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섭 할머니 같은 분들을 위해서라면, ‘1박2일’ 존재이유

벌칙이 다소 심심했던 본 미션을 빛냈다? 팀을 나눠 했던 2번국도 맛집 여행은 사실 새로울 것 없는 KBS 예능 <1박2일>의 단골 소재 중 하나였다. 과거에 했던 해장국 로드 같은 것들을 떠올리게 하는 소재. 이건 어쩌면 지금 현재 <1박2일>이 서 있는 위치를 정확히 말해주는 것일 게다. 주말 저녁이면 어김없이 방영되는 한바탕 왁자한 여행기의 연속. 

하지만 미션의 끝에 벌칙으로 만들어진 제주도의 조동섭 할머니에게 광양불고기를 선물하러 가는 길은 이 특별할 것 없는(또 특별한 걸 요구하지도 않는) <1박2일>의 진가를 발견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제주도에서 벌어진 민심투어에서 <1박2일>의 애청자임을 자청했던 조동섭 할머니. <1박2일>만 챙겨보며 출연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거론해 애정을 드러냈던 할머니를 찾아가는 길은 벌칙으로 수행됐지만 의외의 감동을 선사했다.

이름과 사진만으로 제주도에서 조동섭 할머니를 찾는 일은 결코 쉬울 수가 없었다. 처음 할머니를 만났던 한림오일장을 찾았지만 휴일이라 텅 비어 있었고, 인근 동네들을 하나하나 찾아가 경로당과 이장님의 도움을 얻어 겨우겨우 길을 찾아가던 중, 우연히 할머니의 딸을 만나게 된 건 천운이었다.

그래서 결국 도착한 조동섭 할머니의 집. 할머니는 배달자로 찾아간 김준호와 김종민의 이름을 부르며 반가워했다. 그리고 함께 오지 못한 다른 출연자들을 아쉬워하는 얘기로 깨알같은 웃음도 선사했다. 인상적인 건 이들을 반가워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마치 자식 같은 살가움으로 느껴졌다는 점이다. 오지 못한 다른 출연자들의 영상편지를 휴대전화를 통해 볼 때 뽀뽀를 해대는 할머니에게서는 이들이 얼마나 할머니의 삶에 중요한가를 새삼 느끼게 해줬다. 

사실 <1박2일>은 과거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것이 없다. 여전히 이들은 여행을 떠나고 복불복 게임을 하며 야외취침을 한다. 하지만 그들이 지나온 시간들은 <1박2일>을 과거처럼 뜨거운(?) 프로그램으로 남지 못하게 만들었다. MBC <무한도전>이 종영을 선언하고 있는 지금, 이른바 리얼 버라이어티 시절의 풍경을 여전히 <1박2일>이 지켜내고 있는 건 아마도 KBS라는 방송사의 위치가 한 몫을 차지할 것이다. 공영방송으로서 우리네 지역 곳곳의 아름다움과 먹거리, 놀거리를 찾아주는 일은 시대가 변해도 지속적으로 해야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에게 방송은 TV에서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고, 그래서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형식은 조금은 구닥다리가 되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시청률도 떨어지고(물론 과거만큼은 아니어도 여전히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지만) 화제성도 그리 크지 않다. 그런데 그렇다고 이 프로그램의 존재 가치 또한 점점 사라지고 있는 걸까. 

조동섭 할머니의 등장은 그렇지 않다는 걸 이야기해준다. 어느 시골 집 아무도 없는 집안에서 혼자 저녁이라도 챙겨 드시며 그 빈 공간의 허전함을 채워줬던 게 다름 아닌 <1박2일>이었기 때문이다. 몸이 불편해 마을 어귀에 나가는 것조차 유모차의 힘을 빌려야 하는 할머니에게 전국 각지로 구경시켜 준 고마운 존재가 <1박2일>이었다는 것. 물론 시청률이나 화제성에는 그 수치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분들일 수 있지만 전국 각지에는 아마도 이런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소박해도 이런 분들이 있어 <1박2일>은 그 존재가치가 충분하다.(사진:KBS)

‘무한도전’, 조세호에게 해준 스님의 말씀이 남달랐던 건

절묘한 타이밍일까 아니면 끝을 앞둔 상황이라 모든 것들이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걸까. MBC 예능 <무한도전>이 ‘보고 싶다 친구야’편에서 했던 약속 때문에 후속으로 마련한 유재석의 김제동 어머니와의 만남과 조세호의 ‘묵언수행’은 남다른 느낌을 주었다. 

사실 이전에 했던 ‘보고 싶다 친구야’편 역시 ‘다른 모습을 보고 싶다’는 명분으로 몸 개그를 보여준 아이템이었지만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온 면이 있었다. 그건 마치 특집 제목처럼 먼 훗날 다시 보고픈 이 친구들의 면면을 마치 기시감처럼 보여주는 듯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들은 별 대단한 새로운 모습을 굳이 보여주려 하지 않았어도 충분히 재미있고 행복해 보였다. 함께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후속으로 유재석을 위해 늘 기도한다는 김제동의 어머니를 찾아간 이번 특집도 훈훈하기 이를 데 없었다. 마치 <효리네 민박>에 박보검이 온 것처럼 ‘유보검’이 된 듯 환대해주는 김제동의 어머니와 그 가족들의 모습이 너무나 따뜻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뒤늦게 찾아온 김제동에는 별 관심도 없고 유재석과 방송 욕심을 드러내는 어머니의 모습은 따뜻하면서도 우스웠다.

그런데 마지막을 앞두고 있어서일까. 그 장면이 유달라 보였다. 마치 <무한도전>을 사랑해왔던 팬들의 마음을 유재석과 제작진에 대한 무한애정을 표현하는 이 가족들이 대신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서다. 결국 그 집을 떠나 김제동의 아버님 산소를 찾아 절을 올리는 모습도 어딘지 짠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아마도 이건 이제 종영하는 <무한도전>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생겨나는 마음일 게다. 

‘묵언수행’을 위해 월정사를 찾은 조세호의 이야기 역시 웃음과 함께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그토록 수다쟁이처럼 떠들던 조세호가 묵언수행을 하며 겪는 그 답답함이 웃음을 주었지만, 그건 마치 이제 토요일 저녁 <무한도전>이 있어 가득 채워졌던 그 웃음과 수다 대신 크게 남을 침묵의 무게가 느껴져서다.

조세호와 연꽃을 만들면서 스님이 한 ‘생각을 하기보다는 그냥 하라’는 말씀은 마지막에 즈음에 그토록 많은 추측들이 나왔던 <무한도전>의 상황을 떠올리게 했다. ‘단 것’이 뭐냐고 물으면 그걸 애써 설명하기보다는 ‘설탕’을 조금 주는 편이 낫다는 그 말씀에서 향후 <무한도전>이 어떻게 될 것이냐는 수백 가지의 말보다 한 가지의 행보가 더 많은 걸 설명해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기다리던 내일이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는 조세호의 질문에 스님이 지금 현재를 잘 살면 된다고 한 말도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지금을 열심히 살아야 내일도 온다는 것. 그건 마치 이제 끝을 앞둔 <무한도전>에게 던지는 덕담처럼 들렸다. 내일을 걱정하기보다는 오늘 눈앞에 있는 것들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이제 한 회만을 남기고 있는 <무한도전>이 남기는 큰 아쉬움 때문이었을까. 스님의 말씀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특별한 무게로 여운을 남겼다.(사진:MBC)

'미스티', 보다 멋진 김남주의 끝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역대급 충격엔딩이다. 우리네 드라마에서 새드엔딩을 담는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마지막 회에 이렇게 많은 반전과 파국으로 그 결말을 낸 드라마가 있었을까.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는 그래서 시청자들의 바람과는 그 마무리가 엉뚱하게 끝나버렸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결과를 만든 걸까.

드라마 내내 케빈 리(고준)를 죽인 진범이 누구인가를 의심하게 만들었지만, 고혜란(김남주)의 남편 강태욱(지진희)에 의한 우발적 살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강태욱이 진범이라는 사실도 믿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것은 작가가 그리려는 <미스티>라는 드라마의 방향과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한 방향이 엇나가기 시작한 지점이었다.

시청자들은 마치 안개처럼 힘겨운 현실 속에서도 고혜란이 끝내 버텨내며 그것이 무엇이든 스스로는 행복한 결말을 내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남편 강태욱이 진범이라는 결론은 어떤 식으로도 고혜란의 해피엔딩을 만들 수 없게 했다. 그건 결국 고혜란이라는 인물로 인해 만들어진 비극일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그것이 고혜란이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그에 대한 집착이 강태욱과 하명우(임태경) 두 남자를 모두 파국으로 이끌었다는 게 이 드라마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시청자들은 그래도 고혜란의 삶을 지지하고 싶어 했다. 그를 둘러싼 비극들이 존재했지만 그것이 고혜란이 성공하기 위해 달려온 잘못된 삶 때문에 벌어진 비극이 아니고, 그저 커리어우먼으로서 일터에서도 또 가정에서도 쉽지 않은 삶 때문이라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미스티>는 그 충격적인 새드엔딩을 통해 고혜란의 성공을 위한 질주가 결국 이 모든 파국을 만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어린 시절 하명우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성취를 위한 선택들을 해온 것이 이런 파국을 만들었다는 것.

마지막 회에서는 케빈 리의 아내 서은주(전혜진)와 고혜란의 남편 강태욱이 일제히 “그래서 행복하니?”라고 묻는다. 고혜란은 행복할 수가 없다. 어쨌든 강태욱은 살인을 저질렀고, 자수하러 가지만 하명우가 먼저 자수를 해버리고 자신이 모든 죄를 뒤집어써버리자 안개 낀 도로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해버린다. 고혜란으로 인해 세 남자의 인생이 끝을 맺었다. 한 사람은 살해됐고 다른 한 사람은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다시 들어갔으며 다른 한 사람은 자살을 선택했다.

면회를 온 서은주에게 하명우는 이 모든 사건의 시작이 고혜란이 아니라 서은주로부터였다고 말했다. 고교시절 하명우가 고혜란이 찾아갔다는 금은방 아저씨에게 달려가 살인을 저지른 그 시발점이 서은주가 그 이야기를 해줬기 때문이었다는 것. 하지만 하명우는 그것이 서은주 탓이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누구의 탓도 아니고 그저 각자의 선택에 의해 벌어진 일이라는 것. 결국 우리의 삶은 안개 속처럼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는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를 하명우는 말하고 있었다.

<미스티>가 하려 했던 이야기는 욕망의 질주가 결코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으며 우리의 삶은 우리가 의도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안개 속이라는 것이었다. 그 주제의식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시청자들이 원했던 건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좀 더 주체적인 선택으로 힘겨운 현실과 부딪쳐 자신의 성취와 행복을 찾아가는 한 당찬 여성의 이야기를 보고 싶어 했다. 하지만 이런 ‘욕망의 질주’가 결국은 파국을 낳는다는 결말은 자칫 사회에서 여성이 성공하려 노력한다는 것이 모든 걸 파괴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안타깝게도 고혜란이라는 진화된 여성 캐릭터가 마지막에 이르러 퇴행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어째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충격과 반전은 역대급이지만, 그것이 신선한 결말이 아닌 그저 충격으로만 남은 건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고혜란 같은 지금껏 우리네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멋진 여성상을 세워두고 끝내 주저앉힌 듯한 느낌은 꼭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사진:JTBC)

훌륭한 스텝분들이 있어 ‘윤식당2’가 가능했어요

tvN 예능 <윤식당2>는 끝났지만 그 아름다운 가라치코 마을과 따뜻했던 마을 주민들의 기억은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을 것 같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도대체 스페인의 어느 섬에 있는 이런 예쁜 마을을 어떻게 찾아냈는지, 또 그 마을 속 ‘윤식당’이 어떻게 그 곳의 명물로 자리 잡았으며, 마을 사람들과 ‘윤식당’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끈끈한 정을 쌓았는지가 궁금해진다. 

이진주 PD는 <윤식당2>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그 공간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스페인의 테네리페섬은 그래도 더러 알려진 면이 있지만, 그 속에서 가라치코라는 마을을 찾아낸 건 이 프로그램의 신의 한 수였다고 여겨진다. 이진주 PD가 그 많은 나라 중 스페인을 선택하고, 그 스페인에서 테네리페섬을 그리고 그 속에서도 다른 곳이 아닌 가라치코라는 작은 마을을 찾아내게 된 건, 그 인연이 <꽃보다 할배-스페인편>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나영석 PD가 스페인에서 촬영을 하며 인연을 갖게 된 현지 코디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있었고, 그래서 그 분과 함께 하면 분명 괜찮은 장소를 찾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윤식당2>에서 그 현지 코디는 보이지 않는 굉장한 역할들을 했다고 했다. 테네리페섬 가라치코 마을에서 촬영을 하기 위해 현지 정부의 협조를 얻어내는 일부터 마을 사람들과 원활한 소통을 해내는 일까지 현지 코디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는 것. 결국 그에 대한 신뢰로부터 시작되어 테네리페섬까지 오게 되고 그 안에서 또 가라치코 마을이라는 보석을 찾아냈으며 그 마을 사람들과의 끈끈한 교류도 가능했다는 것이었다.

현지 코디만큼 이 프로그램을 위해 숨은 노력을 더한 건 ‘윤식당’을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 끌 수 있을 만큼 아름답게 꾸며준 미술감독(이 분은 <윤식당> 시즌1에서 가게가 철거되자 하루만에 2호점을 꾸며냈던 그 분이다)과, 그 곳을 다양한 앵글로 포착해내 환상적인 그림들을 잡아내고 나아가 시청자들에게까지 그 공간이 차츰 익숙하게 만들어준 촬영팀들이었다. 미술감독은 촬영이 들어가기 훨씬 전부터 가라치코 마을에 들어가 ‘윤식당’에 예쁜 색채를 입혔고, 그냥 영업을 위한 공간만이 아니라 촬영까지 배려한 공간으로 만들어냈다. 

이진주 PD는 특히 촬영팀에 대한 남다른 고마움을 표했다. 작은 마을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너무 단순한 풍경들만 반복될 수 있었는데, 촬영팀들은 그래서 더 다양한 앵글을 시도하기 위해 갖가지 숨은 노력들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윤여정이 말한 것처럼, “현지에서는 그 곳이 그렇게 예쁜 곳인지 몰랐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예쁜 풍경들이 영상에 포착될 수 있었다. 우리의 시선으로는 잡히지 않는 것들을 카메라의 다양한 시선으로 잡아내 보여줬다는 것. 

촬영팀들이 만들어낸 다양한 앵글들이 가져온 효과는 <윤식당2>가 주는 특유의 이웃같은 편안함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 안에 들어간 인물들의 동선까지를 포함해 가라치코 마을에 대한 친숙함이 만들어진 건, 이 다양한 앵글들이 이 공간과 그 속의 사람들을 입체적으로 잡아내줬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윤식당2>의 성공적인 마무리에 대해 이진주 PD는 그 모든 공을 “훌륭한 스텝분들”에게 돌렸다. 물론 방송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그 이면에서 노력한 그 분들이 있어 우리는 <윤식당2>를 통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어느 작은 마을을 마치 우리 바로 옆에 있는 이웃처럼 느끼게 됐다는 것. 그저 어느 외국의 마을에서 한식당 하나 여는 일 정도로 생각했던 <윤식당2>가 이만큼 시청자들의 열광을 이끌어낸 데는 이런 보이지 않는 정성스런 손길들이 존재했다는 걸 이진주 PD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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