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남 작가 컴백 성패가 보여줄 것들

 

최근 한 매체는 문영남 작가가 SBS 주말드라마 <그래 그런거야>의 후속으로 돌아온다고 밝혔다. 사실 지난해 SBSKBS 양사에 편성이 불발됐다는 소식에 대중들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항상 막장 논란이 야기되곤 하지만 그래도 한 때는 시청률 보증수표로 불리던 스타 작가 아닌가. 문영남 작가는 <소문난 칠공주>, <조강지처클럽>, <수상한 삼형제> 등으로 항상 뜨거운 반응을 얻어냈던 작가다.

 

'KBS연기대상(사진출처:KBS)'

그래서인지 그녀의 지난해 편성 불발 소식은 이제 지상파 드라마들이 시청률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평판이 중요해졌다는 걸 실감하게 했다. 사실 문영남 작가의 작품이 막장인지 아닌지는 판단하기가 애매하다. 특정한 자기만의 고유영역과 드라마 작법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을 준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다. 그녀의 작품이 노이즈가 항상 있음에도 어느 정도의 시청률을 가져가는 건 그래서다. 다만 중요한 건 문영남 작가만의 드라마 문법이라는 것이 지금의 시청자들에게 여전히 유효한가 하는 점이다.

 

최근 SBS 주말드라마로 방영되고 있는 김수현 작가의 <그래 그런거야>는 사실 완성도에 문제가 없는 작품이다. 초반부 어르신들의 이야기가 너무 많아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중반을 넘어오면서 젊은 청춘들의 이야기까지 골고루 배치되어 있다. 하지만 제 아무리 김수현 작가라고 해도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10% 미만에 머물러 있다. 이건 무엇을 말하는 걸까.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문법 역시 지금의 시청자들에게는 어딘지 식상해져 있다는 뜻일 게다.

 

사실 SBSMBC에 빼앗긴 주말 드라마 헤게모니를 되찾기 위해 상당히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미세스캅2> 같은 장르물을 시도해보기도 했고 김수현 작가 같은 주말극에서 항상 힘을 발휘했던 작가의 작품을 편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미세스캅2>의 시도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작품 자체가 어정쩡한 장르물에 머물러 있어 그다지 큰 효과를 얻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과연 문영남 작가는 통할 것인가. 중견작가인 그녀가 지금에 와서 새로운 문법을 시도할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래서 가족드라마일 것이고, 구성원들 중에는 분명 암 유발캐릭터가 반드시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갈등들이 첨예해질 것이고 그러면서 어떤 화해 과정에 도달하는 전형적인 문법을 따르지 않을까. 하지만 이런 문법이 요즘처럼 장르물의 완성도에 더 몰입하는 시청자들의 취향을 저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수현 작가의 작품은 여전히 그 문법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빠져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제 그녀의 작품 역시 대중적인 취향이라기보다는 소수의 취향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양상이다. 문영남 작가의 작품 형식이 특별히 다르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녀의 작품 스타일을 좋아하는 이들이 여전히 있겠지만 그것이 여전히 대중적인지는 이번 편성될 작품이 판가름낼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어디서 어떤 시간대에 들어오든 문영남 작가의 작품의 성패는 현재 지상파 드라마의 흐름에서 상당히 중요하게 다가온다. 그 성패가 김수현을 위시해 임성한, 문영남 같은 한때를 풍미했던 중견작가들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나고 대신 최근 떠오르고 있는 박지은, 김은희, 김은숙 같은 새로운 작가들로의 세대교체를 얘기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할 수도 있겠지만.

사건-부인-불신’, 이어지는 연예계 음모론

 

최근 들어 하루가 멀다 하고 연예계 사건 사고가 쏟아져 나온다. 방송인 이창명은 음주운전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고, 조영남은 대작 논란 때문에 검찰이 나섰다. 유상무는 갑자기 불거진 성폭행 의혹으로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세 사건은 성격이 다르다. 하지만 공통점들도 있다. 그것은 사건이 벌어졌는데도 그 진실은 오리무중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된 건 당사자들이 사건의 정황을 모두가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출처:JTBC

이창명은 많은 정황들이 음주운전을 한 건 아니냐는 추정을 불러일으켰는데 자신은 절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차량 사고 후 사후처리를 하지 않고 자리를 비운 점이나, 연락이 두절된 게 배터리가 나가서라고 했지만 중간에 전화를 했던 증거나 나온 점, 그리고 마침 그날 지인들과 식사자리가 있었다는 점 등이 그 정황이다. 하지만 구체적이고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는 점은 여전히 이 사건의 진위를 명쾌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조영남의 대작 논란은 일단 작업을 의뢰한 점은 인정했으나 실질적인 작업은 자신이 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역시 그 진위파악이 어렵다. 조영남의 전시 큐레이터이자 오랜 지인인 신정아가 나서 조영남의 작품이 맞다고 말하고 있지만 대중들 입장에서는 그녀의 말을 더욱 믿지 못하는 상황이다. 결국 검찰 조사의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

 

갑자기 터져 나온 유상무의 성폭행 의혹은 A씨의 신고에 의해 불거졌지만 어찌된 일인지 몇 시간 만에 취소와 고소를 반복하면서 사안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유상무측은 그녀가 여자친구이며 술을 마신 후 생긴 해프닝이라고 주장했지만 A씨 측은 몇 번 만난 사이로 여자친구라는 주장을 부인했다. 결국 이 사안도 경찰 조사 결과에 따라 그 진상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사안의 또 다른 공통점은 이들이 정황을 부인해 그 진위 파악이 되지 않고 있지만 그 부인을 대중들은 믿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창명의 해명은 앞뒤 정황이 상식적이지 않고 애초에 했던 이야기가 자꾸 바뀌기 때문에 그 신뢰를 잃었다. 조영남은 평소 기행을 하는 모습에 대한 반감이 그의 말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만들어내고 있다. 유상무는 자신을 포함한 옹달샘 멤버들이 그간 해왔던 사회적 논란들이 그의 말에 대한 신뢰를 깎아내리고 있다.

 

이들은 모두 자신들이 참여하고 있는 방송 프로그램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쳤다. 이창명은 그간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어 있던 KBS <출발드림팀>에서 하차했고, 조영남은 최유라와 함께 해오던 MBC <지금은 라디오시대>에 당분간 합류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유상무는 현재 출연하고 있는 tvN <렛츠고 시간탐험대>도 문제지만 앞으로 출연예정인 KBS 신규 예능인 <외개인>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들의 사건들이 특이한 건 경찰과 검찰이 너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인상을 준다는 점이다. 물론 사건이 벌어졌으니 철저히 조사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조영남의 대작 의혹 논란이 미술계의 사안에서 일찌감치 검찰 조사 사안으로 바뀐 건 이례적인 느낌이다. 또한 이창명의 경우, 물론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생겨난 일이겠지만 위드마크 공식으로 계산해 혈중 알코올농도 0.16%로 추정된다고 밝힌 점도 특이하게 다가온다.

 

사건이 벌어졌지만 그 정황을 부인하고 대중들은 그걸 믿지 않으며 한편으로는 너무 능동적으로 보이는 경찰과 검찰의 조사가 이어지는 그 과정이 언론을 통해 하루에도 몇 차례씩 쏟아져 나왔다. 그러다 보니 또 몽실몽실 피어나는 게 음모론이다. 사실 이렇게 연예계가 각종 사건사고로 얼룩져 시끌시끌해지기 전까지만 해도 어버이 연합에 쏟아진 갖가지 의혹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하지만 지금 현재 연예계 이슈들로 덮이면서 어버이 연합이야기는 흐지부지해지고 있다. 이러니 음모론이 생길 밖에. 각각 다른 사안들이지만 그래서 이들 사안은 어째 비슷해 보이는 면이 있다.

달라진 대중들, 해외 반응이 아직도 중요한가

 

“<아바타> 못지않은 작품 만들 겁니다.” “<아바타><트랜스포머> 정도의 기술력을 갖추지 않는다면 애초에 <디워2>를 만들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겁니다.” 중국 화인그로벌영사그룹에서 5억 위안(9백억 원)의 투자를 받아 제작하고 있는 <디워2>에 대해 심형래 감독은 이렇게 포부를 밝혔다.

 

사진출처:<디워2> 제작사

사실 모두가 심형래 감독은 끝났다고 생각하던 차에 중국으로부터 들려온 9백 억 투자 소식은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그래서일까. 그간 언론에 별로 얼굴을 내밀지 않던 심형래 감독이 요즘 자주 인터뷰 지면을 채우고 있다. 그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한 마디로 굉장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대중들은 반신반의하는 입장을 보인다.

 

국내에서 <디워>가 개봉됐을 때 일어났던 애국 마케팅 논란은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으로 상승효과를 거둬 이 영화가 흥행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들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심형래 감독의 파산 소식이 들려오면서 <디워>에 대한 반응은 시큰둥해졌다. 그래서일 것이다. 작품이 나오기도 전에 <디워2>에 대한 심형래 감독의 말들이 잘 믿기지 않는 것은.

 

국내의 시큰둥해진 반응에 해외의 투자 유치 같은 우리와는 상반된 반응을 꺼내 <디워2>를 홍보하는 건 어디선가 많이 봐왔던 영화 마케팅이다. 그간 그토록 많았던 영화제 반응과 해외 반응 같은 소식들은 사실은 국내 시장을 위한 마케팅방식의 하나였다. 그리고 실제로도 이런 방식은 꽤 괜찮은 효과를 가져 오기도 했었다. 하지만 과연 이런 방식이 지금도 유효한 걸까.

 

최근 칸느 국제영화제에서 연일 타전되어 들어오는 이야기는 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에 대한 해외 반응이다. 시사회가 열린 후 문제작이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극과 극이라는 반응을 내세워 논쟁적인 영화로서의 이미지도 갖게 됐다. 게다가 마켓에서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뜨거운 구입 문의가 이어진다는 기사도 나왔다.

 

이것이 실제 상황이라면 <아가씨>로서는 좋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서 이런 식의 홍보마케팅 방식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다. 이러한 해외 반응에 더 이상 국내의 대중들이 혹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식의 홍보마케팅이 궁금증을 유발할 수는 있겠지만 이제 영화의 성공여부는 작품의 성취에 의한 실제적인 입소문이 절대적이다.

 

아직 <디워2>는 제작도 되지 않았고 <아가씨>는 국내에서 관객들이 만나보지도 못했다. 그러니 그 기대감을 자아내는 해외 투자나 반응을 먼저 끄집어내는 지도 모른다. 투자를 얼마 받았건 해외 반응이 어떻건 작품에 대한 평가는 결국 작품 고유의 완성도나 대중성에 의해 냉정하게 이뤄질 것이다. 온전히 작품을 저마다의 취향으로 감상하는 시대에 마치 모든 걸 다 이룬 것처럼 보이는 영화 측의 설레발이 얼마나 효과적일까.

 

항간에는 아직도 해외 반응이 그리 중요한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지금의 관객들은 확실히 달라져 있다.

<대박>의 전광렬, <옥중화>의 전광렬

 

전광렬은 아마도 요즘 가장 바쁜 연기자가 아닐까.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에 두 편의 사극에 출연하고 있다. SBS 월화사극 <대박>MBC 주말사극 <옥중화>가 그 작품들이다. 겹치기 출연이 만들어내는 혼동은 이런 선택이 과연 괜찮은 것인가를 묻게 하지만 사실 그것보다 더 흥미로운 건 두 사극이 전광렬을 활용하는 방식이 너무나 다르다는 점이다.

 

'대박(사진출처:SBS)'

전광렬이 이렇게 무리해서까지 동시에 두 작품을 소화하는 까닭은 이 작품의 작가나 PD와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다. 전광렬은 <대박>의 권순규 작가가 쓴 <무사 백동수>, <불의 여신 정이>에 모두 출연했다. 물론 <옥중화>를 만들고 있는 이병훈 감독과 최완규 작가와는 꽤 많은 작품들을 해왔다. 최완규 작가의 데뷔작인 <종합병원>에서부터 최근 <빛과 그림자>까지 전광렬은 출연해왔고 <허준>처럼 이병훈-최완규 콤비가 해낸 사극에도 출연했었다.

 

전광렬의 연기자로서의 색깔은 독특하다. 물론 젊은 시절에 그는 연기도 출중했지만 훈남의 외모로도 어필하던 스타였다. 그래서 주연이 당연했지만 차츰 나이가 들어 중견의 자리에 오면서 존재감 강한 조연의 역할을 맡아왔다. 그런데 흥미로운 전광렬은 조연 자리에 있으면서도 주연 못지 않은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는 것이다. <빛과 그림자>에서 그는 악역이었지만 장철환을 미친 존재감으로 만들며 주역인 안재욱을 압도하기도 했다. <왕과 나>에서도 주인공인 김처선(오만석)보다 내시부 수장인 조치겸(전광렬)이 주목받는 아이러니를 만들기도 했다.

 

물론 조연이 주연보다 주목받는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시각은 양갈래로 갈라진다. 요즘처럼 주조연의 구분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진 시대에 그건 미친 존재감으로 칭찬받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드라마가 균형 있게 흘러가는데 있어서 걸림돌이 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대박>에서 전광렬이 연기하는 이인좌라는 인물은 역사 속에 이인좌의 난으로 유명한 실존인물이다. <대박>은 전면에 대길(장근석)과 연잉군(여진구)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인좌와 숙종(최민수)의 대결구도가 더 팽팽한 사극이 되었다. 대길과 연잉군이 연합하고 그들이 형제인 사실을 알게 되는 등 출생의 비밀에 얽힌 이야기들이 등장하지만 이 모든 걸 조종하는 이들은 다름 아닌 이인좌와 숙종이다.

 

문제는 이인좌라는 인물의 존재감이 거의 한 나라의 왕인 숙종과 대결할 정도로 크게 그려진다는 점이다. 물론 <대박>이라는 사극이 허구를 덧대 만들어낸 대결구도라고 하지만 이런 정도의 상상력을 지금의 시청자들이 납득하기는 쉽지 않다. 이인좌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대길과 연잉군이 주변으로 밀려나는 듯한 느낌은 <대박>이 가진 최대 약점이 되었다. 좀더 명쾌한 주인공들의 활약상이 그려지기보다는 이미 이인좌의 손에서 그려진 대로 흘러가는 듯한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반면 <옥중화>에서 전광렬이 연기하는 박태수라는 무술고수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전옥서의 비밀감옥에 오랜 세월 갇혀 있으면서 주인공인 옥녀(진세연)에게 무술을 가르쳐주는 인물이다. 역사에는 등장하지 않는 가상인물이지만 사극의 이야기와 잘 어우러져 있다. 무엇보다 이 인물은 확실한 자기 존재감을 가지면서도 그것을 온전히 옥녀라는 캐릭터에 힘을 보태주는 역할이기도 하다. <옥중화>가 활용하고 있는 전광렬의 연기는 과하지 않고 적절하다. 이런 점들은 아마도 이 사극이 훨씬 안정된 느낌을 주는 이유일 것이다.

 

전광렬이라는 배우를 활용하는 방식은 <대박><옥중화>가 사뭇 다르다. 그것은 아마도 작가들이 쓰고 있는 이인좌라는 캐릭터와 박태수라는 캐릭터의 무게감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캐릭터 활용이 주인공을 그림자로 덮어버리기도 하지만 동시에 빛나게도 하는 건 너무나 큰 결과의 차이가 아닐까. 공교롭게도 사극이라는 장르에 겹쳐져 출연하고 있는 전광렬이라는 배우의 활용법은 그래서 주조연이라는 역할에 대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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