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파일럿, 어떤 프로그램이 가능성이 있을까

 

설 연휴는 끝났지만 파일럿 프로그램들이 남았다? 방송사들은 이제 설 연휴 기간 동안 방영되었던 파일럿 프로그램들 사이에서 어떤 것들이 정규 가능성이 있는가를 두고 고민에 빠지게 되는 시간을 맞았다. 이제 명절 연휴는 파일럿 프로그램들의 각축장이 된 지 오래. 올 설 연휴에는 특히 가능성 있는 몇몇 시도들이 눈에 띄었다. SBS<아빠를 부탁해>, <썸남썸녀>, MBC<복면가왕>, <마이 리틀 텔레비전>, KBS<왕좌의 게임>, <스타는 투잡중>이 그것이다.

 

'아빠를 부탁해(사진출처:SBS)'

먼저 이 중 가장 두드러진 프로그램은 단연 <아빠를 부탁해><복면가왕>이다. 명절이라는 특수한 시간대이기 때문에 더욱 그랬을 수 있지만 이 두 프로그램은 첫 방송에도 높은 시청률을 보였다. 특히 <아빠를 부탁해>는 첫 방송에 무려 13.5%의 시청률을 기록해 정규가능성을 거의 확정하고 다만 편성의 문제만을 남긴 프로그램이 되었다.

 

<아빠를 부탁해>50대 아빠들의 일상과 가족 간의 관계를 돌아본다는 점에서 기존 관찰 예능 프로그램과는 차별화된 신선함을 보였다. 육아예능이 봇물을 이룬 현재 어른 예능의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지금껏 주목하지 않았던 50대 아빠라는 존재에 대한 공감대가 프로그램의 가장 큰 파괴력으로 작용했다.

 

<복면가왕>은 마치 영화 <복면달호>를 예능화한 것 같은 독특한 오디션 프로그램의 새 장을 열었다는 호평을 얻어냈다.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 만들어내는 선입견을 지워버리고 대신 노래의 진정성을 추구한다는 점이 이 프로그램이 대중들에게 다가간 이유다. 다만 명절 특집 프로그램에 좀 더 어울리는 포맷이라는 점이다. 정규화를 위해서는 좀 더 레귤러한 포맷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썸남썸녀>40대를 전후해 결혼 적령기에 도달한 남녀 연예인들의 연애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관찰카메라 형식의 이 프로그램은 마치 <>의 연예인 버전처럼 보이면서도 동시에 연예인들이 주는 판타지와 안정감을 준다는 점에서 정규 가능성을 높였다. 다만 시청률이 조금 낮게 나왔다는 것이 한계라면 한계일 것이다. 이것은 이른바 짝짓기 프로그램이라는 전통적인 소재가 부여하는 선입견 때문이다. 이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묘안이 있다면 충분히 정규화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참신한 시도다. 인터넷 개인 방송과 지상파의 연결은 그 자체만으로 요즘 같은 SNS 시대에 앞서가는 느낌을 제공한다. 중요한 것은 이 프로그램이 인터넷 개인 방송이 갖는 묘미를 살려내면서도 이것을 지상파에 걸맞는 형식으로 끌어안았다는 점이다. 개인방송들 간의 시청률 대결은 향후에는 어쩌면 시청자들의 직접적인 참여로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의 확장 가능성을 엿보게 만든다. 심야시간에도 6%의 시청률을 냈다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반면 KBS의 파일럿 프로그램들은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았다. <왕좌의 게임>은 애초 <슈퍼맨이 돌아왔다>팀과 <12>팀의 대결이라는 형식에 관심을 모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주요 출연자들이 대거 빠진 상황에서 만들어진 특유의 명절 스튜디오 게임 프로그램에 머물렀다. <스타는 투잡중>은 스타가 자신의 남다른 재능을 타인들과 나눈다는 시도 자체는 좋았지만 만듦새에 있어서 너무 구태의연한 느낌을 주었다. 만일 스튜디오물이 아니라 관찰카메라 형식으로 담아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프로그램이다.

 

그나마 이번 명절에는 가능성이 있는 파일럿 프로그램들이 꽤 나온 편이다. 하지만 명절에 호평을 받았다고 정규 프로그램으로 들어와서도 반드시 성공할 수는 없다. 만일 명절에 가능성을 보여 정규 프로그램화 된다면 거기에 걸 맞는 구성에 대한 고민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강호동보다 최대리, <투명인간>의 가능성

 

대중들은 특히 강호동에게 인색하다. 한 때 국민 예능이라고도 불렸던 <12>로 무려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던 그 기억이 여전히 그에게는 꼬리표처럼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새로운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첫 회 4%를 기록한 강호동의 <투명인간>은 낯설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성급한 이들은 강호동이 출연한 프로그램의 낮은 시청률을 그대로 실패로 단정하곤 한다.

 

'투명인간(사진출처:KBS)'

이것이 강호동의 딜레마다. 다른 출연자가 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첫 회에 4%를 기록하면 요즘 같은 지상파 상황에서는 가능성을 보였다고 평가될 수 있지만 강호동은 다르다. 이것은 그와 쌍두마차를 이뤄 한 시대를 구가해온 유재석도 마찬가지다. 한때 최고의 시청률로 기억되던 그들을 시청자들은 좀체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한때 이들을 섭외하려고 줄을 섰던 방송가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물론 여전히 이들에 대한 매력은 분명하지만 또한 부담감도 그만큼 크다는 걸 일선의 제작진들이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명인간>은 올해 강호동이 새롭게 시작한 프로그램으로서 주목됐다. 하지만 첫 회에 4%, 2회에 3.5%(닐슨 코리아)로 떨어지면서 벌써부터 실패를 단정하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그렇지만 프로그램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첫 회와는 조금 달라진 2회의 변화를 통해서 이 프로그램이 가진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첫 회가 문제가 됐던 것은 웃음과 재미의 포인트가 약했다는 점이다. 웃음을 잃은 직장인들에게 웃음을 되찾아준다는 그 취지와 의도는 대중들이 공감할만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찾아간 회사에서 억지로 웃기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 보니 진짜 웃음의 포인트들이 별로 보이지 않게 된 것은 문제로 지목되었다. 웃음은 상당부분 리액션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웃지 않으려 작정한 직장인들을 웃긴다는 건 전문 예능인들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과제였다.

 

2회는 첫 회와 달리 그냥 무작정 웃기는 게 아니라 어떤 미션을 부여함으로써 약간의 준비를 시키는 모습을 보여줬다. 강호동에게 김우빈의 극중 대사를 하게 하고, 강남에게 노래를 통해 반응을 이끌어내게 하며 또 게스트로 출연한 이유리에게 국민 악역 연민정의 연기를 하게 하는 설정은 확실히 준비 없이 웃기는 맨땅의 헤딩식의 첫 회보다는 더 많은 웃음의 포인트를 찾게 만들었다.

 

중요한 것은 성공이냐 실패냐의 결과를 떠나서 그 과정 자체가 훨씬 나아졌다는 점이다. 웃기려는 투명인간과 웃음을 참으려는 직장인의 대결 그 자체를 통해 보는 이들이 웃을 수 있다면 성패는 사실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닐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가장 빛난 건 로션 최승진 대리가 하하와 정태호의 로션 공격을 막아내면서 준 큰 웃음이다.

 

소개에서부터 학창시절 부처라 불렸다는 최승진 대리는 삼둥이를 닮은 외모에 어딘지 초탈한 듯한 평정심을 보이는 모습으로 보는 이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다. 최대리의 얼굴부터 머리까지 로션으로 새로운 스타일을 만드는 하하와 정태호의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콩트 코미디를 구성하는 힘을 발휘한다. 여기서 웃음은 하하나 정태호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래 그 와중에도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쓰는 최대리에게서 나온다.

 

이것이 <투명인간>이 발견해낸 새로운 웃음의 포인트다. ‘부처 핸섬이 된 최대리의 모습은 <투명인간>의 방향성을 확실하게 만들어낸다. 우스운 상황에서 웃지 않는다는 것은 얼마나 웃긴 일인가. 그 사실을 묵묵히 버텨내는 직장인들을 통해 찾아낼 수 있다면 이 프로그램의 취지도 재미도 거기서 발견될 수 있을 것이다.

 

4%에서 3.5%로 떨어진 시청률의 수치가 모든 걸 말해주는 건 아니다. 또 지나친 강호동에 대한 의지는 강호동 본인에게도 또 프로그램에도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건 연예인과 직장인이 유리되는 것이 아니라 대결과정 속에서도 하나의 팀이 되어 웃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강호동보다 더 최대리가 <투명인간>의 가능성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런닝맨>, 딱지왕으로 새로운 전기 마련하나

 

SBS 주말 예능 <런닝맨>이 마련한 전국 딱지 대회는 사실 꽤 오래 전부터 기획된 아이템이다. <런닝맨> 제작진은 일반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아이템을 작년부터 고민해 왔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전국 딱지 대회다. 오랜 고민의 결실인 듯 <런닝맨>의 전국 딱지 대회는 딱지 하나로도 충분히 재밌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것은 나아가 이 게임 버라이어티의 새로운 전기이자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기도 했다.

 

'런닝맨(사진출처:SBS)'

<런닝맨>이 가진 가장 큰 고민은 아마도 이 재밌는 게임을 하는 당사자가 연예인들에 국한되고 있다는 것이었을 게다. 이것은 게임이 제아무리 기상천외하고 재밌다고 하더라도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느낌보다는 저들끼리 웃고 즐기는 느낌을 만들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런닝맨>이라는 게임 버라이어티가 가진 특성도 한 몫을 차지했다. 일반인과 함께 뛴다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또 그렇게 참여를 시킨다고 해도 누구와 함께 어떤 공간에서 할 것인가도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런닝맨> 전국 딱지 대회는 이런 고민에 대한 괜찮은 해답을 보여주었다. 무작위로 뽑은 전국의 일반인들이 아니라 그 대상을 대학과 대학생으로 좁힌 것은 프로그램의 집중도를 높여주었다. 이미 <캠퍼스 영상가요> 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그 가능성이 입증된 공간이 대학이다. 대학생들의 리액션과 끼, 에너지는 확실히 다르게 다가온다. 딱지를 치고는 넘어가지 않자, “시간을 거스르는 자!”를 반복적으로 외치며 계속 딱지를 쳐 하하를 포복절도하게 만든 대학생도 있었고, 마침 학원이 휴강이라 달려왔다는 유재석을 닮은(?) 입담 좋은 여학생도 있었다.

 

대학이라는 공간은 이들이 만들어내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프로그램에 담아낸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선택이었다. 게다가 우승자에게 장학금을 상금으로 줄 수 있다는 것도 프로그램의 취지를 살려주기에 충분했다. 취업 전쟁으로 지쳐 있는 그들에게 잠시 간의 숨 쉴 틈으로서의 놀이의 장을 마련해 준다는 것. 요즘처럼 경쟁에 내몰려 놀이와 멀어질 수밖에 없는 대학생들에게는 이 <런닝맨>이 마련한 전국 딱지 대회가 남다른 의미로 다가갔을 것이다.

 

이렇게 전국 대학에서 대표로 뽑힌 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여 마치 이종격투기 경기를 벌이듯 딱지 대회를 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 웃음을 주었다. 초대가수로 에이핑크가 나와 학생들이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자 유재석이 딱지치기가 이렇게 큰 규모로 진행될 줄 몰랐다고 한 말은 이 아이템이 가진 웃음의 가능성과 가치를 새삼 느끼게 한 것이었다. 그것은 이종격투기만큼 흥미진진하고 그 어떤 예능보다 큰 웃음을 준 딱지치기라는 단순한 놀이 하나가 가진 힘을 말해주는 것이다.

 

끝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딱지치기 대회의 우승은 결국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지석진 팀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이 딱지치기 대회라는 아이템은 부지불식간에 <런닝맨>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주었다. 그것은 저들끼리 노는 것보다 함께 놀 때 더 재미있다는 것이고, 우리가 우습게 봤던 딱지치기 같은 놀이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토록 재밌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경쟁사회에서 점점 멀어져가는 놀이문화를 그저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어우러지며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이 아이템은 큰 의미를 가진다.

 

이미 수년 간 달려온 길을 통해 <런닝맨>과 출연자들은 놀이의 고수들이 되었다. 이제는 그 노하우를 일반 대중들에게 나누어주고 함께 노는 방법을 알려 줘야할 때다. 우리 사회에 놀이가 필요한 곳은 대학 이외에도 끝없이 많을 것이다. 생업 때문에 일 년에 한 번 허리 펴고 놀까 말까한 농어촌의 어르신들도 좋고, 매주 월요일마다 월요병을 토로하는 직장인들도 좋으며, 아이들 가르치느라 본인은 놀 겨를이 없는 선생님이나, 군 복무에 여념이 없는 군인들도 좋을 것이다. 그 어디든 놀이가 필요한 곳이면 나타나 그들과 함께 즐거움의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슈퍼히어로, 놀이의 고수 <런닝맨>의 활약을 기대한다.

<K팝스타>, 이 오디션이 시즌제를 이겨내는 비법

 

세계적인 오디션 프로그램인 <아메리칸 아이돌>에서 톱9에까지 올라간 한희준이 부른 제임스 모리슨의 유 기브 섬띵(You give something)’에 대해 심사위원 유희열은 프로다운 무대였다. 그러나 지금 이 무대가 완성형이라면 성장하는 다른 참가자와 경쟁할 수 없다. 남다른 각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찌 보면 이미 프로 가수나 마찬가지다. 박진영은 그가 미국인들이 쉽게 알아볼 정도의 유명인사라고 했다.

 

'K팝스타3(사진출처:SBS)'

즉 한희준이 이미 실력자라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K팝스타>라는 오디션 무대는 어쩌면 그에게 불리할 지도 모른다. 유희열이 지적한 대로 이 오디션은 완성형을 뽑는 무대가 아니라 성장 과정을 보여주는데 더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적해서 고쳐질 부분이 없거나, 아니면 타고난 재능을 갖추지 못한 참가자에게는 오히려 불리한 오디션이 <K팝스타>. 한희준의 잘못된 발성방법이 노래를 올드하게 들리게 만든다는 박진영의 지적은 그래서 어떤 면으로는 한희준에게는 계속 이 오디션에 설 수 있는 작은 가능성이 된다.

 

<K팝스타>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는 참가자는 카자흐스탄에서 온 뚝뚜바예바 쌀따낫 같은 인물이다. 누가 들어도 기본기가 거의 안 되어 있는 이 참가자에게 혹평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 고칠 점이 많은 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갖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은 혹평을 호평으로 바꾸었다. 박진영은 음정, 발성이 너무 안 좋다. 그런데 정말 좋다. 첫 음정에 마음을 빼앗겼다고 그녀의 가능성에 애정을 보냈다.

 

<K팝스타>라는 오디션은 언제부턴가 기본기를 평가하기보다는 그 안에 숨겨진 보석 같은 천재성과 가능성을 발굴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정세운 같은 일상이 묻어나는 자작곡을 들고 온 참가자는 노래를 시작하기도 전에 박진영은 인사하는 목소리에서조차 심상찮은 가능성을 발견해낸다.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얘기하듯이 부르는 그의 자작곡 엄마 잠깐만요는 물론 대중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확실히 자기 색깔이 묻어나는 것만은 분명했다.

 

시즌1에서 어린 나이에 참가해 놀라운 춤 실력으로 예선을 통과했지만 결국 탈락했던 이채영이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빼앗은 것은 2년이라는 짧은 시간 사이에 보여준 놀라운 성장이었다. 그녀의 아킬레스건이었던 가창력은 신디 로퍼의 트루 컬러스(true colors)'를 통해 그 우려를 씻어냈고 한층 성장한 춤 실력은 양현석을 매료시켰다. 양현석은 이렇게 빠른 성장이 단지 노력만으로 되는 건 아니라는 걸 말하며 그녀가 가진 잠재성을 높이 평가했다.

 

<K팝스타>가 오디션 프로그램으로서의 가장 큰 차별점을 갖고 있었던 것은 참가자들의 재능을 백 분 발휘하게 만들어줄 체계적인 기획사 시스템이었다. 결국 훈련과 연습을 통해서 없는 기본기는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전제되자, 오디션에서 주목하게 된 것은 오로지 원석의 향후 발전성과 그 드라마틱한 성장과정이 되었다. 이것은 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재미가 참가자의 놀랄만한 성장을 바라보는 지점에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또한 이 성장 과정의 스토리는 오디션이 끝난 후 이 스토리의 주인공들이 곧바로 데뷔할 때의 아우라가 될 것이기도 하다.

 

물론 이러한 가능성을 발굴하는 <K팝스타>만의 오디션이 전제할 것은 도대체 그 가능성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어떻게 대중들에게 설득시키느냐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의 심사위원 역할은 더더욱 중요해진다. <K팝스타>의 심사위원은 단순히 현재의 상태를 심사하는 게 아니라 향후에 벌어질 일들을 예측하면서 참가자들을 바라봐야 한다. 또 어찌 보면 그저 평범해 보이는 참가자들 속에 숨겨진 재능을 대중들에게 설득시키기 위해 과한 멘트와 리액션도 필요해진다.

 

심사위원 박진영의 리액션은 늘 과하다는 지적을 받을 때가 많다. 시즌3의 첫 회에서도 심사 분위기를 전면에서 이끈 것은 결국 이 박진영의 리액션이었다. 그는 아직 꽃이 피지도 않은 여린 참가자들 앞에서 목소리의 가능성만을 듣고도 심지어 사랑에 빠진눈빛을 던지기도 했다. 생각해보라. 박진영처럼 오래도록 가수들을 발굴해온 아티스트가 이제 첫 걸음도 떼지 못한 아기 같은 참가자들에게 보내는 찬사를. 그 한 마디 한 마디나 리액션은 고스란히 그들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박진영의 과한 리액션은 그래서 <K팝스타>로서는 대중들을 이 특별한 오디션에 주목하게 만들고 설득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전제가 된다.

 

흥미로운 건 이번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유희열이라는 존재가 주는 심사의 균형감각이다. 과거에는 아무래도 기획사 3사를 대표하는 이들의 오디션이다 보니 어딘지 기획사 아이돌을 뽑는 듯한 기준들로 심사가 편향된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유희열이라는 중소기업(?)’의 대표가 함께 자리를 하면서 박진영, 양현석과의 대립구도를 통해 어떤 균형점이 세워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박진영의 과하게 느껴지는 심사에 유희열이 툭툭 농담식으로 비판을 가하는 장면은 그래서 대중들과의 묘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실로 오디션의 홍수 속에서 시즌을 거듭할수록 오디션이 식상해지게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K팝스타>가 여전히 그 중압감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이 오디션만이 가진 특징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결과치가 아닌 가능성에 더 점수를 주고, 연습을 통한 기량보다는 타고난 재능에 더 몰입하게 만드는 이 오디션은 그 가능성과 재능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그 의외성을 기대하게 만든다. 그리고 여기서 박진영의 심사방식은 <K팝스타>라는 오디션의 개성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물론 대중들에게 과하다 지적받을 때도 많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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