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들, 핵심은 진정성

유시민 작가, 송은이와 김생민, 윤종신 그리고 진선규. MBC 예능 <무한도전>은 어떤 기준으로 올해의 인물들로 이들을 선정했을까. 물론 저마다 분야도 다르고 역할들도 다르지만, 거기에는 한 가지의 공통된 이유가 들어 있다. 그것은 바로 ‘진정성’이다. 이들은 모두 단번에 어떤 성과를 거뒀다기보다는 그간의 세월들이 고스란히 쌓여져 그 과실로서 성과가 드러났던 인물들이다. 

인터뷰를 위해 자신을 찾아온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유시민 작가가 들려준 한 마디 한 마디는 어째서 그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고 또 충분히 그럴만한 한 해를 보냈는가를 확인시켜주기에 충분했다. 박명수의 갖가지 ‘명언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99% 맞다”며 그것이 속으로는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내놓지 못하는 현실을 말해주는 것들이라고 유시민 작가는 짚어냈다. 

워낙 박학다식해 다양한 분야에 대해 막힘없이 술술 풀어내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그것보다 유시민 작가가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무한도전>을 통해 슬쩍 드러난 것처럼 눈높이를 맞추는 화법에 있다고 보인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소소한 이야기 속에서도 현실의 의미 같은 걸 찾아내는 역시 작가적인 시각이 대중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 

두 번째로 찾은 올해의 인물로서 송은이와 김생민 역시 자신의 분야에서 묵묵히 성실하게 일해 온 개그맨으로 유명하다. 그들이 함께 만들어낸 <김생민의 영수증>이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단지 경제 개그라는 새로운 분야를 열어서가 아니라 이들의 삶이 고스란히 거기 녹아있어 대중들에게 그 진심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내놓는 경제적인 고민들에 대해서 역시 김생민은 예리한 분석을 내놓아 듣는 이들을 빠져들게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김생민에 대해 궁금한 점을 질문하기보다는 자신의 경제 문제를 컨설팅하려는 멤버들의 모습이 웃음을 주었다. 늘 리포터로 누군가에게 질문을 던지는 역할을 해왔던 김생민이 이제는 질문을 받는 입장이 됐다는 유재석의 이야기는 그래서 모두를 흐뭇하게 만들었다.

올해 ‘좋니’라는 곡으로 차트역주행의 놀라운 기록을 만들어낸 윤종신은 ‘월간 윤종신’이라는 독특한 자신만의 음악 제작 및 유통 방식을 고집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무한도전> 인터뷰에서도 말했듯 마케팅비용이 제작비를 압도하는 본말이 전도된 상황을 그는 ‘월간 윤종신’이라는 틀을 만들어 특유의 꾸준한 곡 발표로 넘어서려 했고 그 결실이 드디어 ‘좋니’라는 곡으로 만들어졌던 것. 한 방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성실하게 곡을 내놓고 그것이 쌓여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점에서 윤종신의 성과 역시 ‘진정성’으로 통하게 됐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배우 진선규는 그 짧은 인터뷰만으로도 그가 왜 올해 영화배우들 중 그토록 빛나는 존재가 되었는가를 보여줬다. <무한도전>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범죄도시>에서의 그 살벌한 카리스마와는 완전히 정반대의 섬세하고 수줍고 배려 깊은 인물이었다. 일부러 만들어낸 코미디적인 상황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엉뚱한 질문에도 최대한 진지하고 사려 깊게 답하는 모습이 그랬다. 

특히 양세형이 진선규가 수상소감에서 언급했던 청심환 이야기를 꺼내놓으며 앞으로 몇 알을 더 준비해야 할 것 같냐고 얼토당토한 질문을 던졌을 때, 그가 꿈처럼 준비해 놓은 ‘세 알’을 언급하며 내놓은 소망은 감동적이었다. “앞으로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모르지만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을 때 그때를 위해 한 알, 와이프가 육아 때문에 쉬고 있지만 저처럼 시상식 자리에 왔을 때 한 알, 마지막 한 알은 정말 머나먼 꿈이지만, 칸이나 할리우드에 가게 된다면 그때 한 알 먹지 않을까..”

그는 또 “듣고 싶은 질문이 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자신이 아닌 친구와 동료들을 생각하는 답변을 내놔 그 따뜻한 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친구들에 대한 질문을 받고 싶다”며 “같이 힘들어하고 같이 고민한 친구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던 것. 그는 자신의 성취의 공을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돌렸다. 

<무한도전>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들에 시청자들이 모두 공감하게 된 건 그것이 그들이 지금껏 살아온 성실한 삶의 시간들로 채워져 있어서다. 하루하루를 열심히 자기 분야에서 뛰어왔고 그걸 대중들은 알고 기꺼이 호응을 해주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무언가에 성실하게 노력해온 이들이 더 많이 박수 받을 수 있기를 <무한도전>은 이 상을 통해 기원하는 듯 했다.(사진:MBC)

콩트보다 과정, ‘무도’와 ‘코빅’의 콜라보가 보여준 것

MBC 예능 <무한도전>은 말이 씨가 되는 프로그램. 뗏목 타고 한강 종주 미션을 하던 도중, 박명수에게 양세형이 “코빅 막내부터 다시 하셔야 되겠다”고 한 말이 씨가 되어, 박명수와 정준하는 tvN <코미디 빅리그> 콩트 도전을 하게 됐다. 하&수로 콤비를 맞춰온 두 사람이 새로운 콩트 코너를 짜서 무대에 올리는 것. 관객들의 투표가 50%를 넘으면 <코미디 빅리그>에서 방영하며, 만일 넘지 못하면 <무한도전>에서 방영하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물론 과거 박명수는 데뷔시절 콩트 코미디를 했었고 정준하 역시 <노브레인 서바이버>를 통해 바보 캐릭터로 사랑받은 바 있다. 하지만 그 때와 지금은 같은 콩트라도 상황이 다르다. 공개 코미디이기 때문에 관객과 호흡을 맞춰야 하고, 또 무엇보다 트렌드가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결국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두 사람이 올린 코너는 관객 투표 50%를 넘겨 <코미디 빅리그>에서 방영되게 됐다. 

<무한도전>이 <코미디 빅리그>와 콜라보를 하는 건 그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 그것은 최근 개그맨들의 터전이라고 할 수 있는 공개 코미디가 갈수록 힘이 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KBS <개그콘서트>는 과거만큼 대중들의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고, SBS <웃찾사>는 아예 프로그램이 사라져버렸다. MBC는 과거 <개그야>를 통해 개그맨들이 설 자리가 있었지만 일찌감치 프로그램은 사라졌다. 그나마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는 공개 코미디가 <코미디 빅리그>다. 그 곳은 지상파 개그맨들이 다시 모여드는 공간이 되고 있다. 

결국 박명수가 ‘코빅 막내’가 된다는 그 한 마디로 시작된 도전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무한도전>의 개그맨들에 대한 배려가 그 안에는 들어 있다고 생각된다. 실제로 이들이 <코미디 빅리그>의 개그맨들이 모여 있는 사무실을 찾아가면서 슬쩍 사라진 MBC의 개그프로그램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는 대목은 <무한도전>이 이번 도전을 통해 하려는 이야기의 정서를 읽어낼 수 있다. 

그래서 옛날 개그를 여전히 툭툭 던지는 박명수나 자신감이 별로 없어 잔뜩 긴장한 정준하가 현재의 콩트 트렌드 앞에서 당황해하는 모습은 <무한도전>의 웃음 포인트가 되었다. 개그맨 후배들이 그 곳에서는 고참이 되어 박명수와 정준하에게 한 마디씩 조언이나 지적을 하는 대목도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그 어려운 초보 시절로 그들을 되돌려 초심을 다시 찾아보게 하는 시간이 되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우리가 그저 웃어넘기던 그 콩트 코미디를 만드는 과정이 만만찮다는 걸 박명수와 정준하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었다.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노력에 노력을 더하는 그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모습은 <무한도전>을 통해 집중 조명되었다. 그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드러내준 것.

그런데 그런 기획의도와는 상관없이 그 과정 속에서는 콩트 코미디가 왜 어려워졌는가가 부지불식간에 드러나는 장면이 있었다. 그것은 박명수가 콩트를 할 때는 하나도 웃기지 않다가 콩트 바깥으로 나와 후배 개그맨들과 대화하며 툭탁대는 그 애드립성의 실제 이야기에서는 빵빵 터졌다는 점이다. 즉 박명수는 콩트 코미디의 어려움을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그것이 지금의 리얼리티 예능의 코드와는 사뭇 다르다는 걸 그 과정에서 보여줬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짜서 하는 콩트 코미디의 시대가 조금씩 저물어가고 있는 건 현실이다. 그것은 시청자들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의도적이고 기획적인 웃음보다 우리는 어쩌면 더 자연스럽게 일상에서 흘러나오는 웃음을 원하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박명수가 왜 콩트를 하면 냉랭했던 반응들이 콩트 바깥으로 나오면 빵빵 터졌는지 충분히 이해되는 대목이다. 물론 콜라보의 의미는 콩트 코미디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콩트 그 자체보다는 그 과정을 담은 리얼리티 카메라가 더 흥미로웠다고 보인다. 

이것은 그래서 10여 년 간 지속되어온 콩트 코미디 역시 어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걸 보여준다. 무대만이 아니라 좀 더 일상 속으로 들어와 그 과정까지 리얼하게 보여주는 ‘리얼리티 콩트 코미디’가 어쩌면 대안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미 유튜브 같은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지만.(사진:MBC)

역시 '무도'는 평균 이하인 분야에 도전할 때가 제 맛이다

퀴즈 문제를 내고 얼토당토않은 답을 내놔 웃음을 주는 방식은 예능 프로그램의 고전적인 코드 중 하나다. 하지만 MBC 예능 <무한도전>이 가져온 ‘수학능력시험’은 이러한 퀴즈형 예능 코드와는 한 차원 다른 웃음의 격이 느껴졌다. 그것은 다름 아닌 진짜 이번 수학능력시험의 시험지이고, 그것을 풀면서 멘붕에 빠져버리는 멤버들의 면면들이 주는 어떤 공감대가 그 밑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결과야 이미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제 아무리 고등학교 시절 공부를 열심히 했던 사람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난 후 보는 시험이 낯설 수밖에 없고, 그 시험에 나오는 지문들이 기억에 남아있을 턱이 없다. 게다가 끊임없이 변화해온 시험의 경향이나 내용들은 더더욱 <무한도전> 멤버들을 당황하게 만들었을 게다. 

그나마 영어영역에서 괜찮은 점수가 나온 건 그것이 이후에도 계속 써먹는 분야여서다. 수학영역은 사실 따로 공부를 하지 않으면 풀기 어려운 건 당연한 사실 아닌가. 하지만 국어영역처럼 어찌 보면 우리가 일상영역에서 늘 들여다보는 분야가 그토록 어렵게 다가오는 건 이례적이다. 한번쯤 수학능력시험의 국어영역 문제를 시험 삼아서라도 들여다본 분들이라면 우리말이 언제부터 이렇게 어려웠나를 실감했을 것이다. 

응시자가 넘쳐나니 변별력을 갖기 위해 문제들이 어려워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보면 저런 문제들이 대학에 들어가서도 아니 사회에 나와서도 여전히 쓸모가 있을 지는 의문이다. 그래서일까. <무한도전> 수학능력시험에서 출연자들이 문제를 보며 황당해 하고 어떻게 하면 잘 찍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어느 정도는 포기하고 체념하는 모습을 보이는 장면은 묘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무한도전>은 물론 그 특유의 방식과 캐릭터로 수학능력시험에 처한 출연자들의 여러 면면들을 보여주며 빵빵 터트리는 웃음을 선사했다. 시험을 치르기 전 수능금지곡을 들려줘 혼란에 빠지는 출연자들의 모습이 그랬고, 시험을 보며 머리를 쥐어짜는 모습이나 나중에 답을 맞추며 하나도 맞은 게 없는 자기 시험지를 놓고 바보처럼 어색한 웃음을 짓는 모습들이 그랬다. 

그 시험을 직접 치렀을 수험생들이라면 이들이 보여주는 이 멘붕 상황들이 어떤 공감대와 함께 통쾌함마저 주었을 것이다. 그것은 어찌 보면 <무한도전>식의 수험생 위로법처럼 보인 건 그래서다. 예를 들어 조세호가 영어영역에서 53점의 높은(?) 점수를 맞자 유재석이 “너 무도랑 안 어울린다”고 말하는 대목이 그렇다. <무한도전>은 초창기 그토록 외쳤던 ‘대한민국 평균 이하’라는 지향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물론 지금 <무한도전>이 가진 위상은 이미 최고라고 할 수밖에 없다. 여기 출연하고 있는 멤버들이 모두 저마다 프로그램 한두 개씩은 이끌어나가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능력시험’ 같은 ‘새로운 실제영역’은 이들이라고 해도 여전히 ‘평균 이하’임을 끄집어내면서 동시에 보통의 대중들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위로할 수 있는 방식이 남아있다는 걸 보여줬다. 

역시 <무한도전>은 초창기 그들이 외치고 다녔던 ‘평균 이하’의 캐릭터였을 때 가장 빛난다는 걸 ‘수학능력시험’ 특집은 확인시켜줬다. 또 이미 최고의 위치에 오른 그들이지만, ‘수학능력시험’처럼 여전히 그들이 ‘평균 이하’임을 증명해주는 ‘도전 분야’는 아직도 많다는 것도. 웃으면서 공감하고 그리고 그 공감 안에서 어떤 위로까지 느껴지는 맛. 이것이 바로 <무한도전>이 지금껏 시청자들을 매료시킨 힘이 아닌가.(사진:MBC)

무모한 도전이 살려낸 ‘무한도전’의 초심과 저력

과거 <무모한 도전> 시절을 보는 것만 같았다. 영하의 날씨에 갑자기 뗏목을 타고 무동력으로 한강을 종주하겠다는 도전이라니. 잘 차려입고 나와 재밌게 방송 해주면 된다며 자신을 불렀다는 조세호는 말쑥하게 차려입은 양복차림에 왜 갑자기 뗏목에 타야하고 노를 저어야 하는 생고생을 해야 하는 지 의아해했다. “근데 왜 우리 이걸 해야 하는 거죠?” 

MBC 예능 <무한도전>은 파업을 끝내고 돌아와 본격적으로 시도한 첫 번째 도전으로 왜 하필 이 뗏목 한강 종주라는 생고생을 선택했던 걸까. 그건 어쩌면 돌아온 <무한도전>이 보여주려는 초심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무모해 보이는 도전이고 그래서 실패할 것이 뻔히 보이는 것이라고 해도 무조건 도전을 했던 그 시절의 마음을 되새기는 것.

결국 절반 정도까지 가다 날도 저물고 추워진데다 더 이상의 체력도 바닥나 포기하고 말았지만, 그건 절반의 실패라기보다는 절반의 성공에 가까웠다. 적어도 <무한도전>이 가진 저력을 확인할 수 있어서다. 

사실 뗏목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웃음은 고사하고 방송 분량을 뽑아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한강 위에 떠 있는 뗏목 위에서의 모습들이 다소 단조롭게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주변 환경을 단조롭게 세워버리자 오히려 도드라진 건 그 위에 서 있는 출연자들의 캐릭터다. 

유재석은 역시 그 단조로울 수 있는 상황을 진두지휘해 웃음으로 바꿔놓았다. 감성적인 선장의 캐릭터가 되어 힘겹게 노를 젓는 동료들에게 주변 풍광을 보고 느껴보라는 말랑말랑한 멘트들을 늘어놓은 것. 그의 이런 이야기들은 동료들이 보이는 생고생과 대조를 이루며 웃음을 만들었다. 

박명수는 그 캐릭터 그대로 호통을 치고 짜증을 내다가 유재석의 면박을 듣는 상황으로 웃음의 합을 만들었고, 하하는 엉뚱하게도 자신의 집에서 뗏목이 보일 수 있다며 전화를 걸어 아내와 통화를 하고, 너무 힘들다며 주변에 사시는 분에게 “초콜릿 좀 갔다 달라”고 구걸을 해 웃음을 주었다. 양세형은 마치 VJ처럼 고생하는 동료들의 영상을 따는 모습을 보여줬고, 정준하는 뗏목의 균형을 맞춘다는 명목으로 한 구석에 붙박여 노만 저으면서 “내가 노예냐”고 억울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뗏목 위에서 가장 도드라져 보인 인물은 게스트로 왔지만 거의 반 고정이 되어버린 조세호였다. 양복 입고 노를 젓는 모습도 그랬지만, <무한도전>이니 그런 고생을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하면서도 너무 힘든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은 ‘프로불참러’에서 보여줬던 그 억울한 표정만으로도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물론 뭐든 물어보면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하는 모습으로 만들어진 ‘대답 자판기’라는 캐릭터도 흥미로웠지만.

사실 파업으로 결방되는 그 시간을 통해 <무한도전>은 적지 않은 위기상황들을 맞이한 바 있다. 지난 회에 <무한도전>이 스스로 내보였던 것처럼 박명수와 정준하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고 결방하는 동안 시청률도 빠져버렸다. 뗏목 하나에 의지해 한강 종주에 나선 출연자들의 도전이 마치 지금의 <무한도전>이 처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진 건 그래서다. 

하지만 그 무모해 보이는 도전 속에서 오히려 빛나는 건 <무한도전>의 초심과 저력이었다.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캐릭터들은 여전히 건재했고 무엇보다 초심의 의지를 다지는 모습들이 엿보였다. 물론 그 도전을 실패로 끝났지만 본래 <무한도전>은 항상 그 실패를 통해 지금의 위치에 도달했다는 걸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미 최고의 위치에 오른 그들이 오히려 이 리얼리티 시대에 더 빛나 보이는 건 어쩌면 그런 무모한 도전일 수도.(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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