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연기대상>, 이종석 대상 당연히 받을 만 했지만

 

2016<MBC연기대상>의 대상은 이종석에게 돌아갔다. 누구나 공감하는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사실상 올해 MBC드라마에서 <W>만큼 독보적인 성과를 드러낸 작품은 없었기 때문이다. 웹툰과 현실을 뛰어넘는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으로 화제가 끊이지 않았던 데다, 성공적인 시청률까지 거뒀다는 점이 그렇다. 혹자는 <W>가 올해 그나마 MBC드라마의 유일한 명맥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MBC연기대상(사진출처:MBC)'

그래서인지 실제 <MBC연기대상> 전반에 있어서도 <W>의 존재감은 두드러졌다. 올해의 작가상으로 송재정 작가가 받았고, 베스트커플상으로 한효주, 이종석이, 황금연기상 미니시리즈 남자 부문에 김의성이, 최우수 남녀 연기상에 나란히 한효주, 이종석이 받았다. 게다가 올해의 드라마로 <W>가 선정됐고 대상까지 이종석이 받았으니.

 

그나마 자존심을 지킨 건 <쇼핑왕 루이>로 우수연기상을 받은 서인국과 <역도요정 김복주>로 역시 우수연기상을 받은 이성경, <가화만사성>으로 나란히 연속극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이상우, 김소연 그리고 <결혼계약>으로 특별기획 최우수 연기상을 받은 유이 정도다. <몬스터><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전체 시상에서 제외되었다. 전반적으로 <W>로 시작해서 <W>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결과였던 것.

 

물론 이런 시상은 맥락 있는결과였다고 보인다. 전반적으로 장편 드라마들을 많이 포진시켰던 MBC드라마는 상대적으로 작품성과 완성도에 집중하고 또 실험을 하는 작품들이 적었다. 시청률은 나왔을지 몰라도 시청자들의 화제성이 그리 높지 않았고 또 MBC드라마가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던 건 그래서다. <W>에 이토록 이번 연기대상이 집중된 건 어쩌면 MBC드라마가 내부적으로도 어떤 변화를 생각하고 있는 반증이 아닐는지.

 

하지만 시상 방식에 있어서 이번 <MBC연기대상>은 어딘지 자연스럽지 못한 미진함을 남겼다. 대상을 수상한 이종석이 무대에 올라 한 수상 소감이 어째 대상 수상소감 같은 느낌으로 남지 않았다. 그는 내가 남들처럼 멋들어진 소감을 잘 못한다. 감사드린다.”며 간략하게 수상소감을 끝내려 했고, 그러자 분위기가 이상하게 끝나는 걸 알아챈 MC 김국진이 더 할 말이 있지 않냐고 계속 말을 이어가려 했다. 이종석의 수상소감에 대해 성의가 없었다는 시청자들의 말들이 쏟아졌다. 물론 그것이 그의 성격이라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어쨌든 대상 수상을 너무 간단하게 처리해버려 마치 인기상같은 느낌을 준 건 사실이다.

 

최우수연기상으로 이미 상을 받은 이종석이 다시 대상으로 상을 받는 그 과정이 조금 맥이 빠지는 느낌을 주기도 했고, 대상을 온전히 네티즌 투표로 뽑은 것도 이 상을 인기상처럼 느끼게 만든 이유가 됐다. 물론 이렇게 네티즌 투표를 내세운 이유는 모르는 바가 아니다. 항상 대상 수상에 대한 많은 구설수들이 나왔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아예 나오지 않게 직접 투표 방식을 썼던 것.

 

누구나 다 대상 감으로 지목했던 이종석이 상을 받은 것이지만 그 시상 방식이나 수상 소감 같은 그 시상의 과정들은 오점을 남겼다. 이종석이 대상을 탄 건 맥락 있는 일이었지만, 그 시상 과정은 시청자들을 맥 빠지게 했다

아슬아슬한 <W>, 든든한 이종석-한효주 멜로

 

이건 마치 달리고 있는 자전거 같다. 멈추면 넘어진다. 그러니 쉬지 않고 패달을 밟아야 한다. MBC 수목드라마 <W>가 처한 입장이다. <W>는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정신없을 정도의 속도로 전개되는 그 힘에 의해 시청자들을 몰입시킨다. 개연성과 맥락을 지켜나가는 것이 드라마에 대한 작가와 시청자들 사이의 룰이지만, 이 작품은 웹툰이라는 설정으로 이 룰을 비켜나간다. 그래서 사실상 어떤 이야기든 그것이 뜬금없더라도 갑자기 집어넣을 수 있다.

 

'W(사진출처:MBC)'

웹툰을 그린 오성무 작가(김의성)가 만화 속 주인공인 강철(이종석)과 이 모든 걸 되돌리고 해피엔딩을 만들려하지만 갑자기 각성한 진범이 오성무의 얼굴을 빼앗고 그를 오히려 자신의 아바타이자 노예로 만들어버리는 설정은 일반적인 드라마에서는 황당무계한 이야기가 된다. 또 그렇게 작가와 작중 악역인 진범이 역전되어 작품 속 악당이 작가를 움직여 웹툰의 세계를 지배하려 하고, 그래서 뜬금없이 강철의 일가족 살해사건 현장에 마치 강철이 아버지와 다툼을 벌이다 모두를 죽이게 한 것처럼 대사를 끼워 넣어 그를 진범으로 몰아버리는 것도 이 세계에서는 가능하다. 그건 웹툰의 세계이고, 웹툰이란 외부에서 작가가 어떻게 그려 넣는가에 따라 달리지는 피조물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W>의 세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이 낯선 드라마의 낯설고 맥락 없는 이야기 전개를 계속 바라보는 시청자는 어느 허구의 비등점 이상에 도달하게 되면 드라마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릴 위험성이 있다. 그것은 작가가 원하면 언제든 이야기를 바꿀 수 있는 개연성과 맥락의 룰이 사라져버린 너무나 자의적인 세계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성무가 자신의 얼굴을 진범에게 빼앗기는 장면은 충격적이지만 너무 인위적인 이야기로 흘러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만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이야기하면 <W>는 강했다. 그 자의적이고 맥락 없으며 인위적인 이야기임에도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강력한 힘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멜로다. <W>에서 벌어지는 총기난사사건이나 추격전, 진범과 강철이 벌이는 대결과 그 사이에서 오연주(한효주)가 강철을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상황들 같은 황당한 사건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는 와중에도 그 밑바닥에는 이 이야기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멜로 판타지가 있었다는 것.

 

진범이 강철을 살인자로 몰아세우고 그 웹툰의 세계를 지배하려는 이야기 속에서 시청자들이 빠져들게 되는 건 그 강철 옆을 마치 수호천사처럼 배회하는 오연주가 그와 함께 이 난관을 넘어서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 힘겨운 싸움 속에서 서로 가까워졌다 잊혀졌다 다시 나타나 사랑이 이어지는 그 멜로 판타지에 몰입되게 된다. 그것은 개연성의 법칙이 아니라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게 되고 행복하게 되기를 바라는 시청자들의 욕망에 의해 만들어지는 추동력이다.

 

시작부터 마구 패달을 밟아 어느 곳으로든 달려가기 시작한 <W>는 그래서 개연성 없이 달려가는 세계의 공허함을, 패달을 계속 밟았으면 하는(두 사람의 사랑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그 욕망을 자극함으로써 채워나간다. 시청자들은 조금 맥락이 없어도, 또 황당해 보여도 갑자기 오연주가 나타나서라도 강철을 구하고, 또 그들의 사랑이 이뤄지고 진범이 처단되어 해피엔딩이 되기를 바란다. 그 오연주와 강철 사이에 만들어진 강력한 멜로 판타지는 그래서 어느 곳으로 튀든 이 <W>라는 자전거가 계속 패달을 밟아줬으면 하는 욕망을 만들어낸다. <W>라는 드라마는 그래서 아슬아슬하지만 그 빈 부분을 오연주와 강철의 멜로가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다.

맥락보다 상상력, <W>의 의미 있는 드라마 실험

 

맥락 혹은 개연성. 드라마를 쓰거나 보는 사람이라면 하나의 공식처럼 되어 있는 이 틀 안에서 그게 얼마나 잘 맞춰져 있는가를 고심하고 들여다볼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W>의 세계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자유롭다. 대신 이 드라마가 취하고 있는 상상력이다. 맥락도 없고 개연성도 없으며 때로는 멜로에서 단 몇 분 만에 스릴러로 훌쩍 뛰어넘는 식으로 장르적 문법도 무시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허용되는 세계. 바로 <W>의 세계다.

 

'W(사진출처:MBC)'

생각해보면 <W>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뜬금없었다. 갑자기 만화 속 세계에서 손이 불쑥 튀어나와 만화가 오성무(김의성)의 딸 오연주(한효주)를 끌고 들어갔고, 웹툰 속 인물인 강철(이종석)은 누군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사실에 마치 작가에게 외치듯 당신 누구야하고 소리치자 그것이 웹툰처럼 글자로 새겨졌다. 웹툰 속에서 현실로 튀어나온 강철이 자신을 그린 작가인 오성무에게 총을 쏘더니 자신이 그저 캐릭터라는 사실을 알고 한강 물로 투신한다.

 

그렇게 죽으며 웹툰도 끝난 줄 알았지만 그 마지막 엔딩장면이 그대로 멈춰서 있다는 걸 알게 된 오연주는 다시 강철을 되살리고, 웹툰 속에서 강철의 동인을 만들기 위해 맥락 없이 만들어져 그의 일가족을 살해한 진범은 현실과 웹툰을 넘나들며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 각성한 진범이 어떻게든 자신의 존재근거를 찾으려 하자 강철은 이 모든 걸 처음으로 되돌리기 위해 오연주에게 현실로 돌아가 모든 게 꿈이었다는 설정으로 바꾸어 달라고 요청한다. 그래서 다시 원점으로 이야기는 돌아가는 듯 했으나, 진범을 제거하지 않으면 해피엔딩이 될 수 없다는 걸 안 오성무는 강철이 납득할 수 있는 진범으로 자신의 얼굴을 그려 넣는다. 하지만 각성한 진범은 오히려 오성무의 얼굴만 빼앗아 방송국에서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킨다.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이어지지만 그것은 맥락과 개연성을 따라간다기보다는 끊임없이 충격적인 반전을 거듭하는 식이다. 특히 모든 걸 꿈 설정으로 되돌린 후에는 어딘지 이야기가 조금 늘어지는 것처럼 여겨졌지만, 갑자기 얼굴이 사라져버린 오성무가 그 놈이 내 얼굴을 가져 갔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이 맥락 없는 반전이 소름으로 다가오기에 충분했다.

 

흥미로운 건 이러한 맥락과 개연성이 실종된 반전의 연속을 시청자들이 허용하고 심지어 나아가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W>라는 드라마가 애초에 설정한 웹툰과 현실의 교차라는 밑그림 덕분이다. 이 비현실적이고 판타지가 될 수밖에 없는 밑그림 위에서 이야기는 날개를 달았고 상상력은 한계가 사라졌다.

 

그런데 맥락보다 상상력에 몰두하는 <W>의 이러한 전개에 시청자들이 열광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건 아마도 지금껏 많은 드라마들이 그토록 문법 안에서 뱅뱅 돌며 우리가 생각하는 범주 안에서만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해왔던 것에 대한 일종의 해방감이 아닐까. 출생의 비밀과 불치병, 불륜, 신데렐라 이야기 등등 우리네 드라마에는 일종의 되는 드라마의 공식이라는 것들이 자리하고 있지만 지금도 그것이 유효한 지는 의문이다.

 

그러니 한 번쯤은 그 모든 공식들을 털어내고 오로지 할 수 있는 상상력의 끝을 향해 달려보는 것에 이토록 호응하는 것이 아닐까. <W>의 기상천외한 드라마 실험이 우리네 드라마에서 특히 의미가 있다 여겨지는 건 그래서다. 맥락보다도 또 개연성보다도 나아가 되는 드라마의 공식들보다도 지금의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새로운 상상력이라는 걸 <W>는 보여주고 있다

<W>, 웹툰 속이라 가능해진 것들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남자 혹은 여자이런 외모와 이미지를 가진 이들을 만찢남혹은 만찢녀라고 부른다. 아마도 MBC 수목드라마 <W>의 상상은 바로 이 용어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실제로 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와 만화 속으로 들어간 여자가 엮어가는 멜로와 스릴러. 여기서 만찢남 강철과 만찢녀 오연주 역할에 이종석과 한효주 캐스팅은 맞춤이다. 드라마의 성격상 실사와 만화를 오가는 장면들 속에서 이들만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배우들도 없을 게다.

 

'W(사진출처:MBC)'

만화 속 인물과의 모험과 로맨스라는 단순한 상상에서부터 시작한 드라마일 수 있으나, 막상 그 세계로 들어가니 의외로 모든 것들이 다 허용되는 거침없는 전개가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W>의 멜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던 멜로드라마의 과정 같은 것들이 불필요해졌다. 사실 강철이라는 캐릭터를 이상형으로 꿈꾸고 만든 인물이 다름 아닌 어린 시절의 오연주다. 그러니 뭘 숨기고 잴 것인가.

 

자신이 만화 속 주인공에 불과하다는 걸 알고는 절망, 한강에 투신한 강철을 다시 구해낸 오연주에게 오히려 강철이 왜 구했냐며 화를 내자 오연주는 대뜸 사랑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돌직구에 강철의 마음이 흔들리고 그녀가 원하는 로맨스를 대놓고 선택하라며 여러 선택지들을 늘어놓고는 마치 숙제라도 하듯 그걸 하나하나 실행한다.

 

현실적인 멜로드라마라면 두 사람이 밀고 당기며 속내를 드러낼 듯 드러내지 않는 그 과정들을 거쳐야 이른바 개연성이라는 것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웹툰 속 만화 세상에 들어간 오연주에게는 오히려 그런 밀당 없이 바로 속내를 털어놓고 직진으로 달려가는 멜로가 더 개연성이 있다. 이른바 만화 속에서는 현실적이라기보다는 만화 같아야 더 리얼한 셈이니까.

 

이 드라마가 멜로적인 달달한 시퀀스에서 다시 긴장감을 높이는 스릴러로 넘어가는 과정도 마찬가지로 거침이 없다. 갑자기 들려오는 괴한의 목소리가 화면 위에 글자로 찍히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드라마는 다시 쫄깃해진다. 강철의 온 가족을 죽였던 괴한이 이제는 오연주마저 죽이겠다고 엄포를 놓자 순식간에 드라마는 스릴러와 멜로가 동시에 팽팽하게 된다.

 

<W>라는 만찢남 만찢녀의 세계는, 상상력이 만들어낸 가상의 세계가 어떤 공감대를 대중들에게 주기만 한다면 얼마나 거침없이 이야기를 펼쳐나갈 수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사실 우리들 중 그 누구도 만화 속에 들어가 본 이들은 없다. 그러니 그 리얼리티를 요구하기도 어렵다. 대신 그 안에 존재하는 개연성의 법칙들을 작가가 그럴 듯하게 제시해주는 것만으로 이 상상의 세계는 언제든 어디로든 전개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드라마들을 봐왔고 또 그 드라마의 법칙이라는 것들을 꿰고 있는 시청자들이라면 <W>를 보면서 묘한 해방감과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그것은 틀을 벗어나 거침없이 이야기를 달려가는데서 나오는 즐거움이다. 만화 속으로 들어가자 <W>는 함부로 자유로워질 수 있는 특권을 얻었다. 그리고 이런 함부로는 기꺼이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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