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PD의 부정에 모두가 공감하는 이유

"안됩니다!", "땡!", "강호동 실패!" 이승기의 나영석 PD 흉내 내기는 나영석 PD와 제작진은 물론이고 그걸 바라보는 시청자들까지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다. 자막이 적혀진 대로 아마도 연예인이 최초로 시도하는 PD 흉내 내기일 것이다. 그런데 '1박2일'의 2010년 마지막 미션으로 주어진 제작진 없이 떠나는 여행에서 이승기는 왜 나영석 PD를 흉내냈을까.

처음 그 뉘앙스는 뒷담화(?)였다. 제작진이 빠진 여행이니 제작진에 대한 뒷얘기가 나올밖에. 멤버들끼리 떠나는 차 안에서 이승기의 "안됩니다!" 한 마디가 팀원들에게 빵 터진 것은 아마도 그 부정어법과 나 PD가 이미지적으로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1박2일'은 늘 제작진과 출연진이 대립각을 세워왔고(그래서 때로는 복불복에서 진 제작진 전체가 야외취침을 하기도 했다), 나 PD는 출연진이 복불복의 함정에 빠질 때마다 "안됩니다!", "땡!"을 외쳤다. 그래서 이승기의 성대모사는 한 치의 틈을 보이지 않는 나 PD에 대한 소극적인 복수(?)처럼 보였다.

하지만 과연 그랬을까. 제작진 없이 떠난 '1박2일'의 마지막 미션은 후반부에 나머지 반전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카메라 조작조차 미숙한 그들은 심지어 사운드가 되지 않는 영상을 열심히도 찍어댔으며, 카메라만 놓여진 시골 빈 집에서 커다란 빈자리마저 느꼈다. 평상시라면 제작진들에 의해 북적거렸을 그 공간에 그들만이 덩그마니 남아있다는 사실. 어찌 보면 제작진 없이 떠난 여행은 "안됩니다!"가 아닌 뭐든 "됩니다"의 여행이었지만 그들은 "땡!"을 외쳐주는 제작진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렇게 안된다고 소리치는 제작진이 있어야 프로그램이 생기를 갖게 된다는 것. 나 PD의 성대모사는 뒷담화라기보다는 그 그리움의 표현이 아니었을까.

자정 12시 복불복 미션으로 불을 끄고 모두 방에 있으라는 나 PD의 제안은, 그래서 어딘지 밋밋해져버린 이 2010년 마지막 여행 미션에서 "안됩니다!"라고 늘 그들에게 부정하는 나PD의 출연을 기대하게 했다. 안된다고 얘기하지만 바로 그런 빈틈없는 나 PD(로 대변되는 제작진들)가 있어야 '1박2일'이 '1박2일'다워진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그런데 그렇게 기대감을 갖고 나타난 나 PD는 이제 그 예상을 뒤집는다. '안된다'고 말하려 나타난 것이 아니라, "너무 보고 싶어서" 왔다는 나 PD의 말은 그래서 출연진들은 물론이고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뭉클하게 만들었다.

늘 부정하고, 악역을 도맡는 나 PD의 진심이 살짝 엿보였기 때문. 프로그램을 위해 "미션 실패!"를 외치며 엄동설한에도 야외취침을 강행시키는 그의 마음 속에는 분명 그렇게 고생하는 출연진들에 대한 애정이 한 가득이었음을 그 반전을 통해 보여주었다. 어찌 그라고 고생하는 출연진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안쓰러움이 없었을까.

하지만 쇼는 계속되어야 하고, 그러기 때문에 나 PD의 "안됩니다!", "땡!", "실패!"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마음을 전한 연후에 '1박2일'은 또 한 번의 반전으로 마음을 다졌다. 1년을 잘 보낸 감사의 케이크에 매운 겨자를 넣어 결국 잠자리 복불복 미션으로 이어지게 한 것. 최대의 반전이지만 이미 제작진과 출연진들은 서로의 진심을 확인한 연후였다. 이승기가 나 PD를 흉내내고 그 모습을 보며 나 PD는 물론이고 제작진이 포복절도하는 모습은 결국 그들이 최고의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협력하는 한 팀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1박2일'의 2010년 마지막 미션은 그래서 제작진과 출연진이 늘 대립각을 세우며 복불복을 수행하는 이 프로그램의 진짜 얼굴을 보여주었다. 그것도 아주 쿨한 방식으로. 한쪽에서는 "안된다"고 부정해야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거 너무 한 거 아니냐"고 투덜대지만 서로가 그래야 프로그램이 산다는 것을 그들은 긍정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심지어 한 편이 없으면 서로를 그리워할 정도로. 이승기가 나 PD를 흉내낸 건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2011년에도 나 PD의 부정어법이 빛을 발하길 기대한다.

'살맛납니다'를 보고 싶게 만드는 이유

7년 동안 뒷바라지를 해온 남자친구가 고시를 패스하고는 위자료를 건네며 이제 지겨워졌으니 헤어지자고 한다면? 그 얘기를 듣고 가슴이 열불이 나 찾아가 뺨을 올려붙인 엄마에게 이 남자친구가 사과는커녕 도리어 위자료가 적어서 그러느냐고 한다면? '살맛납니다'가 주인공 주변에 펼쳐 놓은 현실은 아이러니하게도 참 살맛 없는 세상이다.

이것은 경제적으로 부유하다고 해서 다른 것이 아니다. 의대를 졸업했고 의무병까지 마쳤지만 그것이 전부 아버지의 강권 때문이었다면? 이제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았는데 아버지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모자라 결혼을 사업처럼 생각하는 아버지에 의해 원치도 않는 사람과의 만남을 종용받는다면? 아버지의 권력 속에 온 가족이 늘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이 살아간다면?

7년 뒷바라지한 서민층 가족 홍만복(박인환)네 장녀 홍민수(김유미)나 부유층이지만 자기 삶을 전혀 살아보지 못한 장인식(임채무)네 외아들 장유진(이태성)이나 살맛 안 나긴 마찬가지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 살맛 안 나는 현실 속에서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느냐는 것이다. 그들은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밝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려 한다. 홍민수는 해외여행을 약속했던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에 고작 실연당한 소식이나 전하는 처지지만 가까운 곳으로 놀러가 오히려 가족 간의 결속을 다지는 시간을 갖는다. 아버지에 의해 맞선을 보러 간 여행이지만 거기서 장유진은 홍민수를 만나 어떤 새로운 힘을 얻게 된다.

MBC가 새로 시작한 일일드라마 '살맛납니다'는 이처럼 긍정의 에너지로 부정적 상황을 넘어서려는 의지가 엿보이는 드라마다. 돈밖에 모르고 가족들을 핍박하는 장인식이나, 성공을 위해 자신을 뒷바라지 해온 연인을 버리는 김기욱(이민우)이나 모두 현실의 부정적 상황을 대변하는 인물들이다. 살맛 안나는 세상은 바로 그런 인물들에 의해 조장된 현실이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서민들은 그들이 조장한 현실 속에서 어려움을 겪지만 묵묵히 바보처럼 살아간다. 드라마는 이렇게 어려운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오히려 긍정적인 에너지로 현실을 넘어서면서 더 큰 행복을 느낀다고 말한다. 다 얻어도 자신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냐고 말한다.

이것은 작금의 드라마 현실과도 맞아떨어지는 이야기다. 최근 드라마들은 마치 성공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현실의 부정적 인물들처럼, 시청률을 위해 뭐든 할 것처럼 달려들고 있다. 자극적인 소재와 넘어서지 않아야 할 선을 마구 넘나들면서 이 모든 것을 불황의 탓으로 돌린다. 드라마가 점점 막가는 것은 이처럼 먹고 살아야 하는 일이니 뭐든 허용되는 것처럼 여기는 잘못된 드라마 생태계의 문제다. 어느 순간부터 가족의 따뜻함을 전해주었던 일일드라마들이 저마다 독한 설정으로 점철된 것은 작금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살맛납니다'는 이렇게 달라진 현실과 달라진 드라마 생태계 속에서 긍정의 힘을 얘기하는 드라마다. 살맛 없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살맛 나게 그리는 드라마 속에서 우리는 조금은 현실의 각박함을 잊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어갈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매일 저녁 '살맛납니다'를 보고 싶게 만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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