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기분 좋아지는 <무한도전> 콜라보의 정석

 

이 정도면 <무한도전> 콜라보의 정석이다. 방콕에서 유재석과 엑소가 함께 만들어낸 댄싱킹의 무대는 완벽했다. 이미 방송이 나가기 전부터 직캠으로 인터넷에 올라온 장면들을 통해 예견된 바였다. 그 장면들 속에서 엑소와 유재석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우러져 있었다. 누가 엑소고 누가 유재석인지 모를 정도로.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이렇게 엑소와 유재석이 함께 만들어낸 신곡 댄싱킹은 음원이 나오자마자 차트 1위를 기록했다. 본래 엑소의 팬덤이 워낙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기에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이 보인 노력의 과정들이 얹어지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무한도전>답게 이 댄싱킹의 음원 수익은 전액 기부될 예정이라고 한다. 엑소도 유재석도 또 <무한도전>은 물론이고 시청자들까지 모두 기분 좋아지는 미션. <무한도전>이 추구하는 콜라보의 정석이다.

 

엑소는 유재석과의 무대가 영광이라고 했고, 유재석은 기꺼이 엑소의 막내를 자처할 정도로 그 무대에 긴장하면서도 설렘이 가득했다.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나오기만 하면 댄스곡을 원하고 노래보다도 춤추기를 갈망했던 춤꾼아니었던가. 그러니 엑소와 함께 한 무대에서 칼군무에 맞춰 춤을 춘다는 건 그에게도 꿈 같은 일이었을 게다.

 

이것은 엑소의 팬들도 유재석의 팬들도 또 <무한도전>의 팬들도 반색하는 도전이었다. 엑소의 팬들에게는 이 레전드 무대가 방송 전부터 화제가 되었고, 유재석의 팬들은 그가 또 하나의 한계를 뛰어넘는 모습을 기대했다. <무한도전>의 팬들은 엑소와 유재석이 만들어내는 무대의 과정들을 보며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방콕의 무대에서 댄싱킹이 끝나고 엑소의 선창에 관객들이 모두 유재석을 외치는 장면은 감동적이었다. 한 달 여간 여름휴가도 반납하고 혹시나 폐가 되지 않을까 저어하며 연습에 연습을 해온 유재석은 그런 엑소 멤버들을 하나하나 다독였다. 무대에서 내려와 그에게 춤을 개인지도해준 엑소 안무 선생은 그에게 최고의 무대였다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번 <무한도전>의 유재석과 엑소의 콜라보 미션은 늘 그렇듯 장난처럼 시작됐다. 광희의 일종의 벌칙 제안으로 시작됐던 일. 하지만 결국 일은 커져버렸다. 유재석은 이번 무대에 대해 이런 기회를 준 광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 광희 역시 유재석을 응원하는 사진을 찍어 보내기도 했다.

 

장난처럼 소소하게 시작하지만 거대한 행사로 커져버리는 미션, 그리고 개인적 소망으로부터 비롯되지만 점점 사회적 의미로까지 확장되는 도전. 이것은 <무한도전>이 지금껏 11년째 최고의 자리에 서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라는 걸 이번 유재석과 엑소의 콜라보 무대는 증명해 보여주었다.

 

그 중심에는 역시 유느님으로 불리는 유재석이 있다. 메뚜기춤 하나로 웃음을 주던 그가 가요제를 거치며 춤꾼으로 거듭나고 결국 엑소의 무대에 함께 군무를 추는 모습은 <무한도전>의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부각시켰다. 노력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그 과정을 거듭하다 보면 놀라운 결과 역시 가능해진다는 것. 유재석은 그걸 또 한 번 증명해 보여줬다

어촌편으로 돌아오는 <삼시세끼3>, 또 기대되는 이유

 

나영석 PD의 밀당에 또 당했다. 당했지만 기분은 좋다. 마치 더 이상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던 <삼시세끼>가 어촌편3로 다시 돌아온다니 말이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사실 <삼시세끼> 고창편에서 나영석 PD는 전에는 하지 않던 힘겨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재미가 없어졌다는 일부 반응에 대해서는 상처 받는다는 얘기까지 했다. 이번 고창편은 게스트를 따로 투입하지 않고 온전히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 남주혁 4인방의 가족적인 이야기로 채워졌다. 너무 밋밋하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이미 <삼시세끼>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오히려 그 편안함이 시청자들에게는 힐링으로 다가올 정도가 되었으니 말이다.

 

시청률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기록하던 과거의 <삼시세끼>와 달리 중간 중간 빠졌다가 다시 올랐다가 하는 등락을 거듭하게 된 것도 이 고창편의 심심함이 누군가에게는 힐링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말 그대로 심심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가을 추수까지 할 것으로 여겨졌던 <삼시세끼> 고창편이 추수 전에 마무리를 지은 것도 조금은 의외로 다가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정확한 판단이었다. 만일 지금의 고창편을 조금 더 이어갔다면 그리 좋은 반응들이 계속 나오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적정한 시점에 끊어줌으로써 충분한 아쉬움을 남겼고, 여기에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나영석 PD가 마치 다른 프로그램을 기획할 것 같은 느낌을 주면서 <삼시세끼> 다음 편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까지 갖게 해주었다. 그럴 때마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계속 해달라는 것.

 

그리고 고창편 마지막회에 짧은 예고편에 나영석 PD의 몰래카메라가 등장하며 <삼시세끼> 어촌편3로 돌아올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사실 어촌편의 주역들이었던 차승원과 유해진이 고창이라는 내륙으로 들어왔을 때부터 어느 정도는 예측 가능한 <삼시세끼> 어촌편3의 기획이었다. 반대로 이서진이 바다로 가는 것. 하지만 고창편에서 힘겨움을 토로했던 나영석 PD의 이야기 덕분에 이렇게 빨리 <삼시세끼> 어촌편3가 이서진을 세워 돌아온다는 것은 좀 더 놀라운 반전처럼 여겨졌다.

 

게다가 영민한 선택은 이서진과 함께 하는 인물들로 에릭과 윤균상을 채워 넣었다는 점이다. <또 오해영>을 통해 새롭게 주목받는 에릭은 그 출연만으로도 여심들을 움직이는 신의 한수가 되었다. 여기에 <육룡이 나르샤>에 이어 <닥터스>를 통해 역시 확고한 팬덤을 갖고 있는 윤균상이 막내로 합류한다니. 그러고 보면 나영석 PD<삼시세끼>에 윤균상에 대한 러브콜을 공개적으로 했던 건 다 의미가 있어 보인다.

 

이제 <삼시세끼>는 브랜드가 되었다. 뭐 특별한 걸 하지 않아도 이 프로그램은 케이블 채널에서조차 두 자릿 수 시청률은 기본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그러니 이제 중요해진 건 프로그램을 잘 만드는 것만큼 브랜드의 관리다. 고창편에서 어촌편3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 나영석 PD의 놀라운 브랜드 관리 능력이 드러난다. 마치 시청자들과 밀당을 하듯이 할 듯 안할 듯 기대를 뺐다가 다시 기대하게 만드는 그 페이스 조절이 실로 탁월하다 느껴진다.

 

이로써 그게 말이 돼?”하고 투덜대며 배 운전에 도전하는 이서진의 새로운 면면과 에릭, 윤균상이라는 새로운 얼굴들이 다시 합류한 어촌편3는 그 어느 시즌보다 더 기대되는 <삼시세끼>가 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나영석 PD는 프로그램만 잘 만드는 게 아니라 브랜드 관리에서도 남다른 재능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판타스틱>, 시한부에 늪에 빠지지 않으려면


JTBC 금토드라마 <판타스틱>에서 이소혜(김현주)는 말기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인물이다. 시한부라는 설정은 우리에게 두 가지 선입견을 불러일으킨다. 그 하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시한부라는 사실을 숨긴 채 상대방을 밀어내는 주인공의 이야기이고 또 하나는 버킷리스트를 적고 실현해가는 이야기다.

 

'판타스틱(사진출처:JTBC)'

사실 무수히 많은 시한부 설정의 이야기들을 봐온 시청자들에게 이처럼 두 가지의 선입견이 먼저 떠오른다는 건 이런 이야기가 너무나 많이 반복됐다는 걸 말해준다. 물론 이 두 이야기 설정에 극성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반복된 이야기는 식상하다. 제 아무리 좋은 음식도 계속 내놓으면 물리기 마련이다.

 

<판타스틱>이 초반 일찌감치 이소혜의 시한부 판정을 드러내면서도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미디에 가까운 긍정적이고 유쾌한 분위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간간히 이소혜에게 엄습하는 암의 징후들이 불안감을 형성했지만 예전에 좋아했지만 헤어졌다 다시 만나게 된 류해성(주상욱)과의 밀고 당기는 관계는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고, 오랜만에 다시 결합한 학창시절의 3인방 이야기는 유쾌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이소혜에게 급성 폐렴이 오고 혹 같은 걸로 추정되는 것이 발견됐다고 하자 그녀는 돌연 류해성을 밀어내기 시작한다. 그에게 자신이 홍준기(김태훈)와 사귀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선을 긋는다. 그러면서 상처받은 그가 영 마음에 걸려 홀로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건 전형적인 시한부 설정의 멜로 구도다. 사실 요즘의 시청자들은 이렇게 가슴 아파하고 숨기고 눈물 흘리는 시한부 설정의 고구마 멜로는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 어찌 보면 이야기의 위기 상황에서 <판타스틱>을 구원해낸 건 다름 아닌 주상욱이다. 우주대스타 류해성을 연기하는 그는 이소혜의 절친인 미선(김재화)네 부부를 찾아와 상심을 술주정으로 풀어낸다. 그의 조금은 과장된 연기는 침잠하던 드라마를 그나마 다시 발랄하게 만들어주는 힘을 만들었다.

 

물론 이야기의 구성상 이소혜가 류해성에게 자신의 시한부 사실을 알리게 되는 계기는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너무 질질 끌면서 숨기고 아파하고 상대방도 힘들게 만드는 전개는 시청자들이 원하는 게 아니다. 차라리 빨리 모든 걸 드러내고 힘겨워도 유쾌해질 수 있는 이야기들을 펼쳐나가야 훨씬 흥미로워질 수 있다.

 

주상욱의 존재감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만일 그런 캐릭터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를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만일 주상욱이 과장된 연기로 만들어낸 류해성이란 캐릭터가 없었다면 <판타스틱>은 그저 그런 드라마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 시한부 멜로에 시댁에 구박받는 며느리의 복수극 같은 이야기의 반복.

 

하지만 우주대스타 류해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시한부 멜로가 어떤 양상으로 달리 보일지 기대하게 되고 또 이소혜와 그녀의 친구인 백설(박시연) 그리고 그 자신도 얽혀 있는 절대 갑질녀 최진숙(김정난)에게 어떻게 판타스틱한 응징을 할 것인가가 기대된다. <판타스틱>이 시한부의 늪에 빠지지 않으려면 긍정적인 우주대스타 주상욱이 절실하다.

질투가 사랑이다, <질투의 화신>의 사랑방정식

 

난 더 질투하는 엄마랑 살 거야. 더 질투한다는 건 사랑한다는 거니까.” 빨강이(문가영)는 치열(김정현)에게 그렇게 말한다. 그녀를 좋아하는 치열과 대구(안우연) 사이에서 자신의 선택의 기준이 질투라는 걸, 자신을 두고 서로 같이 살자는 두 엄마들(친 엄마와 새 엄마) 이야기로 에둘러 말한 것. 이것은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의 독특한 사랑방정식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질투의 화신(사진출처:SBS)'

이 드라마에서 빨강이가 중요한 것은 그녀가 흩어져 있는 가족과 친지들을 모두 엮어내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절망한 그녀가 클럽에 갔다가 실랑이가 벌어져 경찰에 끌려가자 이 드라마의 거의 모든 인물들이 경찰서로 달려간다. 그녀가 삼촌이라 부르는 락 빌라의 주인인 김락(이성재)은 물론이고, 그녀의 친삼촌인 이화신(조정석), 그녀와 함께 있던 치열의 누나인 표나리(공효진)와 그녀와 같이 온 고정원(고경표), 그리고 그녀의 친엄마인 계성숙(이미숙)과 새엄마인 방자영(박지영)이 모두 모인다.

 

하지만 그렇게 모두가 모여 경찰서에서 나오며 그들은 세 팀(?)으로 나뉘어진다. 표나리와 고정원, 이화신이 한 팀이고, 빨강이와 치열, 대구가 또 한 팀, 그리고 김락과 계성숙, 방자영이 나머지 한 팀이다. 그들은 그렇게 각자 팀을 이뤄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표나리를 사이에 두고 고정원과 이화신이 밀고 당기며, 빨강이를 사이에 두고 치열과 대구가 또 친 엄마인 계성숙과 새 엄마인 방자영이 그리고 김락을 사이에 두고 계성숙과 방자영이 삼각관계를 이루는 것.

 

<질투의 화신>은 이처럼 고교생의 풋사랑, 성장한 남녀의 일과 사랑, 딸을 두고 벌어지는 모성애 그리고 중년의 사랑 같은 다양한 양태의 사랑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는다. 한 사람을 사이에 둔 두 사람의 관계는 때론 앙숙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친구 그 이상이다. 심지어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는 계성숙과 방자영이지만 그들은 빨강이의 엄마라는 공통분모 하나로 빨강이의 집에 들어와 같은 침대에 누워 빨강이가 돌아가기를 기다린다.

 

그러니 이 관계는 의외로 팽팽하다. 표나리와 고정원이 가깝게 지내는 걸 한 걸음 물러서 바라보는 이화신은 질투로 가슴이 뜨거워지지만 그렇다고 거의 형제처럼 친한 친구인 고정원에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것은 그가 회식 2차 노래방에서 부르는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이 그저 유행가가 아닌 것처럼 다가오는 이유다.

 

두 사람만이 공유한 비밀이 있다는 건 남은 한 사람을 굉장히 질투하게 만드는 일이다. 표나리와 이화신은 유방수술 동기(?)로서의 절대적인 두 사람만의 비밀을 공유하고 있다. 형의 장례식장에서 이화신이 절망하게된 건 그렇게 허망하게 죽은 형에 대한 애도와 함께, 그의 눈앞에서 펼쳐지던 표나리와 고정원이 함께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보며 웃는 장면 때문이었다. 자신과의 비밀인 유방암 수술을 한 사실을 고정원과 공유하는 줄 착각한 이화신은 그 비밀이 공개되는 것이 단지 창피해서 그렇게 화를 낸 것일까. 그것보다는 둘 만의 비밀이 공개됐고 그러면서 그들만의 비밀이 생긴 것에 대한 질투가 아니었을까.

 

이미 빨강이가 말한 것처럼 <질투의 화신>의 사랑방정식은 그래서 누가 누구에게 더 친절하고 더 잘해주느냐에 맞춰져 있는 게 아니다. 그걸 바라보는 누군가의 폭발하는 질투에 맞춰져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것이 사랑인 줄 모르다가 차츰 질투하고 있는 자신을 깨닫고 사랑임을 알아가는 것. 그것이 <질투의 화신>이 그려내는 사랑법이다.

 

하지만 과연 질투만 더 많이 한다고 진짜 사랑일까. 빨강이를 사이에 두고 계성숙과 방자영이 대립하는 구도는 마치 솔로몬의 선택에 나오는 엄마들처럼 치열하지만 결국 진짜 엄마를 가르는 건 아이를 위해 선택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과연 <질투의 화신>은 어떤 선택을 하는 인물들의 사랑이 진짜 사랑이라고 말하게 될까.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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