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분류 전체보기 (6009)
주간 정덕현
이왕주의 '쾌락의 옹호' 1> “흙으로 되기도 전에 벌써 흙처럼 살아서는 안 된다. 살아 있는 동안은 ‘살 가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성경은 “너의 젊은 날을 기뻐하라”고 한다. 소크라테스는 더 나아가서 “살아있는 모든 날을 기뻐하라”고 충고한다.”=> 욕망 없는 담담한 삶을 살라하지만 그것은 벌어지지도 않은 미래를 현재로 끌어들여 결국은 현재의 욕망을 무화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실재하지 않는 욕망이 삶의 에너지라면 이것은 어찌 보면 삶을 포기하게 만드는 일이다. TV 속에 넘쳐나는 욕망은 그 자체가 의미 없는 것이 아니다. 의미 없는 욕망이 의미 없는 것이며, 그 욕망을 포식하기만 할 뿐 음미하지는 않기에 의미가 없는 것이다.
개그 삼국지 정착이 가져온 개그맨의 어려움 ‘개그 콘서트’의 간판 프로그램, ‘마빡이’는 그 설정이 단순하다. 그저 몇몇 개그맨들이 차례로 무대에 나와 이마를 치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다. 특별한 스토리도 없다. 있는 스토리라고는 고작 ‘그 이마를 치는 동작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가’에 대한 항변 정도다. 하지만 이 단순함이 가진 웃음의 파괴력은 크다. 그 공감의 기저에는 복잡다단한 우리네 삶에 대한 어려움을 단순화시키는 명쾌함이 자리잡고 있으며, 자학적 동작이 가진 우스꽝스런 모습을 통해 자신이 겪고 있던 힘겨움을 웃음으로 털어 버리게 하는 힘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러한 현실에 공감을 느낄 이들이 있다. 바로 개그맨 자신들이다. 정착 단계에 들어간 공개 개그 프로그램 ‘개그콘서트’로 촉발된 ..
드라마 '주몽'의 연장 논란에 대하여 50%대 최고의 시청률을 바라보고 있는 MBC 창사특집드라마, ‘주몽’이 방송연장을 놓고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MBC측은 일찌감치 연장발표를 해놓고 제작진들과 출연진들을 설득하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 최완규 작가의 연장불가 발언이 불거져 나왔고 정형수 작가 단독체제로의 결론이 도출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주몽 역을 맡은 송일국이 거부의사를 들고 나왔다. 뉴스에 의하면 MBC 부사장이 송일국을 직접 만나 설득하고 있는 중이라 한다. 이번 상황은 MBC측의 성급한 결정과 발표에 먼저 그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잘 되는 드라마의 연장방영에 쉽게 동조를 얻을 수 있으리라 판단한 MBC측은 만만찮은 저항에 직면한 셈이다. 연장방영의 가장 큰 피해..
‘누나’, ‘환상의 커플’, ‘눈의 여왕’의 여성들 요즘 드라마를 보면 여성 캐릭터들의 변신이 눈에 띈다. 그 중 주목을 받는 캐릭터는 이른바 ‘싸가지 귀족녀’들이다. 도대체 돈 걱정이라고는 해본 적도 없는 이들은 온갖 명품들을 마치 아바타 놀이하듯 줄줄이 입고 나와, 돈 자랑을 해댄다. 게다가 그녀들은 주변인물들을 하인 다루듯 하며 뭐든 문제가 생기면 돈으로 해결하려는 싸가지를 보인다. 재미있는 건 이 현실에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분노마저 일으킬 캐릭터들이 TV속으로 들어오면 사랑을 받는다는 것이다. 나도 그들을 꿈꾼다 MBC 주말연속극 ‘누나’의 승주(송윤아 분)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전형적인 귀족의 삶을 살았다. 온갖 명품들로 치장된 옷을 입고 리조트 사업을 하는 아버지와 함께 공식..
연애시대에 이은 또 다른 사랑의 해석, ‘썸데이’ ‘연애시대’로 명품 드라마 시대를 연 옐로우 필름의 ‘썸데이’는 다시 ‘사랑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들고 시청자를 찾았다. 어찌 보면 이것은 흔하디 흔한 질문, 수많은 드라마에서 다루었던 주제가 아니던가. 만일 그래서 “또 사랑타령인가”하고 넌덜머리를 치는 사람이라면 이 드라마를 볼 자격이 있다. ‘썸데이’는 자극적이고 관습화된 사랑 이야기로 가득한 드라마들의 먹구름 속에 한 조각 떨어지는 햇살과 같은 드라마다. 사랑 따윈 없어! - 야마구치 하나 드라마는 시작부터 ‘사랑 따윈 없다!’는 화두를 던진다. 사랑은 호르몬의 장난이며 모든 이에게 상처와 배반감만을 안겨준다는 야마구치 하나(배두나 분). ‘멜로의 해부학자’란 별명이 말해주듯 그녀의 사랑에 대한 ..
악마와 프라다 사이에 선 현대여성들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은 뉴욕 자체도 하나의 볼거리가 된다. 그것은 뉴욕이 월스트리트로 상징되는 세계 경제의 중심이면서, 또한 뉴요커로 대변되는 패션과 문화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중심이 주는 화려함과 귀족적인 분위기의 기저에는 그것에 대한 욕망이 자리한다. 우리는 그런 삶을 욕망한다. 엄청난 고가에 사치일 뿐이라고 욕을 한다 해도 누구나 프라다를 입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사실 프라다를 입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걸 얻기 위해서는 치러야할 대가가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소중한 다른 가치들을 버려야 한다. 그것은 악마와의 거래다. 이것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주인공 앤드리아가 처한 입장이자 커리어 우먼으로서 살아가는 우리네..
여우들은 그래도 마음가는 사랑을 한다 ‘여우야 뭐하니’는 고현정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과 함께 음지에 머물던 성을 드라마라는 장으로 끌어냈다는 데서 시작부터 호평과 비판이 잇따랐다. 그래서인지 이 드라마를 우리는 요즘 세대의 성 담론을 담은 드라마 정도로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이제 드라마 종영에 와서 생각해보면 성 담론은 하나의 소재였을 뿐,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는 엉뚱한 곳에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것은 요즘 30대 여성들의 일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33세 여성들의 고민 ‘여자 서른, 자신있게 사랑하고 당당하게 결혼하라’의 저자이자, ‘노처녀 통신’ 운영자인 최재경씨는 현재 한국의 여성들은 노처녀의 연령대를 대체로 33세로 본다고 한다. 여성들이 결혼보다는 사회생활을 통한 자아성취에..
여성적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황진이 과거에 흔히 카리스마를 말하면 우리는 남성을 떠올리곤 했다. 그런데 이제 그건 편견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KBS 드라마 ‘황진이’가 보여주는 카리스마가 그 어떤 남성들의 그것보다 더 강렬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칼만 든다고 카리스마가 생기는 건 아니다 ‘황진이’는 전개상 세 단계의 변신을 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것은 첫째, 첫사랑과 그 실패를 겪는 황진이, 둘째 그로 인해 세상에 독을 품는 황진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독이 세월에 녹아 한 커다란 인간으로 거듭나는 황진이가 그것이다. 지금 두 번째 단계를 지나고 있는 황진이에게서 그 카리스마가 물씬 풍겨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단계적인 변화의 원인으로 볼 때, 그녀가 뿜어내는 카리스마의 원천은 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