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진 멜로’의 병맛, 재야고수들의 복수전은 성공할까

마치 주성치 영화를 보는 것만 같은 톤 앤 매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게 뭐지?’ 하다가 조금씩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 톤 앤 매너의 핵심은 희비극을 중국풍으로 버무려 놓았다는 점이다. 주인공들은 저마다 비극적인 일들을 겪고 밑바닥으로 떨어지지만 ‘배고픈 프라이팬’이라는 폐업 직전의 중국집에서 모여 자신들을 그렇게 밀어낸 세상에 대해 복수를 꾀한다. 

SBS 월화드라마 <기름진 멜로>는 그래서 마치 짜장면을 닮았다. 중국인들이 인천으로 들어와 터전을 잡으며 개발해낸 음식. 중국요리의 재료와 방식들을 가져왔지만 우리 입맛에 맞게 만들어져 외식에 있어 국민요리라고 부를 수 있는 음식. 중국요리지만 우리나라에서나 먹을 수 있는 짜장면처럼 여러 이색적인 재료들이 섞여 독특한 맛을 낸다. 

그 맛의 중심은 멋진 액션조차 웃음이 터지게 만드는 병맛을 제대로 보여주는 두칠성(장혁)이다. ‘북두칠성’을 등짝에 문신으로 새겨 넣고 그를 따르는 감방동기들을 챙기는 인물. ‘빚과 그림자’라는 사채사무실을 내고 있는 깡패지만, 깡패짓 안하고 중국집 하나라도 내서 동생들을 살 수 있게 해주려 ‘배고픈 프라이팬’이라는 중국집을 열었다. 절권도를 배워서인지 장혁의 액션에 걸맞는 인물이지만, 그것보다 더 이 인물에서 주목되는 건 쓸데없이 폼 잡고 진지한데서 오히려 터지는 웃음이다.

그 중국집으로 길 건너편 호텔 중국집에 복수를 하기 위해 들어온 서풍(이준호)은 이 <기름진 멜로>라는 요리에 자꾸 입맛을 당기게 하는 인물이다. 호텔 중국집에서 쫓겨나고 그 호텔 사장에게 결혼식까지 한 여자친구를 빼앗긴 그는 이 작은 중국집을 일으켜 호텔 중국집으로 가는 손님들을 모두 끌어 모을 작정이다. 하지만 갈 길이 너무나 멀다. ‘배고픈 프라이팬’에서 일하는 두칠성의 부하들은 그의 말을 듣지 않는다. 세제로 프라이팬을 닦아 세제 섞인 맛을 내는 짜장면으로 호텔 사장 용승룡(김사권)에게 석달희(차주영) 앞에서 굴욕을 당한 그는 와신상담하듯 그가 버리고 간 짜장면을 먹는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달달함을 더해줄 인물로 단새우(정려원)가 이 ‘배고픈 프라이팬’으로 들어온다. 한때 잘 나갔던 재벌가 딸이지만 하루아침에 아버지가 경제사범으로 검거되고 길바닥에 나앉았다. 짠내 나는 현실이지만 벌써부터 그를 둘러싼 서풍과 두칠성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서풍은 한강다리에서 포츈쿠키를 주며 단새우에게 다시 살 기운을 준 남자이고, 두칠성은 첫 눈에 단새우에게 반해 돈까지 선뜻 빌려준 남자다. 

하지만 이 <기름진 멜로>라는 요리에 들어갈 재료들은 아직도 더 남아있다. 잠깐 에필로그로 보여진 것이지만 새로운 직원을 구한다는 소리에 속속 등장하는 ‘재야고수들’이 그들이다. 이름에서부터 심상찮은 ‘채썰기의 달인’ 같은 채설자(박지영)가 조선족 사투리를 쓰며 등장했고, 역시 이름처럼 한 걱정을 하며 살아가는 뚱뚱하고 다리를 저는 임걱정(태항호)이 나타났으며, 무언가 사연이 있는 듯한 재벌가 사모님 진정혜(이미숙)가 합류했다. 

과연 이렇게 ‘배고픈 프라이팬’ 안으로 들어온 저마다의 맛을 지닌 인물들은 함께 어우러져 <기름진 멜로>라는 음식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 두고 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처음엔 낯설게 느껴지지만 볼수록 중독되는 맛이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한 번 맛보면 언제든 그 맛을 다시 찾게 되는 짜장면처럼.(사진:SBS)

반려견 문화 들여다 보게 한 '나 혼자', 전현무의 눈물


전현무가 눈물을 흘렸다. 그런 모습을 잘 보이지 않던 그다. 그가 눈물을 흘린 이유는 자신의 가족이자 남매나 다름없이 함께 살아온 반려견 또또 때문이다. 이제 17살이 된 또또는 사람으로 치면 이제 노년의 황혼을 바라보는 나이.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움직이지도 못하는 또또를 데리고 전현무는 동물병원에서 받은 종합검사에서 또또가 신부전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콩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계속 살이 빠진다는 것.

또또에게 절실한 건 물이었다. 하지만 물을 직접 섭취하기도 어려운 또또의 건강상태 때문에 수액을 직접 놔줘야 하는 상황. 의사에게 수액 놓는 방법을 배운 전현무는 그 방법을 집에 알려줘 또또가 매일 수액을 맞을 수 있게 했다. 또 움직이지 못하는 또또를 위해 전현무는 전용 휠체어를 맞춰주기도 했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전현문가 또또를 데리고 평소 좋아했던 산책길을 함께 나설 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OST가 깔리는 등 웃음의 포인트를 담아내기도 했지만, 그 장면에서 시청자들이 느낀 건 웃음보다는 아픔이었다. 한 때 그 곳을 같이 산책하기도 했을 또또가 이제는 전현무의 가슴에 안겨 마치 추억을 회고하는 듯한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가장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 건 전현무가 눈물을 흘리며 한 마지막 인터뷰 장면이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함께 하지 못했던 걸 반성하는 전현무는 “하늘나라에 가면 또 만날 것 같다”며 “또또가 떠나는 날이 언제가 되더라도 내가 갈 테니까 잘 있으라고 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사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제 ‘반려견’은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게 됐다. <1박2일> 시절에 우리가 봐왔던 상근이나 <삼시세끼>에 등장해 사랑을 받은 산체를 비롯해 최근에는 아예 반려견과 그 가족을 소재로 담은 프로그램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어서다. 이미 반려견 인구가 천만시대를 넘어선 지금, 그 현실을 민감하게 반영하기 마련인 예능 프로그램이 반려견의 자리를 이제 마련하는 건 당연한 일일 게다.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상 우리는 거기 등장한 반려견들의 귀여움과 예쁜 짓을 주로 봐왔을 뿐, 그 후의 사정들을 본 적이 별로 없다. <1박2일>에 나왔던 상근이는 지난 2014년 죽었지만 그 이야기를 우리는 뉴스 단신을 통해서 잠깐 마주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건 어쩌면 우리가 반려견을 바라보는 시각일 수 있다. 즉 귀엽고 예쁘고, 그래서 함께 지낼 즐거운 시간들만을 떠올린다는 것. 하지만 반려견과 함께 살아간다는 건 그 예쁘던 시절만큼 나이가 들어가면서 겪게 되는 아픔도 함께 나눠야 하는 일이다.

<나 혼자 산다>가 소개한 전현무의 반려견 또또의 이야기가 특별했던 건, 지금껏 예능 프로그램에서 잘 담지 않았던 반려견의 노년을 담고 있어서다. 아마도 제대로 반려견의 한 평생을 함께 한 사람이라면 폭풍 공감했을 이야기. 늘 받은 것만 많고 해준 건 별로 없었다는 전현무의 후회와 눈물 섞인 이야기에 가슴이 먹먹해질 수밖에 없었을 게다.(사진:MBC)

‘예쁜 누나’를 통해 작가들이 이제 귀 기울여야 하는 것들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칭찬해주고 싶었던 건 흔한 멜로드라마를 통해서도 사회변화나 사회적 사안들을 예리하게 건드린 부분이 놀라웠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선 문제적 인물은 바로 윤진아(손예진)다. 회식자리에서 성희롱에 성추행까지 버젓이 자행되던 회사를 ‘그러려니’ 하고 살아왔던 인물. 일정 부분 ‘포기상태’로 살았던 그가 서준희(정해인)라는 인물의 사랑을 받고, 그래서 자신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으며 그것이 그를 각성시켜 회사 내의 성차별과 성폭력 사안에도 맞서나가는 모습으로 이어지는 그 과정이 기존 멜로와는 다른 진일보한 시각을 담고 있다 여겨져서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후반을 향해 달려가면서 ‘클리셰’에 발목이 잡혔다. 일상의 문제들을 날카로우면서도 또 멜로가 가진 달달함과 풋풋함을 동시에 껴안는 그 어려운 시도를 성공적으로 그려왔던 초반의 이야기는, 김미연(길해연)이라는 흔해빠진 아침드라마형 결혼반대 엄마의 클리셰를 가져오면서 퇴행하기 시작했다. 시청자들의 불만은 여기서부터 불거졌다. 그리고 여기에 윤진아라는 캐릭터 역시 ‘변화한 모습’이 아니라 여전히 ‘생각 없는 모습’으로 퇴행하는 이야기가 담겨지면서 불만은 더욱 커졌다.

물론 이건 우리가 알다시피 지금껏 수많은 드라마에서 써왔던 흔한 클리셰 공식들이다. 드라마는 근본적으로 갈등이고, 따라서 멜로드라마는 사랑을 하는 남녀와 이를 반대하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흔한 공식.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부터 우리네 <춘향전>이나 <시집가는 날> 같은 고전, 그리고 최근의 멜로드라마까지 이 공식은 바뀐 적이 없다. 다만 달라지는 건 ‘그들의 사랑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멜로드라마라도 사회적 의미를 띤 이른바 ‘사회적 멜로’라고까지 지칭하는 드라마들이 나왔던 건, 그 장애물이 이제는 양가 부모 같은 구시대적 클리셰에서 벗어나 사회적 갈등(신분이든 빈부든 취향이든)으로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특별하고 드라마틱한 사랑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사랑을 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결혼 반대하는 부모의 이야기가 지금도 일상적일까 하는 점은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이 드라마가 그런 클리셰를 비판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후반부의 동력이 그런 비판적 시각이라기보다는 그 ‘반대’가 갖는 갈등구조 자체를 활용하고 있다. 즉 클리셰를 통한 전형적인 방식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건 작가가 기존의 드라마 공식을 벗어나지 못한데서 비롯된 일이다. 그런 면면들은 이 드라마가 ‘미투 운동’을 연상케 하는 회사 내 성폭력 문제를 다루면서도 그 안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남성과 여성의 캐릭터 역할에서도 드러난다. 이 드라마가 그리는 윤진아를 포함한 몇몇 여성 캐릭터는 명민하지 못하고 그래서 이용당하기도 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이를 테면 강세영(정유진) 같은 인물이 남호균(박혁권)의 감언이설에 속아 윤진아를 밀어내려는 모습을 보이는 데는 그가 서준희를 좋아했었다는 설정도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다. 즉 흔한 한 남자를 두고 벌이는 질투라는 클리셰적 코드가 이 안에도 들어있다. 

윤진아가 각성된 인물로 그려지다 어느 순간 ‘민폐녀’가 되고만 건 결국 그 좋은 캐릭터의 설정이 ‘클리셰’를 깨는데 활용되기보다는 오히려 ‘클리셰’에 잡혀 먹히는 이야기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물론 이 드라마는 후반부에 이르러 윤진아의 각성이 다시 전면에 나올 것이고, 그래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사회적 사안에서도 또 개인적 사랑에서도 더 이상 ‘포기하지 않는’ 존재로서의 자신을 드러낼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영화와 달리 한 편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담는 것이다. 마지막의 결론이 아니라 하나하나의 과정과 선택들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불편함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지금의 상황을 뒤집는 결과가 보고 싶어서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 구조 자체가 흔한 ‘클리셰’의 공식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시청자들의 마음이 어째서 좋지 않은가를 이해할 수 있다. 결국 그건 작가가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을 끌고 가기 위한 옛날 방식을 의도적으로 쓰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런 클리셰는 이 드라마가 소재로도 잡고 있는 ‘미투 운동’ 같은 성차별에 대한 반대에도 반하는 일이 된다. 과거의 공식을 반복하는 클리셰 속에는 남성과 여성의 역할 구분이 뚜렷이 들어가고, 심지어 양가 부모의 역할도 어느 정도는 고정되어 있다. 그걸 마지막에 가서 깨기 위한 설정이라고 변명할 수 있겠지만, 본래 그것조차 이 클리셰는 공식 중 하나라는 걸 알아야 하지 않을까. 

최근 들어 드라마에서 우리는 꽤 자주 논란이 불거지는 걸 발견할 수 있다. 특정 직업 비하 논란, 성폭력 미화 논란, 성차별적 장면이 만들어내는 논란 등등. 그래서 논란이 나올 때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겠다며 사과하지만, 그래도 또 논란은 터져 나온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건 이것이 각각의 사안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껏 통용되어 왔고 작가들이 배워왔던 ‘드라마 공식(그건 다른 말로 클리셰다)’ 속에 그 논란거리들이 이미 내재해 있어서다. 결국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지만 볼게 아니라 이 흔한 공식이라는 뿌리를 고쳐야 하지 않을까. 드라마를 쓰는 작가들이라면 이제 누구나 한번쯤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일이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이 시대의 시청자들이 그 과정을 통해 보고 싶은 건 윤진아라는 과거 ‘클리셰적인’ 인물이 사랑을 통해 각성하고 그래서 회사에서도 또 집에서도 보다 당당한 ‘독립적인 인물’로 거듭나는 모습일 게다. 그 틀에 박힌 상황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아니라.(사진:JTBC)

‘나저씨’ 신구 캐릭터는 어째서 갑질 재벌들 비판처럼 보일까

현실에도 이런 회장님이 있을까. 성폭력으로 시작됐던 미투 운동이 이제 기업 총수 일가의 갑질로 확산되고 있는 현실이어서일까.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장회장(신구)이 마치 이런 현실을 에둘러 비판하는 것처럼 보인다. 

삼안 E&C라는 이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회사는 마치 우리 사회의 축소판을 보는 것만 같다. 건물을 설계하고 그 위험을 진단하는 일을 하는 회사라는 설정 자체가 그렇다. 우리네 불행한 현대사의 대부분이 이른바 ‘성장 지상주의’와 더불어 생겨난 ‘안전 불감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이 그렇다. 실제로 이 회사에서 윤상무(정재성) 같은 인물은 실적을 위해 건물의 안전진단도 적당히 하라고 공공연히 말하곤 한다. 그것이 엄청난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건 생각하지도 않고.

이 회사에서 그래도 유일하게 제대로 일을 하는 인물이 주인공 박동훈(이선균)이다. 그는 건축구조기술사로서 경영진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하는 일은 건물에 대한 ‘구조적 판단’을 내리는 것뿐이라는 소신을 지켜나간다. 모두가 라인에 붙어 자리보전을 위한 암투에 몰두할 때 그는 아랑곳없이 자신의 일을 해나간다. 

그런 그를 눈여겨보는 인물이 바로 장회장이다. 왕전무(전국환)가 쥐락펴락하며 자기 회사인 양 힘을 넓혀가자 그를 견제하기 위해 로얄패밀리의 아들인 도준영(김영민)을 대표로 세우긴 했지만 그는 그가 미덥지 못한 인물이라는 걸 알아본다. 실제로 도준영은 이 회사 내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사람의 뒷조사를 하거나 박동훈의 아내 강윤희(이지아)와 바람을 피우고, 장회장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그가 좋아하는 캠핑장에서의 ‘불 피우기’를 하는 게 그가 하는 일의 전부처럼 보인다.

장회장이라는 인물이 흥미로운 건 사실상 이 회사의 전권을 쥐고 있는 회장님이지만 우리가 신문지상에서 봐온 회장님과는 너무나 다르다는 점이다. 자신의 손으로 일군 회사라서 그런지 애사심이 남다르고, 진짜 일을 하는 박동훈 같은 인물에게 선선히 다가가 “밥 한 번 같이 하자”고 손을 내민다. 

그가 남다른 회장님이라는 게 드러나는 대목은 회사의 비정규직이었던 이지안(이지은)이 그의 과거를 뒷조사하는 이들로부터 피하기 위해 회사를 떠나자 버럭 화를 내며 그를 찾아오라고 하는 부분에서다. 이지안은 박동훈의 상무 심사를 위한 부하직원의 인터뷰 자리에 나가 그가 얼마나 따뜻한 인물이었는가를 피력하며 이 회사에서의 몇 개월이 얼마나 소중했던가를 말한 바 있다. 그 자리에 있던 장회장은 그래서 이지안의 진심을 들여다보게 됐고, 그런 그가 회사를 떠나게 됐다는 소식에 “사과라도 해야겠다”며 찾아오라 했던 것.

스펙과 자기 측근만을 챙기고, 직원들을 거의 노예처럼 부렸다는 재벌가 회장님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요즘 이런 회장님은 아마도 판타지일 것이다. 그저 모닥불을 피우는 것이 가장 즐거운 낙으로 여기고, 저 비정규직 사원 하나의 일에까지 이토록 마음을 쓰는 회장님이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장회장의 면면이 갑질 재벌들의 비판처럼 보이는 건 그래서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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