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우리가 만들었다고? 어느새 훌쩍 성장한 <집밥>

 

이걸 우리가 한 거야?” 2주 전 담가 두었던 깍두기를 꺼내놓으며 <집밥 백선생>의 제자들은 모두가 반색한다. 압도적인 비주얼. 어머님이 만들어주셨을 때나 먹어봤던 그런 비주얼의 깍두기가 자신들의 눈앞에 놓여있다는 사실이 못내 믿기 어려운 눈치다. 맛을 보니 절로 뿌듯함이 몰려온다.

 

'집밥 백선생(사진출처:tvN)'

깍두기를 가장 맛있게 담갔다는 평가를 받은 김국진은 서로 먹겠다고 달려드는 숟가락 세례를 보고는 영업 끝났습니다를 외치며 뚜껑을 닫는다. 그리고 마치 가방을 들고 퇴근이라도 하듯 깍두기 담근 통을 들고 나간다. 깍두기를 담그면 어머니에게 갖다 주겠다고 하며 아이처럼 즐거워했던 김국진. 그의 깍두기를 맛본 어머니는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걸 보는 김국진의 마음은 또 어떻고.

 

지난 3<집밥 백선생2>가 시작됐을 때만 해도 이 요리불능자들이 뭐 하나라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김국진은 그 흔한 토스트 하나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이종혁은 끔찍한 비주얼의 괴식(?)을 만들어 보는 이들을 경악하게 만든 바 있다. 그리고 10. 어언 7개월에 접어드는 시간 동안 이들은 같은 사람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변화했다.

 

이제 요리에 파기름을 내거나 양파를 볶아 캬라멜처럼 만들고 갖은 양념을 내놓는 정도는 척척 해낸다. 재료 몇 개만 얘기해줘도 그걸 갖고 뭘 하려는지를 유추해내고 그 맛이 어떨 것이라는 것도 어림잡아 떠올릴 정도다. 그런 그들에게도 깍두기나 파김치 같은 김치 담그는 일은 하나의 장벽처럼 여겨졌던 게 사실이다.

 

그랬던 그들이 이렇게 제대로 된 깍두기와 파김치를 만들었으니 그저 받아먹기만 했던 김치와 비교가 되겠는가. 밥을 꺼내와 파김치를 얹어 먹고, 라면을 끓여 깍두기와 먹어보는 그들은 아마도 김치가 이렇게 맛있었던가 생각할 지도 모를 일이다. 자신이 정성들여 만들었으니 그 과정을 알고 있는 그들에게 그 맛도 배가 될 수밖에.

 

<집밥 백선생>은 요리 레시피를 배우는 프로그램이지만 그런 정보적인 차원만 있는 건 아니다. 요리 과정에서 나오는 깨알 같은 재미들이 있고, 무엇보다 이 요리불능자들이 조금씩 요리의 세계에 들어가는 그 성장과정이 드라마틱하다. 어느 정도 요리를 하던 이들이라면 그러려니 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아무 것도 못하던 그들이 하는 작은 성취 하나하나가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그러면서 이 프로그램은 아주 조금씩 집밥의 의미를 바꿔나가고 있다. ‘집밥하면 당연한 듯 떠오르던 엄마의 밥상이 이제는 누구나 집에서 차려먹을 수 있는 밥상으로 바뀌고 있는 것. 이처럼 요리에는 담을 쌓고 살던 요리불능자들도 척척 할 수 있으니 누구든 할 수 있는 게 집밥이라고 이 프로그램은 말하고 있다. 그것도 의무적인 일이 아니라 즐길 수 있는 놀이로서.

 

다른 요리들도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었지만 이번 깍두기와 파김치는 그래서 <집밥 백선생>에는 더 큰 의미를 부여하게 만든다. 아무래도 가장 큰 능선처럼 여겨지는 게 김치 담그는 법이 아닌가. 엄마들만이 비법을 알고 있고 그래서 엄마들만 꼭 해야 할 것처럼 여겨지던 그 세계가 이제 누구나 할 수 있는 세계로 보여졌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 프로그램의 가치는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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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옛 놀이에서 배려를 발견하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무한도전'은 왜 12살 박명수의 시간대로 되돌아갔을까. 그 시간에서 도대체 무엇을 찾으려는 걸까. 그것은 유재석이 초반에 설명했듯이 '잃어버린 명수의 추억 만들어주기'가 목적이다. 즉 이 상황극은 어린 시절 '혼자 놀았던' 박명수가 스스로는 "행복했다"고 말하지만 '함께 놀았다면' 더 행복했을 거라는 전제하에 옛 놀이를 하는 콘셉트로 꾸며졌다.

이름만 들어도 반가운 다방구, 오징어 놀이, 동대문을 열어라,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한 발뛰기, 지우개 따먹기 등등의 게임이 거론되거나 재현됐다. 여기서 박명수는 계속해서 "아무래도 혼자 노는 게 더 재밌는 거 같아"라는 말을 반복하고, 유재석은 그런 박명수를 달래서 "같이 노는 게 더 재밌어"하고 놀이에 끼워 넣는다.

땅바닥에 금 하나만 그으면 하루 종일 재밌게 놀 수 있었던 아날로그 옛 놀이가 가진 가치는 그 편의성 때문만은 아니다. 거기에는 누구든 하고 싶으면 함께 노는 것이 가능했던 옛 놀이의 훈훈한 가치가 들어있다. 잘 놀지 못하는 박명수를 위해 한 발 뛰기 놀이에서 다른 친구들보다 한 발 더 뛰게 해주는 식은 아날로그 옛 놀이의 이러한 '함께 하는 가치'를 잘 드러내준다.

사실 '깍두기'라는 존재는 옛 놀이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균형자(?)'의 역할을 했다. 즉 편을 나눴을 때, 한쪽이 좀 기운다 싶으면 조금 못하는 친구를 '깍두기'로 붙여주는 식으로 양 편의 균형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조금 잘 놀지 못하는 친구라고 해서 '왕따'가 되어버리는 작금의 현실과는 사뭇 다른 방식이다. 당시만 해도 자신이 놀이를 잘 못한다고 여기는 친구는 스스로 깍두기를 자처하기도 했으니까.

모든 길이 아스팔트로 뒤덮이고(어느 순간 길은 자동차를 위한 길이 되어버렸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던 방과 후 시간이 온통 학원생활로 채워지면서 이러한 옛 놀이가 가진 '친구의 개념'은 무색해졌다. 게다가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면서 놀이는 이제 컴퓨터 게임으로 대체되었다. 함께 노는 문화가 아니라 각자 혼자 노는 문화가 되었고, 심지어 친구들끼리 모여도 각자 컴퓨터 게임을 하는 쿨한 세태가 보편화되었다.

'명수는 12살'편은 조금은 소박하지만 그래서 때로는 서로 싸우기도 하고 누군가를 울리기도 했지만 그 속에서도 '함께 하는 친구'라는 가치를 잊지 않았던 옛 놀이를 끄집어내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물론 이 과거로 돌아간 어린(?) '무한도전' 멤버들의 상황극 놀이가 주는 웃음이 가장 큰 목적이지만, 그 웃음 뒤편에 놓여진 따뜻한 정감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박명수는 스스로 밝혔듯이 어린 시절 좀 많이 당했던 캐릭터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명수는 12살'편에도 초반부터 그를 피하는 다른 친구들의 모습이 연출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끝까지 같이 놀이에 끼워주려 하는 유재석 같은 친구도 있었다는 것이 지금과는 다른 옛 정서다. 물론 과거로 회귀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그 훈훈했던 옛 놀이의 추억이 그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배려 가득한 옛놀이에서, 그 놀이를 함께 하는 박명수의 모습이 더욱 짠해지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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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드라마의 진화, 주말드라마의 퇴화

도대체 등장인물이 몇 명이나 되는 걸까. 주말드라마들 홈페이지의 등장인물 코너를 보면 SBS의 ‘황금신부’와 KBS의 ‘며느리 전성시대’는 모두 18명이, MBC에서 새로 시작하는 ‘깍두기’는 무려 19명의 주요인물이 등장한다. 이러다가는 심지어 한 회에 등장하지 못하는 캐릭터가 나올 지경. 주말드라마들은 왜 일제히 인해전술(?)을 쓰기 시작한 걸까.

그 해답은 바로 가족드라마에 있다. 주말드라마는 그 특성상 어떤 식으로든 가족드라마를 표방하기 마련. SBS의 ‘하늘이시여’나 MBC의 ‘누나’, ‘문희’는 물론 ‘진짜 진짜 좋아해’, ‘결혼합시다’ 등도 트렌디와 멜로를 넘나들지만 여전히 그 틀은 가족드라마 안에 있었다. 물론 KBS의 주말드라마는 그 공영성으로 인해 본래부터 가족드라마를 표방해 온 이력이 있다.

하지만 최근 등장하는 주말의 가족드라마는 과거의 그것들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족드라마라는 테두리 안에서 몇몇 주인공들이 엮어나가는 극적인 스토리를 보이던 과거의 주말드라마는 이제 여러 인물들이 등장해 각각의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일일드라마의 확장판 같은 느낌을 같게 된 것이다.

KBS의 ‘며느리 전성시대’는 이 전형적인 KBS 일일드라마의 계보를 잇고 있으며, SBS는 거의 가족드라마와는 거리가 먼 드라마들을 만들어왔지만 ‘황금신부’를 통해 그걸 실험하고 있는 중이다. 새로 시작하는 MBC의 ‘깍두기’는 가족 군상의 규모를 더 넓혀 더 다양한 인물들을 그 틀에 잡아 두고 있다.

이렇게 가족드라마의 구성원들이 양적인 팽창을 이룬 것은 그만큼 다원화된 사회를 반영하는 점도 있지만, 실상은 좀더 안전하게 드라마를 유지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한두 명의 주인공에 집중되어 흘러가는 가족드라마는 그만큼 위험성도 큰 법이다. 따라서 인해전술에 가까운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이들 가족드라마 속에는 다양한 안전판들이 심어진다. 고전적인 가족드라마의 신파 구조는 물론이고, 청춘물이 갖는 멜로드라마에 심지어는 성인드라마의 불륜까지.

그런 안전판들은 시청률과 조율해가면서 언제든 드라마의 중심으로 부각될 준비를 하고 있다. 가족드라마를 애초에 표방했던 ‘행복한 여자’가 갑자기 복잡한 논란드라마의 형태로 변모하면서 전혀 행복하지 않은 여자의 이야기로 간 것은 시청률과 관련하여 드라마가 타협한 결과이다. 애초에 준비된 안전판은 이렇게 활용되고, 그것은 드라마의 애초 의도를 흐려놓지만 최소한 시청률에 있어서의 안전을 보장해준다.

이런 식으로 보면 현재의 가족드라마는 드라마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형태로 자칫 색깔 없는 드라마라는 섣부른 결론에 다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종합선물 세트가 갖는 힘은 대단하다. 다양한 개성을 지닌 사람들이 엮어내는 복잡한 가족관계는 사실 압축적이고 긴박한 구조의 드라마 전개에 있어서는 그다지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다. 그러나 일일드라마에 익숙한 고정 시청층(주로 중장년층)이라면 다르다. 관계 자체에서 재미를 느끼는 그들에게 더 복잡해진 가족관계는 가족드라마의 진화로 느껴질 수 있다.

게다가 이들 가족드라마들이 잡아내는 메시지는 일일드라마의 그것보다 좀더 구체적이다. 라이따이한이 등장하는 ‘황금신부’는 SBS 특유의 사회적인 시각이 접목된 가족드라마라 볼 수 있으며, ‘며느리 전성시대’는 현재 달라지고 있는 고부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깍두기’는 현재 급증하면서 새로운 가족관계의 양상을 예고하는 이혼 남녀들의 멜로가 섞인다. 가족드라마라고 해도 제각각 하나씩의 현실과 맞닿는 지점들을 굳건히 갖고 있는 셈이다.

이들 새로운 주말 가족드라마는 일일 가족드라마의 진화된 형태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느껴지는 것은 주말드라마가 퇴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온 가족이 주말 그 저녁 시간대의 드라마를 기다리던 시대는 지났다. 주5일 근무제로 인해 달라진 주말 생활패턴으로 떨어져버린 드라마 시청의 연속성은, 일일드라마처럼 한두 번 걸러도 그 가족이 가진 특성을 알고 있는 한 이해가 가능한 가족드라마 형태를 요구하게 되었다. 주말드라마가 벌이는 인해전술에는 휴일에 빼앗겨버린 시청자들을 잡아내기 위한 방송사의 안간힘이 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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