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논란해소, 조세호.. 돌아온 ‘무도’의 1타3피

역시 <무한도전>이다. 사실 MBC 파업으로 인해 <무한도전>이 결방되던 시기, 박명수와 정준하에 대한 논란이 계속 이어진 바 있다. 그래서 자칫 <무한도전>에도 그 논란의 여파가 미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팬들도 생겨났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파업이 끝나고 재개된 첫 방송에서 이런 우려들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 피해가는 것이 아니라 아예 드러내놓고 웃음의 코드로 바꿔버린 것. 

‘무한뉴스’의 형식으로 꾸려진 방송은 유재석의 ‘길거리 토크쇼 잠깐만’을 그 형식으로 끌어왔다. 리얼리티쇼의 시대가 열리며 좀 더 리얼한 예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무한뉴스’에 ‘예능봇짐꾼’으로 참여한 조세호가 그 운을 뗐다. ‘자연스러운 웃음’이 이제 필요하다는 것. 

유재석의 ‘길거리 토크쇼 잠깐만’은 그래서 그간 멤버들의 근황을 알아보기 위해 불시에 그들을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준비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돌발적인 질문에 당황한 멤버들의 모습이나 마침 비바람이 몰아쳐 토크쇼 진행 자체가 쉽지 않았던 정황 같은 것들이 그 안에 자연스럽게 묻어나 프로그램에 리얼함을 더했다.

흥미로웠던 건 유재석이 우리가 봐왔던 배려의 아이콘의 모습이 아닌 할 이야기는 하는 직설적인 질문을 쏟아 부었다는 점이다. 박명수에게 비판적인 기사가 나올 때마다 곧바로 미담이 기사로 뜨는 것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했고, 정준하에게는 논란이 됐던 ‘기대해’라는 말이 뭘 기대하라는 이야기냐며 직구를 날렸다. 

유재석의 돌발 질문에 박명수도 정준하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박명수의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웃음을 주었고, 마침 그런 이야기를 할 때 예능신이 도왔는지 비바람이 몰아치자 하늘도 가만있지 않는다며 박명수의 답변을 반박하는 모습 또한 큰 웃음을 줄 수 있었다. 다소 불편했던 논란 자체를 프로그램 안으로 끌어와 웃음의 코드로 바꿔놓은 것.

정준하의 ‘기대해’, ‘두고봐’, ‘숨지마’라는 논란의 문구들은 이 과정을 통해 하나의 유행어가 되었다. 물론 그 의미는 완전히 달라졌다. ‘기대해’나 ‘두고봐’라는 말은 앞으로의 <무한도전>을 기대하라는 뜻이 되었던 것. 논란이 생겼던 일들을 솔직히 꺼내놓고 사과하며 스스로를 희화화함으로써 한바탕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여유 같은 것이 만들어졌다. 역시 <무한도전>다운 논란 대처법이 아닐 수 없다.

이 과정에서 또 하나의 수확은 ‘프로불참러’로 한참 주가를 올렸던 조세호가 ‘적재적소’ 예능인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내며 <무한도전>에 힘을 실어줬다는 점이다. 물론 아직까지 고정 멤버가 아니라 손님의 역할이지만, 필요할 때 함께 해도 자기 역할이 분명하다는 걸 조세호는 보여줬다. 향후 다른 코너에서도 이런 역할을 자임할 수 있는 캐릭터라면 고정이 아니라도 언제든 웃음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의 발견.

이제 방송이 겨우 재개되어 본격적인 시작 전에 몸 풀기의 형태로 나간 ‘무한뉴스’지만 그 방송만으로도 <무한도전>이 가진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사이 있었던 논란들을 웃음으로 전화시키고, 리얼리티에 대한 요구도 받아들이며 향후 <무한도전>의 진화가 계속 이어질 거라는 기대감을 주었으며, 유재석의 변화 또한 살짝 감지되었다. 게다가 조세호 같은 예능 봇짐러의 발견까지. 이 정도면 1타3피 아니 그 이상의 성과가 아닐까.(사진:MBC)

김장겸 사장 해임, MBC 정상화에 남은 숙제들

결국 김장겸 MBC 사장 해임안이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지난 9월부터 70일 넘게 이어져온 노조의 파업은 이제 정리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이번 해임안을 통해 겨우 MBC 정상화의 실마리가 보이게 됐지만, 이건 지난 70일 간의 파업만을 통해 얻은 성과는 아니다. MBC는 김재철 전 사장 이후부터 지금껏 너무 오래도록 시청자들로부터 멀어져갔다. 그만큼 이를 되돌리는데도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장이 해임됐다고 해도 그와 수족처럼 함께 해온 MBC의 경영진들이 그 자리를 그대로 버티고 있는 이상 MBC의 정상화 길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방송 장악을 시도했거나 이에 가담했던 이들에 대한 처리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엇나갔던 그 길을 되돌리는 첫 발을 내딛을 수 있을 것이다. 

MBC가 예전의 ‘만나면 좋은 친구’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뉴스, 시사, 교양 부문을 자율성을 다시금 확보해야 한다. 알다시피 시청자들은 과거 <피디수첩>이 어떤 경로를 거쳐 지금 같은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프로그램이 되었는지를 알고 있다. 한때 국민의 귀와 입이었던 프로그램이 정치적인 힘에 의해 핍박받으며 결국 시청자들이 외면하는 프로그램이 되었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MBC의 대표적인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피디수첩>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일은 그래서 시청자들이 바라는 바일 것이다. 

<뉴스데스크> 역시 제자리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인력 구성에 있어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때 그 자리를 지키려 애썼던 이들이 모두 방출되어 있는 현재, 남은 이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뢰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뉴스 보도 프로그램의 핵심적인 힘이 바로 이 신뢰에서 나온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부분에 대한 개혁 없이는 <뉴스데스크>의 복원은 불가능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MBC는 과거 ‘MBC스페셜’이나 ‘눈물 시리즈 다큐’처럼 교양 부문에 있어서도 시청자들의 호응이 컸던 방송사다. 하지만 김재철 사장 이후에 아예 교양국 자체가 와해되어버리는 일이 벌어지면서 이런 과거의 MBC 교양이 갖던 존재감은 거의 사라져버렸다. 그 때 좋은 프로그램들을 만들던 이들은 한직으로 물러나거나 결국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좋은 프로그램이 좋은 인력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사라진 교양국을 어떻게 다시 부활시키느냐 하는 문제는 그래서 MBC가 가진 또 하나의 숙제가 되고 있다,

이런 문제는 MBC 드라마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외주 중심으로 흘러가는 현 드라마 제작 현실에서 외주제작사들마저 외면하는 방송사가 되어버린 건 이 역시 파행적인 간섭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결국 막장드라마화한 주말드라마만이 겨우 남게 된 MBC 드라마가 가장 먼저 해야 될 일은 이런 권위적인 구조를 깨는 일이 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예능은 <무한도전>이 상징적으로나마 MBC를 지켜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예능 분야에도 지난 10년 간 꽤 많은 인재들이 방송사를 견디지 못하고 빠져나갔다. 늘 참신하고 새로웠던 MBC 예능 특유의 도전적인 분위기가 다시금 생겨나기 위해서는 그간 위축된 제작진들의 사기를 다시금 진작시킬 수 있는 어떤 계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김장겸 사장의 해임으로 이제 겨우 MBC는 정상화에 첫 발을 내딛을 수 있게 됐다. 무려 10년 간의 엇나감이다. 그걸 되돌리는데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변화를 보여준다면 의외로 빨리 시청자들의 발길을 되돌릴 수 있지 않을까.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시점이다.(사진:MBC)

결방으로 드러난 '무도'의 존재감

빈자리가 너무나 역력하다. 총파업으로 예능 프로그램들이 일제히 ‘스페셜 방송’으로 대치된 MBC의 주말 풍경에서 유독 <무한도전>의 빈자리는 커 보인다. 그것은 단지 <무한도전>이 그 시간대의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MBC 전체에서 상징하는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일 게다. 일부 팬들 중에는 <무한도전>을 빼고는 MBC에서 볼 게 없다고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정도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MBC가 지난 10년 간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동안에도 그나마 대중들의 발길을 붙잡아 두고 있었던 프로그램이 다름 아닌 <무한도전>이었다. 어찌 보면 그간 침묵하던 MBC 시사나 뉴스 프로그램보다 <무한도전> 하나가 사회 현실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총파업 참여로 <무한도전>의 빈자리를 실감할 수 있게 해주는 단적인 지표는 시청률표다. 지난 9일 AGB닐슨의 일간 시청률 순위를 들여다보면 총 20위까지 MBC는 단 두 개의 프로그램만 이름을 올렸다. 그것은 8% 시청률로 10위에 랭크된 <도둑놈 도둑님>과 5.9%로 18위에 들어간 <밥상 차리는 남자>가 그 프로그램들이다. 

예능이나 뉴스 시사 프로그램은 전무하고 주말드라마 두 편만 간신히 들어와 있는 것. 사실 MBC의 이런 사정은 총파업의 여파가 아직까지 시작되지 않았던 지난주도 그리 다르지는 않다. 지난 2일 시청률표를 보면 거기에도 MBC 프로그램으로 들어간 건 <도둑놈 도둑님(8%)>과 <밥상 차리는 남자(8.6%)> 그리고 <무한도전(9.2%)>가 유일했다. 그래도 그 때는 이런 텅 빈 느낌은 덜했다. 그나마 <무한도전>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똑같이 총파업에 들어갔지만 KBS는 그래도 MBC만큼의 빈자리를 보이지는 않는다. 그것은 공영방송으로서 고정적인 시청층이 있는데다, 프로그램들도 대체인력으로 어느 정도 채워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건 MBC 경영진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감이 KBS보다 훨씬 더 크다는 점이다. 한때 진정한 의미로서 ‘만나면 좋은 친구’ 역할을 해왔던 MBC가 지난 10년 간 정 반대의 길을 걸어왔다는 것은 그만큼 더 큰 반감을 만들어낸 게 사실이다. 

제 아무리 파업을 하고 있다고 해도 하다못해 뉴스 하나 시청자들이 들여다보고 있지 않다는 건 MBC의 참담한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드라마야 사실상 외주가 아닌가. 그러니 MBC가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만드는 프로그램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외면이 어느 정도인가를 이번 총파업의 빈자리들이 확인시켜준다. 

그 중에서도 <무한도전>의 빈자리는 그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무한 도전해왔던 과거의 MBC가 언젠가부터 도전에 역행하는 행보를 해왔고, 결국 <무한도전>조차 멈춰 서게 됐다는 것. 아마도 <무한도전> 없는 주말을 경험한 시청자들은 그 상징적 의미를 실감하게 됐을 것이다. 적어도 이제 다시 도전할 수 있게 방송사가 제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라며.

‘무도의 밤’, 이런 시도가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

폭망도 있지만 대박도 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무도의 밤’ 특집은 온전히 멤버들의 기획 하에 만들어졌다. 기획으로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대박이 아닐까 생각했던 아이템이 의외로 폭망하고, 별로일 것이라 생각했던 아이템이 의외로 재미있다. 물론 폭망한 것도 조금만 아이디어를 추가하면 괜찮을 것 같은 아쉬움을 남긴 것도 있고, 훈훈하게 잘 마무리 되었지만 하나의 아이템으로는 여전히 부족한 것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가 뭐 그리 중요할까. 그런 시도들이 있어 진짜 대박 아이템이 되기도 하는 것을.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이번 ‘무도의 밤’ 특집에서 방송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건 정준하의 ‘프로듀서101’이었다. 자신을 띄워줄 PD를 뽑는다는 이 아이템은 나영석 PD나 한동철 PD 같은 스타 PD들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더욱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막상 프로그램이 진행되자 그다지 PD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면서 김이 빠졌다. 결국 스튜디오까지 <프로듀스101>을 비슷하게 재연해 놓았지만 아무 PD도 오지 않으면서 허무하게 프로그램은 끝났다. 물론 그 지점 하나가 웃음 포인트이기는 했지만 투자 대비 효과가 너무 없었다. 

하지만 이게 과연 실패한 아이템인가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즉 PD들의 오디션이라는 콘셉트보다는 차라리 <무한도전> 멤버들을 모두 출연시킨 대국민 오디션으로 했다면 더 좋은 호응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지금껏 시청자들과 함께 한 아이템들이 꽤 많았지만 달라진 예능 환경 속에서 다시금 ‘리부트’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출연자들을 다시 띄워줄 시청자들의 아이디어를 모은다면 팬들과의 소통은 물론이고 그 과정에서 충분한 재미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은 박명수가 유재석을 섭외 카드로 초빙해 함께 했던 ‘프레쉬맨’도 마찬가지다. 시청자분들에게 신선하고 깨끗한 공기를 마시게 해주겠다는 그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았지만 그 실감을 느끼게 해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힐링되는 느낌을 갖게 되는 건 단지 그런 곳에서 채취한 공기만으로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아이템 역시 발상을 뒤집어 그런 오염된 환경에서 종사하는 분들을 모시고 직접 그런 산으로 바다로 가서 새삼 공기의 신선함을 경험하게 해주는 방식으로 한다면 또 다른 느낌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하의 작은 친구들의 파티 ‘작아 파티’는 키가 작은 이들의 공감대를 포착했다는 점에서 첫 방송에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확장되지 못하고 <무한도전>에서 늘 해오던 방식대로 그들의 파티로만 마무리된 건 어딘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늘 해오던 방식이 아니라 좀 더 새로운 방식으로 이 아이템을 풀어봤다면 어땠을까. 이를 테면 스튜디오 파티 형식이 아니라 현장을 찾아가 일반인들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풀어냈다면 조금 더 흥미로울 수 있지 않았을까.

애초에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지만 의외로 대박의 기운을 감지하게 만든 아이템들도 있었다. 양세형이 연예계 게임 고수들과 일종의 ‘도장깨기’를 하는 ‘양세바리를 이겨라’ 같은 아이템은 의외로 갈수록 흥미진진해졌고, 마지막에 은지원과의 게임 대결은 보는 이들을 집중시키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게임 대회 같은 것을 아직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무한도전>으로서는 충분히 확장해서 제대로 아이템화시킬 수도 있는 기획이 아니었나 싶다. 

또 유재석의 길거리 토크쇼 ‘잠깐만’은 처음 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할 때만 해도 그리 새롭다는 느낌이 없었다. 그건 과거 어린이를 출연시키는 예능 프로그램들에서 자주 시도했던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진짜 길거리로 나가 아무하고나 즉석에서 대화를 나누는 그 시도는 유재석이기 때문에 굉장히 흥미로울 수 있었다. 특히 “오래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묻는 시민의 질문에 대해 은행에서 일하는 다른 분에게서 그 답을 듣는 대목은 충분히 재미와 의미가 있었다. 무엇보다 그 소통이 주는 따뜻한 느낌이 유재석과 잘 어울렸다. 사실 이대로 하나의 프로그램을 시도해도 될 만큼.

김태호 PD는 과거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도전의 실패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결국 성공과 실패 이렇게 결과가 나뉘는 거잖아요. 성공하면 그대로 좋은 거고 실패하면 한 번 더 할 수 있어서 좋은 거죠.” ‘무도의 밤’ 특집이 의미 있는 지점은 바로 이러한 <무한도전>의 존재 의미를 새삼 드러내줬기 때문이다. 폭망하면 어떠랴. 대박 아이템도 그런 시도에서 시작되는 것이고, 폭망한 것도 다시 시도해볼 수 있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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