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 시청자들을 위한 <황금어장>인 이유

 

윤세아, 오연서, 한선화는 <우리 결혼했어요3> 출연자다. 배종옥, 조재현, 정웅인은 <그와 그녀의 목요일>이라는 연극을 올렸고, 이성재, 류수영, 서인국은 <아들녀석들>의 그 아들 3형제이며, 김태원, 김소현, 김연우, 용감한 형제는 <위대한 탄생3>의 멘토들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공통점은? 알다시피 <라디오스타>의 최근 출연자들이다.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최근 지상파 방송사들의 시청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사의 토크쇼에 자사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이 게스트로 나오는 빈도가 과거보다 훨씬 많아졌다. 이것은 <라디오스타>도 마찬가지. 많은 토크쇼들이 이른바 홍보성 게스트들을 출연시키는 것으로 때로는 시청자들의 빈축을 사기도 하고, 작금의 토크쇼 추락의 원인이 바로 이 홍보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 유일한 예외가 있다. 바로 <라디오스타>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차별된 결과를 낳는 것일까.

 

그 첫 번째는 홍보성 게스트라는 것을 대하는 프로그램의 태도다. <라디오스타>는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홍보성 게스트를 굳이 숨기려 하지 않는다. 심지어 대놓고 “홍보할 기회를 줄 테니 해봐라”는 식으로 아예 시간을 주기도 한다. 지난 회에 나왔던 <아들녀석들>의 이성재, 류수영, 서인국은 드라마를 홍보하고는 “드라마 국장님! 저희 할 거 다했습니다!”하고 말하기도 했다.

 

이렇게 내놓고 홍보할 시간을 따로 준다는 것은 거꾸로 나머지는 홍보할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프로그램의 암묵적인 엄포와 같다. 제 아무리 홍보성 게스트가 카테고리로 나와도 <라디오스타>는 결국 게스트의 숨겨진 면을 끄집어내기 위해 끝없이 떡밥을 던지는 토크쇼라는 것. 그들은 물론 드라마나 연극 혹은 예능 프로그램으로 엮어진 게스트들이지만 각자 한 사람 한 사람으로 들어가면 독특한 매력의 캐릭터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물론 그들이 함께 묶어진 프로그램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게다. 하지만 그것조차 훈훈한 분위기를 <라디오스타>는 허락하지 않는다. 이번 <위대한 탄생3>의 멘토들이 나왔을 때도 먼저 던져진 이야기는 김태원과 용감한 형제가 진짜 사이가 안 좋은가 하는 점이었다. 이런 질문은 둘 사이에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이어서 김연우의 방송분량을 떡밥으로 던져 서로 다른 심사에 대한 관점을 갖고 때 아닌 ‘100분토론’식 팽팽한 대립을 갖게 되는 게스트들의 그림을 만들어냈다.

 

이것은 물론 그간 <라디오스타>가 일관되게 그 토크의 분위기를 유지함으로써 이제는 게스트들조차 어떤 준비가 된 상태로 프로그램에 임하게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소현은 규현과 함께 뮤지컬을 했던 경험이 있어서 “설마 독설을 하겠냐”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 말은 뒤집어 얘기하면 <라디오스타>의 독설(사실은 직설)을 게스트들이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라디오스타> 특유의 ‘떡밥 분위기’는 물론 이 토크쇼의 상위개념인 <황금어장>이 왜 황금어장인가를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토크쇼는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치 무언가 재밌는 이야기를 낚으려는 MC들이 게스트들을 향해 떡밥을 던져놓고 물면 서로 잡아당기려 준비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제아무리 홍보성 게스트가 나오더라도 말 그대로 이야기의 황금어장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바로 이 점은 현재 난항을 겪고 있는 토크쇼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깊이를 추구한다는 명분은 자칫 잘못하면 게스트의 토로와 변명을 받아주는 빌미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토크쇼는 시청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게스트를 위한 것으로 바뀌게 된다. <라디오스타>의 소통방식이 좋은 것은 MC나 게스트 모두 준비된 상태로 자신의 진정성을 드러내 보일 준비가 되게 만드는 그 특유의 분위기에 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홍보성 게스트마저 시청자들을 위한 황금어장으로 만들어내는 마법을 발휘한다.

<위탄3>, 리틀 임재범 탄생이 의미하는 것

 

단 몇 분의 등장이었지만 리틀 임재범 한동근의 파괴력은 <위대한 탄생3(이하 위탄3)>의 부활을 예고하게 만들었다. 어딘지 강렬한 외모에 간질을 앓고 있다는 사연을 담담하고 밝게 밝힌 한동근은 바비킴의 ‘사랑 그 놈’을 부르며 심사위원들을 매료시켰다. 오디션 무대였지만 이례적으로 김태원은 한동근에게 즉석에서 ‘데스페라도’를 불러보라고 사실상의 노래 신청(?)을 하기도 했다.

 

'위대한 탄생3'(사진출처:MBC)

김태원은 ‘자신이 노래를 잘 하는데 그걸 모르는 사람’을 찾고 있다며 그게 바로 그대라고 극찬했고, 용감한 형제는 ‘리틀 임재범’을 보는 것 같았다고 그를 추켜세웠다. 그런 극찬에 대해 정작 한동근은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었다. 멘토들의 진심어린 칭찬에 절을 하는 모습을 보였고, 마치 황송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시골청년 같은 순박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최고의 노래 퍼포먼스와 때 묻지 않은 순박함. 이것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재미를 만들어내는 핵심이다. 원석을 발굴해내는 오디션의 장은 아마추어의 태도를 보이지만 실력만큼은 기성 가수를 넘어서는 그 반전의 무대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김태원의 ‘자신이 노래를 잘 하는데 그걸 모르는 사람’이라는 표현은 그가 얼마나 오디션 프로그램의 핵심을 꿰뚫고 있는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결국 오디션 프로그램의 재미는 바로 한동근 같은 숨은 실력자들이 발견해내는 것이다. 소울 가득한 보이스의 매력을 보여주어 김태원으로부터 “<위대한 탄생>에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극찬을 들은 이형은도 마찬가지다. 경북 영주에서 올라온 시골 소녀 같은 모습을 보였지만 픽시 로트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소울 가득한 반전을 보여주었다. 버스커버스커 김형태의 사촌형인 김보선 역시 보기와 다르게 자작곡 ‘뭐라고’를 불러 싱어 송 라이터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런 원석이 발견됐을 때 그것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연출해내느냐 하는 것이다. <위탄> 시즌2는 시즌1에서 이미 드러난 형식을 반복함으로써 그다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출연자들보다 정작 멘토들이 더 부각된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되었다. 출연자가 잘 부각되지 않고 ‘가르치는’ 멘토들만 보이니 프로그램이 너무 교조적인 느낌을 주기도 했다. <위탄> 시즌2에 대한 대중들의 혹평은 그들이 보고 싶은 원석의 반전 무대는 차치하고 멘토들의 ‘가르침’에 집중되는 잘못된 연출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그런 점에서 <위탄3>의 변화는 꽤 적절해 보인다. 먼저 무대의 긴장감을 세우기 위해 마련된 40초 동안 서서히 닫혀버리는 ‘합격의 문’이라는 새로운 장치가 눈에 띈다. ‘합격의 문’은 그러나 단지 긴장감을 위한 목적만을 가진 게 아니다. 참가자의 노래에 대한 심사위원과 시청자들 사이의 공감을 확인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닫혀가는 문과 참가자의 실력을 느끼는 시청자들, 그리고 그 문을 열거나 닫는 심사위원의 행위가 하나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멘토 구성과 멘토 각자가 가진 심사기준의 차이 역시 적절해 보인다. 김태원이 매력적인 보이스와 가능성을 찾는다면, 김연우는 좀 더 가창력(기술)을 바라보는 쪽이고, 뮤지컬 가수인 김소현이 진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용감한 형제는 끼와 스타성을 보는 식이다. 이렇게 각각 다른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에 부딪침도 생기지만 바로 그 점이 <위탄3>만의 차별화된 오디션을 만들어준다. 김태원과 의견대립을 보이는 용감한 형제가 결국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김태원이 가능성을 본 참가자를 떨어뜨리는 모습은 그래서 향후 멘토제로 이어질 경연을 더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물론 이제 첫 발일 뿐이다. 어쩌면 첫 회이기 때문에 주목받을 만한 참가자들을 전면에 배치했을 수도 있다. 따라서 향후 이어질 몇 회분의 오디션 무대가 지나야 <위탄3>의 가능성을 제대로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몇 분 간 등장한 리틀 임재범 한동근이 남긴 여운은 <위탄3>가 제대로 첫 발을 잘 내디뎠다는 것을 말해준다. 과연 <위탄3>는 이 기대를 끝까지 끌고 갈 수 있을 것인가.

기대되는 '나가수2', 걱정되는 MBC

 

김영희 PD와 함께 돌아온 '나가수2'는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본격적인 생방송을 앞두고 벌어진 22일 첫 녹화현장은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몇 개월 간의 공백기는 '나가수2'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여놓았고, 캐스팅된 가수들의 무대는 그 하나하나에서 정성이 느껴졌다. 관객들은 오랜만에 음악의 축제 속에 푹 빠져들어, 때론 그 가슴을 울리는 깊은 감성에 젖어들었고, 때론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하는 열정적인 무대에 가슴이 뛰었다. '나가수2'는 확실히 한층 업그레이드된 느낌을 주었다.

 

 

'나는 가수다2'(사진출처:MBC)

무엇보다 12명의 가수 라인업이 돋보였다. '나가수1'에서 아깝게 탈락했던 가수들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은 '나가수2'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었다.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목소리의 김연우가 부르는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분위기 있게 울부짖는 듯한 JK김동욱이 부르는 '미련한 사랑', 폭풍 성량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 이영현의 '연', 특유의 절절함이 묻어나는 박완규가 부르는 '천년의 사랑', 감미롭다 못해 날카롭게까지 느껴지는 정엽의 '잘 몰랐었다', 그리고 진정한 재도전을 보여준 김건모의 '서울의 달'까지. 더 듣고 싶었으나 듣지 못했던 '나가수1'의 가수들은 '나가수2'에 그 기대감을 그대로 이어주었다.

 

여기에 '나가수2'로 합류한 나머지 6명의 가수들의 존재감도 빛이 났다. 이은미는 '위대한 탄생'의 멘토로 출연하면서 상당 부분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나가수2' 첫 무대에 올라 그녀가 부른 '녹턴'은 이 모든 걸 덮어버릴 만큼 가수로서의 매력이 철철 넘쳤다. 이미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지만 최근 몇 년 간 얼굴을 볼 수 없었던 이수영이 부르는 '휠릴리'는 대단히 감미로웠고, 8년 간이나 가수로 활동했지만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정인이 부르는 '미워요'는 절절한 감성이 느껴졌다.

 

늘 즐거운 모습을 보여줬지만 가창력은 상대적으로 묻혀 있던 박상민의 '멀어져간 사람아'는 걸쭉했고, 한때 김건모와 함께 흑인 감성이 묻어나는 보컬로 주목받았던 박미경의 '이유 같지 않은 이유'는 흥겨웠다. 무엇보다 고령이지만 현역 최고의 밴드인 백두산이 부르는 '러쉬 투 더 월드'는 80년대 헤비메탈의 매력을 뽐내며 향후 '나가수2'의 가장 파격적인 무대를 예감하게 했다. '나가수1'에서 아깝게 탈락해 아쉬웠던 가수들과 이번에 합류한 기대되는 가수들을 적절히 배합한 '나가수2'의 캐스팅은 그래서 잘 차려진 음식들처럼 저마다의 독특한 맛을 보여주었다.

 

현장에서 느낀 음향 수준은 향후 진행될 생방송이 주는 부담감을 상당 부분 덜어주었다. 오히려 생방송이 가질 리얼리티적인 요소에 대한 기대감마저 갖게 만들었다. 사실 음향적인 부분만 해결된다면 생방송은 '나가수'에게는 어쩌면 친숙한 것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나가수1'에서의 녹화시간은 거의 실시간과 크게 다르지 않았었다. 준비된 가수들이 있고 준비된 제작진들이 있으니 괜히 녹화라고 시간을 질질 끌지 않아야 준비된 관객들에게도 그만한 감동을 줄 수 있을 거라는 김영희 PD의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니 생방송에 대한 훈련은 이미 '나가수1'에서부터 끊임없이 해왔던 셈이나 마찬가지다.

 

확실히 '나가수2'는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한 프로그램으로 보인다. 김영희 PD가 있고 다양한 개성을 가진 가수진들이 포진해 있는데다가 한동안 휴지기를 가짐으로써 관객들의 기대 또한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현재 MBC가 처한 위치와 그로 인해 '나가수2'가 짊어지게 될 부담이다.

 

현재 MBC는 장기파업으로 인해 제대로 된 프로그램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뉴스도 줄어들었고 시사 교양 프로그램은 실종된 지 오래다. 예능 프로그램은 줄줄이 결방되면서 시청률이 거의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외주제작되는 드라마가 그나마 어느 정도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생각만큼 좋은 형편은 아니다. MBC 예능의 대표상품이었던 '무한도전'이 장기 결방되고 있고, '일밤'은 애국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결국 '나가수2'가 어쩔 수 없이 이 모든 짐을 지게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대중정서다. '나가수2'는 분명 그 매력이 넘치는 프로그램으로서 대중들의 기대를 불러일으킬 것이 분명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 기대감이 MBC가 현재 처한 위치 속에서는 걱정으로 변할 수도 있다. 많은 대중들은 그간 파행되었던 MBC가 공영방송으로서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되찾기를 바란다. 물론 '나가수2'는 그 자체로서 완성도 높은 훌륭한 프로그램이고 대중들에게 진정한 감동을 선사하겠다는 진정성이 느껴지지만, 그 좋은 의도와는 상관없이 자칫 MBC 사측이 가진 최후의 보루처럼 활용될 가능성도 높다. 과연 대중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나가수'의 성공방정식, 생존과는 무관하다

'나는 가수다'(사진출처:MBC)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에서 정엽과 김연우는 모두 단 두 곡씩을 부르고 탈락했다. 김건모는 재도전의 여파로 역시 두 곡을 부르고 무대를 떠났고, JK김동욱은 노래를 부르다 멈추고 다시 부른 것 때문에 자진 하차를 선택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짧은 출연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에게 강한 임팩트를 남김으로써 이른바 '나가수' 효과를 톡톡히 입었다. 이들은 '나가수' 출연 이후 콘서트 대박 행진을 이어갔다. 방송이 짧았던 만큼 큰 아쉬움이 콘서트 수익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그것만이 아니다. '나가수'를 통해 확실한 자기 색깔을 드러낸 정엽은 윤도현과 함께 두 편의 광고를 찍었고, 김연우는 '라디오스타' 같은 토크쇼를 통해 숨겨둔 예능감을 선보이며 이른바 '연우신'으로 불리는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렇게 가장 짧은 출연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수혜를 입은 가수는 임재범이다. ‘너를 위해’, 남진의 ‘빈 잔’ 그리고 윤복희의 ‘여러분’ 이렇게 단 세 곡을 부르고 맹장수술 때문에 자진 하차했지만, 이 세 곡이 남긴 임팩트는 컸다. 이 세 곡의 음원수익이 '나가수'의 명예졸업자들인 박정현이나 김범수와 비교될 정도다.

게다가 그는 예당과 전속계약을 맺었고 예당측은 임재범의 경제적 가치가 100억대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런 그의 몸값은 광고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그는 광고계에서도 박지성, 박태환, 김연아 같은 특A급 광고 대우를 받았다고 한다. 물론 명예졸업을 한 박정현이나 김범수, 그리고 마지막까지 버텨낸 YB가 거둬간 성공 수익(?)은 엄청나다. 하지만 단 두 곡을 부르고 하차했다고 해서 그 '나가수 효과'가 적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중요한 건 여러 라운드를 오래 버텼다는 게 아니라 한 번을 해도 확실하게 인상을 남기는 그 임팩트다.

김범수나 박정현, YB가 그만한 '나가수 효과'를 가져간 것은 버틴 횟수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무대를 통해 보여준 자신들만의 확실한 개성과 경쟁력 때문이다. 이소라는 세 차례의 경연 후에 탈락했지만, 그녀가 남긴 인상은 깊었다. 그녀가 이 무대 첫 문을 열며 부른 '바람이 분다'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음원 차트를 장식했고, 보아의 'No.1'을 재해석해 부른 파격은 여전히 대중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일등도 차지하지 못한 채, 무려 다섯 차례의 경연을 버텨냈던 조관우는 탈락 후 다른 이들과 비교해 반향이 적은 편이다.

이것은 이제 마지막 명예졸업을 남기고 있는 장혜진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그녀는 매번 '나가수'라는 무대가 원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경연을 잘 버텨왔다. 하지만 명예졸업에 즈음해 확실하게 뇌리에 남겨지는 임팩트는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을까. 결국은 자기만의 개성을 얼마나 잘 드러내느냐의 문제다. 즉 '나가수'가 이른바 '지르는 창법'이나 퍼포먼스를 요구하는 무대라고 해서 생존하기 위해 본래의 색깔을 억누르는 것은 당장 살아남을 수는 있어도 그 가수만의 정체성을 강하게 대중들에게 어필하는 데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끊임없이 감정 과잉으로 치닫는 윤민수의 무대와 '나가수' 무대의 특성을 파악하고 단번에 정점에 올랐지만 좀 더 자기만의 색깔로 돌아온 자우림의 무대는 확실히 비교되는 지점이 있다. 차라리 조규찬처럼 짧고 굵게 자신의 무대를 고집한 가수는 떨어진 후에도 대중들의 지지를 얻는다. 조규찬 탈락 후, '나가수'에 대해 이른바 '목청 대결' 논란이 벌어진 건, 그만큼 조규찬 탈락에 대한 안타까움이 컸다는 반증이다. 결국 '나가수'의 본질이 경연이라고 해도 버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오히려 '나는 가수다'라는 그 제목이 지칭하듯, 자신만의 가수로서의 색깔을 드러내는 일. 그것이 당장 탈락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가수에게 이득으로 돌아갈 수 있는 좋은 선택이라는 것을 역대 '나가수' 출신 가수들의 행보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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