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의 민족', 할매들의 힙합 도전 그 누가 비웃었나

 

힙합과 평균 나이 65세의 할매들(?). 이 낯선 조합이 어떻게 생겨났을까를 떠올려 보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흔히 유명한 음식점에서 만나곤 하는 욕쟁이 할머니를 떠올려 보면 단박에 이해가 갈 수 있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힙합이 과 가깝다는 얘기는 아니다. 물론 가끔 욕이 가사에 등장하긴 하지만 그것도 하나의 표현일 뿐이다. 게다가 할미넴을 탄생시킬 <힙합의 민족>은 오히려 이런 편견을 깨는 프로그램에 가깝다.

 


'힙합의 민족(사진출처:JTBC)'

다만 막연히 떠올리는 욕 잘 하는 센 할머니들의 이미지가 없었다면 이 기획 자체가 생겨나기 어려웠을 거라는 거다. 가장 나이 많은 맏언니 김영옥은 원조 할미넴으로 이미 유명했고, 배우 이용녀는 외모만 봐도 으스스할 정도로 센 분위기로 이미 정평이 나 있었다. <무한도전>에서 가끔 등장해 멤버들을 혹독하게 굴리던(?) 에너지의 화신 염마에염정인은 또 어떻고.

 

하지만 항상 단아한 이미지로 남아있던 이경진이 유방암 투병 후 못할 것이 없다며 힙합에 도전하는 모습이나, 국악의 레전드로 불리는 김영임, 언니 양희은과 함께 노래 잘 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양희경, 강렬한 첫 무대를 보여줘 차라리 쇼 미 더 머니에 나가셔야 될 것 같다는 얘기를 들은 기대주 문희경 그리고 역시 <쇼 미 더 머니>에 도전했던 할미넴 최병주 같은 출연자들은 이 프로그램에 도전의 의미를 담기에 충분했다.

 

힙합이라는 장르가 가진 센 이미지는 오히려 인생의 경륜을 가진 할미넴들 앞에서 순화된 느낌이다. <쇼 미 더 머니><언프리티 랩스타>에서 무대를 씹어 먹던그들이지만 할매들 앞에서 매력을 어필하는 그들은 마치 손자 손녀 같은 느낌마저 주었다. 하지만 할매들의 랩은 상상 이상이었다. 김영옥이 피에스타 예지가 <언프리티 랩스타>에서 불러 화제가 됐던 미친 개를 부르는 장면은 그 자체로 레전드급이었다.

 

할매들의 도전에 경의를 표하는 젊은 래퍼들과 그 래퍼들의 랩에 어깨춤을 들썩이는 할매들. 이들이 어우러지는 한 바탕 흥겨운 무대는 그 자체로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거기에는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신구 세대의 소통이 있었고 우리가 막연히 갖고 있던 편견들이 하나씩 무너지는 통쾌함이 있었다. 어르신들도 충분히 힙합을 통해 하고픈 이야기들을 쏟아낼 수 있었고, 무엇보다 힙합이라는 장르가 젊은 세대들만의 전유물이라는 것이 편견에 불과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힙합의 민족>은 힙합의 진면목을 드러내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저 센 가사와 허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의미를 담는 이야기들이 힙합의 진짜 매력이라는 것. 젊은 래퍼들이 할매들에게 랩을 가르쳐준다면, 할매들은 젊은 래퍼들에게 인생의 의미를 알려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힙합이 뭐 대단히 다를 게 있나.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일정한 형식에 맞춰 들려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힙합이 아닐까.

 

<힙합의 민족>은 여러모로 이질적인 조합의 하이브리드가 돋보이는 프로그램이다. 힙합과 할매의 조합. 이 어울리지 않을 것처럼 보이던 조합이 이토록 잘 어울릴지 누가 알았으랴. 할미넴들의 힙합 도전은 그래서 젊은 래퍼들의 힙합 오디션만큼 기대되고 궁금해지는 면이 있다. 이들은 앞으로 힙합을 통해 어떤 이야기들을 들려주게 될까

<무한도전> 정준하의 도전, <쇼미더머니>

 

웃지마!” Mnet <쇼 미 더 머니5> 예선에 나간 정준하가 랩을 선보이기 전 먼저 그렇게 외친 한 마디는 왜 그토록 뭉클하게 다가왔을까. “아프지마 도토 도토 잠보로 작년 시선을 끌었던 그의 랩은 웃음을 더 많이 주었던 게 사실이다. 아마도 하하가 행운의 편지미션으로 정준하의 <쇼 미 더 머니> 도전을 적어 넣었던 것 역시 그 자체가 우습기 때문이었을 게다. 하하는 말했다. “아마 줄 서 있는 것만으로 웃기는 사람은 형이 유일할 것이라고.

 


'무한도전(사진출처:MBC)'

‘MC 민지라는 닉네임을 붙인 것도 그래서다. 덩치가 산만한 그에게 가장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닉네임이 아닌가. 게다가 그의 나이는 40대 중반이다. <쇼 미 더 머니> 예선전에 나온 청춘들의 아버지뻘 되는 나이. 그러니 제 아무리 예능인으로서 잔뼈가 굵은 정준하라도 MC 민지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귀여운 포즈를 취하고 하는 것이 웃음을 줄 수는 있을 지라도 어찌 창피함이 없었을까.

 

많은 이들이 정준하가 <쇼 미 더 머니>에 나가는 것에서 바라는 건 웃음이다. 거기 함께 참가한 다른 랩퍼들 역시 마찬가지였을 게다. 하지만 그의 차례가 되자 그는 진지해졌다. 그 상황 자체가 우스울 수 있어도 그의 도전은 결코 웃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가 웃지마!”라고 일갈했을 때 느껴지던 뜨끔함과 뭉클함은 결코 쉽지 않지만 포기하지 않고 또 진지하게 그 도전을 수행한 정준하의 진심이 거기서 느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준하가 만든 타요 버스의 랩 가사에 지코가 감탄했던 건 그저 의례적으로 한 얘기가 아니다. “타요 타요 모두 타요 내 마음이 타요 속이 타요같은 가사는 간단해 보이지만 정준하 특유의 성격과 자신이 느끼는 초조함 같은 것들이 잘 어우러진 가사다. 그 랩 가사를 제대로 음을 붙여 지코가 부르자 웃음기 싹 사라진 멋진 곡으로 탄생하는 걸 보며 정준하는 물론이고 <무한도전> 멤버들도 놀라워했을 정도가 아니었던가.

 

<쇼 미 더 머니5>의 예선전에서 또 하나의 감동적인 장면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길을 먼 발치에서 정준하가 바라보며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었다. 그는 왜 눈물을 흘렸을까. 아마도 오랜만에 방송에서 보게 된 길이 반가웠기 때문이었을 게다. 하지만 단지 그것뿐일까. 거기에는 아마도 함께 <무한도전>을 하면서 쌓여왔던 세월들이 겹쳐지지 않았을까. <무한도전>은 거기에 대해 아무런 주석을 달지 않았지만 정준하가 참가자로서 다가가지 못하고 멀리서 바라보는 그 장면에서 그의 따뜻한 마음 같은 것이 느껴졌다.

 

이미 행운의 편지에서 정준하의 <쇼 미 더 머니> 출연 미션이 나왔을 때부터 대박 아이템이라는 얘기가 흘러 나왔다. 하지만 실제로 보니 그것은 단지 웃기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물론 그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랩 도전이 웃음을 주는 건 사실이지만 그의 진지한 도전 그 자체는 결코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그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랩 가사라니.

 

아직 방영되지 않은 <쇼 미 더 머니5>이기 때문에 정준하의 도전 모습은 그가 길을 바라봤던 것처럼 먼 발치에서 살짝 보여질 뿐이었다. 아마 그 결과는 <쇼 미 더 머니5>를 통해 확인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결과가 뭐 그리 중요하랴. 그가 이미 도전 과정을 통해 보여준 그 모습은 충분히 멋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쇼 미 더 머니5> 예선에서 그가 한 랩이 몹시 궁금하긴 하지만.

MC몽의 음원차트 장악, 정작 그의 목소리는 왜 안들릴까

 

MC몽에 대한 평가는 거의 음악 외적인 것으로만 반복되었다. 그의 발목을 잡은 군 기피 의혹 문제가 계속 거론되었고, 앨범에 대한 이야기도 그 타이틀인 미스 미 오어 디스 미(Miss me or Diss me)’가 가진 도발에 집중되었다. 그 와중에 실종된 것은 정작 그가 낸 음악에 대한 평가다. 이번 앨범은 과연 성공적인 것일까. 아니 다른 말로 표현하면 그것은 MC몽의 성과일까.

 

'MC몽(사진출처:웰메이드예당)'

거의 노이즈 마케팅에 가까운 행보들에 가려져, 그의 이번 앨범에 대한 음악적 성과는 차트 장악이 마치 모든 걸 설명해준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그것이 음악적인 성과인지 아니면 노이즈 마케팅에 의해 생겨난 주목 덕분인지는 잘 알 수 없다. 그의 노래가 여전히 살아있다고 평가하지만 그것이 어떤 기준에서 그런지는 공감이 잘 가지 않는다.

 

거의 5년 간을 칩거하며 지냈다고 하지만 그의 이번 앨범은 5년 전과 거의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거의 모든 곡들이 도입부에 MC몽의 랩이 들어가고 메인에 이르러 피처링으로 곡의 멜로디 라인을 각인시키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사실 동시에 전곡이 발표되어서인지 그 곡이 그 곡 같은 느낌마저 준다. ‘미스 미 오어 디스 미라는 도발적인 제목은 좀 더 강렬한 힙합을 기대케 하지만 정작 곡은 자기 복제에 가깝다. 항간에는 그의 곡은 힙합이 아니라 힙합을 가장한 랩 발라드라고 말하기도 한다.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 있다. 그것은 곡에 대한 집중도가 MC몽의 랩에서 생겨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피처링에서 생겨나고 있는 건인지 하는 점이다. 가사에 담긴 MC몽 자신의 처지가 귀에 먼저 들어오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랩이 대단히 세련됐다거나 무언가 새롭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최근 들어 <쇼 미더 머니> 같은 힙합 오디션을 통해 세상에 나온 뮤지션들 때문인지 대중들의 힙합을 듣는 귀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 바비 같은 천재적인 힙합 뮤지션의 노래를 듣다보면 노래는 역시 귀에만 꽂히는 게 아니라 가슴에 꽂힌다는 걸 실감할 수 있다. 최근 육군 현역에 입대한 스윙스의 세련된 곡들을 들어보라. MC몽의 랩은 거기에 비하면 너무 안이하게 다가온다.

 

MC몽의 최고점은 여전히 과거 찬바람 불 때 내게 와줄래-”로 시작했던 서커스에 멈춰져 있다. 이번 앨범을 통해 5년 간 음악적인 성과를 발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음악적 성취가 잘 느껴지지 않는 상황에서 음원 차트 장악 같은 현상은 어떻게 나타난 것일까. 그것은 음악적인 성취라기보다는 프로듀싱의 성취라고 하는 편이 맞을 듯싶다. 곡을 구성하고 배열하는 능력이나 적절한 지점에 적절한 멜로디 라인을 넣는 능력은 여전하다.

 

이것은 어쩌면 MC몽의 성과라기보다는 이단옆차기의 성과라고 보는 편이 나을 지도 모른다. 또한 랩 파트가 가진 지루함을 상쇄시킨 다양한 피처링의 효과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내가 그리웠니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진실이나, ‘마음 단단히 먹어에서 절정의 가창력을 보여주는 에일리, ‘도망가자의 린 같은 피처링은 그 자체만으로도 귀에 착착 감기는 힘을 발휘한다.

 

사실 MC몽의 일련의 곡 자체가 피처링에 의지하고 있다는 건 과거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5년의 시간이 흘렀다. 같은 랩 파트라고 해도 그 시간 동안 대중들의 듣는 귀는 확실히 높아졌다. 기왕에 논란을 떠안고 굳이 가수로서 MC몽이 나서려 했다면 먼저 음악적인 면들을 진일보 시킬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MC몽은 이번 앨범을 발표하면서 노래 이외에 아무런 대중들과의 소통채널을 갖지 않고 있다. 이것은 오직 노래를 통한 소통을 하겠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그 소통이 제대로 음악적으로 이뤄졌는지는 알 수 없다. 비교점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최근 발표된 에픽하이의 곡들을 들어보라. 그들이야말로 노래를 통해 대중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지 않은가. 거기에 비하면 MC몽의 곡은 진정성있는 소통보다는 상업성이 더 느껴진다. 노래는 들리지만 MC몽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는 건 실로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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