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킴 논란, 무엇이 불씨를 키웠을까

 

<슈퍼스타K>의 최고 전성기는 허각이 배출됐던 시즌2다. 당시 친숙한(?) 외모에 환풍기 수리공으로 생활하며 노래를 부른 허각은 <슈퍼스타K>, 아니 오디션 프로그램의 아이콘이 되었다. 단지 오디션 우승자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신드롬의 주인공이 되었던 것.

 

'로이킴(사진출처:CJE&M)'

그로부터 2년 후 <슈퍼스타K> 시즌4가 배출한 로이킴은 여러모로 허각과는 정반대의 위치에 서 있는 인물이었다. 잘 생긴 외모에 모 주류업체 대표 아들이라는 배경, 유학파에 누가 봐도 매너있어 보이는 신사 이미지 그리고 심지어 노래까지. 게다가 로이킴은 작사 작곡 능력까지 선보이며 작년 오디션 프로그램의 화두라고도 할 수 있었던 아티스트 이미지까지 갖고 있었다. 허각이 서민들의 동일시 대상이었다면 로이킴은 로망이었던 셈.

 

실제로 로이킴은 ‘봄봄봄’을 발표하며 가요계에 바람을 일으켰다. 젊은 나이에 걸맞지 않은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묻어나는 이 곡은 컨트리풍에 ‘-소’로 끝나는 옛 어투를 구사하는 것으로 그가 갖고 있는 폭넓은 세대에 걸친 팬덤을 겨냥하고 있었다. ‘봄봄봄’은 싸이와 조용필이 본격 활동을 벌이던 시기에 음원차트와 각종 음악 프로그램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발표와 동시에 표절 논란의 불씨가 생겨났던 것도 사실이다. 도입 부분은 고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과 후렴구는 노르웨이 밴드 아하의 ‘테이크 온 미’와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 로이킴측은 ‘고 김광석을 가장 좋아했던 로이킴이 그분 음악을 베낄 수 있겠느냐’며 ‘공식대응이랄 것도 없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사실 이 초창기 불씨에 대해서 로이킴측이 조금 더 신중하게 대처를 했다면 지금 현재 벌어지고 있는 논란까지 불거지지는 않았을 수 있다. 너무 쉽고 단순한 일로 치부했던 것. 하지만 이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잠복해 있다가 로이킴이 콘서트에서 언급한 장범준 코멘트로 인해 다시 불이 붙었다.

 

“버스커 버스커 장범준이 곡 중간에 '빰바바밤'이라는 결혼식 축가 멜로디를 넣어 부른 걸 보고 영감을 받아 작곡했는데 비난을 많이 받았다. '축가'는 내가 작곡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 한다면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장범준을 언급하도록 하겠다.” 이 코멘트는 아마도 표절이 아니라는 자신감의 표명이었을 것이지만 과한 발언이었고 결국 도화선이 되어버렸다.

 

어쿠스틱레인의 ‘Love is cannon’ 표절 논란으로까지 확산된 건 분명 이 장범준 코멘트가 만들어낸 후폭풍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지난 5월에 어쿠스틱레인이 블로그에 적은 글이 안티 팬들에 의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것. 하지만 일련의 논란에 대한 로이킴측의 대응도 적절치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싱어 송 라이터로 로이킴을 이미지 메이킹하던 차에 표절 논란이 나오자 공동작곡가 배영경씨가 언급되는 대목이 그렇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큰 문제는 로이킴측의 대응이 지나치게 논리적인 주장에만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다. 즉 누가 먼저 발표했느냐는 선후관계를 따지거나 전문가 의견을 덧붙여 표절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식은, 이 문제의 핵심인 ‘대중들의 정서적인 부분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결과라는 점이다. 마치 표절이냐 아니냐가 핵심인 것 같지만 이 문제는 이미 그 진위공방의 사안을 넘어서 로이킴에 대한 정서적 반감의 문제로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만일 허각 같은 서민들과 동일시되는 인물이었다면 설혹 표절 논란이 나왔다고 해도 이 정도로 문제가 비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갖춘 듯한 엄친아 이미지의 로이킴은 그것이 잘 유지될 때는 반짝반짝 빛나지만 어떤 작은 틈이라도 보일 때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이것을 타블로의 사례에서 확인한 바 있다. 그의 화려한 스펙이 모두 사실이지만 대중들이 믿지 않게 된 건, 정서의 문제를 팩트의 문제로 풀려한 데서 비롯된 일이다.

 

표절 논란은 표면적으로 보이는 문제일 뿐이다. 그리고 로이킴측은 아마도 이 문제가 거기에서 그치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로이킴은 이 대중들의 정서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표절 논란이 해결된다고 해도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은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 허각과는 정반대 이미지의 소유자, 로이킴에게 벌어지는 논란은 그래서 타블로의 경우를 자꾸 떠올리게 된다.

로이킴은 어떻게 <슈퍼스타K4>가 되었나

 

간발의 문자투표 차이로 로이킴이 딕펑스를 이기고 <슈퍼스타K4>가 되었다. 우승과 준우승을 가른 표 차이는 실로 미미했다. 당일 심사위원 점수는 283점으로 둘 다 똑같았고 인터넷 점수는 로이킴(90점)이 딕펑스(100점)보다 10점 낮았지만 당일 투표점수는 로이킴(600점)이 딕펑스(588)보다 12점이 많았다. 결과적으로 2점 차이로 로이킴이 우승을 거머쥐게 되었다.

 

'슈퍼스타K4'(사진출처:mnet)

너무 미소한 차이였기 때문에 딕펑스를 응원하는 팬들에게는 이 결과가 자못 아쉬울 수밖에 없었을 게다. 심사위원 점수가 똑같았다는 것에 대해 일부 팬들이 의혹을 제기하는 것도 그런 맥락일 것이다. 하지만 결국 당락을 결정지은 것은 문자 투표였기 때문에 심사위원 점수가 같다고 해서 그것이 어떤 의도를 갖고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아쉽다는 표현일 것이다.

 

이번 시즌은 유독 역대 그 어떤 <슈퍼스타K>보다 그 오디션의 승패를 예측하기가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의외의 결과 때문에 심사방식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정준영은 그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top6에서 음 이탈을 하고도 붙었을 때는 왜 붙였느냐는 논란이 생겼지만 상대적으로 잘했던 top3에서 떨어졌을 때는 또 왜 떨어뜨렸느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사실 붙고 떨어지는 것은 심사방식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거의 문자투표에 의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제작진이나 심사위원은 그 가이드라인 정도를 제시할 수 있을 뿐이다. 들리는 바로는 이번 본선 무대의 결과에 대해서 제작진들 역시 곤혹스러움을 느꼈다고 한다. 제작진들도 나름 이런 친구가 올라가면 방송에 더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거의 대부분 그 예측이 맞아떨어졌는데 올해는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이런 상황을 만들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대중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슈퍼스타K>를 가장 대중적인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세운 시즌2에서 허각이 보여준 것은 실력, 그 중에서도 가창력이었다. 허각 신드롬까지 생겼던 것은 그가 공정하지 못한 세상에서 뛰어난 실력을 가진 인물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시 <슈퍼스타K2>의 판타지는 그 무대가 현실과는 달리 공정하다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그 공정함 위에 오로지 실력만으로 겨루는 그 과정에 대중들은 매료되었던 것.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대중들은 그 실력, 즉 가창력 대결 자체를 피곤해하고 있다.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2>, <위대한 탄생>, <탑밴드>, <K팝스타> 등등 무수히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끝이 보이지 않는 몇 단 고음을 치는 가창력의 소유자들이 부지기수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놀라웠지만(<나는 가수다>가 대표적이다) 차츰 식상해졌다. 성대 대결에 대한 대중들의 혐오는 그렇게 서서히 음악에서의 실력이 단지 가창력(고음이나 음정 리듬감 같은)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서부터 비롯되었다.

 

가창력이 아니면 그럼 무엇일까. 흥미롭게도 유독 심사결과에 대해 논란이 많았던 올해 <슈퍼스타K4>는 이런 변화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top12 안에는 실로 다양한 개성의 인물군들이 들어 있었다. 연규성이나 홍대광처럼 강력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뛰어난 가창력을 가진 후보들이 있는 반면, 유승우나 김정환처럼 노래보다는 작곡이나 편곡에 능한 아티스트도 있었다. 정준영처럼 하나의 스타일이 압도적인 경쟁력이 되는 인물도 있었고, 가창력은 떨어지지만 연주와 아이디어로 승부한 딕펑스 같은 밴드도 있었다.

 

즉 이렇게 다양한 개성을 가진 인물들을 한 무대에 세워서 오로지 실력만으로(그 실력의 기준을 대중들은 여전히 가창력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 우위를 판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대중들은 결국 자신들이 좋아하는 취향대로 투표할 수밖에 없다. 여전히 가창력을 우선으로 생각한다면 홍대광에게 투표했을 가능성이 높고, 스타성을 우선으로 생각한다면 정준영을 더 선호했을 가능성이 높다. 무언가 창의적인 무대 퍼포먼스에 더 치중하는 대중이라면 딕펑스에 열광했을 것이다. <슈퍼스타K>라는 한 무대에 서 있다고 해서 그들을 이제 유일한 하나의 잣대로 판단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이제는 더 이상 아니라는 것이다.

 

가창력 하나를 잣대로 보던 데서 이제 우리의 시선은 음악의 다양한 면들로 돌려지고 있다. 이 과도기적인 상황은 당연히 논란을 만들 수밖에 없다. 그 속에서 로이킴이 우승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상대적으로 괜찮은 가창력에 좋은 스타성 그리고 아티스트적인 이미지까지 두루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정준영과 대결해도 스타성에 덧붙여 노래 실력이 더 좋아 보이고, 딕펑스와 대결해도 괜찮은 무대 퍼포먼스(비주얼만으로도!)를 보여준다. 홍대광이 확실한 스토리를 가졌다면, 로이킴은 거꾸로 곡절 없는 그 엄친아 스토리가 있다.

 

즉 로이킴의 우승은 각각의 개성을 가진 경쟁자들과 비교해 그들에게 없는 한 가지씩을 가졌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따라서 로이킴이 우승했다고 해서 다른 경쟁자들보다 모든 면에서 우위에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양성의 관점으로 보면 무대 퍼포먼스는 확실히 딕펑스가 좋고, 스타성은 여전히 정준영이 낫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이번 <슈퍼스타K4>의 본선 무대에 오른 top12가 모두 우승자나 마찬가지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개성에 있어서는 확실히 인정받은 셈이니까.

 

로이킴의 우승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렇게 달라져가는 대중정서 속에서 <슈퍼스타K>가 대중들에게 주는 판타지도 달라졌다는 점이다. <슈퍼스타K2>가 공평하지 않은 현실에서 공정한 무대를 세움으로써 판타지를 주었다면, <슈퍼스타K4>는 단지 타고난 가창력만이 아닌 다양한 음악적 개성들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로서의 판타지를 제공했다. 일반인들은 그 무대를 보면서 뭔가 자신이 부족해도 자기가 가진 개성을 창의적으로 개발하는 것을 통해 최고의 위치에 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을 것이다.

 

이것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는 대중정서의 반영이면서, 또한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제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가창력에서 개성적인 목소리와 끼의 소유자들을 찾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한 물 갔다는 얘기가 나오는 그 지점에서 새로운 판타지로 무장한 오디션 제 2기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슈스케4>, 가창력보다 개성이 중요해진 이유

 

<슈퍼스타K4(이하 슈스케4)> top3 중 탈락자는 정준영이 되었다. 이날 미션은 심사위원 미션과 자율곡 'My Favorite Song' 미션. 정준영은 이승철의 ‘잊었니’를 열창했지만 가사를 실수하는 바람에 이승철로부터 85점 최하점을 받았다. 대국민투표에서 마지막까지 박빙의 승부를 보였지만 결국 생방송 무대에서의 실수는 정준영이 탈락하게 된 중요한 이유가 되었다.

 

'슈퍼스타K4'(사진출처:Mnet)

여러모로 이번 <슈스케4>에서 정준영이란 인물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그는 예선 초반에 일찌감치 팬덤을 형성한 인물이다. 이승철이 이렇게 확실한 존재감을 가진 참가자는 처음이라고 표현한 것은 그런 이유다. 잘 생긴 외모에 오디션 자체를 무화시키는 튀는 행동은 노래 실력과는 별개로 그의 강한 개성을 대중들의 뇌리에 각인시켰다. 스타성이라는 측면에서 정준영은 확실히 돋보이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노래실력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다. 이승철은 그의 노래에 대해 “모창가수 같다”고 혹평하기도 했고 윤미래는 “고음 부분에서 늘 불안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심지어 생방송 미션에서 <그것만이 내 세상>을 부를 때 음 이탈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스타성으로 그는 탈락하지 않고 살아남았고, 그것 때문에 누리꾼들 사이에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정준영이 등장할 때마다 ‘음 이탈’에 대한 언급이 따라붙게 된 건 바로 이런 논란을 의식한 결과였다.

 

하지만 논란이 생길 정도로 커진 정준영의 팬덤은 <슈스케4>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변화와 도전을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만일 생방송 무대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대국민투표가 실력 그 자체가 아니라 팬덤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면 그 평가방식은 과연 옳은 것인가. 바로 이 점 때문에 이승철 심사위원은 <슈스케>의 평가방식이 이제는 조금 달라져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심사위원의 의견과 대중의 선택이 달라지는 것에 대한 불편한 심경이 거기에는 묻어난다.

 

하지만 그것이 팬덤 때문이든 아니든 결국 결정적인 선택권은 대중들에게 주어지는 것이 합당한 것일 게다. 결국 <슈스케>는 국민들에 의해 당락이 결정되는 ‘대국민 오디션’이 아닌가. 정준영 같은 가창력은 조금 불안해도 스타성이 확실한 인물이 top3까지 올라간 데는 또한 대중들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는 달라진 시선이 느껴진다.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너무 많아진 탓에 대중들은 너도 나도 뽐내는 ‘가창력’에 그다지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이것은 <나는 가수다> 같은 엄청난 가창력의 소유자들의 무대에 더 이상 과거처럼 열정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는 대중들의 모습에서도 드러난다. 대신 대중들이 집중하는 것은 무대 위의 참가자가 얼마나 다른 개성과 매력적인 목소리를 갖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제 아무리 노래를 잘 불러도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이 부여되지 않으면 이젠 그런 가창력은 흔해져버린 탓이다.

 

이번 <슈스케4>의 top3를 보면 이들이 온전히 가창력만으로 이 지점까지 올라왔다고 말하기 어렵다. 물론 어느 정도 기본 이상을 하는 건 분명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저마다 색다른 끼와 개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딕펑스가 최종 top2에 남게 된 것은 그런 이유다. 만일 가창력에만 집중했다면 딕펑스가 가진 매력의 많은 부분을 놓치게 됐을 것이다. 딕펑스는 창의력이 넘치는 무대와 편곡의 묘미를 통해 자신들의 색깔을 확실히 보여준 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top2로 가는 길에서 탈락한 정준영은 현재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인물이다. 너무 많아진 오디션 프로그램 때문에, 언젠가부터 우리는 가창력 그 자체가 아니라, 아직 부족해도 무언가 우리를 잡아끄는 색다른 목소리와 끼와 개성을 가진 이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노래 잘 부르는 이들은 이제 넘쳐난다. 중요한 건 그 속에서 확실한 자신만의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느냐다.

<슈스케4>, 저들의 스타와 우리들의 스타

 

시즌1,2를 생각해보면 현재의 <슈퍼스타K(이하 슈스케)>는 그 예선 분량이 상당부분 줄어들었다. 시즌1,2는 바로 이 <슈스케>의 규모(경쟁률이 어마어마하다는)를 전면에 깔 수밖에 없었을 게다. 그것이 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어마어마한 경쟁사회의 현실성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대중들은 <슈스케>의 규모가 대단하다는 것을 인지했다. 따라서 그 패턴마저 읽히는 예선을 오래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대신 좀 더 빨리 눈길을 확 사로잡는 참가자를 발견하고 싶어 한다. 이것은 초반 기선을 확 제압하고 싶은 제작진의 욕구이기도 하다.

 

'슈퍼스타K4'(사진출처:Mnet)

예선 분량이 줄어들은 대신 필요해진 것이 참가자들 중 가능성 있는 인물들을 재빠르게 포착해 캐릭터를 부여하고 스토리를 엮는 작업이다. 이것은 억지로 없는 걸 만든다는 게 아니라 좀 더 효과적으로 보여주려는 노력을 한다는 얘기다. 물론 예선의 과정을 시시콜콜 다 보여주면 지루한 감은 있어도 좀 더 자연스러운 캐릭터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이른바 편집을 통한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되면 캐릭터에 대한 집중도는 높아지지만 약간은 인위적인 느낌을 갖게 되는 부작용도 있다.

 

<슈스케4>가 초반부터 주목한 인물들은 대부분 톱12에 안착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많이 받은 인물들을 꼽으라면 로이킴, 정준영, 유승우 그리고 김정환일 것이다. 로이킴은 엄친아적인 면모와 함께 음악적인 기량을 갖춘 데다 자칫 유약해보일 수 있는 이미지조차 싸움닭(?) 같은 경쟁에 강한 이미지를 통해 넘어서면서 <슈스케4>에서 가장 주목되는 인물이 되었다. 정준영은 그와 상반된 자유분방하고 중성적인 이미지를 통해 <슈스케4>의 재미를 선사한 인물이다. 음악적인 기량은 물론 갖추고 있지만 그것보다 더 그를 주목하게 한 것은 그가 방송을 통해 보여주는(심지어 오디션을 비웃는 듯한) 4차원적인 모습이다.

 

유승우는 나이 어린 천재의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주목받았고 김정환은 군인이지만 준비된 싱어 송 라이터로서의 반전된 면모로 대중들을 매료시켰다. 이들은 몇 번씩 탈락을 맛봤지만 그 때마다 대중들은 ‘설마’하는 마음으로 패자부활전을 바라봤고 결국 그들은 대중들이 예상한 대로 부활했다. 이렇게 된 것은 편집되고 선택되고 집중된 예선 과정들을 통해 대중들도 어느 정도 본선에 오를 이들을 예감하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이미 예선 과정에서 캐릭터와 스토리를 가진(그렇게 편집돼서 보여진) 인물이 탈락한다는 건 어떤 면에서는 방송분량의 낭비가 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본선에 그렇게 올라갔을 때, 그 주목도로 인해 커진 기대감만큼을 버텨낼 음악적인 기량을 그들이 갖추고 있느냐는 것이다. 정준영이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 세상>을 부르면서 힘겨워하는 모습은 그 괴리를 잘 보여준 사례가 되었다. 이승철을 비롯해 모든 심사위원이 혹평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서 새로운 도전을 보여주지 못한 면도 그렇지만, 음악적인 기량도 잘 따라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아마도 그 오디션을 본 시청자들 또한 같은 마음이었을 게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방송 편집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의 힘과 오디션 본연의 실력 사이에 부딪침이 생겨난다. 이미 생겨난 정준영의 팬덤은 그의 실력과는 상관없이 작동하기 시작하고 그것은 결국 오디션의 기반을 흔들어버린다. 오직 실력으로 뽑겠다는 오디션이 인기도 투표로 비춰지는 순간 그 공정성에 기반을 둔 오디션의 판타지는 깨지게 된다. 호평을 받은 허니지가 떨어지고 혹평을 받은 정준영이 붙은 결과에 대해 대중들이 어떤 실망감을 가진 건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오디션에서 실망감을 안겨준 건 정준영만이 아니다. 유승우 역시 본선에 올라 심사위원으로부터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여 달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그것이 오히려 그의 진짜 매력을 감춰버리는 결과로 이어졌던 게 사실이다. 그가 첫 무대에서 불렀던 김건모의 ‘My son’은 재기발랄한 그의 모습이 돋보였지만 그 후 세븐의 ‘열정’이나 처진 달팽이의 ‘말하는 대로’는 그다지 감흥을 주지 못한 무대였다. 로이킴은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그 역시 어떤 비슷한 패턴의 음악을 반복하는 느낌을 주는 건 마찬가지다.

 

이것은 이들이 잘못했다기보다는 프로그램이 이들의 소비를 너무 빨리 했던 데서 생기는 현상이다. 이미 정준영과 로이킴과 유승우는 연예인이라고 해도 될 만큼 저들만의 팬덤을 형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상당부분 <슈스케4> 제작진들이 예선 과정을 통해 그들을 선택하고 집중시킨 결과이기도 하다. 이 시점에서 갑자기 홍대광이 주목받는 인물이 된 것은 그가 초반 선택과 집중에서 조금은 비껴난 아웃사이더였기 때문이다.

 

결과론이지만 정준영이나 로이킴, 유승우처럼 제작진에 의해 주목된 인물들이 빨리 소비되고 그 쌓여진 이미지만큼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할 때, 우리는 홍대광을 바라보게 되었다. 연예인처럼 보이지도 않고 여전히 무대에서도 버스킹을 하는 듯한 그 수수한 모습에서 <슈스케> 본연의 매력을 발견하게 된 것. 그런데 바로 이 제작진이 만든 듯한(결과를 의도했다기보다는 방송의 재미를 위해 선택된) 스타와 우리들이 발견한 스타라는 대척점에서 오히려 <슈스케4>의 후반부가 흥미진진해진 것은 아이러니한 결과다. 과연 <슈스케4>는 저들의 스타가 될 것인가 아니면 우리들의 스타가 될 것인가. <슈스케4>는 이런 프로그램을 놓고 제작진과 시청자가 벌이는 듯한 대결구도마저 프로그램을 통해 승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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