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스타>, 차 떼고 포 떼도 괜찮은 이유

김구라의 빈 자리는 컸다. 하지만 그렇다고 <라디오스타>가 갖고 있는 특유의 색깔이나 스피드, 분위기가 달라진 건 없었다. 김국진은 여전히 <라디오스타>의 전체 분위기를 정리했고, 윤종신은 게스트들이 던지는 말을 잡아채서 제 멋대로 이리저리 부풀리고 덧붙이면서 재미를 만들었다. 김구라의 멘티(?)로 자리한 규현은 독한 질문을 천연덕스럽게 툭툭 던졌고 유세윤은 특유의 콩트 감각으로 대화 중에 나온 상황을 연기로 재현해내면서 웃음을 만들었다.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빈 자리가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껏 꽤 여러 차례 MC들이 빠져나가는 상황을 겪은 터라 이런 상황에 대한 적응력도 남달랐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꽤 오래 호흡을 맞췄던 신정환이 하차하고 김희철이 군 입대 문제로 빠져나간 후, 규현과 유세윤이 들어와 적응단계에 접어들 때, 김구라가 하차하게 된 상황이었으니까. 무엇보다 김구라는 <라디오스타>의 스타일 그 자체였기 때문에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규현의 말 대로 "너무 잘하면 서운할거다"라는 말은 그저 농담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김구라의 빈 자리를 놓고 남은 네 MC가 서로 헤게모니 싸움을 하듯 서로를 견제하고, 그러면서도 김구라가 해왔던 역할, 즉 직설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을 서로 분담하듯 하는 모습은 <라디오스타>가 얼마나 형식적으로나 구성원들로나 견고한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했다. 아마도 규현의 말 대로 김구라가 봤다면 서운했을 정도로, 이들은 빈 자리를 잘 메워나갔다.

 

게스트로 <슈퍼스타K>의 서인국과 허각, 그리고 <위대한 탄생>의 손진영과 구자명이 같이 출연한 것도 적절했다고 여겨진다. 아마도 MBC 출연이 처음이었을 서인국과 허각의 소회도 그렇지만, 이렇게 두 오디션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도 이색적인 조합이었다. 그들은 팽팽한 신경전을 보여줌으로써, 자칫 김구라의 공백이 가져올 수도 있는 <라디오스타>의 느슨함을 허용하지 않았다.

 

손진영은 탁월한 예능감으로 이 대결구도의 중심적인 역할을 해주었다. 그는 나머지 세 명이 모두 오디션에서 1위를 차지한 이들이라는 사실과 대척점에 서서 '열등감' 운운하며 이들을 쏘아붙였다. 또 허각과 계속 대립각을 세우고, <슈퍼스타K>와 <위대한 탄생>의 비교점을 드러내기도 했으며, 허각을 추종하는 구자명에게는 "너마저도..."하는 서운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조금은 독할 수도 있는 이런 멘트들이 손진영이라는 캐릭터를 통하자 구수하고 순수한 느낌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손진영이라는 새로운 예능감의 발견은 그 동안 수없이 차 떼고 포 떼면서도 굴하지 않고 달려온 <라디오스타>가 여전히 그 동력을 잃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라디오스타>는 그 특유의 몰아붙이는 분위기 속에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게스트의 예능감이 발견되는 지점에서 가장 빛나는 토크쇼가 아닌가.

 

김구라의 미니어처를 규현이 꺼내놓을 정도로 여전히 김구라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중간에 전화 연결로 김태원이 말한 '용서'의 의미가 짠하게 다가온 것도 그 때문일 게다. 하지만 이렇게 비어있는 자리가 있어도 여전히 팽팽 돌아가는 저력, 이것이 밟으면 밟을수록 더 잘 자라는 잡초 같은 예능, <라디오스타>만의 매력이 아닐까.

경험치를 갖고 절절히 공감해주는 그들, '남자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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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격'(사진출처:KBS)

혜민이는 18년 동안 살았지만 과묵한 아빠랑 아직도 잘 친해지지 않아서 고민이라고 했다. 김국진은 말이 없는 만큼 아빠 생각이 깊은 거라고 했다. 효진이는 말라서 차갑게 보여 고민이라며 눈물까지 흘렸다. 김국진은 실수하고 뭐가 잘 안될 때 고칠 수 있으면 고치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고칠 수 없는 단점은 자기의 장점으로 바꾸라고 했다. 보경이는 얼굴이 빨개지는 게 고민이라고 했다. 김태원은 그것은 지극히 정상이라고 말해주었다. 송아진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학생은 이름 때문에 고민이라고 했다. 김태원은 이름을 가치 있게 만드는 건 자기 자신이라고 했다.

긴 얘기도 아니고 그저 짧게 짧게 답변을 해주었지만 고민 한 가득 갖고 온 아이들의 얼굴은 금세 밝아졌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촌철살인의 힘을 발휘하게 한 걸까. 그것은 답변이 무엇을 가르치기보다는 자신의 경험을 그대로 얘기해주었기 때문이다. 과묵한 아빠는 김국진 자신이었고, 말라서 고민한 효진이는 역시 말라서 고민했던 김국진 자신이었다. 또 송아진이라는 이름은 김태원이 처음 그룹을 만들었을 때의 '부활'이라는 이름의 촌스러움 그대로였다. 그들은 아이들의 고민에 답변을 해준 것이라기보다는 자신이 겪었던 똑같은 경험을 끄집어내 고민을 함께 나눈 것이었다.

그게 무슨 실제적인 큰 도움이 되었을까. 아니다. 말하기보다는 들어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고민은 해결되었을 것이다. 아이들이 고민이라 생각하는 것들은 사실 인생을 더 살아온 이들에게는 그다지 큰 고민이 아닌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아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기에 아이들에게 그것은 큰 고민이 되었을 뿐이다. 늘 듣는 귀로만 앉아 그저 공부 공부만을 묵묵히 해야만 하는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에게 속내를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누군가 귀를 열고 그 앞에 앉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남자의 자격'이라는 프로그램만이 갖는 독특한 특징은 바로 이런 자세에서 나온다. 평균나이 마흔 두 살의 이 중년사내들은 저마다 그 짧지 않은 시간들을 살아오면서 쌓아온 경험치들이 있다. 겉으로 보기엔 어딘지 기운 빠져 보이고 실제로 체력도 예전 같지 않지만, 어떤 미션을 치루는 것을 보면 놀라울 만큼 삶의 지혜들이 쏟아져 나온다. 흔히들 도전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자칫 무리할 수 있기 마련이지만, 이들은 열심히 하면서도 힘겨운 걸 힘겹다고 말한다. 겪는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지, 미션을 반드시 성공하고 말고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걸 이미 삶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경규는 유재석이나 강호동처럼 전면에 서서 미션 성공을 위해 팔을 걷어부치고 나서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위치에서 가능한 것과 가능하지 않은 것을 분명히 알고 그걸 자연스럽게 밝힌다. '하모니'편에서도 그는 옆자리로 살짝 물러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런 무리하지 않는 점은 '남자의 자격'이 갖는 어떤 품격을 만든다. 상담은 물론 전문가들의 영역일 수 있지만, 그래도 자기들의 경험치를 가져와 열렬히 고민들을 공감해주는 아저씨들이 그 어떤 전문가들보다 더 반짝반짝 빛나는 건 그 때문이다.

흔히들 나이를 무슨 죄라도 되는 양 얘기하곤 한다. 평균 나이 마흔 두 살의 아저씨들은 그러나 그 어떤 나이보다 빛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건 가르치지 않아도 그저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깨달음을 전해준다. 참 열심히들 사는 구나. 저 나이에서도 할 수 있는 해야 할 것들은 넘쳐나는구나. 좀 몸이 안 따라주면 어떤가. 열심히 사는 모습 자체가 아름다운 걸. '남자의 자격'이 때론 자격있는 멘토처럼 여겨지는 건 그 때문이다.

'남자의 자격', 사랑받을 자격을 얻은 아저씨들

카메라가 돌아가는데도 어디서든 거침없이 옷을 훌렁훌렁 벗어젖히는 이경규. 저질 체력으로 숨 쉬는 것조차 힘겨워 하는 김태원. 그런 모습이 등장할 때면 어김없이 달라붙는 자막. '아! 아저씨...!' 이 짧은 장면과 자막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일상 속에서 우리가 아저씨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것이니까. 하지만 '남자의 자격'에서 이 자막은 다른 의미 하나를 더 덧붙인다. 그것은 그저 부정적인 의미로서의 아저씨가 아니라, 스스로 나이 들어감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는 귀여운 솔직함과 그러면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긍정적인 아저씨의 이미지다.

물론 1년 전, 이들은 그저 아저씨였다. 이경규는 여전히 버럭 대면서 독주하려 했고, 몇몇 토크쇼를 통해 예능감을 선보였던 김태원은 남다른 토크 센스를 과시했지만, 체력이 필수인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 거의 시체 수준이었다. 김태원이 국민할매로 등극하면서 국민약골 이윤석은 묻혀버렸고, 김국진은 이경규 잡는 역할을 시도했으나 곧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김성민은 아직 그 4차원 캐릭터가 이해되지 못했고, 윤형빈은 쟁쟁한 선배들 아래서 기를 펴지 못했으며, 이정진은 아예 캐릭터가 없었다. 그러니 이 캐릭터와 팀워크가 생기지 않은 상태에서 아저씨들의 매력은 쉽게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 아저씨들이 24시간 감금(?)되어 금연을 시도하고, 해병대에서 안 되는 몸을 굴리고, 무엇보다 뜨거운 남자의 눈물을 선보이면서 그 매력은 조금씩 수면 위로 올라왔고, 패러글라이딩을 하며 하늘 위에서 서로의 이름을 외치고, 굳어진 몸으로 청춘들과 소통하고자 2PM의 춤을 연습하며, 하나로 연결된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서 그들의 형제 같은 팀워크가 빛나기 시작했다. 뒤늦게 자신들만의 아지트를 만들고, 웨이크 보드를 타면서 새로운 취미를 도전하며, 신입사원으로 돌아가 그 고단함을 통해 청춘의 꿈을 되새겼고, 그 아저씨들의 꿈은 전투기 조종사가 되어 하늘을 날고, 감동적인 하프 마라톤을 완주하며, 지리산을 종주하면서 실제로 이루어졌다. 그들은 더 이상 그저 아저씨가 아니었다.

그들은 물론 여전히 모이면 17대1의 전설을 논하고, 때론 건강검진을 무슨 공포체험처럼 여기는 입만 열면 허풍에 겁 많은 전형적인 아저씨들이지만, 때론 젊은이들과 함께 걸 그룹에 열광하기도 하며, 때론 만학의 꿈을 꾸기도 하는 젊음을 잊지 않은 아저씨들이기도 하다. 이 수많은 아저씨들의 모습을 1년 동안의 갖가지 도전과제를 통해 발견함으로써 우리는 이제 막연하고 전형적인 '아저씨'라는 이미지를 바꿀 수 있었다. 세월이 청춘을 깎아냈어도 아저씨들 역시 현실에 힘겨워하면서도 여전히 꿈을 꾸고, 그 꿈을 향해 도전하는 남자들이었다.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남자.

'남자의 자격' 1년이 가진 의미는 거기 출연하는 일곱 명의 남자들이 아저씨 그 이상의 의미를 보여주며 우리의 가슴 속에 들어왔다는 것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나아가 현실에 치이고, 세월에 치여 이제는 단단한 돌멩이처럼 보이지만 그 속은 여전히 가녀리고 따뜻한 우리네 실제 아저씨들의 이미지를 되찾아준 것에 진짜 의미가 있다. 그래서 가족과 사회 속에서 숨죽이며 살아온 아저씨들이 여전히 꿈을 향해 달려가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그 모습 자체가 '사랑받을 자격'이 된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데 그 가치가 있다. 그러니 1년을 통해 자격 있는 남자가 된 아저씨들은 그들만이 아니다. '남자의 자격' 1년, 우리 주변의 아저씨들, 그들은 모두 자격 있는 남자가 되었다.

'남자의 자격'이 걸어온 일 년

1. 남자 그리고 두 번 결혼하기 : 김태원의 두 번째 결혼식. 이외수 멘토로 출연
2. 금연 : 24시간 감금(?) 버라이어티 시도
3. 해병대 병영체험 : 적극적인 김성민, 약골 이윤석 넘는 국민할매 김태원
4. 남자 그리고 육아체험 
5. 남자 그리고 꽃중년 되기
6. 남자 그리고 남자의 눈물 : 눈물도 리얼로 승화한 버라이어티의 새로운 시도
7. 스피치 훈련
8. 일곱 남자들의 아이큐가 궁금하다
9. 남자, 1대100에 출연하다
10. 남자 그리고 하늘을 날다 : 김성민, 도움 없이 혼자 패러글라이딩 성공
11. 남자 그리고 아르바이트의 추억 : 이경규 중국집 아줌마에게 굴욕
12. 남자 그리고 젊은 그대 : 2PM 춤 연습, 이게 춤인지 뭔지...
13. 남자 그리고 자전거 여행
14.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남자들의 자세 : 17대1의 전설. 남자들의 허풍
15. 남자들의 아지트 : 아지트를 짓기 위한 못질 버라이어티
16. 수상스포츠에 도전하다 : 끝없이 쓰러지면서 포기 않은 이경규의 웨이크 보드 도전
17. 신입사원 도전기 : 엉뚱한 아저씨들의 신입사원 체험기
18. 동갑내기 이성친구 : 여자의 자격?
19. 남자의 자격표 위대한 밥상 : 어머니표 밥상 차리기
20. 남자 하늘을 날다2 : 전투기 조종사 체험. 쓰러진 이윤석, 하늘 난 김성민, 김국진
21. 남자 그리고 아내가 사라졌다 : 남자들의 살림하기
22. 남자 그리고 09학번 : 만학의 꿈
23. 남자 달리다 : 마라톤으로 보여준 아저씨들의 마이웨이
24. 남자의 자격증 : 1년 프로젝트 시작
25. 송년의 밤 : 일일찻집
26. 장수만세 : 공포의 건강검진
27. 남자 지리산을 가다 : 설경까지 선사한 지리산 등반 도전
28. 1980년 그때를 아십니까 : 추억의 시간여행 속으로
29. 남자 그리고 자동차 : 자동차 정비
30. 체험 삶의 현장 : 현장에서 먼지 덮인 밥 먹기. 땀방울의 현장
31. 남자 그리고 아마추어 : 남자의 자격 밴드 이야기
32. 남자 열광하라 : 아저씨들 소녀시대와 카라를 외치다
33. 널 위해 준비했어 : 선물
34. 단식24시 혹은 이경규 몰래카메라

수평적 대화의 시대, 토크쇼에서 살아남기

‘투나잇쇼’로 잘 알려진 자니 카슨이나, 그 계보를 이어받은 제이 레노, 그리고 역시 토크쇼의 귀재로 동명의 쇼를 진행하는 데이비드 레터맨 같은 이들은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1인 MC 체제를 꽤 오랜 세월 동안(‘투나잇쇼’는 거의 50년 가까운 전통이 있다) 유지해왔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1인 MC체제의 쇼가 유행했던 적이 있다. ‘자니윤쇼’, ‘주병진쇼’, ‘이홍렬쇼’, ‘이주일쇼’, ‘서세원쇼’, ‘김형곤쇼’ 등등이 그것이다. 그 이름만 봐도 한 시대를 풍미한 개그맨들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형태의 토크쇼는 이제 과거의 일이 되어버렸다. 이제 대세는 집단 토크쇼다. 한 명의 MC가 아닌 여러 MC들이 나와 말들을 쏟아낸다.

인터넷 환경을 닮은 집단 토크쇼
이것은 정확히 쏟아낸다는 표현이 맞다. 과거의 1인 MC 체제의 토크쇼에는 기본적으로 질문-답변이라는 순서가 있었다. 하지만 집단 MC 체제에는 이러한 순서는 거의 무시된다. ‘명랑히어로’에서 김성주가 좀 진지하게 어떤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할 때, 김구라는 아예 그 이야기 자체를 끊어버리고 자신의 이야기로 방향을 돌린다. 그리고 김구라의 이야기 도중에도 신정환은 계속 엉뚱한 이야기로 맥을 끊으려 노력한다. 심지어 카메라가 신정환을 잡고 있는 와중에도 말들을 계속 튀어나온다. 그것은 자막의 형태로 마치 만화를 보는 것처럼 화면 속에 들어온다.

집단 토크쇼의 묘미는 비록 글자로서라도 화면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고 싶을 정도로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말의 상찬에 있다. 아마도 과거의 토크쇼에 더 익숙한 분들이라면 이 정신산란한 말과 글자가 범람하는 화면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들의 홍수와 그 홍수 속에서의 순간적인 집중에 대한 훈련을 늘 디지털 사회 속에서 해오고 있는 요즘의 시청자들이라면 말이 다르다. 그것은 너무나 익숙한 풍경일 것이다. 오히려 그들은 정보가 너무나 일목요연한 1인 체제의 토크쇼를 보며 그 단순함에 하품을 할 지도 모른다.

과거의 중앙 집중식 토크쇼 형식이 점점 사라지고, 중앙이 없이 서로 주장들이 난무하는 집단 토크쇼로의 변화는 작금의 인터넷 환경을 닮아있다. ‘라디오스타’에서 서로 자신이 메인 MC라고 주장하는 것은 고스란히 인터넷에서의 대화방식을 닮았다. 인터넷에서의 대화 방식이란 중앙이 없고 대신 무수한 중앙들이 서로의 주장을 하며 부딪치는 형태다. 이처럼 수직적인 대화구조가 수평적인 형태로 변모하면서, 어느 한 사람의 주도 하에 끌려가는 1인 MC체제의 토크쇼는 점점 과거의 유물이 되어가고 있다.

집단 토크쇼, 달라지는 MC들
이렇게 대화방식이 달라지고 그 방식을 수용한 집단 토크쇼들이 등장하자 MC들도 달라졌다. 물론 집단 토크쇼에서도 메인 MC는 존재하지만 그 힘은 현저하게 약화되었다. ‘해피투게더’의 유재석은 메인 MC임이 분명하지만, 프로그램에서 너무 전면으로 나서지는 않는다. 적당한 선에서 그 날 출연한 게스트들의 웃음 포인트를 콕콕 집어내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이것은 유재석이 이 시대에 어떻게 예능 프로그램 MC 0순위의 자리에 올랐는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것은 최근 주목받는 MC로서 강호동도 마찬가지다. 강호동의 스타일이 좀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유재석과는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그 역할은 그렇지 않다. 강호동은 좀 공격적인 방법으로 게스트들의 웃음 포인트를 끄집어 내주고 있을 뿐이다. 공격적인 질문만큼 답변에 대한 과장된 리액션을 아낌없이 보여주는 것은, 씨름을 했던 선수라면 당연할 ‘천부적인 균형감각’을 토크쇼에 있어서도 강호동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호동의 장점은 좀더 강한 토크의 세계 속에서도 유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초창기 ‘무릎팍 도사’의 성공을 가능하게 한 원인이다.

집단 MC 체제는 그 형태가 기본적으로 이야기 배틀의 구조를 가져가기 때문에 그 상황 속에서 특유의 재능을 가진 MC들을 주목시킨다. 그 대표적인 MC가 신정환이다. 신정환은 특유의 순발력과 재치로 TV에 등장하자마자 토크쇼의 강자로 떠오른 인물이다. 물론 탁재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최근 탁재훈은 메인 MC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생기면서 오히려 초창기의 이미지를 아쉽게 만들고 있다. 지금은 옆자리에 앉아서 툭툭 던지는 촌철살인의 말들이 가장 중심에 서서 하는 말보다 더 주목받게 되는 시대다.

옆자리 토크에 적응해야 살아남는다
바로 이 ‘옆자리 토크’가 우세한 시대가 낳은 스타가 김구라다. 그는 누군가 하는 말을 받아치는 방식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세울 수 있었다. 받아친다는 것은 어찌 보면 강렬한 인상을 줘 독한 이미지로 비춰질 수 있지만 김구라는 그 부분을 솔직함과 공감으로 넘어선다. 실제로 가끔씩 던지는 사회에 대한 쓴 소리는 그것이 의미가 있든 없든 간에 보는 이의 마음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구석이 있다.

오랫동안 메인 MC로서의 확고부동한 위치를 차지해온 이경규는 이렇게 달라진 환경 속에 스스로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명랑히어로’에 나온 이경규가 박미선에게 “너랑 같이 했어야 했다”고 말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박미선은 메인의 입장에서 한참 동안의 공백을 통해 변방으로 내려와 집단 토크쇼 속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녀가 제일 먼저 한 것은 ‘해피투게더’에서 후배 박명수를 웃기기 위해 굴욕을 거듭하며 한없이 낮아지는 것이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박미선은 편안한 아줌마의 이미지로 집단 토크쇼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새로 돌아온 김국진도 마찬가지다.

달라진 시대의 대화방식을 차용한 집단 토크쇼는 거기에 걸맞은 MC들의 변화를 요구한다. 그 변화는 바로 수직적 체계에서 수평적 체계로의 이행이다. 라인 문화가 공공연히 프로그램 속에서 회자되던 적이 있었다. 그것이 실제로 수직적인 체계인지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지금은 라인 문화(일단 이 용어부터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보다는 팀 문화가 더 어울리는 시대다. 옆자리에 앉아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이 변화된 토크쇼 환경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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