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캐슬’, 만일 김보라가 정준호의 딸이라면 벌어질 수 있는 일

매회 새로운 반전의 연속이다.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에서는 한서진(염정아)의 딸 예서(김혜윤)가 학교에서 라이벌로 생각하는 혜나(김보라)가 어쩌면 한서진의 남편 강준상(정준호)의 숨겨진 딸일 수 있다는 뉘앙스의 이야기가 전개됐다. 과거 강준상의 첫사랑이 혜나의 엄마인 김은혜(이연수)였던 것. 강준상의 어머니인 윤여사(정애리)는 한서진과의 대화에서 그 첫사랑을 떼어놓은 당사자가 바로 한서진이었다는 걸 드러낸 바 있다. “내가 두 손 두 발 든 애비 첫사랑까지 떨어뜨려 놨지 않니.”라고 한서진에게 말했던 것. 

드라마 말미에 중증 환자인 김은혜가 강준상에게 전화를 걸며 “긴히 꼭 부탁드릴 일이 있다”고 말하는 대목은 그래서 향후 어쩌면 혜나의 출생의 비밀이 드러나지 않을까 예감하게 만든다. 죽음을 예감한 김은혜가 강준상에게 혜나가 본래 당신의 딸이라며 부탁하려 하는 게 아닌가 보이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출생의 비밀’ 코드를 가져온 것처럼 보이지만, 만일 이런 예측이 그대로 맞는다면 이 코드는 의외로 흥미진진한 전개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단지 숨겨진 딸이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라,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의 비교점이 생겨날 수 있어서다. 그 비교의 대상은 예서와 혜나다. 둘은 이미 라이벌이라는 게 드러났고, 공부는 둘 다 잘 하지만 성격이나 인성이 완전히 다르다는 게 학교생활의 단면을 통해 보여진 바 있다.

인강으로 수업을 때우려는 교사에게 혜나는 문제제기를 했고, 그런 혜나를 예서는 “뭐가 문제냐”며 맞섰다. 수업시간에 아예 딴 공부를 하는 예서가 인강으로 해도 무슨 상관이냐고 말하자, 혜나는 “학비가 얼만데 수업시간에 인강을 듣냐”며 “선생님 월급은 왜 받으세요?”라고 묻는다. 이처럼 혜나와 예서는 너무나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런 비교 점은 결국 어떤 환경에서 어떤 교육을 받아왔는가에 직결될 수밖에 없다. SKY캐슬에 사는 아이들은 그 부모들의 영향 아래 사실상 학대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살아간다. 그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는 아이들은 심지어 편의점을 터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한서진의 둘째 예빈(이지원)이 그렇게 도둑질을 하는 걸 우연히 보게 된 이수임(이태란)은 현장에서 예빈을 붙잡아 편의점 주인에게 사실을 털어놓지만 의외로 그 주인은 그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 한서진이 먼저 그 사실을 알고 주인에게 돈을 주며 아이가 도둑질을 하는 걸 그냥 내버려둬 달라고 했던 것. 

예빈이 하는 이 스트레스 해소행위(?)를 이수임은 ‘도둑질’이라고 얘기했지만, 한서진은 ‘스트레스를 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한서진의 교육방식은 후에 엄청난 사건으로 비화될 것임을 예고편은 보여준 바 있다. 예빈이가 “엄마는 내가 왜 도둑질을 하는지 관심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예고편을 통해 보여진 것. 결국 어떤 생각과 교육관을 갖고 있는 부모이냐에 따라 아이들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이 상황들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고 혜나가 그 엄마의 부탁대로 강준상의 보살핌을 받게 된다면 그 새로운 관계의 화학작용은 어떤 변화들을 만들어낼까. 혜나도 그 지옥 같은 예서, 예빈의 삶 속으로 들어가게 될까 아니면 오히려 혜나로 인해 예서, 예빈의 삶이 바뀌게 될까. [SKY 캐슬]이 굳이 출생의 비밀 코드를 활용하게 된다면 아마도 그 목적은 이 다른 부모를 만났을 때의 다른 화학작용이 만들어낼 변화들을 통해 부모의 교육관이 얼마나 아이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드러내기 위함이 아닐까. 이 출생의 비밀 코드가 흥미진진해지는 이유다.(사진:JTBC)

‘부암동 복수자들’, 이런 복수가 정말 최선의 방법일까

복수를 하긴 했는데 어째서 미진한 느낌이 들까. tvN 수목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이 드디어 홍상만(김형일) 교장과 주길연(정영주)에게 복수를 하긴 했다. 홍도희(라미란)의 딸 희경(윤진솔)이 주길연과 그의 아들 황정욱(신동우)의 계략에 빠져 폭력교사 낙인이 찍혔고 심지어 마녀사냥을 당하는 처지에 몰렸지만 의외로 사건은 너무나 쉽게 풀려버렸다. 이수겸(준)이 백서연(김보라)으로 하여금 황정욱의 문병을 가게 해 그것이 모두 가짜라는 게 담겨진 동영상을 찍었던 것. 

'부암동 복수자들(사진출처:tvN)'

사실 폭력교사 낙인이 찍혀 신상이 털리고 마녀사냥을 당하는 처지에 몰렸다는 건 교사를 꿈꾸는 이에게는 치명적인 사건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그 진실을 제대로 밝혀내고 거짓에 가담한 이들을 처벌하는 그 일련의 과정들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렇게 누명을 법적으로 벗는다고 해도 한번 뒤집어쓴 마녀의 오명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게 우리네 현실이니 말이다. 

하지만 <부암동 복수자들>은 이 중요한 증거가 되는 동영상을 엉뚱하게 활용한다. 주길연을 협박해 홍상만 교장에 복수의 카드로 활용하는 것. 신고나 언론에 제보를 하는 것이 아니라 복자클럽의 홍도희는 주길연을 찾아가 아들을 위해서 자신들이 시키는 대로 하라고 한다. 그리고 홍상만을 카페로 불러내 그가 이 사건에 주길연과 가담했다는 사실과 홍도희의 생선가게를 공권력을 움직여 업무방해를 했던 것, 그리고 학교에서 벌어졌던 성추행 사실까지를 폭로하게 만든다.

물론 홍상만 교장에 대한 복수는 통쾌하기 이를 데 없다. 결국 술에 취해 홍도희의 집을 찾아와 주정을 부리는 홍상만은 버스 정류장에 버려진 채 ‘동남아(동네에 남아도는 아저씨)’의 주인공이 되는 굴욕을 겪는다. 하지만 주길연과 그의 아들에 대한 처벌은 그들이 사과하는 것으로 마무리되고 결국 희경은 사건 진상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복권이 아닌 스스로의 퇴직을 결정한다. 

지난 주 방송분에서 김정혜(이요원)는 물론이고 이미숙(명세빈) 그리고 홍도희까지 모두 곤경에 처하고, 결국 복자클럽이 와해될 위기에 몰렸던 것을 떠올려보면 이번 회에서의 주길연과 홍상만 교장에 대한 복수는 일견 시원한 면이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남는 미진함은 왜일까. 

그것은 잘못된 사안의 중함에 비해 이들이 하는 복수의 방식이나 법적 처벌이 어떤 면에서는 너무 약하거나 적절하지 않은 면이 있어서다. 사실 홍도희의 입장이라면 홍상만에 대한 복수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이 희경의 미래에 관한 것이고, 그 미래가 스스로의 포기가 아니라 잘못된 현실이나 거짓과 싸워나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저 못된 이들을 잠시 혼내주는 것으로 ‘복수를 했다’ 자축하는 건 너무 드라마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단순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식으로 드라마가 성추행이나 마녀사냥 같은 심각한 사안에 대해 조금은 황당하고 어찌 보면 어린아이들의 장난처럼 그들을 잠시 간 망가뜨리는 것으로 복수를 했다 치부하는 건 너무 안이해 보인다. 그런 간단한 처결 정도면 충분히 이 사회적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여겨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물론 드라마는 세상을 직접적으로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그래도 드라마가 심각한 현실을 끌어와서는 너무 장난스럽게 다뤄버리고 그걸 복수라 치부하는 건 너무 진지하지 못한 태도다. 코미디를 통한 접근이라고 하더라도 그 웃음의 이면에 있는 사회적 사안들마저 코미디처럼 가볍다 얘기하면 곤란하지 않을까. <부암동 복수자들>의 복수를 보면서 남는 미진함은 아마도 여기서 비롯된 것일 게다.


패턴의 늪에 빠진 ‘부암동 복수자들’, 초반 기세 어디 갔나

tvN 수목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은 그 시작이 좋았다. 첫 회에 2.9%(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기록한데 이어 2회에는 4.6%로 반등한 건 이 드라마의 초반 기세가 만만찮았다는 걸 말해준다. 그것도 tvN이 주중드라마 9시 30분이라는 새로운 편성시간을 세우고 월화에 이어 수목에도 편성한 첫 타자가 거둔 승기라는 점에서 <부암동 복수자들>의 선전은 큰 의미가 있었다. 

'부암동 복수자들(사진출처:tvN)'

이렇게 된 건 이른바 ‘복자클럽’으로 모인 4인방의 면면이 현실적인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재벌가의 딸이지만 남편이 외도로 가진 아들이 어느 날 갑자기 집으로 들어오는 아픔을 겪은 정혜(이요원), 교수의 아내지만 술만 마시면 폭력을 일삼는 맞는 여자 미숙(명세빈), 시장통에서 생선가게를 하며 살아가면서 가진 이들의 갑질을 버텨내는 도희(라미란) 그리고 정혜가 사는 집으로 들어오긴 했지만 그렇게 자기를 이용하려고만 하는 아버지에게 복수하려는 수겸(준). 불륜과 가정폭력, 갑질 그리고 잘못된 어른들이라는 현실의 문제들을 담은 4인방 캐릭터가 모여 연대하고 복수를 꿈꾸는 이야기는 시청자들을 몰입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부암동 복수자들>은 이렇게 복자클럽 4인방이 뭉치게 된 이후부터 이야기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어떤 패턴을 반복하는 느낌이다. 그 패턴은 이렇다. 공분을 일으키는 인물들, 이를테면 교장 홍상만(김형일)이나 교육감 선거에 나선 백영표(정석용) 그리고 이들과 공조하는 이병수(최병모)가 어떤 일들을 도모하면 복자클럽이 그 일을 방해하거나 혹은 망치거나 하는 식으로 ‘소극적인 복수’를 한다. 그 과정에서 복자클럽의 정혜, 미숙, 도희는 남다른 우정을 쌓아간다. 하지만 이 클럽의 존재가 누군가에 의해 미행당하고 남편들에게 밝혀질 위기에 놓인다. 물론 그런 위기로 끝난 상황 때문에 다음 회를 들여다보면 의외로 별 문제없이 위기를 넘기지만.

이 패턴이 3회 가까이 반복되면서 초반 드라마가 주었던 큰 기대감은 한 풀 꺾일 수밖에 없었다. 이야기가 무언가 다채롭지 못하고 똑같은 패턴을 반복하며 뱅뱅 돌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복자클럽의 정체가 조금씩 드러나는 과정도 너무 지지부진하고, 사실상 그렇게 드러난다고 해도 이 클럽이 그간 해온 복수의 양태가 그리 대단하다고 여겨지지 않기 때문에 별다른 위기감 역시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렇게 된 건 복수의 대상들이 보여주는 공분의 행태가 가진 무게감에 비해, 이를 응징하는 복자클럽의 복수방식이 너무 소극적으로 다뤄지기 때문이다. 중심을 치고 들어가지 못하고 대산 변죽만 울리는 것 같은 복수들의 연속. 즉 상대방의 행사를 방해하거나 혹은 굴욕을 주거나 하는 방식은 그들이 해온 공분의 행태를 근본적으로 꺾는 복수방식이라고 보기 어렵다. 본격적인 전면전이 시작이 되어야 이야기 전개에 속도가 붙고 또 반전도 가능하지만 7회가 진행되는 동안 주변만 서성대고 있는 느낌이다. 

이 드라마는 12부작이다. 그러니 이미 중간 터닝 포인트를 지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야기는 시작에서 그다지 변한 것이 없다. 그나마 전개된 건 복자클럽이 생겼다는 정도. 정혜-도희-미숙의 연대와 그들과 자식관계로 얽힌 수겸-서연(김보라)-희수(최규진) 그리고 이들과 대결구도를 갖는 홍상만-이병수-백영표 같은 흥미로운 인물관계 역시 보다 흥미진진한 이야기전개로까지는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래서는 수목에 드라마 라인업을 가지려는 tvN의 전략적 편성이 효과를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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