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사랑받을 자격을 얻은 아저씨들

카메라가 돌아가는데도 어디서든 거침없이 옷을 훌렁훌렁 벗어젖히는 이경규. 저질 체력으로 숨 쉬는 것조차 힘겨워 하는 김태원. 그런 모습이 등장할 때면 어김없이 달라붙는 자막. '아! 아저씨...!' 이 짧은 장면과 자막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일상 속에서 우리가 아저씨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것이니까. 하지만 '남자의 자격'에서 이 자막은 다른 의미 하나를 더 덧붙인다. 그것은 그저 부정적인 의미로서의 아저씨가 아니라, 스스로 나이 들어감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는 귀여운 솔직함과 그러면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긍정적인 아저씨의 이미지다.

물론 1년 전, 이들은 그저 아저씨였다. 이경규는 여전히 버럭 대면서 독주하려 했고, 몇몇 토크쇼를 통해 예능감을 선보였던 김태원은 남다른 토크 센스를 과시했지만, 체력이 필수인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 거의 시체 수준이었다. 김태원이 국민할매로 등극하면서 국민약골 이윤석은 묻혀버렸고, 김국진은 이경규 잡는 역할을 시도했으나 곧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김성민은 아직 그 4차원 캐릭터가 이해되지 못했고, 윤형빈은 쟁쟁한 선배들 아래서 기를 펴지 못했으며, 이정진은 아예 캐릭터가 없었다. 그러니 이 캐릭터와 팀워크가 생기지 않은 상태에서 아저씨들의 매력은 쉽게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 아저씨들이 24시간 감금(?)되어 금연을 시도하고, 해병대에서 안 되는 몸을 굴리고, 무엇보다 뜨거운 남자의 눈물을 선보이면서 그 매력은 조금씩 수면 위로 올라왔고, 패러글라이딩을 하며 하늘 위에서 서로의 이름을 외치고, 굳어진 몸으로 청춘들과 소통하고자 2PM의 춤을 연습하며, 하나로 연결된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서 그들의 형제 같은 팀워크가 빛나기 시작했다. 뒤늦게 자신들만의 아지트를 만들고, 웨이크 보드를 타면서 새로운 취미를 도전하며, 신입사원으로 돌아가 그 고단함을 통해 청춘의 꿈을 되새겼고, 그 아저씨들의 꿈은 전투기 조종사가 되어 하늘을 날고, 감동적인 하프 마라톤을 완주하며, 지리산을 종주하면서 실제로 이루어졌다. 그들은 더 이상 그저 아저씨가 아니었다.

그들은 물론 여전히 모이면 17대1의 전설을 논하고, 때론 건강검진을 무슨 공포체험처럼 여기는 입만 열면 허풍에 겁 많은 전형적인 아저씨들이지만, 때론 젊은이들과 함께 걸 그룹에 열광하기도 하며, 때론 만학의 꿈을 꾸기도 하는 젊음을 잊지 않은 아저씨들이기도 하다. 이 수많은 아저씨들의 모습을 1년 동안의 갖가지 도전과제를 통해 발견함으로써 우리는 이제 막연하고 전형적인 '아저씨'라는 이미지를 바꿀 수 있었다. 세월이 청춘을 깎아냈어도 아저씨들 역시 현실에 힘겨워하면서도 여전히 꿈을 꾸고, 그 꿈을 향해 도전하는 남자들이었다.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남자.

'남자의 자격' 1년이 가진 의미는 거기 출연하는 일곱 명의 남자들이 아저씨 그 이상의 의미를 보여주며 우리의 가슴 속에 들어왔다는 것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나아가 현실에 치이고, 세월에 치여 이제는 단단한 돌멩이처럼 보이지만 그 속은 여전히 가녀리고 따뜻한 우리네 실제 아저씨들의 이미지를 되찾아준 것에 진짜 의미가 있다. 그래서 가족과 사회 속에서 숨죽이며 살아온 아저씨들이 여전히 꿈을 향해 달려가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그 모습 자체가 '사랑받을 자격'이 된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데 그 가치가 있다. 그러니 1년을 통해 자격 있는 남자가 된 아저씨들은 그들만이 아니다. '남자의 자격' 1년, 우리 주변의 아저씨들, 그들은 모두 자격 있는 남자가 되었다.

'남자의 자격'이 걸어온 일 년

1. 남자 그리고 두 번 결혼하기 : 김태원의 두 번째 결혼식. 이외수 멘토로 출연
2. 금연 : 24시간 감금(?) 버라이어티 시도
3. 해병대 병영체험 : 적극적인 김성민, 약골 이윤석 넘는 국민할매 김태원
4. 남자 그리고 육아체험 
5. 남자 그리고 꽃중년 되기
6. 남자 그리고 남자의 눈물 : 눈물도 리얼로 승화한 버라이어티의 새로운 시도
7. 스피치 훈련
8. 일곱 남자들의 아이큐가 궁금하다
9. 남자, 1대100에 출연하다
10. 남자 그리고 하늘을 날다 : 김성민, 도움 없이 혼자 패러글라이딩 성공
11. 남자 그리고 아르바이트의 추억 : 이경규 중국집 아줌마에게 굴욕
12. 남자 그리고 젊은 그대 : 2PM 춤 연습, 이게 춤인지 뭔지...
13. 남자 그리고 자전거 여행
14.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남자들의 자세 : 17대1의 전설. 남자들의 허풍
15. 남자들의 아지트 : 아지트를 짓기 위한 못질 버라이어티
16. 수상스포츠에 도전하다 : 끝없이 쓰러지면서 포기 않은 이경규의 웨이크 보드 도전
17. 신입사원 도전기 : 엉뚱한 아저씨들의 신입사원 체험기
18. 동갑내기 이성친구 : 여자의 자격?
19. 남자의 자격표 위대한 밥상 : 어머니표 밥상 차리기
20. 남자 하늘을 날다2 : 전투기 조종사 체험. 쓰러진 이윤석, 하늘 난 김성민, 김국진
21. 남자 그리고 아내가 사라졌다 : 남자들의 살림하기
22. 남자 그리고 09학번 : 만학의 꿈
23. 남자 달리다 : 마라톤으로 보여준 아저씨들의 마이웨이
24. 남자의 자격증 : 1년 프로젝트 시작
25. 송년의 밤 : 일일찻집
26. 장수만세 : 공포의 건강검진
27. 남자 지리산을 가다 : 설경까지 선사한 지리산 등반 도전
28. 1980년 그때를 아십니까 : 추억의 시간여행 속으로
29. 남자 그리고 자동차 : 자동차 정비
30. 체험 삶의 현장 : 현장에서 먼지 덮인 밥 먹기. 땀방울의 현장
31. 남자 그리고 아마추어 : 남자의 자격 밴드 이야기
32. 남자 열광하라 : 아저씨들 소녀시대와 카라를 외치다
33. 널 위해 준비했어 : 선물
34. 단식24시 혹은 이경규 몰래카메라

스토리를 추구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만든 변화들

"'1박2일'의 힘은 스토리텔링에서 나옵니다." '1박2일'의 이명한 PD는 그 힘을 스토리에서 찾았다. 파편적으로 뚝뚝 끊어지는 몇몇 재미들만으로는 '1박2일' 같은 파괴력은 나올 수 없다는 것. 이것은 2009년 들어와 소재적으로도 세대적으로도 폭이 넓어진 예능 프로그램의 한 특징이다. 이야기를 추구하는 버라이어티쇼들은 이제 전통적으로 웃음에만 천착하던 틀을 벗어나 이야기 자체가 주는 다양한 재미를 찾아가고 있다.

'무한도전'의 '여드름 브레이크' 같은 경우, 만일 웃음이라는 포인트로만 본다면 그다지 재미있는 소재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이야기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이 소재는 버라이어티쇼가 이제는 웃음을 넘어서 서스펜스 같은 새로운 영역의 재미를 끌어 들였다고 볼 수 있다. '1박2일'은 여행이라는 큰 소재가 있지만 각각의 편에 들어가면 말 그대로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거기에는 예능의 본분인 웃음은 기본이고 그 위에 감동도 있고, 때로는 추격전이나 심리전이 주는 긴박감도 있다.

이른바 이들 버라이어티쇼들은 모든 극적 이야기를 끄집어낼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먼저 이 쇼들에는 주인공들인 캐릭터들이 있다. 캐릭터란 저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는 의미다. 그 캐릭터들이 매번 다른 상황을 만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 이야기들은 중첩되면서 캐릭터를 성장시킨다. 여기에는 캐릭터 간의 얽혀져가는 관계가 주는 극적 재미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이것은 쇼의 형식을 갖고 있지만 또한 한 편의 드라마로 봐도 무방할 정도의 이야기성을 내재하고 있다.

버라이어티쇼가 이야기를 추구하면서 2009년 예능에 등장한 쇼들은 저마다 각각의 이야기가 가진 재미들을 내세워 대중들을 사로잡았다. '천하무적 야구단'은 야구라는 스포츠가 가진 다이내믹한 이야기, 각본 없는 드라마가 가장 큰 매력이다. "예능 좀 하란 말이오. 야구만 하지 말고." 이 구호는 이 쇼가 추구하는 것이 단지 이전 예능들이 추구하던 웃음만이 아니라는 것을 거꾸로 말해준다. 특별히 웃긴 상황을 연출하지 않고 담담히 이 야구단의 면면을 따라가며 때론 웃고 때론 우는 모습들을 담아내는 것으로 이 이야기는 진정성 있는 즐거움을 준다.

'청춘불패'는 도시의 첨단을 살아가는 도시인들을 대변하는 아이돌 걸 그룹들이 유치리라는 작은 시골마을에 들어가 정착해 살아가며 아날로그적인 정을 쌓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쇼 역시 웃음이라는 포인트에 그다지 천착하지 않는다. 남희석이 "그래도 예능인데 이렇게 일만 해도 되는 거야?"하고 묻는 지점에 이 쇼가 가진 이야기성이 드러난다. 이 쇼는 유치리 주민들과 점점 가까워지는 아이돌들의 이야기가 매력적이고, 따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우리의 이웃처럼 느껴지는 유치리 주민들로 인해 그 힘을 더욱 얻어갈 수 있다.

'남자의 자격'은 지금껏 보지 못했던 아저씨들의 이야기를 끌어들임으로써 중년 세대들의 공감을 얻어냄은 물론이고, 여성들과 젊은 세대까지 소통의 즐거움을 제공했다. 아저씨들의 꿈이나 한계를 넘어서는 모습은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누군가의 남편인 그들의 이야기가 타인의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이야기라는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하프 마라톤 대회 같은 소재에서는 전편에서는 웃음을, 후편에서는 감동을 전해주는 버라이어티한 재미를 보여주었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세대와 성별을 넘는 소통은 이 쇼가 가진 남다른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이야기를 중심에 둔 예능의 변화는 새로운 스타들을 탄생시켰다. 이른바 '남들 웃기려 할 때, 다큐를 함으로써' 호평을 받는 신 예능형 캐릭터의 탄생이다. '1박2일'의 김C나 '남자의 자격'의 김성민은 웃기기보다는 열심히 프로그램에 임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개그맨들이 그다지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이유는 이처럼 예능의 환경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2009년 예능의 뉴 트렌드로 자리한 '이야기에 대한 추구'는 예능 프로그램의 재미의 층위를 다양하게 해주었다. 이제 예능은 웃음에 집착하기 보다는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가는 중이다. 이 이야기, 즉 스토리를 중심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예능의 외연을 넓혀놓았고, 작금의 콘텐츠들의 특징이 퓨전과 융복합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 다가올 2010년. 예능에 더 많은 이야기들이 넘쳐나길 기대한다.

예능의 새 판도, 땀은 웃음보다 진하다

21.0975km. 꼴찌로 다리를 절룩거리며 들어오는 이경규와 이윤석을 보던 김성민은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그 얼굴을 본 이경규 역시 눈물을 흘렸다. 애초에 황영조 선수가 마라톤 대회 참가 자체가 무리라고 했던 이윤석은 수차례 멈추고 쓰러지기를 반복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결승점을 넘어섰다. "뭐 하나 끝까지 한 게 없다"는 자책감에 "이번만은 포기할 수 없었다"고 이윤석은 말했다. 전편에 마라톤을 준비하며 큰 웃음을 주었던 '남자의 자격-마라톤 도전'편은 후편에 웃음에 대한 강박이 없었다. 그저 진정성이 깃든 값진 땀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 쇼는 웃음 그 이상의 힘을 발휘했다.

예능의 새로운 판도로서 땀이 주는 진실된 이야기가 시청자를 매료시키고 있다. '1박2일'은 거문도 등대로 가기 위해 손수 스텝과 출연진들이 무려 8톤에 달하는 무거운 장비를 나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차마고도'를 패러디한 '예능고도'라는 자막이 붙은 그 장면 속에서 출연진들은 '이건 말도 안돼'를 연발하며 진실된 땀을 흘렸다. 이것은 그간 '1박2일'이 개척해온 생고생 버라이어티의 한 사례를 보여주었다. 이 예능 프로그램이 주말 밤을 장악하게 된 것은 바로 그 출연진들의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이 전하는 진한 진정성에서 비롯된다.

새롭게 김영희 PD 체제로 선보인 '일밤'의 '단비' 역시 땀 냄새 나는 예능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단비'는 아프리카 잠비아까지 무려 25시간을 날아가 현지 주민들을 위해 모래를 파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이 코너는 심각한 물 부족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이곳에 우물을 파서 희망을 나눠준다는 컨셉트를 갖고 있다. 화장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출연진들은 고생스런 일정을 소화해내야 한다.

'천하무적 야구단'은 전국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전국을 돌며 경기를 갖는 강행군을 해야 했다. 출연진 중 맏형에 해당하는 이하늘은 거의 하루의 일정이 야구로 시작해 야구로 끝날 정도로 야구 연습을 했고, 이것은 다른 출연진들의 상황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일까. 부상 투혼까지 발휘하며 경기에 임하는 '천하무적 야구단'은 별다른 예능적인 설정을 하지 않으면서도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들의 땀 냄새가 시청자들에게까지 물씬 전해진 탓이다.

이것은 아이돌 걸 그룹 버전의 예능으로 자리한 '청춘불패'도 예외는 없다. 무대 위에서는 섹시함과 귀여움의 대명사로 깜찍한 춤과 노래를 선사하던 그들이지만, '청춘불패'에 오면 삽자루 들고 땅을 파거나 엄청난 양의 김장을 담그고, 소똥을 치우는 일을 하기가 다반사다. 그 열심히 일하는 모습 때문일까. 이 프로그램에서는 무대 위에서는 볼 수 없었던 걸 그룹들의 따뜻하고 인간적인 모습들이 보여진다. 유치리라는 작은 마을에 화려한 이미지로 포장되어있던 아이돌들이 그 껍질을 하나하나 벗고 동화되고 친화되는 과정은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다.

예능 프로그램의 새 트렌드로 어떤 의도된 몸짓이나 말보다, 진실된 땀이 자리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진정성에 대한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져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리얼이냐 아니냐는 것은 이제 해묵은 식상한 리얼 논쟁에 해당하지만, 그 담겨진 이야기에 진정성이 있느냐 없느냐는 새로운 예능의 트렌드로 자리하고 있다. 땀 냄새 물씬 풍기는 예능이 생고생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은 그 속에 진정성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진정성이 통할 때, 우리는 감동이 있는 웃음을 만나게 된다.

김C와 김성민, 예능에 리얼을 입히는 그들

확실히 예능은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다. 남들은 웃기려고 안달복달 예능을 하려 할 때, 오히려 진지한 얼굴로 다큐해서 호평을 받는 시대니 말이다. 그 새로운 시대의 징후처럼 서 있는 인물이 바로 김C다.

그는 강호동이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가며 "시베리아 야생 수컷 호랑이~"를 연발할 때도, MC몽이 발군의 예능감을 살려 몸 개그를 날릴 때도, 은초딩이 눈을 깜박깜박하며 또 무슨 장난을 쳐서 웃음을 줄까 고민할 때도, 이승기가 안되는 요리 실력으로 요리를 하겠다며 난리 블루스를 출 때도, 이수근이 예능의 빈 공간에 불쑥불쑥 초절정의 개그를 선보일 때도 그저 묵묵히 무표정한 얼굴로 그 자리에 서 있다.

아니 무표정이 아니라 오히려 인상을 쓰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는 '1박2일'이라는 야생의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 지나치게 진지하게 "사는 건 고행"이라고 온몸으로 말하는 것만 같다. 그런데 그 진지함이 예능 속으로 들어오자 놀라운 마력을 발휘한다. 그것은 이 새로운 조류로 만들어진 리얼 예능에 진짜 리얼을 입히는 존재로서 김C가 부각되는 것이다. 그는 지지리도 운 없는 사나이로 한 겨울에는 속옷 차림으로, 한 여름에는 털 잠바로 그 생생한 계절감을 전한다.

재수 없게도 복불복에 져서 홀로 도보로 베이스캠프까지 가는 여정에서도 그는 진지함의 극을 보여주었다. 방송분량은 아예 포기했고, 어두컴컴한 밤길을 묵언수행하듯 걷는 김C는 말 그대로 이 예능 프로그램을 다큐로 만들었다. 그런데 이것이 진짜 다큐일까. 그렇지 않다. 이 예능 속의 다큐는 오히려 웃음을 만들어내는 포인트가 된다. 모두가 웃기려 노력하고 웃음을 터뜨릴 때, 혼자 그 옆에 서 있는 진지한 인물은 그 대비효과를 통해 웃음이 만들어진다. 이 '1박2일'의 이 '예능 속의 다큐'가 준 웃음은 사실상 김C라는 캐릭터가 '1박2일'이라는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 주는 웃음과 일맥상통한다.

'1박2일'에 김C가 있다면 '남자의 자격'에는 김성민이 있다. 김C가 주어진 야생의 상황을 버티는 것으로 그 예능에 리얼과 웃음을 선사한다면, 김성민은 여기서 한 발작 더 나가 적극적으로 힘겨운 상황을 받아들이고 오히려 그 속에서 즐거움을 얻는 모습을 통해 리얼과 웃음을 선사한다. 그의 입에 붙은 말, "나 그거 꼭 해보고 싶었는데"는 다른 멤버들의 한숨과 묘한 대조를 이루며 양측의 웃음을 강화한다.

일일 직장 체험에서도 그는 주어진 여행사 직원의 일에서 한 걸음 나아가 하고 싶은 것을 더 하려는 자세를 보였고, 모두가 두려워하는 전투기 조종에서도 그는 즐기는 자세로 하늘을 날았으며, 모두 힘겨워 하는 2PM의 UCC 만들기에서도 "한번 더"를 외쳐 주변사람들을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게 만들었고, 모두 귀찮아하는 가사일에서 조차 마치 주부가 된 것처럼 열심히 임하는 자세를 보였다.

김성민의 이런 예능에 대한 '열혈'의 자세는 리얼과 웃음을 넘어서 어떤 감동마저 주는 이유가 된다. 나이 든 아저씨들의 도전기로 이루어진 '남자의 자격'에서 고개 숙인 아저씨들과는 상반되게 긍정적이고 밝은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 땅의 아저씨들에게 어떤 힘을 부여해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능에 리얼을 입히는 그들. 예능이 아니라 다큐를 하는 그들. 김C와 김성민이라는 존재는 이제 우리네 예능 프로그램이 서 있는 위치를 잘 말해준다. 설정이 아닌 리얼한 웃음은 어떤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제 예능 프로그램의 베이스가 되고 있고, 김C와 김성민은 바로 그 베이스로서의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이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의 전면에 부각되어 있는 유재석, 강호동의 존재만큼, 이 시대의 예능을 잘 알려주는 인물로서 이들 만한 존재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예능에서 웃음만큼 중요해진 것이 진정성이 된 시대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