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초 겪는 '김사부2' 실제 모델과 옷 벗은 '검사내전' 원작자

 

월화드라마 안에 우리네 현실이 있다? SBS <낭만닥터 김사부2>가 우리네 의료계가 가진 자본화된 현실의 단면을 보여준다면, tvN <블랙독>은 기간제 교사의 시선으로 들여다본 치열한 입시교육과 비정규직의 현실을 그려낸다. 한편 JTBC <검사내전>은 검사하면 떠올리는 정의를 수호하는 슈퍼히어로나 부패한 적폐의 양극단이 아닌 일상을 살아가는 검사들을 그리고 있지만 그런 인간적인 풍경들은 우리가 뉴스를 통해 본 일부 권력형 검사들과의 대비로 그려지는 느낌이다. 결국 프레임 안에서는 일상의 검사들을 다루지만 시청자들은 그 프레임 바깥의 시끌시끌한 ‘검찰개혁’이라는 사안을 염두에 둔다는 사실이다.

 

<낭만닥터 김사부2>가 최근 특히 주목받게 된 건 김사부의 실제 모델인 이국종 교수가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다. 병원장의 욕설 내용이 공개되면서 쏟아낸 이국종 교수의 날선 비판들이 연일 화제가 되었다. 결국 고초를 겪으며 외상센터장을 떠나 일반의로 돌아가겠다 선언한 이국종 교수에게 대중들은 씁쓸한 안타까움을 전하고 있다. 거대 자본화되어 있는 병원들이 내세우는 수익의 문제와 생명을 다뤄야 하는 병원의 본질이 부딪치는 지점을 <낭만닥터 김사부2>는 거대병원과 돌담병원의 대결로 그리고 있다. 시청자들은 이국종 교수 사태를 통해 <낭만닥터 김사부2>에 더더욱 실감을 느끼고 현실과는 다른 판타지에 빠져들게 됐다.

 

<블랙독>은 최근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건드렸다 하면 터지는 입시교육 소재 콘텐츠 중 하나다. 이미 JTBC <스카이캐슬>이 그 저력을 발휘한 바 있다. 우리네 입시교육의 현실을 입시 코디네이터라는 새로운 직종을 가진 인물을 통해 극화한 이 작품은 학생은 물론 학부모들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

 

<블랙독>도 그 연장선이 있다. 대치고등학교에 들어온 한 기간제 교사가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서 아이들을 위한 선택과 자신을 위한 선택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이야기다. 실제를 방불케 하는 리얼리티를 끌어와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입시 교육의 다양한 현실들을 그려내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사내전>은 최근 “검찰개혁은 사기극”이라는 날선 글을 남긴 채 사퇴한 김웅 검사 원작의 드라마로 “검사도 사람”이라는 걸 그려내는 작품이다. 물론 드라마 방영 중 김웅 검사의 이런 발언이 드라마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검찰 개혁을 염원하는 국민들에게는 그 발언이 <검사내전>이라는 작품이 보여준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 수도 있어서다.

 

<검사내전>이 그리고자 한 건 저 뉴스에 등장하는 검사들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조용히 자기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일선 검사들이 더 많다는 것. 아마도 그건 사실일 게다. 그래서 <검사내전>은 그 내용만으로도 뉴스 속 검사들을 에둘러 비판하는 지점이 있었다. 최근 김웅 검사의 발언은 그 스스로를 뉴스 속에 등장시킨 면이 있어 아쉬움을 남기지만.

 

드라마가 현실을 얘기한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드라마들이 담는 현실은 더 촘촘해졌다. 직접 경험을 통해서든 취재를 통해서든 리얼리티를 얻기 위해 노력을 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드라마를 보면 현실이 더 잘 보인다. 월화드라마에 의사, 교사, 검사가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그래서 우연처럼 보이지 않는 면이 있다. 우리네 대중들이 가진 갈증들이 거기 묻어나기 때문이다.(사진:SBS)

'김사부2' 안효섭 잘 나가는데, 이성경 존재감이 잘 나타나지 않는 이유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는 벌써 19.9% 시청률(닐슨 코리아)을 기록하며 거침없는 상승세를 그려나가고 있다. 이렇게 된 건 시즌1과 김사부 역할을 연기하는 한석규의 아우라에 새롭게 투입된 서우진(안효섭) 역시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박민국(김주헌)과의 대결구도도 명쾌하게 생겨났기 때문이다.

 

서우진이라는 인물은 드라마 초반에 확실한 존재감을 만들었다. 남다른 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빚에 쪼들려 거대병원에서 쫓겨난 그는 김사부의 제안으로 돌담병원에 오면서 조금씩 의사로서의 면모를 보이기 시작한다. 다짜고짜 천만 원을 빌려달라며 뭐든 하겠다는 서우진에게 김사부는 일주일 간 자신의 테스트를 통과하면 그렇게 해주겠다고 선언한다.

 

차량 사고로 돌담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받은 국방부장관을 두고 벌어지는 거대병원에서 파견된 박민국과의 알력 다툼 속에서 서우진은 환자를 지켜내기도 하고 김사부가 시킨 대로 국방부장관의 2차 수술을 하는 박민국의 어시스트로 수술실에 들어가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자기 역할을 확실히 해내는 서우진을 보고 김사부는 천만 원을 건넨다. 오글거린다는 서우진에게 김사부는 낭만을 언급한다. “이거를 전문용어로는 개 멋부린다고 그러지. 다른 말로는 낭만이라고 그러고.”

 

하지만 서우진이라는 인물이 이런 빠른 성장담을 김사부와 함께 그려내는 동안 함께 돌담병원에 들어온 차은재(이성경)는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별로 부각되지 않았다. 수술실에 들어가기만 하면 울렁증 때문에 토하기 일쑤고 결국 도망치는 차은재에게 김사부는 그러려면 의사 때려치우라고 말한다.

 

김사부에게 앙금이 있는 차은재는 국방부장관 수술을 가로채기 위해 내려온 박민국과 그 어시스트인 양호준(고상호)에 붙어 거대병원으로 돌아갈 궁리를 한다. 그는 서우진에게 박민국의 2차 수술에 같이 들어가서 도움을 주고 함께 서울로 올라가자 제안하지만 서우진은 거절한다. 그런데 막상 수술실에 서우진이 나타나자 차은재는 오해한다. 혼자만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배신한 거라고.

 

돌담병원에서 서우진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수술에 뛰어들고 있을 때 차은재는 의사가 맞나 싶은 정도로 한가한 모습을 보여준다. 서우진과 밀고 당기는 감정싸움을 하고 일을 하기보다는 서울 본원으로 돌아갈 궁리만 한다. 게다가 자신의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린다. 그런 그에게 서우진이 한 마디를 던진다. “그렇게 남 탓으로 돌리면 위로가 되냐?”

 

차은재는 그래서 사고만 치고 뭔가 해내는 건 없으면서 남 탓만을 하는 민폐처럼 보이지만 이건 사실 <낭만닥터 김사부2>가 가진 이야기 구조 때문에 생겨난 일이다. 이 드라마는 오해-진실-화해의 구성을 통해 이야기를 극적으로 전개하는 방식을 주로 취하고 있다. 박민국 팀이 2차 수술에서 실수를 저질러 국방부장관 수술을 마무리하지 못한 것이지만 루머 때문에 김사부가 1차 수술을 잘못한 것처럼 오해한 장관 아들이 고소를 하겠다 나섰다 진실을 알게 되고 사죄하는 이야기 구조가 그렇고, 자신을 배신한 줄 오해했던 차은재가 진실을 알고 서우진에게 미안하다 말하는 대목이 그렇다.

 

따라서 차은재의 이런 초반부의 민폐에 가까운 모습들은 그가 가진 진실(무언가 수술실 트라우마를 갖게 된 이유)이 밝혀지고 그걸 넘어서는 과정들을 통해 풀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수술실에서는 울렁증을 보이지만 응급실에서는 모든 걸 다 잘 수행해내는 차은재의 모습에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은 김사부는 그래서 이런 반전의 복선을 예감하게 한다.

 

또 서울로 올라가기 위해서라면 돌담병원 사람들을 배신할 것 같았던 차은재가 결정적인 순간에 박민국 팀이 숨기려 했던 USB의 존재를 드러내게 만드는 기지를 발휘하는 대목에서도 이 인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아직 전면에 드러나진 않았지만 차은재에게도 반전의 한방이 있을 거라는 것. 그가 민폐처럼 보이는 건 스토리 구조 상 극적 상황을 만들기 위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사진:SBS)

‘낭만닥터 김사부2’, 시즌2 드라마의 새 기록 세우나

 

김사부(한석규)의 낭만이 그리웠던 걸까.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가 2회 만에 18%(닐슨 코리아)라는 대박 시청률을 기록했다. 첫 회 14.9% 시청률이 시즌1이 남겼던 기대감의 수치라면 2회의 이 수치는 시즌2 역시 충분히 시청자들을 만족시켰다는 증거다. 도대체 <낭만닥터 김사부2>의 무엇이 이런 놀라운 결과를 만든 걸까.

 

첫 회가 시즌1의 리마인드와 함께 새 진용으로 등장한 서우진(안효섭)과 차은재(이성경)를 소개하고 이들이 김사부가 운영하는 돌담병원으로 오게 되는 과정을 다뤘다면, 2회는 본격적인 에피소드를 담았다. 국방부 장관이 차로 이동 중 운전기사가 갑자기 의식을 잃는 바람에 차량이 가드레일을 치고 나가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하고, 그렇게 가장 가까운 병원인 돌담병원을 찾게 된 긴급환자들을 수술하는 김사부와 서우진 그리고 차은재의 이야기가 펼쳐진 것.

 

환자가 국방부 장관이라는 위치가 주는 중압감과 복합적인 내상에 아스피린을 상시 복용해 출혈을 잡기 힘든 상황으로 과연 수술 자체가 가능할까 싶었지만 김사부는 CT 촬영 같은 장치를 활용하지 않고도 재빠르게 출혈을 잡아내는 면모를 보여줬다. 이를 도운 서우진은 김사부의 놀라운 수술과정을 보면서 반신반의하며 “감과 운이 좋았을 뿐”이라 했지만 점점 그게 김사부의 진짜 실력이라는 걸 알아차린다.

 

<낭만닥터 김사부2>가 첫 번째 에피소드로 보여준 국방부 장관 수술 이야기는 사실 시즌1에서도 등장하곤 했던 유사한 에피소드다. 즉 유명인사의 수술이라는 중압감을 이겨내고 수술에 성공하는 김사부와 이를 돕는 후배 의사들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한편에는 그 공을 가로채려는 도윤완 이사장(최진호)이 등장해 김사부와 각을 세우는 에피소드다.

 

결국 시즌1의 이야기 구조를 몇몇 설정들을 바꿔 가져온 것이지만 의외로 그 힘은 여전히 세다는 걸 <낭만닥터 김사부2>는 보여준다. 그건 워낙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1이 구축해낸 이야기 구조가 탄탄하다는 뜻이고,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 구조 자체가 시청자들의 감성을 정서적으로 잡아내는 힘이 있다는 뜻이다.

 

거대병원(이름 자체에 거대하다는 뜻이 들어있다)과 정반대의 대척점에 있는 지방의 소박한 돌담병원의 대결구도가 그 강력한 이야기 틀의 밑그림이라면, 그 위에서 팽팽한 대결을 보여주는 김사부와 도윤완의 만만찮은 캐릭터가 주는 힘이 드라마의 메인 극성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역시 소외된 젊은 의사들이 김사부와 처음에는 갈등하지만 차츰 한 팀을 이뤄가는 이야기가 주는 판타지가 더해진다.

 

김사부는 젊은 의사들에게 돌려 말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지적하는 ‘사부의 역할’을 해서 오명심(진경) 같은 수간호사가 지적하듯 ‘꼰대’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보이지 않게 그들을 챙겨주는 모습을 통해 그 지적에 담긴 진심을 드러낸다. 서우진을 몰아붙이지만 그가 다친 걸 알고 다른 의사들을 시켜 약도 챙겨주고 검사도 하게하며, 울렁증으로 수술대에서 도망쳐버린 차은재에게 그러려면 의사 그만두라고 말했지만 알고 보면 그를 스카우트한 장본인이 김사부라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한다.

 

꼰대가 아닌 사부의 면면을 보여주는 김사부와 그를 통해 성장해가는 서우진. 차은재의 이야기는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낭만적 판타지’를 제공한다. 물론 그건 돌담병원이 거대병원도 하지 못하는 갖가지 어려운 수술들을 김사부와 그 팀이 힘을 합쳐 해나가고, 심지어 거대병원에 의해 처하게된 어려운 상황들을 이겨나가는 것 또한 ‘낭만적 판타지’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낭만닥터 김사부>가 보여주는 건 단지 의학드라마의 장르적 재미만이 아니다. 열심히 노력한 사람이 잘 되고, 욕망에 흔들리지 않고 정직하게 할 일을 한 사람이 상찬 받는, 어쩌면 지극히 당연해야 할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된 우리네 사회를 뒤집어 보여주는 재미다. 물론 그런 당연한 일들이 ‘낭만적 판타지’가 된 현실은 씁쓸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지만, 그래서 우리는 <낭만닥터 김사부2>의 여전한 그 이야기에 빠져들고 있다. 그건 우리네 사회가 시즌1이 방영됐던 3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지만.(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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