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바다>의 눈 먼 어른은 진실에 눈 뜰 수 있을까

 

과연 그는 진실을 마주할 용기를 낼 수 있을까. SBS <푸른바다의 전설>이 진실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었다. 사라진 아버지를 찾기 위해 몰래 집으로 들어가 아버지와 마주친 허준재(이민호)는 어두컴컴한 방에서 시력을 잃어가며 죽어가고 있는 아버지에게 소리쳤다. “도대체 여기서 뭘 보고 계신 거냐구요? 여기 더 있다간 아버지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구요.”

 

'푸른바다의 전설(사진출처:SBS)'

허준재의 이 외침은 어째 예사롭지가 않다. 점점 시력을 잃어가며 앞을 보지 못하는 그의 아버지 허일중(최정우)이란 캐릭터 역시 마찬가지다. 그저 심청전의 심봉사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캐릭터처럼 보였지만, 거기에는 또한 눈이 있어도 앞을 보지 못하는 어른들을 표상하는 의미가 담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허일중은 아들의 그런 이야기가 다 거짓말이고 사기 같다. “여긴 내 집이야. 내 집에서 내가 무슨 일을 당한다고 그래.” 자신이 있는 곳이 바로 집이기에 자신이 거기 감금되어 있다고는 상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허준재는 허일중의 비서 남부장(박지일)이 사고를 당한 것도 또 아버지가 이렇게 된 것도 모두 새 어머니 강서희(황신혜) 때문이라고 폭로한다.

 

하지만 허일중은 그걸 믿으려 하지 않는다. “니가 지금 여기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르겠지만 10년 만에 집에 들어와서 한다는 짓이 어머니를 모함하는 거냐?” 그것을 받아들이는 일은 허일중 자신의 과거 선택이 잘못됐다는 걸 인정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 아버지 선택은 잘못됐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다.” 그렇게 허준재는 얘기하지만 허일중은 그걸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다.

 

니가 뭔데 그걸 판단해. 내 선택이야. 내 인생이고. 잘못 되지 않았어. 난 행복했다. 겨우 시력이 조금 떨어지는 걸 가지고 내 선택이 내 인생이 실패했다고 말하고 싶은 거냐? 이 눈, 수술하면 다 나아져. 내 몸 상태가 나빠서 수술 못하고 있을 뿐이야. 수술만 하면은.” 그는 여전히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하고 심지어 자신의 인생이 행복했다고 말한다. 그것이 사실은 강서희에게 농단된 삶이었다는 걸 인정하지 못한다.

 

아버지는 눈앞에 있는 저만 못 보시는 게 아니네요. 아무것도 못 보시네요. 아버지 인생이 어디로 떨어지고 있는지 볼 생각조차 없으시네요.” 허준재의 이 말은 사실이다. 과거의 잘못된 선택을 인정하지 못하는 허일중은 진실을 모른다기보다는 진실을 바라볼 용기가 없는 것이다. 그것을 보고 인정하는 순간 자신이 살아왔던 삶이 무화되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애써 부정한다. “17년을 같이 산자신이 강서희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믿고 싶다.

 

어째서 이들의 대화는 드라마 속의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을까. 허일중이라는 눈 먼 어른의 캐릭터를 통해 담아내고 있는 이 이야기는 우리가 지금 처해 있는 일부 눈 먼 어른 세대들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 눈 앞에 이미 저들에 의해 농단된 현실을 마주하면서도 그것이 모두 거짓이라고 말하는 일부 눈 먼 어른들. 그들이 목소리를 높일 때마다 도대체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않고 생각했던 그들.

 

하지만 그렇게 진실을 바로 바라본다는 건 실로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푸른바다의 전설>은 에둘러 말해준다. 그 선택은 분명 잘못됐었지만 그걸 인정하는 건 자신의 삶을 부정하는 일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 역시 이미 알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걸 인정하지 않는 한 멀어가던 눈을 다시 뜰 수는 없다는 걸 말이다. 과연 <푸른바다의 전설>은 어떤 결말을 보여줄까. 그들은 다시 눈을 뜰 수 있을까. 흥미로워지는 대목이다

어른 같은 아이가 전하는 애들 같은 어른 세상

 

이 숟가락 무겁다. 무거워서 좋아요. 이모랑 살 때는 즉석밥 많이 먹었거든요. 설거지거리 안 생기게 일회용 숟가락으로. 밥을 거의 다 먹으면 숟가락으로 그릇 바닥을 긁게 되잖아요. 플라스틱 숟가락으로 플라스틱 바닥을 긁게 되면 너무 가벼워서 튕겨나가기도 하고 그냥 기분이 이상해져. 먹은 밥도 날아가 버릴 것 같고.”

 

'오 마이 금비(사진출처:KBS)'

이제 열 살짜리 아이 금비(허정은)가 이런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던져 놓는다. 이 아이는 곧 자신이 보육원에 가게 될 것이라는 걸 안다. 애써 아이를 보살피려 노력했지만 부모도 친족도 아닌 강희(박진희)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고작 마지막으로 따뜻한 밥 한 끼를 내주는 것뿐. 밥그릇을 숟가락으로 툭툭 치는 금비는 그 소리가 좋다고 말한다. “묵직하고 따뜻하기 때문이다. 강희는 아이에게 언제든 자신의 집으로 와도 된다며 아이가 돌아온다는 소식이 들리면 자신이 이 집에서 제일 무거운 그릇이랑 숟가락 꺼내놓고기다릴 거라고 얘기해준다.

 

이 아이에게 밥이란 그냥 밥이 아니다. 그건 아이가 응당 가져야할 안정감 같은 것이다. 그래서 플라스틱 숟가락과 플라스틱 밥그릇이 주는 그 가벼워 튕겨나갈 것 같은 느낌은 아이가 현재 처한 현실 그대로다. “먹은 밥도 날아가 버릴 것 같은그런 불안한 집, 혹은 가족. 아이는 그래서 무거운 그릇과 숟가락이 좋다고 말한다. 이렇게 어른스러울 수가 있나.

 

그 무거운 그릇과 숟가락을 챙겨줘야 할 어른들은 그러나 마치 애들 같이 철이 없다. 엄마라는 사람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생사가 묘연하고, 사실상 아이를 키워온 이모라 불리는 어른도 아이를 버렸다. 그리고 보내진 아빠 모휘철(오지호)은 사기꾼이다. 갑자기 나타난 아이가 그는 떼어내야 할 혹처럼 버거운 존재가 되어있다. 제 앞가림하기도 어려운 처지니.

 

그래서 아빠라는 자가 틈만 나면 아이를 보육원에 보내려고 하지만 그래도 자식이라 달려드는 차 앞에서 아이를 구하려 뛰어든다. <오 마이 금비>가 대놓고 금비라는 아이와 저 비정한 사기꾼들이 득시글대는 어른들의 세계를 대결시키고 있다면 모휘철이라는 아빠는 그 중간지대에 서 있는 인물일 게다. 아이가 무슨 힘이 있을까 싶지만 모휘철은 점점 이 아이에게 마음이 기운다.

 

대신 차에 치인 모휘철이 가까스로 깨어나자 금비는 아빠를 놓아주겠다고 말한다. “약속은 지켜야지. 아저씨 정신 잃고 있을 때 기도했어. 아저씨 살려주면 보육원 가도 좋다고. 그러니까 빨리 가. 들키면 나까지 창피하다고.” 아이를 챙겨야할 어른이 거꾸로 아이의 배려를 받는다. 그것도 스스로 보육원에 들어가겠다고.

 

앙다문 입술, 푹 숙여진 고개, 애써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웃는 얼굴은 어린 나이지만 어른의 그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참을 수 없는 눈물을 쏟아낼 때는 영락없는 아이일 수밖에 없다. KBS 수목드라마 <오 마이 금비>는 어찌 보면 지독할 정도로 잔인하다. 이 어린 아이 금비(허정은)를 이 비정한 어른들의 세상에 던져놓다니.

 

하지만 금비는 그 비정한 세상에서 어른들이 잃어가는 많은 것들을 그 존재 자체가 드러낸다. 아이는 어른을 오히려 걱정하고 배려하고 그를 위해 울어주며 심지어 떠나 주겠다고도 말한다. 악덕 채무업자로 모휘철을 쫓아다니는 차치수(이지훈)가 자신이 한 때 (아빠의) 친구였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말하자, 금비는 한번 친구면 친구지 아닌 건 뭐야?”라고 되묻는다. 그런 금비에게 차치수는 아빠가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되새긴다. “남도 속이고 자기도 속이고 나중에 자기가 속였다는 사실도 잊어버려. 남의 인생 망쳐놓고 지가 그런 짓 한 건 기억도 못하고... 그놈하고 있으면 너도 그렇게 돼. 그래도 괜찮아?” 하지만 금비는 절대 아빠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믿는다.

 

유일하게 금비를 챙기려는 강희는 자신의 아이를 잃었다. 그래서 유독 금비에 대한 마음이 애틋하다. 어째서 어른들은 아이를 잃고 나서야 비로소 세상의 아이들이 가장 소중한 존재였다는 걸 깨닫게 될까. <오 마이 금비>는 그래서 금비라는 아이를 세워두고 어른들을 혼내는 중이다. 이토록 맑고 순수한 영혼의 아이가 무거운 그릇에 무거운 숟가락으로 꾹꾹 눌러 밥 한 끼를 먹지 못하게 만들었는가를 질책한다. 하수상한 시국과 사건과 사고들 속에서 아이들을 잃은 기억이 있던 우리 어른들은 그래서 이 아이 앞에서 모두 유죄일 수밖에 없다

<가면>이 드러내는 세 가지 가면

 

변지숙(수애)은 서민의 딸이다. 아버지 때문에 사채 빚 독촉에 내몰려 있는 그녀는 어느 날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메피스토펠레스의 유혹을 겪게 된다. 자신의 도플갱어인 서은하의 삶을 가면을 쓴 채 살아가라는 것. 대가는 어마어마한 재산과 지위다. 그거라면 지긋지긋한 빚쟁이들로부터 자신은 물론이고 가족들도 편안하게 살 수 있다. 그런데 악마의 유혹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본래 변지숙이었던 자신의 존재를 지워버리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

 

'가면(사진출처:SBS)'

변지숙이 쓴 가면은 서민의 가면이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절망적으로 선택한 거짓의 삶이다. 이것은 어쩌면 이 땅에 살아가는 대부분의 샐러리맨들이 가진 가면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출근할 때 그들은 누구나 저 마다의 가면을 꺼내 쓰고 나간다. 눈물이 나는 상황에서도 웃고, 웃음이 터지는 상황에서도 무표정을 연기한다. 그래야 살아갈 수 있다. 변지숙의 가면과, 그 가면이 벗겨질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건 그 설정이 서민들의 상황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 변지숙이 서은하인 줄 알고 정략 결혼한 민우(주지훈) 역시 가면의 삶을 살고 있다. 쇼윈도 부부로서 기업 간 합병하듯 결혼을 선택한 그의 삶은 거짓이다. 게다가 그는 신경증을 앓고 있다. 언제 자신 속에 있는 괴물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어 그는 전전긍긍한다. 그는 뭐 하나 부러울 것 없는 상류층의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불행하다. 가면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민우의 가면은 상류층이라고 해도 쓰기 싫어지는 가면이다. 그 위치가 만들어내는 가면으로 심지어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씌워진다. 때로는 조작된 가면이기도 하다. 그를 전복시켜 부와 권력을 빼앗으려는 석훈(연정훈)이 정신과 주치의를 이용해 민우에게 씌운 가면은 정신병자의 그것이다. 이 사실을 알 리 없는 민우는 그래서 이런 가면이 덧씌워져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른다.

 

민우가 가면을 쓴 채 정략 결혼해 만난 변지숙을 통해 조금씩 자신의 가면을 벗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기막힌 아이러니다. 만일 변지숙이 아닌 진짜 서은하였다면 민우는 그런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서은하 가면을 썼어도 서민적 삶을 버리지 못하는 변지숙의 모습은 민우의 가면에 균열을 일으킨다. 정략결혼이 점점 사랑으로 바뀌는 과정은 그래서 두 사람 모두 가면을 조금씩 벗는 과정과 일치한다.

 

하지만 이들 사이에 끼어 있는 메피스토펠레스 석훈은 문제적인 인물이다. 그는 너무 많은 가면을 쓰고 있다. 가족들 사이에서는 유능한 사업가이자 평범한 가장처럼 보이지만 내심으로는 이 세계를 장악하려는 야심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야심을 채우기 위해 변지숙을 협박하고 이용하려 한다. 하지만 거기에는 가끔씩 비뚤어진 그의 사랑 내지 욕망이 엿보인다. 변지숙을 통해 과거 그가 사랑했던 서은하를 보는 까닭이다.

 

그래서 그가 변지숙과 민우 사이에 벌어지는 미묘한 기류를 바라보는 시선은 이중적이다. 그것은 자신의 야심을 채워주는 일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옛사랑을 떨궈내야 하는 안타까움이기도 하다. 석훈이 쓴 이 이중적인 가면은 야망과 개인적인 행복 사이에서 분열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상류사회에 이제 막 진입한 서민 야심가의 자화상이 담겨져 있다. 사랑과 야망 사이에서의 갈등.

 

SBS 드라마 <가면>의 관전 포인트는 그 복합적인 인물들 덕분에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압권은 이 세 인물을 등가의 위치에서 바라보는 관점이다. 수애도 주지훈도 연정훈도 그래서 이 드라마에서는 연기하는 연기를 보여준다. 그 캐릭터들이 이중적이기 때문이다. 가면이라는 설정을 통해 이 이중적으로 분열되어 있는 인물들이 서로 부딪치고 때론 분노하고 아파하며 때론 연민과 사랑을 느끼는 그 과정들은 그래서 더 흥미롭다. 그것은 숨겼던 가면들이 하나씩 벗겨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수애와 주지훈 그리고 연정훈은 마치 연기 대결을 벌이기라도 하는 듯 극중에서 팽팽하다. 어딘지 맹한 듯 보이지만 연민을 자아내게 하는 수애나, 진짜 신경증 환자처럼 날카로워 보이지만 때론 허당처럼 따뜻해지기도 하는 주지훈, 그리고 마치 악마에 영혼을 판 듯한 연기하는 자아를 보여주는 연정훈의 연기는 그래서 이 드라마가 흥미로워지는 가장 중요한 밑바탕이 되어준다. 그들의 연기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밌어지는 이유다.

 

<프로듀사>가 멜로를 풀어가는 신선한 방식

 

편집은 포기다. 좋은 것과 더 좋은 것 중 더 좋은 걸 선택해야 하니까. 둘 다 가질 순 없는 거다. 욕심 부리다가 둘 다 잃을 수 있다.” KBS <프로듀사>에서 준모(차태현)의 이 대사는 편집에 빗대어 예진(공효진)을 생각하는 그의 속내가 들어 있다. 술에 취해 얼떨결에 사랑고백을 해버린 예진에게 자신도 취해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기억의 자체편집이었던 것.

 

'프로듀사(사진출처:KBS)'

한편 예진 역시 준모가 그 날의 자신의 사랑고백을 기억하지 못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것은 그렇게 드러낸 속내에 준모가 거절할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거기에 대해 승찬(김수현)은 굳이 준모가 예진의 말을 기억하느냐 안하느냐는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했다. 만일 그 말이 진심이라면 상대방에게 전해져야 하는 것이고, 거짓이라면 상대방에게 전해졌어도 아무 상관없는 일이니까.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승찬 역시 자신의 속내를 숨기고 있었다. 그는 그날 예진에게 준모가 집에 가자고 하자 술에 취해 예진 선배가 좋아한다잖아요. 그러니까 둘만 보내기 싫어.”라고 에둘러 예진을 생각하는 그의 마음을 드러냈다. 결국 그 날의 술자리는 세 사람의 숨기고 있던 속마음이 모두 드러난 자리였다. 예진은 준모를 좋아하고 있었고, 준모는 우정 관계를 넘어서는 예진의 마음을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었으며, 승찬은 예진을 은근히 마음에 두고 있었다는 것.

 

어찌 보면 이것은 전형적인 멜로구도를 보여주는 것이지만 <프로듀사>가 편집과 기억의 문제를 가져와 이를 풀어내는 방식은 흥미롭다. 즉 방송 편집이 많은 촬영분들 속에서 어떤 건 살리고 어떤 죽이는 그 선별작업을 뜻하는 것처럼, 우리가 사랑하는 모습 역시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기억의 편집을 통해 왜곡된다는 것이다.

 

그들은 모두 그 날의 사실을 알고 있지만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거나 스스로 기억을 끊는다. 속내는 그게 아니지만 그걸 기억해냈을 때 상대방과의 관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편안한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던가 아니면 불안해도 진실된 속내를 드러내고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던가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

 

이 편집된 기억들은 그래서 앞으로 <프로듀사>가 나아갈 관계의 부딪침을 예고한다. 그것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단지 숨겨져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결국 어떤 사건의 촉발지점이 생겨나면 그렇게 숨겨 놓았던 편집된 감정은 밖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이들 세 사람의 관계에 덧붙여 신디(아이유)가 조금씩 승찬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는 사실은 향후 이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준다.

 

<프로듀사>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힘은 로맨틱 코미디에서 나온다. 즉 멜로구도가 팽팽해질수록 또 장면 장면이 <개콘>보다 빵빵 터질수록 힘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이것은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가 가진 정석이라는 점에서 바뀔 수 없는 드라마 문법이다. 하지만 그렇게 공식적이기 때문에 더 중요해지는 건 그 식상한 틀을 어떻게 신선하게 풀어내는가 하는 점이다.

 

예능 PD의 세계를 다루고 있는 <프로듀사>가 사랑의 문제를 방송 편집을 소재로 풀어낸다는 건 그래서 흥미롭다. 그것은 이 PD라는 일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면서 동시에 편집관을 통해 캐릭터를 이해하게 해주고 그들의 관계를 또한 드러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듀사>가 갈수록 흥미진진해지는 건 이처럼 예능 PD라는 직군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들을 그들 방식으로 전해주고 있어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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