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 예능총회, 모두가 마음껏 터트릴 수 있었던 까닭

 

<무한도전>이 예능총회를 통해 하려던 것은 현재의 예능 트렌드를 분석하고 향후를 전망해보겠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막상 총회가 열리고 패널로서 이경규, 김구라, 김성주, 윤종신은 물론이고 서장훈, 김숙, 윤정수, 김영철, 박나래 등이 등장하자 분위기는 삽시간에 불이 붙었다. 그 기화 역할을 한 인물은 다름 아닌 이경규다. 그는 호화롭게(?) 준비된 자신만의 왕좌(?)에 앉아 거침없는 호통과 버럭으로 빵빵 웃음을 터트렸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실로 그간의 공력이 그대로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대선배지만 이제는 조금씩 중심에서 밀려나고 있는 자신의 처지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그걸 소재로 불만을 터트리는 모습은 그것이 진심인지 아니면 하나의 설정인지 애매한 선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쿡방이 대세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는 김성주의 이야기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나아가서는 요리사들의 방송 출연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농담까지 거침없이 던지고, 광희가 김제동 이야기를 꺼내자 자신이 <힐링캠프>에서 잘렸다며 얘기도 꺼내지 말라고 일침을 놓고 자기 같은 A급 대신 (서장훈, 광희 같은) FD급을 왜 쓰냐고 독하게 쏘아대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사방으로 불만을 터트리고 쏘아대자 총회는 그 힘을 받아 활활 타올랐다. 오디오가 너무 시끄러울 정도로 여기저기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고 특히 이경규의 공격을 직접 받은 패널은 거기에 대한 반발심을 드러내면서 또 다른 웃음을 만들어냈다. 들어오면서부터 서장훈과 김영철에게 함께 앉아 있는 것이 불만이라고 이경규가 쏘아대자 그들의 존재감이 오히려 살아나게 되는 식. 윤정수는 특히 이 힘을 제대로 보여줬다. <무한도전>에 빈 자리가 많으니 신경 좀 써달라는 얘기에 그런 부탁은 추잡스런 일이라고 이경규가 일축하자 윤정수는 콩트로 이경규에게 선배님 저처럼 절박한 상황 겪어 보셨어요?”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결국 예능 총회는 보통의 예능 프로그램이 그러하듯이 본래의 취지를 살짝 벗어나 자신들의 불만 토로와 자기 PR을 하는 장이 되어버림으로써 웃음을 유발했다. 하지만 그것은 지나치게 과열됨으로써 자칫 싸움판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다. 이경규의 멘트는 역시 예능 대부답게 빵빵 터졌지만 그것은 자칫 막말이 될 수도 있는 것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부분을 정확히 짚고 들어와 그 균형을 맞춰준 인물이 역시 유재석이었다. 그는 이건 예능총회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이야기라고 재차 오해가 없으셨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고 보면 이 쟁쟁한 인물들이 한 자리에 나와 마구 이야기들을 쏟아낼 때 그걸 정리해주거나 혹은 오해의 소지를 없애고 때로는 멘트의 기회를 줘서 꿰다 논 보릿자루가 되지 않게 하고 때로는 날카로운 지적으로 웃음을 만들어내는 그 많은 역할들을 배후에서 한 인물이 바로 유재석이다. 한없이 뜨거워진 예능 총회에서 <무한도전>의 다른 인물들 이를 테면 하하나 광희는 거의 말을 섞지 못했다. 그것은 아마도 그 과열 양상에 감히 뛰어들기가 버거웠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예능총회는 그 중심에서 웃음의 동력이 된 이경규는 물론이고 윤정수, 김숙, 김구라, 윤종신 등 참여한 이들이 그 어느 때보다 빛나는 예능감을 뽐낸 자리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을 배후에서 조율하고 조정해준 유재석이 없었다면 자칫 논란의 소지를 안을 수도 있는 자리였다. 유재석 특유의 균형감각과 타인의 캐릭터를 쏙쏙 끄집어내주는 그 진행방식이 총회에 참석한 모든 이들을 주목하게 만들었다. 실로 ‘2016년 패널 유망주라고까지 꼽힌 이경규의 저력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고, 왜 유재석이 유느님이라 불리는가를 실감할 수 있는 자리였다.



표창원과 이철희, 방송도 정치도 진심이었기에

 

이철희 소장이 JTBC <썰전>에서 하차했다. 이미 어느 정도는 알려진 내용이었다. 올해 4월에 치러질 총선 때문이다. <썰전>은 이 부분을 에둘러 암시적으로 표현했다. 동시에 하차하는 이철희 소장과 이준석에게 김구라는 두 분 같은 경우는 여기저기서 많이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썰전> 하차는 그 자체로 이철희 소장이 어떤 식으로든 본격적으로 총선에 뛰어들 거라는 걸 말해준다.

 


'썰전(사진출처:JTBC)'

흥미로운 건 이철희 소장의 <썰전> 하차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이다. 아쉬움과 기대감이 교차하고 있다. 아쉬움은 그간 특유의 논리적인 분석과 따뜻한 진심으로 <썰전>의 중심을 잘 잡아왔던 그의 하차에 대한 것이다. 정치, 시사를 소재로 다룬 <썰전>이 제대로 설 수 있었던 건 방송적으로만 보면 이철희 소장과 강용석 변호사 그리고 김구라의 합이 빼놓을 곳 없이 딱딱 맞아 돌아갔기 때문이다.

 

이철희 소장은 합리적이고 전문적인 식견을 통해 좀 더 대중적으로 정치와 시사 문제들을 풀어냄으로써 <썰전>의 알맹이를 만들어냈다. 강용석은 그 발언들이 합리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웠지만 비판 받아도 웃고 넘어갈 정도로 방송을 잘 소화해냈다. 김구라는 그 중심에 서서 이 날선 의견대립이 지나치게 예능 바깥으로 나가는 걸 조절하는 역할을 했다.

 

강용석이 불륜스캔들로 하차할 때 대중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아니 하차를 요구했다. 결국 버티다 버티다 버티지 못하고 하차한 모양새였다. 하지만 이철희 소장은 그 후에도 변함없이 <썰전>의 자리를 지켰고 이제 스스로 하차를 선언했다. 대중들은 방송에서 그를 더 이상 못 본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표한다. 하지만 동시에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것은 그간 그가 보여준 진심대로 정치 일선에서 대중들에게 어떤 희망을 보여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보다가 정치 일선으로 나가는 이철희 소장에게 보이는 대중들의 반응은, 새해 들어 더불어 민주당에 입당한 표창원 교수에 대한 반응과 다르지 않다. 그간 방송을 통해 사회 정의의 문제들을 에둘러 표현하고, 때로는 친근한 방송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 왔던 표창원이었다. 그는 올해도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방송을 본격적으로 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문재인 대표의 절박한 도움 요청에 비겁해지기 싫어서모든 걸 접고 정치 일선에 나서게 됐다고 했다.

 

더불어 민주당에 입당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표창원 교수의 거침없는 행보는 대중들에게는 사이다 같다는 반응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신사의 품격전사의 용맹을 가진 정치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상대방을 헐뜯고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로 설득하는 신사의 자세를 가지면서도, 동시에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대통령 앞이라도 할 말은 하고 또 불의에 맞서 싸우는 전사의 자세를 모두 갖겠다는 뜻이다. 방송이 아닌 정치에서의 표창원에 대한 기대감은 더 커졌다.

 

흔히들 방송과 정치의 상관관계를 얘기한다. 정치인이 방송에 자주 얼굴을 내밀면 그게 결국은 정치를 위해 방송을 이용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연예인이 정치를 하면 나오는 얘기도 비슷하다. 폴리테이너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까닭은 대중들이 그간 봐온 연예인, 방송인으로서의 친근함이 결국은 정치적인 행보를 위한 밑거름이 되어버렸다는 시선 때문이다.

 

하지만 이철희 소장과 표창원 교수를 바라보는 시선은 전혀 다르다. 둘 다 방송에서 맹활약했지만 그들이 방송을 떠나 정치로 가는 것에 대해 많은 대중들은 지지를 표한다. 강용석이 <썰전>에서 하차해 이번 총선에 국회의원 출마를 하겠다고 나서자 나온 반응과는 정반대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 그것은 아마도 이철희 소장이나 표창원 교수 모두 방송에서 보여준 모습이나 행보에서 대중들이 일관된 진심을 읽어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방송에서 봤던 것처럼 정치에서도 사이다 같은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기 때문이 아닐까



김구라 대상수상, 그에겐 위기가 기회가 되었다

 

<MBC 연예대상>의 대상은 김구라에게 돌아갔다. 마지막까지 경합한 유재석이 무관이 된 것에 대해 팬들은 깊은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무려 10년 간이나 <무한도전>을 이끌어왔으니 당연한 아쉬움일 것이다. 하지만 어찌 보면 유재석은 이제 대상의 차원을 훌쩍 뛰어넘지 않았나 싶다. 대상을 받고 소감을 말하는 김구라 역시 그에게 경외감을 느낀다고 표현하지 않았던가.

 


'MBC연예대상(사진출처:MBC)'

따라서 김구라의 대상 수상은 올 한 해 MBC새로운성과들을 놓고 봤을 때 그의 공헌도를 치하하는 의미가 크다고 여겨진다. 김구라는 오래도록 <라디오스타>의 터줏대감으로 앉아 있었고, 종영했지만 <세바퀴>에도 끝까지 앉아 있었다. 또 방송사를 떠나서 올해의 예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중심추 역할을 했고, MBC 주말 예능을 되살린 <복면가왕>에서도 연예인 패널로서 맹활약했다. 그러니 이렇게 다양한 프로그램에 포진해 있는 그에게 MBC로서는 상을 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물론 최근 예능 프로그램의 성격상 그것이 온전히 김구라 혼자만의 몫이었다고 말하긴 어렵다. 이를테면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김구라가 콘텐츠쇼라는 형식을 줄곧 유지함으로써 이 방송의 색깔을 유지했던 건 사실이지만, 이 프로그램을 확 살려낸 인물들은 백종원이나 이은결, 김영만 같은 핫한 출연자들과 이들을 섭외해 방송으로 잘 만들어낸 박진경, 이재석 PD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대부분의 예능 MC들에게도 다 해당되는 이야기다. 물론 유재석은 독보적이지만 <무한도전>의 강력한 지분은 역시 김태호 PD와 작가들에게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이제 지상파 연예대상은 본인 혼자의 공적이라기보다는 프로그램을 대표해 받는 상의 성격을 갖게 되었다. 김구라의 대상 수상은 올해의 MBC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마이 리틀 텔레비전><복면가왕>의 성과를 인정했다고 말하는 편이 옳다.

 

흥미로운 건 김구라가 이렇게 다작을 통해 대상 수상이라는 결과까지 얻게 되는 그 과정이다. 사실 김구라가 이토록 프로그램에 올인하고 마치 작정한 듯 여러 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밀게 된 건 아내의 빚보증 문제로 공황장애까지 겪게 되고 결국은 이혼이라는 불운한 개인사에서부터 비롯됐다는 점이다. 결국 그는 빚을 갚아나가야 한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이유였겠지만, 무엇보다 힘겨운 시기를 일에 빠짐으로써 넘어서려는 노력을 했다고도 여겨진다. 그는 최근 술도 끊고 간간히 하던 골프도 치지 않는다고 한다. 오로지 일에만 집중한다는 것. 그에게 불운은 오히려 운이 되는 새로운 전기가 되었다.

 

이런 점은 그저 우연이라고 보기가 어렵다. 사실 과거 김구라가 인터넷 방송에서 했던 위안부 관련 발언이 논란이 되어 방송 하차를 하게 되었던 시절도 지금 돌이켜보면 그에게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했다. 당시는 유재석-강호동 이원 체제로 대변되듯 예능 MC 전성시대였다. 하지만 김구라가 방송을 떠나 있는 사이 이런 환경들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예능 MC에 있던 파워가 예능 PD로 옮겨져 갔고 스타 중심이 아니라 콘텐츠 중심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던 것.

 

김구라가 다시 복귀하는 시기에 이러한 변화는 그에게 득이 되었다. 대부분의 자숙 후 방송 복귀를 하는 연예인들이 지상파가 아닌 비지상파를 통해 우회하는 것처럼 그 역시 JTBC를 통해 자신의 새로운 입지를 다졌다. 그런데 대부분의 스타 예능 PD들이 지상파에서 비지상파로 옮겨간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가 선택한 프로그램들은 괜찮은 성과를 만들어냈다. <썰전>은 그의 새로운 기반이 되어주었고 이를 통해 <라디오스타>로의 복귀가 이어졌으며, 향후 비지상파의 변화를 일찌감치 간파하고 새로운 예능들을 선보인 MBC에서 그의 입지가 마련되었다.

 

위기 혹은 불운의 상황에서 그것을 오히려 운으로 바꾸는 과정을 김구라는 줄곧 보여줘 왔지만 그것을 그저 행운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그가 해온 선택들이 나쁘지 않았다는데 지금의 결과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예능 MC들 중 거의 유일하게 비평적 시선을 갖고 있는 김구라는 아마도 변화하고 있는 환경을 본능적으로 읽어냈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이 설 수 있는 위치를 정확히 간파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향후 달라지고 있는 예능 환경에서 이제 예능 MC들이 어떻게 하면 생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작은 해답이 되지 않을까. 본인이 어떤 능력을 갖고 있고 그것을 선보이는 건 중요한 일이지만, 그만큼 중요해진 건 그 능력이 한 프로그램이라는 콘텐츠 안에서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점이다. 대중들은 이제 점점 더 한두 명의 예능 MC가 아니라 프로그램 전체가 주는 그 정서와 느낌들을 중요하게 여기게 됐으니 말이다. 김구라의 대상 수상은 그래서 개인적인 공과라기보다는 현재의 변화하고 있는 예능 환경과 그 속에서의 예능 MC의 역할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게 만드는 일로 다가오고 있다.



김구라의 무엇이 2015년을 달궜을까

 

올해 MBC 방송연예대상에는 유재석, 김구라, 박명수, 김영철 등이 대상 후보로 올랐다. 이 중 많은 대중들이 지목하는 인물은 두 사람이다. 유재석과 김구라. 유재석은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올해의 활약 역시 대단했다. MBC 예능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무한도전>무도드림이라는 자선경매쇼 형식의 미션을 통해 이 프로그램이 MBC 전체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력이 있는가를 보여줬다. 유재석은 무도드림을 통해 <내 딸 금사월>에 까메오 출연을 해서 화제가 되었고 건강 문제로 하차한 정형돈을 위해 <서프라이즈>에도 출연했다. 그것만으로도 두 프로그램은 굉장한 화제를 낳았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사진출처:MBC)'

유재석과 함께 유력 대상후보로 거론되는 김구라는 다작(多作)’이라는 한 마디로 올해의 그의 활약이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MBC 주말예능을 다시 일으킨 <복면가왕>은 물론이고, 올해 MBC의 새로운 예능의 발견으로 주목받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터줏대감으로 자리해왔다. 거의 지상파 토크쇼의 마지막 보루를 지키고 있는 <라디오스타>에 출연하고 있고 <능력자들> 같은 신생 프로그램에도 여지없이 김구라가 들어 있다는 점에서 과거에서 현재까지를 모두 아우르고 있는 MC가 아닐 수 없다.

 

유재석과 유력 대상후보로 비교 거론된다는 건 김구라로서는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유재석의 팬심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자칫 그 비교는 김구라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김구라의 다작이 과연 대상후보로서의 자격이 되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는 시선들이 나오고 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의 김구라는 그 많은 출연자들 중 한 명일뿐이고, <복면가왕> 역시 그 주역은 무대에 복면을 쓰고 오르는 출연자들이지 패널 중 하나인 그가 아니라는 것.

 

일견 이해되지 않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김구라의 다작과 그가 선택한 프로그램들이 모두 괜찮은 성적과 화제를 내고 있다는 것이 그저 우연의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거기에는 김구라가 프로그램을 보는 선구안이 남다르다는 것이 느껴지고 또 새로운 프로그램들에서 김구라에게 어떤 역할을 부여하고 싶을 만큼 그가 급변하는 예능 트렌드에 자기 역할을 분명히 세우고 있다는 것이 눈에 띈다.

 

김구라는 어떻게 그 많은 프로그램들 속에서 성공 가능성이 있는 프로그램들을 선택하고, 그 선택한 데서 자기의 역할을 찾아내는 걸까. 그것은 김구라의 MC 스타일과 무관하지 않다. 김구라는 단지 진행 능력으로 평가받는 MC가 아니다. 물론 과거에는 독설로 주가를 올렸지만 그 독설의 밑바탕이 되는 정보력과 콘텐츠 이해력은 전면에 잘 드러나지 않은 그의 강점이다.

 

그는 <썰전>을 통해 확인됐던 것처럼 현재 트렌드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에 예민하게 촉수를 세우고 있다. 그리고 정보들을 끌어 모으고 대중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것들을 뽑아낸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다른 출연자들이 들락날락할 때 김구라가 떡하니 계속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건 PD와 김구라 자신의 입장이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과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저 웃기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로 승부하겠다는 그 콘텐츠에 대한 지향점이 프로그램과 잘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지금 현재 예능은 새로운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이제 콘텐츠 시대에 예능에도 정보가 들어가지 않으면 어딘지 알맹이가 없는 듯한 느낌을 주게 되었다. 김구라는 어쩌면 그래서 이 콘텐츠 시대에 잘 적응해나가고 있는 MC로 보인다. 물론 유재석이라는 예능의 거목과 비교되는 건 그에게는 영광이자 부담이다. 하지만 그가 연예대상을 받지 못한다고 해도 그의 행보를 통해 우리네 예능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는 건 그가 올해 꽤 괜찮은 시도들을 해왔다는 걸 말해준다. 상이야 받으면 어떻게 못 받으면 어떤가. 결국 중요한 건 달라지고 있는 대중들의 취향과 얼마나 더 잘 소통해나가고 있는가 하는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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