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주는 웃음에 깊은 여운이 느껴지는 이유

그것이 어찌 즐겁기만 한 일일까. '남자의 자격'의 미션, '남자, 하늘을 날다Ⅱ'. 제목은 멋지지만 그것을 실행하는 것은 제목만큼 낭만적이기만 한 일은 아니다. 시속 1200km에 육박하는 속도의 전투기에 몸을 싣는 일이 어찌 쉬운 일일까. 가속에 의한 중력을 체험하는 훈련에서 이 남자들은 저마다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중력의 무거움이 주는 고통을 이겨냈다. 심지어 이윤석은 순간 의식을 잃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들이 한 명씩 들어가 얼굴이 무너지는 고통을 견뎌낼 때, 바깥에서 그 광경을 보던 윤형빈이 "이거 웃으면 안되는데"하고 말한다. 아마도 이 광경을 본 시청자들도 마찬가지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들의 힘겨움을 생각하면 이렇게 웃으면 안되는데 왜 웃음이 터질까. 이것은 '남자의 자격'을 보면서 문득 문득 드는 생각이다. '참 힘겹겠구나'하면서도 웃음이 터지는 묘한 기분.

이 평균 연령 39.4세의 아저씨들이 해병대 병영 체험에서 헬기 레펠을 할 때도 그랬고, 숨쉬는 것도 힘들다던 김태원이 몸 만들기 한답시고 뛰고 또 뛸 때도 그랬으며, 이경규가 웨이크 보드를 타고 물 위에 서려고 끝없이 물을 먹으며 보트 뒤에 달려갈 때도 그랬다. 아지트를 지으라고 데려간 폐가를 묵묵히 이 나이든 아저씨들이 망치질을 해댈 때도 그랬고 '남자의 눈물'을 보여주기 위해 속내를 털어놓을 때는 그 진정에 마음마저 먹먹해졌다.

이 과도한 듯 싶은 아저씨들의 도전에 만약 김성민 같은 에너자이저가 없었다면 이 버라이어티쇼는 쇼가 아니라 그 처절함에 눈물범벅이 되는 코너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때, 늘 "나 그거 꼭 하고 싶었는데" 하며 오히려 미션에 설레는 그의 모습은 이 도전을 비로소 버라이어티쇼로 만들어내는 힘이 되었다. 패러글라이딩 비행에도 힘겨워 하는 팀원들에도 불구하고 굳이 다시 그 곳을 찾아가 단독비행을 성공시키고, 보통 전투기 가속 훈련에 한다는 6G에도 팀원들이 벌벌 떨 때, 자청해 9G를 하겠다고 하고 결국 버텨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가 있어 프로그램은 웃을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었다.

'남자의 자격'에서 김성민이 유독 돋보이는 이유는 그가 다른 이들과는 정반대로 미션을 즐기려는 자세를 취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그가 있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이 비로소 웃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남자의 자격'이 이 아저씨들에게 요구하는 것들은 육체적으로나 심적으로나 부담이 큰 것들이다. 안되는 춤동작으로 2PM의 노래를 UCC로 만들라는 것은 이경규나 김태원 같은 나이의 아저씨가 도전하는 것 자체가 쉽지만은 않은 것들이다.

'남자의 자격'에 모인 멤버들이 작금의 예능의 대세로 자리 잡은 리얼 버라이어티쇼에는 익숙하지 않았던 인물들이라는 점은, 이들의 도전이 가진 비장함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일까. 이들이 하는 도전 하나하나에서, 젊은 친구들이라면 몇 번 하면 될 수도 있는 일을 더 비장한 각오로 어색해도 해내는 그 모습에서, 치고 올라오는 젊은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매일 매일을 버텨내고 있는 우리네 아저씨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어느새 아저씨가 되어버린 그 나이에서 확 달라져버린 세상 속에 그래도 버텨내고 생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은 말이다.

'남자의 자격'을 보면서, 김성민이 그 두려움도 없이 당당히 전투기에 오르고 멋지게 비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그 모습에서 어떤 짠함을 느꼈다면 그것은 그 모습 속에 숨겨진 우리네 아저씨들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남자의 자격'이 주는 웃음이 결코 가볍지 않고 어떤 삶의 깊이나 페이소스까지를 느끼게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경규, 칼날이 아닌 칼자루가 되어야

'남자의 자격' 초반부에서부터 이경규는 확실한 보검이었다. 한동안 위기설을 겪고 난 후여서인지 그는 프로그램을 대하는 자세부터가 남달랐다. 새로운 예능의 형식으로 자리한 리얼 버라이어티쇼에 적응하려는 모습이 역력했고, 늘 전면에 서서 프로그램을 좌지우지하던 과거의 방식을 버리려 노력했다. 김국진 앞에서 이경규는 의도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였고, 지나치게 열성적인 모습으로 이 대한민국 평균 이상의 연령들에게 피해를 주는 김성민에게 당하는 모습을 스스럼없이 보여주었다.

50대 이경규의 이런 자세는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음악으로 치면 독주보다는 합주를 해야 하는 형식이며, 그 합주에서 함께 출연하는 출연진들과의 적절한 토크 배분은 매우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서열이나 개그의 공력으로 독보적인 이경규라는 보검은 자칫 잘못하면 같은 아군의 말문을 막아버리는 무시무시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따라서 자신이 당하고 낮추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경규의 노력은 그 자체로 '남자의 자격'이라는 프로그램의 전제조건이 되는 셈이다.

이것을 위해 '남자의 자격' 제작진 역시 초반부에 어떤 장치를 마련하려 했던 노력의 흔적이 보인다. 그것은 멘토로서 이외수나 남진 같은 대선배를 세워두었던 점이다. 이 멘토들은 외부에 서서 '남자의 자격' 팀원들이 비교적 공정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게 해주었다. 이경규는 이들 멘토들에게도 서슴없이 속내를 끄집어내는 공력을 보였지만, 결국에는 무너지고 초라한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프로그램의 팀워크를 살렸다.

하지만 '남자의 자격'은 어느 순간부터 멘토가 등장하지 않게 되었고, 그러자 이런 균형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경규는 다시 프로그램의 중심부에 섰다. 그와 형 동생하며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는 김태원의 캐릭터는 도드라졌고, 그와 마치 톰과 제리 같은 관계를 유지하는 김성민의 캐릭터도 부각되었다. 무엇보다 전체적으로 평균 이하의 체력에 몰려 지쳐있는 모습과 늘 상반되는 자세를 보여주는 김성민은 이 프로그램의 보물 같은 존재가 되었다.

반면 본래부터 수비형 토크가 장기지만, 유독 '남자의 자격'에서만은 이경규를 향한 공격형 토크를 했던 김국진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버렸다. 허약 캐릭터이자 이경규의 집사 캐릭터인 이윤석은, 시체 캐릭터이자 새로운 이경규의 오른팔이 된 김태원 앞에서 잘 보이지 않게 되었고, 윤형빈은 왕비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선배님들의 개그에 리액션을 하는 캐릭터로 굳어져갔다. 이정진은 웃기지 못하는 예능인으로서의 캐릭터도 걸기가 어려운 상태가 되었다.

물론 캐릭터는 그렇게 쉽게 잡히는 것도 아니고, 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현재의 이런 모습들이 앞으로도 그대로 지속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현재는 '남자의 자격'의 도드라진 캐릭터들, 즉 이경규와 김태원, 김성민이 다른 캐릭터들의 빈 부분을 잘 메워주고 있다. 2PM의 춤을 배워 UCC를 만드는 과정에서 보면 이 세 명의 캐릭터가 얼마나 이 프로그램의 동력이 되는가를 쉽게 알 수 있다. 삶이 그대로 묻어난 캐릭터에서 나오는 김태원의 촌철살인, 뭐든 열심히 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되는 김성민의 긍정적인 에너지, 그리고 독보적이라 할 수 있는 이경규의 예능감은 '남자의 자격'의 가장 큰 재미요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균형감각이다. 이 존재감이 너무나 드러나는 캐릭터들과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잘 드러나지 않는 나머지 캐릭터들 사이의 균형감각. 이것은 이제 리얼 버라이어티쇼로 대변되는 달라진 예능의 환경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집단 MC체제가 성립된 이유는 그만큼 다양하게 시청자가 감정이입할 수 있는 캐릭터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점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시청자들은 늘 전면에 나서서 웃기는 자만을 쳐다보지는 않는다.

묵묵히 누군가의 얘기를 들어주고 받아주는 캐릭터 역시 다양한 기호와 취향을 요구하는 시청자들에게는 소중한 존재들이다. 김C가 현재 예능의 블루칩으로 부상한 것은 그의 탁월한 예능감 때문이 아니다. 리얼 버라이어티쇼처럼 지속적으로 봐야하는 프로그램에서 캐릭터는 예능감보다 우선적인 것이 인간적인 매력이다. 인간적인 매력의 캐릭터는 마치 밥 같아서 예능감으로 무장한 맛깔난 반찬 같은 캐릭터들보다 더 오래도록 음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예능적인 존재감이 덜 하더라도 그 캐릭터가 가진 인간적인 매력이 부각될 수 있는 기회는 충분히 제공되어야 한다.

캐릭터들 간의 균형 감각이 만들어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분위기다. 그런 면에서 이 팀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이경규의 역할은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이경규는 실로 혼자 버라이어티쇼를 해도 풍부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공력의 소유자다. 하지만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 혼자 선다는 것은 프로그램의 죽음과 같다. 미약하지만 같은 팀원의 모습들 속에서 캐릭터를 발견해주고 뽑아내주는 역할 또한 그의 몫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발현될 수 있는 분위기를 위해 스스로 가장 낮은 자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 자신도 살리고 프로그램도 살릴 수 있는 길이다.

일일 아르바이트 체험에서 이경규가 중국집 주인아주머니에게 이리 저리 끌려 다니는 모습을 보여줄 때, 패러글라이딩처럼 그동안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몸소 보여줄 때 이경규라는 개그맨은 위대해 보인다. 나이 오십에서도 여전히 청년의 정열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이미 우리나라 예능계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고, 지금도 그 획을 계속 긋고 있는 진행형 개그맨이다. 하지만 대단한 개그맨이 위대한 개그맨이 되려면, 그 높은 곳에서 늘 바닥으로 걸어 내려와야 한다. 이경규라는 보검은 무엇이든 자를 수 있기에, 그 스스로가 칼날을 쥐고 다른 이들이 칼자루를 쥐게 해주어야 빛이 난다. '남자의 자격'은 그런 면에서 이경규에게는 '위대한 개그맨의 자격'을 묻는 시험대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생고생 버라이어티, ‘1박2일’, ‘남자의 자격’, ‘천하무적 야구단’

“버라이어티 정신!” ‘1박2일’이 틈만 나면 외치는 이 구호가 의미하는 건 뭘까. 그것은 아마도 자신들이 생고생을 하더라도 다양한 웃음을 줄 수 있으면 결행한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물을 보면 입수한다” 같은 강호동이 이른바 ‘예능의 정석(?)’이라고 주장한 것이 바로 그 버라이어티 정신에 해당한다. 그런데 ‘1박2일’의 성공에 자극받은 것일까. 최근 들어 KBS 주말 예능의 ‘버라이어티 정신’이 눈에 띈다. ‘1박2일’은 물론이고, ‘천하무적 야구단’, ‘남자의 자격’이 그 생고생 버라이어티의 진수를 보여주는 프로그램들이다.

시작부터 야생 버라이어티를 주창한 ‘1박2일’은 생고생 버라이어티의 전형이 되었다. 한겨울에 야외에서 노숙을 일삼고, 엄동설한에 얼음을 깨고 입수하며, 한 여름에 잠바를 껴입고 촬영하고, 늘상 밥을 챙겨주지 않는 야생의 법칙 속에서 굶주림과 독기가 얼굴에서 피어날 때, ‘1박2일’은 그 헝그리 정신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세울 수 있었다. 자주 굶다보니 이제는 라면 한 그릇이 오히려 고마운 지경에 이른 이들은 ‘고통의 달인’ 김C가 표상하는 것처럼 이제는 그 고통을 즐기는 단계에 이르렀다.

‘1박2일’의 이 야생 정신이 대단하다 여겨지는 것은, 이제 어느 정도 버라이어티쇼의 정점에 오른 지금에도 여전히 이 생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멤버들의 자세에서 읽어낼 수 있다. 야생 정신이 강조되는 이유는 명백하다. 말 그대로 가공하지 않은 날 것의 웃음과 감동을 전해주겠다는 의지다.

‘천하무적 야구단’은 리얼을 강조함으로써 지금껏 예능 프로그램이 스포츠를 다루던 것과는 확연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지독하다 싶을 정도의 훈련 과정과 리얼한 경기는 이 프로그램이 가진 헝그리 정신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김하늘과 마르코가 벌로 타이어를 매고 달리고 화생방 가스실에 들어가는 장면이나, 경기도중 김하늘이 실제로 부상을 입을 정도로 열심히 뛰는 모습은 그 버라이어티 정신의 정점을 보여주었다. 실제 야구선수들에게 코치를 받으며 조금씩 성장해가는 모습이 확연히 눈에 띄는 것은 그 훈련이 가진 리얼함을 말해주는 증거들이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은 ‘무늬만 야구단’이 아닌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야구를 세워두고 엉뚱한 짓으로 웃음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야구 그 자체가 가진 재미를 프로그램의 중심에 세워두고 있다. 계속되는 실전 경기들의 연속은 야구의 묘미를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한편으로는 김C 같은 입담꾼을 해설자로 붙여 예능으로서의 맛을 살려내고 있다. 무엇보다 몸을 사리지 않고 열심히 프로그램에 임하는 출연진들의 살아있는 눈빛이 앞으로의 가능성을 점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한편 ‘남자의 자격’은 이제는 나이 들어 몸이 따라주지 않는 아저씨 출연진들의 도전이 버라이어티 정신을 보여준다. 초창기 24시간 동안 했던 금연캠프에서 실제로 출연진들은 금단현상 앞에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노출시켰고, 이윤석은 룰을 어긴 이유로 한겨울에 개울물에 입수하는 ‘예능의 정석’을 보여주었다. 젊은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2PM의 춤을 배우는 모습은 그것이 춤인지 재활치료인지 알 수 없는 영상을 만들어냄으로서 큰 웃음을 주었다. 여행시즌을 맞아 석모도로 향하는 7인용 자전거 여행은 또다른 생고생 버라이어티의 전조를 예감케 하고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대세가 되어버린 요즘, 아이러니하게도 그 초창기의 리얼 정신을 찾기는 더 어려워졌다. 적당한 판타지를 자극하는 설정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는 건, 그만큼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정착되어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당장의 설정이 주는 자극보다는, 날 것 그대로의 리얼이 조금은 밋밋해도 여운이 오래가는 이유는 뭘까. KBS 주말 예능의 야생을 승부수로 띄우는 모습은 그만큼 의미 있어 보인다.

'무한도전'의 기억력 퀴즈, '남자의 자격'의 눈물

버라이어티쇼의 리얼리티에 대한 추구는 어디까지일까. 연기가 아닌 실제상황을 연출해내기 위한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실험은 땀과 눈물에 이어 심지어 기억에 이르기까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남자와 눈물'이라는 미션으로 진행된 '남자의 자격'은 웃음을 주는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는 이색적으로 남자들이 눈물을 흘리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남자가 눈물을 흘린다'는 이 기막힌 설정은 그러나 '울고 있어도 웃음이 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희극과 비극이 교차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무한도전 - 궁밀리어네어'편은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패러디해 퀴즈쇼를 표방했지만 그 핵심은 '인간의 기억력'이란 새로운 영역을 리얼 버라이어티쇼로 끌어들인 것이었다. 일주일 전 서울의 고궁에서 미리 퀴즈형식으로 곳곳을 경험하게 한 후, 퀴즈쇼를 통해 그 기억을 더듬어가는 과정은 리얼리티의 또 한 측면을 끄집어내게 해주었다. 이것은 '무한도전'이 '정신감정'을 통해 여섯 남자들의 뇌구조를 그려냈던 그 리얼리티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 리얼리티를 확보하기 위해 가장 먼저 사용한 것은 '땀'. '무한도전'의 초기버전인 '무모한 도전', '무리한 도전'에서는 이 연기될 수 없는 땀을 연출해내기 위해 포크 레인과 인간의 삽질이 대결하는 등의 상황을 설정했고, 이것은 현재까지도 지속되는 리얼리티의 기본 소재가 되고 있다. 끝없이 달리고 생고생을 하며 땀을 흘리는 모습은 그 자체로 쇼의 리얼함을 드러내준다.

배고픔의 고통 혹은 음식 앞에서의 식욕 역시 리얼리티의 한 요소로 자리했다. '1박2일'이 매회 보여주는 복불복 게임의 진수는 어쩌면 굶주림과 식욕이라는 숨길 수 없는 본능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패밀리가 떴다'의 음식 재료 구하기와 밥 해먹기가 프로그램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 이유일 것이다.

여기에 동시적으로 엮이는 게임은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리얼 버라이어티의 또 한 축을 이룬다. 게임은 운동에서부터 단순한 복불복 게임, 심리를 알아보는 게임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한 순간의 선택으로 미래가 바뀌는 행운을 점치는 게임까지 발전했다. '무한도전'이 'Yes or No 인생극장'에서 시도한 게임은 한 번의 선택으로 자장면을 먹기 위해 마라도까지 가야하는 상황을 연출해 보여주었다.

한편으로 '눈물'은 리얼 버라이어티쇼를 종종 감동적으로 만드는 리얼리티 요소로 자리해왔다. '무한도전'이 '댄스스포츠 편'에서 마지막 아쉬움에 흘린 눈물이나, '봅슬레이 편'에서 팀원들이 고생 끝에 결국 흘린 눈물, 또 '1박2일'이 오지 산골 어르신들과의 하룻밤을 통해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흘린 눈물은 진정성을 드러내주는 리얼리티였다. 그런 면에서 '남자의 자격'이 이끌어낸 눈물을 통한 웃음과 감동은 진정성을 담보한 실험성이 돋보인 코너로 평가받을 만하다.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리얼리티 추구를 위한 도전은 끝이 없다. 그것은 이미 육체적인 본능을 담아냈고, 숨길 수 없는 감정을 쇼로 끌어들였다. 우리는 이 독특한 쇼 속에서 어쩌면 인간의 진면목을 이끌어내는 일련의 실험을 보고 있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거부할 수 없는 재미 속에서 한편으로 우려되는 것은 자칫 이 끝없는 '리얼'에 대한 집착이 버라이어티쇼의 기본이랄 수 있는 다양성을 제한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물론 기우에 불과한 것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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