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청춘>에 강수지가 만드는 효과

 

강수지는 저희에게 이효리예요.” <불타는 청춘>의 박상혁 PD는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강수지에 대해 그렇게 말했다. 김국진과 함께 달달한 치와와 커플로 불리는 강수지. 적지 않은 나이에도 잘 관리된 몸매에 여전히 청순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그녀가 보여주는 존재감이 <불타는 청춘>에 절대적이라는 이야기다.

 


'불타는 청춘(사진출처:SBS)'

사실 <불타는 청춘>은 생각보다 진입장벽이 있는 프로그램이다. 50(혹은 50대에 가까운) 중년들이 출연해 아직 젊은 청춘의 면면들을 보여준다는 건, 동세대 혹은 그 윗세대 시청자들에게는 충분히 공감대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이 중년을 바라보는 40대들에게는 자칫 프로그램 시청 자체가 꺼려질 수 있다. 그것이 스스로 나이 들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느낌을 상쇄시켜주는 인물이 바로 강수지다. 사실 과거 하이틴 시절의 강수지를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갸녀린 체구와 청순한 이미지만으로 각인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 강수지도 나이가 들었다. 물론 이제 50줄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여전히 그 외모는 달라진 게 별로 없어 보일 정도로 젊다. 그렇지만 그녀가 보여주는 모습은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김국진과의 썸을 보여주면서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하기도 하고, 때로는 삶의 경험이 묻어나는 원숙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간간히 허당기가 있는 모습을 보여줄 때는 오히려 그 허술함이 인간적인 매력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즉 그녀에게 세월의 흐름은 과거의 것을 지워버리고 새로 나이든 모습이 채워지는 게 아니라 과거와 현재가 나이테처럼 쌓여 공존하는 모습이다.

 

이것은 나이 들어가는 이들에게는 모두가 원하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나이 들어 얼굴에 주름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늘 건강한 웃음과 젊었을 시절의 풋풋함을 유지하면서도 나이 들며 갖게 된 좀 더 편안해진 모습을 갖게 되는 것. 그것이 누구나 원하는 나이 들어가는 모습이 아닐까.

 

<불타는 청춘>이 보여주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는 식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이 들면 갖게 되는 그 원숙함과 능수능란함을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여전히 마음이 설레는 그들 안의 청춘을 발견해내는 것. 그래서 이들이 함께 모여 지리산 둘레길을 걷고 낯선 시골집에서 한 끼 밥을 함께 해먹으며 때로는 청춘의 왁자한 웃음을 터트리고 때로는 마음 속 깊은 중년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그 자체로 마음 한 구석을 건드리는 면이 있다.

 

<불타는 청춘>은 마치 과거 <패밀리가 떴다>의 중년 버전 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서 박상혁 PD는 강수지를 굳이 이효리에 비교해 말했을 것이다. 물론 프로그램 안에서 만들어지는 관계이겠지만 강수지와 김국진의 썸이 실제로 이뤄지기를 응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만큼 이들의 모습이 진솔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실로 나이 들어간다는 건 청춘과 비교한다면 속상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청춘과 비교할 수 없는 중년의 여유와 편안함 같은 것도 존재한다. 그러니 막연히 피하고 속상할 일이 아니라 그 안에서의 즐거움을 발견하고 누릴 일이다. <불타는 청춘>은 그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강수지에게서 느껴지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다면 누구라도.



없으면 더 열심히, <라스>의 비결

 

MBC 김재철 사장의 강호동은 돼도 김구라는 안 된다는 이야기 때문이었을까. <라디오스타>의 멘트 하나 자막 하나가 예사롭지 않게 들렸다. 상해 공연에서 마지막 비행기를 못 타서 당일 첫 비행기를 타고 오는 중이라 자리를 비운 규현을 두고 다른 MC들이 한 마디씩 거들었다. 윤종신은 “더 이상 집나가는 형제 있으면 안 되는데.. 예전에는 살짝 비기만 해도 이상했는데.”라고 운을 띄우자, 유세윤이 받아서 “이 자리가 어쨌든 규현이만의 자리는 아니잖아요.”라고 농담을 했다.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그 주고받는 농담 속에 ‘열린 자리’라는 깨알 같은 자막이 들어가 웃음을 주었고, 유세윤은 규현의 빈 자리에 대고 마치 그가 있는 것처럼 “상해 클럽 갔다며. 어 진짜로? 3명이랑?”이라고 말하며 장난을 쳤다. 이것은 <라디오스타>가 빈 자리가 생겼을 때 대하는 그들만의 방식이다. 서로의 방송분량 경쟁이 하나의 설정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에 그들은 누군가의 빈 자리를 환영하는 모습으로 장난으로 친다.

 

물론 심각한 사안으로 MC가 하차하게 됐을 때는 조금 진지한 모습을 보이지만, 그렇다고 그 장난이 멈추지는 않는다. 신정환이 하차했을 때도 <라디오스타>의 MC들은 서슴없이 그의 이야기를 도마 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또 김구라가 빠졌을 때는 그를 <라디오스타>의 사실상 멘토로 대하면서 그의 분신(인형)을 꺼내놓고는 늘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규현이 주로 그랬다). 이것은 <라디오스타>가 김구라에 대해 얼마나 애정을 갖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누군가 자리를 비울 때 그를 깎아내리고 때로는 독설을 하는 건 <라디오스타>가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것은 김구라의 방식이기도 했다. 그는 뜬금없이 양배추(조세호)의 이름을 들먹이며 그를 웃음의 재료로 쓰기도 하고 염경환을 호명해서 깎아내리며 웃음을 주기도 했다. 아무도 거론하지 않는 이들의 이름을 프로그램에서 꺼내놓는 것은 그 내용이 어떻든 그 자체로 그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악플보다 힘든 게 무플이 아닌가.

 

김구라가 tvN의 <택시>로 복귀하면서 많은 이들이 <라디오스타>에서 그의 모습을 다시 보기를 바라게 되었다. 물론 과거 잘못된 발언으로 인해 잠정하차하고 자숙의 기간을 가졌지만, 많은 이들이 그가 다시 열심히 방송에 임하는 모습을 보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것은 어두웠던 과거가 어떻든, 현재에 그가 많은 대중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김구라는 김재철 사장의 발언에 대해 서운함을 표현하면서도 이해한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대중들의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있다.

 

어쨌든 <라디오스타>만큼 MC들이 갑자기 빠져나가고 새롭게 채워진 토크쇼도 없을 법하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라디오스타>가 굳건히 버텨낼 수 있었던 데는 어떤 비결이 있는 걸까. 뒤늦게 도착한 규현에게 다른 MC들은 그가 없이도 잘 진행이 됐고 분위기도 좋았다며 그를 놀렸다. 그리고 그것은 실제로도 그랬다. 규현의 부재가 그다지 두드러지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

그 이유는 그의 존재감이 없어서가 아니라 다른 멤버들의 노력 때문이었다. 규현이 “저 없이도 잘 하셨나요? 걱정이 되가지고.”라고 자신을 드러내려 하자, 유세윤이 한 마디로 상황을 정리했다. “저희는 누구 없다고 못하는 프로그램 아니에요.” 그러자 규현도 수긍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없으면 더 열심히 해.” 아마도 이것이 <라디오스타>가 김구라 같은 프로그램의 뿌리가 사라져도 굳건히 버틸 수 있었던 비결일 것이다.

<남격>, 위기를 기회로 삼다

 

“이경규! 한물갔어... 라고 김준호가 말하는 것 들었다!” <남자의 자격(이하 남격)>에 나온 용감한 녀석들의 박성광은 대놓고 이경규를 디스하는 것으로 용감함을 보여줬다. 그들은 기존 멤버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그간의 문제들을 꼬집었다. 용감한 녀석들의 양선일은 윤형빈을 “무존재감 1위”라고 했고, 신보라는 김태원보다 “박칼린 포에버”를 외쳤다. 정태호는 김국진에게 “<라디오 스타>와 <남격> 중 어느 프로가 더 중요하냐”는 곤란한 질문을 던졌고, 이윤석은 해도 방송에 안 나간다며 아예 아이템을 짜오지도 않는 용감함(?)을 보여줬다.

 

'남자의 자격2'(사진출처:KBS)

<남격>이 시즌2로 재시작을 알리며 한 작업은 시즌1의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 폭로하는 것이었다. 아예 미션을 ‘남자, 너의 용감함을 보여줘’로 세워두고 그간 용기가 없어서 못했던 말들을 허심탄회하게 말하는 시간으로 <남격>은 시즌2를 열었다. 이윤석은 기다렸다는 듯 담아 뒀던 얘기를 쏟아냈다. “이경규. 재미없는 말 하지마. 몸으로 웃기려고 하지마. 언제 가냐는 말 하지마. 너 강의 하지마. 너 결혼하지 마. 아무것도 하지말래. 회식할 땐 하고 싶은 대로 다해. 촬영할 땐 하지 마. 제발 하지 말라는 말 좀 하지마.” 이경규가 “미쳤다”며 정색을 하고 나서자, 이윤석은 “나도 이제 절벽”이라며 “나이 50인데 지나치게 혈기가 왕성”한 이경규에게 “제발. 담배를 다시 피워.”라며 독설을 날렸다.

 

비판에는 제작진이라고 예외가 없었다. 새롭게 시즌2를 만들면서 캐스팅에서 불거져 나온 수많은 잡음에 대해 마음고생이 심했던 윤형빈은 정희섭 PD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정희섭 PD! 윤형빈 퇴출. 다시 기사 났어. 잔류 가능성. 다시 기사 났어. 검토 중, 다시 기사 났어. 긍정적. 다시 기사 났어. 잔류 왜? 기사 나는 동안 나 가만있었어. 내가 당신 장난감인가! 내 신변에 뭔일 생기면 그거 다 정희섭 PD 탓인 줄 알아.” 그간 점잖은 모습으로 일관하던 김국진도 “첫 아이템이 디스”라며 “그런데 재밌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자기비판의 시간 속에서 이경규는 자신이 “제일 먼저 반성해야 되겠다”고 말했다. 윤형빈은 이제 “물고 뜯고 봐주지 않겠다”며 각오를 다졌고, 그런 그에게 새 멤버로 투입된 뉴비덩(새로운 비주얼 덩어리) 주상욱은 “진작에 그렇게 했어야지. 왜 이런 계기를 통해서만 그러느냐.”며 “앞으로 지켜볼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이경규는 마지막으로 “날로 먹는 거 안 하겠다. 뚜껑 없는 곳에서 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남격>의 쇄신을 다짐했다.

 

주상욱의 말처럼 진작에 그렇게 했어야 했다. <남격>은 좋은 기획과 아이템에도 불구하고 수직적인 체계에 가로막혀 몇몇은 병풍이 되어버렸고 몇몇은 날로 먹는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땀이 보이지 않고 말만 들리니 진정성도 점점 사라져 갔다. 귀여운 중년들이 노회한 중년처럼 여겨지기 시작하면서 <남격>의 매력은 사라졌던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보면 <남격>의 시즌2 선언은 여타의 시즌2 프로그램과는 사뭇 다른 인상을 준다. 그저 몇몇 멤버들이 나가게 됐거나 제작진이 바뀌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진 시즌2가 아니라 시즌1의 문제점을 수정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한 구조조정에 가깝기 때문이다.

 

새롭게 투입된 김준호와 주상욱은 끊임없이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김준호는 특유의 개그로 좌중을 웃게 만들었고, 주상욱은 “너무 가라앉은 분위기”를 띄우려 심기일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 마디로 젊은 피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나선 것. 특히 이경규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할 말을 하는 이들의 모습은 그간 <남격>을 어둡게 만들었던 수직적인 분위기를 깨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물론 입으로 한 다짐 몇 마디로 <남격>이 보여준 그간의 많은 문제점들이 단번에 일소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다짐을 매번 되새기면서 늘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실질적인 첫 아이템으로 택한 ‘청춘여행’은 적절하다 여겨진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시내버스로만 가는 이 대장정은 무려 스물 한 번이나 시내버스를 갈아타고 18시간을 달려야 하는 고행. 그 노력의 땀이 진심을 보여주길.

 

무엇보다 <남격>이 살아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용감한 녀석들이 출연해 보여주었던 바로 그 ‘용감한’ 모습들이 유지되는 것이다. 이윤석은 자신이 잘못 보좌해 이경규가 나쁜 이미지를 갖게 됐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경규를 살리는 길은 그를 형님으로 세우고 깎듯이 대접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친구처럼 허물없이 대했을 때 이경규도 자신도 살아날 수 있고, 그것이 또 <남격>을 살릴 수 있다. <남격> 시즌2의 성패는 바로 이 수평적인 분위기와 거기서 발생하는 진정성 있는 미션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용감한 녀석들의 노래처럼, 한숨대신 함성으로, 걱정대신 열정으로, 포기대신 죽기 살기로 달리는 새로운 <남격>을 기대한다.

차라리 독립 프로를 만드는 것이

 

2010년 <남자의 자격>이 처음 시도했던 ‘하모니’라는 소재의 합창단 미션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합창단 모집에서부터 저마다의 끼를 보여주었고, 그 저마다의 끼들은 박칼린이라는 지휘자를 만나 하나의 하모니로 묶여지면서 보는 이들을 감동하게 만들었다. <남자의 자격> MC들 역시 합창단 단원으로 참여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잘 유지시켰다. 오디션과 음악, 하모니가 있고 무엇보다 그것을 만들어가는 개성 넘치는 단원들의 이야기가 있었던 ‘하모니’편은 아마도 <남자의 자격>이 거둔 최고의 성취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남자의 자격'(사진출처:KBS)

하지만 2011년 ‘청춘합창단’이라는 소재로 돌아온 ‘하모니2’는 합창단으로서는 분명 성취를 이뤘지만 <남자의 자격>으로서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이 사실이다. 2010년 첫 ‘하모니’ 미션에서 마지막 경연에 불현듯이 나타나 보는 이들에게 알 수 없는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던 ‘실버합창단’은, 2011년 ‘청춘합창단’이라는 아이디어의 성공을 일찌감치 예감하게 했을 것이다. 그것은 실제로도 그랬다. 이미 희끗희끗한 머리칼에 주름진 얼굴을 한 어르신들은 그러나 ‘청춘합창단’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여전히 지지 않는 ‘청춘의 하모니’를 들려주었다.

 

하지만 문제는 <남자의 자격>이 이 청춘합창단과 어떤 고리를 갖고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청춘합창단은 성공했지만 그것은 <남자의 자격>이라는 프로그램의 정체성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보였다. 굳이 연결하자면 청춘합창단의 지휘와 노래를 국민할매 김태원이 맡았다는 것 정도. 하지만 다른 MC들은 거의 실종상태였다. 윤형빈과 이윤석은 열성적으로 합창단에 임했지만 대부분 편집되었고(오롯이 어르신들에 초점을 더 맞추었다는 얘기일 것이다), 김국진이나 양준혁은 그다지 보이지 않았다. 가끔 전현무의 밉상 짓이 눈에 띄었을 뿐, 심지어 이경규의 존재감도 드러나지 않았다.

 

편집의 실수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남자의 자격>이 무언가 새로운 도전이나 미션을 찾아내려 하지 않고 이미 한 번 성공했던 미션을 반복하는 인상을 지웠다는 점이다. <남자의 자격>이 일종의 미션이 주어지는 도전 프로그램 성격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반복’ 혹은 ‘우려먹기’의 이미지가 얼마나 프로그램에 타격을 주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또 합창단이란다. 그것도 지금 현재 시즌2 출범으로 뒤숭숭한 상황에서 먼저 ‘합창단’ 시즌3를 반드시 하겠다고 한 것은 너무 지나친 집착 혹은 고집이 아닌지.

 

합창단이라는 소재가 나쁜 게 아니다. 그 합창단이 <남자의 자격>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좋지 않은 것이고, 또 이 프로그램과의 연결고리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는 점이 뜬금없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소재만으로도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지 않은 걸 왜 굳이 하려고 하는 걸까. 이것은 <남자의 자격>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짐을 지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본래 시즌2 성격이었던 ‘청춘합창단’ 역시 시즌1을 했던 신원호 PD는 그다지 찬성하는 입장이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를 거부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제 새로 시작하는 정희섭 PD도 같은 부담을 느끼지 않을까.

 

합창단이라는 소재는 분명 매력적이다. 따라서 이 소재를 계속 하고 싶다면 차라리 독립적인 ‘합창단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일정한 주제를 갖고 단원을 모으고 그들을 하나의 하모니로 묶어내는 과정은 매번 흥미로울 수 있다. 또 지휘자를 누구로 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스토리가 나올 수도 있다. 음악이 있고 새로운 캐릭터들이 있으며 이들이 엮어가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다. 왜 안되겠는가.

 

다만 <남자의 자격>이라는 틀 안에 있을 때 이 ‘합창단’이라는 소재는 자칫 본말이 전도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합창단이 <남자의 자격>을 거꾸로 지워버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합창단을 할 때는 반짝 관심을 끌 수 있겠지만, 그 미션이 끝나버리면 본래의 <남자의 자격>으로 돌아가기가 어려워진다. 소재는 좋지만 조합은 좋지 않다. 이미 시청자들은 <남자의 자격>이 함께 한 2010년도의 하모니를 통해 충분히 감동을 받았다. 그러니 우려먹기보다는 각자의 길을 가게 해주는 편이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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