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상사’, 유재석부터 정형돈까지 보인 연기의 진정성

 

이 정도면 배우를 해도 별 무리가 없을 듯싶다. 그저 한 편의 영화라고 해도 될 법한 연기들의 향연이 이들 <무한도전> 멤버들에 의해 나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예전의 무한상사를 떠올려 보라. 과장된 연기가 대부분이었고, 그 목적은 당연히 웃음을 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번 무한상사-위기의 회사원편은 완전히 결이 달랐다. <시그널> 김은희 작가가 펜을, 장항준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연기는 진지할 수밖에 없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함께 출연한 배우들의 면면은 <무한도전> 멤버들을 주눅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시그널>의 김혜수와 이제훈은 물론이고 <미생>의 김희원과 전석호, 손종학 그리고 <곡성>의 쿠니무라 준과 김환희까지. 최근 화제가 된 드라마와 영화 속 배우들이 대거 참여했다. 그들과 함께 연기를 한다는 것은 얼마나 큰 부담이었을까.

 

지난 주 방영됐던 전편이 조금은 심심하고 낯설게 느껴졌다면 본격적인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전개된 후편은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의 긴박감과 몰입감을 선사했다. 역시 김은희 작가 특유의 쫄깃한 긴장과 반전이 있는 전개였다. 그러면서도 출연자들을 배려한 듯 <시그널><미생> 그리고 <곡성><베테랑>까지 여러 작품들을 떠올리게 하는 패러디 장면들이 곳곳에 박혀 있었다.

 

무엇보다 연쇄적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이 모두 갖고 있던 오르골을 통해 직장인들의 처절한 현실을 담아내는 주제의식도 빼놓지 않았다. 누군가 돌려줘야 돌아가고 힘이 다할 때까지 무한 반복해서 일을 하는 그 처지. 유부장이 오르골을 보며 느꼈다는 그 감정은 아마도 우리네 회사원들 역시 공감할만한 것이었다.

 

이런 진지한 정극 속에서 최고의 베테랑 배우들과 함께 보인 <무한도전> 멤버들의 연기는 더할 나위가 없었다. 초반 추격전 장면으로 극의 긴장감을 불어 넣어줬던 유재석은 권전무(지드래곤)의 사주를 받았던 하하를 설득해 마음을 바꾸게 하는 장면에서 진정성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비리를 저지르기보다는 조금 모자라게 사는 편이 낫다며 모든 게 자기 잘못이라 말하는 유재석에게서 진심이 느껴졌다.

 

하하와 정준하는 이미 연기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 작품을 전체적으로 끌고 가는 연기의 힘을 보여줬다. 마키상(쿠니무라 준)에게 권전무의 전화번호 숫자를 들을 후 일본말을 못 알아듣는 정준하에게는 그것이 출국일자라고 거짓말하는 대목에서는 하하의 연기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고, 바보스러우면서도 선한 심성으로 끝까지 의문을 파헤쳐가는 정준하는 웃기면서도 짠한 면면이 느껴졌다.

 

이번 작품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은 역시 지드래곤이다. <베테랑>의 유아인을 패러디하는 장면에서도 그는 전혀 이물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괜찮은 연기를 보여줬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악역으로서 그가 서 있었기 때문에 팽팽한 긴장감이 끝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지드래곤이 가진 연기자로서의 가능성도 엿보였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오랜 만에 이 작품을 통해 등장한 정형돈의 존재감이다. 그는 뺑소니로 쓰러진 유재석의 꿈에 나타나 부장님 힘내세요. 지금은 고통스럽고 힘겨워도 이겨내야 한다. 빨리 회복하셔서 다 같이 웃으면서 꼭 꼭 다시 만나요라고 말함으로써 연기에 그의 실제 진심을 담았다. 짧은 출연이었지만 정형돈의 출연은 이 작품이 가진 주제의식, 즉 회사원의 매일같이 뱅뱅 돌아가는 힘겨운 삶과 여기 출연하는 <무한도전> 멤버들의 처지를 잘 묶어내는 효과를 만들었다.

 

역대급 정극 연기였다. 이런 자세로 임한다면 연기를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 그간 <무한도전>을 통해 웃음을 주었던 이들에게서 웃음이 아닌 진지함을 느끼고 그 연기에 시청자들이 빠져들었다는 건 그 진정성이 전해졌다는 걸 말해준다. 좋은 작품이었고 좋은 연기였다.

<판타스틱> 박시연, 그녀의 반전을 기대하는 까닭

 

요즘도 저런 시댁이 있을까. JTBC <판타스틱>에서 백설(박시연)의 시댁은 이른바 명문가. 그녀의 남편 최진태(김영민)는 로펌 사장이고 그녀의 시누이인 최진숙(김정난)은 아도니스 엔터의 대표다. 이 집안은 정치인인 미도(채국희)와 가깝게 지냄으로써 최진태는 정치계에 입문하고 최진숙은 사업을 키워나가려 한다.

 

'판타스틱(사진출처:JTBC)'

그런데 이 집안에서 백설은 이름에 걸맞는 공주가 아니라 거의 하녀나 다름없는 존재다. 시어머니는 툭하면 백설의 집안을 비하하며 막말하고, 남편 최진태는 심지어 미도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장면을 백설에게 들키기까지 한다. 이 집안에서 백설을 가장 구박하는 존재는 시누이 최진숙이다. 그녀는 백설에게 하녀 부리듯 밥 차려라, 술 내와라 심지어 외출할 때는 신발 꺼내놓으라는 명령까지 내리고, 최진태가 그래도 미안한 지 아내에게 용돈을 주려 하자 버릇 나빠진다며 돈을 빼앗기까지 한다.

 

시댁에서 구박받는 며느리의 이야기는 사실 조금 구세대의 구도처럼 여겨지는 게 사실이다. 과거 드라마들의 대부분이 고부갈등을 담고 있었던 시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현실 자체가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묘하게도 이런 구박받는 며느리의 이야기가 어딘지 납득이 가는 건 이것이 단순한 고부갈등이 아니라 가진 자들의 갑질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고부갈등은 아들을 둔 시어머니가 며느리와 갈등을 빚는데서 비롯된 것이었다. 하지만 <판타스틱>의 백설이 처한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그것은 이 명문가라는 번지르르한 집안이 타인에 대한 배려 따위는 애초에 없는 안하무인의 갑질 가족이라는 데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것은 갈등이 아니라 마치 사람을 사람 취급 안하고 거의 노예 취급하는 착취와 학대에 가깝다.

 

물론 <판타스틱>의 주인공은 이소혜(김현주)이고 그녀가 말기암 선고를 받고 달라진 삶을 선택하며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가 그 주된 줄거리지만, 이 드라마에서 그만큼 강력한 힘을 내재하고 있는 건 바로 이 백설의 이야기다. 한 때는 이소혜의 둘도 없는 단짝으로 그녀의 보디가드를 자처했을 정도로 잘 나가던 그녀가 어쩌다 이 막장 집안에서 제복 같은 한복을 입고 하녀처럼 살아가게 되었을까. 그 한복을 벗어던지고 대신 집안을 박차고 나와 가죽 재킷을 입고 오토바이를 타는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어떤 해방감은 이 드라마가 가진 또 하나의 재미다.

 

백설이 살고 있는 이 시댁의 모습은 이 작품의 연출자인 조남국 PD가 과거 연출했던 <황금의 제국>의 그 갑질하는 집안을 그대로 닮았다. 요즘은 과거 같은 고부갈등의 이야기는 더 이상 그다지 큰 공감대를 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갑질에 가까운 시댁의 횡포에 당하는 며느리의 이야기는 다르다. 그것은 하나의 시댁이 아니라 마치 천민자본주의의 시스템을 가족의 틀에서까지 내재화한 이른바 비뚤어진 상류층의 역겨움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집안으로부터 탈주하는 백설의 이야기는 그저 고부갈등으로부터의 해방이 아니라 천한 자본의 힘만을 믿고 갑질 하는 자들에 대한 통쾌한 한 방으로 다가온다. 멋진 자신의 본 모습으로 돌아올 그녀의 반전을 간절하게 기대하는 진정한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짠하거나 웃기거나, <미운 우리 새끼>의 두 얼굴

 

SBS <미운 우리 새끼>MBC <나 혼자 산다>의 노총각 버전 같은 위치에 서 있다. 이제 쉰을 바라보고 있는 김건모나 역시 비슷한 나이대의 박수홍이 혼자 사는 모습은 웃기면서도 짠하다. 점심이 다 돼서야 일어난 김건모가 밤새 마신 술을 해장하느라 엄마가 해놓은 순두부 대신 라면을 끓여먹는 모습이나, 역시 늦게 일어나 하루 종일 TV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박수홍의 모습은 우습다. 그 나이에도 여전히 철없는 아이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미운 우리 새끼(사진출처:SBS)'

하지만 그 모습을 스튜디오에서 엄마들이 본다는 사실은 여기에 또 다른 시선을 겹쳐준다. 모두가 웃을 때 엄마들은 정작 웃지 못한다. “저게 뭐하는 짓이고하는 말이 수시로 터져 나오고, “저러면 안되는데라는 걱정 가득한 목소리가 그저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이 묻어나온다. 엄마들은 아들들이 저렇게 궁상맞고 철없게 살아가는 것이 혼자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야기는 기---결혼으로 흘러간다.

 

그렇지만 리얼한 관찰카메라 속에서 아들들은 엄마들의 이런 걱정과는 달리, 결혼을 그다지 생각하지 않는다. 김건모는 남자 후배 동생들과 노는 것을 가장 좋아하고, 밤이면 모여 둘러 앉아 소주를 마시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걸 낙으로 여긴다. 박수홍은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굴 대다가 저녁이면 친구들과 클럽에 가기 위해 밤거리를 떠돈다. 그 역시 친구들에게 혼자 사는 것이 더 좋다고 정색하고 말한다.

 

그럴 때마다 엄마들은 안색이 굳어진다. 스튜디오에 있는 엄마들의 입장은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세상은 점점 결혼은 선택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들은 그래도 내 아들만은 결혼을 해 평범한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길 바란다. 그건 아마도 모든 엄마들의 바람일 것이다. 하지만 아들들이 보여주는 것처럼 세상은 이미 변하고 있다. 엄마들의 생각이 너무 고답적일 때마다 신동엽은 나서서 달라진 지금의 세태를 유머로 섞어 이야기 한다.

 

<미운 우리 새끼>는 이런 엄마들의 보수적인 생각과 아들들이 보이는 때론 보수적이면서 때론 엄마와는 다른 생각들을 어떤 가치평가 없이 그대로 늘어놓는다. 이 프로그램에서 가부장적인 색채를 느끼는 건 그래서 당연하다. 엄마들도 그렇지만 아들들도 나이 들었다. 어떤 식으로든 가부장적 체계 안에서 살아오며 체득해온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동시에 나이 들었어도 이들은 결혼 하지 않고 혼자 사는 것이 더 좋다고 말할 정도로 과거와는 달라진 결혼관을 드러낸다.

 

<미운 우리 새끼>에서 이들이 혼자 살아가는 모습은 엄마들이 생각하기에는 안쓰럽기 그지없지만 정작 그들은 자유롭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이들이 혼자 살아가는 이유에 대한 두 가지 서로 다른 관점이다. 이 프로그램은 그래서 결혼을 지상과제라고 제시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혼자 사는 삶 역시 오롯이 행복한 삶이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엄마들은 여전히 며느리 감에 대해 이야기 하지만 그것이 엄마들의 생각일 뿐, 아들들은 결혼 자체를 생각하지 않고 대신 연애는 하고 싶고 아이는 갖고 싶다는 솔직한 욕망을 드러낸다.

 

여러모로 엄마와 아들이라는 프레임은 그 자체로 가부장적 체계의 한 부분을 연장해 보여주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서 이 프레임은 과거의 가부장적 체계를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하고 그 균열을 보인다. 관찰카메라를 보던 엄마들은 아들의 행동을 보고 말을 들으며 저런 면이 있었나 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희비극은 서로 겹쳐 있기 마련이다. 짠한 지점에 웃음이 있다. <미운 우리 새끼>는 웃기다가도 짠해지는 지점을 보여준다. 김건모가 한밤 중 태블릿PC의 대화 앱을 켜놓고 하릴없는 기계와의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은 웃기기 이를 데 없지만 그건 또한 혼자 살아가는 중년의 외로움 같은 걸 담아낸다. 엄마의 시선은 여기에 겹쳐지고 그래서 다시 기---결혼의 이야기로 돌아가지만, 이 프로그램은 그런 보수적 시선마저도 웃음의 코드로 만든다.

 

관찰 카메라가 어떤 의도적인 목적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바라보기만 한다면 거기에서 우리는 우리 사회의 미세한 변화들을 감지해낼 수도 있을 것이다. <미운 우리 새끼>는 지금 결혼과 가족이라는 가부장적 프레임에서 홀로 살아가는 이들로 변화해가는 그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거기에는 그래서 안타까움도 짠함도 있고 답답함도 있으며 웃음도 존재한다. 있는 그대로를 그저 담아내고 반응 그대로를 그대로 보여주는 일. <미운 우리 새끼>가 이런 다층적인 재미를 유지할 수 있는 길이다. 그들이 혼자인 까닭이 보는 눈에 따라 다르듯이, 그 다른 관점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것.

달라지고 있는 드라마 트렌드, 로맨틱하거나 발칙하거나

 

KBS <함부로 애틋하게>가 종영했다. 이 드라마는 100% 사전 제작에 김우빈, 수지 주연, 스타작가인 이경희 작가가 참여하는 것으로 KBS 측도 최고의 기대작이라는 말을 아끼지 않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다. 100% 사전 제작은 오히려 작품을 중도에서라도 수정할 수 없는 한계로 드러났고, 김우빈과 수지라는 최고의 캐스팅은 그럼에도 안 좋은 결과라는 부담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너무 옛날 드라마 같은 설정들과 코드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함부로 애틋하게(사진출처:KBS)'

물론 <함부로 애틋하게>가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주제의식이 약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염치없는 세상에 대한 젊은 청춘들의 한판 대결구도가 이경희 작가 특유의 절절한 멜로로 연결됐다는 건 작품의 완결성으로는 나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의 시청자들이 원하는 코드들이나 정서와 이 드라마가 너무나 달랐다는 점이다. 성패는 결국 거기서 비롯됐다.

 

<함부로 애틋하게>가 방영될 때 등장한 경쟁작들을 보면 이 사전제작 드라마가 지금의 대중정서에 어떤 한계를 갖고 있었는가가 명확히 드러난다. 먼저 <W>를 보라. 어찌 보면 이 드라마는 지상파에는 어울리지 않는 드라마라고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만화적이고 나아가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기상천외한 전개로 이어지고 있다. <함부로 애틋하게>가 그 시한부 설정만으로도 마지막 새드 엔딩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것과는 너무나 다른 시도다.

 

<함부로 애틋하게>KBS라는 그래도 보수적 시청자들이 존재하는 채널에서 방영됐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호응이 없었다는 건 지금의 시청자들이 달라지고 있다는 걸 잘 보여준다. <함부로 애틋하게><W>가 가진 그 발칙한 상상력이 결여되어 있었다. 작품의 완성도야 과거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의 결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지금의 시청자들이 열광할만한 도발적이고 발랄한 상상력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뒤늦게 합류한 SBS <질투의 화신>은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장르. <함부로 애틋하게>가 눈물 가득한 비극적 정조를 끊임없이 보여줬던 것과는 사뭇 다른 유쾌하고 웃음이 빵빵 터지는 전개를 보여준다. 가슴에 집착하는 여자 주인공과, 유방암에 걸린 남자 주인공, 그리고 그들이 한 병실에서 만들어가는 상황들은 웬만한 코미디보다 훨씬 더 우습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작품이 가볍기 만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질투의 화신>은 지독한 현실을 담아내기도 하고, 또 가족의 해체와 한 가장의 죽음을 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 비극성을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그 비극과 함께 존재하는 희극적인 면들 또한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 그 인물의 심정 속으로 들어가면 눈물 날 정도로 가슴이 아프지만,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그 상황은 눈물 날 정도로 웃기는 희극처럼 보이기도 한다.

 

<함부로 애틋하게><질투의 화신>이 현실을 다루는 방식과 비교해보면 너무나 무겁고 어떤 면에서는 비장함까지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런 접근방식은 지금의 시청자들에게는 그다지 호응을 얻기가 어려워졌다. 드라마 한 편조차 잠시 간의 휴식이나 위안으로 기능하길 바랄 정도로 지금의 시청자들은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힘든 현실을 힘들게 드라마 속에서조차 보는 건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 된다.

 

<함부로 애틋하게>라는 작품이 보여준 결과들은 지금의 시청자들이 적어도 두 가지를 요구하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발칙하거나 아니면 로맨틱하거나. 발칙한 상상력을 끝없이 질주해나간 <W>, 비극성조차 웃음의 코드로서 전하는 <질투의 화신>으로 변한 트렌드 속에서 <함부로 애틋하게>는 사전제작이라는 족쇄에 묶여 힘을 발휘하기가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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