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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챔프'가 아시안게임에 미치는 영향

아시안게임에 나가는 선수들에게 있어서 태릉선수촌이란 어떤 의미일까. 국가대표가 된다는 것은 무엇이고 부상이란 어떤 고통일까. 사실 TV를 통해 생중계되는 선수들의 경기와 그들이 힘겹게 따낸 메달에 우리는 감동하면서도, 그것이 얼마나 값진 의미인지는 잘 실감하지 못한다. 물론 메달을 딴 선수라면 그 의미를 찾아 카메라가 다가가겠지만, 아깝게 메달을 놓친 불운의 선수들은 그저 잊혀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만일 '닥터 챔프'라는 드라마를 본 시청자라면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선수들에 대한 마음이 사뭇 다를 것이다.

태릉선수촌 의무실이라는 이 드라마의 배경은 선수들의 고충을 온몸으로 그려내는 공간이다. 거기에는 부상을 입어도 티 하나 내지 않고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있고, 우정으로 경쟁하지만 경기 중 불운으로 한 선수가 다른 선수를 영원히 뛰지 못하게 만드는 사고를 겪는 선수들도 있다. 거기에는 폐암이 의심되는 증상을 갖고 있으면서도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 정밀검사를 받지 않으려는 선수도 있고, 도핑테스트에 걸려 자칫 출전조차 못할 뻔한 선수도 있다.

물론 죽을 것 같은 훈련은 오히려 당연한 것이다. 태릉선수촌에서 쫓겨나지 않는다면, 그래서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수 있다면 그들에게 지옥훈련은 지옥이 아니다. 그들에게 진짜 지옥은 태릉선수촌 바깥으로 밀려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오로지 메달을 따기 위해 태어난 듯이 살아가는 훈련기계라는 얘기는 아니다. 그들은 그 살벌한 경쟁 속에 살아가면서도, 아니 그렇게 살아가기 때문에 더더욱 누군가와의 사랑을 희구한다. 유도선수인 유상봉(정석원)이 박지헌(정겨운)에게 하는 말대로 이제는 "사랑이 (걸림돌이 아니라) 오히려 더 힘이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닥터 챔프'는 경기 무대 위에서만 보았던 선수들의, 무대 아래 이야기를 그려낸다는 점에서 '슈퍼스타K2'를 닮았다. '슈퍼스타K2'라는 스포츠 형식을 무대화한 프로그램이 단순히 대결 자체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대결에 임하는 경쟁자들을 포착해 오히려 대결을 더 흥미진진하게 한 것처럼, '닥터 챔프'는 경기장 바깥의 이야기로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놓는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주목받았던 역도의 이배영 선수나 펜싱의 남현희 선수, 배드민턴의 이용대 선수, 유도의 최민호 선수 등등.. 그들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이면에 숨겨진 땀과 눈물을 우리는 '닥터 챔프'가 그리는 박지헌의 이야기를 통해 미루어 짐작해낼 수 있다.

물론 '닥터 챔프'는 극화된 허구의 드라마일 뿐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허구로 그려내는 이야기들 속에는 현재 우리네 선수들의 녹록찮은 삶이 묻어나 있다. 몸뚱어리 하나로 진솔하게 맞붙는 이들의 삶에서 단순하지만 명쾌한 삶의 진실을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시안 게임은 꾸며질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니 그동안 정직하게 흘린 땀과 그 날의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승운에 따라 결과가 나오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 결과가 무엇이든 이제는 알 수 있겠다. 거기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이미 저마다 하나씩의 고개를 넘은 승자들이라는 것을.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아시안게임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건, 이 작은 드라마가 보여준 선수들에게 대한 따뜻한 헌사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Posted by 더키앙

'닥터 챔프', 공정한 기회의 세상을 꿈꾸다

그들이 원한 건 최소한 공정한 기회였다. 성공? 그건 일단 기회가 있는 사람이어야 꿈꿀 수 있는 거니까. 똑같이 6주 휴식을 요하는 부상을 입고도 어떤 이는 선수촌에서 쫓겨나고 어떤 이는 버젓이 훈련을 하는 상황. 의료과실을 보고 눈감아주지 못했다는 이유로 병원에서 쫓겨나고 심지어 다른 어떤 병원에도 발붙일 수 없게 된 상황. '닥터 챔프'가 그리는 세상은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가 돌아가는 그런 곳이 아니다. 선수촌이든 병원이든, 그들은 어떻게든 버텨내려 하지만 세상은 늘 이들을 쫓아내려고 한다. '닥터 챔프'라는 드라마 속의 갈등은 바로 이 기회조차 공정하지 않은 만만찮은 사회와 그 사회 속으로 뛰어들어 어떻게든 살아내려는 청춘들 사이의 대결에서 비롯된다.

스포츠 의학이라는 일반외과보다는 조금은 여유롭게(?) 느껴지는 의학 분야가 등장하면서도 이 드라마가 여전히 흥미진진한 이유는 태릉선수촌이라는 특수한 공간을 포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메달의 꿈을 위해 몸이 부서져라 연습을 하지만, 그렇다고 부상을 입게 되면 국가대표 선발에서 밀려나게 된다. 즉 일반외과를 다루는 의학드라마에서처럼 생사를 오가는 질환들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태릉선수촌의 의료실에서는 죽음보다 더 한 퇴촌 명령이나, 선수 생명이 끝나는 부상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적어도 이 선수들에게 대회에 못나가거나 운동을 더 이상 못하게 되는 일은 죽음만큼 고통스러운 일일 테니까.

그런데 이토록 생명처럼 여기는 선수생활을 좌지우지하는 잣대가 공정하지 않다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같은 체급의 다른 선수를 찾기 위해 퇴촌의 명분을 찾는 감독이라면? 물론 이것은 극화된 것이지만, 작금의 우리네 청춘들이 겪는 '기회의 격차'와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점점 태생의 조건에 의해 교육이 달라지고 그로 인해 사회로의 진입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 고착화되어버린 사회 앞에서 청춘들이 느끼는 절망감 같은. 아무리 해도 이미 안 되는 것이 정해진 현실 앞에서 꿈이 더 이상 기회가 아니라 고통이 되는 세상. '닥터 챔프'의 지헌(정겨운)이 힘겨운 건 그런 것 때문이 아니었을까.

지헌을 통해 차츰 선수들(청춘들)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는 연우(김소연)가 의료실장인 도욱(엄태웅)을 통해 배워가는 건 바로 이 공평함이다. 내부고발자인 연우를 선수촌 의료실의 의사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의료과실을 알고 있는 연우를 해고시켜달라는 담당의에게 거꾸로 해고 통보를 내리며, 최고의 스타로 특별대우 받는 수영선수에게 다른 선수와 똑같이 대하는 도욱은 마치 공평함의 표본처럼 보인다. 그다지 남 신경 쓰지 않고 살아왔던 연우가 차츰 타인들의 입장을 고려하기 시작하는 건 지헌이 보여주는 사랑과 도욱이 행하는 정의로움을 보기 때문이다. "이젠 포기하지?"라는 도욱의 말에 "포기하지 말란 말이죠?"하고 그것이 반어법임을 알아차리는 연우는 그래서 현실의 어려움과 그럼에도 포기하지 말아야 함을 잘 알고 있다.

지헌은 불공정하게 선수촌에서 쫓겨나고, 연우는 그것이 자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지만 해줄 수 있는 것이 그 선수를 치료해주는 것뿐이다. 이것이 냉정한 그들의 현실이다. 하지만 '닥터 챔프'가 꿈꾸는 세상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쫓겨났지만 다시 선수촌으로 들어가겠다며 연우에게 치료를 구하는 지헌에게서, 그럼에도 꿈꾸기를 포기 않는 청춘의 건강함을 본다면 지나친 낙관일까. 그래도 도욱 같은 인물이 있어 '기회의 격차'를 줄여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드라마처럼 적어도 포기 않는 청춘이기를.

Posted by 더키앙

복잡한 현실 속 명쾌한 건강함을 선사하는 '닥터 챔프'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것이 의사나 운동선수처럼 그나마 나아보이는 직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의료과실을 덮기 위해 그것을 목격한 의사를 오히려 파면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내부고발자라는 멍에를 씌워 다른 병원에서도 받아주지 못하게 하는 상황. 가까스로 국가대표 유도선수로 뽑혔지만 잦은 부상에 고인이 된 형의 가족까지 부양해야 되는 상황. 한때 촉망받는 선수였으나 사고로 하지마비 판정을 받아 다리를 절게 되고 의사가 되어 돌아와 한때 사랑했던 여자의 주위를 서성대는 상황. 혹자는 절망할 수 있는 이 상황을 버티게 해주는 공간은 다름 아닌 태릉선수촌이다. 연우(김소연)와 지헌(정겨운), 그리고 도욱(엄태웅)은 이 곳에서 만난다.

물론 태릉선수촌 역시 매일 같이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경기 전날 잘못 놓은 수액 처방으로 도핑검사 때문에 아예 경기조차 치르지 못하게 하고, 매독에 걸린 선수의 애원으로 페니실린 처방을 했다가 쇼크로 쓰러진 선수를 가까스로 살려내는 등, 연우의 하루하루는 살얼음판이다. 한편 지헌은 5년 전 태릉선수촌에 들어왔으니 무단이탈한 사례 때문에 계속 믿음을 주지 못하고, 한때 친구였던 상봉(정석원)과 갈등을 겪는다. 생활고 때문에 형수가 노래방 도우미로 나가자 그것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등, 그의 일상 역시 피곤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럴 때마다 태릉선수촌은 이들을 바깥으로 내쫓으려 한다. 연우는 간신히 들어온 태릉선수촌 의무실에서 매번 쫓겨날 위기에 서게 되고, 지헌 역시 후보를 벗어나기 위한 경쟁에 늘 놓여지게 된다. 주변상황은 복잡하고 늘 힘겨운 상황이 반복되지만, 그래도 이들은 태릉선수촌의 끝자락을 잡고 놓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세상은 어딘지 이 청춘들에게 '심판 없이' 불공정하게 돌아가는 것 같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다. 도욱 같은 냉철하지만 그래도 공정한 심판은 어딘가에는 존재한다.

'닥터 챔프'는 결국 이 세 사람이 엮어가는 사랑이야기가 메인 테마다. 하지만 그 사랑을 한갓 멜로의 하나의 치부할 수 없는 것은 이들 주변에 배치된 상황들이 이 풋풋한 사랑을 통해 극명하게 대비되어 보이기 때문이다. 힘겨운 현실 속에서 이들의 사랑은 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작은 안식처처럼 보인다. 별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그저 만나서 맨발로 잔디를 함께 걷고, 한밤중 우연히 함께 택시를 타고, 뒤늦은 저녁을 라면으로 때우면서도 그들이 사랑하는 모습이 흐뭇하게 느껴지는 건 그 때문이다.

스포츠가 가진 정직함과, 의학이 가진 인간애, 그리고 아름다운 사람들의 사랑이 엮어진 이 드라마는 그래서 전체적으로 건강함을 선사한다. 부상 좀 입어도 열심히 달리는 지헌과 실수와 사고를 겪으면서도 당당함과 명랑함을 잃지 않는 연우 그리고 비뚤어진 현실 앞에 굴복하지 않고 싸워나가는 도욱의 모습은 그래서 이 차가운 세상에 어떤 희망을 전한다. 현실이 차가울수록 그들의 삶과 사랑에 더 간절함을 느끼게 되는 이 드라마는 그래서 건강하다. 복잡한 가족관계와 뒤틀린 욕망으로 점철된 드라마들의 홍수 속에서 이 드라마는 어떤 섬 같은 안식을 주고 있다.

Posted by 더키앙

'닥터 챔프', 반칙 쓰는 세상과의 한판 승부

"만약에요. 운동을 되게 열심히 했는데, 상대선수가 나보다 힘도 너무 세고 반칙도 막 쓰고 그러면 어떻게 해요?" "방법이 없어요. 죽어라 더 노력해서 그 놈만큼 세지는 수밖에." "그거는 결국 못이기는 거 아닌가? 정정당당한 방법으로는." "아니요? 이겨요. 반칙패. 심판이 있잖아요. 반칙하면 다 걸리지 심판한테." "심판. (웃고는) 나한텐 심판이 없는데." - '닥터 챔프' 유도선수 박지헌(정겨운)과 스포츠의학 전문의 김연우(김소연)가 택시 안에서 나누는 대화 中에서

새벽 4시. 그 택시 안의 공기는 얼마나 신산했을까. 동상이몽. '닥터 챔프'의 김연우와 박지헌은 같은 대화 속에서 각자의 상황을 떠올렸을 것이다. 김연우가 떠올린 것은, 서교수(조민기)의 의료사고를 덮지 않고 내부고발한 일로 병원에서도 쫓겨나고 다른 병원에도 취직하지 못하게 된데다 겨우 들어가게 된 태릉선수촌에서조차 쫓겨나게 될 자신의 처지였을 것이다. 힘도 세고 반칙도 막 쓰는 이는 다름 아닌 바로 서교수를 지칭하는 것. 반면 박지헌이 떠올린 건, 5년 만에 태릉선수촌에 들어가게 됐지만 여전히 자신의 앞길을 막아서는 라이벌 상봉(정석원)이다.

이 대화처럼 '닥터 챔프'가 그리는 것은 힘도 세고 반칙도 막 쓰는 세상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풋풋한 청춘들의 이야기다. 죽어라 노력하고 더 강해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그들이 기대하는 것은 그래도 정정당당한 판결을 내려줄 심판. 반칙하는 자들에게 반칙패 판정을 내려줄 그 누군가의 격려다. 한 명은 유도의 세계에서, 또 다른 한 명은 병원의 세계에서 만만찮은 대결을 벌이지만, 그래도 이들은 한 택시에 탔다. 비록 새벽4시, 피곤한 하루를 눕히지도 못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택시 안에서 그들의 대화는 무심한 듯 보이지만 서로에 대한 따뜻함이 묻어난다. 방법을 제 나름대로 말해주며 결국은 '이길거라' 말해주는 지헌이 그렇고, 그 말에 하루의 고단함을 잠시 잊고는 풋 웃는 연우가 그렇다. 그래서 "나한텐 심판이 없는데"라는 연우의 대사는 어떤 여운을 남긴다. 이것은 이 드라마 속에서 앞으로 이 두 사람이 어떻게 서로의 힘겨운 어깨를 두드려주며 사랑의 감정을 키워나갈 지를 예감하게 한다. 서로의 심판이 되어줄 그들.

'닥터 챔프'는 새벽4시 한 스포츠 선수와 한 스포츠의학 전문의가 한 택시 안에서 나누는 대화처럼 풋풋하고 신선하고 때론 긴장감이 넘치면서도 따뜻한 드라마다. 이 이질적으로 보이는 두 분야는 몸이라는 공유지점으로 훈훈한 온기를 전한다. 한쪽은 진한 땀 냄새와 승부의 세계가 그 몸에 걸쳐있다면, 그 상처 난 몸을 치유해주는 치유의 세계가 다른 한쪽이다. 그래서 '닥터 챔프'라는 제목은 여러 가지 의미로 들린다. 결국 승리하게 된(챔프) 닥터 혹은 닥터의 남자가 된 챔프. 달콤한 멜로의 세계와 팽팽한 긴장감이 도는 병원과 스포츠의 세계가 공존하는 드라마. 바로 '닥터 챔프'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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