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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누나' 손예진과 '키스' 감우성이 다시 깨운 연애시대

12년이 지났지만 그들의 멜로는 여전히 설렌다. 2006년 SBS 드라마 <연애시대>로 시청자들의 감성을 촉촉하게 만들었던 손예진과 감우성 이야기다. 12년 만에 멜로 드라마 주연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지금,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와 SBS <키스 먼저 할까요?>로 다시 한 번 설레는 멜로를 선사하는 중이다.

한 작품에서 멜로 호흡을 맞췄던 배우들이지만, 지금 두 사람이 하는 작품의 멜로 색깔은 확연히 다르다. 손예진이 열연하고 있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물론 나이가 좀 있는 누나와 젊은 동생 사이의 사랑을 담고 있지만, 풋풋한 청춘 멜로의 색깔을 갖고 있다. 손 한 번 잡는 일이나 키스 한 번 하는 것이 이토록 떨리는 순간으로 다가올 수가 없다.

반면 감우성이 출연하고 있는 <키스 먼저 할까요?>는 본격 어른 멜로다. 제목에 이미 담겨 있듯이 스킨십은 그리 중요하지도 않은 어른들의 멜로. 그래서 손을 잡고 키스를 하는 것보다 더 마음을 움직이는 건 상대방을 이해하고 아픔을 공감하는 말 한 마디다. 그래서 이 작품은 말기 암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는 손무한(감우성)이라는 인물이 전하는 휴머니즘이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는 멜로다.

두 작품에서 각각 손예진과 감우성의 상대역할을 하는 배우들도 반짝반짝 빛난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손예진을 더 젊고 풋풋하게 만들어주는 장본인은 바로 상대역인 정해인이다. 소년 같은 얼굴로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는 이 배우 앞에서 손예진이 무장해제되는 모습은 그래서 너무나 쉽게 공감이 간다. 사회적 통념 따위는 이 사랑 앞에 별 소용도 없어지는 것이다.

한편 <키스 먼저 할까요?>에서 감우성의 상대역할인 김선아는 드라마가 가진 무거움을 때론 비극적으로 때론 코미디로 풀어낼 줄 아는 배우다. 그래서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드라마의 무게를 때때로 웃음으로 풀어내주며 힘겨워도 웃으며 살아가는 그런 희비극적인 것들이 우리네 삶의 진면목이라는 걸 보여주기도 한다.

두 멜로드라마의 긴장감은 그들의 멜로를 가로막는 장애물에서 생겨난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장애물은 ‘사회적 통념’이다. 누나의 친구, 친구의 동생이라는 그 관계 속에서 두 사람의 사랑은 과연 어떤 결실로 이어질 수 있을까. 게다가 정해인이 연기하는 서준희라는 인물은 일찍이 엄마를 여의고 아빠마저 재혼을 해 사실상 윤진아(손예진)의 집안에서는 ‘가족’처럼 여겨지는 인물. 그러니 가족처럼 여겨지던 인물을 윤진아의 집안에서 그의 배우자로 받아들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키스 먼저 할까요?>는 안순진(김선아)의 딸의 죽음이 손무한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과 이제 곧 죽음을 앞두고 있는 손무한의 상황이 이들 사랑의 커다란 장애물로 등장한다. 하지만 이 두 장애물은 어떤 면에서는 죽음(손무한의)이 죽음을(안순진의 딸의) 상쇄시키는 힘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어쨌든 따뜻해진 봄 날씨에 이 두 작품은 봄 바람 같은 멜로감각을 다시금 깨워놓고 있다. 좀체 본격 멜로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요즘에 이만한 설렘을 줄 수 있다는 건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과거 <연애시대>에서 만났던 손예진과 감우성은 이제 다시 멜로로 돌아와 더 원숙해진 멜로 연기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예쁜 누나’, 캐스팅만으로도 꿀 떨어지는 설렘이라니

도대체 무엇이 이토록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걸까.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예쁜 누나’ 윤진아(손예진)와 ‘밥 사주고픈 동생’ 서준희(정해인)가 함께 웃으며 거리를 걷는다.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브루스 윌리스의 ‘Save the last dance for me’는 이 장면을 하나의 뮤직비디오로 만들어버린다. 

누나 동생의 나이 차가 있어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리면서도 쉽게 손을 내밀지 못한다. 함께 걷는 그 장면에서 서준희의 손이 윤진아의 어깨 위로 가려다 멈추며 어색하듯 엉뚱한 포즈를 취한다. 그 장면이 너무나 풋풋하게 다가온다. 이미 연애 경험들이 있을 법한 그들이지만 그 장면에는 마치 이제 막 첫사랑을 경험하는 듯한 이들의 풋풋함이 담겨진다. 

그 장면을 더 설레게 만드는 건 그저 모습만 봐도 마음이 이끌리는 두 사람의 표정들이다. 윤진아 역할을 연기하는 손예진은 나이가 무색한 청순한 얼굴에 특유의 눈웃음을 날린다. 서준희 역할의 정해인은 하얀 치아를 슬쩍 드러내며 미소를 지을 때마다 소년 같은 매력이 터진다. 물론 해맑은 소년의 얼굴에서 ‘예쁜 누나’에게 지분거리는 전 남자친구 앞에서는 남자의 얼굴로 바뀌지만.

올드 팝을 깔아 넣은 그 장면 속에서 느껴지는 건 조금은 구닥다리처럼 보이지만 그래서 더 아련해지는 ‘옛날 식 사랑’의 기억들이다. 어쩌면 너무나 쉬워져 버린 스킨십과 감각적인 삶이지만, 윤진아와 서준희가 영화관에서 팝콘을 나눠먹으며 손길이 닿지 않을까 신경 쓰는 모습은 더더욱 마음을 잡아끈다. 자동차에서 손을 잡을까 말까 고민하는 손길이 주는 이토록 강렬한 설렘이라니.

서로에게 마음이 이끌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나이 차와 누나, 친구 관계로 얽혀있어 좀체 그걸 드러내지 못하는 두 사람. 그래서 서준희는 윤진아에게 마음을 고백하려다 문득 말을 돌려 “매일 밥 사줄 수 있냐”고 묻는다. 그러자 윤진아는 자기가 언제 밥 안 사준 적 있냐고 답한다. 그들은 ‘밥 사주는 걸’로 표현하고 있지만 그건 사실상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생각하는 마음을 그런 식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용기를 내지 못하다 직장 동료인 강세영(정유진)이 서준희에게 작업을 걸려고 하자 갑자기 서준희의 손을 꼭 잡는 윤진아의 모습은 그 어떤 멜로의 스킨십보다 더 두근거리는 장면으로 다가온다. 이제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그 꿀 떨어지는 눈웃음과 미소를 나누며 쉽지 않은 사랑을 하게 될 것이다.

서준희의 누나 서경선(장소연)이 윤진아의 절친이라는 사실이나, 서준희와 윤진아의 동생 윤승호(위하준)가 친구라는 사실, 그래서 윤진아의 부모 또한 서준희를 잘 알고 있다는 그런 관계들은 이 두 사람만의 시간이 주는 달달함과 팽팽한 갈등을 만들어낸다. 과연 이들은 이 갈등들을 넘어서 두 사람의 사랑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요즘처럼 본격 멜로가 쉽지 않아진 상황 속에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도리어 그 정통 멜로의 구도를 가져왔다. 물론 안판석 감독 특유의 현실감각이 넘쳐나는 영상과 상황들이 배경으로 깔리면서 이들의 멜로는 그 자체로 사회적 의미를 갖게 되지만 그래도 이 드라마가 담고 있는 건 설렘 가득한 멜로 그 자체다. 그리고 이 본격 멜로에 한껏 힘을 부여하고 있는 건 손예진과 정해인이라는 배우라는 걸 부정하긴 어려울 것 같다. 손예진의 눈웃음과 정해인의 미소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 말이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키스', 캐릭터에 설득력 부여하는 감우성 진심 담긴 연기

과연 감우성이 아니었다면 이 멜로 가능했을까. SBS 월화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는 초반 ‘어른 멜로’라는 수식어처럼 과감한 표현들과 설정들을 코믹한 터치로 그려낸 작품처럼 보였다. 안순진(김선아)이 처한 힘겨운 상황들도 또 무표정의 삶을 살아가는 손무한(감우성)의 상황도 그래서 로맨틱 코미디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가벼움이 있었다. 

물론 그 속에서도 드라마 마지막에 살짝 들어가는 ‘에필로그’는 무언가 이 멜로드라마가 생각만큼 가벼운 건 아니라는 예감을 준 게 사실이다. 그리고 결국 손무한의 시한부 삶이 등장하고, 안순진의 딸이 죽게 된 상황과 그로 인해 그의 인생이 부서졌던 그 일들이 소개되면서 드라마는 꽤 무거워졌다. 그저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었다는 걸 <키스 먼저 할까요?>는 드러내고 있는 것. 

하지만 놀라운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무한과 안순진의 멜로가 무거움에 완전히 가라앉지 않고 때론 웃음과 설렘까지 만들어내는 그 균형점을 준다는 점이다. 이를 테면 손무한이 과거 안순진이 그토록 도움을 요청했지만 매몰차게 거절했던 광고 카피라이터였다는 걸 알게 된 안순진이 그와 결혼까지 하고 한 침대에서 같이 자는 부부가 됐다는 사실은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일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안순진은 먹던 걸 토해내듯 자신이 손무한과 함께 한 시간들을 토해내고 싶어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미 그에 대한 애정을 완전히 거두지 못한다. 

겉으로는 재산이 200억이고 혼인신고도 했으니 그 유산을 받아 그가 죽은 후 혼자 빈둥대며 사는 게 ‘복수’라고 말하지만, 단지 그것 때문에 손무한의 옆에 남아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것은 어찌 보면 손무한이 지금껏 안순진에게 해온 ‘아낌없이 주는 숙주의 삶’에서 느껴진 사랑의 감정을 그 역시 느꼈기 때문일 게다. 죽음을 앞두고 있고 그러면서도 모든 걸 주고 가려는 그의 마음에서 어떤 진심을 느끼기 때문이다. 

사실 <키스 먼저 할까요?>는 그 이야기 설정만을 두고 보면 굉장한 논쟁점을 갖고 있는 드라마다. 즉 이 드라마는 어느 제과의 과자 때문에 딸을 먼저 저세상에 보내게 된 피해자와, 그 과자의 광고를 내놓고 사고가 난 후에도 피해자를 돕지 않았던 가해자가, 그 ‘죄책감’과 ‘부채감’ 때문에 접근했던 ‘실수’로 ‘계획에 없던 사랑’을 하게 되는 멜로다. 거기에는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 결코 이어질 수 없는 정서의 장벽이 놓여 있다. 

다른 식으로 표현하면 도저히 용서될 수 없는 일을 저지른 가해자가 어떻게 해야 피해자에게 최소한의 사과와 용서를 빌 수 있는가를 이야기하는 드라마에, 그러다 덜컥 사랑을 하게 되는 멜로가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주는 2차 가해처럼 보일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해지는 건 가해자로서 손무한이라는 캐릭터가 얼마나 설득력 있게 그 죄책감과 부채감 그리고 어쩌다 피어난 사랑의 감정을 시청자들에게 이해시키는가 하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손무한 역할을 연기하는 감우성은 놀라울 정도로 이런 논쟁을 무화시키는 ‘설득력 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의 진심이 가득 담긴 연기가 아니면 이 논점 많은 멜로가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는 이유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라이브’를 진짜로 보이게 만드는 명배우 명연기들

단합대회에서 최명호(신동욱)가 한정오(정유미)에게 살짝 볼 뽀뽀를 하고 그걸 멀리서 바라보는 염상수(이광수)의 모습은 tvN 토일드라마 <라이브>에 삼각멜로가 향후 전개될 거라는 걸 암시한다. 아마도 경찰들이 주인공들이고 사건사고가 계속 터지는 이 형사물 같은 장르적 성격을 띤 드라마에서 굳이 경찰들 간의 멜로를 집어넣은 건 ‘그들도 사람’이라는 이 드라마의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또 한 방식이기 때문일 게다. 

그래서 그 설정 자체가 충분히 이해되지만, 그래도 이 드라마에서 더 주목되는 건 이들의 모습을 진짜로 보이게 만드는 명배우들의 명연기들이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인물들이 바로 오양촌 역할을 연기하는 배성우와 그와 이혼한 아내로 나오는 안장미(배종옥)다. 물론 지구대장인 기한솔 역할의 성동일이나 오양촌의 아버지 역할로 나오는 이순재 같은 말 그대로 ‘생활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들의 미친 존재감을 빼놓을 수 없지만, 드라마의 구성상 오양촌과 안장미가 그 구심적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오양촌은 강력계의 레전드로 이름을 날리는 형사였지만 사수의 사고사와 함께 그 책임을 억울하게 떠안고 지구대로 강등되어 오게 된다. 여기에 아내인 안장미가 이혼을 요구하고 결국 그걸 받아들인다. 범인을 잡고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좋은 경찰이지만,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해 아내는 물론이고 자식들에게까지 아빠로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비극적인 인물이다. 결국 <라이브>가 그려내려는 경찰의 실제 모습이라는 건 오양촌으로 대변되는 멋진 형사로서의 모습과는 다른 가정에 적응하지 못하는 한 가장이자 남자의 모습인 셈이다.

오양촌을 바라보는 안장미의 시선은 그래서 시청자들이 경찰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을 담고 있다. 안장미는 차갑게 오양촌에게 “이혼하자”고 말하고 하나하나 이혼의 사유를 또박또박 이야기함으로써 거부하려 날뛰는 오양촌의 눈에서 눈물을 뽑아낸다. 그는 오양촌이 최고의 경찰이라는 건 믿어 의심하지 않지만, 남편으로는 최악이었다는 걸 마치 사건을 분석해내는 것처럼 냉철하게 꼬집는다. 그래서 결국 안장미의 요구를 받아들여 오양촌은 이혼도장을 찍지만 그는 여전히 주장한다. 같이 살지만 않을 뿐이지 달라진 건 없다고. 

배성우와 배종옥이 <라이브>에서 제대로 된 연기의 깊은 맛을 드러내는 지점은 이 작품이 가진 경찰을 보는 두 관점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배성우는 누가 봐도 딱 그럴 것 같은 다혈질의 열혈형사를 연기하면서, 그런 성정이 일에서는 굉장한 힘을 발휘하지만 인간관계(부부든 동료든)에서는 오히려 불협화음을 낸다는 걸 보여준다. 배종옥 역시 사건 현장에서는 냉철하기 그지없는 베테랑 형사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어쩐지 가정으로 돌아오면 쓸쓸한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서 <라이브>는 전면에서 뛰고 있는 신입 경찰 한정오와 염상수의 성장드라마를 그려내면서 동시에 오양촌과 안장미가 오래도록 경찰생활을 해오며 성장하긴 했지만 그래서 잃었던 것들을 되새기는 이야기를 담는다. 오양촌과 안장미의 또 다른 성장드라마가 그려지고 있는 것. 청춘 멜로의 설렘도 궁금하지만 이 위기의 중년 경찰 부부가 어떻게 일과 가정 사이의 균형을 찾아낼 것인가 또한 궁금해지는 대목이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예쁜 누나’, 팍팍한 일상 손예진, 그래서 더 간절해지는 설렘 정해인

어째서 그저 밥 한 끼를 같이 먹고 평범한 농담을 나누며 집까지 바래다주는 그 일상을 보여줄 뿐인데 이토록 설레는 걸까. 새로 시작된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윤진아(손예진)와 서준희(정해인)는 누나 동생의 관계처럼 등장하지만 벌써부터 왠지 모를 멜로의 향기가 느껴진다. 그들이 함께 있을 때 보이는 눈빛과 작은 손짓들까지 누나 동생의 관계 그 이상의 무언가를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이야기는 그 겉면만 보면 그리 특별한 일들이 벌어졌다고 보기 힘들다. 즉 남자친구와 헤어진 윤진아와 그를 위로해주는 절친 서경선(장소연) 그리고 그의 동생 서준희가 자연스럽게 누나 동생 관계로 엮어져 있고, 윤진아와 서준희의 관계가 조금씩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여줬을 뿐이다. 흔히 멜로에서 보게 되는 우연적이거나 운명적 만남 같은 것도 없고, 그렇다고 신데렐라와 왕자님의 만남도 없다. 그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법한 흔한 만남 같은 그런 평범한 이야기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것이 남다른 설렘으로 다가오게 되는 건 윤진아가 겪고 있는 일상의 피로함이 안판석 감독 특유의 디테일로 살아있기 때문이다. ‘만남이 곤약 같다’며 이별을 통보하는 남자친구에, 가맹점 관리를 하며 벌어지는 업무 스트레스들과 술자리에서 일상으로 벌어지는 성희롱들까지 마치 우리가 겪는 현실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듯한 디테일들이 담기면서 윤진아가 가질 삶의 피로를 공감하게 된다. 그런데 그에게서 느껴지는 공감대와 그에 대한 일종의 연민 같은 시선을 고스란히 대리해주는 인물이 바로 서준희다. 

오픈 기념 선물이 도착하지 않아 가맹점으로부터 호된 곤욕을 치른 윤진아는 사실 그 실수가 남호균 이사(박혁권)가 결재를 하지 않아 생긴 일이었지만 그걸 굳이 드러내지 않고 자신의 잘못으로 떠안았다. 그것이 회사생활이기 때문이다. 더러워도 버티기 위해서는 상사의 실수를 덮고 자신의 실수로 떠안는 것.

그런데 이렇게 마음이 상한 윤진아에게 은근슬쩍 다가와 어깨에 손을 얹어주는 서준희가 있다. 밥 사달라는 핑계로 만난 윤진아를 만난 서준희는 점심에 “금기를 깬다”며 와인을 시켜 마시고 계산도 자신이 한다. 그러니 지친 윤진아는 금세 점심 한 끼에 마음이 풀어진다. “덕분에 맛있게 분위기도 밥도 잘 먹었다. 금기도”라는 윤진아의 말에 “맛을 봤으니 윤진아 이제 큰일 났다”고 하는 서준희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건 그의 존재가 윤진아에게 이미 특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사들의 성희롱이 난무하는 회식 자리의 피곤을 그대로 떠안고 다시 회사로 돌아와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일을 처리하기 위해 또 일을 하는 윤진아는 편의점에서 산 맥주를 마시며 노래를 틀어놓고 춤을 춘다. 마침 클럽에 놀러간다던 서준희의 이야기가 마음 한 구석에 남았을 테고, 그렇게라도 자신을 위로하는 몸짓을 해보고 싶었을 터다. 그런데 그 순간 윤진아를 다시 찾아온 서준희가 그의 춤추는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짓는다. 그저 시선을 주고 따뜻한 미소를 짓는 것뿐이지만 그 장면에 시청자들은 설렐 수밖에 없다. 피곤한 일상을 누군가 바라봐주는 그 따뜻한 시선이 있다는 사실이 주는 설렘이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그 제목처럼 멜로가 일상에 닿아 있다. 그들의 멜로는 엄청난 위치에 있는 이들이 보여주는 판타지적인 사랑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루어질 수 없어 목숨을 거는 운명적 사랑도 아니다. 그저 ‘밥 잘 사주는’ 일상에서부터 비롯되어 생겨나는 사랑의 감정을 잔잔한 디테일 속에 담아낼 뿐이다. 그래서 더더욱 그 설렘은 깊어진다. 손에 닿을 듯한 일상의 공감이 보다 강력한 현실감을 주기 때문이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키스' 감우성·김선아의 사랑은 묘하게도 병을 닮았다

SBS 월화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의 사랑, 어딘가 병을 닮았다. 그 병은 거부하려고 해도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에게 전염된다. 손무한(감우성)은 안순진(김선아)에게 이끌리면서도 그 마음을 거부하려 했다. 자신이 시한부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안순진을 사랑하게 됐다. 마치 원하지 않아도 병이 찾아오는 것처럼.

안순진은 손무한을 ‘숙주’로, 자신을 ‘기생충’으로 불렀다. 그건 물론 농담 섞인 이야기였지만, 자신의 속내 깊은 곳에 사랑보다 더 절실한 게 삶이었기 때문에 나온 말이었다. 아무런 희망도 없고 내일은 기대하지도 않는 ‘오늘만 사는 삶’. 그래서 그는 그것이 사랑이라는 걸 부정하고 자신은 그저 손무한에 붙어먹는 병 같은 존재라 치부했다. 하지만 손무한이 그 이야기를 듣고 며칠 집을 비운 사이 안순진은 그를 기다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키스 먼저 할까요?>는 삶과 사랑에 대한 문학적 상징이 잘 녹아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 굳이 ‘어른 멜로’라는 수식어를 쓴 건 그저 19금의 성적인 의미가 아니다. <키스 먼저 할까요?>라는 다소 도발적으로 느껴지는 제목은 그래서 스킨십을 대놓고 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스킨십은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진짜 삶과 사랑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는 도발이다. 

손무한이라는 인물의 시한부 판정도 마찬가지다. 그건 우리가 늘상 봐왔던 멜로의 시한부 설정이 갖는 통속적인 이야기를 꺼내놓기 위함이 아니다. 병이 들었을 때 비로소 삶이 보이듯, 언제까지고 이어질 듯한 삶이 문득 끊어질 거라는 걸 감지하는 순간, 진짜 사랑이 보인다. 내일도 필요 없고 당장 지금 눈앞에 있는 그와 즐거운 시간을 갖는 그 순간순간들이 진정한 사랑으로 다가온다. 

시한부 삶을 알게 된 손무한의 사랑은 그래서 아이러니하다. 처음 그가 안순진에게 불쑥 결혼하자고 했던 건, 자신은 안순진을 사랑하지만 안순진은 사랑이 아닌 결혼이 필요한 거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자신은 그저 숙주일 뿐이라고. 한 달이면 곧 죽을 몸, 손무한은 그렇게 해서라도 과거에 자신이 저지른 어떤 잘못을 사죄하고 싶었다. 하지만 사죄로 시작한 그 마음은 어느새 사랑이 되었고 안순진 역시 단지 ‘손무한에 붙어먹는 병 같은 존재’로 치부했던 마음이 사랑으로 변했다. 그러자 이제 손무한은 빨리 혼인 신고를 하고 안순진에게서 멀어지려 한다. 그것이 자신이 그를 사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한부 삶은 그래서 이들의 사랑도 시한부로 만들어버리지만, 그래서 그 사랑은 더 진실해진다. 결국 우리가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는 건 단지 육체적인 끌림이나 종족을 이어가고픈 본능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보다는 오히려 길건 짧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다가오는 유한한 삶을 짊어진 시한부가 우리네 존재의 숙명이라는 걸 공감하기 때문일 게다. 결국 사라져가는 존재에 대한 소중함을 새삼 느끼는 그 지점에서 우리는 어쩌면 사랑에 빠지는 것일 지도 모른다. 

혹자는 삶이 한 평생으로 이어진 병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죽어가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그런 생각은 삶이 무가치하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하루하루를 더 사랑하고 더 행복하게 살아가라는 뜻이다. <키스 먼저 할까요?>의 손무한과 안순진의 삶과 사랑은 그래서 더 진실하고 절실하게 다가온다. 어쩌면 ‘숙주’의 모든 걸 내주는 사랑이란 ‘무한’일 수도 있으니.(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아저씨' 이선균·이지은, 24살 차이 멜로 괜한 걱정이었나

박동훈(이선균)은 형 박상훈(박호산)과 동생 박기훈(송새벽)과 선술집에서 술을 마시며 팍팍한 중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년퇴직 후 자신의 존재 자체가 지워져버리고 있다는 박상훈. 아내와는 별거 중이고 재취업은 아파트 경비 자리 얻기도 하늘의 별 따기다. 박기훈은 영화 감독이 꿈이지만 만년 조연출로 늙어가고 있다. 한 때는 주목받기도 했었지만 그 후로는 영화판에서 마모되어가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나마 건축구조기술사라는 그럴 듯한 직업을 갖고 있는 박동훈은 나아 보이지만 그를 둘러싼 가족들의 무게가 온전히 그의 어깨를 짓누른다. 퇴근 해 혼자 소주 한 잔을 기울이는 게 유일한 휴식이지만 그의 아내는 그가 다니는 회사 대표이사 도준영(김영민)과 불륜 중이다. 

tvN 새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아저씨들의 위기로 시작한다. 박상훈이 동생들과의 술자리에서 ‘아저씨가 나오는 공포영화’를 말하듯, 아저씨들은 퇴직 후 사업에 망하고 재취업도 못한 채 심지어 경조사에조차 찾아오지 않는 사람들을 보며 절망하고 분노한다. 돈이 없어 동생 박동훈에게 손을 벌리는 그 심정이 오죽할까. 그런 형이 큰 일을 낼까 걱정이라며 엄마 변요순(고두심)이 박동훈을 찾아와 가게라도 내주자며 5천만 원 대출을 이야기하지만 그런 돈을 대출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던 차에 마치 운명처럼 그에게 뇌물 상품권 5천만 원이 퀵으로 잘못 배달된다. 경쟁관계에 있는 도준영(김영민)이 박동운 상무(정해균)를 물 먹이려 보낸 돈이지만 배달사고가 난 것. 결국 도준영은 박동훈을 희생양 삼으려고 한다.

그런데 여기에 아저씨들의 위기만큼 처절한 청춘의 위기가 겹쳐진다. 그 청춘은 박동훈의 사무실에서 일하는 알바생 이지안(아이유)이다. 무슨 일인지 사채업자에게 심지어 두드려 맞아가며 돈을 갚아나가고 있는 이 청춘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요양원 비용이 없어 청각장애에 운신도 하지 못하는 할머니를 부양해야 하는 처지다. 음식점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손님이 버리고 간 음식을 챙겨와 역시 사무실에서 훔쳐온 믹스 커피와 함께 먹는 게 그의 유일한 휴식이다. 불조차 켜지 않는 집에서 꾸역꾸역 음식 같지도 않은 음식을 입안에 구겨 넣고, 달달한 믹스 커피를 꼭 두 봉씩 녹여 마시는 삶. 그에게 꺼져있는 불처럼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박동훈에게 잘못 배달된 뇌물 봉투를 우연히 보게 된 이지안은 그래서 고민하지 않고 그 뇌물을 훔치기로 마음먹고 그에게 접근한다. 뇌물 봉투를 받고 당황한 박동훈이 대충 서류철과 함께 책상에 구겨 넣어둔 걸 안 이지안은 그와 같이 밥을 먹고 술을 마신 후 그가 집에 간 사이 사무실에 몰래 들어와 그 뇌물 봉투를 꺼내간다. 물불 가릴 처지가 아닌 혹독한 현실에 내몰린 청춘 이지안과, 이제 돈도 사라졌지만 뇌물을 받았다는 누명까지 뒤집어쓰게 된 아저씨 박동훈. 그들의 위기가 격돌한다. 

<나의 아저씨>가 아저씨라는 중년세대와 청춘의 위기를 동시에 병치한 건, 그것이 현재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과 맞닿아 있어서다. 이제 직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한 아저씨 세대는 아예 취업 전선에 발을 딛지 못하고 있는 청춘 세대들과 현실에서 부딪칠 수밖에 없다. 그건 일자리라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지만, 그래서 비롯되는 갈등은 현실의 차원을 넘어서 감정적인 차원으로까지 치닫곤 한다. 

그래서 <나의 아저씨>는 아저씨 세대를 대변하는 박동훈과 그 형제들과, 청춘 세대를 대변하는 이지안이 부딪치면서도 어떤 접점을 만들어낼 것을 기대하게 만든다. 애초에 24살 차이의 멜로라는 소재 때문에 갖게 되는 어떤 불편함은 그것을 단지 멜로 차원으로만 바라봤을 때 나올 수 있는 오해가 아닐까. 어쩌면 <나의 아저씨>는 그 24살 차이의 장벽에 가로막혀 있는 세대 간의 갈등을 화해하는 드라마일 수도 있으니.(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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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먼저’가 만일 멜로 그 이상을 숨기고 있었다면

도대체 손무한(감우성)이 안순진(김선아)에게 갖는 죄책감은 무엇 때문일까. SBS 월화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에서 손무한이 안순진의 아픔을 끌어안고 결국 결혼까지 한 것이 그저 사랑 때문 만이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그것은 드라마 초반부터 에필로그를 통해 이 두 사람이 과거에 어떤 사건으로 연루되어 있다는 것이 암시되어 있었고, 이제 그 사건이 조금씩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어서다.

10년 전 안순진은 무슨 일인지 아이를 잃었고, 그 잃은 아이 앞에서 순진의 어머니는 마치 자기 잘못인 양 죄인 같은 모습을 보인 바 있다. 그리고 묘소에서 아이를 보내는 순진의 모습을 바라보는 손무한이 있었다. 그가 그 자리에 있는 건 마치 우연적인 일처럼 보였지만 어찌 보면 자신과 연루된 일로 아이가 죽게 됐다는 죄책감 때문일 수도 있다는 심증이 생겨난다. 

그런데 손무한의 직업은 광고 카피라이터다. 그가 직접적으로 누군가를 죽게 했다기보다는 그가 쓴 카피가 그걸 방조하거나 혹은 누군가를 오인시켜 결과적으로는 그런 끔찍한 일이 벌어지게 했을 가능성이 높다. 8년 전 안순진이 손무한을 찾아왔던 회상 장면은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해준다.

“아폴론 제과에서 적반하장으로 나온다고 한다. 애가 잘못됐는데.”라는 대사가 말해주듯 안순진의 아이는 제과에서 나온 제품 때문에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손무한은 그 제품 광고를 했을 가능성이 높고. 그래서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아폴론 제과와 안순진은 법정싸움을 하며 사채 빚까지 쓰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8년 전의 손무한은 냉정한 광고 카피라이터였다. “내가 법원 오갈 시간이 어디 있냐. 그게 내 탓이냐. 차 광고 하고 사고 나면 광고 탓이냐. 아파트 광고하고 붕괴되면 우리 탓이냐. 우리는 제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작품을 만드는 거다.”라며 안순진의 요청을 거절했다. 

이 정도의 이야기에서 번뜩 떠오르는 사건은 국내에서 벌어졌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다. 잘못된 제품이지만 그 피해가 일파만파 커졌던 건 안전성을 먼저 고려하지 않고 상품성만을 강조했던 광고가 일조한 면을 부정할 수 없다. 아이들에게 직접 이 살균제를 넣은 가습기가 작동하는 광고의 한 장면은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 광고로 인해 많은 소비자들은 안심했을 것이다. 지금은 그 장면이 그토록 끔찍하게 여겨지지만.

<키스 먼저 할까요?>는 본격 어른 멜로를 표방하고 있고, 실제로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살아있음을 느끼는 어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중년의 사랑을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 혹시 이 드라마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같은 사안을 떠올리게 하는 사회적 의제 또한 숨겨놓고 있는 건 아닐까. 

만일 그렇다면 이 드라마는 멜로의 차원을 넘어서 인간이 인간에게 갖게 되는 죄책감과 그 죄책감을 위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는 그 과정들까지를 담는 이야기로 확장될 수도 있을 것이다. <키스 먼저 할까요?>라는 제목이 스킨십 따위는 이들의 사랑에 별로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드러내듯, 인간애의 차원에서 보면 남녀의 사랑이나 결혼 그 이상의 중요한 일이 있다는 걸 혹 이 드라마는 말하고 있는 건 아닐까. 아마도.(사진: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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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먼저’ 야하기는커녕 먹먹한, 독특한 19금 드라마의 등장

“같이 잘래요?” 사실 19금 드라마에서 이런 대사는 야한 뉘앙스를 담기 마련이다. 하지만 SBS 월화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에서는 이 대사가 전혀 다른 느낌으로 들린다. 야하기는커녕 먹먹해진다. 그건 진짜 혼자이기 때문에 솔로의 중년이 겪는 불면의 고통이 공유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한(감우성)이 “자러 올래요?”라고 던진 질문에 1도 기다리지 않고 “네”라고 답하는 순진(김선아)의 모습에서는 그 고통이 얼마나 컸던가가 느껴진다. 

바로 이런 점은 <키스 먼저 할까요?>라는 드라마가 가진 독특한 멜로의 지점들이다. 청춘의 멜로라면 키스 한 번 하는 것이 사랑의 궁극적 결실로서 등장하지만, 이들 중년의 멜로는 키스보다 ‘하룻밤’보다 더 큰 것이 서로를 이해하고 차갑게 식어있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말 한 마디가 된다. 그래서 19금의 상황들이 대담하게도 전개되지만 그 상황에서도 놀라운 감성들이 포착된다.

‘오늘만 살자’는 문신을 새긴 후, 안 해본 짓을 하겠다며 진창 술을 마시고 오래도록 안 해봤던 ‘같이 자는 일’을 하기 위해 코스프레 무인 모텔을 찾은 그들이 보여주는 의외의 감성들 역시 이 드라마만이 갖는 멜로의 독특한 코드를 보여준다. 시청 앞 지하철 콘셉트로 꾸며진 방에 나란히 앉은 그들은 그 공간이 주는 독특한 에로티시즘을 느끼기보다는 지하철이 주는 남다른 감흥에 젖어든다. 

동물원의 ‘시청앞 지하철 역에서’가 떠오르는 그 모텔 방의 정경 속에서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무한의 이야기는 순식간에 그들을 같은 시간대의 같은 지하철이라는 공간에 머물고 있는 연인 같은 느낌으로 만들어버린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지나쳐갔을 것이지만, 어느 날 그렇게 한 공간에 서 있게 된 사람들에게서 새삼 느껴지는 기적 같은 느낌을 무한은 말한다. 그래서 그 곳은 지하철 콘셉트의 모텔이 주는 에로틱한 상상이 아니라 지하철이라는 시간을 달리는 공간 위에서 드디어 마주한 운명적인 만남을 더 떠올리게 한다.

이미 두 사람은 한 차례씩 결혼을 했고 배우자들의 배신 때문에 죽을 것 같은 상처를 겪었다. 그리고 그 상처는 지금도 딱지가 앉은 채 아물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다. 먼저 두 사람은 단지 남녀의 욕망으로 이끌린 것이 아니라,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보면서 인연을 맺게 되었다. 흔들리는 비행기 안에서, 아무도 없는 고적한 한겨울의 동물원에서 그들은 서로를 통해 자신을 보았다. 그래서 무한이 자살을 시도하려던 순진을 애써 구해낸 건 어쩌면 자신을 구해내는 일과 다른 게 아니었을 것이다. 

욕망의 이끌림이 아니라 서로가 가진 상처를 공유하고 그 상처가 내 것인 양 다독이고 위로하는 과정에서 피어나는 사랑. 그래서 <키스 먼저 할까요?>는 산전수전 다 겪은 어른들의 19금 상황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전개되지만, 야하기보다는 먹먹해진다. 19금 상황 속에서도 욕망이 저만치 뒤로 물러나고 대신 그 순간이 주는 따뜻한 ‘기억’을 오래도록 함께 하고픈 마음이 더더욱 느껴지기 때문이다. “키스 하면 당신이 오늘도 기억을 지울 것 같아서” 무한은 순진에게 키스 하지 못한다. 

웬만한 일들에 그리 놀라지도 않고, 이제는 밖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일도 별로 없어 늘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 두 사람이 조금씩 마음을 열어 보이는 과정은 그래서 가슴 시린 느낌으로 다가온다. 19금이지만 먹먹한 이상한 드라마의 등장이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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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먼저 할까요?’ 감우성과 김선아의 멜로 웃긴데 슬프다

“한 번도 웃어본 적이 없어요.” ‘오늘만 살자’며 다짐하듯 손목에 그 글씨를 문신하고 안 마시던 술을 진탕 마셔버린 손무한(감우성)과 안순진(김선아)은 누가 더 절망적인가를 내기하듯 자신의 불행을 하나씩 내놓는다. 안순진은 스튜어디스로 일하고 있지만, 늘 미소 짓는 그 웃음이 진짜가 아닌 가식이었다고 말한다. 

“전 한 번도 울어본 적이 없어요.” 안순진이 내놓은 불행담에 손무한이 내놓은 불행은 울어 본적이 없다는 것이다. 얼핏 듣기에 그것이 무슨 불행인가 싶지만 그건 그런 감정 자체가 허용되지 않을 정도로 아픔이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저마다의 깊은 상처를 안고 이제는 별 다른 희망 따위도 사라진 어른들은 그렇게 만나 당장 오늘만이라도 모든 걸 잊고 안하던 짓을 한다. 

SBS 월화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 손무한과 안순진의 만남은 그래서 여타의 멜로드라마가 그리는 설렘과는 전혀 성격 자체가 다르다. 그들은 같은 불행 속에서 그 아픔을 공유하며 만났다. 6년 전 흔들리는 기체에서 승무원과 손님으로 처음 만나 서로 안전벨트도 하지 않은 채 “이대로 죽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토로했던 그들. 이혼한 아내와 아이의 사진을 손무한은 안순진에게 건네며 태워 버려달라고 했고, 안순진은 차마 사진을 버리지 못했다. 

안순진은 그 때 한 겨울 아무도 찾지 않는 쓸쓸한 동물원을 찾아갔고, 손무한은 그가 준 사진 때문인지 아니면 안순진 때문인지 무작정 그를 따라갔다. 눈 내리는 동물원, 한 켠에서 오열하는 안순진에게 손무한은 우산을 씌워주었다. 그건 그의 아픔과 상처를 똑같이 느끼는 자의 마음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사진 때문에 공항에서부터 줄곧 따라왔다는 손무한에게 안순진은 사진을 버렸다며 거짓말을 한다. 자신은 영영 잊을 수 없는 기억이지만 손무한에게는 그렇게라도 해서 모든 걸 잊고 다시 시작하라고 말해주었던 것. 

그 후로 6년이 지난 후 윗층 아래층 이웃으로 다시 안순진을 만나게 된 손무한은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린다. 그는 그 기억을 결코 잊지 못하고 있다. 절망감에 죽음까지 결심했던 안순진을 애써 구해냈던 그 때의 기억을. 하지만 안순진은 그 때의 기억을 스스로 지워버렸다. 너무 아픈 기억이라 아예 없는 것처럼 여겨버린 것. 하지만 손무한의 등장은 그에게 그 사라진 기억을 되살려놓는다.

6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그 때로부터 안순진과 손무한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한 사람은 진짜로 웃어본 일이 없고 다른 한 사람은 울 정도의 감정을 스스로에게 허락하지 않았다. 그 먼 길을 돌아온 두 사람은 그래서 ‘오늘만 살자’며 그간 안 해본 일들을 해보려 한다. ‘키스 먼저’ 하는 일도, ‘함께 자는 일’도 그들에게는 그래서 남다른 일이 된다. 그건 각자 버텨내던 삶에서 이제 ‘함께 버텨내는 삶’으로 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뭐든 함께 할까요?” 기억을 되살려낸 안순진의 이 제안은 그래서 도발적이면서도 가슴 먹먹한 느낌을 준다. 너무 아픈 기억 속에서 살아와 메말라버린 것 같던 웃음과 눈물이 그 ‘함께 하자는 말’ 한 마디에 다시 시작될 것 같은 예감을 주기 때문이다. 나이 들다 보면 뭐 새로울 것 없는 나날들의 연속이 설렘도 기대감도 없는 ‘오늘’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어른들도 서로가 겪고 있는 그 무뎌짐을 공유하고 누구나 가진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것으로 새로운 사랑의 문이 열리기도 할 것이다. <키스 먼저 할까요?>가 중년들에게 주는 공감은 그래서 클 수밖에 없다. 진짜 웃음과 눈물을 점점 찾기 힘들어지는 중년들에게는 더더욱.(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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