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로 울리고 웃기고, <응팔>의 남다른 저력

 

애초에 남편 찾기콘셉트가 <응답하라1988>에서도 계속된다고 기자간담회를 통해 신원호 PD가 밝혔을 때 대중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던 건 또 비슷한 패턴의 이야기가 시대만 바꿔 반복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응답하라1988>은 이전 시리즈들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물론 여전히 여주인공 덕선(혜리)의 남편이 누구인가에 대한 궁금증은 이 드라마의 주요한 동력 중 하나다. 하지만 그건 하나의 요소일 뿐 <응답하라1988>의 전부를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응답하라1988(사진출처:tvN)'

그렇다면 <응답하라1988>이 이전 시리즈와 확연히 다른 점은 뭘까. 물론 여전히 염소 BGM이 흘러나오며 웃기는 장면들이 연출되지만, 유독 눈물의 밀도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눈물은 다름 아닌 가족으로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성동일이 모친상을 당하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보이다가 뒤늦게 외국에 살던 형이 찾아오자 우리 엄니 불쌍해 어쪄하고 오열하는 장면은 대표적이다. <응답하라1988>의 핵심적인 정서는 신원호 PD가 공표한대로 가족이야기에서 나오고 그 가족이야기는 엄마의 이야기로도 귀결된다.

 

5회는 그런 점에서 오롯이 엄마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를 새삼 묻는 이야기들로 구성됐다. 남편 잡아먹었다는 시어머니 앞에서 그 모진 소리를 다 듣고는 다신 찾아오지 말아달라고 말하는 김선영이 자신의 친정어머니가 온다는 소리에 짐짓 잘 사는 것처럼 보이려 안간힘을 쓰는 장면에서는 엄마로서 서로 이해되는 이심전심의 마음이 시청자들을 울렸다. 결국 그렇게 숨기려 했지만 그래도 눈에 띈 구멍 난 양말과 헤진 옷이 밟혀 화장실에 돈과 편지를 놔두고 간 친정어머니에게 전화를 걸다가 목이 메어버리는 김선영의 모습에서 우리는 아마도 저마다의 엄마를 떠올렸을 게다.

 

딸이 데모를 하고 다닌다는 사실 때문에 걱정이 태산인 이일화의 이야기는 80년대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던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부모들의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절대 데모 하지 말라고 꾸지람을 하지만 딸을 잡아가려는 경찰 앞에서 쉬지 않고 우리 딸이 어떤 딸인 줄 아냐며 애원하는 엄마. 경찰서에서 훈방조치 받고 나온다는 딸에게 따끔하게 혼을 내야한다는 이웃집의 이야기에 그래도 우리 딸이 무슨 잘못을 했냐고 두둔하는 아빠. 결국 부모가 데모를 반대한 것은 그 데모가 잘못된 일이라서가 아니라 단지 딸을 걱정하기 때문이었다는 것. 그것이 아마도 당대의 부모들의 마음 그대로였을 게다.

 

반면 라미란의 이야기는 눈물보다는 웃음의 포인트가 드러난 엄마의 이야기였다. 뭐든 자기 손길이 닿아야 집안 일이 돌아가는 라미란이 집을 비운 사이 엉망진창이 되어가는 집안이라던가, 그녀가 온다는 소식에 말끔하게 집을 치워놓는 남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렇게 아무 변화가 없는 것에 오히려 실망하는 라미란의 모습은 우리네 억척스럽던 엄마들의 유쾌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엄마들이 있어 어렵던 시기도 뚫고 나올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응답하라1988>이 한 회로 묶어서 보여준 다양한 엄마들의 이야기가 그토록 감동적으로 다가오게 된 건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변치 않는 것이 바로 그 모성이기 때문일 게다. 다만 80년대라는 상황이 그 모성을 더욱 극적으로 보여주게 만들었을 뿐이다. 그리고 이 엄마로 대변되는 가족의 이야기는 <응답하라1988>이 남편 찾기 같은 기존 시리즈의 요소들을 답습하지 않아도 충분히 감동적일 수 있는 이유다.

 

특히 데모하는 딸을 둔 이일화의 이야기는 엄마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이고 또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에 대한 메시지를 읽어내게 한다. 일부이겠지만 무슨 무슨 엄마회라는 이름의 단체로 엄마를 호명해 정치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하는 것이 안타깝게도 2015년 서울의 한 풍경이다. 거기서 우리는 어떤 모성을 찾아낼 수 있단 말인가. 아니 감히 거기에 엄마라는 호칭을 붙인다는 게 가당한 일이기나 할까. 자식이 몹시 걱정되지만 그래도 자식이 잘못한 건 없다고 말하는 엄마. 그것이 시대가 달라져도 여전해야할 엄마라는 존재여야 하지 않을까.



<응답하라1988>, 이 소소한 가족의 이야기에 끌리는 까닭

 

1988년은 역시 88올림픽이 떠오르는 해다. 그러니 <응답하라1988>의 첫 회 부제인 손에 손잡고가 떠올리는 것 역시 당시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울려 퍼지던 코리아나의 그 노래다. 하지만 <응답하라1988>88올림픽이라는 시대적 이벤트보다 주목하는 건 쌍문동 골목에서 소소하게 살아가는 가족들의 이야기다.

 


'응답하라1988(사진출처:tvN)'

물론 덕선(혜리)이 올림픽 피켓걸로 뽑혀 마다가스카르 피켓을 들기로 되어 있었지만 해당국이 불참하는 바람에 빠지는 줄 알았다가 운 좋게도 우간다 피켓을 들게 된 사연은 88올림픽과 직접적으로 연계된 이야기다. 하지만 그 이야기보다 더 중요한 건 그런 덕선의 사정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한 가족에 대한 그녀의 서운한 마음이다.

 

그녀는 늘 자기는 별로 챙기지 않는 듯한 가족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그런 서운함을 알게된 아버지 성동일은 따로 그녀를 불러내 다독인다. 사실 대단할 것도 없는 사건이다. 하지만 가장 모든 걸 다 알 것 같은 가족이 사실은 더 잘 모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에 손잡고걸어 나가는 것이 가족이라고 말하는 이 드라마는 그 소소함이 오히려 따뜻한 느낌을 준다.

 

말이 없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아들 때문에 속이 상한 라미란이 아들에게 얘기를 해달라고 말하고 어색하게 안아주는 장면도 그렇고, 믿고 있던 아들의 방에서 담배갑이 나와 충격을 먹은 쌍문동 엄친아 선우 엄마가 먼저 간 아빠의 부재를 얘기하는 장면도 그렇다.

 

대단하거나 충격적인 사건 따위는 없지만 가족 간의 그 소소한 이야기가 의외로 먹먹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건 왜일까. 그것은 아마도 지지고 볶는 삶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가족의 삶이기 때문이 아닐까. 저녁 때가 되면 서로 서로 반찬을 갖다 주고 나눠주는 이웃의 풍경도 그렇고, 골목 한 켠에 놓여진 평상에서 아줌마들이 함께 콩나물을 다듬거나 만두를 빚는 풍경도 그렇다.

 

그래봐야 골목에서 나누는 수다에 불과할 수 있지만 아파트 층간소음으로 이웃 간의 불미스런 사건까지 벌어지는 요즘과 비교해보면 그 장면이 주는 정감은 그 무엇보다 강하게 다가온다. 결국 복고란 현재의 결핍을 채워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응답하라1988>이 우리에게 감성적으로 전해주는 건 바로 현재에는 사라져버린 가족과 이웃 사이의 훈훈한 정 같은 것이 아닐까.

 

최근 드라마들은 한없이 독해져 있다. 심지어 가족 간에도 음모가 난무하고 서로가 서로를 위해하며 복수한다. 그래서 막장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나오기도 한다. 이렇게 살벌해진 드라마들 틈바구니에서 <응답하라1988>의 이 소소함은 너무나 가녀리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드라마의 소소함이 더욱 빛나는 것일 게다. 조금은 촌스럽고 심지어는 별 일이 하나도 벌어지지 않은 것처럼 덤덤하지만 그래서 그 안에서 오히려 발견하게 되는 진정한 가족의 풍경을 발견할 수 있으니.



<진짜사나이> 여군특집이 얻은 것과 남긴 숙제

 

MBC <진짜사나이> 여군특집은 끝났지만 그 여운은 여전히 남아있다. 터미네이터 같은 조교마저 미소 짓게 만들었던 혜리의 돌발 앙탈에서부터, 함께 힘을 합쳐 벽을 넘는 과정에서 서로 어깨와 머리를 내어주던 장면, 사다리를 마치 에베레스트 정상 오르듯 힘겹게 오른 후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해 모두를 울게 만들었던 악바리 김소연의 뭉클함, 다들 덜덜 떠는 두 줄 타기 유격 훈련에서 라미란이 보여줬던 그 의연함... 그 여운은 깊은 잔상으로 남았다.

 

'진짜 사나이(사진출처:MBC)'

항간에 재입대를 거론할 정도로 여군특집이 이토록 대박을 냈던 까닭은 남자 연예인들에게서는 좀체 발견하기 힘들었던 훈련 강도를 새삼 이들을 통해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실제 훈련 강도가 여군특집이 더 높았다는 얘기가 아니다. 훈련은 남자들이 더 세게 받았을지 모르지만, 거기서 나오는 체감은 여자들이 더 세게 느껴졌다는 얘기다.

 

김소연은 그런 점에서 여군특집 최고의 기여자가 아닐까 싶다. 체력은 바닥이지만 끝까지 해내려는 그 악바리 정신력은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그녀는 이 훈련과정들의 힘겨움을 200% 시청자들에게 실감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물론 다른 출연자들도 남다른 리액션(?)으로 여군특집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엄마 마음으로 훈련하는 동료들을 보며 눈물을 글썽이던 홍은희가 그렇고, 마치 대대장님 포스를 보이며 동료들을 독려하고 챙기던 라미란이 그렇다. 말도 서툴지만 열심히 훈련에 뛰어든 지나나 군대문화 자체가 익숙지 않아 소대장에게 잦은 꾸중을 들었지만 유격교장에서 최선의 모습을 보여준 맹승지, 두려운 훈련에서도 늘 처음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여준 혜리, 또 운동선수로서의 근성을 보여준 박승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처럼 남다른 리액션보다 더 중요했던 건 여군특집이 진짜 군대의 리얼 그 자체보다는 일종의 체험을 더 실감나게 보여줄 수 있었던 기획적 이점이다. 남자들에게 군대는 리얼이냐 아니냐로 다가오지만, 여자들에게는 그 군대 체험이 얼마나 힘드냐 아니냐로 다가오는 면이 있다. 따라서 리얼의 문제보다는 여성들이 남자들의 군대 체험의 강도를 느끼고 공감하는 모습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군특집은 <진짜사나이>의 부록 같은 것일 수밖에 없다. 계속해서 여성들을 군대에 보내 체험하는 걸 보여줄 수는 없는 일이다. MBC 측은 여군특집의 존속여부에 대해서 일 년에 두 번 치러지는 부사관 훈련에 맞추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즉 진짜 여군을 뽑는 그 리얼 훈련과정에 맞춰 프로그램을 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얘기다. 지당한 결정이다.

 

따라서 이제 남은 건 이 여군특집이 만들어낸 힘을 어떻게 하면 남자들의 <진짜사나이>로 이어갈 수 있는가 하는 점일 것이다. 지난 여군특집 유격훈련에 등장한 김수로와 서경석에 대한 대중들의 곱지 않은 시선은 여군특집이 <진짜사나이>에 남긴 숙제가 결코 작지 않다는 걸 보여줬다. 여군특집이 호감이 되어갈수록 <진짜사나이>의 남자들의 부담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진짜사나이>가 예전 같지 않은 느낌을 주는 건 초창기부터 출연해 이제는 말년이 되어가는 김수로나 서경석 같은 인물들이 이제 어느 정도 군대생활에 적응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물론 완전한 적응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초창기 모든 것들이 낯설던 모습과는 사뭇 달라졌다. 고참으로서의 모습은 사실 대중들이 그리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것들이다.

 

새롭게 투입된 인물들이 그 신참으로서의 군대 체험을 제대로 보여줘야 하지만 그 강도가 너무 극과 극으로 나뉘어보여지고 있는 건 <진짜사나이>의 또 다른 숙제가 되었다. 헨리는 너무 과도하게 군대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천방지축의 캐릭터이고, 반면 천정명이나 박건형은 너무 군대 생활에 잘 맞아 떨어지는 FM병사들이라는 점이다. 그러니 그 중간 어디쯤에 있어야할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공감대가 생기기 쉽지 않다.

 

이번 여군특집이 보여준 것처럼 <진짜사나이>의 힘은 대단히 군대 생활을 잘 하는 모습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구멍병사들의 면면에만 집중한다고 나오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잘하든 못하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시청자들이 실감하게 될 때 그 웃음이든 감동이든 생겨난다는 점이다. 여러모로 여군특집은 부록처럼 기획되었지만 본편인 <진짜사나이>에 꽤 많은 성패의 단초들을 보여주었다. 이제 그 숙제를 어떻게 해내느냐에 따라 <진짜사나이>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진짜사나이>, 김소연의 태도에는 특별한 게 있다

 

배우 김소연에게는 늘 특별한 느낌 같은 것이 배어있었다. 시상식장이나 드라마 종방연에서 가끔 만나보게 된 김소연은 이 인물이 드라마 속 그 인물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다소곳했다. 상대방의 마음을 늘 들여다보는 듯한 그 섬세하고 배려 깊은 모습은 때로는 지나치게 예의바른 느낌마저 주었다. 김소연에게서는 상대가 누구든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응대하는 삶의 태도가 묻어났다. 그녀는 그런 인물이다.

 

'진짜사나이(사진출처:MBC)'

그녀가 <진짜사나이> 여군특집에 투입된다고 했을 때, 많은 대중들은 <아이리스>에서의 여전사를 떠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지와 실체는 다를 수밖에 없는 법. 그녀가 체력적으로 허당이라는 건 기초 체력검사를 하는 그 순간에 다 드러나 버렸다. 팔굽혀펴기 백 번 정도는 거뜬히 해낼 것 같고, 윗몸일으키기도 마치 숨 쉬듯 편하게 할 것 같은 그녀였지만 실제는 정반대. 그녀는 팔굽혀펴기 하나도 쉽지 않은 저질체력의 소유자였다.

 

구보 중에는 먼저 가십시오!”하는 말이 입에 배어 나오고, PT 체조를 하면서도 연실 신음소리가 터져 나오며, 포복으로 10미터 전진하는 것이 거의 기적처럼 느껴지게 만들 정도로 힘겨워하는 김소연은 그러나 화생방 훈련에 들어가서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들 눈물 콧물 쏟아내는 그 최루가스에 밖으로 뛰쳐나가려 안간힘을 쓸 때, 김소연은 그걸 묵묵히 버텨내고 있더라는 것이다. 체력은 떨어져도 하고자 하는 정신력이나 태도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악바리라는 걸 그녀는 보여주었다.

 

훈련 중 그녀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죄송합니다!”, “다시 해보겠습니다!” 같은 말들이다. 거기에는 안 돼도 끝까지 해보겠다는 의지가 묻어나고, 혹시나 자신으로 인해 동료들이 힘들어할까를 걱정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그런 그녀의 말들이 <진짜사나이>를 통해 들려올 때마다 시상식장이나 종방연에서 늘 상대방을 사려 깊은 눈으로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이 오버랩 됐다. 그녀는 자기 자신만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평소 그녀의 태도는 혹독한 훈련장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4미터가 넘는 벽을 동료들과 함께 힘을 합쳐 오르는 유격훈련장에서 그녀는 어떻게든 올라가려는 동료를 밑에서 받쳐주려 안간힘을 썼다. 밑으로 점점 내려오는 동료를 위해 악착같이 군홧발을 머리로 받쳐주는 모습에서 우아한 여배우나 멋진 여전사의 모습은 없었다. 결국 바닥에 깔려버린 그녀를 위해 조교들이 나서게 됐지만, 그렇게 동료를 위해 제 몸을 기꺼이 지지대로 내던지는 모습은 그 어떤 여배우나 여전사보다 더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구름사다리를 마치 에베레스트산 정복하듯 힘겹게 오른 그녀는 동료들 중 특별히 감사한 전우가 있냐는 서경석 조교의 질문에 한 명을 택할 수 없이 전부 하나하나 다 고맙습니다. 진짜 너무 고맙습니다.”라고 외쳤다. 모두가 그 말에 눈물을 쏟아냈다. 그 말에서는 그냥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녀의 진심이 느껴졌다. 그간 훈련을 통해 해왔던 그녀의 상대방을 대하는 모습들이 거기에 고스란히 묻어났기 때문이다.

 

이 곳에 와서 뭘 느끼나?”하고 서경석 조교가 묻자 김소연은 못 할 거라고 생각했던 일들을 조금씩 해내고 있습니다, 기분이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녀가 도저히 못할 듯 보였던 것들을 조금씩 해낼 수 있었던이유는 뭘까. 그녀가 악바리라서? 그렇다면 그녀는 왜 그렇게 악바리 근성까지 드러내 보이며 악착같이 해내려 했을까. 그것은 어쩌면 타인들에게 절대로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그녀의 착한 심성에서 비롯된 건 아니었을까.

 

<진짜 사나이> 여군특집은 여러모로 여기 출연한 여성들을 다시 보게 만들었다. 귀여운 앙탈 하나로 화제가 된 혜리가 그렇고, 대대장 포스의 라미란이 그러하며, 남편 닮아 바르고 기분 좋은 에너지를 풍기는 홍은희나 언어가 익숙지 않아 엉뚱하지만 의외의 성실함을 보여주는 지나, 그리고 영 군대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지만 유격장에서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준 맹승지, 또 운동선수 출신으로 묵묵히 힘겨운 훈련을 이겨내는 박승희까지 그렇다. 군대 가면 진면목이 나온다는 건 이를 두고 하는 얘기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악바리 김소연이 특별히 감동을 주는 까닭은 뭘까. 그것은 어쩌면 배려 없고 예의 없는 현실과는 정반대로 지나치게 배려하고 예의 깊은 그녀의 모습이 주는 어떤 울림 때문이 아닐까. <진짜사나이> 여군특집은 단순히 여자들의 군대 체험만이 아니라 사회나 조직에서 겪게 되는 일종의 단체생활에서의 삶의 태도 같은 것들을 엿볼 수 있는 장이 되고 있다. 남성들보다 여성들이 특히 이 특집에 관심을 보이는 건 그래서일 것이다. 김소연의 자신만이 아닌 타인을 위한 악바리 근성은 그래서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