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시국, <무한도전> 덕분에 한층 따뜻해진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를 맞아 MBC <무한도전>은 왜 과거 김영희 PD가 만들었던 <칭찬합시다>를 아이템으로 삼았을까. 칭찬 트럭에서 번호를 선택해 그 안에 들어 있는 선물을 전달하는 장면은 아마도 90년대 예능 프로그램을 봤던 중년들에게는 오랜만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었을 게다. 하지만 <무한도전><칭찬합시다>를 소환한 뜻은 그저 추억이나 향수 때문이 아니었다. 그건 칭찬합시다의 주인공들이 지금 시국에 남다르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첫 번째 주인공들은 아마 네티즌들에게는 이미 동영상으로 잘 알려진 부산 곰내터널의 시민영웅들이다. 유치원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가 나자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한 사람 한 사람 차에서 내려 모여들고 한 사람이 차분하게 망치로 유리창을 부숴 아이들을 구조해냈던 그 동영상은 인터넷에 올라오자마자 뜨거운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아이를 구해낸 후 그 놀란 가슴을 달래주는 모습까지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무한도전>이 굳이 이 곰내터널의 시민영웅들을 첫 번째 칭찬합시다주인공으로 삼은 뜻은 아마도 이 동영상을 보며 왠지 모를 뭉클함과 감동을 느꼈던 시청자들의 마음과 동일한 것이었을 게다. 그것은 다름 아닌 어떤 위기의 상황에 누가 뭐라 하지도 선선히 나서 아이들을 구하는 그 장면이 현 시국과 맞물려 더 깊은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 시민영웅들의 용감한 행동들은 그래서 위기 상황이 올 때마다 결국 그 위험한 곳에 뛰어든 이들이 다름 아닌 시민영웅들이었다는 걸 상기시키기에 충분했다.

 

두 번째 주인공은 의외로 한 초등학생이었다. 어느 날 아파트에 붙은 경비원 아저씨들을 감축한다는 벽보를 보고는 그 부당함을 대자보로 붙여 결국 이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잠재운 초등학생. 이 초등학생 역시 지금의 시국과 맞물려 남다른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 내용을 본 네티즌들이 이 아이의 용기 있는 행동에 기꺼이 박수를 친 건 그 아이만도 못한 현 시국의 어른들이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세 번째 주인공은 어렵게 대리운전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더 어렵게 생활하는 대리운전기사분들 자녀를 위해 계속해서 장학금을 기부해온 한 가장이었다. 꽤 많은 돈을 기부해온 것에 대해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더 잘 살 수 있지 않았겠냐고 묻자 이 가장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런 욕심을 부리지 않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살 수 있었다는 것. 기부가 누군가를 위한 일이지만 또한 자신을 위한 일이라는 걸 이 가장은 잘 알고 있었다.

 

<무한도전>이 끄집어낸 시민영웅들은 위기 상황에서 아이들을 위해 솔선수범해 위험 속으로 뛰어들고, 구조조정의 위기에 놓인 경비원 아저씨들의 인원 감축을 위해 기쁜 마음으로 고사리손으로 대자보를 써 붙이고 본인도 넉넉지 않지만 더 힘든 이들을 위해 기부의 손길을 내미는 분들이었다.

 

결국 <무한도전>칭찬합시다를 통해 보여주려는 건 우리 사회가 어떤 분들에 의해 살아갈만한 사회가 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 아니었을까. 누군가는 사익을 위해 권력을 유용하는 이 웃을 일이 없어지게 만드는 분노의 시국에, 이 소소해보여도 위대한 시민 영웅들의 미담들은 너무나 소중한 가치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우울한 시국. 그래서 크리스마스지만 여전히 광화문 광장으로 발길이 향하는 지금. <무한도전>칭찬합시다는 그래도 조금은 따뜻한 크리스마를 느끼게 해주었다.

모두가 기분 좋아지는 <무한도전> 콜라보의 정석

 

이 정도면 <무한도전> 콜라보의 정석이다. 방콕에서 유재석과 엑소가 함께 만들어낸 댄싱킹의 무대는 완벽했다. 이미 방송이 나가기 전부터 직캠으로 인터넷에 올라온 장면들을 통해 예견된 바였다. 그 장면들 속에서 엑소와 유재석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우러져 있었다. 누가 엑소고 누가 유재석인지 모를 정도로.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이렇게 엑소와 유재석이 함께 만들어낸 신곡 댄싱킹은 음원이 나오자마자 차트 1위를 기록했다. 본래 엑소의 팬덤이 워낙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기에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이 보인 노력의 과정들이 얹어지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무한도전>답게 이 댄싱킹의 음원 수익은 전액 기부될 예정이라고 한다. 엑소도 유재석도 또 <무한도전>은 물론이고 시청자들까지 모두 기분 좋아지는 미션. <무한도전>이 추구하는 콜라보의 정석이다.

 

엑소는 유재석과의 무대가 영광이라고 했고, 유재석은 기꺼이 엑소의 막내를 자처할 정도로 그 무대에 긴장하면서도 설렘이 가득했다.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나오기만 하면 댄스곡을 원하고 노래보다도 춤추기를 갈망했던 춤꾼아니었던가. 그러니 엑소와 함께 한 무대에서 칼군무에 맞춰 춤을 춘다는 건 그에게도 꿈 같은 일이었을 게다.

 

이것은 엑소의 팬들도 유재석의 팬들도 또 <무한도전>의 팬들도 반색하는 도전이었다. 엑소의 팬들에게는 이 레전드 무대가 방송 전부터 화제가 되었고, 유재석의 팬들은 그가 또 하나의 한계를 뛰어넘는 모습을 기대했다. <무한도전>의 팬들은 엑소와 유재석이 만들어내는 무대의 과정들을 보며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방콕의 무대에서 댄싱킹이 끝나고 엑소의 선창에 관객들이 모두 유재석을 외치는 장면은 감동적이었다. 한 달 여간 여름휴가도 반납하고 혹시나 폐가 되지 않을까 저어하며 연습에 연습을 해온 유재석은 그런 엑소 멤버들을 하나하나 다독였다. 무대에서 내려와 그에게 춤을 개인지도해준 엑소 안무 선생은 그에게 최고의 무대였다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번 <무한도전>의 유재석과 엑소의 콜라보 미션은 늘 그렇듯 장난처럼 시작됐다. 광희의 일종의 벌칙 제안으로 시작됐던 일. 하지만 결국 일은 커져버렸다. 유재석은 이번 무대에 대해 이런 기회를 준 광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 광희 역시 유재석을 응원하는 사진을 찍어 보내기도 했다.

 

장난처럼 소소하게 시작하지만 거대한 행사로 커져버리는 미션, 그리고 개인적 소망으로부터 비롯되지만 점점 사회적 의미로까지 확장되는 도전. 이것은 <무한도전>이 지금껏 11년째 최고의 자리에 서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라는 걸 이번 유재석과 엑소의 콜라보 무대는 증명해 보여주었다.

 

그 중심에는 역시 유느님으로 불리는 유재석이 있다. 메뚜기춤 하나로 웃음을 주던 그가 가요제를 거치며 춤꾼으로 거듭나고 결국 엑소의 무대에 함께 군무를 추는 모습은 <무한도전>의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부각시켰다. 노력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그 과정을 거듭하다 보면 놀라운 결과 역시 가능해진다는 것. 유재석은 그걸 또 한 번 증명해 보여줬다

<위키드>,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주는 위로란

 

나의 사진 앞에서 울지 마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잠들어 있지 않아요. 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 제주소년 오연준과 남다른 뮤지컬 감성을 가진 박예음이 함께 부르는 천 개의 바람이 되어를 듣던 타이거 JK는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 가사가 그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먼저 간 아버지가 떠올랐고, 나이 들어가는 자신을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위키드(사진출처:Mnet)'

Mnet <위키드>가 보여준 한 장면. 어디서도 보기 힘든 타이거 JK의 모습이다. 힙합 전사로서의 이미지는 일찍이 사라진 지 오래다. 대신 아이들의 목소리에 푹 빠져버린 채 보기만 해도 미소를 짓는 아빠의 얼굴이다. 도대체 무엇이 타이거 JK를 이토록 해맑게 만들어버리는 걸까. <위키드>가 보여주는 그 근원적인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아이들이 나와 노래만 부르면 눈물을 흘려 울보가 되어버린 유연석은 그 이유로 깨끗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노래가 그리 슬픈 것도 아닌데, 아무런 기교도 섞여있지 않고 그저 음정에 맞춰 갖고 있는 목소리 그대로 부르는 노래는 실제로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어루만진다.

 

박보영 역시 첫 무대에 제주소년 오연준의 노래를 듣는 순간 커다란 충격을 받은 듯 눈물을 쏟아냈다. 첫 무대, 솔로로 부르는 목소리가 이 정도니 팀이 되어 함께 부르는 하모니는 두 말할 필요가 없었다. 김창완의 안녕을 순수하고 맑은 하모니로 들려준 아이들 앞에서 심사위원으로 앉은 동요 작곡가 김방옥은 뭉클한 마음에 목이 메었다. 그녀는 한 편의 드라마 같은 노래를 들려준 친구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심사 따위가 있을 리 없었다.

 

듀엣 미션에서는 아이들이 노래할 때마다 채워지는 기부점수로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했다. 아이들의 노래가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장치에서 볼 수 있다는 건 시청자들도 기분 좋게 만드는 일이다. 물론 그런 물질적인 기부가 아니라고 해도 아이들의 순수한 목소리 그 자체가 주는 건, 그 어떤 위로나 위안보다 더 큰 가치를 갖는 것일 게다.

 

송유진과 최명빈은 내 꿈이 몇 개야라는 동요를 통해 어른들도 어린이처럼 꿈을 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고, 문혜성과 조이현은 현실적인 이유로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분들에게 문혜성의 자작동요 여행 여행으로 마치 여행을 떠나는 듯한 그 설렘을 전해주었다. 곽이안과 홍순창은 마치 플라시도 도밍고와 존 덴버의 콜라보를 보는 듯, 애니메시션 <피블의 모험> OST‘Somewhere Out There’을 들려주었고, 이하랑과 우시연은 넌 할 수 있어 라고 말해주세요라는 곡을 미소 지을 수밖에 없는 귀여운 모습으로 불러주었다.

 

도대체 모든 어른들을 울보로 만드는 <위키드>의 실체는 무엇일까. 어른으로 성장해 살아오면서 조금씩 잃고 잊고 있던 그 순수함을 우리는 이 아이들의 투명한 목소리에서 느끼고 있는 건 아닐까. 무한경쟁의 현실 속에서 찌들어갈 수밖에 없던 어른들의 세계가 그 아이들의 목소리만으로 순식간에 녹아내리고 그것이 데드마스크가 되어가던 우리의 눈에 눈물을 맺게 한 것이 아닐까. <위키드>는 음악의 본령이라고 할 수 있는 그 순수함으로 우리의 마음을 울려준다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가 충분하다 여겨진다

완벽한 신이 되거나 부족한 사람이 되거나

 

왜 우리는 유재석을 유느님이라고 부를까. 물론 이건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 만들어진 캐릭터일 것이다. 너무나 완벽한 자기 관리를 보여주는 그의 모습이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는 것. 최근 우토로 마을과 관련한 유재석의 미담은 왜 그가 유느님으로 불리는가를 알게 해주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최근 <무한도전>에서 방영된 우토로 마을을 하하와 함께 찾은 유재석이 강제징용되어 끌려간 1세대 동포 중 유일하게 생존해계신 강경남 할머니 앞에서 죄송합니다. 너무 늦게 왔습니다.”라고 말했을 때 우리는 그것이 그가 이 마을에 대해 이제 겨우 알게 된 사실에 죄송한 마음을 표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는 이미 10년 전에도 이 마을에 후원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2005년 우토로 마을의 우리 동포들이 강제 퇴거 위기에 몰렸을 때 국내의 시민단체들이 함께 모금을 진행했던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당시에도 뜻있는 연예인들이 십시일반 기부에 참여했고, 거기에는 유재석 또한 기부자로 들어 있었다는 것. 그러니 우토로 마을이 그에게 낯선 것도 아니었고 그가 이 사안에 대해 외면하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강경남 할머니 앞에 머리를 조아리며 너무 늦게 왔다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 한 마디는 <무한도전>을 시청하는 시청자들을 울렸다. 우리들이 갖고 있던 죄송함을 그가 대신한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번 방송에서도 50만 엔을 기부했다고 한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밝혀진 이야기는 없다. 소속사에서도 그건 사적인 기부이기 때문에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고, 유재석 또한 이에 대해 일언반구 언급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이 알려진 건 우토로 마을을 후원하고 있는 시민단체인 지구촌 동포연대를 통해서다. 미담이 그저 묻히지 않고 전해지길 바랐을 것이다.

 

유재석의 이런 이야기는 자기관리라는 표현으로 상찬하는 것조차 어딘지 부족하다는 인상을 남긴다. 이것은 관리된 것이 아니라 그냥 그가 실제로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무언가 미담은 보다 많이 알리고 그렇지 않은 일들은 되도록 숨기는 것이 연예계의 생리라고 볼 때, 유재석은 무언가를 알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걸 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것이란 점이다.

 

유재석은 어찌 보면 리얼 버라이어티쇼에 최적화된 인물이다. 지금은 관찰카메라로 불리는 리얼리티쇼의 시대다. 그러니 예능에 있어서 조금은 트렌드가 지나간 인물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그것을 압도하는 건 바로 이런 그의 앞뒤가 다르지 않은 면면 때문이다. 그는 방송에서도 반듯하지만 방송을 떠나서도 반듯하다. 얻은 것만큼 베풀 줄 알고, 가진 힘만큼 책무도 잊지 않는다. 그러니 그가 리얼리티쇼의 시대에 여전히 캐릭터쇼를 보여줘도 대중들 입장에서는 그 캐릭터 뒤에 숨겨진 진심까지를 모두 읽어낼 수 있다.

 

유재석을 조금은 과한 표현으로 유느님이라 부르는 건 이러한 자기관리의 차원을 넘어서 진짜 반듯한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거꾸로 말해준다. 요즘처럼 리얼을 요구하는 시대에 진정성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연예인의 자질이 되고 있다. 이제 자기 관리를 통해 적당히 좋은 면을 보이고 그렇지 않은 면들을 숨기는 건 언제든 드러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있다. 그러니 많은 연예인들은 과거 신비주의 시절에 갖고 있었던 신적인 이미지를 버리고 있다. 인간적인 면모들을 오히려 드러내는 것이 밝혀진 진면목으로 대중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되었다.

 

달라진 환경 속에서 연예인은 인간적이거나 혹은 아예 신적인 모습을 요구받는다. 대중들은 점점 연예인의 사적인 영역까지 올바르기를 요구하고 방송에 비춰진 모습이 실제이기를 바란다. 물론 유재석은 인간적이고 친근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뒤에 숨겨진 아우라는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것은 그의 타인에 대한 배려와 헌신하는 삶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진짜이기 때문이다.

 

유느님처럼 산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아마도 유재석 스스로도 쉽지만은 않을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며 살 수는 있지 않을까. 선거철을 전후해 이야기가 뒤집히는 모습을 자주 보여온 우리네 일부 정치인들이나 공직자들의 앞뒤가 다른 모습을 접할 때마다 대중들이 느끼는 실망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래서일 것이다. 어찌 보면 기본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지극히 당연한 삶의 태도를 보여주는 유재석에게 대중들이 심지어 유느님이라는 칭호를 붙이고 있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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