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다큐예능, SBS의 유-강 체제, KBS는?

 

KBS <해피선데이>는 위기다. MBC가 <아빠 어디가>의 성공에 이어 <진짜 사나이> 역시 첫 방에 7.8%라는 좋은 성적과 호평을 받고 있는데다가, SBS는 유재석이라는 발군의 MC에 의해 고정 시청층을 이미 확보한 <런닝맨>에 이어, 복귀한 강호동의 <맨발의 친구들>까지 가세한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유-강 체제가 구축된 셈이다. 반면 KBS는 <남자의 자격>을 폐지하고 세운 <맘마미아>는 물론이고 최재형 PD와 김승우가 빠지고 이세희 PD와 유해진이 투입된 <1박2일> 역시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상태다.

 

'맘마미아'(사진출처:KBS)

도대체 어쩌다 <해피선데이>가 이런 지경에까지 이른 것일까. 몇 년 전만 해도 예능 프로그램으로서는 40%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던 <해피선데이>가 아닌가. 하지만 지금 현재 <해피선데이>는 시청률 10%에 가까스로 머물러 있다. 물론 타 방송사의 시청률도 월등하진 않다. 겨우 13% 정도에 머물러 있을 뿐이니까. 하지만 프로그램에 대한 화제성에서는 너무나 큰 차이가 생겼다. MBC의 <아빠 어디가>나 신설 예능인 <진짜 사나이>가 모두 호평을 받고 있고, SBS의 <런닝맨>에 이어 앞으로 신설될 <맨발의 친구들>이 벌써부터 화제가 되고 있는 반면, KBS <해피선데이>는 그만한 화제가 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명백하다. MBC나 SBS의 주말예능은 끊임없이 무언가 새로운 실험과 도전을 해왔던 반면, KBS는 <해피선데이> 전성기 시절의 힘만 소진시키며 <남자의 자격>과 <1박2일>에 기대왔던 것이 사실이다. 시즌2를 세우며 MC를 바꾸고 PD를 바꿨지만 이건 변화라기보다는 소진되어가는 힘을 새로운 인물들로 충전시켰을 뿐이다.

 

가장 뼈아픈 건 <해피선데이> 전성기를 만들었던 인물들을 모두 빼앗겼다는 점이다. <1박2일>에 이어 <남자의 자격>을 런칭시켰던 이명한 PD, <1박2일>의 나영석 PD, <남자의 자격>의 신원호 PD 게다가 이 모든 예능 프로그램에 관여했던 이우정 작가까지 지금은 모두 CJ에서 새 둥지를 틀었다. 여기에 <1박2일>의 실질적인 힘이었던 강호동이 잠정은퇴를 선언하며 빠져나가면서 프로그램도 힘을 잃었고, <남자의 자격>은 신원호 PD가 나간 후 초심을 잃고 흔들리다 결국은 폐지되는 운명을 맞았다.

 

이제 <해피선데이>는 이른바 스타가 부재한 상황이다. PD도 MC도. 게다가 프로그램 역시 신선함을 잃은 지 오래다. <1박2일>은 사실상 시즌2를 치르면서 본래 갖고 있던 어딘지 구수하고 고향 같은 그 정서를 대부분이 잃어버렸다. 당장의 시청률에 급급해 복불복과 게임이 주는 재미에 너무 치중한 탓이다. 새 메가폰을 잡은 이세희 PD는 그나마 그 정서를 복원하려 노력하는 흔적이 보인다. 성시경과 <1박2일> 멤버들이 통영 비진도에서 현지 주민들을 상대로 한 미니 라디오방송은 오랜만에 그 정서를 느끼게 해주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단기간에 그 본래의 정서와 초심을 가져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자의 자격>이 폐지되고 새롭게 투입된 <맘마미아>는 사실 주말 예능에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아마도 MBC <아빠 어디가>를 의식해서 엄마를 대항마로 내세우겠다는 의도가 크지만 아무리 좋게 봐도 명절 특집으로 일회적으로 해야 어울릴 프로그램처럼 보인다. 형식도 너무 구식이라 MBC와 SBS가 한껏 트렌디한 상차림을 꾸리고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시간이 거꾸로 간 느낌이다. 차라리 이 시간대에 화요일 밤에 방영되고 있는 <우리 동네 예체능>이 어울릴 법 하지만, 그건 아마도 SBS에서 예능을 시작하는 강호동에게는 어려운 문제일 게다. 동시간대에 자신이 출연한 두 프로그램이 경쟁을 한다는 건 문제의 소지가 많다.

 

MBC가 다큐 예능이라는 새로운 형식 도전으로 대중들의 시선을 잡아끈 반면, SBS는 유재석과 강호동이라는 명MC들을 전면에 내세워 이에 맞서고 있다. 결과적으로 보면 <해피선데이>는 형식도 신선하지 않고 그렇다고 스타 MC도 부재한 상황이다. 결국 이런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은 한 때 막강했던 맨파워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이 가장 크고, 그저 과거의 영광만을 쥐고 그 브랜드에만 매달린 도전정신의 부재 또한 그 책임이 적다 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KBS는 <해피선데이>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1박2일>은 그 형식 자체가 너무 훌륭한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어떻게 하면 과거 이 프로그램이 대중들에게 부여했던 그 정서를 되살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주말만 되면 <1박2일>을 보며 그렇게 여행을 한 번 떠나고픈 판타지를 갖게 했던 그 정서 말이다. <맘마미아>는 여러 모로 편성의 실수다. 형식이 가진 의미는 이해되지만 방송3사 예능의 최고 격전지에 세우기에는 너무 역부족이다. <해피선데이>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과거 초창기 <1박2일>과 <남자의 자격>이 시도되었던 그 시절의 도전정신을 다시 일깨워야 한다.

착한 유재석만 있나, 나쁜 유재석도 있다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의 변화가 심상찮다. 그간 늘 착한 이미지로만 각인되어 왔던 유재석이 ‘잔소리꾼’이라는 또 다른 캐릭터를 조금씩 끄집어내고 있는 것. 하와이로 가기 위해 모인 멤버들에게 유재석은 지난 회에 이어서 “형제 4호 발령”을 알렸다. 여기서 ‘형제 4호’란 <무한도전>이 어떤 위기의식을 갖고 심기일전을 하기 위해 유재석이 보내곤 했던 문자에서 비롯된 것이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유재석은 오프닝에서도 정준하의 새로 한 머리를 꼬투리삼아 그 헤어스타일을 ‘버르장머리’라고 불러 면박을 주었고, 박명수가 딸 민서가 해준 매니큐어를 자랑하며 벌써 “키가 1미터 10 나온다”고 하자 “계속 크겠죠. 2미터 되겠네요.” 해서 그를 자극시키기도 했다. 하와이로 떠나는 공항에서는 ‘무한상사’를 즉석에서 재연하면서 유국장이 된 유재석은 “재미없으면 하와이에서 못 돌아올 줄 알아”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또 “다들 힘든 상황에서 하고 있는 거 알고 계시죠?”라고 묻는 유재석에게 너무 부담주고 그러지 말라는 멤버들의 원성이 자자하자 유재석은 “여러분이 바캉스로 가든 촬영으로 가든 휴가를 가든 재미만 있게 해오라니까.”하고 잔소리를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무한상사’에서의 상황극 캐릭터가 ‘스트레th' 특집에서 다시 끄집어내진 후 ‘하와이’ 특집으로 이어진 셈이다. 재미에 대한 강박이 강해진 유재석은 이제 그 재미를 위해서는 ‘착한 캐릭터’마저 훌훌 벗어던질 기세다.

 

유재석의 이런 변화는 <런닝맨>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김수로의 이름표를 송지효가 떼어버리는 놀라운 결과로 혼자 월요 커플을 상대해야 하는 유재석은 그간의 모습과는 달리 안간힘을 쓰며 개리의 이름표를 먼저 떼기도 했다. 결국 송지효의 간지럼 공격에 무너지긴 했지만 전력을 다하는 모습이었던 것. 부표 위에서 벌어진 수중고싸움에서도 유재석은 공격하는 김종국과 하하 송지효를 모두 밀어내는 반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게임에 좀 더 집중하는 느낌이랄까.

 

유재석이 물론 자신의 캐릭터를 완전히 바꾸려는 건 아닐 것이다(이건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다만 지금껏 ‘착한 유재석’만 있었다면 이제는 ‘나쁜 유재석’ 같은 새로운 면모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 것은 유재석 스스로 느끼는 위기감과 연관되어 있다. 오래도록 유재석의 착한 캐릭터를 끌어와 착한 토크쇼로 안방을 지켜왔던 <놀러와>가 폐지되었고, <무한도전>의 시청률도 과거만 못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

 

물론 이건 일시적인 결과일 수 있지만, 최근 들어 예능 프로그램의 성패는 몇몇 팬덤에 의해 유지되던 과거와는 달라진 양상이다. 이것은 팬덤이 사라졌다기보다는 늘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면서 새로운 팬층을 끌어들이지 못한 탓이 크다. 오래도록 착한 캐릭터로 고착화되다보면 의도치 않게 프로그램의 색깔 또한 고정시켜버릴 수도 있다. 워낙 유재석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보니 그가 나오는 토크쇼는 모두 착한 토크쇼가 되고, 그가 나오는 버라이어티쇼는 게스트를 배려하는 미션과 도전이 된다. <놀러와>, <해피투게더> 같은 토크쇼가 그렇고, <무한도전>이나 <런닝맨>이 그렇다.

 

늘 1인자다운 모습, 늘 배려의 아이콘다운 착한 이미지는 물론 유재석이 버릴 수 없는(버려서도 안 되는) 그만의 가장 큰 자산이지만 그렇게 고정된 이미지는 본인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유재석 하면 떠오르는 그 인상은 그가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를 주기에 부족함이 없지만, 유재석은 여기서 이제 한 발 더 나아가 좀 더 다채로운 캐릭터로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려는 듯하다.

 

최근 서병기 대중문화 전문기자는 <해피투게더3> 촬영장을 찾은 자리에서 유재석의 이런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시청자에게 재미를 줄 수 있다면 방송에서 착한 유재석뿐 아니라 나쁜 유재석도 보여줄 수 있다”고. 유재석의 변화는 그 목적이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하와이로 떠나는 공항에서 유국장으로 분한 유재석이 “재미만 있게 해오라니까”라고 잔소리를 하는 모습은 어쩌면 자기 자신에 대한 다짐일 게다. 그 도전이 시청자들을 위한 것일 때 그 캐릭터가 무엇이든 유재석의 변신은 무죄다. 유재석의 새로운 무한도전이 시작됐다.

유재석의 스트레스, 우리를 웃게 하는 힘

 

<무한도전> '스트레th' 특집에 나온 유재석은 자신의 장점을 ‘열심히 한다’, ‘잘 웃는다’로 표현했고, 단점을 ‘다소 우유부단하다’, ‘다른 사람이 잔소리로 느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고민거리를 묻는 질문에 “크게는 없었는데요. 이번 주 녹화 이거 재밌었나.. 다음 주에는 이런 걸 한다는데 이건 어떨까...”라고 답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이 장점과 단점 심지어 고민거리에 대한 이야기는 유재석의 스트레스가 모두 어디서 비롯되고 있는가를 잘 말해준다. 그의 장단점은 자기 자신의 개인적인 행복과 관련된 것이라기보다는 모두 그가 고민거리로 말한 방송에 관련된 것이었다. 우리는 방송을 통해 열심히 하고 잘 웃으며 때론 우유부단함(캐릭터로 나오는)을 볼 수 있었고 종종 그가 멤버들에게 잔소리를 해 잔소리꾼이라는 핀잔을 듣는 것에 익숙하다.

 

이 장단점과 고민거리 토로에는 유재석이 가진 시청자에게 어떻게든 웃음과 즐거움을 줘야 한다는 강박증을 읽어낼 수 있다. 그가 ‘잔소리꾼’이 된 것은 그가 말하듯이 ‘잘하자고’ 하다 보니 생긴 습관이다. 자신에 대해 그만큼 엄격한 그이기 때문에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도 그만큼을 요구하는 셈이다.

 

그의 스트레스 지수를 진단한 정신과 전문의는 심지어 문진표 “체크란에 동그라미 어느 하나가 경계를 넘는 걸 보지 못했다”며 그만큼 조심스럽고 신중한 그의 성격을 설명했다. 비판에 대한 두려움도 있을 거라 말했고, 그가 파란 풍선을 선택한 것을 통해 “본인 스스로는 사교성이 풍부하지만 알게 모르게 내면에 외로움과 고독이 내재해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여기에 정형돈이 “맞아 친구 없잖아”하고 맞장구를 치자 하하가 “하지마. 하지마. 나 그랬다가 6개월 욕먹었잖아. 있어, 있어. 대한민국.”이라고 장난스럽게 던지는 말이 짠하게 느껴진다.

 

유재석이 보이는 극도의 조심스러움과 우유부단함은 어쩌면 자신으로 인해 생겨날 수 있는 주변 사람들의 피해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또 그의 유일한 친구가 ‘대한민국’이라는 하하의 농담 속에는 그가 가진 부담감과 책임감이 들어 있었다. 그의 말대로 방송 때문에 해외에 나간 적은 있지만 신혼여행을 빼놓고 개인적으로 동료들과 여행 같은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는 그가 아닌가. 일주일 내내 <무한도전>, <런닝맨>, <해피투게더>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놀러와>까지 소화해내던 그에게 개인 시간이나 여유 같은 건 사치가 아니었을까.

 

<무한도전> '스트레th' 특집에서 그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으로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는 것’을 선택한 유재석과 멤버들의 모습은 그래서 뭉클할 수밖에 없다. 시청자들이 재미있었다고 말할 때 자신들의 스트레스가 비로소 사라진다는 것. 이 지독한 시청자 강박증이야말로 유재석의 가장 큰 스트레스이면서 그가 최고의 MC로 지목받는 이유가 될 것이다. 그래서 스타킹을 뒤집어쓰고 얼굴을 한껏 무너뜨리는 <무한도전>의 유재석이나 잔뜩 바보 분장을 한 채 바보 연기를 하는 <런닝맨>의 유재석은 어쩌면 스트레스를 스트레스로 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런닝맨>의 조효진 PD는, 유재석은 말 그대로 ‘유느님’이라 불리는 게 맞을 정도로 자기 관리에 철저하다고 했다. 너무 잘 통하고 선수라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제작자로서 때로는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유재석의 시청자 강박증의 강도를 미루어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광수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유재석의 완벽함을 ‘방송 바깥에서 더 철저한’ 모습에서 찾으며 “자기는 그렇게 살라면 자신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무한도전>이나 <런닝맨>을 통해 우리의 웃음이 빵빵 터질 수 있는 것이 유재석의 남다른 시청자(를 웃겨야 한다는) 강박증 스트레스 덕분이라는 사실은 우리를 뭉클하게 한다. 그래서일까. 지난 주 뜬금없이 불거진 유재석 태도 논란은 너무 악의적이라는 느낌마저 들게 만든다. 하지만 그래도 의사의 말대로 “전반적으로 경직”된 유재석이 “조금만 본인에게 느슨하게...”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본인에게 관대해야 남들한테 관대할 수 있다는 정준하의 말도 맞지만, 그것은 또한 무엇보다 좀 더 오래도록 도전하고 달리는 모습을 시청자들이 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할 테니.

아시아 프린스, 광수의 매력에 대한 짧은 탐구

 

“베트남에서는 어떻게 이걸 받아들이고 리액션 해야 하는 지 몰랐어요. 너무 감사한데 말로는 제가 베트남어를 모르니 표현도 안 되고... 또 <런닝맨>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미션 수행도 해야 해서 너무 얼떨떨했죠.” - 아시아 프린스(?)로 돌아온 이광수

 

도대체 이 갑작스런 환대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몰려드는 인파에 빠져나가는 것조차 힘들어 하는 런닝맨들의 풍경. 최근 <런닝맨> 아시아 레이스에서 마카오에 이어 베트남에서받은 열광적인 환대는 오히려 당사자들까지 당황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런닝맨> 출연자 모두가 그 주인공들이었지만, 특히 플랜카드를 들고 연실 이광수를 연호하는 현지 팬들은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는데. 이 놀라운 이광수의 매력은 어디서 생긴 걸까. 우리에게 멱PD로 더 잘 알려진 김주형 PD는 그 이유를 캐릭터에서 찾았다.

 

“먼저 게임이라는 세계 공통분모가 있어서 해외 팬들도 <런닝맨>을 쉽게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또 인터넷을 통한 한류가 이미 있으니까 예능도 그 길을 따라간다고 보입니다. 특히 이광수를 좋아하는 건 그 캐릭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약간 측은한 캐릭터인데 그러다 발끈하는 반전을 보여줌으로써 더 좋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왠지 감싸주고 싶은 캐릭터잖아요. 근데 늘 당하는 건 아닌.”

 

'런닝맨'(사진출처:SBS)

이광수가 확실히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캐릭터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그런 그가 가끔은 김종국 같은 강한 캐릭터와 맞붙는 이변을 보여주기도 한다. 기린이란 별명은 그걸 잘 말해준다. 키가 190센티에 달하는 거구지만 어딘지 약해보이고, 그래도 그 장신이 가진 힘도 분명히 존재하는 그런 캐릭터. 덩치는 큰 데 약한 모습이 주는 코믹함과 페이소스가 있다. 임형택 PD는 이광수 캐릭터가 가진 엇박자적인 요소가 그 인기의 요인이라고 꼽았다.

 

“코드가 한국적인 코드라기보다는 외국적인 것 같습니다. 마치 ‘덤 앤 더머’처럼 줄곧 바보스러운 캐릭터로만 나오는 것도 아니잖아요. 모델 출신이라는 것도 엇박자죠(웃음). 언발란스한 면들이 함께 뒤섞여 있는 그런 캐릭터. 그래서 다방면으로 재미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정말 <런닝맨> 캐릭터에 있어서 이광수만큼 여러 결을 보여주는 캐릭터도 드물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이번 아시아에서 본 팬덤이 아직도 얼떨떨한 모양이었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사무실에서도 기자분들이 전화 와서 그 이유를 묻곤 한다는데 사무실 직원들도 제대로 답을 잘 못하겠던가봐요. 저한테 와서 “너도 모르겠지?” 하고 물으면 “저도 모르겠어요”라고밖에 답할 수가 없더라구요.”

 

왼쪽부터 임형택PD, 필자, 조효진PD, 이광수, 김주형PD

사실 이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싸이가 어느 날 갑자기 국제가수가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것은 수많은 기존 한류의 흐름들이 만들어놓은 길에서 어느 날 갑자기 피어난 꽃과 같다. 이광수에 대한 해외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이미 예능 한류는 <X맨>과 <무한도전>시절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유재석에 대한 팬덤은 아마도 가장 클 것이다. 이른바 유재석 사단은 <X맨>에서 <패밀리가 떴다>로 이어져 지금의 <런닝맨>까지의 해외 팬덤의 계보를 만들고 있다. 이 꾸준히 만들어낸 예능 한류의 길이 있었기 때문에 이광수라는 캐릭터가 갑자기 주목받을 수 있었던 것. 조효진 PD는 실제로 이광수가 더 열광적인 팬이 많았지만 출연자들에 대한 고른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유재석은 말할 것도 없고 김종국, 하하, 개리, 송지효, 지석진까지 플랜카드는 다 비슷비슷한 숫자로 들어 있었어요. 다만 이광수를 연호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았죠. 즉 이광수는 좀 더 적극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고 할 수 있죠. 김주형 PD는 그게 놀라워 자막에 이렇게 달았더라구요. ‘이광수라는 이름이 베트남어로 다른 뜻이 있는 거 아닌가’ 하고요(웃음). 같이 갔던 같은 소속사의 이동욱은 이광수 인기에 깜짝 놀랐더라구요. 결국 이광수 에스코트까지 자청해서 했죠.”

 

이광수는 처음 CF 모델로 데뷔했고 그러다 <지붕 뚫고 하이킥> 시트콤에 발탁됐고 <동이>에 출연할 때 <런닝맨>을 시작했다. 이광수는 당시 <런닝맨>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 “그런 기회에 해보지 않으면 평생 이런 기회를 잡을 수 없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조효진 PD는 당시 이광수와의 첫 만남을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사실 유재석, 김종국, 하하는 늘 같이 했던 식구지만 새로운 얼굴이 필요해 여러 명을 인터뷰했었죠. 이런 저런 새로운 얼굴들이 많이 왔어요. 이광수랑 송중기도 그 때 본 거죠. 처음에 딱 들어서는데 호피무늬 옷을 입고 왔더라구요. 그게 그냥 재밌었죠. 말을 하는데도 사람을 궁금하게 하는 면이 있었어요. 긴장을 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긴장을 안 한 건데 저렇게 말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어요. 요즘 나오는 모습이 그 때 그 모습이었죠. 당황하면서 한 마디 할 때 빵 터지는 그런 모습. 피디나 작가가 죽 서 있는 데 그게 쉽지는 않은 일이죠.”

 

조효진 PD는 이광수의 장점으로 습득력이 빠른 것을 꼽았다. 사실상 <런닝맨>이 예능을 처음 경험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빨리 적응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 하지만 그런 습득력 또한 이광수는 좋은 멤버들이 함께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캐릭터는 그렇게 <런닝맨> 멤버들과의 케미(관계)가 일조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광수는 무엇보다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평소에 제일 자주 만나고 전화통화 자주 하는 건 종국이형이지만 그래도 두루두루 만나고 물어보는 편이에요. 이런 일 있을 때는 재석이형, 이런 일 있을 때는 종국이형, 이런 식으로요. 주로 개인적인 일들 때문에 전화하곤 하는데요, 모든 걸 다 털어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흔하지 않죠. 또 제가 잘못한 일이 있을 때 혼을 내주는 선배도 많지 않아요. 그게 다 저한테는 엄청 도움이 되는 일이죠.”

 

<런닝맨>에서 이광수는 특히 김종국과 기린과 사자 캐릭터로 대립구도를 만들어 큰 웃음을 주고 있다. 두 캐릭터가 만났을 때의 상승효과는 분명하다. 즉 김종국의 강한 캐릭터를 때론 배신하고 눌러주는 이광수가 중화시켜준다는 점이다. 그래도 그 김종국 같은 능력자를 때로는 어떻게 이기는지 그 비결이 궁금했다.

 

“사실 종국이형이 저를 뜯으려고 작정했다 느껴지면 포기하게 되요. 그건 마치 그냥 교통 사고 난 느낌, 그런 거죠. 피할 수가 없어요. 방심도 거의 하지 않죠. 다만 제가 미치지 않고서야 그렇게 할 거라고는 상상을 못할 때가 가끔 있어요. 물론 제가 뭐 생각해서 그렇게 하는 건 아니에요. 저도 촬영에 몰입하다보면 거의 본능적인 욕구가 생기죠. 정말 이기고 싶은(웃음).”

 

<런닝맨>에서 유재석은 거의 독보적이다. 이광수가 그만큼 편하게 예능을 할 수 있는 바탕에는 그가 있었다고 한다. 이광수가 생각하는 유재석이 궁금했다.

 

“사실 방송보다는 방송 아닐 때 시청자분들이 그 평소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정말 의지 많이 하고 개인적인 고민도 많이 들어주시고. 저한테는 카메라 안에서도 큰 힘이 되지만 카메라 밖에서도 큰 도움이 되는 그런 분이죠.”

 

함께 초창기에 <런닝맨>에서 뛰었던 송중기는 작년 대세가 되었지만 이광수와는 절친이다. 그래서 이광수는 같이 <착한 남자>를 찍으며 훨씬 더 몰입이 잘 되었다고 한다.

 

“평소 친해서 드라마 같이 찍을 때 편하기도 했고 몰입도 잘됐죠. 송중기는 되게 솔직해요. 남자답기도 하고 섬세한 면도 있죠. 그래서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런닝맨>에 공효진씨가 나왔을 때 <착한 남자>에서 송중기씨는 되게 바쁜데 저는 한가하다고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작가 조카분들이 그걸 보고 작가님에게 전화를 해서 많이 써달라고 했나봐요. 작가님이 미안하다고 하더라구요(웃음).”

 

이번 아시아 레이스를 통해 아시아 프린스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정작 이광수는 그 모든 것이 다른 멤버들 덕분이라고 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해외에서의 인기란 국내에서와는 달리 좀 더 객관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즉 국내에서는 아무래도 출연진들에 대한 선입견이 있게 마련이지만 해외에서라면 그저 프로그램에서 얼마나 역할을 하느냐에 좀 더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예능을 하고픈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멤버들과의 관계를 얘기하며 주저하는 이광수에게 느껴지는 건 <런닝맨>에 대한 무한 애정이었다.

 

“잘 모르겠어요. <런닝맨>으로 시작해서 형들이랑 같이 이렇게 하고 있는데 다른 데서 다른 사람과 시작하라면 솔직히 자신은 없죠. 촬영하면서 굉장히 편한 게 아무렇게나 막 던져도 형들이 다 챙겨주니까 정말 편하고 자유로워요. <런닝맨> 안에서 그런 모습이 좋다고 말씀해주시는데 다른 데서 하는 것에 그만큼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습니다. 저 혼자 만든 캐릭터가 아니잖아요.”

 

사실 이광수는 연기자다. 따라서 <런닝맨>이라는 예능으로 먼저 주목받은 것은 부담이 될 수도 한다. 하지만 작년 <착한남자>로 정극연기를 통해 이광수는 연기자로서의 가능성도 보여주었다. 코믹한 이미지와 진지한 이미지를 모두 갖추는 것만큼 연기자에게 좋은 건 없다. 그래서 이광수를 보다보면 마치 영화 <인생의 아름다워>의 로베르토 베니니 같은 배우의 이미지가 기대된다. 코믹하지만 계속 쳐다보면 코끝이 찡한 그런 배우. 이광수라는 배우의 매력은 아시아 프린스라는 별명을 얻고도 여전히 수줍고 선한 미소에 있는 것은 아닌지.(사진 : 전성환)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