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분류 전체보기 (6104)
주간 정덕현
괴물이 재난영화처럼 보이는 이유개봉 전부터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그 영화가 베일을 벗었다. 괴물의 모습이 궁금한 것은 당연지사. 고질라 만큼 거대하지도 않고, 에일리언처럼 작지도 않은 그저 아담한 크기의 괴물은 무엇이든 삼켜버릴 수 있는 거대한 입과, 손처럼 자유롭게 움직이는 꼬리 그리고 뒤뚱뒤뚱 걸어갈 때나 사용될 법한 다리가 위협적일 뿐이다. 심지어 축축하게 젖은 눈과 조그마한 공간에 벽을 보고 웅크리고 앉아 있는 모습은 슬퍼 보이기까지 한다. 물론 이것은 객관적으로 봤을 때 얘기다.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 그 모습은 관객들을 공포와 경악으로 몰고 가는 영락없는 괴물의 모습으로 돌변한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긴장 속에 스크린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영화가 끝나고 나면 괴물의 정체에 대해 다시 ..
유오성의 복합연기유오성의 연기를 보면 참 복합적(?)이란 생각이 든다. 연기라는 것이 행복하면 웃고, 슬프면 울고, 화가 나면 화를 내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유오성은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수많은 감정과 심리에 따라 표정과 손짓, 행동이 어찌 다 똑같을 수 있을까. 유오성의 섬세하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는 복합감정의 표현은 자칫 단순할 수 있는 드라마에 미묘한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투명인간 최장수’는 유오성이 가진 이런 힘이 백분 발휘되고 있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편의적인 것이지만 ‘투명인간 최장수’를 장르적으로 구분해보면 어떨까. 드라마 첫 회의 장면들은 이 드라마가 마치 조폭이 등장하는 형사액션물이라는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쇠파이프와 야구방망이를 든 일단의 조폭들과 대..
가 경계해야 할 TV의 만용폭력은 어떤 식으로든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법은 너무 멀다. 그래서 이제 방송사가 나선다. 카메라는 이제 폭력이 은밀히 자행되고 있는 사생활 속으로 몰래 들어간다. 그 장면들은 충격적이다. 가족관계에서의 상식의 선은 넘어선 지 오래고, 그것은 상식을 넘었기에 비정상으로 다뤄진다. 21세기에도 불구하고 노예 할아버지, 노예청년, 노예 며느리... 왜 그리도 ‘노예들’은 많은지. 정신적인 문제를 가진 이들을 위해 ‘긴급출동 SOS24’는 이른바 솔루션 위원회를 결성해 각종 해결책을 제시해준다. 그런데 여기서 한번 짚어보아야 할 것이 있다. 과연 TV가 이렇듯 사람을 구원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이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TV는 이 시대에 남은 마지막 정의의 기사인 것 같다..
vs 수목 드라마가 아줌마, 아저씨들의 장이 됐다. 기혼자들의 시각을 제대로 담아낸 드라마 두 편이 호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투명인간 최장수’와 ‘돌아와요 순애씨’다. ‘투명인간 최장수’는 이 시대에 가족에게 있어 ‘투명인간’이 되어버린 가장의 이야기다. 드라마는 시작부터 조폭들과의 일전을 보여준다. 각목이 난무하고 피가 튀는 그 현장에 최장수는 깨지면서도 유쾌한 웃음을 짓는다. 상황은 극적이고 과장된 면이 있지만 이 장면은 우리네 가장들에게는 익숙하다. 가정을 지키기 위한 아버지들의 사회생활은 최장수가 벌이는 사투와 다르지 않다. 그것이 아무리 전쟁 같을 지라도 그것을 가족에게 일일이 늘어놓지 못하는 처지 역시 최장수가 우리 시대의 가장들과 같은 점이다. 그래봤자 이해는커녕, 괜한 불..
와 이데올로기‘서울 1945’는 현재 이데올로기와 전쟁 중이다. 가까운 근대사를 드라마화 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많은 논쟁거리를 낳는다. 예를 들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삼성, 현대가를 다룬 ‘영웅시대’의 조기종영이 그랬다. 이것은 그 때의 역사가 지금 현재까지 바로 영향을 끼치는 근거리에 있어 외압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웅시대’의 극본을 쓴 이환경씨가 다시는 근대사를 드라마로 쓰지 않겠다고 한 것은 바로 그런 어려움을 말해주는 대목이다.‘서울 1945’의 경우에도 상황은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일제시대의 이야기에서는 잠잠하던 것이 해방 후부터는 시끄러워졌다. 이른바 친일파에 대한 문제와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 등이 불거져 나온 것이다. 이 논쟁에서 우리는 다시 해묵은 ‘좌익과 우익..
과 탈역사월드컵의 집중포화 속에서도 유일하게 살아남은 드라마가 있었다. 바로 ‘주몽’이다. 월드컵으로 인해 결방되는 ‘주몽’을 틀어달라는 시청자들의 요청은 그 인기를 실감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월드컵이 끝난 현재, 주몽의 시청률은 마의 고지, 40%를 넘는다.‘주몽’과 함께 뜬 단어는 바로 ‘퓨전 사극’이다. 역사적인 사실에 바탕을 두지만 극중의 대부분 인물과 설정은 작가의 상상에 의거한다는 점에서 ‘주몽’은 시작과 함께 역사왜곡의 논란에 휘말려야 했다. ‘주몽’의 인기와 더불어 불거져 나온 역사왜곡이라는 논란은 마치 드라마 ‘주몽’이 민족주의를 표방한 작품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그런데 드라마 초반부에 ‘주몽’에 댔던 역사적인 잣대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드라마가 시작되기 이전, 홍보 마케팅의 일환..
월드컵이 우리에게 남긴 것월드컵이 끝났다. 16강 진출은 좌절됐지만 어웨이 경기에서 첫 승리를 거둔 토고전과 프랑스와 무승부는 명승부 중의 명승부였다. 그 주역은 두말 할 것 없이 아드보카트 감독을 위시한 태극전사들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번 명승부에는 또 하나의 주역을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바로 월드컵 관련 방송들이다. 애매한 판정까지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방송기술, 방송사마다 다른 해설의 묘미, 뉴스가 밀려날 정도로 구성된 월드컵 뉴스, 다채로운 경기분석과 예상을 해준 월드컵 리뷰 방송, 심지어 월드컵과 함께 한 오락 프로그램까지 월드컵을 풍성하게 만든 주역들이었다. 그리고 그 월드컵 관련 방송들의 치열한 경합 속에 방송사들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 두 마리 토끼의 이름은 ..
리메이크 블록버스터들미국엔 디즈니랜드가 있고 우리나라엔 에버랜드가 있으며 우리 동네엔 H랜드가 있다. 디즈니랜드는 못 가봐서 모르겠지만 롤러코스터의 천국이라고 한다. 찾는 이들도 전 세계적이다. 가끔 가보는 에버랜드는 그럭저럭 롤러코스터들이 구비되어 있지만 한국식으로 즐겨야 한다. 1시간 기다려서 5분 타는 재미.하지만 우리 동네 하니랜드는 다르다. 놀이기구라고 있는 것이 고작 오래된 회전목마, 시속 5킬로 이하인 궤도열차, 지상 2미터 높이로 뛰면 손이 닿을 정도로 낮은 모노레일, 소박한(?) 바이킹, 범퍼카 등이 전부다. 사람들이 별로 없으니 기다릴 필요 없고 아저씨한테 잘만 얘기하면 한 번 더 태워주기도 한다. 재미는 없지만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공원으로는 참으로 원칙적인 느낌이다. 이런 상태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