머릿속에 공식처럼 떠오르는 그런 세계가 아니라도 충분히 흥미진진한 세계가 가능하다는 것. 그걸 <W>는 우리 눈앞에서 펼쳐 보여줬다.

<혼술남녀> 박하선못생김을 연기하려 작정했나

 

지금껏 박하선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던가? 아예 작정하고 망가지는 모습이다. tvN <혼술남녀>에서 박하선이 연기하는 박하나는 노그래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노량진 장그래의 준말. 노량진 학원가의 스타강사인 진정석(하석진)이 붙인 별명이다.

 

'혼술남녀(사진출처:tvN)'

학원판으로 <미생>을 패러디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혼술남녀>에서 박하나는 저 장그래가 그랬던 것처럼 치열한 학원가의 신출내기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원에서 알바를 하다 아예 강사로 주저앉았고 그 학원이 망하자 선배언니의 소개로 노량진에 입성했다. 어찌 보면 순수한 이 박하나에게 노량진이라는 세계는 단지 잘 가르치는 것만으로는 버텨내기 힘든 곳이다.

 

선배언니인 황진이(황우슬혜)는 강의보다 몸매를 더 드러내는 것으로 학생들의 시선을 잡아끌고, 민진웅은 <베테랑>의 유아인, <내부자들>의 이병헌을 흉내내가며 마치 개그 프로그램에나 어울릴 법한 강의로 학생들을 끌어 모은다.

 

입만 열면 고 퀄리티를 달고 사는 고쓰(고 퀄리티 쓰레기) 진정석은 스타강사답게 불필요한 것 다 필요 없고 100% 시험에 나올만한 것들만 가르쳐 강의를 들으려는 학생들을 줄 세운다. 노그래 박하나에게 진정석은 그래서 <미생>의 장그래를 챙겨줬던 오상식 과장 같은 존재다. 그래서 진정석이 박하나를 자신의 종합반에 넣어준 것이 어떤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에 그녀는 어떤 희망 같은 걸 가진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학원가를 배경으로 한 <미생>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혼술즉 혼자 술을 마시는 새로운 세태를 포착해낸 드라마다. 즉 학원가에서의 <미생> 같은 치열함은 퇴근 후 마시는 술 한 잔이라는 지점으로 귀결된다. 그 곳에서 진정석은 혼자 술을 마시고 박하나는 막내답게 회식에서 현란한 폭탄주 제조 실력을 선보이며 기꺼이 망가진다.

 

학원이라는 치열한 전쟁터에서 한 발 물러나 술에 취한 박하나는 혼자 술을 마시는 진정석의 영역을 술기운으로 침범한다. 그녀는 혼자 술 마시는 걸 청승맞다고 할 정도로 혼술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성격이 쓰레기라 그런 것처럼 보이지만 혼자 마시는 술은 어찌 보면 그가 하루를 버텨내는 그만의 생존방식(자기힐링을 통한)으로도 보인다.

 

그 모든 것이 정돈된(그는 심지어 혈중 알코올 농도까지 체크하며 술을 마신다) 진정석에게 함부로 접근하는 캐릭터인 박하나라는 존재는 그래서 이 드라마가 술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남녀 관계와 직장 관계를 담아내는데 있어 중요한 관건이다. 박하나가 학원에서 민망할 정도로 박대당하고, 남녀 관계로서의 진정석 앞에서 한없이 오그라들면서도 술기운을 빌어 그의 완벽하게 정돈된 세계를 침범하는 건 그녀의 어리숙하고 자존감 바닥인 캐릭터 덕분이다.

 

박하선은 지금껏 다른 작품에서 보여 왔던 단아하고 단정한 모습을 아예 버리기로 작정한 듯 보인다. 박하나라는 캐릭터에 완전히 빙의되어 한껏 과장된 모습을 보여주고, 망가짐을 넘어서 못생김을 연기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연기변신은 성공적이다. 그녀가 그간 갖고 있던 이미지를 확실히 무너뜨리고 있고, 그 과거의 이미지가 그녀의 발에 채우고 있던 족쇄를 풀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연기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분야가 코미디라고 했다. 그 이유는 코미디가 단지 웃기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어떤 진정성 같은 걸 담고 있을 때 희비극의 쓸쓸함이나 슬픔 같은 것도 동시에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혼술남녀>는 적어도 박하선이라는 배우에게는 그래서 하나의 전기가 되어줄만한 작품이다. 망가지는 모습은 한없이 우습지만 그 이면에 남는 짠함은 그녀가 분명 진정한 코미디 연기의 세계로 들어왔다는 걸 보여주고 있으니.

<밀정>, 송강호가 왜 최고의 배우인가를 증명하다

 

김지운 감독의 <밀정>에서 송강호라는 배우가 차지하고 있는 지분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은 그가 연기하는 이정출이라는 인물이 처한 상황, 즉 일제에 붙어 경무부장으로 독립운동가들을 검거하는데 앞장서는 인물이면서 의열단을 와해시키기 위해 밀정으로 투입되면서 겪게 되는 심적 변화가 이 영화의 거의 모든 메시지나 재미를 압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출처:영화<밀정>

이정출은 조선총독부 경무국이 의열단장 정채산(이병헌)을 잡기 위해 상하이로 보내진 밀정이면서, 동시에 의열단원의 핵심요원으로 이정출에게 접근해 경성으로 폭탄을 실어 나르는 일에 그의 도움을 얻어내려는 김우진(공유) 사이에 서 있는 경계인이다. 사실 이 일제강점기를 다루는 많은 관점들 중에서 경계인이라는 관점은 중요하다.

 

지금의 시선으로야 분명히 친일파와 독립운동가를 명쾌히 구분해낼 수 있지만 당시로서는 그들조차 어느 쪽이라 애매모호한 입장에 서 있는 인물들이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독립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닌가가 모호한 상황에 처한 당대의 인물들은 그래서 자신의 정체성조차 모호하게 느끼는 그림자같은 경계인의 처지에 놓여 있었다.

 

이 영화의 첫 시퀀스인 이정출이 일본군에 쫓기다 궁지에 몰린 의열단원인 김장옥(박희순)과 마주하는 장면은 이 인물이 가진 갈등을 잘 드러낸다. 이정출과 김장옥은 과거 친구였지만 이렇게 일제와 의열단원이라는 새로운 경계로 만나게 된다. 총에 맞아 잘려진 발가락을 보며 이정출은 생각보다 너무 가볍다고 말한다. 거기에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음 한 구석에 존재할 안타까움이나 슬픔 같은 것들이 살짝 묻어난다.

 

이정출이라는 경계인을 주인공으로 세우기 때문에 영화는 우리가 <암살> 같은 작품에서 봤던 그런 속 시원한 카타르시스나 장르적 쾌감을 선사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이 영화의 애초 목적이 그런 장르적 즐거움이 아니라 이정출이라는 경계인의 복잡한 내면을 들여다보는데 있기 때문이다. 그 내면은 때론 어두웠다가 때론 밝아지고 때론 한없이 아파했다가 분노하며 폭발하기도 한다. 분명한 적와 아군의 편을 나누고 그 대결을 그렸다면 포착하기 힘든 영화적 재미가 바로 이 이정출이라는 인물로부터 나오게 된다.

 

사실 역사책을 통해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의열단같은 조직의 활동을 우리는 좀체 실감하지 못한다. 그들이 항일투쟁을 해왔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피부로 와 닿지 않는다. <밀정>은 이정출이라는 조금은 경계에 서 있기 때문에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입장에 가까운 인물을 통해 그 의열단이라는 존재의 실체에 접근한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인에게 요구되는 삶은 복종 아니면 죽음이라는 총독부 경무국장의 진술처럼 복종을 거부한 의열단원들은 사실상 죽음을 향해 달려드는 불나방처럼 처연하기 그지없다. 고통스러운 고문을 당하고 그럼에도 배신하지 않기 위해 혀를 물거나 아예 곡기를 끊어버리는 그들의 표정은 의연하면서도 쓸쓸하다. 다만 실패하더라도 그 실패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그 막연한 강령이 그들을 그토록 끝까지 나가게 하는 힘이 되어줄 뿐이다.

 

경계에 선 이정출은 죽음을 딛고도 또 앞으로 나가는 그들을 보면서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그 감정은 고스란히 지금의 관객들과 맞닿는 공감대를 형성한다. 일제강점기라는 상황에 카타르시스란 애초부터 기대할 것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그 복잡하게 바뀌어가는 경계인의 모습을 영화는 유려한 영상과 긴장감 넘치는 장면들 속에서 포착해낸다.

 

송강호는 역시 최고의 배우답게 그 미세한 감정의 변화들을 온전히 관객들에게 설득시킨다. 속물적인 욕망들을 지워내지 못한 지독한 현실주의자의 면면을 담아내면서도 동시에 그의 앞에서 스러져 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약해지는 휴머니스트의 면모 또한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그의 섬세하게 표현되는 인물의 내면의 변화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움을 주는 영화다. 물론 그를 통해 느끼게 되는 건 결국 의열단원들의 경외로운 삶에 대해 절로 숙연해지는 마음이지만.

준비되지 않은 연기돌에게 유리한 위치란 없다

 

연기하는 아이돌, 이른바 연기돌들은 연기에 있어서 훨씬 더 냉정한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당연한 것이 배우를 지망하는 신인 연기자들이 오랜 시간을 거쳐 차근차근 밟아도 오르기 어려운 자리에 아이돌로서의 인지도가 높다는 이유로 떡하니 캐스팅 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대중들은 훨씬 더 까다로운 잣대를 갖고 이들의 연기를 들여다보게 된다.

 

'달의 연인(사진출처:SBS)'

그래도 작년부터 연기돌에 대한 평가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tvN <응답하라1988>에서 혜리가 덕선이 역할로 괜찮은 평가를 받았고, SBS <미녀 공심이>에서 민아 역시 그리 큰 이물감을 주지 않는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특히 tvN <굿와이프>의 나나는 지금껏 예능에서 가졌던 비호감적인 요소마저 김단이라는 컬크러시 캐릭터를 통해 한 방에 일소해버리는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연기돌들에 대한 반응은 점점 가라앉고 있다. 종영한 KBS <함부로 애틋하게>의 수지는 온몸을 던지는 눈물 연기를 선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너무 비슷한 톤의 연기를 반복한다는 뼈아픈 지적을 듣기도 했다. 또 현재 방영되고 있는 SBS <달의 연인>의 아이유는 이 작품이 가진 문제를 거의 혼자 떠안다시피 할 정도로 연기에 대한 혹평이 쏟아졌다. <프로듀사>에서 괜찮은 연기를 보여줬던 그녀는 어쩌다 이번 작품에서는 이런 혹평을 듣게 된 걸까.

 

사실 연기돌들의 호불호는 작품의 성패와 무관하지 않다. 작품이 잘 될 때는 그 연기돌들의 연기 또한 호평을 받지만, 작품이 잘 되지 않을 때는 심지어 그 작품의 패인이 바로 그 연기돌의 연기력 부족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함부로 애틋하게><달의 연인>이 생각만큼 좋은 성적을 보이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이 두 작품의 여주인공을 맡고 있는 수지와 아이유에 대한 비판이 더 거세게 쏟아지게 됐다는 것이다.

 

배우들처럼 준비된 경우는 문제가 없지만 연기돌들은 또한 어떤 연출자를 만나고 어떤 캐릭터르 만나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달의 연인>의 아이유가 처한 연기력 논란의 문제는 그녀의 연기만이 아니라 연출, 캐릭터의 문제가 역시너지를 만들면서 생겨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김규태 감독 특유의 클로즈업의 미학은 섬세한 감정연기를 보여주지 못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고 있고, 황자들에 둘러싸인 캐릭터는 그 자체의 매력을 드러내지 못함으로써 오히려 반감을 갖게 만들고 있다.

 

반면 <굿와이프>의 나나가 연기한 김단 캐릭터는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왔다. 주인공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주인공만큼 중요한 역할을 해내는 캐릭터이고,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 막후 접촉을 해내는 매력적인 캐릭터라는 점은 이를 연기한 나나에게는 굉장한 호재가 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걸 소화해내는 것이 관건이었지만 나나는 전도연에게 연기지도를 받을 만큼 열성을 들여 의외로 괜찮은 연기를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주인공의 자리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연기돌의 경우에는 그 역량이 아직 부족하다고 느껴진다면 함부로 주인공의 자리를 올라서는 그 무게를 견디기가 어렵게 된다. 만일 주인공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내겠다면 연출자와 캐릭터가 그만큼 중요해진다. 연기돌과 얼마나 잘 매칭이 되는지, 또 캐릭터는 얼마나 그 자체로 매력적인지 같은 것들을 꼼꼼히 따져봐야 괜찮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연기돌은 물론 일반 신인 연기자들보다 더 쉽게 캐스팅되는 위치에 서 있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유리한 위치는 아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엄정한 잣대가 드리워지기 때문이다. 때로는 작품의 성패의 이유를 온전히 혼자 떠안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연기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준비되어 있어야 하고, 작품 선정 또한 조심스러워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오히려 커다란 후폭풍에 휘말릴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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