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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의 낭군님’, 진지함과 코믹함 다 되는 남지현과 도경수

사실 새로 시작한 tvN 월화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의 인물관계도를 보면 그 이야기가 구조가 그리 새롭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원수지간인 부모의 관계 속에서 이뤄진 첫사랑, 왕세자라는 캐릭터, 몰락한 가문의 여인, 사고로 기억을 잃고 평민이 된 왕세자와 어쩌다 보니 혼인을 하게 된 여인,... 많이 봐왔던 조선시대판 멜로사극의 풍경이 그 안에 고스란히 들어있다. 

하지만 <백일의 낭군님>이 시선을 끄는 건 시작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캐스팅이다. 이제는 아이돌 배우에서 ‘아이돌’ 딱지를 떼도 충분할 만큼 연기의 성장을 보여왔던 도경수와, 사극에서부터 현대극까지 아울러 아역에서 성인역으로 성장해왔던 남지현이 그들이다. 첫 회에서 두 사람은 아련한 사랑의 감정과 아픈 가족사를 담아내면서도, 특유의 코믹한 설정들을 소화해내는 연기를 보여줬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왕세자 이율을 연기하는 도경수다. 시작부터 “불편한 건 나뿐인가”라는 유행어가 될 법한 대사를 반복하며 궁궐 생활의 ‘불편함’을 토로하는 것으로 묘한 코믹함을 만들어내는 이 인물은, 동시에 아버지인 왕(조한철)과 갈등하는 모습 또한 드러낸다. 결국 아버지의 사주로 인해 자신이 좋아했던 윤이서(남지현)의 아버지가 역도로 몰려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또 자신의 어머니 역시. 

그래서 궁궐 생활을 하면서 계속 엇나가는 이 왕세자는 아버지를 왕으로 세운 김차언(조성하)의 딸 김소혜(한소희)와 혼인을 맺지만 그를 피한다. 오랜 가뭄이 왕세자가 세자빈과 합방을 하지 않아 생긴 음양의 부조화 때문이라는 신하들의 이야기에, 왕세자는 조선의 노처녀, 노총각들도 모두 혼사를 시키라는 명을 내리지만 그것을 자신이 겪게 될 줄은 알지 못했다. 결국 저잣거리로 나오게 될 그는 자신의 명 때문에 윤이서와 함께 살아야 하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궁궐 내에서 그가 툭하면 내뱉었던 ‘불편함’은 그래서 향후 저잣거리에서 그가 겪을 진짜 불편함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코믹한 상황이 연출된다. “얼굴만 번지르르하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사내”가 된 그는 악처로 돌변한 윤이서에게 갖은 구박을 받는 존재가 된다. 살짝 비틀어진 관계의 역전이 이 멜로 사극의 코미디적 요소가 된다. 

이율과 윤이서는 각각 저잣거리의 이름을 갖고 있다. 원득과 흠심이라는 이름. 그래서 그들은 100일 간 일종의 가상부부 생활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지만, 때론 가상이 현실이 되기도 하는 법이라 두 사람 사이에 피어날 멜로는 기대되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그들이 그 저잣거리의 서민적 삶을 통해 진솔한 사랑을 피워내고, 자신의 이름인 이율과 윤이서로 돌아왔을 때 바뀌게 될 변화들 또한.

많은 것들이 이미 예상되는 범위 안에서 전개되는 이야기지만, 그래도 이 드라마가 시선을 끄는 건 역시 남지현과 도경수라는 믿고 보는 배우들 덕분이다. 그들이 만들어갈 코믹하고 절절한 멜로 사극이 <구르미 그린 달빛>이나 <해를 품은 달> 같은 대중적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박보검-김유정, 김수현-한가인 같은 그림 같은 커플의 탄생이 될 테니.(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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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조승우와 원진아의 멜로, 공과 사는 다르다

도대체 이 두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JTBC 월화드라마 <라이프>의 구승효(조승우)와 이노을(원진아)의 관계는 우리가 지금껏 봐왔던 드라마 속 남녀와는 너무나 다르다. 한 사람은 상국대학병원 총괄사장이고 다른 한 사람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 그 일적인 위치로 보면 상하관계가 뚜렷하다. 그런데 직장 내의 상하관계와는 다른 행보를 이노을은 보여준다. 

소아병동을 보여주겠다고 구승효를 데리고 간 건 과연 신임사장에게 병원을 안내하기 위함 만이었을까. 구승효는 그 곳에서 인큐베이터 속 생명을 보며 미묘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지방병원으로 소아과를 파견 보내려했던 걸 번복한다. 물론 구승효는 그런 결정의 번복이 다른 이권을 챙기기 위한 카드인 것처럼 말한다. 그게 진실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는 진짜로 이노을로 인해 어떤 심경의 변화를 겪었을 수도 있다. 이노을 역시 구승효에 대한 사적인 감정을 품었을 수도.

구승효와 이노을의 관계가 흥미롭게 느껴지는 건 정재계가 얽힌 의문의 사체를 부검하지 않고 넘기려던 걸 유족을 설득해 검시하게 한 오세화 병원장(문소리), 주경문(유재명), 예진우(이동욱)를 면직처분하며 이노을도 그 명단에 끼워 넣으면서다. 구승효는 왜 이들을 갑자기 면직처분한 것일까. 그것도 해당 사건과 그다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노을까지 끼워서. 

구승효의 마음이 흔들린 건 화정그룹 조남형 회장(정문성)이 이 사건으로 뒤틀어진 걸 바로잡기 위해 “직접 나서겠다”고 한 말 때문이다. 그 말의 의미는 자칫 연루된 이들에 대한 위해를 의미하는 것일 수 있었다. 실제로 오세화 병원장은 의문의 인물들에게 거의 가택연금을 당하게 되는 상황에 몰려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구승효의 이노을 면직처분은 그런 일을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한 선택으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 진짜 속내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면직 처분을 내리고도 술 취한 이노을을 굳이 차에 태워 집까지 바래다주는 구승효의 모습에는 일에 있어서의 관계와 사적인 관계가 너무나 다를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것은 아마도 실제 현실이 그럴 것이다. 드라마는 사적관계가 공적관계와 얽혀 있는 걸 당연하다는 듯 그리곤 한다. 하지만 어디 실상이 그런가. 제 아무리 해고를 하고 해고를 당한 인물이라도, 사적인 감정은 또 다를 수 있다. 바래다주는 구승효의 차에서 도망치듯 아파트 현관을 향해 달려가는 이노을에게서 취한 모습을 보인 연인의 부끄러움이 느껴지는 것처럼.

<라이프>의 멜로가 확연히 다르게 다가오는 건 새글21의 기자 최서현(최유화)과 제보자로서의 의사 예진우의 관계에서도 나타난다. 갑자기 병원에서 사체의 사인을 번복 발표하자 무언가 그 안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걸 직감한 새글21은 최서현에게 예진우를 통해 그 정보를 알아보라고 종용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최서현은 예진우를 찾아오지만 피곤해 보이는 그를 보며 차마 그 질문을 던지지 못한다. 예진우에 대한 좋은 감정이 기자로서 해야할 질문을 던지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라이프>의 멜로는 일과의 관계에 있어 어떤 보이지 않는 선 같은 것이 그어져 있다. 제아무리 좋은 감정을 갖고 있어도 해야 할 일은 할 수밖에 없는 공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그 공적 관계 속에서도 사적인 감정은 지워지지 않는다. 또 자신의 직분대로라면 해야 할 일을 사적인 감정이 가로막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이 어쩌면 진짜 리얼한 우리가 사적이며 공적인 관계 속에서 겪는 애매모호한 감정들이 아닐까. 심지어 미스터리한 느낌마저 주는 <라이프>의 멜로는 확실히 여타의 드라마들이 그려온 단선적인 멜로와는 다르게 다가온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식샤3’가 윤두준과 백진희를 다루는 방식 왜 다를까

tvN 월화드라마 <식샤를 합시다3>에서 구대영(윤두준)은 보험설계사다. 그가 가진 보험설계사라는 직업은 먹방을 소재로 하고 있는 이 드라마에서 중요한 설정이다. 영업을 하는 분들만큼 음식점을 잘 아는 분들도 없어서다. 결국 “식사 한 번” 하는 일이 중요한 영업의 한 부분이 되어 있어, 그 직업을 가진 구대영이라는 캐릭터의 먹방이 그저 먹는 장면을 나열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더해주기 때문이다. 

그런 구대영은 세컨드 잡도 갖고 있다. 한때 먹는 일에 그다지 소질(?)이 없었지만 이지우(백진희)를 만나면서 배우게 됐던 그 식사의 노하우들이 쌓였고, 결국 한 업체로부터 푸드 크리에이터 제안을 받았다. 그는 혼밥을 하는 1인 가구들이 집에서 간편하게 음식을 해먹을 수 있게 맛집을 연계하는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하지만 회사가 이 사업을 접게 되고, 그가 다니는 보험사에서 그에게 지점장 제안이 오면서 그는 갈등하게 된다. 결국 보험사를 나오는 선택을 하는 구대영은 향후 ‘식샤님’으로의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식샤를 합시다3>에서 구대영만큼 중요한 인물인 이지우(백진희)는 초반에만 잠깐 그가 간호사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왔을 뿐, 거의 직업적인 이야기가 빠져 있어서다. 심지어 그 초반을 보지 못했던 시청자들은 이지우의 직업이 무엇인지조차 가늠하기가 어렵다. 그가 이 드라마에서 맡은 역할은 청춘시절을 오가며 먹방을 보여주는 것과 구대영과의 멜로 그리고 동생 이서연(이주우)과 계속 얽히는 악연, 인지장애를 겪는 엄마 강미숙(이지현)과의 가슴 아픈 이야기가 전부다. 그에게서 직업적 부분들은 놀라울 정도로 삭제되어 있다. 

그것이 드라마가 다루려는 부분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있을 게다. 하지만 구대영의 직업이 그토록 중요하게 다뤄지는 데 비해, 한 회에 거의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 이지우의 직업은 어딘가 균형이 깨져버린 느낌이다. 이 드라마는 과거 그토록 음식 먹는 일에 노하우를 쌓고, 또 그걸 즐겼던 이지우가 직장생활 10년 간 1인 가구로 살아가며 입맛을 잃어버렸고, 다시 만난 구대영을 통해 그 입맛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렇다면 이지우의 현실적인 삶이 중요하지 않을까. 물론 인지장애를 겪는 엄마의 이야기와 그에 빌붙어 살아가는 이서연과의 아픈 관계가 등장하지만 일터에서 겪는 현실적인 삶의 이야기는 왜 빠져 있는 걸까.

이 점은 이 드라마가 부지불식간에 갖고 있는 남녀를 바라보는 차별적 시선이기도 하고, 동시에 이번 시즌에서 특히 먹방은 물론 멜로 구도에서도 그만한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가 그려내는 이지우와 이서연은 모두 직업적인 부분이 삭제되어 있다. 반면 구대영이나 선우선(안우연)은 일과 사랑 그 양면을 드러내며 드라마를 전면에서 이끌어간다. 

이지우와 이서연의 직업적 부분이 삭제되면서 생겨나는 건, 이 인물들이 드러내는 상처나 아픔 같은 것들이 그저 연인, 가족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로만 그려진다는 점이다. 이건 인물을 단순하게 만들어버린다. 이지우가 먹방과 사랑에만 목매는 존재로 느껴지며 어떤 면에서는 너무 수동적이라 매력이 잘 느껴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째서 구대영과 이지우를 다루는 방식이 이토록 다른 걸까. 이건 자칫 남녀 간의 성차를 당연시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라이프’에서 멜로 코드는 어딘지 뜬금없다

JTBC 월화드라마 <라이프>도 어쩔 수 없이 멜로의 달달한 조미료가 필요했었나. 지난 회 이노을(원진아)에게 자신의 연정을 고백하는 예선우(이규형)의 이야기가 슬쩍 등장하더니, 이제는 예진우(이동욱)와 최서현(최유화)의 관계가 심상찮다. 최서현은 새글21 기자로서 영리를 추구하기 시작한 상국대학병원을 취재하다 예진우를 만나게 됐지만, 그를 바라보는 예진우의 시선은 설렘이 가득하다. 

일 때문에 약속을 깜박한 예진우에게 “그러니 여자친구에게 잘 하라”고 최서현이 말하자, 대뜸 “여자친구 없다”며 반색하는 모습이 그렇다. 이 정도의 멜로 코드는 사실 여타의 드라마라면 그다지 주목되지도 않았을 내용들이다. 하지만 워낙 밀도 있게 병원을 둘러싼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욕망을 들여다보던 드라마여서인지 이 작은 멜로 코드도 어딘가 긴장감을 흩트리는 느낌이다. 

그러고 보면 이 드라마도 관계의 구도 안에 멜로의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예진우와 이노을 그리고 구승효(조승우) 사장 사이의 관계가 그렇다. 예진우와 이노을은 친구사이로 스스럼없이 지내는 관계처럼 보이지만 그 속내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역시 구승효에게 인간적으로 다가가 그 단단한 경영적인 마인드를 부드럽게 건드리는 이노을의 속내도 언제 어떻게 변화될지 알 수 없다. 구도로만 보면 이노을을 좋아하는 예선우와 최서현에 호감을 느끼는 예진우, 그리고 예선우와 구승효 그리고 예진우 사이에 서 있는 이노을의 관계는 멜로적 변화가 언제든 가능하다. 

그런데 아마도 이런 멜로는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를 통해 원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숨 쉴 틈 없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던 이야기가 멜로의 틀로 슬쩍 들어오면서 긴장이 풀리고 너무 평이해지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멜로 코드가 무조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애초에 <라이프>가 그려나가려던 병원 내의 욕망과 욕망이 부딪치며 일으키는 항원-항체 반응의 예측 불가능한 전개에는 다소 뜬금없는 면이 있다. 

살짝 흩어지려는 긴장감을 다시 만들어낸 건 상국대학병원의 원장 투표를 두고 벌어지는 여러 인물들 간의 대결구도 덕분이다. 자신이 원장이 될 거라 자신했던 김태상(문성근) 부원장은 심평원 심사에 의해 과잉진료는 물론이고 비자격자에게 환자의 수술을 시킨 일이 드러나면서 추락하기 시작한다. 그러자 그를 따르는 듯 했던 이상엽(엄효섭) 암센터장과 오세화(문소리) 신경외과 센터장이 원장 자리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며 출마한다. 이들은 병원 복도에서 서로의 허물을 들춰내며 한바탕 말싸움을 벌인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여긴 예진우가 주경문(유재명) 흉부외과 센터장을 찾아가 원장 출마에 나서달라고 요구하고 그렇게 시작된 투표에서 오세화와 주경문이 동표를 얻어 재투표에 들어가게 된다. 그 순간 구승효는 투표장을 찾아 주경문에게 악수를 건네며 은근슬쩍 그가 상국대병원을 그만 두려 했다는 사실을 흘린다. 말 한 마디를 던진 것이지만, 그 한 마디는 주경문에게 제대로 물을 먹인 결과가 된다. 

<라이프>가 가진 드라마적 묘미는 바로 이런 병원 내에서 벌어지는 권력 구도와 팽팽한 대결 속에서 만들어진다. 그 대결이 사실상 우리네 사회의 축소판처럼 여겨지기 때문에, 그것은 재미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 함의까지도 담겨진다. 그러니 괜스레 멜로 코드 같은 곁길에 눈길을 주기 보다는 꿋꿋이 이 가려던 길을 가는 드라마가 되어야 더 힘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라이프>의 멜로 코드는 어딘지 뜬금없게 느껴진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바꿔보니 아니더라? ‘아는 와이프’ 호평과 혹평을 가르는 건

tvN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가 하려는 이야기는 과거를 되돌려 첫사랑 이혜원(강한나)의 남편이 된 차주혁(지성)이 서우진(한지민)의 진가를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본래 멜로를 좋아하는 줄 알았지만 사실은 코미디를 더 좋아하는 서우진. 그가 멜로를 좋아한다 여겼던 건, 울고 싶을 때가 더 많았기 때문이라는 걸 차주혁은 뒤늦게 깨닫는다. 그리고 서우진을 괴물로 만든 건 바로 자신이라는 것도. 

즉 <아는 와이프>는 ‘만일 ...었다면’이라는 가정을 판타지를 통해 담아내면서 우리가 현실에 치여 놓치고 있던 것들을 그 체험을 통해 깨닫게 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이야기는 조금 뻔한 면이 있다. 처음부터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지만 ‘지금 당신 옆에 있는 배우자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가’를 보여주는 가상 체험일 수 있어서다. 마무리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마치 저 <구운몽>의 이야기처럼 모든 게 일장춘몽이었다고 끝나는 건 아닐는지.

가상 체험은 자못 자극적인 코드들을 담을 수 있다. 이를테면 남편이 아내를 바꿔 살아보는 이야기나, 아내가 미혼상태로 돌아가 다른 남자와 연애를 하는 그런 내용들이다. <아는 와이프>에도 이런 코드들이 들어간다. 차주혁이 과거를 바꿔 깨어났을 때 그의 침대 옆에서 함께 자고 있는 와이프는 이혜원이라는 걸 발견한다. 그리고 이혜원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차주혁의 품에 안긴다. 바로 몇 분 전 서우진의 남편이었던 차주혁이 몇 분 후 이혜원의 남편으로 살아보는 것. 자극적일 수 있다. 

이는 서우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차주혁에게 알 수 없는 이끌림을 느끼긴 하지만, 자신에게 대시하는 윤종후(장승조)와의 관계에서도 싫지 않은 감정을 갖는다. 물론 서우진의 경우 진짜 판타지는 독박육아에서 벗어나 싱글로서 살아가는 삶 자체일 것이다. 차주혁과의 지옥 같은 결혼생활을 벗어나 있다는 그 사실. 

그런데 이런 ‘가상 체험’ 판타지를 더한 이야기는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불편한 느낌을 줄 수 있다. 그것이 마치 스와핑 같은 불륜적 코드들을 정당화하는 장치로 보여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가상 체험 판타지지만 느끼기에 따라 그것이 현실을 되돌아보게 하는 ‘성찰적 의미’로 다가오는 분들이 있는 반면, 그저 자극적인 불륜 코드의 정당화로 느껴지는 분들도 있다. <아는 와이프>는 이 아슬아슬한 양극단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호평도 나오지만 혹평 역시 쏟아지는 이유다. 

즉 과거를 바꿔 현재를 바꿔 살아보는 가상 체험 판타지가 신선하게 다가오는 분들에게 <아는 와이프>는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다. 하지만 그 판타지가 너무 상투적이라고 여기는 분들은 <아는 와이프>가 너무 뻔한 주제를 내세워 사실은 자극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차주혁이 과거를 바꿔 현재의 아내를 바꿔 살아가는 그 선택을 하고는, 이제 와서 서우진의 주변을 맴돌며 그에게 대시하는 윤종후를 막기 위해 안달복달하는 시퀀스는 이 인물의 ‘찌질함’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너무 자기중심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고 있어서다. 선택을 했으면 그만한 책임 또한 따른다는 걸 그는 왜 모를까. 차주혁의 그런 행동을 정당화라도 시켜주겠다는 듯, 그의 아내인 이혜원이 정현수(이유진)라는 가짜 대학생과 불륜적 상황을 보이는 이야기도 그렇다. 그건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래서 자극적 코드를 위한 설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만일 ...었다면’이라는 판타지 코드가 가진 양극단의 느낌을 그나마 상쇄해주는 건 지성과 한지민의 연기다. 지성은 자칫 욕먹을 수 있는 차주혁의 우유부단함과 찌질함을 적당히 망가지는 캐릭터 연기를 통해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연기를 선보인다. 한지민은 ‘하드캐리’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귀여움과 절절함과 털털함을 넘나들며 누구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매력을 더해준다. 그래서 이즈음에서 한번쯤 이 드라마가 하는 방식의 가정을 떠올리게 된다. 만일 지성과 한지민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식샤를 합시다3’에서 먹방을 빼면 멜로밖에 없다는 건

먹어도 너무 먹는다. 물론 애초부터 <식샤를 합시다>는 먹방을 소재로 했던 드라마였다. 그러니 음식이 등장하고, 그걸 먹는 장면이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그 분량이 상상 이상이다. 7회에 등장한 청춘시절 구대영(윤두준)이 이지우(백진희)와 떡볶이집에서 만나 한바탕 떡볶이 먹방을 하는 장면은 무려 8분 가까이 이어졌다. 

이지우는 구대영에게 떡볶이와 튀김은 물론이고 다 먹은 뒤 밥을 볶아 먹고는 후식으로 팥빙수를 먹는 것까지 그 노하우들을 설명했다. 떡볶이에는 계란 후라이를 넣어 노른자를 풀어 먹으면 기름이 잘 섞여 더 고소하고, 튀김은 떡볶이 국물이 아닌 마요네즈에 찍어 먹어야 눅눅하지 않고 더 맛있다고 했다. 밥을 볶은 데는 단무지를 잘게 잘라 넣어 아삭한 식감과 새콤한 맛을 더하고, 매운 음식을 먹었으니 후식으로 시원한 팥빙수를 먹어줘야 제 맛이라는 것. 

그 장면만 놓고 보면 이게 드라마인지 아니면 먹방 프로그램인지가 헷갈린다. 음식 먹는 노하우를 아주 자세히 구체적으로 설파하면서 간간히 구대영과 이지우 사이에 오가는 썸을 슬쩍 슬쩍 드러내는 것. <식샤를 합시다>가 어떤 정체성을 가진 드라마인가를 이 장면은 잘 보여준다. 드라마도 드라마지만 일단 먹방이 갖는 감각적인 요소들을 통해 시청자들의 욕망을 끄는 드라마가 바로 <식샤를 합시다>다. 

그래서 먹방을 빼놓고 보면 도대체 이 드라마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가 애매해진다. 물론 본래 의도는 살다보니 ‘입맛을 잃어버린’ 이지우 같은 삶에 지친 이들에게 음식을 통해 청춘시절의 설렘을 찾아 되살려보겠다는 것. 그래서 입맛도 살리고 살맛도 나게 하겠다는 게 이 드라마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먹방이 점점 전면에 내세워지고 본격화되고는 있지만 새롭게 느껴지지는 않는 멜로 구도 속에서 그 애초 의도는 점점 흐릿해져간다. 

보험왕으로서 영업을 하던 구대영은 바로 그런 직업적인 요소가 얽혀 그가 보여주는 음식을 먹는 장면에도 묘한 페이소스 같은 걸 만들었다. 하지만 시즌3에서 보험회사를 그만두고 선우선(안우연)의 회사에 스카웃되어 본격적으로 자신의 먹는 노하우를 설파하기 시작한 구대영에게서는 그런 직업적인 배경의 그림자가 잘 보이지 않는다. 다만 교통사고로 갑자기 죽어버린 옛 여자친구와 새로 관계를 맺어가는 이지우와의 엇나가고 만나는 멜로적 상황들이 놓여 있을 뿐이다. 

그래서 7회 한 편의 이야기를 먹방을 빼고 보면, 여자친구가 있는 줄 알고 구대영을 피했던 이지우가 그 여자친구가 사고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 정도가 전부다. 청춘 시절에 회고담으로서 시험기간에 벌어졌던 일들이 다뤄졌지만 시트콤적인 해프닝 그 이상은 아니었다. 

물론 모든 드라마가 진지할 필요는 없지만, <식샤를 합시다3>가 아쉽게 느껴지는 건 그 좋은 소재, 이를테면 ‘음식을 통한 삶의 위로 혹은 회복’ 같은 이야기를 너무 평이하게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오해로 빚어진 남녀관계의 소원함이 실제사실을 알고 풀어지는 그런 단순한 멜로 그 이상을 담기는 어려운 것일까. 너무 길어진 먹방만큼 단순한 해프닝과 입맛을 자극하는 장면들 그 이상의 ‘삶의 허기’를 담아낼 수는 없는 걸까.(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시청자들은 외면하는데, 지상파에 쏟아지는 멜로물들

새로 시작한 SBS 월화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는 지상파 3사 드라마 대결에서 기선을 잡았다. 첫 방 시청률 7.1%(닐슨 코리아). MBC에서 새로 시작한 <사생결단 로맨스>의 4.1%보다 앞섰고 이미 방영되고 있던 KBS <너도 인간이니?>의 5.6%도 앞질렀다. 

그런데 어쩐지 기선을 잡았다 해도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에는 헛헛함 같은 게 느껴진다. 언제부터 지상파 드라마들이 이렇게 소소해졌나 싶어서다. 새로 시작한 드라마들이 모두 평범한 멜로물인데다, 그 이야기 구조도 새롭다 보기에는 너무 뻔해 보인다. 

고교시절 이제 막 좋은 감정을 느끼기 시작할 즈음, 버스 사고로 코마 상태에 빠져 13년이나 누워 있던 우서리(신혜선). 그 버스에서 자신이 한 정거장 더 가서 내리라는 말만 하지 않았어도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 거라 자책하며 그 13년을 우서리를 바라보며 살아왔던 공우진(양세종). 우서리가 깨어나면서 시작되는 멜로다. 

‘사소한 일들’이 만들어내는 큰 변화를 말하는 이 드라마는, 그로 인해 벌어지는 불행과 행복을 담으려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되는 그 이유도 다소 사소한 일들로 비롯된다. 우서리가 외삼촌(이승준)의 집인 줄 알고 찾아간 집에, 공우진이 조카인 유찬(안효섭)을 돌보러 찾아왔다 만나게 되는 것. 어찌 된 일인지 외삼촌은 소재를 알 수 없게 되었고 우서리는 의지할 데 없는 처지가 되어버린다. 

이 드라마가 그리려는 건 아마도 불행한 사고 이후 모든 걸 잃어버렸던 우서리와 공우진이 다시 만나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일 게다. 그 멜로적 구도나 ‘불행 끝에도 또 다른 행복이 있다’는 드라마의 주제의식은 충분히 이해되는 바이지만, 그것이 그다지 새롭거나 무게감 있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다만 우서리와 공우진이라는 캐릭터와 그들의 멜로구도만이 있을 뿐.

이런 사정은 새로 시작한 MBC <사생결단 로맨스>도 마찬가지다. 아예 제목에 달아놓은 것처럼 이 드라마는 본격적인 로맨틱 코미디를 추구한다. 여기도 빠지지 않는 건 독특한 캐릭터다. 호르몬에 미친 내분비내과 의사 주인아(이시영)와 승부욕의 화신 한승주(지현우)와 만나 만들어내는 밀고 당기는 로맨틱 코미디.

대작이 아니라도 기대작은 되어야 채널이 집중될 것인데, 최근 지상파 드라마들은 너무 소소해졌다. 월화수목을 통틀어 10% 시청률을 넘기지 못하는 건 기본이고 심지어 종영한 SBS <훈남정음>은 2% 대의 수목극 사상 최저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소소한 드라마들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이 로맨틱 코미디류의 멜로물들이다. 

이미 시청자들은 지상파 멜로물에 대해 외면하고 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지상파들은 계속 멜로물들만 세워두고 있다. 좋은 작가, 작품들이 비지상파로 빠져나가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지상파의 기획이 예전만 하지 못해서일까.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가 지상파 주중드라마의 최고 시청률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곱씹어봐야 할 이유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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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션샤인’의 멜로는 어떻게 대의와 어우러졌나

역사왜곡 논란으로 시끄럽지만 역시 김은숙 작가의 멜로는 절묘한데가 있다. tvN 주말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총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멜로가 그렇다. 유진초이(이병헌)와 고애신(김태리)의 첫 만남은 일본과 야합하는 미국인을 저격하는 현장에서다. 그들은 복면을 한 채 같은 표적을 향해 총을 겨눴고, 저격이 끝난 후 도주하다 서로의 눈이 마주쳤다. 그건 상대방이 누구인가를 살피려는 긴장감 넘치는 순간이면서, 동시에 이 두 사람이 첫 만남을 갖게 되는 순간이다.

그 사건을 조사하게 된 유진은 애신을 불러 면담을 하게 되고, 이미 서로의 정체를 들킨 그들은 손바닥으로 서로의 하관을 가린 채 그 눈빛을 교환한다. 그건 애신이 동지인 줄 알았던 유진이 미국인이라는 그 정체를 확인하는 순간이면서 좀 더 가까이 서로의 눈빛을 나누는 순간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다시 ‘사라진 총기’가 인연이 되어 만나게 된다. 미군이 총기를 찾기 위해 애신의 몸수색을 하려 할 때 유진이 등장하게 된 것. 그건 애신과 유진이 미국과 조선이라는 서로 다른 입장에 서 있는 상황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런데 유진은 애신에게 번번이 사건을 수사하는 듯하면서도 사실은 사건을 덮으려 한다는 걸 귀띔한다. 저격사건은 본인이 한 것이니 그럴 수 있다 여겨지지만, 총기가 사라진 사건을 덮으려는 유진의 행동은 다소 의아한 선택이다. 애신의 스승인 장포수(최무성)가 총기를 훔쳐갔다는 심증을 가진 유진은 총포 연습을 하는 애신을 찾아와 곧 이곳에 미군들이 들이닥칠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내 스승의 뒤를 캐는 거요? 아님 내 뒤를 캐는 건가?” 애신의 도발적인 질문에 유진은 드디어 속내를 드러낸다. 애초 조선에 들어올 때 아무 것도 하지 않으려 했다는 그가 “호기심”이 생겼다는 것. “조선이 변한 것인지 내가 본 저 여인이 이상한 것인지. 잡아넣지 않는 걸로 방관했고 총을 찾지 않는 걸로 편들었소, 지금 그걸 수습중이고.” 이 절묘한 대사는 그간 그가 미국인 저격 사건을 수사하고 또 사라진 총기를 수사하면서 했던 행동들이 애신에 대한 마음에서 비롯됐다는 걸 드러낸다. 처음엔 호기심이었지만 ‘방관’했고 ‘수습’하고 있다는 건 그의 마음이 애신에게 기울어지고 있다는 걸 에둘러 말해주는 대목이었다. 

애신은 저격 사건이 있던 날 밤거리에서 유진을 만났을 때 그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똑같이 유진에게 말한다. “어느 쪽으로 가시오. 그쪽으로 걸을까 하여.” 그 말은 서로가 가는 방향이 같을 것이라는 ‘동지적 발언’이면서 동시에 두 사람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함께 숲길을 걸으며 유진이 애신에게 문득 묻는다. “그건 왜 하는 거요? 조선을 구하는 거.” 그러자 애신은 대의를 이야기한다. “꼴은 이래도 오백년을 이어져온 나라요. 그 오백년 동안 호란 왜란 많이도 겪었소. 그럴 때마다 누군가는 목숨을 걸고 지켜내지 않았겠소. 그런 조선이 평화롭게 찢어 발겨지고 있소. 처음엔 청이, 다음엔 아라사가, 지금은 일본이, 이제 미국 군대까지 들어왔소. 나라꼴이 이런데 누군가는 싸워야하지 않겠소?”

그런데 그런 대의보다 유진은 애신이 더 궁금하다. “그게 왜 당신이요?”라고 묻는 것. 그러자 애신은 “왜 나면 안되는 거요?”라고 되묻고 “혹시 나를 걱정하는 거면”이라 덧붙인다. 조선을 구한다는 대의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그걸 앞장서서 하는 사람에 대한 마음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유진은 “내 걱정을 하는 거요”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건넨다. 그건 자신의 마음이 애신으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는 걸 걱정하는 것인가 아니면 미국인으로서 돌아온 자신과 조선인인 애신 사이에서 갈등하기 시작한 자신을 걱정하는 것인가. 대의를 향해 같은 방향으로 총을 겨누거나 총을 사이에 두고 있어도 동시에 설렘이 느껴지는 구한말 격변기를 배경으로한 김은숙 작가의 색다른 멜로구도가 절묘하게 다가온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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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감수성, 멜로의 구도, 스킨십도 달리 보인다

어째서 한편으로는 설레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아슬아슬해지는 걸까. 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보다 보면 느껴지는 두 가지 감정이다. 이영준 부회장(박서준)이라는 키다리아저씨에 가까운 현대판 왕자님이 비서인 김미소(박민영)에게 서툴러도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그 모습이 그렇다. 그 모습에서는 한때 폭력적인 것이 아니냐는 논란까지 일었던 벽에 여성을 밀어붙이고 억지로 키스를 퍼붓는 남자 주인공의 장면이 슬쩍 겹쳐진다.

물론 두 장면에 담긴 함의는 사뭇 다르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이미 김미소에 대한 이영준 부회장의 사랑이 아주 어린 시절 그들이 함께 겪었던 유괴 사건 속에서부터 계속 이어져 왔다는 걸 전제하고 있다. 그러니 건강한 사랑하는 남녀가 한밤 중에 문을 두드려 “같이 자자”고 말하는 게 잘못됐다 볼 순 없다. 다만 그간 우리가 멜로드라마에서 아무 비판의식 없이 바라봤던 그런 장면들이 이제는 한번쯤 스스로 생각해보게 되는 그런 상황을 우리가 맞이하게 됐다는 거다. 

사실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그 드라마의 구도에서부터 아슬아슬한 면이 존재했다. 비서와 부회장의 로맨스. 거기서 위계나 권력 구도를 읽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 권력 구도에서 벌어진 부적절한 관계들이 신문 사회면에 오르는 현실이 아닌가. 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 아슬아슬한 위계가 갖는 불안감을 몇 가지 장치들로 넘어섰다. 

그 첫 번째는 공적 관계를 깨면서 본격화하는 멜로다. 김미소가 사표를 던지는 순간 시작되는 멜로는 부회장과 비서 간의 관계가 아니라 사적인 이영준과 김미소의 관계로 그려지게 만들 수 있었다. 두 번째는 과거 유괴사건을 두 사람이 함께 겪음으로써 이 관계가 이미 공적 관계가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시작된 이영준의 순애보에서 비롯됐다는 걸 보여준 대목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치는 이영준이라는 캐릭터다. 이 드라마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부회장이나 재벌2세 캐릭터와는 완전히 상반된 ‘배려의 아이콘’으로 이영준을 세웠다. 

이런 장치들이 있어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그대로 편하게 웃으며 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가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남는 아슬아슬함은 여전하다. 두 사람이 연인관계를 선언한 상태지만 두 사람이 사적인 자리에서도 나누는 대화의 모습이 여전히 부회장과 비서의 어투를 사용한다는 점 같은 게 그렇다. 두 사람은 사적 관계임에 틀림없지만, 그 공적인 어투는 두 사람의 관계를 공적 관계로 착각하게 만드는 면이 있다. 마치 부회장-비서 캐릭터 코스프레를 통한 관계의 새로움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 사적인 관계와 공적인 어투가 중첩된 부분은 여전히 아슬아슬함을 만든다. 

다행스러운 건 과거의 상처를 이겨내고 그 정체들이 다 밝혀진 이후, 꽁냥꽁냥하게만 흘러가던 멜로가 김미소의 ‘자신의 삶 찾기’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저 부회장과 결혼해 행복하게 살았다가 아니라 김비서가 아닌 김미소로서 행복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모색했다는 것. 그래서 자신은 몰랐던 비서라는 직능으로서의 성취감이 분명 있다는 걸 그는 발견해낸다. 이제 김미소로서 김비서의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미투 운동 이후로 우리의 남녀 관계를 바라보는 감수성은 많이 달라졌다. 저것이 연애인가 아니면 부적절하거나 불평등한 관계인가를 조금씩 들여다보게 됐다는 것. 그래서 멜로드라마 속 남녀의 사랑이야기는 이제 그 변화를 예고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보면서 그저 그 꽁냥꽁냥한 멜로에 빠져들면서도 한편으로 저런 관계는 적절할까를 생각하게 된 건 여러모로 건강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슬아슬함을 느낀다는 건 그만큼 우리의 감수성도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고, 그 달라진 감수성은 거기에 맞는 새로운 멜로의 구도를 요구하고 있다는 뜻이니 말이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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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훈남정음’과 울림 있는 ‘이리와 안아줘’의 희비를 가른 건

SBS <훈남정음>과 MBC <이리와 안아줘>가 같은 날 종영했다. 두 드라마는 모두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었다. <훈남정음>은 훈남(남궁민)과 정음(황정음)이 결혼을 약속했고, 정음은 훈남의 도움을 받아 물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해갔다. <이리와 안아줘>는 지옥 같던 살인자 윤희재(허준호)가 납치한 한재이(진기주)를 채도진(장기용)이 구해내고, 자기 같은 괴물로 아들을 만들려는 윤희재의 도발 앞에서 윤나무는 스스로가 다르다는 걸 증명해냈다. 

두 드라마가 모두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종영을 맞는 두 드라마의 입장은 완전히 다를 법하다. 애초의 기대작이었던 <훈남정음>과 별 기대가 없었던 <이리와 안아줘>가 거둔 성과가 너무나 상반됐기 때문이다. 드라마 시작 전 두 드라마의 액면만을 보면 당연히 <훈남정음>에 기대감이 모아질 수밖에 없었다. 연기력으로 차곡차곡 팬덤을 만들어온 배우 남궁민에 그와 과거 <내 마음이 들리니>로 연기호흡을 맞췄었던 황정음이 아닌가. 반면 <이리와 안아줘>의 장기용과 진기주는 사실상 신인 배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연기경력이 적었다. 

이런 캐스팅에 대한 상반된 기대감은 두 드라마의 첫 회 시청률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첫 회에 <훈남정음>이 5.3%(닐슨 코리아) 시청률로 시작했던 반면, <이리와 안아줘>는 3.1%로 시작했다. 하지만 마지막 회를 보면 두 드라마의 시청률은 희비쌍곡선을 그었다. <훈남정음>은 2.1%까지 떨어지며 역대 SBS 미니시리즈 중 최저 시청률을 기록한 반면, <이리와 안아줘>는 5.4% 시청률로 마무리했다. 

물론 2%나 5%나 지상파 수목드라마로서는 충격적으로 낮은 시청률이지만, 두 드라마의 체감이 달리 느껴지는 건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훈남정음>은 첫 회 방영된 이후부터 줄곧 너무 뻔하고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라는 점이 지적받았다. 한강다리에서 자살을 하는 장면을 코미디의 소재로 삼은 대목으로 논란까지 이어지게 된 건, 이 드라마가 가진 가벼움의 한계를 드러내는 대목이었다. 

반면 <이리와 안아줘>는 희대의 살인마가 등장하는 스릴러 요소를 통해 가해자의 아들과 피해자의 딸이라는 새로운 멜로 구도로 멜로 그 이상의 울림 있는 이야기를 그려냈다. 살인자의 아들은 결국 그 악을 계승받을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삶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긴장감이 끝까지 이어졌다. 특히 엔딩에서 이제 모든 과거의 아픈 고리들을 끊어낸 채도진과 한재이가 12년 전 끔찍한 사건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그 시간에 머물러 있던 어린 자신들을 껴안아주는 장면은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왔다. 이 드라마는 스릴러 요소를 더한 멜로 장르를 표방하면서도 휴머니즘이라는 더 큰 메시지를 담으려 했다는 것.

작품의 희비를 가른 건 이런 가벼움과 진중함의 차이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그저 가볍기 만한 뻔한 로맨틱 코미디는 이제 더 이상 어렵다는 걸 <훈남정음>은 예시적으로 보여줬다.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듯 재치 있고 코믹한 대사들은 있었지만 그 이상의 울림이 없었다는 것이 이 드라마의 한계였다. 물론 남궁민의 연기는 역시 이번 작품에서도 돋보였지만, 황정음의 늘 봐왔던 그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 식상하게 다가온 것도 마찬가지였다. 연기를 잘해도 새로움이 없다면 시청자들에게 호평받기 어렵다는 것.

한편 장기용과 진기주는 <이리와 안아줘>를 통해 아직 무르익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신인 배우로서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보인다. 물론 이 작품은 허준호의 악마 같은 괴물 연기가 드라마 전체의 힘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지만, 장기용의 몰입은 이 배우의 성장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밖에도 윤현무 역할을 연기한 김경남이나 역대급 눈물연기를 소화해낸 엄마 채옥희 역할의 서정연 같은 배우들이 돋보였다. 

워낙 많은 로맨틱 코미디류의 멜로들이 방영되었던 터라 이제 시청자들은 그 작품만의 독특한 새로움이 없다면 굳이 봐야할까 하고 의구심을 갖게 됐다. 하루에도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이고, 심지어 외국 드라마들을 시청하는 일도 이제는 일상화단계로 접어드는 요즘이다. 뻔한 드라마보다는 실험작이 차라리 낫고 멜로 안에서도 진중한 메시지를 찾아내려는 시도가 효용성을 갖는 이유다.(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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